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 브라질월드컵에서 우승했다는 소식을 접하며 드는 생각은, 우리나라도 2018년 러시아월드컵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조금은 몽상적인 희망이다. 뭐 다른 사람들이야 어땠을지 몰라도, 최소한 나는 독일이 우승하는 것을 전혀 예상하지 않았다. 아무리 네이마르가 빠졌다고 하더라도 브라질을 이긴 것도 그렇지만 독일은 늘 운이 좋고 의외의 결과를 도출하는 팀인 것만 같아 부럽기까지 하다. 그러고 보니 2002년 한일월드컵 때도 그랬다. 그때도 독일은 그렇게 두각을 나타내는 팀이 아니었지만 결승까지 올라갔고 결국 브라질에 무릎을 꿇으며 준우승을 했다. 나는 그때 우리도 조금만 더 힘이 있었고(우리 대표팀은 16강전, 8강전을 모두 연장전까지 가는 악전고투를 했다) 독일처럼 신이 선사하는 운을 조금이나마 나눠가질 수만 있었다면 하고 생각했다. 사실 독일과의 경기는 그 이전의 이탈리아나 스페인과의 경기보다는 훨씬 자신감과 파이팅이 넘쳤다. 내 개인적인 주관이지만, 틀림없이 당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전력은 독일에 뒤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기술과 조직력 면에서는 한수 앞선 팀이었다. 다시 한 번 내 주관을 피력하자면 한일월드컵 최강의 팀은 스페인이었으며 만약 스페인이 우리에게 발목이 잡히지 않았다면 가볍게 독일을 이기고 브라질과 결승에서 맞불었을 것이다. 아마 그랬다면(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결과는 어땠을지 아무도 모른다. 제아무리 호나우도가 버티고 있는 브라질이라도 스페인을 이기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아무튼, 길게 얘기할 것 없이 결론을 내리자면, 독일의 우승은 우리도 우승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도 좋지 않을까 하는 허황된 망상을 갖게끔 한다. 그러나 그것이 꼭 허황된 망상이기만 할까. 유럽 유수의 유소년 팀에서 맹활약하고 있다는 백승호, 이승우, 장결희, 이강인(얘는 이제 겨우 열네 살이라니까 2018년에 출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실력보다는 코드-code, cord 둘 다-에 휘둘리는 환경이라 더 미심쩍다. 참고로 펠레는 16세에 월드컵에 출전했다)이 공 차는 모습을 보면 그런 망상은 확신이 되기도 한다. 특히 바르셀로나의 이승우같은 친구는 리틀 메시라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고 하니 더 그렇다. 실제로 이 선수들의 백넘버가 10번, 7번을 달고 뛰는 걸 보면 이게 장난이 아닌 걸 알겠다.
하도 어이없는 결과를 보다 위안 삼아 쓴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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