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 공감&소통을 위한 파워블로거 간담회에 불려갔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사실은 내 스스로 가겠다고 자청하여 간 것이다. 선거에 대해, 그리고 선관위에 대해 좀 자세하게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인생을 반백년이나 살아왔고 수없이 선거(행위)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가만히 살펴보니 아는 게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해딴에’에서 주관하는 행사에 초청 반 자청 반 해서 갔던 것이다.
우선 첫 번째 느낌은 선관위 직원들이 우 (몰려)나와서 몇 명 안 되는 우리 블로거들을 반기고 인사하고 접대하는 모습이었다. 나는 이게 몹시 낯설었다. 내가 생각하는 선관위는, 선관위 직원들은 이런 모습이 아니었다. 그들은 검은 양복에 넥타이 매고 돋보기 안경을 쓴 눈으로 근엄하게 우리를 지켜보고 있어야 했다. 그런데 그날의 그들은 꼭 세일즈맨 같았다. 그래서 나는 속으로 “엇! 이거 매우 의외네?” 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날 간담회에는 경남도선관위 사무를 총괄 책임지고 있는 사무처장도 나왔다. 나는 외람되게도 그에게 몇 급이냐고 물어보았는데 그의 곁에 있던 4급 서기관에 해당하는 홍보과장이 국가직공무원 2급이라고 대신 말해 주었다. 2급이면 이사관급이다. 속물적인 나는 그래서 매우 흡족한 마음이 되었다. 이거 이런 말 써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랬다.
2월 26일 열린 유권자 공감&소통을 위한 파워블로거 간담회에서 내가 가장 감명 깊었던 것은 바로 이것이었다. 행사 제목처럼(거기에 파워만 뺐으면 더 좋았겠지만) 유권자와 공감과 소통을 하겠다는 선관위의 태도, 검은 양복에 넥타이를 맨 맨인블랙 같은 선관위 직원이 아니라 우리 가까이에 있는 이웃으로서의 선관위를 발견했다는 것. 만났다는 것.
그러고 보니 선관위 건물이 도의회 앞에서 시내로 빠져나온 것은 매우 잘한 일이란 생각도 들었다. 마산선관위도 봉암동 공단 어느 깊숙한 곳에서 사람들이 쉽게 보고 접할 수 있는 육호광장으로 빠져나옴으로써 많이 친숙해졌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이 또한 공감과 소통의 노력의 일환이란 생각이 들었다. 사실 선관위를 제대로 알고 보았던 국민들이 얼마나 될까.
최근 공정선거와 관련하여 선관위가 곤혹스런 처지에 처한 면도 없지 않으나 이렇듯 국민들과 소통하고 공감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은 매우 좋게 보인다. 결국 선관위가 할 수 있는 공정선거를 위한 노력 중에는 더 많은 국민을 선거에 참여시키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고 할 때, 아니 중요하다고 생각했으므로 이날 간담회에서 보여준 그들의 태도는 매우 소중하고 아름답다고 느꼈다.
아무튼 나는 감시하고 감독하는 선관위의 모습보다 함께 소통하고 공감하려는 선관위의 모습이 매우 의외였다. 이것으로 선관위와의 만남 첫 번째 포스팅을 마친다. 사실은 내가 지금 조금 바쁘다. 바쁜 일 끝내 놓고 두 번째 이야기를 하도록 하겠다. 이것은 선관위와의 간담회 약속이기도 하지만 내 자신 스스로 선거에 대해 좀 할 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가지 아쉬운 게 있다면 역시나 이렇게 국민의례를 하고 연설도 들었다는 것이다. 그런 의례적인 것만 안 했다면 최상이었을 텐데 하는 섭섭함이 있다. 일반국민을 상대할 때는 굳이 공무원들 사회에서 하는 걸 할 필요가 있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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