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에 해당되는 글 18건

  1. 2014.07.15 월드컵, 2018년엔 우리도 우승할 수 있다 by 파비 정부권 (3)
  2. 2011.01.26 한일전 패배, 아쉽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결과 by 파비 정부권 (2)
  3. 2010.07.12 스페인 우승, 실리축구에 대한 토탈사커의 승리 by 파비 정부권 (10)
  4. 2010.07.08 건재 과시한 펠레의 저주, 남아공월드컵서도 완성되다 by 파비 정부권 (3)
  5. 2010.07.03 '남아공월드컵' 수아레스, 신의 손 아니라 악마의 손 by 파비 정부권 (70)
  6. 2010.06.29 남아공 오심월드컵, 챔피언을 가린다면? by 파비 정부권 (12)
  7. 2010.06.28 역시 '오심월드컵', 영국 ·멕시코도 울려 by 파비 정부권 (12)
  8. 2010.06.27 오심월드컵, 가장 무서운 건 심판 by 파비 정부권 (6)
  9. 2010.06.24 마라도나 때문에 늘어난 블로그 트래픽 by 파비 정부권 (3)
  10. 2010.06.23 대한민국 16강 진출, 축구 보다 죽을 뻔 했습니다 by 파비 정부권 (9)
  11. 2010.06.22 월드컵 북한:포르투갈 경기 보다, "북한이나 MB나 똑같아" by 파비 정부권 (4)
  12. 2010.06.19 월드컵 응원전 된 블로그강좌 뒷풀이 소감 by 파비 정부권 (4)
  13. 2010.06.18 허정무와 마라도나의 결정적 차이 by 파비 정부권 (28)
  14. 2010.06.16 오락가락 월드컵 기사, 누구 말이 맞나 by 파비 정부권 (3)
  15. 2010.06.13 낙동강 사진전에서 만난 월드컵의 추억 by 파비 정부권 (1)
  16. 2008.10.04 개천절에 무학산을 정복하다 by 파비 정부권 (2)
  17. 2008.09.18 명절날, 게와 짱뚱어 수난을 당하다 by 파비 정부권 (8)
  18. 2008.09.16 목포는 항구다, 마산도 항구냐? by 파비 정부권 (7)

독일이 브라질월드컵에서 우승했다는 소식을 접하며 드는 생각은, 우리나라도 2018년 러시아월드컵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조금은 몽상적인 희망이다. 뭐 다른 사람들이야 어땠을지 몰라도, 최소한 나는 독일이 우승하는 것을 전혀 예상하지 않았다. 아무리 네이마르가 빠졌다고 하더라도 브라질을 이긴 것도 그렇지만 독일은 늘 운이 좋고 의외의 결과를 도출하는 팀인 것만 같아 부럽기까지 하다. 그러고 보니 2002년 한일월드컵 때도 그랬다. 그때도 독일은 그렇게 두각을 나타내는 팀이 아니었지만 결승까지 올라갔고 결국 브라질에 무릎을 꿇으며 준우승을 했다. 나는 그때 우리도 조금만 더 힘이 있었고(우리 대표팀은 16강전, 8강전을 모두 연장전까지 가는 악전고투를 했다) 독일처럼 신이 선사하는 운을 조금이나마 나눠가질 수만 있었다면 하고 생각했다. 사실 독일과의 경기는 그 이전의 이탈리아나 스페인과의 경기보다는 훨씬 자신감과 파이팅이 넘쳤다. 내 개인적인 주관이지만, 틀림없이 당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전력은 독일에 뒤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기술과 조직력 면에서는 한수 앞선 팀이었다. 다시 한 번 내 주관을 피력하자면 한일월드컵 최강의 팀은 스페인이었으며 만약 스페인이 우리에게 발목이 잡히지 않았다면 가볍게 독일을 이기고 브라질과 결승에서 맞불었을 것이다. 아마 그랬다면(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결과는 어땠을지 아무도 모른다. 제아무리 호나우도가 버티고 있는 브라질이라도 스페인을 이기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아무튼, 길게 얘기할 것 없이 결론을 내리자면, 독일의 우승은 우리도 우승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도 좋지 않을까 하는 허황된 망상을 갖게끔 한다. 그러나 그것이 꼭 허황된 망상이기만 할까. 유럽 유수의 유소년 팀에서 맹활약하고 있다는 백승호, 이승우, 장결희, 이강인(얘는 이제 겨우 열네 살이라니까 2018년에 출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실력보다는 코드-code, cord 둘 다-에 휘둘리는 환경이라 더 미심쩍다. 참고로 펠레는 16세에 월드컵에 출전했다)이 공 차는 모습을 보면 그런 망상은 확신이 되기도 한다. 특히 바르셀로나의 이승우같은 친구는 리틀 메시라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고 하니 더 그렇다. 실제로 이 선수들의 백넘버가 10, 7번을 달고 뛰는 걸 보면 이게 장난이 아닌 걸 알겠다.

 

하도 어이없는 결과를 보다 위안 삼아 쓴 글이다.  

Posted by 파비 정부권
일본 축구가 엄청 세네요. 빠르고, 정확하고, 파워 넘치는 일본 축구를 보니, 정말 대단하다는 말밖에 달리 더 할 말이 없네요. 후반 들어 체력이 떨어지면서 우리가 일본을 몰아붙이긴 했지만, 역시 일본은 강했습니다. 그런 가운데 연장 후반 15분 극적인 동점골은 실로 온 국민을 감동의 도가니로 몰아넣었지요.

아, 이겼구나, 모두들 그리 생각했을 겁니다. 이 여세를 밀어붙인다면 틀림없이 이기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이게 웬일이랍니까? 세상에 승부차기 역사상 한 골도 못 넣고 지는 경우는 또 처음 보네요. 어떻게 이런 일이…. 역시 경험의 문제였을까요?

구자철, 이용래, 홍정호.
모두들 신인이군요. 구자철은 차세대 스트라이커로 벌써부터 자리매김했지만, 역시 경험이 부족했을까요? 첫번째 키커를 기성용이나 이청용을 넣는 게 어땠을까요? 그랬더라도 결과는 마찬가지였을 수도 있겠지만 아쉬움이 남는군요.

승부차기는 아무래도 기싸움이 중요하다는데, 경험 많은 노련한 선수를 기용하는 게 좋지 않았을까 계속 미련이 생기네요. 아무튼 제가 볼 때 일본팀은 확실히 강했습니다. 우리가 많이 배워야 할 것 같네요. 일본은 동양인에게 아주 적합한 축구를 구사하는 것 같아요. 짧은 간격을 유지하며 정확하고 빠른 패싱으로 상대 진영을 유린하는 스피드에 탄복하고 말았어요.

우리 팬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일본 축구가 우리보다 한 수 위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반전만 놓고 본다면 3:1 정도, 후반전은 3:2, 연장전에선 우리가 많이 우세했지요. 그럼에도 전후반을 1:1로 마쳤다는 건 정성용의 공이 컸다고 생각되는데요. 정성룡, 아주 잘하더군요.

▲ 일본은 스피드, 투지, 개인기, 파워 등 모든 면에서 강했다. @사진/OCEN


그러나 일본 선수들은 확실히 야수와 같은 투지와 스피드를 가졌더군요. 연장 전반 정성용이 막아낸 패널티 킥을 그대로 달려들어와 차 넣는 것 보세요. 그건 우연이 아니었어요. 개인 기술에 대한 자신감, 거기서 나오는 스피드와 파워가 아니면 할 수 없는 것이었지요. 그러고 보니 개인기에 있어서도 일본이 한 수 위더군요. 

패널티 킥 상황에 대해서 우리는 불만이 있을 수 있어요. 그러나 그것도 결국 우리의 실수였어요. 안 해도 될 반칙을 했고(제가 보기엔 확실히 고의적으로 어깨로 상대편을 쳤거든요), 그게 비록 패널티 에리어 안이냐 밖이냐가 애매한 상황이긴 해도 어디까지나 그건 주심의 권한이거든요. 우리 실수였고, 그것도 실력의 일부분이죠.

한일전이란 특수한 성격은 이런 정도의 실력 차만 갖고는 승패를 장담하기 어려운 면이 있기는 하죠. 누가 투지가 더 강한가, 승부에 대한 집착이 강한가, 체력이 받쳐주는가, 그리고 그날의 운 이런게 많이 작용하겠지요. 운명의 여신이 우리편 손을 들어주는가 했지만, 끝내 승리는 일본의 것이 됐습니다. 

하지만 일본팀은 충분히 승리자가 될 자격이 있는 팀이었어요. 우리도 잘했지만, 일본은 강했어요. 그래서 지고 난 후에 한참을 망연자실 앉아있었지만, 슬프지는 않더군요. 최선을 다한 경기였고, 일본은 우리보다 강팀이었거든요. 그래도 아쉽기는 하네요. 이길 수 있었는데….

앞으로 더 분발해야겠어요.
아시아의 맹주니 이따위 소리 이제 제발 그만 하고요. 우리는 그저 아시아의 여러 강팀들 중 하나일 뿐이에요. 보셨잖아요. 무튼, 일본은 오래전부터 브라질 축구를 배워 일본식 축구를 만들었다던데요. 성공한 거 같네요.

아무래도 동양인의 체형상 유럽형 축구보다는 남미형이 어울리겠지요.
아니면 스페인 축구도 본보기가 될 거예요. 우리도 우리 나름의 스타일을 만들어야 할 텐데. 다시 한 번 우리 팬 여러분께는 죄송하지만, 일본을 좀 배우면 어떨까 싶기도 하고…. 욕 멀을려나?

(그나저나 오늘 밤샘해서 마무리지어야 할 일이 있는데, 큰일났네요.
축구 땜에 영 피곤하고 잠만 오는데, 이거... 확실히 지는 건 안 좋은 거 같아요.
앞으로는 가급적 신경 덜 쓰려고 노력하면서 보더라도 봐야겠다는 생각이...)
Posted by 파비 정부권
스페인 우승의 원동력, 강하고 빠른 토탈사커
"가장 아름다운 축구의 전형 보여줘!'
 







 
스페인이 월드컵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스페인은 이번 월드컵 우승으로 그동안 무관의 제왕이란 칭찬 겸 비아냥을 일소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무관의 제왕. 이 말 속에는 한 번도 월드컵을 차지하지 못했지만 스페인이야말로 세계 최강의 팀이며 영원한 우승후보란 뜻이 숨어 있습니다.

스페인은 유럽의 힘과 조직력에 남미의 기술을 겸비한 가장 이상적인 팀으로 평가 받습니다. 2002년 월드컵 때 8강전에서 한국이 스페인을 꺾고 4강에 등극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상 이날의 경기는 내용면에서 완패한 경기였습니다. 포르투갈과 이탈리아를 맞아 싸울 때와는 판이하게 다른 경기였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2002년, 스페인은 앞서 대결했던 다른 팀들과 확실히 달랐습니다. 포르투갈이나 이탈리아를 몰아붙이던 태극전사들은 스페인의 기술과 조직력, 속도 앞에 속수무책이었습니다. 그런 스페인에게 한 골도 내주지 않고 승부차기에서 결국 이겼다는 것은 당시 대한민국 팀이 얼마나 강인한 팀이었는지를 증명하는 것입니다.

2010년, 역시 스페인은 강했습니다. 화려해 보이기까지 하는 정교하고 빠른 패스로 그라운드를 장악하는 능력은 2002년에 보던 그것보다 더욱 진보했습니다. 마치 농구선수들이 패싱으로 공을 돌리며 상대를 주눅 들게 하듯 스페인 선수들의 몸놀림은 가벼웠습니다. 그러다가 순식간에 골문으로 치고 들어가 여지없이 날리는 슈팅.

물론 네덜란드도 강팀입니다. 그들은 스페인에게 패배하기까지 단 한 번도 지지 않았습니다. 만약 네덜란드가 우승했다면 전승 우승이란 금자탑도 쌓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네덜란드는 요한 크루이프 이래 토탈사커를 구사했고,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이 전술을 배웠습니다. 전원공격 전원수비의 이 압박축구는 현대축구의 대세가 됐습니다.   


덕분에 세계 축구는 엄청나게 빨라졌으며, 선수들의 간격은 좁아졌습니다. 그러나 이번 월드컵에서 네덜란드는 전통적인 스타일을 버리고 소위 실리축구란 것을 구사했습니다. 실리축구? 해설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지지 않고 반드시 이기는 축구를 말한다고 합니다. 이보다 더 좋은 전술은 있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꼭 그렇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실리축구란 곧 공격보다 수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입니다. 수비를 탄탄하게 하면서 실점을 피하다가 역습을 통해 승기를 잡는다, 뭐 이런 간단한 전술입니다.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서 실리축구를 선보인 나라들은 브라질, 파라과이, 네덜란드, 일본 등입니다.  

탄탄한 수비로 실점을 하지 않으면서 역습으로 허를 찔러 득점을 챙긴다는 이 매력적인 전술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는 듯했습니다. 일본도 실리축구로 16강에 진출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이 실리축구가 뛰어난 상대의 계속되는 공격 앞에선 무너질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음도 명확했습니다.  

아무리 맷집이 장사라도 계속 맞다보면 쓰러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네덜란드와 스페인의 대결이 그걸 잘 보여주었습니다. 스페인은 토탈사커의 원조 네덜란드보다 훨씬 발달한 토탈사커로 네덜란드를 압박했습니다. 미드필드를 완전히 장악한 스페인의 계속되는 공격에 네덜란드는 여러 차례 위기를 맞았습니다.

물론 무서운 속도와 돌파력을 지닌 로벤의 활약으로 스페인도 몇 차례 위기를 넘기긴 했지만, 네덜란드를 응원하던(두 팀을 다 좋아하면서도 왜 네덜란드가 이기기를 바란 것인지는 잘 모르지만, 아마도 히딩크 때문인 듯) 제 오금이 계속 저렸던 것을 보면 스페인은 분명 무서운 팀이었습니다.  

결국 아무리 수비를 잘해도 뛰어난 팀의 매서운 공격 앞에선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스페인과 독일의 4강전, 스페인과 네덜란드의 결승전에서 확인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최선의 공격은 최고의 방어라는 진리를 확인시켜준 경기였습니다. 독일과 네덜란드의 공격은 무력했습니다.

실리축구를 구사한 네덜란드와 토탈사커(요즘은 또 점유율 축구라고도 하더군요)의 스페인, 최종 승자는 토탈사커의 원조 네덜란드보다 더 좋은 토탈사커로 상대 진영을 집요하게 압박한 스페인 축구의 승리였습니다. 그리고 관전자의 입장에서도 스페인 축구의 승리가 분명했습니다. 오히려 한 골밖에 먹지 않았다는 게 신기할 정도였습니다.  

네덜란드 축구는 너무나 재미없는 축구였을 뿐만 아니라 실리도 챙기지 못했습니다. 이에 반해 스페인 축구는 보기에도 멋진 훌륭한 경기를 했습니다. 자 그럼 대한민국 축구는 어떤 축구를 배워야 할까요? 제가 보기엔 스페인 축구를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보아하니 스페인 선수들, 한국 선수들과 체격 조건도 비슷해 보였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비록 브라질에 패하긴 했지만(결코 브라질에 쉽게 질 팀이 아니었습니다) 멕시코가 매우 강한 팀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멕시코 선수들의 체격 조건도 우리 선수들에 비해 그렇게 나은 것이 없습니다. 이것은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아마도 인종적으로도 우리와 유사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토탈사커를 위해서는 기초적인 개인기가 필수적이라고 하지만, 그래서 우리 선수들이 못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과거에 우리 선수들은 천부적으로 개인기와는 맞지 않으므로 유럽식의 단순한 힘 축구를 해야 한다고 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이영표 같은 선수의 개인기를 보면서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스페인처럼 빠르고 정확한 패스로 상대 진영을 흔드는 토탈사커, 빠르게 공격과 수비가 포지션 이동을 벌이며 상대를 교란하는 전원공격 전원수비, 이거야말로 한국 축구가 가야 할 길이 아닌가 싶습니다. 지역방어로 실점을 줄이겠다는 소극적인 전술은 재미도 없을 뿐 아니라 이기기도 힘들고 유능한 공격수들을 만나면 여지없이 깨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아, 마지막으로 하나만 덧붙이겠습니다. 요즘 우리 집 옆 대학교 운동장에 가끔 나가 학생들이 공차는 모습을 지켜보는데요. 와, 저 학생들 혹시 브라질에서 유학 온 친구들 아냐? 하고 감탄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정말 발전했더군요. 요즘은 동네 축구도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다 한국 축구가 급속하게 발전할 것이란 징조들이지요. 훌륭한 코칭스태프와 제대로 된 전술만 마련된다면, 한국 축구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16강이 아니라 4강, 아니 우승도 넘볼 수 있는 강한 팀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우루과이전에서 우리는 그것을 충분히 봤습니다.

다만 문제는 들쭉날쭉한 것인데, 그게 글쎄 왜 그런 건지 모르겠네요. 잘 하다가 갑자기 팍 스러지고… 말입니다.
Posted by 파비 정부권

이미지=뉴시스


















남아공 월드컵의 재미있는 관전 포인트 중 하나가 바로 징크스에 관한 것입니다. 월드컵에는 유독 깨지지 않았던 몇 가지의 징크스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징크스들은 이번 월드컵에서 대부분 깨졌습니다. 먼저 개최국은 반드시 결승 토너먼트에 진출한다는 징크스가 깨졌습니다. 남아공이 16강에 진출하지 못했기 때문이죠.

다음 유럽팀은 유럽 대륙 밖에서는 한 번도 우승한 적이 없다는 징크스도 깨졌습니다. 우루과이가 준결승전에서 탈락함으로써 유럼팀만 남았으므로 이번 대회 우승팀은 어쨌든 유럽팀 중 하나가 되게 생겼습니다. 이제 남은 징크스는 오직 하나, 그러나 세상에 가장 많이 회자되는 징크스이기도 합니다. 

펠레의 저주!!!

각국 축구 대표팀 감독들에게는 그 이름만 들어도 무시무시한 저승사자 같은 존재입니다. 만약 펠레의 입에 자국팀이 우승후보로 거론되기라도 하는 날엔 그날로 바로 지옥행입니다.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서도 펠레는 예의 그 저주(?)를 어김없이 쏟아냈는데요.  

처음에 이 저주에 걸린 팀은 늘 세계 최강의 전력을 가졌다고 인정받으면서도 단 한 차례도 월드컵을 들어본 일이 없는 스페인이었습니다. 그러나 다행히 월드컵 예선 첫 경기에서 부진을 보이자 펠레는 스페인에게 걸었던 저주를 철회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팀들에게 이 저주를 옮겼습니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독일, 이 세 팀이 스페인 대신 저주에 걸린 것이었습니다.

과연 펠레의 저주는 건재할까? 세계의 호사가들의 이목이 이 세 팀에 집중됐음은 물론입니다. 메시와 카카가 이끄는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은 역대 최강의 팀으로 손색이 없었습니다. 그 어떤 팀도 이 무적의 팀을 무너뜨린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처럼 보였습니다. 이번에야말로 펠레의 저주도 그 힘을 다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웬걸? 펠레의 저주는 건재했습니다. 브라질이 네덜란드에 덜미를 잡혔습니다. 아르헨티나는 독일에 4:0이란 엄청난 스코어 차로 참패를 당했습니다. 그토록 화려하던 리오넬 메시, 이과인, 테베스의 삼각편대는 단 한 골도 넣지 못했습니다. 마치 진짜 펠레의 저주에 걸려 힘을 못쓰기라도 하듯 어이없이 무너졌습니다.

마지막으로 독일 역시 스페인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8강전에서 보여주었던 젊은 게르만들의 넘치는 패기도 펠레의 저주 앞에서는 소용이 없었던 것일까요? 70 노인이 된 펠레가 이 소식을 듣고 어떤 기분이 되었을까요? 아마 이랬을지도 모르겠군요.

“음, 아직 내 건강엔 별 문제가 없군. 앞으로 12년은 끄떡없을 거 같아!”


읔, 12년이면 혹시 성사될지도 모를 2022 한국월드컵까지! 아무튼 펠레의 저주에서 우여곡절 끝에 해방된 스페인과 처음부터 펠레의 저주는 받아보지도 못한 네덜란드가 결승에 맞붙게 되었습니다. 한 번도 월드컵을 안아보지 못한 두 팀, 과연 월드컵은 어느 팀의 품에 안기게 될 것인가.  

설마 펠레가 다시 이 두 팀 중 한 팀에 저주를 거는 그런 불상사를 만들지는 않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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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비 정부권

월드컵, 도대체 뭘 보고 배울까?

월드컵, 올림픽을 능가하는 지구촌 최대 축젭니다. 우리가 어릴 때 교과서에서 배운 축구는 이런 것이었습니다. 단결과 협동을 배울 수 있는 스포츠, 그리고 페어플레이. 페어플레이란 그런 것이겠지요.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반칙과 편법을 써서는 안 된다는 가르침,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오늘 새벽 우루과이가 4강에 진출했습니다. 그런데 우루과이 4강 진출이 바로 페어플레이 정신을 짓밟은 대가로 쟁취한 것이란 점에서 보는 이로 하여금 씁쓸함을 감추지 못하게 합니다. 연장 후반 15분 몇 초, 가나의 마지막 프리킥을 끝으로 경기는 종료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월드컵 4강 기적 일군 수아레스의 손, 그것도 축구다?

그런데 이 마지막 프리킥이 절묘한 헤딩슛으로 연결되며 골문안으로 빨려들어갔습니다. 골키퍼까지 제낀 공 앞에는 골문 안에 서 있던 두명의 수비수만이 있을 뿐이었습니다. 이들은 손을 쓸 수가 없습니다. 첫 번째 슛은 수아레스가 동물적 감각으로 발로 차냈지만, 재차 이어진 헤딩슛은 발을 쓸 수 있는 높이가 아니었습니다.

공을 손으로 쳐내는 수아레스. 사진=뉴시스


순간 수아레스의 손은 마치 신들린 것처럼 공을 쳐냈습니다. 만약 수아레스가 마라도나였다면 이렇게 말했을 겁니다. "그건 내 손이 아니었어요. 신의 손이었죠!" 마라도나의 신의 손은 경기의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 요인이라고 할 수 없었지만, 수아레스의 신의 손은 탈락이 결정된 우루과이의 운명을 뒤집어 4강에 올려놓고 말았습니다.

혹자는 이것도 축구라고 말합니다. 그럴 수도 있습니다. 다급한 상황에서 손으로 공을 쳐낸 행위를 아예 이해 못하는 건 아닙니다. 반칙에 이은 퇴장으로 충분히 대가를 치렀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가나가 페널티킥 실축을 한 것도 그저 불운 탓으로 돌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월드컵은 그런 최소한의 이해심마저도 어렵게 했습니다.  

남아공월드컵은 심판들의 어처구니없는 오심 행진으로 오심월드컵이란 오명을 안았습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지독한 건 이전에 없이 발달한 할리우드 액션이 유독 많았다는 것입니다. 과거의 할리우드 액션이 거짓으로 파울을 당한 것처럼 위장하는 것이었다면, 이젠 자기가 잘못해놓고 그걸 덮어씌우는 것으로까지 발전했습니다.

브라질전에서 할리우드 액션으로 카카를 퇴장시킨 코트디부아르의 케이타는 압권이었습니다. 카카 선수 얼마나 황당했을까요?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었을 겁니다. 강도가 집 주인에게 담 넘다가 허리를 다쳤다고 물어내라고 생떼를 쓰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이런 경기를 보면서 자란 아이들이 나중에 어떻게 될까요? 

멍청히 서 있다가 자기에게 달려와 부딪혀 넘어진 선수의 할리우드 액션에 퇴장 당하는 카카


현대축구에선 지능적인 반칙도 실력?

세상에 난무하는 음모와 협잡을 보며 "그래, 그것도 세상이야!" 하고 말한다면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비약이 좀 지나치긴 했습니다만, 아무튼 빨라진 현대축구만큼이나 반칙도 지능적으로 발전했습니다. 현대축구를 압박축구란 말로도 대신합니다. 수비수와 공격수가 동시에 와 하고 올라갔다가 와 하고 내려오는 게 현대축구의 특징입니다.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수비수는 하프라인을 넘지 않는 것이 기본 원칙처럼 되어 있었습니다. 오버래핑이란 말이 생긴 것도 최근의 일입니다. 우리나라에선 이영표 선수가 오버래핑의 대명사였죠. 센터포드, 센터하프, 풀백, 라이트 윙, 레프트 윙 하는 포지션들은 거의 고정된 자기 위치를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1970년대를 풍미했던 네덜란드의 압박축구는 세계 축구를 변화시켰습니다. 전원수비 전원공격의 이 독특한 축구 스타일은 오늘날의 빠른 축구를 탄생시켰습니다. 문제는 심판들입니다. 강인한 체력을 바탕으로 빨라진 현대축구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심판들은 과거에 하던 그대로 느릿느릿 경기장을 걸어 다니며 권위를 뽐내기만 할 뿐입니다.

경기는 빨라지기만 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빨라진 만큼 경기장은 훨씬 복잡해졌습니다. 과거에 선수들이 자기 자리를 지키며 흩어져 있었다면, 오늘날에는 여러 명의 선수들이 뭉쳐 혼전을 벌이는 경우가 다반삽니다. 그만큼 심판들이 시야를 확보하기가 어려워졌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반대로 이런 현실은 선수들의 지능적인 반칙을 발전시켰습니다. 이제 마치 심판 몰래 반칙을 잘 하는 것도 실력으로 평가 받는 시대가 된 듯합니다. 우루과이와 한국의 8강전 경기 전에 한국 언론들은 수아레스에 대한 경계령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수아레스의 할리우드 액션을 경계하라!"  

날로 지능화되는 반칙, 이대론 안 된다

수아레스는 이미 그런 선수로 알려져 있었던 것입니다. 수아레스가 정직하고 공정한 페어플레이어였다고 하더라도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공을 손으로 쳐내지 않았으리란 보장은 없습니다. 그러나 만약 그가 페어플레이를 생각하는 선수였다면 최소한 그렇게 쉽게 손이 나가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아마도 손보다는 머리가 나갔겠지요.

게다가 이번 월드컵은 축구가 얼마나 반칙으로 오염되어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대회였습니다. 매 경기마다 반칙이 난무하고 심판들의 오심이 줄을 이었습니다. 이겨도 이긴 것이 아니고 져도 진 것이 아닌 우스꽝스런 대회가 되고 있습니다. 더없이 추악해진 월드컵에서 수아레스의 신의 손이 가벼운 해프닝이나 귀여운 에피소드가 될 수 없는 이유입니다.  

빨간 딱지 레드카드. 이걸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날로 갈수록 지능화되고 야비해지는 반칙들, 지구촌 축제를 추악한 월드컵으로 만드는 그라운드의 범죄행위에 대해 빨간 딱지 한 장으로 만족해야 할까요? 아울러 할리우드 액션으로 심판을 속이고 승패의 운명을 뒤바꾼 행위들에 대해서도 사후에 밝혀내 엄중한 책임을 묻는 제도적 개혁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물론 수아레스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박주영이 그 자리에서 그런 행동을 했다면 아마 모르긴 몰라도 박주영도 우리나라에선 영웅 대접을 받았을 겁니다, 수아레스처럼. 다른 모든 지구인들이 손가락질을 해도 우리는 우리의 위대한 범죄자를 향해 기꺼이 기립박수를 치며 찬양하겠지요.

"와우, 최고야. 승리를 위해선 비열한 반칙도 영웅적 행동일 뿐이야."


"무조건 이기면 최고야!" 수아레스, 우루과이선 영웅?

축구에서만 그런 것은 아닙니다. 바로 우리 주변에서도 이런 일은 수시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잘 생각해보십시오. 단결과 협동정신은 매우 훌륭한 것이지만, 한편으로 이처럼 패거리문화, 폭력적 이기주의, 집단적 최면상태 등을 야기하는 역기능도 있다는 것입니다. 내 편이면 어떤 비열한 반칙을 해도 용서를 넘어 고무 찬양해야 한다는….

그래서 축구에서만이라도 최소한 정의가 승리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기대가 실로 부질없다는 것을 이번 월드컵은 유감없이 보여주었습니다. 아무튼 수아레스는 우루과이에선 영웅 대접 받게 생겼네요. 남아공 월드컵, 마지막까지 정말 재미를 줍니다. 파이팅입니다.  

Posted by 파비 정부권

남아공월드컵이 오심으로 얼룩졌습니다. 재미가 반감됐다는 볼 멘 소리도 많이 들립니다. 하지만 반대로 언론들은 신이 났습니다. 이야기 거리가 많이 생겼으니까요. 86년 멕시코월드컵에서 마라도나가 창조한 신의 손도 그렇습니다. 경기가 끝난 다음 기자들의 질문에 마라도나가 그렇게 얘기했다지요.

"그건 내 손이 아니라 신의 손이었소!"

그래서 신의 손이란 말이 생겼는데, 언론들에겐 두고두고 우려먹을 수 있는 꺼지지 않는 양식 아니겠어요? 그러나 축구가 여럿이 힘을 합쳐 목표를 이루어내는 단결과 협동심을 배울 수 있는 스포츠라든지 공정한 룰을 통해 합리적인 경쟁을 배우는 장이라든지 하는 말은 이번 월드컵을 얼룩지게 만든 오심으로 인해 무색하게 되고 말았습니다. 

아무튼, 이번 남아공 대회에서 유독 빛이 난 오심 세 개를 고른다면 어떤 것일까요? 많은 빛나는 오심들이 있었지만 그 중에 꼭 세 개를 고르라고 한다면 저는 다음 세 개를 추천하겠습니다. 

1. 독일 vs 영국 경기에서 골라인 넘어간 골을 노골로 선언
2. 아르헨티나 vs 멕시코 경기에서 완벽한 오프사이드 반칙 묵인
3. 브라질 vs 코트디부아르 경기에서 헐리우드 액션에 속아 카카 퇴장    

첫 번째, 이건 뭐 논란의 여지가 없는 오심입니다. 공이 골대 안으로 깊이 들어간 것은 수십 억 지구인들이 다 봤거든요. 주심과 선심 두 명, 이 세 사람만 빼고요. 영국으로선 매우 억울하게 됐습니다. 영국 총리와 독일 총리가 의자를 나란히 놓고 함께 경기를 봤다고 하던데요. 독일 총리도 공이 골대 안으로 들어간 것을 봤을 겁니다.


피파의 해명이 웃긴데요. 오심에 대해선 할 말도 없고 말을 해서도 안 된다나요? 그리고 비디오를 자꾸 보여주는 것은 옳지 못한 행동이라고 비난하더군요. 참 웃기는 일이 아니고 뭡니까? 피파의 말대로라면 이런 거지요.

동네 골목에 CC-TV가 달려 있습니다. 강도가 그 동네를 덮쳤습니다. 집집마다 다 털어서 유유히 도망을 갔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CC-TV를 보아선 안 됩니다. 왜냐, 이미 경기는 끝났으니까요. 그리고 CC-TV를 보는 것은 괜히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니까요. 혹시 우리 동네 사람일지도 모르잖아요.

두 번째, 이것도 논란의 여지가 없는 오심입니다. 이런 오프사이드는 사실 보기가 드문 오프사이드입니다. 골을 넣은 테베스 선수가 골키퍼와 수비수도 없는 상대편 골대 안에 혼자 서 있었거든요. 마치 자기가 골키퍼인 것처럼. 물론 그 상황이 일부러 그렇게 만든 것은 아니고 우연히 그렇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오프사이드도 보지 못한다는 것은 심판의 자질에 치명적인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심판으로서 자격이 없는 거죠. 저라도 그 정도의 오프사이드는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니 이 글을 읽는 독자 어떤 분이라도 그 정도의 오프사이드를 보지 못하는 분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여기에 대해서도 피파는 당연히 노코멘트로 일관했습니다. 왜냐? 지나간 일을 거론하는 것은 건강에 안 좋으니까요. 

세 번째, 이건 좀 어이없는 오심이었습니다. 코트디부아르의 케이타 선수가 멍청하게 서 있던 브라질의 카카 선수를 향해 힘차게 뛰어와 부딪히고는 저 혼자 벌렁 나자빠졌거든요. 엄격히 말하면 코트디부아르 선수에게 파울을 줘야 하는 상황이었죠. 이 상황을 주심은 보지 못했습니다. 

자, 위에 두 개의 오심은 주심이나 선심이 골인과 오프사이드를 보지 못한 것이 문제였습니다. 그런데 이 오심은 매우 특이한 오심입니다. 주심은 아무것도 보지 못했는데 넘어진 케이타 선수를 보고는 무언가 일이 일어났다고 짐작을 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된 거지요. "케이타, 너 카카에게 맞았니?" "네, 쟤가 저를 밀면서 때렸어요. 엉엉~" 

자, 상황을 한 번 재연해 볼까요?

1. 공이 브라질 공격수의 발에 맞고 아웃 됐군요. 주심이 코트디부아르 볼을 선언합니다. 앗, 그런데 저 뒤에서 뭔 일이 벌어졌나 봅니다. 아직 주심은 눈치를 채지 못했어요.


2. 시끌벅적해서 주심이 뒤로 돌아 가고 있습니다. 누군가 쓰러져 있습니다. 코트디부아르 선숩니다. 흥분한 코트디부아르 골키퍼도 뛰어오고, 선수들이 패싸움이라도 하려는 듯이 막 달려가고 엉망입니다.  



3. 아, 브라질 카카 선수하고 부딪혔나 보군요. 아마 카카 선수가 팔로 때렸나 봅니다. 그런데 카카 선수, 나는 억울하다, 나는 절대 안 그랬다 변명하고 있군요. 표정을 보니 무지 억울해 보입니다. 드록바 선수, 그래그래 괜찮아, 잘못한 게 있으면 벌 받으면 그만이야, 하면서 위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카카 선수, 두 손을 기도하듯 맞잡고 이렇게 말하고 있군요. "아냐, 아냐, 나 절대 안 그랬어. 신에게 맹세할 수 있어. 만약 내 말이 거짓이면 나 지옥가도 좋아."  


4. 코트디부아르 18번 케이타 선수. 마치 엄청남 데미지라도 입은 듯 쓰러져 일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동료 선수들이 주심에게 하소연 합니다. "얘가 얼마나 세게 맞았으면 이렇게 쓰러져 일어나지도 못하겠어요? 주심 선생님, 카카를 혼내주세요. 정의가 살아있다는 걸 반드시 보여주셔야 합니다."

주심, "그래 알았어. 카카 녀석 본때를 보여줄 테다. 정의의 빨간 딱지 맛을 확실히 보여주지. 암, 당연히 그래야하고말고."


5. 카카에게 다가간 주심, "카카 이 나쁜 녀석, 어서 이리 오지 못해? 넌 퇴장이야!"
카카, "나 정말 억울해요. 난 잘못한 게 없다고요." 
주심, "웃기지 마. 내가 빨간 딱지를 너에게 붙이면 그게 바로 네가 잘못했다는 증거야. 자, 어서 나가라고." 
 


문제는 이겁니다. 케이타가 헐리우드 액션을 했고요. 그러나 주심은 그 헐리우드 액션조차도 제대로 보지 못했어요. 사고가 난 다음에 나타난 거지요. 그리고 넘어진 케이타를 보았어요. 그 다음 주심은 빠르게 판단했지요. 카카 이 녀석이 케이타를 때렸군. 사실은 케이타가 카카를 때린 것이나 마찬가진데요.

남아공 월드컵 오심 챔피언은? 카카 퇴장

아무튼 위 세 개의 오심을 저는 이번 대회 최고의 오심 빅3로 추천합니다. 자, 그럼 이 중에서 어떤 오심이 챔피언일까요? 골인을 노골 선언한 오심? 오프사이드 오심? 아닙니다. 제가 보기엔 마지막 세 번째 카카의 퇴장이 최고의 오심입니다. 다른 오심들은 심판이 보지 못해 생긴 것이잖습니까? 그런데 이 오심은 정말 특이해요.

역시 보지 못한 것은 맞지만, 심판이 선수에게 가서 물어보는 거지요. "야, 너 파울 당했니?" 그러면 선수는 매우 불쌍한 표정으로 말하는 거지요. "네, 심판님. 저 억울하게 파울 당했어요. 쟤 혼내 주세요."

하하,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남아공 월드컵 최고의 오심. 아직 대회가 끝나지 않았으니 더 훌륭하고 멋진 오심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요. 현재로선 헐리우드 액션에 속아 카카 선수에게 내린 퇴장 명령이 최고의 오심이 아닐까 그리 생각하네요. 이번 남아공월드컵 심판들, 하여간 정말 대단해요.

역사상 최고의 심판들이에요. 어쨌든 우리에게 재미를 선사해 줬으니까요. 자, 그럼 우리 모두 사태의 진실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느린 화면으로 살펴보도록 할까요? 지금 보시는 이게 바로 진실이랍니다.

1. 코트디부아르 18번 케이타 선수 공을 빼앗기 위해 달려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공을 빼앗지 못했군요. "아, 쪽팔려."


2. 앗, 그런데 케이타 선수 먼산 쳐다보며, 아니 먼공 쳐다보며 카카 선수에게로 뛰어가고 있습니다. 먼공 쳐다보고 있기는 카카 선수도 마찬가지. 이러다 충돌 사고 일어나겠어요. 어이쿠, 사고 났습니다.


3. 어? 그런데 자기가 가서 부딪혀놓고 케이타 선수 마치 한 대 얻어맞았다는 듯이 얼굴을 감싸 쥐며 쓰러지고 있습니다. 자세히 보니 케이타 선수도 일부러 가서 부딪힌 것은 아니로군요. 물론 카카 선수도 케이타 선수가 자기에게 달려와 부딪힐 줄은 꿈에도 생각 안 하고 있었던 게 분명합니다. 이건 그저 단순한 사고였습니다.

그러나 무능한 주심은 케이타 선수의 연기에 속아 이 우연한 충돌을 고의적인 파울로 만들고 말았습니다.


하하, 이렇게 된 것이었군요. 그런데 주심은 이 장면을 하나도 보지 못했습니다. 그때 주심은 반대 방향을 바라보며 드로잉을 선언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주심은 뭘 믿고 카카에게 레드카드를 내민 것일까요? 실로 궁금하네요. 아무튼, 이번 월드컵 참 재밌습니다. ㅋㅋㅋㅋㅋㅋ~

브라질이 이기고 있었고 시간이 다 됐기에 망정이지, 전반전에 이런 장면이 벌어졌다면? 세상 꽤나 시끄럽지 않았을까요? 
Posted by 파비 정부권
'오심' 점입가경, 오늘은 영국에 이어 멕시코까지

한국대 우루과이전에서 보여준 심판의 오심은 오심으로 악명 높은 이번 남아공 월드컵을 통틀어 현재까지는 최고 중의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한국대 우루과인전 심판의 오심을 비웃기라도 하듯 아예 골인을 노골로 선언하는 최고, 최악의 오심이 나왔습니다. 바로 영국과 독일의 경기에서였는데요.


전반전 1:2로 영국이 뒤지고 있는 상황, 영국의 램파드 선수의 슛이 독일 골키퍼를 넘어 골 포스트를 맞고 골라인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공은 골라인 훨씬 안쪽에서 두 번이나 튕겼고, 그걸 넘어졌던 골키퍼가 일어서며 잽싸게 잡아 밖으로 멀리 차냈습니다만, 이미 누가 보더라도 골을 먹은 상황.

유치원생이 집에서 TV 화면을 통해 보더라도 골인이란 것은 손쉽게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어이없게도 심판들은(심판은 주심과 선심 모두 세 명이죠) 누구 하나 골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아무리 이번 대회가 오심으로 얼룩진 대회라고는 하지만, 이건 정말 너무 심한 것 같습니다.

이거 완전히 들어갔죠?

뒤쪽에서 봐도 확실히 들어갔어요.

이분 엄청 좋아하시네요. 독일 감독인가봐요. "심판, 최고야!" (수정; 영국감독이람돠. 천당갔다 지옥 떨어졌슴돠.)


혹시 한국대 우루과이전에서 보여준 심판의 화려한 오심에 자극 받아서 그랬을까요? 내가 최고의 오심이야, 이러면서 말이죠. 하여간 웃음만 나는 월드컵입니다. 이래서야 열심히 뛴 보람이 있겠어요? 그저 하늘의 운이 아니라 심판의 운에 맡기는 게 최고지….

2:1 상황과 2:2 상황은 완전히 틀리답니다. 후반전에 만회골을 얻기 위해 무리하게 공격에 나선 영국팀은 독일의 기습에 속절없이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비슷한 실력을 가진 팀끼리의 경기에선 심리적 요인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하죠. 4:1로 대패한 축구종가 영국, 자존심 완전 구겼습니다. 

아무튼, 이번 대회는 오심 월드컵으로 역사에 길이 남게 생겼습니다. 무슨 대책이 없을까요? FIFA의 대응을 보면 없을 거 같은데요. 오심도 경기의 일부분이라고 주장하니까요. 결국 방법은 하나. 오심이 있든 없든 무조건 골을 많이 넣어 이기는 수밖에요. 한국팀, 그러나 문젭니다. 골 결정력이 많이 떨어지니까요.

당장 내일부터라도 슈팅 연습부터 열심히 해야겠어요. 하루에 백 개씩 안 차면 잠 안 자는 거로 하면 어떨까요? 그럼 안된다구요? 선수학대라구요? 아동학대는 들어봤지만, 선수학대는 처음 들어보는 말이네요. 아무튼 슈팅 연습 매우 중요해요. 우리나라 선수들은 초등학교 땐 그거 열심히 하는데 성인 선수가 되면 잘 안 한다는군요. 

그러나 유럽 선수들은 다르답니다. 프리메라 리가나 프리미어 리그의 내노라 하는 선수들도 매일 밥 먹듯이 슈팅 연습을 한다고 하던데, 진짠지는 확실히 모르겠어요.(안정환 선수가 이탈리아에서 뛸 때 국내 언론과 인터뷰한 기사에서 그렇게 말한 거 본 기억 있네요.) 어쨌든 기본기가 제일 중요하다, 이런 이야기 아니겠어요? 

지금 현재 아르헨티나와 멕시코의 경기가 진행 중인데요. 이번엔 어떤 획기적인 오심이 선수와 감독을 울리고 웃겨줄지, 심히 궁금하네요. ㅎㅎ

앗! 글을 쓰다가 고올~ 골입니다, 하는 소리에 놀라서 TV를 보니 아르헨티나의 테베스 선수가 선취골을 넣었는데요. 그러나 다음 순간 으하하하하~ 오심이로군요. 아, 네, 명백한 오심입니다. 테베스 선수의 위치가 확실한, 약간도 아닌 확실한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었습니다. 노골이지만, 이미 골인이 선언 됐습니다.

으하하하하~ 역시 이번 월드컵, 청사에 길이 빛날 오심 월드컵입니다. 무지 재밌네요.

테베스 선수 뒤에 골키퍼도 수비수도 한명도 없습니다. 그야말로 무인지경... ㅋㅋ

 
ps; 방금 전반전이 끝났는데요. 2:0으로 아르헨티나가 이기고 있습니다. 멕시코 오심으로 한 골 먹고 난 이후 다시 수비 실수로 한 골 더 먹었습니다. 멕시코 수비가 골대 앞에서 아르헨티나 공격수에게 패스하는 어이없는 실책이 나왔네요. 역시 어이없이 오심으로 한 골 먹고 나니까 정신들 없는 모양입니다. 역시 축구는 심리전이 중요합니다.

아르헨티나와 멕시코, 근래 보기 드문 명승부네요. 두 팀, 역시 공 잘 찹니다. 막상막합니다. 대단합니다. 오심만 없었으면 정말 좋은 경기가 될 뻔 했습니다. 안타깝습니다.


ps2; 후반 7분, 테베스 선수의 중거리 슛이 작렬했습니다. 논란의 여지가 없는 확실한 골입니다. 이 골로 아르헨티나의 승리가 굳어지는 거 같습니다. 영국처럼 멕시코도 대량 실점 하게 될 거 같은 분위기네요. 쿨럭쿨럭~ 어쨌든 저는 마라도나와 리오넬 메시 팬이니까 뭐…

ps3; 후반 26분, 멕시코의 에르난데스 선수가 한 골 만회했습니다. 거의 환상적인 골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보다 앞서 약 3분 전에 멕시코 선수의 헤딩슛이 골라인을 넘어간 것 같은데 골로 선언되지 않았습니다. 아참, 그거 안타깝습니다. 멕시코 국민들 열 받겠어요. 이번 대회는 선수들이 아니라 심판들이 옐로카드 받아야 될 거 같네요. 하하~

ps4; 경기 끝났습니다. 1:3으로 멕시코가 졌습니다. 그러나 오늘 경기는 두 팀 모두 오심의 피해잡니다. 아르헨 vs 멕시코 경기 생중계 해설자의 말처럼 멕시코는 오심 때문에 졌다고 생각할 것이고, 아르헨티나는 오심 때문에 이겼다는 오명을 들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르헨티나는 충분히 훌륭한 경기를 했고 이길 만했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게 됐습니다.

오심 월드컵, 어디까지 이어갈 것인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아르헨티나의 다음 상대는 독일, 오심으로 승리한 두 팀이 진정한 승자를 가리게 됐습니다. 운명도 참 얄궂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건, 두 팀 모두 우승후보로 전혀 손색없는 팀이란 겁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아르헨티나의 승리가 기대 됩니다만… ** ^__^

Posted by 파비 정부권
'남아공 월드컵' 심판 오심, 이기고도 지는 경기 만들어

남아공 월드컵 결승 토너먼트 첫 번째 경기, 대한민국은 8강 진출에 실패했습니다. 말이 필요 없습니다. 졌으면 깨끗하게 패배를 인정하는 것, 그것뿐입니다. 그러나 뭔가 개운치 않습니다. 이번 월드컵은 유난히 심판들의 오심이 많은 월드컵이었습니다. 특히 오늘 한국과 우루과이의 경기는 그야말로 오심투성이였습니다. 

혹자는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건 이겼을 때 이야깁니다. 지고 나면 기분 좋을 리 없습니다. 물론 우리가 우루과이에 진 것은 우리의 실력 탓입니다. 결정적인 순간에서 골 결정력의 부재, 수비라인의 허약한 조직력, 이런 것들이 패배의 주원인입니다. 문제는 우리에게 있습니다. 

수비라인의 문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지적이 있었습니다. 특히 오른쪽 풀백에 차두리와 오범석을 놓고 끝까지 고심이 많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오늘 차두리는 자기가 가진 잠재력 이상으로 잘 했다고 봅니다. 문제는 어느 특정 선수, 포지션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경기 흐름을 읽고 상황을 예측하는 팀 능력에 문제가 있었던 것입니다.

첫 번째 실점 장면. 안 먹어도 될 골이었다.


한국팀 고질병, 골 결정력과 수비 조직력

첫 번째 실점은 그런 문제점을 그대로 보여준 실책이었습니다. 골키퍼가 공을 쳐내지 못한 실수가 1차적으로 있었지만, 수비수들이 자기 위치를 점유하지 못했고, 상대 공격수의 움직임을 파악하지 못한 실수가 컸습니다. 그냥 멍하니 서서 골이 네트를 가르는 걸 지켜볼 뿐이었습니다. 첫 번째 골은 주지 않아도 될 실점이었습니다.

그래서 수비의 문제는 특정 선수의 문제가 아니라 수비 조직력의 문제, 수비 전술의 문제라고 보여지는데, 이것은 홍명보와 같은 수비라인의 지휘자가 없었다는 아쉬움이 큽니다. 수비 선수 개개인의 역량을 놓고 보자면 모두 훌륭한 선수들입니다. 그러나 이들을 조직하고 움직이는 수비라인의 리더가 없었던 것이지요. 

골키퍼가 그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만, 정성룡 선수에게 그런 것까지 기대하긴 케리어가 너무 빈약했습니다. 공격수들의 고질적인 골 결정력도 여전히 문제였습니다. 스트라이커는 결정적인 순간에 기회가 오면 그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그게 유능한 스트라이커의 조건입니다. 그러나 역시 한국 선수들은 여전했습니다.

전체적으로 경기는 대한민국이 우세한 경기였습니다. 누가 보아도 대한민국이 졌다는 데 아쉬워하지 않을 수 없는 경기였습니다. 골 결정력만 있었다면 틀림없이 이길 수 있는 경기였습니다. 그런데 거기에 더해 더욱 아쉬운 것이 있습니다. 바로 심판의 오심입니다. 오늘의 심판은 최악이었습니다. 국제심판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페널티지역 안에서 기성용의 발목을 걷어차는 우루과이 수비, 뜨끔한 눈으로 심판을 쳐다보지만, 심판은 외면.


이미 경기 전부터 언론들은 심판을 걱정스러워 했습니다. 심판이 파울을 잘 불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어떤 축구 해설위원은 심판이 파울을 잘 불지 않는 이유로 파울 상황을 잘 보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내놓았습니다. 실제로 한국과 아르헨티나에 당한 세 번째 골도 오심이었습니다. 

오심, 잘못 보는 게 문제가 아니라 아예 못 보는 게 문제

본인이 나중에 비공식적으로 인정했지만, FIFA는 한번 결정한 오심을 번복할 생각이 없습니다.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겁니다. FIFA의 입장이니 인정해야겠지요. 그러나 오늘 우루과이전의 심판은 참을 수 있는 정도 이상이었습니다. 그는 바로 눈앞에서 벌어지는 핸들링 반칙도 보지 못했으며, 페닐티 지역 안에서의 퇴장성 파울도 보지 못했습니다.

오심이 한두 개가 아니라 워낙 많은(제가 보기엔 십 수 개는 되는 것 같았는데) 숫자여서 나중엔 오심에 대해선 거의 포기할 지경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그건 오심이 아니었습니다. 오심이란 보고도 잘못 판정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나 오늘의 심판은 아예 상황을 보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선심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업사이드도 제대로 보지 못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도대체 한두 번도 아니고 그렇게 많은 오심을, 아니 아예 파울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듯이 외면하는 심판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요? 혹시 그들이 의도적으로 우루과이를 봐주려고 그랬을까요?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들은 한국 선수가 저지른 핸들링 파울도 보지 못했습니다. 전반적으로 우루과이 선수들의 파울을 보지 못한 것이 훨씬 많긴 했지만, 그것은 남미 선수들, 특히 우루과이 선수들이 파울에 매우 지능적인 이유도 있었을 것입니다. 아무튼 심판들은 파울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걸 좀 심하게 말하면, 심판 없이 경기하는 것과 진배없는 것입니다. 우루과이는 자기 페널티 지역 안에서 한국 선수에게 결정적인 파울로 퇴장과 함께 페널티킥을 줄 수도 있는 상황을 맞았지만, 운명의 여신은 우루과이의 손을 들어준 듯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운명의 여신 탓이었을까요?

이분이 심판이었다면? 아마 모르긴 몰라도 우루과이 경고 엄청 받았을 거다, 퇴장도.


빨라지는 축구, 느려지는 심판

우리가 본 바로는 아니었습니다. 그건 심판 탓이었습니다. 심판의 오심 탓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오심은 이번 월드컵 전 경기를 통하여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러면 왜 이번 월드컵에서 심판들의 오심이 그토록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일까요? 심판들의 자질이 전 대회에 비해 월등히 떨어지기 때문에 그런 것일까요?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볼 때 현대축구는 나날이 발전하고 빨라지는 데 비해 심판 시스템은 그대로인 것도 한 원인입니다. 특히 이번 대회에 채택된 자불라니라는 공은 반발력이 상당해서 어디로 튈지 예측하기조차 어렵다고 합니다. 그래서 유럽 선수들보다는 개인기가 뛰어난 남미 선수들이 공에 적응을 빨리 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이렇게 달라진 환경 속에서  낡은 시스템에 호각과 깃발 하나 들고 느릿느릿 걸어 다니는 심판들이 제대로 판정을 내리기를 바라는 것은 지나친 기대일지 모릅니다. 그냥 그저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고 생각하면서 열심히 뛸 수밖에. 아무튼, 프리킥 연습에 열심히 땀 흘린 박주영 선수의 노력도 모두 물거품이 됐습니다. 호각을 안 불어 주니까.

오늘 경기는 심판들(어떻게 주심과 선심이 그렇게 짜고 오심을 많이 내리는지, 이런 심판 구성도 처음 본다)의 오심으로 인해 깨끗하게 패배에 승복하고 싶어도 뭔가 뒷맛이 개운치 않은 그런 경기였습니다. 앞으로는 심판의 오심에 대해서도 중요한 전술의 한 부분으로 연구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현대축구의 대세인 압박축구는 더 빨라질 것이고, 이를 따라가는 심판들의 발걸음은 더 느려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Posted by 파비 정부권
마라도나 때문에 느닷없이 조회수 늘어나

















어제 오늘 글도 올리지 않았는데 갑자기 트래픽이 때아니게 올라가서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유입경로를 확인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아래 캡쳐 사진에서 보시는 바와 같이 <마라도나 사과요구>가 검색어 1위로 올라있군요. 온통 마라도나 사과요구 일색입니다.

이런 현상은 어제에 이어 오늘도 이어지고 있었는데요. 그래서 검색어 <마라도나 사과요구>를 살짝 눌러보았더니 아래의 페이지로 들어가더군요. <'기고만장' 마라도나 감독, 자국 취재진에 사과 요구>. 아, 마라도나 사과요구란 것이 바로 이것이었구나. 뉴스 기사 밑에 보니 제 블로그 글도 노출돼 있군요. 제목이 이거였죠. <허정무와 마라도나의 결정적 차이>

그런데 뉴스 기사를 읽어보니 이거 완전 마라도나 까려고 작정하고 쓴 기사로군요. 



기사의 내용은 대충 이렇습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B조 예선에서 3전 전승을 기록하며 16강에 오른 아르헨티나디에고 마라도나 감독이 기고만장한 모습을 보여 자국 언론과의 마찰이 예상된다. …… 아르헨티나는 조 예선 전승 7득점 1실점이라는 뛰어난 성적으로 16강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그래서인지 마라도나 감독이 다소 도를 넘은 듯한 자세를 보여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그리스와의 경기가 끝난 후 가진 공식 기자회견에서 마라도나 감독은 남미 지역예선 내내 자신에게 맹비난을 가했던 자국 언론을 향해 "지금까지 당신들이 해왔던 말들은 다 틀렸다"며 "선수들을 존경하는 마음이 없었다. 선수들은 100% 프로폐셔널했고, 운동장에서 최선을 다했다. 당연히 당신들은 사과해야 한다"고 일갈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포츠동아 역시 <막 나가는 마라도나의 거친 입>이란 제목을 달아 이렇게 썼군요. “기고만장이다. 아르헨티나를 이끄는 디에고 마라도나 감독이 조별리그에서 승승장구하며 우승후보로 주목받자, 그의 입이 점점 거칠어지고 있다.” 스포츠동아의 표현처럼 거칠어지고 있는 마라도나의 입에서 나온 얘기들은 이미 우리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내용들입니다.

아르헨 언론은 그렇다 치고, 우리나라 언론들은 왜 그렇게 마라도나를 미워할까?

자국 언론에 대한 사과요구와 더불어 펠레와의 설전, 남아공 월드컵 공인구 자불라니에 대한 불평, 페어플레이와 심판에 대한 불만, 이런 것들입니다. 그 중 자불라니 불평과 더불어 플라티니에게 가했던 비난에 대해선 마라도나가 스스로 공식 사과했지요. 단, 펠레는 뺀다는 전제하에.

기사에 달린 댓글 보니 이런 내용이 있네요. 재미있기도 하고, 제 마음도 솔직히 그렇습니다.

“거 애들처럼 사과 얼마나 한다고…나 같으면 한 박스도 주겠다. 조별리그에 1위도 했는데.”

그런데 아르헨티나 언론들만 그런 건 아니로군요. 대한민국 언론들은 또 왜 이렇게 덩달아 마라도나 까고 난리일까요? 같은 언론인 입장에서 마라도나가 미워서 그런 것일까요, 아니면 마라도나를 까면 돈이 되니까 그런 것일까요? 하긴 제 블로그는 덕분에 트래픽 꽤 올랐네요. 돈이 되는 건 확실하단 증거.

아무튼, 마라도나 고마워요. 역시 마라도나는 최고에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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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 8강전 상대는 우루과이, 무난히 8강 진출할 듯!
  

이미지=미디어다음

                                                                                       














심장마비로 죽을 뻔 했습니다, 축구 보다가. 이렇게 애가 타는 경기는 처음입니다. 대한민국, 화이팅입니다. 16강전 나이지리아전이 최대 승부처였던 거 같습니다. 우루과이와 멕시코전 보니까 별거 아니더군요. 8강까지 무난히 갈 거 같습니다. 아무튼 다행히 죽지는 않았습니다. 몇 번이나 현관문을 열고 찬바람을 쐰 덕분이지요. ㅎㅎ


우루과이는 월드컵에서 두 번이나 우승한 전력이 있는 강팀입니다. FIFA 랭킹도 16위로 우리보다 훨씬 우위에 있습니다. 그러나 어제 멕시코와 경기 하는 걸 보니 충분히 이길 수 있는 팀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처럼 압박축구, 중원에서부터 상대를 몰아붙이면서 빠른 스피드와 조직력을 이용하는 한국형 축구를 구사한다면 얼마든지 이길 수 있는 팀입니다. 승률을 따지면 6:4로 한국이 우세하다고 봅니다.

자, 8강전에서 우루과이 가볍게 물리치고 4강전으로 Go!!!

창원 상남동 거리 응원 (그리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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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노래 못 틀게 하기는 명박이도 마찬가진데 뭘"

사진=연합뉴스

















북한, 포르투갈에 7:0 대패


북한이 포르투갈에 7:0으로 크게 졌습니다. 최근에 이렇게 큰 점수 차이로 지는 경기는 보지 못했습니다. 우리나라가 98년 프랑스 월드컵 때 네덜란드에 5:0으로 진 적이 있었지요. 물론 1954년 스위스 월드컵에서 한국은 당시 세계 최강이던 헝가리에 9:0으로 진 기록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건 까마득한 옛날이야기입니다.

헝가리 하면 요즘은 별 볼일 없는 나라로 치지만, 1950년대엔 브라질, 아르헨티나도 명함을 못 내밀 정도였죠. 아쉽게 결승전에서 서독에 2:3으로 역전패 하는 바람에 준우승에 머물긴 했지만, 아무도 헝가리가 우승하는 것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헝가리엔 전설적인 영웅 푸스카스가 있었습니다. 푸스카스는 레알 마드리드 시절 유러피언컵(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4골을 넣었는데, 아직 이 기록은 깨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 나라에 전쟁의 포화속에서 갓 벗어난 애송이 대한민국이 0:9로 졌다는 것은 그리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북한도 마찬가집니다. 포르투갈에는 호날두가 있죠. 호날두가 과연 레전드 푸스카스와 비교할 만한 선수인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는 세계 최고의 선숩니다. 메시에게 그 자리를 내주긴 했지만. 

헝가리는 스위스 월드컵에서 서독과 두 차례 격돌했는데, 서독 선수들의 집중 마크로 말미암아 푸스카스는 큰 부상을 입었고(이때 헝가리는 서독을 8:3으로 완파했지만, 다시 만난 결승에서 2:3으로 역전패했습니다.) 브라질과 우루과이 경기엔 결장하게 되었죠. 후일 펠레도 집중 마크로 인해 큰 부상에 시달리곤 했는데, 회의를 느낀 펠레는 축구를 그만둘까 고민까지 했었다고 합니다.

"어? 북한도 월드컵 나왔네"

아무튼, 북한이 포르투갈에 7:0으로 진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국제 경기 경험이 부족한 상태에서 세계적 클럽에서 뛰는 선수들로 구성된 포르투갈을 맞아 그 정도 선전한 것은 아주 잘 한 일이라고 칭찬받아 마땅한 일입니다. 그런데 오늘 북한과 포르투갈의 경기를 보다가 아내가 이렇게 물어보더군요.

"어? 북한도 월드컵 예선전에 참가했었나? 어떻게 월드컵 나왔지?"

이 말을 들은 저는 기가 막혀서(사실 뭐 그럴 거까진 없지만. 원래 여자들이란 축구에 대해서 만큼은 매우 무지한 게 보통이니까) 이렇게 받아쳤답니다.

"아니, 북한이 우리나라하고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예선전 하는데 평양엔 한국팀이 절대 올 수 없다고 버텨서 결국 제 3국에서 한 거, 거기가 홍콩이었던가, 그것도 모르나?"
 
"나는 모르는데, 그런 일이 있었나?"

"평양에 오는 건 뭐라 안 하는데, 다만 애국가는 틀 수 없다 그래서 그렇게 된 거지. 왜 국제 경기할 때마다 시작하기 전에 국가 틀어주잖아. 서울에서 북한과 경기할 때는 북한 국가 연주 했지. 그런데 평양에서는 안 된다고 하니 참 황당하더구만. 아주 나쁜 놈들이지."

서울 상암경기장에서 열린 남아공 월드컵 예선전. 평양 경기는 제3국에서 했다. 사진=연합뉴스


허정무가 북한 대표팀 감독처럼 북한 기자들에게 행동했다면?

"에이, 명박이는 더 나쁜 놈인데 뭐."
 
"뭐라고? 와 명박이 나쁜 놈이고."

"명박이도 노래 못 틀게 하잖아. 무슨 행사할 때 '임을 위한 행진곡' 못 틀게 한다던데."

"하긴 그도 그렇네. 그래도 쟈들이 더 나쁜 놈들이다. 서울에서도 인공기 걸리고, 북한 애국가 연주하고 하는데 저그는 와 못 하게 한단 말이고. 얼마 전에 북한 대표팀 감독 인터뷰 사건도 하나 있었지. 우리나라 기자가 "북한팀은~" 어쩌구 하면서 질문을 하니까 이랬다지? 아주 불쾌한 표정으로. 

'북한이란 팀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오직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팀만이 있을 뿐이지요. 다음 질문 하십시오.' 

그래서 우리나라 기자들은 질문을 하나도 못했다고 하더군. 거 북한이라고 좀 부르면 어때서. 자기들은 꼬박꼬박 남조선이라고 부르면서 말이야. 아, 우리는 지들을 북한이라 부르고 저그는 우리를 남조선이라 부르면 되는 거지. 만약 허정무가 북한 기자들이 "남조선 팀은~" 어쩌구 했다고 그렇게 갈기면 좋겠냐고."

괜히 열 냈더니 아내가 꼬랑지를 내리더군요. "하긴 그 말도 맞다. 그라모 둘 다 나쁜 놈이네."

경기를 다 보진 못했습니다. 후반전 초반에 벌써 스코어가 4:0으로 벌어지고 있어 더 이상 볼 흥미를 느끼지 못한데다가 저는 연속극 동이를 보아야 했거든요. 나중에 확인하니 7:0으로 졌더군요. 이미 경기 내용으로 보아선 몇 골 더 먹을 거라고 예상했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솔직하게 말하자면), 우리나라가 아르헨티나에 4:1로 졌을 때보다 훨씬 기분이 덜 나빴다는 것입니다. 아르헨티나에 졌을 때는 정말 기분이 나빴을 뿐만 아니라 며칠 동안 밥맛이 없었거든요. 그러나 그 정도는 아니더군요. 그냥 '심하게 져서 안타깝네!' 하는 정도 이상은 아니었습니다.

함께 살려면 더 부드러워져야 하지 않을까?

같은 민족이라고 하지만, 그래서 늘 통일해야 한다고 생각을 하고는 있지만, 역시 아무래도 먼 남의 나라 일처럼 생각되었던 모양입니다. 그러고 보니 올해가 6·25 전쟁 발발 60주년이 되는 해군요. 며칠 있으면 바로 그 60년이 되는 날입니다. 만약 전쟁이 없었다면 어땠을까요? 비록 분단은 되었다 하더라도 전쟁만은 없었다면? 그랬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낫지 않았을까요? 제 마음가짐도 말입니다.

이상 월드컵 보다가 엉뚱하게 삼천포로 빠진 이야기였습니다. 그러나 뭐 그렇게 완전 삼천포로 빠진 건 아니지 싶습니다. 다 잘 살아보자는 이야기고요. 통일이 되려면 좀 더 부드러워져야 된다, 그런 이야기고요. 그건 북한팀 감독도 마찬가지고, 이명박 대통령도 마찬가지라고 생각되네요. 

세상에 자기가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려고 해서야 통일은 고사하고 함께 사는 것조차 힘들지 않을까요?  
Posted by 파비 정부권















경블공/백인닷컴 6월 블로그 강좌 뒤풀이는
경남도민일보 강당에서 월드컵 응원과 함께!!

월드컵, 역시 지구촌 최대의 축젭니다. 6월 17일 오후 7시 30분, 마산운동장 주변은 붉은 옷들로 채워지기 시작했습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손을 잡은 어린 아이들과 그 아이들의 뒤를 따르는 젊은 부부의 모습이 매우 인상적인 그런 밤이었습니다. 월드컵은 머리가 하얗게 센 노인들에게도 빨간 옷을 입히고 말았습니다. 

이 시간, 저는 경남도민일보에서 열리는 블로그 강좌 뒤풀이에 쓰일 맥주와 소시지 등 안줏감을 사기 위해 홈플러스로 가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홈플러스는 경남도민일보 바로 옆에 있고, 그 건너편에는 마산공설운동장이 있습니다. 마산공설운동장에서 단체 응원전이 펼쳐질 모양입니다. 시내버스도 온통 빨간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이미 6월 17일(목) 오후 7시에 경블공(경남블로그공동체)/백인닷컴이 주최하는 <시민을 위한 무료 블로그 강좌>를 열기로 계획하고 공지까지 한 사항이었으므로 대한민국 대 아르헨티나의 경기가 있다고 해서 날짜를 연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나온 것이 블로그 강좌와 월드컵 응원을 결합하는 것이었습니다. 

"블로그 글쓰기" 강의 중인 백인닷컴 대표 김주완 기자


물론 월드컵을 별로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 분들도 있습니다. 특히 진보적 이념을 경향으로 가진 분들 중에 그런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대다수의 사람들은 월드컵에 열광합니다. 저도 그 열광하는 사람들 중 한명입니다. 월드컵을 달가워하지 않는 분들은 월드컵의 상업주의와 사람들의 지나친 광기를 걱정합니다. 

상업주의는 모르겠으나 지나친 광기에 대해선 그야말로 지나친 걱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리 말하자면, 촛불도 광기가 아니냐고 공박했을 때 무어라고 할 수 있을지 그게 궁금해지는 대목입니다. 촛불집회에 백만이 모이면 깨어있는 시민의 힘이라고 추켜세우면서도 월드컵에 백만이 모이면 광기라고 깔아뭉개는 것은 공평하지 못합니다.

상업주의도 그렇습니다. 과거 동유럽이나 소련에서 스포츠는 국가가 관여하는 주요 사업 중 하나였습니다. 동구권에 스포츠 강국이 많았던 것은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소련과 동독, 유고연방(세르비아, 크로아티아 등으로 분열), 헝가리 등은 축구 강국이었습니다. 아직도 헝가리의 푸스카스는 펠레와 더불어 최고의 공격수로 꼽힙니다.

소련의 야신은 골키퍼의 신으로 추앙받는 인물입니다. 월드컵은 최고의 골키퍼에게 야신상을 수여합니다. 축구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상업화 된 측면도 있지만, 이처럼 다른 경우도 있습니다. 1960년대 이전, 영국 축구는 그리 강하지 못했습니다. 당시 영국 프로 축구는 오늘날의 프리미어 리그와는 질적으로 달랐습니다.

영국 축구의 붐이 리버풀에서 일어났습니다. 리버풀은 우리나라로 치면 울산 같은 곳입니다. 조선소의 도시지요. 그리고 비틀즈의 고향이기도 합니다. 존 레논, 폴 매카트니, 조지 해리슨, 링고 스타의 이름은 아직도 리버풀 사람들의 가슴에 선명합니다. 리버풀 구장에서는 비틀즈의 응원가가 울려퍼졌고, 리버풀FC는 최고의 전성기를 맞았습니다.

비틀즈가 부른 리버풀 응원가의 가사 중에는 "일어나라 노동자여~" 같은 구절도 들어 있다고 몇 년 전 어느 다큐에서 보았지만, 잘 기억이 나지는 않습니다. 그것은 리버풀이 조선소의 도시라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노동자들의 단결력과 리버풀FC의 부흥, 이것을 노래로 만들어 부른 노동계급 출신 비틀즈. 세계 축구를 평정했던 7~80년대에 비해 초라한 오늘날의 리버풀FC는 리버풀 사람들로 하여금 그때를 더 그리워 하도록 만듭니다. 

그러고 보니 최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맨체스터 인근의 조선소 노동조합 위원장 출신이란 사실이 언론에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었군요. 20대 초반의 퍼거슨이 조선노동자들을 이끌고 파업의 선봉에 섰었다고 하니 그 모습이 과연 상상이 가십니까? 혹자는 이렇게 말하더군요. 

"아하, 그래서 퍼거슨의 조직 장악력이 대단했군!"


김주완 기자의 블로그 강좌가 끝나고 곧바로 그 자리에서 월드컵 한-아르헨전 시청을 했다.


우리의 염원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은 아르헨티나에 4:1로 완패하고 말았습니다. 아마 이기거나 최소한 비기기라도 했다면 이날 블로그 강좌와 월드컵 응원전을 결합한 기획은 대성공이란 평가를 받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월드컵에 다소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승리 앞에서는 기쁨이 앞섰을 것입니다. 

맥 빠진 블로거들이 술집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건배할 분위기도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어쨌든 이날 블로그 강좌와 더불어 만들어진 월드컵 응원전은 나름대로 재미있었습니다. 전반 막판에 이청룡 선수가 한 골을 넣었을 땐 환호성으로 경남도민일보가 떠나갈 듯했습니다. 그 골이 아니었다면 후반전을 다 보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강좌가 끝난 후 술자리에서 월드컵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양팀에 대한 분석을 곁들였다면 훨씬 재미있는 응원전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지만, 시간이 너무 촉박했습니다. 아무튼 다음에 또 이런 기회가 있다면 참조하도록 했으면 합니다. 차기 경블공 총무를 하실 분은 꼭 기억해주시면 좋겠습니다. 

후반 막판, 한 골을 넣자 환호성이 터졌다. 후반전을 기대했지만, 결과는... 아쉬웠지만, 후일을 기약.


아르헨티나에 지긴 했지만, 아직 기회는 있습니다. 나이지리아에 이기면 됩니다. 아, 이건 사족이지만, 어제 술 마시면서 그리스가 나이지리아에 이긴 게 가장 잘 됐다고 하신 분들, 그게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가 그리스를 이겼다는 사실 때문에 잠시 착각을 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리그전이란 점을 잊고 말입니다. 

그리스가 나이지리아에 이김으로써 우리가 나이지리아를 이겨도 '경우의 수'에 촉각을 세워야 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무조건 대량 득점으로 크게 이겨야 안심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리스가 아르헨티나에 지면 간단한 문제지만, 그게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그리스도 죽기 살기로 아르헨티나전에 임할 테니 말입니다.   

아무튼, 좋은 하루였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경블공 회원님들. 김천령님은 특별한 사정이 있어서 못 온다고 연락이 오셨으니 되었고요. 연락도 없이 참석 안 하신 회원님들은 총무의 강력한 파워 삐침의 공격을 피할 수 없으리란 점을 밝히면서 이만 <시민을 위한 무료 블로그 6월 강좌> 후기를 마치겠습니다.

소감이 오락가락한 것은 아르헨티나에 너무 큰 점수 차로 진 충격으로 뇌에 약간의 손상을 입었기 때문이오니, 널리 양해를 바랍니다.

Posted by 파비 정부권

안아주는 감독 마라도나와 불평하는 감독 허정무

1986 멕시코 월드컵에서 만난 허정무와 마라도나




























아르헨티나에 4:1이라는 큰 스코어 차이로 허무하게 지고 난 다음 어느 술집에 앉았습니다. 물론 분위기는 별로 안 좋았습니다. 여기저기서 막말을 해대며 분풀이라도 하겠다는 듯 소주나 막걸리를 연신 들이켜 대는 사람들이 보였습니다. 그들은 하나같이 허정무 감독의 전술에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아니 한참 잘 나가나는 차두리를 왜 뺀 거야? 오범석이 오늘 영 아니더만. 차두리한테 뭔 감정 있는 거 아이가?" 

월드컵 같은 분위기에서는 테이블은 달라도 모두 한편입니다. 제가 그들의 말자리에 끼어들어 허정무 감독을 변호했습니다. "아니, 그런 것 같지는 않고요. 원래 허 감독이 그렇게 말했습니다. 유럽팀을 상대할 때는 힘이 좋은 차두리, 남미팀을 상대할 때는 영리한 오범석을 넣겠다고요." 

그러나 제가 생각해도 그날 오범석을 선발 기용한 것은 실책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긴 했습니다. 오범석의 플레이는 평소의 그답지 않았습니다. 화려한 개인기 앞에 오범석은 위축되었고 지나치게 들떠 있었습니다. 차분하게 공격 루트를 차단할 생각보다 섣불리 달려들어 공을 빼앗으려다 반칙을 내주기가 일쑤였습니다. 

차두리가 투입되었다고 해도 메시, 이과인, 테베스가 포진한 아르헨의 막강 공격진 앞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차두리는 상승세였습니다. 그리스전 승리의 공을 나눌 때 많은 사람들이 박지성 다음에 차두리를 꼽을 정도로 차두리의 컨디션은 최상이었습니다. 

사진=뉴시스


그러나 문제는 허정무 감독의 전술이 아니었습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저는 이미 차두리-오범석 투입에 관한 허정무 감독의 전술을 들어 알고 있었고, 그걸 충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반대의 전술을 썼더라도 아르헨을 상대로 좋은 결과가 있었으리라고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허 감독은 경기가 끝난 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가 그리스와 1차전에서 이겼지만, 그때 차두리의 플레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월드컵 축구 대표팀의 감독은 허정무입니다. 그러므로 그가 그렇게 판단했다면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 겁니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그리스전에서 보여준 차두리의 경기 내용에 매우 만족해 하지만, 그는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그걸 우리는 존중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그걸 그렇게 인터뷰에서 공개적으로 말해야 했을까요?

월드컵이 시작되기 전에 했던 말과도 다른 말입니다. 그는 분명히 유럽팀을 상대할 때는 차두리를, 남미팀을 상대할 때는 오범석을 써서 전술을 운용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가 있습니다. 그런데 왜 느닷없이 "차두리 대신 오범석을 기용한 이유"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차두리가 상처받을 수도 있는 말을 했을까요?


축구도 사람이 하는 것입니다. 공이 둥글 뿐만 아니라, 사람이 하는 경기이기 때문에 축구는 늘 의외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승패를 가르는 요소로 개인기, 전술, 조직력뿐만 아니라 심리적 요인을 중요하게 꼽는 것도 바로 축구를 하는 것이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허 감독은 공개석상에서 선수를 향해 이렇게 내뱉은 것입니다. 

"야, 차두리. 너 하는 그게 축구야? 나는 네가 정말 마음에 안 들어!" 

허정무 감독은 결코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고 말할 테지만 이 말을 전해들은 차두리는 엄청남 모욕감에 치를 떨었을 겁니다. 만약 그가 이 말을 듣고도 아무 감정을 안 느꼈다면 그는 분명 도에 달통했거나, 아니면 세상에 떠도는 소문처럼 로봇일 게 틀림없습니다. 

이런 지점은 상대편 아르헨티나의 감독 마라도나가 보여주는 모습과 확실하게 대비됩니다. 마라도나는 세상이 다 아는 악동입니다. 특히 기자들에게 그는 악마 같은 존재입니다. 기자들을 향해 험담을 넘어 독설을 퍼붓길 주저하지 않는 그의 행동이 자주 언론에 오르내릴 때마다 사람들은 눈살을 찌푸렸습니다. 

아르헨티나 대표팀 감독으로 그가 내정되었을 때 많은 아르헨티나인들이 우려하며 반대했던 것도 다 마라도나가 평소에 보여준 기행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한때 마약복용으로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남아공 월드컵 기자회견장에서도 기자들을 기다리게 해놓고 뒤늦게 나타난 그가 보여준 모습은 사과를 베먹는 모습이었다고 합니다. 

기자들의 질문에 우물우물 사과를 먹으면서 대답하는 그의 모습을 상상해보십시오. 확실히 그는 기인입니다. 아니 어쩌면 그는 자기 자신을 그저 축구를 사랑하는 축구선수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으로 생각하고 있을지 모를 일입니다. 아마 그는 정말로 아직도 그리고 앞으로도 영원히 선수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합니다.


마라도나는 박지성에게도 이렇게 살가운 애정을 과시했다. 사진=멀티비츠


이런 마라도나가 선수들에게 보여주는 애정은 실로 감격스럽습니다. 그는 훈련을 시작하거나 마칠 때, 그리고 때때로 선수들을 안아주고 등을 두드려주고 격려하는 모습을 연출했습니다. 그러나 이게 과연 연출인지, 진심인지는 마라도나의 표정을 통해 금방 알 수 있었습니다. 수염에 뒤덮인 그의 얼굴을 뚫고 나오는 것은 애틋한 후배들을 향한 사랑이었습니다.

그는 진심으로 자기 선수들을 아끼는 듯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마라도나의 스킨십을 받아들이는 선수들도 진심으로 마라도나를 존경하는 듯했습니다. 실제로 마라도나는 그들 아르헨티나 선수들에게는 신과 같은 존재일 것입니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하자면, 롤 모델인 셈이지요.

아무튼 우리는 술을 마시면서 그렇게들 말했습니다. "만약 이번에 아르헨티나가 우승한다면 앞으로 대표팀 감독은 모두 마라도나처럼 잘 안아주고 하는 사람을 뽑게 될 거야. 잘 안아주는 감독이 최고의 감독이란 소리지." 이건 우스개로 한 말입니다만, 그러나 우리는 모두 그런 마라도나가 존경스럽다는 데는 이의가 없었습니다.  

자, 어떻습니까? 기자회견에 나가 "○○○, 너 어제 하는 거 그거 아주 못마땅했어. 너는 최악이야!" 하고 말하는 것과 모든 선수들의 등을 두드려주며 스킨십으로 애정을 표현하는 감독, 이 둘 중에 누가 더 뛰어난 감독입니까? 어제 술자리에서 나온 이 이야기는 소위 '빠따'로 선수들 군기를 잡는 대한민국 체육 지도자들에 대한 험담으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만, 그 이야기는 이만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허정무와 마라도나의 지도 스타일엔 확실한 차이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런 것이 우리 선수들의 사기를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왜냐하면, 지금은 감독을 향해 스타일을 바꾸라고 요구할 수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경기 중이니까요.  

ps; 아, 하나만 더 말씀드리고 물러가겠습니다. 마라도나가 월드컵 경기장에 나올 때 양복을 입고 나타났지요? 마라도나가 양복 입은 모습 본 사람은 그동안 아무도 없었을 겁니다. 그런데 왜 마라도나가 양복을 입었을까요? 바로 딸 때문이라는군요.

그의 딸이 마라도나에게 "아빠가 양복을 입고 월드컵 경기장에 선 모습을 꼭 보고 싶어!" 그랬다는군요. 마라도나, 정말 의외의 사람이지요? 딸을 위해 하기 싫은 일도(제 생각이지만, 양복 입는 일) 할 줄 아는 마라도나, 정말 사랑스런 사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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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누구 말을 믿어야 할까요?















리오넬 메시, 현역 세계 최고의 선숩니다. 아르헨티나에선 제2의 마라도나로 평가 받으며 월드컵 우승을 이룰 주인공으로 기대가 대단합니다. 아르헨티나에는 메시 외에도 메시와 기량을 견줄만한 선수가 많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이과인, 테베스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세계 최고의 선수들입니다.
 
그들이 나이지리아에게 1:0으로 승리한 후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그 자리에서 다음 상대인 한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어떤 대비를 하고 있느냐 등의 질문이 쏟아진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저도 TV 뉴스를 통해 아르헨티나 선수들의 기자회견을 지켜보았습니다. 보통의 선수들이 할 수 있는 평범한 내용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들(메시와 이과인)의 기자회견 내용을 타전하는 국내 언론사들의 해석은 제각각입니다. 어떤 신문사는 이들이 기자회견에서 한국을 노골적으로 무시하며 아예 논평할 필요조차 없는 팀이라고 일축했다고 썼습니다. 그러나 반면 또 어떤 신문사는 아르헨티나가 한국이 절대 쉬운 상대가 아니며 잘못하다간 큰코 다칠 것이라고 긴장하고 있다고 썼습니다. 

누구 말이 맞을까요?   


리오넬 메시와 이과인의 기자회견 내용을 제가 들은 바에 의하면, 그들은 결코 한국을 깍아내리거나 무시하거나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다만, 그들은 기본적으로 한국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다거나, 경기 때문에 한국대 그리스전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을 뿐입니다.

그런데 기자들은 "한국에 대해 잘 모른다'거나 "한국과 그리스가 경기를 할 때 자기들은 나이지리아와의 경기에 집중하고 있었으므로 보지 못했다"는 말을 한국을 무시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기사를 쓴 것입니다. 이것은 진실에 대한 호도일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메시와 이과인은 한국인들에게 인격이 부족한 사람으로 낙인찍힐 수도 있는 것입니다.

정말 세계 최고의 선수 메시가 그런 의도로 말을 했다면, 그는 선수 이전에 하나의 인간으로서 문제가 있다고 아니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분명 제가 보기에 메시는 그런 의도로 말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는 "한국에 대해 정보가 부족해 잘 알지 못한다. 그러나 한국은 대단히 빠르고 공수전환이 좋은 팀이다. 존경한다." 하고 말했던 것입니다.

"우리의 라이벌은 우리뿐이다!" 란 말에 대해서도 그렇습니다. 이 말을 해석한 신문기자들은 "대한민국, 너희들은 우리의 상대가 아냐!" 라고 말한 것으로 기사화했지만, 실상이 그럴까요? 이 말을 거꾸로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요.

"우리의 최대 적은 바로 우리 자신이다!"

이런 말은 사실 우리도 자주 쓰는 말입니다. 그리고 이건 대개의 경우 진실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적은 바로 자기 자신입니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자야말로 진정한 승리자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라이벌은 우리뿐이다!" 이 말은 강한 자신감의 표현일 수도 있겠지만, 한편 자기 자신에 대한 채찍질일 수도 있습니다.

자, 그럼 이런 식의 기사만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정반대의 기사도 동시에 많이 올라 있습니다. 아르헨티나가 "잘못하다간 한국에 큰코 다칠"까 초긴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르헨 주전 꼭꼭 숨기고 훈련" "아르헨티나, 베론 빼고 포메이션도 변경?" "아르헨, 막강 한국 화력에 수비 대수술 특명" 이런 기사들은 똑같은 내용을 두고도 기자의 의도에 따라 기사가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의 본보깁니다. 

아르헨티나 대표팀 감독 마라도나는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 감독 허정무와 선수로서 맡붙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 마라도나는 우리나라 선수들에게 호되게 당했습니다. 당시 세계 최고의 선수로서 현란한 드리볼과 기술에 관한 한 아직까지 능가할 선수가 없다는 그를 우리 선수들이 가만 놔둘리가 없었던 것입니다. 


특히 마라도나는 허정무에게 크게 당한 바가 있습니다. 위 사진(@연합뉴스)처럼 말이죠. 그런 마라도나였으니 2010년 월드컵 기자회견에서 한국선수들을 일러 "태권선수들!"이라고 말하는 것이 뭐 그리 기분 나쁘게 받아들일 일도 아닙니다. 실제로 마라도나 입장에서는 그런 생각이 안 들겠습니까? 

마라도나 같은 악동이 그 정도로 말했다는 것은 한국에 대해 대단한 인내심을 발휘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역설적으로 말하면, 한국에 대해 최대한 좋게 말하려고 노력했으며 실제로 그렇게 감정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 거 같습니다. 그리고 이어 마라도나의 행동을 보면 한국팀에 대해 최대한 경계를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왕년에 그저 육상선수처럼 달리기만 하고 상대 선수를 향해 태권 실력을 발휘하는 그런 팀이 아니라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했다는 것입니다. 아무튼, 오늘 제가 말씀드리는 것은 그렇습니다. 아무리 신문도 장사라지만, 어쩌면 말을 이렇게도 왜곡해서 독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저는 메시 선수가 깔끔한 얼굴 만큼이나 예의도 바른 인물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가 기자회견에 나와 한국을 비하하는 그런 엉터리같은 선수는 결코 아닐 것으로 확신합니다. 진짜 훌륭한 선수라면 호랑이가 토끼를 사냥할 때 가지는 그런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박지성 선수 보십시오. 그는 절대 자만하지 않습니다. 늘 겸손합니다. 그러나 결코 자신감을 잃지도 않습니다. 아마 메시도 그런 선수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아르헨티나의 기자들이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마라. 아르헨티나는 한국과 같은 레벨이 아니다!" 라고 말했다는 것을 근거로 든 스포츠조선의 기사는, 글쎄요.
 
그냥 이렇게 받아들이면 안 될까요? "그래, 아르헨티나는 세계 최강의 팀이다. 우리에겐 분명 버거운 상대다. 그러나 공은 둥글다. 우리는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상대하면 승리의 여신이 우리의 손을 들어주지 말란 법도 없지 않은가." 

2002년 월드컵이 열리기 전에 한국이 포르투갈을 이기리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과연 몇명이나 있었을까요? 솔직히 우리 자신은 우리가 당시 세계 최강 포르투갈을 이길 것이라고 생각했던가요? 그러나 이겼습니다. 오늘 새벽, 북한과 브라질의 경기를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아르헨티나, 저런 식으로 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우리는 북한팀이 가지지 못한 것을 갖고 있습니다. 아르헨이 걱정하는 것처럼, 빠른 속도와 조직력을 무기로 퍼붓는 가공할 화력!" FIFA 랭킹 13위의 그리스를 FIFA 랭킹 47위의 한국이 침몰시킨 이유, 탄탄한 수비와 빠르고 날카로운 공격. FIFA 랭킹 7위의 아르헨티나라고 통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한국과 아르헨티나는 같은 레벨이 아니다!" 란 사실을 인정하는 전제 위에서 "나의 적은 바로 나 자신이다!" 란 사실을 명심한다면 결코 이루지 못할 꿈이 아닙니다. 다만 경계해야 할 것은 일부 신문들의 태도처럼 호들갑을 떨며 상대의 말에 일희일비 하는 것입니다.

그것도 엉터리 같은 아전인수식 해석으로 민족주의 감성에 호소하는 그런 장삿속을 특별히 경계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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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이번에도 뭔 일 내는 거 아녀?

6월 12일 오후 4시, 창원시 상남동 분수공원에서 지율스님 낙동강 사진전을 열기로 하였습니다. 조금 늦게 도착했을 때 미리 도착한 김훤주 기자와 경남도민일보 김두천 기자가 열심히 사진을 꺼내 널고 있었습니다. 널고 있었다고 하는 것은, 양쪽 나무에 마치 빨랫줄처럼 줄을 걸어 거기에 사진 판넬을 매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상남동 근처 창원시청 앞 광장에는 벌써 붉은 옷을 입은 젊은 무리들이 떼를 지어 왔다갔다 하고 있었습니다. 마침 이날 저녁 8시 30분부터 월드컵 한국 대 그리스전이 열리게 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오랜만에 들뜬 축제분위기를 보노라니 옛날 생각이 났습니다. 저도 8년 전에는 붉은 옷을 입고 창원 정우상가 뒷골목을 누볐던 기억이 있습니다.

축구광인 저는 심지어 대구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리는 한국 대 미국의 경기를, 아니 대한민국 대 미국의 경기를(아마 2002년 월드컵 이후로 우리나라를 대한민국이란 고유명사로 널리 부르기 시작했던 걸로 기억합니다만) 직접 보기 위해 전날 저녁부터 꼬박 밤을 새워 줄을 섰습니다. 애석하게도 워낙 뒷줄이라 표는 구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9만 원짜리 표를 40만 원이나 주고 밀거래를 해서 대망의 월드컵 경기장에서 응원을 하게 되었는데, 후반전 막판 최용수 선수가 바로 제 눈앞에서 헛발질을 하고 말았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이을용 선수의 기막힌 드리볼과 재치 있는 패스로 최용수는 노마크 찬스를 맞았지만, 너무나 당황했던지 그만 똥볼을 날리고 말았던 것이지요.

아아, 얼마나 억울하던지. 그 한골이었다면 대한민국은 미국을 2:1로 이기고 16강행을 확정짓는 순간이 되었을 것이고, 저는 그 역사적인 순간에 입회인 중의 한명이 되었을 것입니다. "야, 용수야, 피 같은 내 돈 돌리도!" 창원으로 돌아오는 내내 핸들을 잡은 제 손은 부들부들 떨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억울할 수가!"

나중에 최용수가 헛발질 하는 장면을 TV를 통해 수도 없이 보았지만, 현장에서 느꼈던 실감을 느끼진 못했습니다. TV에서 보이는 최용수의 실수는 헛발질이 아니라 그저 많은 실수 중의 하나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바로 제 눈앞에서 벌어진 장면은 완벽한 헛발질이었습니다. 역시 축구는 그라운드에서 함께 뛰며 보아야 하는 것입니다. 

며칠 후, 대한민국 대 포르투갈의 경기가 인천에서 열렸습니다. 인천은 워낙 먼 곳이라 도저히 갈 수 없었으므로 우리는 정우상가 뒤 어느 술집에 모였습니다. 10여 명의 30대들이 모두 붉은 티를 입고 앉은 모습이 꽤나 가관이었지만, 아무도 거리낌이 없었습니다. 주변에 역시 그룹을 짜 모여 앉은 20대들이 오히려 우리를 부러워하며 응원을 보낼 정도였지요.

대한민국은 프랑스, 브라질과 함께 우승후보 1순위로 꼽히던 포르투갈에 절대 밀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포르투갈을 압도하기 시작했고, 당황해하는 피구의 모습이 애처롭기 그지없어 보였습니다. 박지성이 마침내 골을 넣었을 때, 술집은 흥분의 함성으로 무너질까 두려울 정도가 되었습니다.

소파 위에서 펄쩍펄쩍 날뛰고 테이블 위에 올라가 춤을 추는 친구들, 종료시간이 다가오자 16강 진출은 거의 확정적인 것으로 굳어졌고, 포르투갈에 동정심을 느낀 친구들이 "야, 운재야, 그냥 한 골 먹어줘라!" 하는 소리까지 나오게 되었지요. 모두들 그때는 제발 미국이 떨어지기를 간절히 바랐던 것입니다.


이건 무슨 반미주의하고는 전혀 관계없는 이야깁니다. 그 자리에서 함께 빨간 옷을 입고 격정의 시간을 보냈던 친구들은 건축업자이거나 부동산업자, 혹은 술집 주인, 팬시점 사장, 회사원 등 다양한 직업의 종류를 가진 평범한 시민들이었습니다. 그러나 당시는 아마도 누구라도 미국이 탈락하기를 바랐을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것은 안톤 오노 때문이었습니다. 이 재수없게 생긴 일본계 미국인이 어떤 이념적 경향성이나 이데올로기의 세례도 받지 못한 평범한 대한민국 국민들을 반미주의자 비슷한 것으로 만들어 버렸던 것입니다. 미국전에서 골을 넣은 안정환과 그의 동료들이 만든 안톤 오노를 조롱하는 골 세리머니는 아직도 가장 인상 깊은 장면 중의 하나입니다.

제가 잘 알고 존경하는 어떤 분은 이 당시의 서울광장을 "광기로 뒤덮였다!" 라고 자신의 책 서문에서 적었는데, 그 광기의 붉은 옷을 8년이 지난 2010년 6월 12일 창원 상남동 분수공원에서 다시 만났지만 제 눈에 그것은 광기가 아니라 약동하는 생명이었습니다. 그 젊음이 한없이 부러워서 한참을 서서 구경했습니다.



경기가 시작되려면 아직 4시간이나 남았지만 대형 모니터가 설치된 창원시청 광장이나 상남동에선 붉은 옷의 축제가 한창이었습니다. 낙동강 사진전을 펼쳐놓고도 제 눈은 그 붉은 물결들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을 어찌할 수 없었습니다. 8년 전이었다면 얼마든지 저 붉은 물결 속에 함께 어울리련만, 이제는 그럴 용기가 없어진 자신의 모습을 아쉬워하면서. 

전반전에 한 골, 후반전에 한 골, 2:0 승리는 2002년 폴란드전을 다시 보는듯하여 뭔가 심상찮은 예감으로 몸을 떨게 합니다. 이러다 대한민국, 이번에도 진짜 뭔 일내는 거 아냐? 친구의 말처럼 정말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아마 어쩌면 2002년 그 비싼 암표를 사 대구 월드컵 경기장에 들어갔던 저도 폴란드전 승리로 고무되었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2010년 6월 17일, 뭔가 심상찮은 예감이 꼭 실현될까요? 3:1로 대한민국 승리! 그러면 얼마나 좋을까요. 꼭 그렇게 될 것 같습니다. 3:0이라 하지 않고 굳이 3:1이라 한 것은 그래도 리오넬 메시 선수를 영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아무리 잘 막아도 한 골 정도는 내 줄 수밖에 없겠지요.

아무튼 대한민국 3:1 승!! 했으면 좋겠습니다.

Posted by 파비 정부권
개천절에 무학산 등산을 했습니다. 아주 오랜만에, 아니 사실은 평소에 거의 하지 않던 등산을 했습니다.

물론 개천절 기념 등반 이런 건 절대 아니었습니다. 제 아내의 대학 과선배(1년 선배고 저는 처형이라고 부릅니다)가 같이 가자고 해서 따라 나선 것입니다. 그 처형은 진해 웅진씽크빅 지국의 장님이십니다. 원래 부산에서 지사장으로 있었는데, 집에 어르신이 몸이 안 좋으셔서 일부러 지국장으로 좌천해서 낙향(?)했다고 합니다. 어쩌면 진짜로 좌천된 것인지도 모르지만, 효심이 갸륵해서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개천절이라 함은 하늘이 열렸다 이런 뜻이겠지요. 단군께서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기 위해 신시를 여신 날이라지요. 그 높고 큰 뜻을 어찌 알겠습니까만, 우리 같은 백성들이야 하루 쉴 수 있어 좋고 특히 이번엔 3일 달아서 쉴 수 있으니 더욱 좋지요. 그래서 바빠서 얼굴 한 번 보기 힘든 처형이 일부러 시간 내서 산에 가자고 할 수도 있었던 것이기도 하고 말이지요.

저 멀리 마창대교가 보입니다. 안개만 아니었다면 거제도도 환히 보일 것만 같습니다.



우선 우리 집 뒤 만날고개로 해서 대곡산 정상으로 올랐습니다. 가파른 산길이 만만치가 않았습니다. 숨은 턱에 차고 다리는 후들거리는데 뉘집 아이들인지 떼로 몰려 히히낙락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강아지 한 마리도 막 뛰어서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강아지도 뛰어가고 아이들도 저리 잘도 올라가는데 어른인 내가 비실거린대서야 될 일이겠습니까? 물을 반병이나 비우고 힘을 냈습니다.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가 아니겠습니까?

드디어 대곡산 정상에 올랐습니다. 저 멀리 바다 너머로 거제도인 듯 보이는 육지가 기다랗게 널려 있었는데, 안개가 자욱한 날씨 탓에 그리 선명하게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정상표지석에는 516m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이렇게 높이 올라와 보기는 참으로 오랜만입니다.

대곡산 정상. 여기까지가 힘들고 이후부터는 능선행입니다.



어릴 때 산골에 살 때는 산에서 뛰어노는 게 일이었지요. 이즈음엔 한 시간만 뛰어다니면 머루가 쌀푸대에 한가득 담기고 했습니다. 그러면 겨울에 우리 아버지는 머루주에 붉어진 얼굴로 두만강 푸른물에를 부르시곤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 아버지도 운동 삼아 산에 오르시는 걸 본 적이 없습니다. 그 얘길 했더니 처형이 그러시는군요.

은성무공훈장

"전쟁을 겪으신 분들이야 어디 산에 재미삼아 오를 생각이 나겠어? 산에서 생과 사를 넘나들며 생존투쟁을 하셨을 텐데, 지긋지긋하실 테지. 우리 아버지도 산에 올라가는 사람들 보고 미친놈들이라고 그러셔." 

그러고 보니 그 말씀이 일리가 있어 보입니다. 우리 아버지는 산봉우리 하나를 지키기 위해 한 달을 넘게 오줌을 받아 마셔가며 버티던 쓰라린 전쟁의 기억을 가지고 계십니다. 그 덕에 을지무공훈장 등을 세 개나 받으셨지요. 그러나 나라에선 전쟁터에 나가 목숨 바쳐 충성했다고 그리 알아주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제가 어릴 때 홧김에 모두 불살라 버렸답니다. 작년에 필요해서 다시 찾아오시긴 했지만…. 그런 분들에겐 처형 말씀처럼 산이란 존재가 지긋지긋할 수도 있겠군요. 

어쨌든 우리는 대곡산 정상에서 막걸리를 한 잔씩 나누어 마시고 다시 힘을 내어 무학산 정상으로 향했습니다. 여기서부터 무학산 정상까지는 능선을 따라 완만하게 올라가는 길입니다. 역시 산은 능선을 타는 맛이 일품입니다. 익어가는 억새풀과 함께 산 아래를 굽어보며 걷는 기분은 정말 천상을 걷는 기분입니다. 억새를 보더니 갑자기 처형이 물어보는군요. 

“부권씨는 으악새가 무슨 뜻인지 알어?”

구름과 맞닿은 억새



저야 물론 으악새란 가을이 오는 것을 구성진 울음소리로 알려주는 어떤 구슬픈 새라고 생각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그게 아니라 억새풀이라고 가르쳐 주는군요. 역시 사전에 찾아보니 억새의 경기방언입니다. 새가 맞다, 아니다 억새의 방언이다 아직 논란이 많은데, 막상 ‘짝사랑’의 노랫말을 지은 박영호 선생이 월북 후 북조선연극인동맹 위원장을 하다 돌아가셨으므로 알 길은 없습니다.

일제 말 친일작가로 활동하기도 했던 그가 이북 출신(강원도 통천)이란 점을 들어 왜가리의 이북 방언이란 설도 있지만 억새의 방언이란 설이 더 설득력 있어 보입니다. 눈을 감으니 가을바람에 부대끼는 억새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아 아~  으악새 슬피 우니 가을인가요
지나친 그 세월이 나를 울립니다
여울에 아롱젖은 이지러진 조각달
강물도 출렁출렁 목이 멥니다


포즈 잡는다고 웃고 있지만 사실은 울고 싶은 모양입니다. 태극기 날리는 정상이 바로 뒤에 보입니다.



목이 메거나 말거나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훔치며 우리는 정상을 향해 나아갔습니다. 이제 고지가 바로 저기입니다. 정상에 나부끼는 태극기를 보노라니 아닌 게 아니라 목이 메는군요. 이제 고생 끝입니다.

761.4m. 정상에 올라서니 젊은 학생들이 반겨주는군요. 수고했다고 막걸리도 한 잔 권합니다. 제 아내와 처형은 맛있게 한 잔씩 얻어 걸쳤습니다. 그러나 저한테는 아무도 권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남자들이란 세상 밖에 나와서도 이렇게 괄시만 받고 살아야 하다니 참 처량도 합니다.    


무학산 정상에서 만난 친절한 학생들과 무학산을 정복한 투여사



정상에서 바라보니 마산은 물론이고 창원 시가지도 바로 손에 잡힐 듯 다가와 있습니다. 제가 살던 가음정과 상남동도 보이는군요. 정말 시원합니다. 이 동네에서 산지도 (좀 부풀려서!) 어언 30년이 다 되어 가는데 무학산 정상에는 처음 올라서 봅니다. 제가 스물 몇 살 때 마창노련 전진대회 한다고 딱 한 번 올라와 본 적이 있지만, 그때도 서마지기 고개에서 막걸리만 마시다 내려갔습니다. 

역시 사람들에겐 누구나 정복자의 야심 같은 게 숨어있는 것일까요? ‘인자仁者’는 ‘요산樂山’ 해야 한다는 개똥철학을 모시고 사는 저도 산 정상을 정복하고 보니 그 희열이 만만치가 않습니다.

앞으로 자주 산을 타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산을 정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산에 올라 저 자신을 정복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2009. 10. 4.  파비


서마지기 고개에서 지하여장군의 머리가 썩어가고 있었습니다.

하산하는 길이 너무 가팔라서 올라가기보다 힘들었습니다. 다음엔 다른 하산 코스를 골라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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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에 목포 형님 댁에 다녀오다 순천만 갯벌에 잠깐 들렀습니다. 순천만 갯벌은 처음 가보았습니다. 김승옥이 쓴 <무진기행>의 무대가 순천만 갯벌 근처 어느 동네라는 것만 알고 있었지 도대체 경상도 땅에서 벗어나본 일이 별로 없는 저로서는 순천도 순천이려니와 순천갯벌이란 도시 가볼 엄두도 생각도 나지 않던 곳입니다. 다만 무진기행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 <안개>에서 신성일과 윤정희가 거닐던 제방 둑을 아련하게 간직한 추억처럼 다시 꺼내보고 싶던 마음이 늘 있던 곳입니다. 그래서 아내가 무작정 한 번 가보자고 했을 때 속으로는 무척 기뻐하면서 별로 반대하지 않는다는 듯이 찬성했습니다. 원래 남자들이란 그런 속물 근성이 좀 있어야 멋있게 보이는 법이라고 스스로 늘 생각해오던 바대로 한 것이지요.  

순천만 갯벌을 탐방한 소감을 말씀드리자면, 한마디로 감동 받았다는 말로 대신하겠습니다. 정말 대단한 갯벌이었습니다. 갯벌의 넓이도 두깨도 대단했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마치 개미떼처럼 기어다니는 게떼들이었습니다. 실로 '게떼'라고 해야 맞을 거 같습니다. 게만 떼가 아니었습니다. 짱뚱어도 떼로 기어다니다가 팔짝팔짝 뛰기도 하다가 그것도 재미없으면 구멍으로 쏙 기어들어갔다가 다시 나왔다가 하는 것이 마치 자기 집 안마당이나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 같았습니다.

갯벌에 무성한 갈대가 노랗게 익을 무렵에 다시 한 번 와봐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물론 아내와 함께 합의한 사항입니다. 노랗게 물결치는 갈대와 갯벌과 게와 장뚱어를 이곳 블로그에 담을 수 있다면 정말 환상적일 것 같지 않습니까? (몰론 습지전문가인 도민일보 김훤주 님이 담는 게 훨씬 낫겠지만...)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이날은 게와 짱뚱어들이 여간 고역이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탐방로 나무판들이 사람들의 무게로 고통스럽게 삐걱대는 소리와 떼 지어 몰려다니며 질러대는 어른 아이들의 고성은 평온하던 이곳 갯벌에 때 아닌 난리였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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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닌 게 아니라 정말 난리였습니다. 사람들은 이렇게 탐방로 가에 죽 늘어서 엎드린 자세로 게들을 잡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갈대 가지를 길게 꺾어 갯벌 위를 지나가는 게를 유인해 잡아 올리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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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아 올려진 게 중에 재수 없는 녀석은 보시는 바와 같이 곧바로 음료수 곽이나 비닐봉지 안으로 감금당하게 됩니다. 드넓은 갯벌에서 자유를 만끽하던 게가 답답한 음료수 곽이나 비닐봉지 안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이렇게 잡은 갯벌 게를 어디다 쓸려고 하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설마 탕을 해 먹을려고 하는 건 아니겠지요. 재미로 또는 못보던 자연을 체험해본다는 정도로 잡았다가 다시 놓아주는 건 몰라도 이건 정말 게들에게 너무하는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기 집 안마당을 개방해서 보여주는 것만 해도 감지덕지한 일일 텐데 남의 집에 들어와 가구를 디비고 심지어 주인까지 쫓아내는 꼴이라고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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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많은 사람을 태운 유람선이 갯벌 수로를 달립니다. 몇 대가 번갈아가며 쉼 없이 물보라를 일으키며 달리고 있었습니다. 배가 지나가고 난 뒤 파도를 뒤집어 쓴 게와 짱뚱어를 살펴보았더니 이미 익숙한 일인지 별 일 없다는 듯 잘들 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이야 재미있겠지만, 게와 장뚱어들에겐 여간 수난이 아닐 수 없을 것입니다. 평소엔 사람들이 그리 많이 찾지는 않겠지만, 추석 같은 명절에는 떼 지어 몰려오는 사람들의 습격으로 고통 받을 게와 장어 그리고 갯벌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이들은 명절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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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우리 아이들은 갯벌에 감동할 마음의 준비가 안 되어 있는 모양입니다. 제가 갯벌을 둘러
            볼 동안 입구에서 빌려주는 자전거(큰 거 3000원, 유아용 2000원)를 타고 실컷 놀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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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마누라는 아직 자전거를 탈 줄 모릅니다. 이 장면은 잠깐 일어선 순간을 포착한 것입니다.
           제 휴대폰이 찍었는데, 찍는 속도(셔터스피드) 만큼은 제가 들고다니는 삼성디카보다 월등합니다.
           위에 보시다시피 줌이 약해서 그렇지 급할 땐 쓸 만합니다. 그런데 옛날엔 자전거를 탈 줄 알았다고
           하는데(본인의 진술일 뿐이지만), 희한한 일입니다. 까먹을 게 따로 있지... 
           하여간 갈대가 노랗게 물들 때쯤 꼭 다시 와 보기로 맹세(?)했습니다.
           맹세 같은 거 함부로 하는 거 아이라켔습니다만...


아 참, 순천만에 오기 전에 보성 벌교의 어느 집에서 짱뚱어탕을 점심으로 먹었는데, 참 맛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살펴보니 짱뚱어란 놈이 올챙이처럼 생긴 배 밑에 다리가 달려 있더군요. 깜짝 놀랐습니다. 웬 물고기에 다리가….
아마 어쩌면(자신 없어 하는 것은 제가 그 쪽 전문가가 아니라서 말이지요.) 도롱뇽 계의 일종이 아닐까 생각해봤는데, 다음에 노랗게 익은 갈대물결 속에 뛰노는 짱뚱어를 꼭 소개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2008. 9. 17  파비 

Posted by 파비 정부권
마산도 항구도시였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사실 나는 마산이 항구도시라고 생각해본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런데 마산은 과거에 항구도시였으며, 전국 7대도시였으며, 그래서 다시 과거의 영광을 재현해야 한다는 소리들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그 목소리들의 진원지가 어디인지는 정확히 알지 못하겠지만, 아마도 마산시 청사가 아닐까 하는 것이 그저 지레짐작이다. 최근 마산시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미래 마산의 청사진이란 것은 <드림베이 마산>이라고 하는 슬로건에 온전히 들어있다. 꿈의 항구도시 마산을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그리고 그 계획에 따라 가포만 바다를 매립하여 신도시를 조성하는 대역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 수정만 바다를 매립하여 STX 조선소를 유치하기 위해 혈안이 되다시피 하고 있다. 신포 앞바다는 이미 매립하여 대형 아파트단지가 들어서고 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코딱지만 하기는 해도 시민의 눈을 의식해서 자그마한 공원이 하나 만들어졌다. 남들이 보면 무슨 공원이 이러냐고 핀잔을 주겠지만, 그래도 마산에서는 보기 드문 공원이다. 그나마 그마저도 친일논란이 있는 이은상과 조두남 기념관을 짓겠다고 하여 한동안 시민단체들과 씨름을 벌이기도 하였다.  

이런 것들이 마산시가 추진하고 있는 드림베이(dream bay), 즉 꿈의 항구도시 마산을 건설하기 위한 사업의 내용들이다.

나는 처음에 드림베이라고 하기에 태평양의 푸른 파도와 지중해의 낭만이 연상되었었다. 그런데 드림베이란 것이 알고 보니 대형 아파트촌을 건설하고 공장을 유치하여 인구를 유입하는 것이었다. 드림베이란 우리가 생각하는 꿈이나 낭만과는 전혀 무관한 것이었다. 아름답고 살기 좋은 마산, 녹색이 물결치는 살만한 마산과도 거리가 먼 것이었다. 사람들은 오로지 파괴하고 개발해야만 다시 7대도시의 영광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들 생각하는 듯하다. 그나저나 과연 소원대로 7대도시가 된다한들 그것이 우리의 삶의 질과 도대체 무슨 상관이 있다는 것인지도 나는 알지 못하지만, 도대체 드림베이란 것을 해서 살기 좋은 도시가 된다는 것도 말 그대로 드림, 꿈같은 소리로만 들린다.  

이번 추석에 목포에 다녀왔다. 그곳도 항구도시다. '목포는 항구다'란 노래도 있지 않은가? 그러나 목포는 마산에 비하면 자그마한 도시다. 마산사람들이 생각하기엔 자그마한 시골도시쯤으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번에 목포를 둘러보고 참으로 부끄러움을 느꼈다. 목포는 마산에서 느껴보지 못한 푸근함 같은 것이 있었다. 바닷내음부터 달랐다. 목포는 정말 항구로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일었다. 역시 목포는 항구였다.

그러나 내가 목포에 반한 것은 그곳이 항구였기 때문이 아니다. 그곳도 이곳과 마찬가지로 개발바람을 비껴가진 못한다. 역시 그곳에도 아파트촌이 건설되고 공장들이 들어서고 있었다. 그러나 그곳엔 아름다운 산이 있었고 문학관이 있었고 박물관이 있었다. 바닷가 경치 좋은 곳 엄청나게 널따란 부지에 예닐곱 개의 박물관들이 모여 있었다. 자연사 박물관도 있고 해양 박물관도 있다. 정말 웅장하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사는 마산 같았으면 금싸라기 같은 땅이 아까워서 과연 이렇게 커다란 박물관들을 그것도 한개도 아니고 예닐곱 개나 지을 수 있었을까? 그리하여 드림베이란 이름에 어울리는 도시가 있다면, 그런 꿈을 꿀만한 자격이 있는 도시라면, 그곳은 마산이 아니라 목포 같은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어쨌든 나와 아이들에겐 좋은 구경거리가 생겼다. 목포시민은 50% 할인이라고 해서 목포시민인 형과 형수, 병원에 장기 입원해 계시다 추석 때 이틀간 외박 나오신 아버지까지, 모두들  모시고 갔다. 해양박물관은 공짜였고, 자연사박물관과 도자기 박물관은 아래와 같은 저렴한 가격으로(자연사박물관에서 계산하면 도자기박물관은 덤이다) 거의 공짜로 구경하다시피 했다. 공짜라면 빠지지 않는 것이 또 우리 가족인 고로 구석구석 열심히 발품을 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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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멍텅구리배다. 우리나라에 마지막 한 대 남은 배라고 했다.
               더 이상 만들지 않는 하나 남은 유물이라고 하니 더 유심히 살폈다.
               이 배는 1989년에 만들어 조업하던 배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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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멍텅구리배의 닻이다. 배에 비해 크기가 웅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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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양박물관의 맞은편에 자연사박물관이 보이고 그 뒤에 나지막한 암산이 보인다.  
               목포엔 이런 바위산들이 많이 보였다. 그 중 최고는 물론 유달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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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포돛배를 재현해 박물관 마당에 전시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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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세기에 신안 앞바다에 침몰한 중국 무역선을 잔해를 모아 재현한 신안호.
               1천년 전에 만들어진 배라고 하기엔 규모가 어마어마했다.
               아래 사진에 보이는 포토존에서 촬영했는데 사진 상태가 별로 좋지 않다.
               카메라 탓이라고 하고 싶지만, 내게 DSLR 카메라가 주어진다 해도 별로 다르진 않을 것이다.
               사진기(삼성디카)도 별로고 사진사도 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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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안 해저에서 발굴한 유물들. 후추와 일본장기도 보인다.
               그리고 해저에서 발굴된 금화보다 귀한 엽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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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물표다. 화패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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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양박물관 유리창 너머로 나무기둥에 앉아있는 갈매기들이 평화롭다.
               마치 풍어를 기원하는 솟대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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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양박물관에 이어 자연사박물관으로 갔다. 정말 대단했다. 지구에 생명의 신비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사라져갔는지 잘 보여주는 박물관이었다.
                암모나이트로부터 티라노사우루스, 신생대의 포유동물들, 나비, 장수풍뎅이 등 곤충들,
                사라져가는 식물들, 바다생물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모래무지도 보았다.
                어린 시절 모래무지와 놀던 기억이 새록새록 했다. 놀라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우리 아이들도 신이 나서 어쩔 줄 몰랐다.

                아!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곳은 촬영금지구역이었다.
                어차피 내 사진 실력으로는 이곳의 감동을 전하기에 역부족이므로 차라리 잘 됐다.
                궁금하신 분은
http://museum.mokpo.go.kr/ 에 가서 아쉬운대로 살펴보시면 되겠다.

                이곳 구경을 끝내고 도자기 전시관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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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기한 듯 옆에서 쳐다보고 있는 혜민이. 초딩 1년짜리 우리 딸이다. 직접 실습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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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자기 재료도 전시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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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 엄마와 딸아이가 타일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 아들놈은 그 옆에서 그리고 있는데
               사진 찍지 말라고 한다. 집중이 안 된단다.  
               맨 왼쪽이 딸, 가운데가 아내, 맨 오른쪽이 아들놈 그림인데, 아들놈은 화투짝을 그렸다.
               지금 컴퓨터 앞에 앉아 블로깅에 빠져있는 내 옆에서 두 놈이 화투짝을 돌리고 있다.
               이거 교육적으로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좋다는 걸 말리기도 그렇고, 내가 할 줄 모르는
               걸 잘 하는 녀석들이 대견(?)스럽기도 하다.
               요놈들이 컴퓨터에서 화투치는 법을 배워서는 내게도 가르쳐줘서 며칠 전에 셋이서 한 판 쳤다.
               평생에 처음 쳐본 고도리였다.  
               우리 가족이 만든 타일그림들은 박물관 벽에 붙여져 영원히 전해진다고 한다.
               물론 다른 가족이 그린 타일들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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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엇? 오랜만에 보는 것이지만 정감이 가는 익숙한 물건이다. 이게 바로 요강이란 것이렷다.
               뒷간 가는 것이 두려운 옛날 어린아이에겐 정말 귀중한 존재가 아닐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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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도자기 전시관의 마지막은 행남자기가 차지하고 있었다. 아마 이 지방 향토기업인가보다.
               그러나 이렇든 저렇든 향토기업이 이런 전시관에 지원도 하고 자기들 자리도 하나 차지하는
               게 그리 나빠 보이지 않는다. 우리 지역엔 이런 향토기업도 하나 없다.


그 다음 남농미술관이며, 문예역사관이며, 또 무슨 전시관이며 문화관은 다음 기회에 보기로 했다. 여기 소개한 사진들은 그야말로 신발에 묻은 흙 정도만 턴 것에 불과하지만, 여기까지 보는데도 종일 걸렸다.

벌써 저녁 먹을 시간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데, 밥 먹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또 있겠는가?
저녁을 먹고 유달산에 달구경 갔다. 그러나 달은 보지 못했다. 구름 속에 숨어 끝끝내 그림자조차 보여주길 마다하는 보름달과 먹구름을 함께 원망하며 산을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다음날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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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 집에 돌아왔다. 마당에 핀 꽃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언제 피었는지 모르겠다. 이름도 모르겠다.
아름다운 꽃이다.
               
밤에 달이 떴다. 하루를 넘겼지만 보름달과 다름 없다. 역시 달은 마산 달이다. 목포가 아름다운 항구고 문화적으로 여유가 풍부하기로 마산이 비할 바가 못 되지만, 달 만큼은 마산이 최고다.
그래서 우리 동네 이름도 고운 최치원 선생께서 ‘월영月影’이라고 지어주지 않았던가!  
그러나 도무지 파괴와 개발의 대명사가 된 드림베이와 어울려 보이지 않는 것이 또한 월영이란 이름이고 보니 참으로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고운선생이 다시 돌아와 보신다면 무어라 말씀 하실까?


2008. 9. 16 한가위 연휴 끝에, 파비

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