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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도를 읽으며 기형도 산문집 - 짧은 여행의 기록을 읽고 있다. 재미있다. 그의 문체가 반갑다. 아, 나는 왜 지금껏 기형도를 몰랐을까. 그의 시집 입 속의 검은 잎도 함께 있다. 간간이 지루해지면 그의 시를 읽는다. 빈집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기형도는 한 심야극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아마도 영화를 보다가 뇌졸중으로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죽음조차도 극적이다. 그는 많은 상처를 안고 살았던 듯 시와 산문들에서 죽음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웠는데, 결국 젊은 나이에, .. 더보기
헤르메스, 메르쿠리우스, 머큐리 헤르메스는 제우스가 아내 헤라 몰래 한 님프와 외도를 하여 낳은 아들이다. 그는 전령이며 소매치기이며 재담꾼이며 거짓말쟁이이며 발 빠른 여행자이다. 그는 태어나자마자 어머니 마이아를 떠나 모험에 나섰는데 자기 재주를 십분 발휘하여 아레스의 칼, 포세이돈의 삼지창, 아프로디테의 허리띠, 아폴론의 황금 뿔이 달린 하얀 소 50마리 등을 훔쳤다. 그는 제우스 앞에 나아가 웅변가의 재능을 마음껏 발휘함으로써 아버지의 마음을 사는데 성공했고 신들의 전령에 임명되었으며 올림포스 열두 신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베르베르에 따르면 대신 그는 다시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해야 했다. 그러나 영악한 헤르메스는 다음과 같은 단서를 달았다. “다시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때로 깜박 잊고 진실을 다 말하지.. 더보기
신과 슈퍼맨 슈퍼맨 2편이었는지 3편이었는지 모르겠다. 슈퍼맨의 고향 크립톤 행성에서 추방당한 악당 네 명 중 두목에 해당하는 녀석이 슈퍼맨과 마주쳤을 때 처음 거엔 말이다. 내 비록 중3 영어가 마지막이지만 그 정도는 들쳤다."선 오브 더 조 엘!"(더가 분명히 들렸는데 그게 왜 들렸는지는 지금도 잘 모름)엘은 가나안족이 믿던 신의 이름이다. 엘의 변형이 야훼이고 야훼는 숨 혹은 숨을 불어넣는 자 즉, 창조주이다. 조는 이름이고 엘은 성일 것이다. 슈퍼맨은 신족의 후예인 것이다. 더보기
그리스인과 키스 그리스인 중에는 유독 키스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가보다. 미키스 테오도라키스, 니코스 카잔차키스, 카잔차키스의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에 등장하는 이름 스타브리다키스...... 심심한 병동 휴게실에 혼자 앉아 있자니 별 쓰잘데기 없는 생각이 다 뜬다. ㅠㅠ 더보기
1100원 하는 시내버스비 3300원 낸 사연 사정은 이렇다. 우리 동네에서 진해 석동 쪽으로 가기 위해 시내버스를 타려면 갈등을 겪어야만 한다. 약 3~40미터를 사이에 두고 시내버스 승강장이 두 개로 나누어져 있기 때문이다. 마산연세병원 승강장에는 860번이 선다. 그리고 저쪽 제일여고입구 승강장에는 163번과 164번이 선다. 원래 마산연세병원 승강장은 없었다. 지금도 맞은편에는 따로 승강장이 없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마산연세병원 쪽에 시내버스 승강장이 생기면서 버스노선들이 두 개로 나누어졌다. 반은 저쪽 원래부터 있던 제일여고입구 승강장에 서고 반은 이쪽 마산연세병원 승강장에 서는 것이다. 다른 노선도 마찬가지지만, 진해에 자주 가는 나는 늘 시내버스를 탈 때마다 고민에 휩싸인다. 여기에 줄을 설까 저쪽에 줄을 설까 갈등하는 것이다. 이쪽에.. 더보기
<전설의 마녀>, 진짜 죄인은 감옥에 가지 않는다 주말연속극 전설의 마녀, 10번방에서 진짜 범죄를 저지른 수형자는 한 명뿐이다. 나머지는 전부 죄가 없다. 음모에 희생됐거나 억울하게 교도소에 갇힌 케이스다. 그리고 그 한 명의 죄수조차 실상은 별로 감방에 갇힐만한 범죄행위를 한 게 없다. 진짜 죄지은 놈은 감옥에 안 간다. 감옥은 가난하고 힘없는 자들이 가는 곳일 뿐이다. 더보기
형이 남긴 유산 40여일이 지나도 헤어나지 못하는 꼴을 보고 이상하다 이해 안 된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신다. 하지만 우리 형제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아신다면 그런 말씀 못하실 것이다. 중2 중퇴에 시멘트공장으로, 채탄장으로, 후끼야마로, 사끼야마로, 그러다 잠시 세신실업 노동자로 있던 형이 마지막으로 30년 정착한 곳은 전라도 목포의 바다였다. 그리고 결국 바다에서 죽었다. 어린 형과 빗물 떨어지는 처마 밑에 서서 오들오들 떨며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나도 원래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대구에 있는 염색공단으로 갈 참이었다. 그걸 형이 막았고 중학교만이 아니라 운 좋게 기계공고까지 나와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형은 결국 세상에 나오지 못하고 먼 바다에서 바라보기만 하다가 떠났다. 형은 자신의.. 더보기
한국여성재단 ○○할 타이밍, 그게 뭘까요? 한국여성재단과 함께하는 2030 청년! 지금은 OO할 타이밍! -OO할 타이밍? 이건 어떤 프로그램이죠? 한국여성재단 후원으로 경남여성회는 청년모임을 지원합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의 새로운 시도를 통해 지역에서 공익의 가치를 실편할 수 있는 청년,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문제햐결에 관심있는 청년, 세대 간 소통, 성평등, 청년세대의 문제 해결에 관심이 있는 청년들의 모임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죠 경남여성회는 2013년과 2014년 총 15개 팀의 경남지역 청년모임을 지원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모임을 지원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모임들 간의 네트워크를 활발히 하고, 사회 공익 환원을 위해 청년들이 어떤 활동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하게 하고, 여성주의 시각으로 사회문제를 바라보는 것에 대해서 함께 얘.. 더보기
2030, 한국여성재단과 함께 ○○할 타이밍! 한국여성재단과 함께하는 2030 청년! 지금은 OO할 타이밍! 1. 팀 소개 1씬1막 은 공공미디어 단잠에서 진행한 시나리오와 희곡쓰기 역량강화 사업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후속모임으로 모여서 작품을 토론하거나, 연극을 함께 감상하거나, 다양한 장르의 글쓰기를 통해 배움을 지속하고 배움을 나누고 공감하고자 하고 있다. 다양한 나이와 세대의 경험을 나누면서 인권감수성, 세대공감의 지평을 넓히며 풍부한 체험이 이루어지고 있다. 고. 무. 신 고된 무지한 초보엄마들이 뭉쳐 신나는 육아하는 방법을 찾아가는 엄마들의 모임입니다. 비슷한 또래 아기들을 키우는 첫째 엄마들이고, 워킹맘 2명과 전업주부 3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공동육아를 지향하여 초보아빠 5명까지 총 10명으로 구성된 팀입니다. 누리보듬 저희 팀은 청소년.. 더보기
식당에 걸린 박근혜 마산의료원 근처 식당에 늦은 아침 겸 점심을 먹으러 갔다. 들어가니 아니나 다를까 TV조선이 틀어져 있다. 신통방통인지 지랄방통인지가 한참 쇼를 하고 있었다. 늘 그렇듯이 나는 자리에 앉자마자 큰소리로 말했다. “사장님, 채널 좀 돌리 주이소. 정신이 하나도 없다. 와 저리 정신병자들 나와서 하는 방송을 보는교? 같이 정신병 걸립니데이.” “아, 손님 맘대로 하이소. 여기 리모콘 있심더.” 6천 원짜리 돼지뼈다구우거지탕을 시켰다. 음식은 맛있다. 반찬도 정갈하고 특히 고추를 찍어먹는 된장이 맛있었다. 마음속으로 ‘음, 당분간 이집에 와서 식사를 해결해야겠군’ 하면서 고개를 들어 벽을 보는데, 헉, 거기에 박근혜 사진이 떡하니 걸려 있는 게 아닌가. 이런 젠장. 밥맛 다 떨어졌다. 밥을 다 먹고 나오면서 .. 더보기
김수용과 왕자웨이의 공통점 김수용 감독의 를 보며 드는 생각. 왕자웨이 감독과 많은 면에서 닮았다. 특히 . 모든 주변의 것들을 생략시키고 오로지 나란히 걷고 있는 두 사람만의 대사에 몰입하는 방식이라거나, 달리는 밤 열차 천장에서 피곤한 듯 희미하게 흔들리는 전등 불빛을 잠시 보여준다거나, 영화 속의 또 다른 관객인 듯 주인공을 훔쳐보는 뭇시선들을 잠시 비추어준다거나, 무엇보다 특기할 것은 정지된 사진, 하나의 사진틀 속에서 활달하게 움직이던 인물들이 제각각의 모습으로 정지된 동작을 보여주는 것, 그것은 곧 이들 감독들이 주요하게 다루는 주제가 바로 시간이라는 것. 모든 시간, 전체로서의 시간이 아니라 어느 특정한 정지된 공간에서의 한정된 시간 속에서 주인공들이 마주하게 되는 다소 일탈적인 에피소드를 보여준다는 것. 이런 기교는.. 더보기
왔다 장보리 연예기사, TV도 안 보고 기사 쓰나 정말 웃긴다. 이 기사 쓴 기자는 정작 드라마는 보지도 않고 기사를 쓰는가보다. 최소한 오늘 방영분은 봤을지 몰라도(그랬으니 이런 걸 썼겠지) 앞에 했던 드라마는 보지도 않았던 듯. 그러지 않고서야 아무런 의심도 없이 ‘오연서, 친모 김혜옥에 버려진 사실 눈치 챘다’와 같은 기사를 쓸 수는 없을 테니까. 왜냐하면, 그것은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연서는 버려진 것이 아니라 잃어버린 것이며, 그녀의 부모들은 그녀가 왜 사라졌는지도 알지 못한다. (예의 상황에 놀란) 오연서가 어두운 밤길을 홀로 달려가고 있을 때 이유리와 이유리의 친모 도씨가 몰던 트럭이 오연서를 치었던 것이며, 이를 숨기기 위해 두 모녀가 오연서를 트럭에 싣고 자기네 집으로 데려갔던 것이고, 교통사고로 기억을 상실한 오연서는 이후 20년.. 더보기
아이스 버킷과 세월호, 스쳐가는 유행을 경계한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명쾌한 글입니다. 이 페이스북 글에 달린 어느 분의 멘트처럼 100% 공감이 갑니다. 뿐 아니라 두고두고 곱씹으며 그 뜻을 새길 만한 글입니다. 하여 이 페이스북 글의 저자이신 김갑수 님의 허락(사실은 선조치 후보고)을 득하여 여기다 게재합니다. 시간이 난다면 이 글에 대한 저의 의견도 한 번 정리해 보고 싶습니다만, 어떨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많은 분들과 공유하고 싶은 글입니다. 얼음 뒤집어 쓰는 게 꽤나 인기인 모양이다. 뭔가 유행을 탔을 때 그 어느 나라보다 쏠림 현상이 심한데다 '관계'를 중시하는 풍조가 워낙 강하다 보니 공개적으로 누군가의 지목받는 걸 마치 선택받은 자의 기쁨과 동일시 하는 경향도 큰 영향을 미친 것 같다. 물론 셀러브리티들의 자기 홍보와 미디어들의 경쟁적인.. 더보기
세상에 보다보다 이런 엉터리 같은 드라마 처음 본다 내 세상에 드라마 보다보다 이런 엉터리 같은 드라마 처음 본다. 나는 연속극을 한번 보기 시작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끝까지 본다. 궁금증 때문이다. 아무리 재미없는 드라마라도 일단 보기 시작하면 그 끝을 확인해야 직성이 풀린다. 그러다보니 재미없는 드라마도 억지로 보는 경우도 많기는 하지만 이 드라마는 그 정도가 심해도 너무 심하다. 시나리오도 엉망이지만(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엉성한 시나리오를 쓸 수가 있는지 보는 내가 한심해서 웃는다), 연출 자체도 말이 아니다. 수십 명의 총잡이들이 포위하고 있는 도접장의 집에서 도접장의 딸을 인질로 잡고 탈출을 시도하는 주인공. 그런데 그 딸이 순순히 자기가 길을 안내하겠다며 앞장을 서고, 그 딸의 등을 총으로 겨누고(인질이니까) 따라가는 주인공. 하하하. 웃.. 더보기
아비정전, 어긋난 시간의 노예 왕가위 감독의 아비정전을 보다. 왕가위 감독의 영화는 최근 개봉한 일대종사가 처음이었다. 이후 일대종사를 이해하기 위해 동사서독을 봤고 다시 왕가위를 이해하기 위해 열혈남아, 화양연화, 아비정전을 차례로 보았다. (모두 에서 편당 1,000원씩 주고 다운로드 받았음) 1. 특징. 모두 시계가 나온다는 점. 동사서독(일대종사도 마찬가지지만)에서 시계가 안 나오는 건 단지 그 시대에 시계가 없었기 때문이고 역시 이도 마찬가지로 시간이 중요한 소재이며 이슈라는 것. 2. 왕가위의 모든 작품들이 공통적으로 지나간 시간에 대한 회한을 그리고 있다는 것. 수리첸(장만옥)에게 아비(장국영)는 너와 나는 1분을 같이 했어. 난 이 소중한 1분을 잊지 않을 거야. 지울 수도 없어. 이미 과거가 되어 버렸으니까, 라고 말.. 더보기
월드컵, 2018년엔 우리도 우승할 수 있다 독일이 브라질월드컵에서 우승했다는 소식을 접하며 드는 생각은, 우리나라도 2018년 러시아월드컵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조금은 몽상적인 희망이다. 뭐 다른 사람들이야 어땠을지 몰라도, 최소한 나는 독일이 우승하는 것을 전혀 예상하지 않았다. 아무리 네이마르가 빠졌다고 하더라도 브라질을 이긴 것도 그렇지만 독일은 늘 운이 좋고 의외의 결과를 도출하는 팀인 것만 같아 부럽기까지 하다. 그러고 보니 2002년 한일월드컵 때도 그랬다. 그때도 독일은 그렇게 두각을 나타내는 팀이 아니었지만 결승까지 올라갔고 결국 브라질에 무릎을 꿇으며 준우승을 했다. 나는 그때 우리도 조금만 더 힘이 있었고(우리 대표팀은 16강전, 8강전을 모두 연장전까지 가는 악전고투를 했다) 독일처럼 신이 선사하는 운을.. 더보기
삼신산쌍계사의 석탑 쌍계사에 우뚝 선 9층석탑. 근래 만든 석탑치고는 아주 잘 만들었다. 공력을 기울인 흔적이 보인다. 하지만 역시 석탑은 이렇게 오랜 세월의 때가 묻어야...... 대웅전 앞 한쪽 귀퉁이에 서있는 낡고 초라한 석탑, 진정한 공력은 세월임을 일깨워 주고 있다. 대웅전 옆 수행자들의 거처를 둘러싼 담벼락...... 그 안에선 스님의 여유로운 일상이 잔잔하고...... 여기에도 세월은 초병처럼 버티고 서서 깨달음의 담장을 지킨다. 그 평화에 다시 깃들고 싶다. 작년 7월 18일에 찍은 사진이다. 더보기
축구국대, 온갖 특혜에 군대도 빼주는데 욕도 좀 못하냐 축구 국대들이 브라질에서 술판 벌이고 기념사진 찍고 한 게 들통 나서 문제가 됐고 홍명보가 감독직 자진사퇴하는 걸로 종결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 “축구 졌다고 회식도 못하냐?” “별 걸 가지고 다 트집 잡는다”며 비난여론을 비난하기도 한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홍명보가 월드컵 직전에 땅을 산 데 대해 비난여론이 비등한 데 대해서도 “개인의 경제활동”일 뿐인데 지나치다고 반박하지만, 과연 그럴까? 뭐 내 생각은 이렇다. 비싼 월급 받고 특혜 누리며 국대로 뛰는 선수들, 감독이라면 조심했어야지. 이런 상황에서 술판을 벌이더라도 눈치 못 채게 은밀하게 하면 누가 뭐라나. 뭐한다고 그걸 공개해가지고 이런 사단을 만드느냐고. 문제는 이 친구들의 아무 생각 없음이다. 특히 홍명보는 책임이 더 크다(나는 홍명보가.. 더보기
노동을 도둑놈 심보라 하고 자본을 생산성이라 부른다 박훈 변호사에게 임금체계 개편 및 근로시간 단축의 쟁점이라는 주제에 대해 강의를 들었다. 창원대학교 노동연구센터가 개설한 노사관계현장리더아카데미강의 일정 중에 임금 시리즈 2탄이다. 지난주 첫 번째 시간은 경북대 로스쿨에 이달휴 교수란 분이 강의를 해주었는데 아주 딱딱한 내용을 딱딱한 방식으로 그러나 매우 흥미롭고 재미있게 해주어서 신통하게도 조는 사람이 한명도 없었다. 그러나 어제 나는 조금 졸았다. 내가 졸았던 것은 박훈 선생님의 강의가 재미없었기 때문은 아니었다. 다만 내가 최근(몇 년 전부터) 평소 자지러질 정도로 피곤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 그 횟수가 잦아졌고 정도가 매우 심해져서 거의 까무러칠 정도로 괴로운 지경에 이르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하필이면 박훈 선생님의 강의시간에 그 .. 더보기
역적 정도전의 후손들은 잘 살았다 ※ 아래 글은 홍기표 씨의 페이스북 글을 퍼온 것입니다. 재미있기도 하고 새길 만한 내용도 많아 두고두고 보려고 여기다 옮겨 놓습니다. 1>나는 아직 우리가 조선의 백성이라고 생각한다.그 이유는 첫째, 한글을 쓰고 있다. 둘째, 서울을 계속 쓰고 있다. 세째, 태극기를 쓰고 있다. (태극은 성리학의 핵심 세계관이다. 성학십도의 첫번째 그림이 태극도설이다.)이 조선을 설계한 인물이 바로 정도전이다. 2> 주말 드라마 이 끝났다.지금까지 TV드라마는 대부분 이나 을 주인공으로 다루었다. 즉 사극에서는 주인공의 직업이 매우 단조로웠다. 심지어는 임금 역할을 맡은 배우들도 고정적이었다. "고려는 최수종이 세우고, 조선은 유동근이 세웠다"는 말이 있을 정도 였다.은 .. '정치가'를 다룬 드라마다. 일각에서는 정.. 더보기
노사아카데미, 노사관계란 무엇인가? 어제 노사관계현장리더아카데미 수업에 가서 노사관계란 무엇인가에 대해 배웠습니다. 관계란 일단 동등함을 상정하는 것이지요. 부부관계도 동등함 위에서 맺어지는 것이고, 사제관계도 마찬가집니다. 일방적인 관계는 관계가 아닙니다. 군신관계가 있는데 주종관계라고 인식되는 이 관계도 따져보면 동등함 위에서 출발합니다. 일방적인 충성만 강조하는 군신관계는 언젠가 파국을 맞게 됩니다. 신하에게 충성을 얻으려면 왕은 그에 걸맞은 혹은 그 이상의 무언가를 지불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쫓겨나죠. 그걸 반정이라고 합니다만. 그렇게 살펴보니 모든 관계는 기브앤드테이크의 관계네요. 누가 더 주고 덜 받을지는 각자가 가진 힘과 조직력, 지적 수준 등에 의해 결정되는 것일 테고. 여기까진 어디까지나 제 쪼대로 생각일 뿐입니다. .. 더보기
마크 트웨인과 생텍쥐페리의 위로 “유람선은 항상 가정과 같은 분위기를 유지함으로써 여행객이 병에 걸릴 경우 주위의 친절한 벗들로부터 가능한 모든 치료와 위로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에 나오는 여행 프로그램의 한 구절입니다. 이 여행 프로그램은 1867년 2월 1일 브룩클린에서 발행된 것으로 실제입니다. 200자 원고지로 대략 2~30매에 달하는 장문의 여행 프로그램인데 일종의 판촉홍보물인 셈입니다. 그 시절에 이런 상세하고 자상한 광고문이 있었다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비유하자면 요즘 TV홈쇼핑에서 쇼호스트들이 보여주는 그것과 유사하다 할 것인데 어쩌면 그보다 더 섬세한 리얼함이 느껴집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제가 주목한 것은 바로 위에 인용한 문장 중 “위로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내용입니다. 유럽인들은 치유에 있어서 위로.. 더보기
고대그리스 남자들이 장을 봤던 까닭 고대그리스에서 장보기는 남자의 일이었다. 이 남자들이 모이는 곳이 바로 시장 즉 아고라였다. 나중에 아고라는 광장이라는 의미로도 통하게 되었는데 장을 보기 위해 시장에 모인 남자들이 이곳에서 정치토론을 벌였기 때문이다. 기원전 5세기 무렵 그리스에는 종이가 없었다. 파피루스가 있었지만 마음껏 글을 새길 수 있을 만큼 풍족하지 못했기 때문에 요즘처럼 전단을 만들어 뿌린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만약 그것이 가능했다면 당연히 그렇게 했겠지만, 그렇게 할 수 없었으므로 야심을 가진 정치지망생들은 대신 대중연설을 통해 자신을 알릴 수밖에 없었다. 당시 그리스인들의 최고 관심사는 어떻게 해서든 호민관이나 원로원의 일원이 되는 것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들을 가르치는 전문직이 생겨났는데 소피스테스(영어.. 더보기
블로그 재개를 결심하며 정확하게 언제부터인지는 알 수 없지만 대략 4~5년 전부터 블로그를 거의 운영하지 않다가 2~3년 전부터는 폐업 비스름한 상태에 빠진 듯하다. 이제부터 새로 시작하려고 한다. 글을 어떻게 써야 할까 고심인데, 나름대로 플랜을 가지고 썼으면 좋겠다는 정도의 생각은 가지고 있다. 원래 길게 구질구질 쓰기를 좋아하니 시리즈로 써도 좋겠다. 아무튼 게으름 피지 말고 제대로 했으면 좋을 텐데 이거 또 작심삼일 아닐지 모르겠다. 뭐든 조직이 있어야 꾸준하게 할 수 있는 법인데 현재는 그런 게 내게 없다. 대략 4~5년 그 이전에는 아마도 조직 같은 게 있었다. 충성심도 있었고. 지금은 그게 없으니 문제다. 아무튼 글은 자꾸 써야 실력이 줄지 않고 느는 법이다. 아무리 좋은 칼도 안 쓰면 녹슬게 돼 있는 거고 차도 .. 더보기
꼭 꽃이 있어야 좋은가요? 꼭 꽃이 있어야 좋은가요? 꽃 없어도 얼마든지 아름답네요. 저는 오히려 이때가 더 보기 좋답니다. 빠알갛게 남은 꽃자리(?)와 연초록 이파리가 피어날 때, 이때가……. - 신마산 창원천변 벚꽃군락 더보기
선관위는 왜 이런 귀찮은 일을 자청했을까? 이번 64지방선거에서부터 사전투표제란 것이 실시된다. 앞서 2013년 424 재보궐선거에서 사전투표제가 실시되기는 했으나 전국동시선거에서 실시하기는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안다. 그런데 대체 사전투표제란 것이 뭘까? 사전선거운동이란 말은 들어 봤어도 사전투표제란 말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생소하기 이를 데 없을 것이다. 그럼 먼저 간단하게 사전투표제의 내용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1. 개념 : 선거인이 별도의 부재자신고 없이 사전투표 기간 동안 전국 어느 사전투표소에 서나 투표할 수 있는 제도이다. 2. 대상선거 : 모든 공직선거에 적용한다. 3. 대상자 : 선거일 전에 투표하려는 선거인은 누구든지 자신이 투표하기 편리한 곳에 가 서 투표할 수 있다. 자, 대략 이런 내용이다. 간단하게 살펴봐도 알 수 있.. 더보기
세일즈맨 같은 선관위, 의외네? 유권자 공감&소통을 위한 파워블로거 간담회에 불려갔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사실은 내 스스로 가겠다고 자청하여 간 것이다. 선거에 대해, 그리고 선관위에 대해 좀 자세하게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인생을 반백년이나 살아왔고 수없이 선거(행위)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가만히 살펴보니 아는 게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해딴에’에서 주관하는 행사에 초청 반 자청 반 해서 갔던 것이다. 우선 첫 번째 느낌은 선관위 직원들이 우 (몰려)나와서 몇 명 안 되는 우리 블로거들을 반기고 인사하고 접대하는 모습이었다. 나는 이게 몹시 낯설었다. 내가 생각하는 선관위는, 선관위 직원들은 이런 모습이 아니었다. 그들은 검은 양복에 넥타이 매고 돋보기 안경을 쓴 눈으로 근엄하게 우리를 지켜보고 있어야 했다. 그런데 그날의 그들은.. 더보기
미국 밀항기 어젯밤 꿈을 꿨다. 미국에 밀항하는 꿈이었다. 배를 타고 갔는데, 앞이 넓고 뒤가 좁은 낙엽 혹은 오징어 모양의 배였다. 평평한 갑판에 경비행기 한대가 내렸다 떴다하기를 반복했었는데 항공모함이었나? 아무튼 배는 무지하게 빨랐다. 물살을 가르는 속도감이 엄청났다. 바람에 창문이 자꾸 열려서 그거 닫는다고 일어났다 앉았다 하다가 나중에는 귀찮아서 자그마한 막대기를 한 개 구해 고정시켰다. 사나흘 걸린다고 했는데 금방 미국 북쪽의 어느 해변에 도착해서 좀 이상하게 생각은 했다. 꿈속에서도 북쪽 근처 어디라고 해서 그럼 시애틀 근천가? 하고 생각했던 것 같다. 자그마한 승용차 두 대와 여자 세 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 여자는 우리의 여권을 일일이 확인했다. 나는 꿈속에서, 아니 밀항하는데 여권은 왜 확인하는 .. 더보기
일대종사 대사, 언제 표절했지? 일대종사 보고 있다. 그런데 익숙한 대사 하나가 나온다. “인생에 사계절이 있다면 우린 봄에서 곧바로 겨울이 된 거다.” 이거 이 영화 보기 며칠 전에 쓴 글 중에 한 대목과 너무 유사하다. “인생에 사계절이 있다면 그것은 여름에 불어온 비바람이었다.” 젠장, 어떻게 해야 하지? 난감하네. 아무래도 왕가위 거 표절한 분위기 되는 건데……. 아무튼 영화는 딱 내 취향이다. 스타일뤼시~ 더보기
지난여름 문경새재 걷기 사진들 교귀정? 용추? 여기서 궁예가 죽었음. 물론 드라마에서...... 문경새재의 가장 큰 장점은 이렇게 계곡이 길 바로 곁에 붙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온다는 것이다. 제2관문 조곡관. 세 개의 관문 중 최고임. 우리 초등학교, 중학교 졸업앨범 표지에 등장하는 풍경. 졸업앨범 사진은 하얗게 눈 덮인 풍경이라 더 멋짐. 제1관문은 주흘관, 제3관문은 조령관. 조선 정조 때 세워진 산불조심 표지석. 예나 지금이나 산불조심. 꾸구리 바위? 예쁜 아가씨가 지나가면 꾸구리가 바위를 움직여 흔들거렸다 함. 문경새재는 맨발로 걸어야 제맛. 지름틀바우. 기름 짜는 지름틀처럼 생겼다는데 나는 잘 모르겠음. 지름틀을 본 적이 없어서. 새재 입구에서 이렇게 신발을 벗어 숨겨놓고 갔음. 어둠이 찾아드는 새재. 뒤에 제1관문 주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