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에 해당되는 글 9건

  1. 2011.01.04 빨리 엠비시 꺼라! 엥, 무슨 말씀? by 파비 정부권 (7)
  2. 2010.06.02 '김수로' 촬영현장에서 쫓겨난 이야기 by 파비 정부권 (1)
  3. 2009.06.30 박근혜가 선덕여왕? 그럼 김정일은 광개토대왕이냐? by 파비 정부권 (73)
  4. 2009.06.12 대형마트 할인상품, 어떻게 사기치나 by 파비 정부권 (12)
  5. 2009.03.25 WBC로 도배된 뉴스데스크, MBC마저 MLB에 포섭됐나 by 파비 정부권 (14)
  6. 2009.01.21 언론악법반대 이유 열공한 SBS뉴스 by 파비 정부권 (18)
  7. 2008.12.29 MBC파업, “구속도 각오, 이기기 위한 싸움의 시작” by 파비 정부권 (7)
  8. 2008.12.27 MBC 파업을 바라보는 조중동과 '한경'의 차이 by 파비 정부권 (2)
  9. 2008.10.17 골프장도 공익시설입니까? by 파비 정부권 (14)
"빨리 엠비시 꺼라!"

아, 이거 mbc 관계자가 들으면 몹시 서운하겠군요. 그런데 사실은 그게 아니랍니다. 진실을 말하면 이렇습니다.

우리 애 엄마가 요즘 좀 심합니다. 뭐 애 한 두어 명 나은 아줌마들치고 그렇지 않은 사람 없겠습니다만, 애들 부를 때 큰애하고 작은애하고 헷갈리는 거죠. 동민이를 보고 혜민이라고 불렀다가, 반대로 혜민이를 보고 동민이라고 부르고 막 그러죠. 다들 경험 있으실 겁니다. 물론 저도 가끔 그러긴 합니다만, 증세가 그 정도엔 미치지 못합니다.

우리 애 엄마는 원래 옛날부터 연속극 광이었습니다. 저보다 더 심했죠. 연속극 할 때 떠들면 잔소리가 엄청 심합니다. 이때만큼은 가급적 아무도 없었으면 하고 바라는 게 아닐까 생각할 정돕니다. 요즘은 바빠서 옛날처럼 평일에는 연속극 거의 못 보는 우리 마나님, 그래서 그런지 주말에는 연속극 보기가 거의 임전무퇴 수준입니다.

엊그제였습니다. 역시 <글로리아> 하는 시간이 다가오자 열심히 만화영화를 보고 있던 우리의 사랑스런 딸내미를 향해 외쳤습니다. 빨리 엠비시 틀어라~. 그러나 우리 딸내미도 고집이 보통이 아닙니다. 제 것 절대 남에게 빼앗기지 않는 의지의 한국인 아니 어린이입지요. 제 오빠의(물론 저도) 얼굴이며 팔뚝엔 그로 인해 얻은 상처가 한둘이 아닙니다.

"싫어!"
"빨리 틀어라. 얘, 그리고 주방에 누가 불  켜놨노? 빨랑 불 꺼라."
"내가 안 켰다."
"나도 안 켰다."
"그럼 누가 켰단 말이고, 당신이 켰나?"
"아니, 나도 아닌데."

@다음이미지, 외동향우회 까페 사진 인용



평소에도 우리집은 화장실에도 누군가가 불을 자주 켜놔서 애 엄마의 언성이 높아지기 일쑤입니다. 부엌에 누가 불을 켜놓았냐고 열을 내던 애 엄마, 불현듯 벽에 걸린 시계를 쳐다보며 다시 연속극 생각이 났던가 봅니다. <글로리아>가 평소라면 시작할 시간이 5분 가까이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어? 빨리 틀어라."

그러곤 다시 부엌쪽을 돌아보며 외칩니다.

"뭐하노, 빨리 엠비시 꺼라."

순간, 우리 딸내미 죽겠다는 듯이 배를 잡고 깔깔거립니다. "뭐라고? 엠비시를 끄라니, 그게 무슨 소린데? 엠비시를 어떻게 끄란 말인데, 하하하~"

그냥 웃자고 올린 이야기지만 사실 남 이야기가 아니죠. 모두들 조심하시고, 새해 건강에 유의하세요.
Posted by 파비 정부권
TAG MBC, 엠비시
여기는 mbc 새 주말드라마 <김수로> 촬영 현장입니다. 경남 창원(마산) 진동면 다구리와 도마이 마을을 지나 구산면 명주마을입니다. 저도 실은 여기서 <김수로>를 촬영하는 줄은 까맣게 몰랐습니다. 6·2 지방선거 취재차 나왔다가 우연히 알게 된 것입니다.


아직 세트장이 완성되지는 않았습니다. 한참 짓고 있는 중이군요.


그래도 한쪽에서는 촬영이 곧 시작 되려나 봅니다. 스텝들이 분주한 모습이네요.


아이고, 이게 웬 떡인가 싶어 사진을 찍으려고 하니 한 청년이 나타나서 못 하게 막습니다. "당신들 뭐에요. 찍으면 안 됩니다." 아, 실은 당신들 뭐에요, 소리까지는 안 했답니다. 그건 과장이고…, 일단 아무튼 여기서 사진 찍으면 안 된다고 제지를 받았습니다.

플래쉬 없이 잠깐, 방해되지 않도록, 살짝 찍는 건데 그래도 안 되겠냐고 하자 그 청년은 절대 안 된다고 하더군요. 에이구, 얼굴을 보아하니 젊은 티가, 아니 어린 티가 팍팍 나는 게 절대 말이 안 통하겠다 싶어 그냥 조용히 물러나기로 했습니다.

함께 갔던 마을 형님은 "아니, 젊은 사람이 말이야, 너무 심하게 그러는 거 아니요? 말을 그렇게 빡빡하게 할 필요까지는 없잖소" 하며 따지려고 했지만, 그건 아니죠. 젊기 때문에 그런 것을요. 젊다는 것은 융통성이 없어서 불편할 때가 많기도 하지만, 한편 그래서 때묻지 않은 순수함이 있는 것이죠.


대신 나오는 길에 아래에 보시는 세트장 건물 사진을 찍고자 했지만 그 청년은 달려와서 그것도 못하게 하더군요. 아아 젠장, 이 정도는 괜찮지 않나 싶었는데, 그 청년 고집 한 번 대단합니다. 어쨌든 자기 눈앞에서 민간인이 카메라를 드는 꼴이 용납이 안 되는 모양입니다.

아니 그게 아니라 이 청년의 말에 의하면 민간인은 여기 들어오는 것도 안 된다고 하더군요. 뭐 힘이 있습니까? "네, 미안합니다!" 꼬랑지를 내리고 나오려는데 안면이 있는 사람이 들어옵니다. 마산중부경찰서 정보과 형사. "아이구, 반갑습니다. 여기 어쩐 일이십니까?" 

드라마 세트장이 사찰 대상은 아닐 텐데 뭐 하러 여기 나타났을까? 그는 세트장 공사가 얼마나 진척됐는지 알고 싶어 왔다고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그는 민간인이 아닙니다. 역시 청년도 민간인이 아닌 그에게는 함부로 대하기가 어려운가 봅니다.

뒷짐을 진 정보과 형사의 걸어 들어가는 폼이 아주 자연스럽습니다.


여기는 보는 사람들이 아무도 없어서 마음껏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여기두요. 그래도 뭔가 아쉽습니다. 에쒸~ 그냥 그 형사 뒤나 따라 들어갈 걸 그랬나? 역시 뱁새보다는 짭새의 다리가 더 긴 모양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괜히 기분이 안 좋습니다. 뭐야 이거, 사람 차별하는 거잖아. 그런들 어쩌겠습니까.


아직 여기저기 파헤쳐진 게 정리가 안 됐지만 마산은 바다가 참 아름다운 곳입니다. 그런데도 마산사람들은 자기들이 가진 바다가 아름다운 줄을 모르고 삽니다. 그래서 시멘트 더미에 매몰당하는 바다를 지킬 생각도 못합니다.

어쩌면 곧 이 아름다운 바다에도 수정만처럼 조선소를 짓겠다고 나설 기업이 생길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시는 다시 그 기업을 칭송하며 어서 빨리 바다를 메우자고 계획을 세우고 하겠지요.

저 멀리 보이는 육지는 거제도인 것 같습니다.


엇 그런데 저분, 어디서 많이 본 분이로군요. 누구시더라? 굉장히 유명한 배우 아니던가요? 아 그렇군요. 많이 보던 분이네요.  


가까이서 보니 수염이 딱 어울립니다. 가까이 다가가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테레비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멋있습니다." 그러자 이렇게 답하시더군요. "에이 이제 다 늙었는데 뭐." "수염하고 분장이 잘 어울리시는데요." "그야 진짜로 늙었으니까 그렇겠지. 진짜 늙었어."


그러고보니 정말 자상한 할아버지 같습니다. 지나가는 어린아이에게 손도 흔들어 주십니다. 성격 참 좋으시더군요. 덕분에 쫓겨날 때 가졌던 섭섭한 마음이 모두 사라졌습니다.


어? 이분도 어디서 많이 보던 분이네요. 그런데 저기서 뭐 하시는 걸까요? 혹시 쉬 할 자리라도 찾고 계신 건 아닌지…, ㅎㅎ


여기저기 구야국 복장을 한 인물들이 분주하게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지방선거 때문에 여기 왔다가 뜻하지 않게 좋은 구경 하고 갑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진동에서 구산면으로 이어지는 이 바닷길은 참 아름다운 곳입니다. 마산사람들조차 마산에 이렇게 아름다운 바다가 있다는 사실을 잘 모릅니다.

그리고 하나 더 말씀드리면 마산 시내에서 먹는 회 맛과 여기 바닷가 어느 횟집에서 먹는 회 맛의 차이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담에 기회가 되면 이곳 바닷가 어느 횟집 하나를 정해서 한번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도시에서 먹는 회맛은 너무 싱겁지요. 왜 그런지는 다들 잘 아실 겁니다. 고기가 고생해서 그렇습니다. 그러나 여기 싱싱한 바닷가에서 먹는 회맛은…,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다음을 위해.


오늘은 투표하는 날입니다. 모두들 투표는 잘 하셨는지 모르겠군요. 아직 안 하신 분은 빨리들 가셔서 신성한 권리행사를 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벌써 투표하고 왔습니다. 물론 몇 번 찍었는지는 비밀이구요. 사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일부 선거의 경우에 누가 누군지도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 했냐, 그것도 비밀선거의 원칙에 입각하야 비밀입니다. ㅋㅋㅋ 
Posted by 파비 정부권
TAG MBC, 김수로
요즘 선덕여왕이 한창 인기다. 그런데 이런 인기바람을 타고 별 시답지 않은 이야기가 떠돌고 있다. 박근혜가 선덕여왕을 닮았다는 거다. 물론 이런 이야기들은 이미 선덕여왕이 방영되기 전부터 친박계 주변으로부터 슬금슬금 흘러나온 것들이다. 그런데 이런 의도가 뻔한 이야기를 <MBC 생방송 아침>이 전파에 실어 전국에 흘려보냈다.


당연히 논란이 벌어졌다. "박근혜를 그렇게 비유하니 그럴 듯하다!" 부터 시작해서 "어떻게 박근혜를 선덕여왕에 견줄 수 있느냐?" "박근혜는 선덕여왕이라기보다는 차라리 미실에 가깝다!"라는 의견까지 다양한 논쟁들이 쏟아졌다. 그러나 대체로 어이없다는 반응이 다수였다. 당연한 이야기다.

선덕왕과 박근혜의 공통점은 오직 한가지 뿐이다. 여자라는 사실. 만약 이 사실 때문에 선덕왕과 박근혜를 비교하는 것이라면 그야말로 어처구니 없는 짓이다. 그리 말한다면, 나는 세종대왕이나 이순신 장군과 닮았다고 해도 아무도 이의를 달지 못할 것이다. 그분들과 나는 남자라는 공통점을 가졌다. 

그러나 현명한 사람들은 여자라는 공통점만을 내세우는 바보 같은 짓은 하지 않는다. 그들은 선덕여왕과 박근혜가 세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고 늘어놓았다. 첫째는 지지기반이 경상도 지역으로 같다는 것이며, 둘째는 최고 지도자의 딸, 즉 공주 출신이란 점이 또한 같고, 셋째는 선덕화라는 박근혜의 법명이 선덕여왕과 같다는 것이다.  

세 번째 이유는 별로 거론할 가치도 없다. 도대체 이름을 두고 이런 말장난을 벌이는 것이 진실하게 받아들여지는 사회라면 여자들은 모두 선덕이란 이름을 갖게 될 것이며 남자들은 모두 담덕이 될 것이다. 그럼 두 번째 이유를 들여다보자. 선덕여왕과 박근혜가 모두 공주였다는 점을 강조한다. 최고 지도자의 딸로 통치수업을 받았다는 것이다.

두 사람이 모두 공주 출신이라고? 맞는 말 같기도 하다. 그래서 박근혜를 수첩공주라고 부르기도 한다. 물론 이 수첩공주는 박근혜의 무식함을 빗대어 놀리는 말이긴 하지만 그녀의 출신성분에 가장 적절한 말일 수도 있겠다. 그런데 지금이 왕조사회던가? 어떻게 박근혜를 공주에 비교하는 난센스를 남발할 수 있단 말인가? 

그렇게 본다면 북한의 김정일이야말로 박근혜와 가장 닮은 사람 중에 한 사람이다. 김정일은 북한의 절대적 지배자인 김일성의 아들이 아니던가. 박근혜가 공주라면 김정일은 왕자란 말인가. 시계는 미래를 향해 오늘도 어김없이 돌아가고 있건만 민주공화국의 정신세계는 거꾸로 왕조시대를 쫓아가고 있으니 한심한 일이다.  

박정희 왕가의 가족들?


그러나 더 한심한 것은 다음 첫 번째 이유다.  박근혜의 지지기반이 경상도 지역으로 선덕여왕과 일치한단다. 선덕여왕 당시 신라의 전 국토가 경상도 일원이었으니 이 비유도 적절한 것은 못 된다. 그저 말장난일 뿐이다. 게다가 공영방송이 생방송으로 지역주의를 부추기는 듯이 말을 만들어낸 것은 매우 적절치 못한 태도다.

어떻든 좋다. 박근혜의 지지기반이 경상도 지역이라서 선덕여왕과 닮았다고 치자. 그럼 김정일은 지지기반이 북한 지역, 즉 과거의 고구려 지역이라서 광개토대왕과 닮았나? 광개토대왕도 남자요, 최고지도자의 아들이었다. 그럼 완벽하지 아니한가. 김정일이야말로 완벽하게 광개토대왕과 닮은 꼴이라고 말해도 무슨 문제가 있겠나.

이름? 그거야 죽기 전이든 죽은 후든 시호를 담덕이라고 내리면 될 일이다. 그까짓 게 무슨 대수가 되겠는가. 선덕여왕은 세종대왕에 버금가는 업적을 쌓은 인물이다. 선덕여왕대에 일구어낸 과학기술의 발달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또한 선덕여왕은 위기에 처한 신라의 국력을 일으켜 삼국통일의 기초를 쌓은 인물이다. 

그런 점에서는 세종대왕보다 더 뛰어났다고 말할 수도 있다. 세종대왕 역시 과학기술 뿐만 아니라 국력신장에도 괄목할 업적을 세웠다. 4군6진을 개척해 오늘날의 국경선을 확정지은 인물이 세종대왕이다. 그러나 세종대왕은 안정된 정국을 기반으로 가졌다는 점에서 그렇지 못한 선덕왕보다 우월한 위치에 있었다. 

광개토대왕이야 이름이 의미하듯 두말할 필요가 없는 영웅…. 이렇든 저렇든 <MBC 생방송 아침>에 의하자면, 이제 우리나라는 남에는 선덕여왕을, 북에는 광개토대왕을 가지게 된 셈인데 이를 두고 축하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MBC에 바란다. <선덕여왕>이 요즘 인기 정상을 달리다 보니 잠시 정신이 혼미해진 점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재미있게 잘 보고 있는 드라마에 초를 치는 일은 제발 자제해주기 바란다. 오늘밤 <선덕여왕>에서는 김유신과 김서현이 살아서 돌아오고 진골신분과 영지도 회복하게 된다고 한다. 지난주에 포스팅한 <이요원이 창조할 선덕여왕의 이미지는?>에서 내가 말한 것처럼 미실 일파의 계략이 거꾸로 미래의 선덕여왕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꼴이 되었다. 

그런데 이렇듯 본격적으로 재미있어지려고 하는 <선덕여왕>에 박근혜 이야기가 튀어나오니 맛있는 밥상을 받아놓고 오물을 뒤집어쓴 기분이다. 매우 불쾌하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의문을 제기하며 마치기로 하자. 진실로 드라마에 등장하는 덕만의 어디가 박근혜와 닮았단 말인가? 시시콜콜 모든 일에 관심을 보이며 앞장서는 덕만과…

모든 국가대사에 등을 돌리고 침묵으로 일관하는 박근혜, 심지어 자기 당이 위기에 처해도 입을 닫고 칩거하기를 즐기는 박근혜의 어디가 선덕여왕과 닮았단 말인가?          파비
Posted by 파비 정부권
어제 MBC-TV『불만제로』를 보다가 10년 동안 먹었던 곱창이 다 올라오는 줄 알았다. 세상에… 곱창을 합성세제로 빨아서 구워먹었다니, 아무리 62개 식당 중에 열아홉 곳만 세제가 검출되었다고는 하지만, 이건 해도 너무한다. 그런데 다음뷰에서 <송원섭의 스핑크스> 「세제로 씻은 곱창, 얼마나 먹었나」를 읽다가 이번엔 기절하는 줄 알았다.


곱창을 하이타이로 빨다가 들킨 식당 주인이 단골학생에게 변명하는 장면이었다. “학생, 미안해. 나도 반성 많이 했어. 그래서 하이타이로 빨지 않고 이제는 퐁퐁으로 빨아. 그러니 괜찮아. 이제 먹어도 돼.” 그러나 『불만제로』팀에 의하면 빨래용 세재 대신 주방용 세제로 바꿔도 안전한 건 절대 아니라고 한다.


사실 나는『불만제로』란 프로가 있다는 걸 어제 처음 알았다. 7시에서 8시 사이에 텔레비전을 볼 일이 별로 없었지만 어제는 월드컵 예선전을 응원하기 위해 일찌감치 텔레비전 앞에 앉았고 이 프로를 보게 되었다. 처음엔 그저 가벼운 마음으로 축구경기를 관람하기 전 매스게임을 보는 기분으로 보았다.


그런데 이게 가관도 아니다. 세제로 빨래한 곱창이 지나가자 이번에는 대형할인마트들의 사기극이 나온다. 롯데마트니, 홈플러스니, 이마트니 하는 대형할인마트들에서 파는 할인품목들이 사실은 거의 대부분이 일반 슈퍼에서 파는 것보다 더 비싸다는 것이었다. 그 비결은 의외로 간단했다. 용량을 속이는 것이었다.

이래서야 일부러 자동차 기름 때 가면서 대형마트 간 보람이 뭘까?

우리가 보통 슈퍼마켓에서 설탕 3kg들이를 산다고 치자. 그러면 대형마트에서 할인해서 파는 설탕도 3kg일 것으로 믿고 싸다고 기뻐하며 사게 된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그 설탕의 용량은 아주 작은 글씨로 2.722kg이라고 구석진 자리에 적혀있는 것이다. 식용유의 경우도 마찬가지. 보통 1.8리터인줄 알고 사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1.7리터다.


이걸 단위당 가격으로 환산해보면 대형마트에서 할인해서 산 것이 더 비싸다는 결론이 나온다. 설탕이나 식용유만 그런 것이 아니고 치약, 세제, 심지어 묶음 상품으로 나오는 과자까지도 용량을 속이고 있었다. 나도 가끔 대형마트에 가면 세 개에 천 원씩―또는 이천 원― 묶음으로 할인하는 과자를 아이들에게 사주었었는데, 아이들이 이렇게 말했었다.


“아빠, 그런데 이 과자에는 공기만 잔뜩 들어있는 거 같아.” 그런데 『불만제로』피디가 이런 문제에 대해 대형마트 관계자에게 “왜 이렇게 하느냐?”고 이유를 묻자 대답이 실로 걸작이었다. 무거운 장바구니를 조금이나마 가볍게 해주기 위해서란다. 소비자의 고충을 헤아리는 대형마트의 정성이 참으로 눈물겹다.


그러고 보니 옛날 생각이 났다. 2002년 월드컵이 끝난 직후였으니 7년 전의 일이다. 당시 나는 부산진해신항만에 세워지는 신도시에서 부동산업을 하는 친구를 찾아갔던 적이 있었다. 그곳에서 대형할인마트를 개업할 장소를 의뢰하기 위해 찾아온 한 유통업자를 만나게 되었는데 그는 함께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매우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러니까, 이게 마트 장사란 게 말이죠. 타이밍 잘 잡아갖고 아줌마들 후리기를 잘해야 되는 기라. 아줌마들은 무조건 싸다카모 사죽을 못 쓰거든. 적당한 시간 잡아서 마이크 들고 골라잡아라, 대박세일이다 카모 마 줄이 바로 뱀처럼 만들어지는 기라. 그런데 내 그런 아줌마들 보모느 속으로는 기가 찬기제.”


“내 예를 하나 들어 주까요? 화장지가 있어. 큰 박스도 있고, 좀 작은 놈도 있는데, 이걸 특별세일을 하는 기라. 한 시간만 하모 완전 창고 정리하는 기지. 그런데 이걸 집에 가져가서 다 풀어 갖고 길이 재보는 사람 있나? 없잖아. 그라니까 장사가 되는 기라. 사실은 할인하는 놈하고 정품하고 길이가 다르거든… 흐흐흐!”


“그라모 그거 불법 아입니꺼?”


“불법은 무신… 다 미리 공장하고 짜고 하는 기제. 공장에서 생산할 때 아예 제품형식을 다르게 승인 받아서 만드는 기라. 말하자면, 50m짜리, 45m짜리 이렇게 두 개 라인의 형식승인을 받는 거지. 그러니까 법적으로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거예요. 사람들이 길이 재보는 것도 아니고. 50m짜리는  얼마고, 45m짜리는 얼마다 하면서 파는 것도 아니고.” 

애들 먹는 과자까지 속여서 얼마나 벌겠다고... 대형마트들, 너무 쫀쫀하다.

그리고 그날 저녁, 나는 식탁에 마주 앉은 아내를 향해 일장교육을 했다. 아내도 “우째 이런 일이!”를 연발하면서 분개했다. 그리고 나는 앞으로는 절대 대형마트에 가서 싸다고 함부로 물건을 사서는 안 된다고 연설을 늘어놓았다. 그러나 우리도 어쩔 수 없는 한국사람. 한국인의 주특기가 무엇이던가. 잘 까먹는 것 아니던가. 


우리 집 욕실 장에는 거의 1년 치에 해당하는 치약과 칫솔이 잘 정돈되어 있으며, 주방에는 커다란 주방용 세제와 식용유 등이 몇 개씩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라면을 살 때도 꼭 5개 묶음에 보너스가 하나 추가된 제품을 산다. 여전히 마트에서 장을 보고 돌아올 때는 출구에 놓여진 3개씩 묶여진 과자봉지를 습관적으로 집어 든다.

7년 전에 만났던 그 유통업자는 장사수완이 좋았던지 거제, 진해신항만, 부산 등지에 대여섯 개의 대형할인점을 운영했는데, 지금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가 아마 다시 나를 만난다면 이렇게 말할 것 같다. “그래요. 아저씨 같은 분들 땜에 그래도 대형마트들이 다 먹고 사는 기라!”    파비

Posted by 파비 정부권

3월을 뜨겁게 달구던 WBC가 끝났다. ‘3월의 광란’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사람들은 야구에 빠졌다. 나도 덩달아 그 광란에 동참했다. 그러나 나는 사실 WBC가 뭔지 몰랐다. WBC? 왕년에 WBA와 더불어 한창 인기를 누렸던 그 WBC? 기수와 홍수환, 염동균, 유재두, 박찬희, 김태식으로 이어지던 복싱이 당장 연상되었던 건 물론 내 무식의 소치다.

 

그러나 그냥 야구월드컵이라고 했으면 되었을 걸 굳이 생경한 WBC라고 했으니 내 무식만 탓할 일도 아니다. 듣자 하니 정식 명칭은 World Baseball Classic이라고 한다. 월드 베이스볼은 알겠는데 클래식은 또 뭔가? 하긴 야구월드컵이라고 하면 축구란 놈 때문에 자존심이 좀 상할 수도 있겠다.

사진=경남도민일보/뉴시스

어쨌든 그 WBC가 끝났다. 재미는 있었다. 일본과 무려 다섯 번이나 붙는 요상한 대진표가 짜증스럽고 지겹긴 했어도 재미는 있었다. 유례없이 희한한 규칙아래 치러진 지겨운 다섯 차례의 한일 국가대항전은 양국의 국민에게는 짜릿한 승부감을 주었고 이 대회의 주최측인 MLB(Major League Baseball)에게는 막대한 수입을 안겨주었을 것이다.

 

그걸로 된 것이다. MLB가 미국의 영향권 아래 있는 국가들에서만 유행하는 야구를 세계화시키고자 계획한 대회라든지, 아마추어나 올림픽 야구를 고사시키고 MLB가 주도하는 야구의 ‘MLB제국’을 건설함으로써 막대한 이윤을 챙기려고 한다든지 하는 것에 대하여 나는 별 관심이 없다. 내 영역도 아니고 잘 알지도 못한다.

 

그런데 나는 오늘 저녁 9, 그 지겨운 WBC를 뉴스시간 내도록 다시 지켜봐야 했다. 사실은 어제도 9 뉴스는 20분이 넘게 야구 이야기를 했다. 그래, 한국야구선수단이 자랑스러운 건 인정한다. 나도 박수치고 소리지르고 했다. 20년 전 처음 연애할 때나 느끼던 그런 감정을 나도 느꼈다.

 

참나, 그렇다고 그게 이틀에 걸쳐 정규 뉴스시간을 통째로 할애해야 할 정도의 일인가? 야구에 열광하는 팬들의 입장에서야 내 말이 기분 나쁠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오늘 뉴스시간에는 야구 이야기만 하다가 그냥 지방(경남)뉴스로 넘어갔다. 기다리다 기다리다 결국 나는 허탈감에 풍덩 빠지고 말았다.

 

뭘 기다렸냐고? 그야 뉴스를 기다렸지.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뉴스가 얼마나 많은가. 장자연 리스트에다 박연차 리스트까지. 경찰은 장자연 리스트 어떻게 하면 대충 건너 뛰어갈까 고민이 태산이고, 검찰은 박연차 리스트 조사하다 대운하 전도사 추부길 목사를 구속하는 오발사고를 내고야 말지 않았는가. 그야말로 국가적 위기다.

당연히 9 뉴스에 귀 기울이고 국가적 대사에 힘을 보태는 것이 국민적 도리일 터…. 그런데 그 도리에 방송3사의 정규 뉴스들이 제동을 걸고 있다. 그것도 다름아닌 MBC 뉴스데스크까지 가세해서 말이다. 존경해마지 않는 신경민 앵커와 박혜진 앵커가 뉴스시간 내내 3월의 광란을 전하는 모습에 괜히 내가 부끄러워지는 것은 왜일까?


80
년대에 3S란 것이 있었다. 스포츠, 스크린, 섹스, 이 세가지를 이르는 말이다. 이걸 국가의 주요정책으로 만들었는데 일명 3S정책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전두환의 심복을 자처한 언론인 허문도의 작품이었다고 한다. 물론 공식적인 것은 아니지만 거의 정사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80년대 서슬 퍼런 전두환 독재시대도 아니지 않는가.

그럼 무어란 말인가? 혹시 MBC가 MLB의 야구 제국주의 놀음에 알아서 장단이라도 맞추고 있다는 말인가? 설마 그럴리는 없을 것이다. 경제위기 한파 속에 고통 받는 국민들에게 그나마 야구라도 즐거운 소식을 전해주고 있으니 이에 호응하는 것이리라. 틀림없이 그럴 것이다. 그래도 이건 아니다. MBC니까 내가 이런 말이라도 한다. 다른 방송사 같았으면 이런 잔소리 무엇 하러 하겠는가? 입만 아프게….        파비
Posted by 파비 정부권

SBS 8시 뉴스가 언론악법을 왜 막아야하는지 그 이유를 잘 보여주었습니다. SBS는 민영방송입니다. SBS의 주인은 태영입니다. 태영은 1군 건설업체를 보유한 기업이면서도 그렇게 많이 알려져 있는 회사는 아닙니다.

그 때문인지 태영은 광고를 할 때마다 SBS 지주회사란 점을 알리려고 노력합니다. 제가 살고 있는 마산에다 초대형 아파트를 지어 분양할 때도 역시 그랬습니다. 그러나 SBS는 민영방송이면서도 공영방송 MBC와 KBS 때문에 몸을 함부로 놀릴 수가 없는 처지였습니다.

아직은 MBC와 KBS가 주도하는 보도와 시사부문에서의 공공성을 무시하고 독주할만한 역량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런 가운데에서도 SBS는 권력과 자본의 이해를 대변하고자 무진 노력하는 모습을 은연 중에 드러냅니다.

오늘 8시 뉴스가 특히 그랬습니다. 마치 경찰 홍보팀의 보도를 보는 기분이었습니다.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경찰특공대를 태운 컨테이너 박스를 중기에 매달아 건물 옥상에 진입한다. 이어 건물 옥상 망루 안에 있던 철거민들이 화염병을 던지며 저항한다. 망루 주변에 불이 붙었지만 경찰특공대가 불을 끄며 진입을 시도한다.
가스용접기로  망루를 절단하고  진입에 성공하자 망루 위에 있던  철거민 중 일부가 망루 아래  경찰특공대를 향해 화염병을 던져 망루에 불길이 치솟았다.
순식간에 망루 전체가 불길에 휩싸이고 경찰이 불을 끄고 현장을 수색하는 동안 5구의 시신이 나왔다. 그리고 오후 12시 40분 추가로 한 구의 시신이 더 발견됐다.”    

그리고 화면 아래에는 이런 자막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과격시위-강제진압, 악순환 끊는 계기 돼야” 


보도의 요지는 이렇습니다. “불이 난 원인은 철거민들이 경찰특공대를 향해 던진 화염병 때문이다.” 화재가 일어난 원인이 철거민들이 던진 화염병이었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과연 그렇습니까? 경찰이 강제진압을 위해 가스용접기로 망루 벽체를 절단할 때 튀어나온 불꽃이 주변 신나통에 옮겨붙었을 가능성에 대해선 어째서 한마디도 나오진 않는 것입니까?

그러나, 어디에도 철거민과 시민의 목소리는 없었습니다.

이미 강제진압을 목표로 올라간 특공대에게 불을 끄는 일이 우선이 아니었을 것임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군대를 다녀온 분이라면 이해가 가는 일이지요. 경찰특공대는 이름에서도 보여지듯 군대와 같은 조직입니다. 철저한 상명하복이 그들의 생명이고 하달된 명령을 수행하는 것이 그들의 임무입니다.

따라서 망루에 불길이 치솟아도 그들에겐 하달된 명령을 수행하는 것이 급선무였을 것입니다.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도 연행을 위해 민첩하게 움직이던 경찰특공대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이미 대테러 경찰특공대를 올려 보내는 순간, 철거민의 생명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SBS는 마치 경찰청 홍보뉴스라도 하는 것 같았습니다. 게다가 자기들이 마치 사건의 전개과정을 꿰차고 있기라도 하듯 단정적인 어투로 말했습니다. 시뮬레이션으로 진압장면을 보여주는 친절함까지 보였지만 그 친절함은 MB와 경찰총수에게만 돋보였을 것입니다.  

저는 SBS 8시 뉴스 아나운서의 목소리를 들으며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천인공노할 만행을 저지른 것은 경찰이었지만, 차라리 SBS 뉴스가 더 미웠습니다. 오늘 SBS는 정권의 충직한 개가 되면 어떤 모습이 될지 미리 예습으로 보여주었습니다.

그럼 MBC 보도는 어땠을까요?


[뉴스데스크]
◀ANC▶
경찰은 물대포 쏜 뒤 공중에서 컨테이너로 침투했고 철거민은 게릴라식으로 맞서 시가전을 방불케 했습니다.
임명현 기자가 시간별로 상황을 정리하겠습니다.
◀VCR▶
어둠이 가시지 않은 오늘 아침 6시.
철거민들의 농성장인 옥상 위 망루를 향해
경찰이 물대포를 쏘기 시작했습니다.
건물 아래와 근처 건물 옥상,
모두 3군데 방향에서 물대포가 발사됩니다.
철거민들은 길가로 화염병을 던지며
강하게 저항했습니다.
◀SYN▶ 경찰 경고방송
"이제 그만 농성을 중단하시고
건물에서 내려와 주시기 바랍니다."
출근 길, 건물 앞 8차선 도로가 봉쇄되고
10 톤짜리 기중기가 동원됐습니다.
그리고 경찰 특공대원들이 탄 컨테이너 박스를
옥상으로 끌어올렸습니다.
특공대원들이 옥상에 진입합니다.
컨테이너 안의 경찰은 물대포를 발사하고
철거민은 컨테이너를 향해 화염병을 던집니다.
그 사이 건물 내부에서는
본격적으로 철거민 연행이 시작됐습니다.
다시 2번째로 끌어올려진 경찰의 컨테이너가
망루 지붕 위에 내려앉았습니다.
망루 안에서 화재가 발생한 듯
불꽃이 새나옵니다.
그리고 몇 분 뒤.
큰 폭발음 소리와 함께 망루가 화염에 휩싸였고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습니다.
철거민 한 명은 불길을 피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난간에 매달렸지만
결국 추락했고,
옥상에 남아있던 철거민들은
불타는 망루를 보며 발을 동동 굴렀습니다.
◀SYN▶ 철거민
"사람 다 죽게 생겼다. 이놈들아!!"
경찰은 불이 꺼지자 다시 옥상으로 올라가
남아있던 철거민 전원을 연행했습니다.
◀SYN▶철거민
"옥상 위에서 다섯 명만 살았어요.
다섯 명만 살았어, 다섯 명만..."
철거민들이 농성에 돌입한 건
어제 아침 6시.
농성 하루 만에 특공대원을 투입해
전격적으로 실시된 진압 작전은
6명의 목숨을 잃은 참사로 끝이 났습니다.

MBC뉴스 임명현입니다.

MBC는 대형 참사를 부른 화재의 원인에 대해 속단하지 않는 신중함을 보여주었습니다. 양쪽의 입장을 경청하는 태도로 취재에 임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대신 신경민 앵커는 참사가 대형화된 책임이 무모한 진압 때문이라고 경찰을 비판했습니다. 경찰은 변명을 할 주체가 아니라 사건의 전 과정에 대해 수사를 받아야 할 대상이라고 일침을 놓았습니다. 역시 신경민 아나운서답습니다.

저도 한 번 신경민 앵커를 흉내낸 클로징멘트로 마무리해보겠습니다.

명확해졌습니다. 왜? 언론악법을 반대해야하는지, 왜? MB악법을 저지해야하는지, 그 이유를 우리는 오늘 SBS 8시 뉴스를 통해 열공했습니다. 그리고 SBS 보도가 모범답안을 확실히 보여주었습니다.
참, 장하다. SBS…

2009. 1. 20.  파비
Posted by 파비 정부권

언론노조 문화방송 마산지부 오정남 지부장을 만났다. 경남도민일보 김주완 부장의 인터뷰자리에 배석하는 형식이었다. 인터뷰는 마산MBC 6층 노조사무실에서 진행되었다. 우리는 오 지부장을 만나기 위해 11시를 넘긴 어두운 MBC 사옥 앞에서 기다렸다.    

오 지부장을 비롯한 MBC 조합원들은 관광버스 2대에 나눠 타고 서울 농성투쟁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차가운 겨울바람을 맞으며 사진을 찍기 위해 기다렸지만, 찍지는 못했다. 잠깐 한눈을 파는 사이에 차가 이미 도착해버렸던 것이다. 밤 11시 40분이 지나고 있었다.

푸근한 인상의 마산MBC 노조지부장

인터뷰는 주로 김주완 부장이 질문하고 오정남 지부장이 답변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노트북을 켜놓고 질문하는 김주완 부장이 마치 취조하는 형사처럼 보였다. 오 지부장은 친절하게 답변했고 목소리도 매우 좋았다.

오정남 지부장은 목소리뿐 아니라 인상도 그만이었다. 나와는 비슷한(내가 기껏 몇 살 더 많겠지만) 연배임에도 역시 아나운서 출신답게 매우 젊어보였다. 피부도 매우 좋았다. TV에서 볼 때보다 더 깔끔한 인상이었다.

그래서 나는 인터뷰가 진행되는 내내 이렇게 귀족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실제로 귀족인지도 모르겠지만, 어떻게 파업을 결행하게 되었을까 내심 매우 궁금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김 부장의 질문이 어느 순간 이 지점에 집중되고 있었다.

오정남 위원장 /오마이뉴스

“아니 MBC 기자들이라고 하면, 말하자면 귀족들 아닙니까? 가만있어도 먹고사는 문제에 특별히 고민될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민영화 되면 SBS처럼 월급도 더 받을 수 있고, 오히려 더 좋을 수도 있는데 말이죠. 그런데 어떻게 전 조합원이 이렇게 열성적으로 파업에 참여하는지 그 이유가 궁금하군요.”

MBC 노조원들이 파업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김 기자가 좀 짓궂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사실은 내가 가장 궁금한 지점이기도 했다. 이명박 정권이 방송장악을 통해 집권을 연장시키려 한다는 점은 어린아이도 다 아는 사실이다. 정권의 방송장악을 통해 가장 크게 피해를 보는 것은 국민이다.

그러나 이 국민이란 대단히 추상적인 말일 뿐이어서 실상은 그 누가 피해자인지 애매하게 만드는 말일 뿐이다. 그리고 방송사의 주인이 정권이 되건 대자본이 되건 MBC 조합원들의 입장에서는 크게 문제될 것이 없을 것처럼 생각되었다.

“이건 밥그릇 싸움이 아닙니다. 그렇게 몰아가는 사람들도 있는데, 물론 조중동이죠. 그러나 이건 임금문제도 아니고… 민생법안이죠. 정권이 의도하는 대로 법안이 통과되면 자본이 원하는 방송만 나가겠죠. 말하자면 삼성이 지배하는 방송을 만들어주자 이런 거 아닙니까?”

이명박 정권과 조중동, 삼성과 같은 대재벌의 이익을 대변하는 방송으로 전락하고 난 뒤의 방송이 1%의 국민들을 위해 존재한다고 보면, 방송법 개악의 최대 피해자는 99% 국민이란 결론이 나온다.

재벌이 지배하는 방송? 절대 안 된다

“지금 이명박 정권은 논쟁의 영역이라든지 절차적 민주주의 같은 데 대한 개념이 없습니다. 대화가 필요 없다는 식이죠. 무조건 법제화로 때리겠다는 겁니다. 이렇게 된 데에는 느슨하게 대응한 우리의 책임이 크다고 통감하고 있습니다.”

‘느슨하게 대응한 결과적 책임에 대한 통감’을 나는 앞으로 뉴스데스크 등 발언의 기회가 있는 곳에서 가능한 자기주장을 보다 확실하게 하겠다는 MBC의 의지로 해석했다. 오 위원장의 표현대로라면 “이 정권이 논리로 안 되고 물리력으로 상대해야 하는 정권”임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어제 한나라당사 앞에는 물대포까지 동원한 경찰병력이 주둔하고 있었다고 한다. 경찰 쪽에서 먼저 “물대포를 쏘아 강제로 해산시키겠습니다. 어서 해산하시오.” 하며 선무방송을 시작하자 MBC 조합원들이 경찰을 향해 계란을 던졌다.

그러자 경찰 대장이 나와서 “한번 던져보세요. 우리는 찍고 있겠습니다. 사진 잘 찍는 사람 있어요.” 하며 비아냥거렸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무섭다기보다 황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이 정권과 공권력이 갈 데까지 갔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김 기자가 이어서 물었다.

이기기 위한 싸움의 시작

“촛불 100만명이 모여도 끄떡 않는 mb정권에 덤벼드는 MBC가 무모하다고 생각지 않습니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오 지부장의 대답은 간단했다. “이 싸움은 이기려고 하는 싸움의 시작입니다.”

이번 정치파업이 노조 입장에선 불법파업을 감수하고 진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도부 검거에도 대비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이미 이에 대비한 1선, 2선의 지도부가 준비되어있다는 말로 비장한 투쟁의지를 대신했다.

마산MBC 시사포커스를 진행하고 있는 오정남 아나운서. 현재 MBC 노동조합 마산지부 위원장.

나는 인터뷰하는 동안 처음에 가졌던 궁금증이 어느 정도 해소되는 시원함을 느꼈다. 오 지부장은 이명박 정권이 ‘대운하’를 잠시 접어둔 이유를 우선순위에 대한 조정이란 말로 설명했다. 이 정권은 먼저 방송을 장악하는 것이 최우선과제라고 인식했다는 것이다.

“방송장악 문제가 풀리고 나면 그 다음은 대운하를 다시 꺼내들 것이고, 그리고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의료, 교육 등 모든 분야로 자신들의 이해를 관철시키려고 할 것입니다. 이명박 정권은 철학 같은 것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이해에 부합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물불 안 가리고 할 거란 말이죠.”

MBC 파업투쟁, ‘밥그릇’ 보다 더 중요한 ‘양심’ ‘사명감’의 싸움

나는 아직도 MBC 조합원들이 이명박 정권에 대항하여 결사항전(!)의 전의를 불태우는 이 ‘초유의 사태’에 대하여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한다. 사실 나에게 아직 그들은 귀족노동자다. 노동자란 호칭도 그들이 언론노조 조합원이기 때문에 붙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오 지부장의 인터뷰를 옆에서 경청하면서 그들에게 밥그릇보다 더 중요한 어떤 사명감 같은 것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신문시장은 이미 ‘조중동’이 장악하고 있다. 이제 방송마저 장악한다면 이명박 정권에겐 거칠 것이 없다. 인터넷이 있다지만 곧 무차별적인 미군의 폭격에 노출된 이라크처럼 고립무원이 될 것이다.

나는 KBS가 이미 mb의 방송특보가 사장으로 앉으면서 꽤 변질되지 않았나 걱정하고 있다. SBS는 어차피 민영방송이다. SBS가 아직 민영으로서 제 갈 길을 마음대로 가지 못하는 것은 KBS와 MBC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MBC만이 고독한 전장에 서있다.

“대체로 5공이 만든 부자연스러운 체제에 살다보니 몸과 마음이 보수적이어서 이런 상황이 어색한 구성원도 있을 줄 압니다. 그러나 인식으로만 공유했던 것들이 몸까지도 공유하게 되면, 내부 성원들이 많이 달라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나아가 가족들까지도 함께 하게 될 겁니다.”

이명박 정권이 만든 전사들

마산MBC 지부장은 조용하지만 의지가 결연했다. 그들은 전사가 되어있었다. 나 같은 사람에겐 아직도 그들은 가까우면서도 먼 귀족(?) 노동자들이지만, 그들은 이미 진심으로 우리 곁에 한걸음 성큼 다가서 있었다. 그들은 따뜻하고 익숙한 스튜디오의 안락함도 버리고 이 추운 한겨울 거리에 나앉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오 위원장이 인터뷰 초두에 (내가 자세히 들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건 밥그릇 싸움이 아니라… 민생법안이죠.” 라고 했던 말의 의미를 이제야 알 것 같다. 방송이 무너지는 것은 그 다음 민생이 무너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랬다. 그것은 민생이 사느냐 죽느냐 하는 문제였다.

새벽 2시가 넘은 시간, 돌아오면서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정말 무서운 놈들이다.” 그러나, 나는 곧 오 위원장의 말을 상기했다. “이 싸움은 이기려고 하는 싸움의 시작입니다.” 그렇군. 아무런 철학도 개념도 없는 mb정권보다 양심과 사명감으로 무장한 MBC 노조원들이 더 무서운 존재들이다.

그들은 다름 아닌 mb가 만들어낸 전사들이었던 것이다.                                         


2008. 12. 27일 토요일 아침에,  파비                         
                                                                     
※ 이 포스팅은 경남도민일보 취재기사 발간에 맞추어 발행했음    
Posted by 파비 정부권

12월 26일 자정을 기해 언론노조가 총파업에 들어갔습니다. MBC를 필두로 SBS, EBS 등 방송사 노조가 여기에 참여했습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래 최대 사건입니다. 그런데 이를 보도하는 서울지방 일간지들의 태도는 확연하게 차이가 납니다.

한겨레·경향, 언론총파업 1면 머릿기사로 비중있게 다뤄

역시 경향신문은 경향닷컴 메인 탑에 언론노조 총파업 기사를 선명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한겨레신문도 언론사 총파업을 1면 탑 기사로 비중 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아울러 이번 사태의 책임이 이명박 정권의 밀어붙이기식 언론장악 음모에 있음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한겨레신문도 헤드라인에서 “9년 만에 방송사 총파업”은 “브레이크 없는 ‘불도저’의 ‘분열정치’를 위한 ‘과속질주’ 탓이란 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조중동, 언론 총파업 애써 무시

그럼 조중동은 어떨까요? 아예 무시하고 있습니다. MBC, SBS 등 방송사를 필두로 한 언론 총파업이란 초유의 사태가 이들에겐 아무 일도 아닌 듯합니다. 조선일보는 “고위공무원단 폐지 검토”를 1면 탑 기사로 뽑고 그 옆에 김연아의 크리스마스 아이스쇼 사진과 “어머니가 남긴 ‘꼬깃꼬깃 3만원’”이란 제목의 미담 기사를 메인에 뽑았습니다.

중앙일보는요? 마찬가지군요. “‘위 스타트’ ‘1004 나눔 운동’ 홍보 기사”를 1면 탑 헤드라인으로 장식했군요. 그리고 그 옆에다가는 “메주 익는 마을”이란 풋풋한 고향 냄새가 물씬한 기사를 싣고 있습니다. 세상은 도래하는 파시즘으로 들끓고 있는데 조선과 중앙은 태연하게 아름다운 대한민국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더 가당찮은 것은 그 “메주 익는 마을” 밑에다가 마치 경제난의 책임이 일하기 싫어하는 국민들에게 있는 것처럼 왜곡하는 기사를 떡하니 박아 놓았네요. 하여간 웃기는 신문이에요. 게다가 조선일보가 뜬금없이 “고위공무원단 폐지 검토”란 제목의 탑 기사를 1면에 배치한 것은 노무현 정권의 실정을 부각시켜 맞불을 놓고 싶어 그런 모양이지요?



그런데 그게 노 정권의 실정과 무슨 대단한 관계가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군요. 이 제도는 수직적 인사 관행을 타파하고 능력 있는 인재를 발굴하기 위한 좋은 시도였다고 알고 있는데요. 시행착오가 있었다면 고치면 되는 것이겠지요. 그리고 설령 이 제도가 노 정권의 실정이라고 쳐도 그렇지, 지금 이 사태에 이게 그렇게 중요한 기사인가요?

조중동에겐 방송악법이 '넝쿨 채 호박'?

민주주의가 죽느냐 마느냐 하는 순간에 …. 아, 하긴 자기들은 그게 아니군요. 어떻게든 물난리만 피하고 보면 방송이란 호박이 넝쿨 채 들어온다, 이런 말이겠지요. 호박을 넝쿨 채 던져 준다는 이명박 대통령을 위해 메주덩어리를 메인에 걸어두고 명비어천가를 부르다 국민들에게 게으르고 욕심만 많다고 살짝 훈계하는 센스도 발휘해 줍니다. 

전형적인 물타기 수법이지요.  

그런데 MBC를 비롯한 언론노조 총파업이 벌어진지 만 하루가 지난 오늘 신문을 확인해보니 역시 마찬가지네요. 한 줄도 기사가 나지 않았습니다. 조중동의 눈에는 MBC가 총파업을 벌이고 있는 이 상황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기사거리도 안 된다는 그런 말인가 보지요? 참 희한한 일이란 생각이 드는군요. 

그나저나 이번에 확실히 알았습니다. 이들에겐 보수우익이란 말도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냥 자유민주주의의 적이지요. 

2008. 12. 27.  파비

Posted by 파비 정부권
요즘 어디를 가나 골프장 문제로 몸살이다. 마치 전 국토를 골프장으로 만들어 골프 대중화에 앞장서기라도 하려는 듯 지자체들마다 서로 앞다투어 골프장 유치하기에 바쁘다. 우리나라는 유럽이나 미국처럼 골프장을 지을 수 있는 천연적 조건을 갖고 있지 못하다. 그러다 보니 골프장 건설에 투입되는 비용이 엄청나다. 거기다 자연생태계 파괴로 인한 손실도 심각한 수준이다. 
                                                                                                                         

올해만 약 100여 개의 골프장이 추진되고 있다고 한다. 사진(아래 사진 포함)=경남도민일보 김주완 부장


골프장 건설, 이상한 환경조사

그런데 어제 MBC 뉴스데스크에서는 "골프장 건설 '이상한 환경조사'"란 제목의 보도가 나왔다. 다음은 뉴스를 간추린 내용이다. 


"골프장을 지으려면 환경보고서를 만들어야 하고 여기에 별 문제가 없어야 공사에 들어갑니다. 그런데 이 보고서 작성에 골프장 사업자가 돈을 냅니다. 이런 구조라면 돈이 바라는 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 애들도 압니다."  

그리고 MBC 뉴스제작진은 "이 업체가 제출한 사전환경성검토서에는 희귀 동식물도 없고 골프장으로 개발해도 환경에 별 문제가 없다고 돼 있다."면서 직접 현장을 찾아가 보았다. 그런데 현지의 산을 조금만 올랐더니 동이나물과 촛대승마, 처녀치마 등 각종 희귀식물이 곳곳에서 자라고 있었고, 산림청 희귀특산종인 쥐방울 덩굴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또 MBC 뉴스제작진은 깨끗한 물에서만 자라는 가재, 천연기념물 수달 등도 어렵지 않게 찾을 있었다. 다른 골프장 예정지들도 사정은 비슷해서 삼지구엽초와 구상난풀처럼 희귀한 동식물들이 여기저기서 자라고 있고, 천연기념물 하늘다람쥐의 둥지나 멸종위기인 삵과 오소리의 흔적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고 한다. 또 일부러 산림을 훼손해서 자연가치를 떨어뜨려 허가를 받으려는 행위도 곳곳에서 발견되었다.

제도적으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환경영향평가

그런데도 환경성검토보고서에는 이런 내용은 들어있지 않았다고 한다. 환경영향평가를 개발업자가 비용을 대 직접 용역업체에 맡기다 보니 개발업자의 의도대로 조사가 진행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었던 것이다. 결국
제도적으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도록 한 꼴이 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MBC의 보도를 보다 보니 도대체 무분별한 개발행위를 제한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사전환경성검토란 제도가 그저 개발업자의 사익추구를 위한 통과의례로 전락한 모습을 보는 듯하여 매우 불쾌하다.

그런데 사실은 골프장 개발업자에게 주어지는 제도적 특혜 중엔 이보다 더 심각하고 황당한 경우도 있었다. 

몇 달 전에 아는 선배로부터 전화가 왔다. 고향인 파주에 다녀오는 길인데 자기네 선산에 골프장이 들어서려고 한다는 것이다. 어느날 갑자기 고향에선 평생 본 적도 없는 문중이란 사람들이 나타나서 골프장 업자와 짜고 백만 평에 달하는 선산을 임대 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내가 별로 잘 알지도 못하고 알아야 별 소용도 없는 이야기다.

골프장을 짓기 위해 사유지를 강제수용

문제는 이 선산을 골프장으로 개발하려는 입구 부분에 바로 이 선배의 토지가 3만여 평쯤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끈덕지게 이 땅을 팔 것을 종용했지만, 선배는 이를 거부했다는 것이다.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토지에 대한 애착과 더불어  골프장이 들어서는데 협조할 수 없다는 양심과 자존심 때문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에 그쪽에서 선배에게 내용증명이 하나 배달되었는데, 만약 계속 매도를 거부하면 강제수용 절차를 밟겠다는 것이었다.

의령군수의 티샷장면. 의령을 비롯 함양, 마산 등지에서도 골프장 문제로 주민들과 갈등을 겪고 있다.


그래서 내게 물어온 것이다. 과연 정말 그럴 수 있느냐고. 참으로 골프장을 짓기 위해 개인 사유지를 강제수용할 수 있는 것이냐고 그 선배는 걱정스럽게 물어온 것이었다.

골프장이 공익 체육시설이라구요?

나도 좀 황당했다. 골프장을 지으면서 강제수용은 무슨? 물론 공익성을 띤 시설계획지구 등의 경우에 사업시행자 지정을 받아 토지를 강제수용 할 수 있는 제도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과연 골프장이 거기에 해당할 것인지는 의문이었다. 그래서 선배에게 말했다.

"에이, 아무리 그렇지만 골프장 지으면서 무슨 강제수용입니까?"

"그렇지?"

그러나 확인해본 결과는 완전 의외였다. 골프장은 체육시설이라는 것이다. 체육시설은 공익시설에 해당하므로 일정규모가 되면 강제수용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골프장이 체육시설이었다니, 그것도 공공 체육시설이었다니…."

그 선배와 나는 황당해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세상 참 웃기는구나. 평생 골프공 구경할 일도 별로 없는 우리로선 참으로 웃기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다.

서너달 전의 일이지만 까맣게 잊고 있었다. 물론 골프장이 체육시설이며 공익시설이므로 강제수용이 가능한지 여부에 대한 법률검토 따위는 해보지 않았다. 그리고 그 선배의 토지가 어떻게 되었는지도 확인해보지 않았다. 생각난 김에 오늘 한 번 물어보아야겠다.

그나저나 세상 참 요지경이다.  

2008. 10. 17.  파비 
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