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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이야기

선관위는 왜 이런 귀찮은 일을 자청했을까?

이번 64지방선거에서부터 사전투표제란 것이 실시된다. 앞서 2013년 424 재보궐선거에서 사전투표제가 실시되기는 했으나 전국동시선거에서 실시하기는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안다. 그런데 대체 사전투표제란 것이 뭘까? 사전선거운동이란 말은 들어 봤어도 사전투표제란 말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생소하기 이를 데 없을 것이다.

그럼 먼저 간단하게 사전투표제의 내용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1. 개념 : 선거인이 별도의 부재자신고 없이 사전투표 기간 동안 전국 어느 사전투표소에 서나 투표할 수 있는 제도이다.

2. 대상선거 : 모든 공직선거에 적용한다.

3. 대상자 : 선거일 전에 투표하려는 선거인은 누구든지 자신이 투표하기 편리한 곳에 가 서 투표할 수 있다.

자, 대략 이런 내용이다. 간단하게 살펴봐도 알 수 있는 것은 유권자에게 매우 편리한 제도라는 것이다. 굳이 선거일에 바쁜 일이 있어 투표를 할 수 없는 사람이라도 별도로 정한 투표일에 투표를 할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있을까. 보다 많은 국민들이 투표에 임할 수 있도록 하려는 선관위의 노력이 돋보이는 제도다.

이번 64지방선거의 경우에 사전투표일이 5월 30일과 31일 이틀이므로 말하자면 투표일을 3일로 늘리는 것인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게 됐을까? 그것도 자기 선거구 투표소가 아니라 전국 어느 곳에서나 투표가 가능하다니 실로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은 모두 발전된 첨단기술의 덕분이었다. 대한민국 유권자 모두를 통합선거인명부시스템으로 관리할 수 있는 서버, 운용프로그램, 통합명부통신망, 통합명부운용장비의 구축이 가능했기에 할 수 있는 일이었던 것이다.

물론 문제는 있을 수 있다. 안 그래도 최근 통신망과 관련한 사고가 자주 일어나는데 어떻게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통합명부통신망을 구축하는가 하는 것이다. 이 문제는 내가 왈가왈부하기는 좀 그렇다. 정보기술과 관련해 아는 게 별로 없으니. 그러나 신뢰성을 확보가 대단히 중요하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중투표 방지의 문제라든지 투표절차 및 방법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효과적으로 고안하고 관리하느냐 하는 것도 관건이다. 이 또한 내가 왈가왈부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다만 말할 수 있는 것은 어떻게든 공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머리를 짜야 한다는 것인데, 일단은 선관위의 고민이 충분했을 것으로 믿어보기로 한다.

그러면 잠깐 다시 투표절차 및 방법에 관해 살펴보도록 하자.

1. 통합선거인명부를 이용하여 선거인 본인 조회(신분증명서 제시)

2. 무인 도는 서명 입력

3. 투표용지 발급기를 이용하여 투표용지와 주소라벨을 출력하여 주소라벨은 회송용봉투 에 부착한 후 선거인에게 각각 교부. 이때 관내선거인에게는 투표용지만 출력, 교부. 관내선거인이란 사전투표소가 설치된 읍면동 거주 선거인을 말한다고 되어 있는데, 쉽 게 말하면 자기 동네에서 투표하는 선거인을 말한다.

4. 선거인이 기표소에서 투표용지에 기표 후 기표한 투표지를 회송용 봉투에 넣은 후 봉 함하여 투표함에 투입. 이때 관내선거인은 회송용봉투에 넣지 않고 투표지 그대로 관 내선거인 투표함에 투입.

여기서도 하나의 문제점이 발견되는데, 관외선거인이 투표를 한 다음 회송용봉투에 넣지 않고 그대로 투표함에 집어넣을 경우에 어떻게 하느냐 하는 것이다. 무효표로 할 것인가, 아니면 선관위 직원이 따로 회송용봉투에 담아서 해당선거구로 보내 줄 것이냐를 정해야 하는 것이다. 그 점에 대해 질문했더니 답변은 이랬다.

“여러 다른 문제점들과 더불어 그 문제도 생각하고 있다. 지금 면밀하게 검토하고 방법을 만들고 있는 중이다”

아무튼, 좋은 제도이긴 하지만 확실하게 정착하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괜히 골치 아픈 제도를 만들어 일감을 늘리면서까지 투표율을 높여보겠다는 선관위의 노력은 실로 가상하고 칭찬받을 만한 일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5월 30일과 31일이 금요일, 토요일인데 비정규직노동자들에게 얼마나 효과가 있을 것인지 의문이 든다는 것이다. 내 생각에는 일요일과 월요일을 정해서 사전투표를 할 수 있도록 해주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하지만 급하게 제도를 운용하면서 일정상, 행정상의 여러 문제가 있을 것으로 이해는 한다.

나는 5월 30일과 31일 양일 중에 하루를 택해 경험삼아 사전투표를 해볼 생각이다. 그것도 관내선거가 아닌 관외선거로. 관내선거는 투표용지 7장에 기표를 한 다음 투표함에 바로 넣으면 되지만 관외선거는 투표용지 7장에 기표를 한 다음 회송용봉투에 넣는 한 공정이 더 있다.

그러므로 신경 좀 써야겠다. 마지막 공정을 빼먹지 않도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