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 언니'에 해당되는 글 16건

  1. 2010.09.11 김탁구 등 드라마 악당들에 호의적인 이유가 뭘까? by 파비 정부권 (3)
  2. 2010.06.04 신언니의 끝, 신데렐라는 천사였다 by 파비 정부권 (4)
  3. 2010.05.20 신데렐라 언니, 효선 앞에 강숙이 약해진 까닭 by 파비 정부권 (6)
  4. 2010.05.17 '신언니' 기훈, 은조에게만 용서를 비는 이유 by 파비 정부권 (4)
  5. 2010.05.06 '신언니' 은조, "효선이가 효선이 아빠였어!" by 파비 정부권
  6. 2010.04.30 신데렐라 언니, 서우를 구해줄 왕자님은 문근영? by 파비 정부권 (8)
  7. 2010.04.29 '신언니', 최후의 만찬, 기훈은 유다였을까? by 파비 정부권
  8. 2010.04.25 신데렐라 언니엔 신데렐라가 없다 by 파비 정부권 (132)
  9. 2010.04.23 신데렐라 언니, 은조가 처음으로 웃었다 by 파비 정부권 (6)
  10. 2010.04.22 신데렐라 언니의 동화속 왕자님은 누구일까? by 파비 정부권 (9)
  11. 2010.04.16 '신언니' 은조 모녀는 공범, 피는 물보다 진하다 by 파비 정부권 (34)
  12. 2010.04.15 신데렐라 계모 강숙이 효선을 친딸처럼 아끼는 이유 by 파비 정부권 (2)
  13. 2010.04.12 누가 신데렐라를 악역으로 만들었나 by 파비 정부권 (1)
  14. 2010.04.11 신데렐라는 진정 가증스러운 캐릭터인가 by 파비 정부권 (11)
  15. 2010.04.08 신데렐라 언니? 내가 보기엔 피해망상증 환자 by 파비 정부권 (53)
  16. 2010.04.01 신데렐라 언니, 문근영의 화려한 변신 by 파비 정부권 (10)
제빵왕 김탁구에 등장하는 구마준은 악당입니다. 그는 이중인격을 가졌으며 주어진 환경으로 인해 악인이 될 수밖에 없었다는 동정론이 대체로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그러나 구마준은 지킬박사와 하이드 같은 유형의 이중인격자는 아닙니다. 그의 인격은 철저하게 이기심에 담겨 있습니다.

그의 착함조차도 이기심 때문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그는 이기적입니다. 구마준은 생부를 절대 이해하지 못합니다. 용서할 수도 없습니다. 왜냐. 이기심 때문입니다. 엄마에 대한 복수를 꿈꾸는 것도 모두 자신의 투철한 이기심 때문이라고 판단될 정도입니다.

구마준에게 만약 약간의 이타심이라도 있었다면, 엄마를 이해하려고 노력했을 것입니다. 비록 아먕으로 똘똘 뭉친 범죄자이긴 하지만, 그래도 자기를 낳아준 어머니이기 때문입니다. 한승재와 서인숙에 대해선 두말 할 나위가 없습니다. 그들은 전형적인 악당들입니다.

▲ 황금물고기의 악당 이태영(이태곤 역)


악당은 김탁구에만 등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요즘 재미있게 보고 있는 일일드라마가 있습니다. 황금물고기. 제목이 참 특이합니다. 매우 빠른 전개에 박진감이 넘칩니다. 막장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저는 전에도 늘 그렇게 주장해왔지만, 이런 류의 드라마를 막장이라고 보진 않습니다.

소재, 줄거리 속에 막장적 요소가 많을지는 모르겠지만, 드라마 자체는 막장이라고 할 수 없으며 매우 수작이라고 보여집니다.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인물 중에 이태영이 있습니다. 이태영을 맡고 있는 이는 이태곤입니다. 이태곤. 그는 아우라가 있는 매우 매력적인 배웁니다.

하늘이시여에서 그는 아주 모범적인 남자를 연기했습니다. 세상 어떤 여자도 거부할 수 없는 그런 남자 말입니다. 최근에 방영됐던 보석비빔밥에서도 그는 모범적인 남자의 전형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황금물고기에선 완전 딴판의 남자가 됐습니다.

바로 악당입니다. 그는 악당이 된 것입니다. 그의 악당 연기는 정말이지 소름끼칠 정도로 리얼합니다. 차갑고 무표정한 표정. 자신의 악마적 행동에 거침없이 논리적 근거를 같다붙이는 반성이라곤 눈꼽 만큼도 없는 원천적인 사악함. 거기에다 거짓과 음모를 밥 먹듯이 꾸며내는 비열함까지.

한승재와 서인숙의 사악함도 이태영에 비하면 그야말로 새발에 피라고 생각될 정돕니다. 물론 이태영이 자기 어머니를 죽인 원수가 한지민의 엄마라고 오해하는 것으로부터 비롯된 복수라는 점이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그의 사악함이 이해받긴 어려운 일입니다.

그렇다고 상관도 없는 한지민의 가족들과 평판 좋은 병원까지 무너뜨릴 계획을 꾸민다는 것은 보통의 인간으로선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런데 저는 참으로 이상한 현상을 발견하고 한 번씩 깜짝깜짝 놀라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악마에 대해 매우 호의적이란 것입니다.
 

▲ 제빵왕 김탁구의 두 악당, 서인숙과 한승재(전인화, 정성모 역)


우선 김탁구에 등장하는 서인숙. 그녀에겐 트라우마가 있습니다. 남아선호사상의 피해자라는. 그런데 웃기는 것은 남아선호사상의 피해자인 서인숙이 이번엔 며느리에게 남아선호사상의 상처를 안겨주려 합니다. 하긴 그런 말도 있습니다. '많이 맞아본 놈이 졸병들 더 많이 때린다.'

서인숙의 이 트라우마 때문인지 사람들은 서인숙에게 동정심을 보냅니다. 그녀가 그렇게 된 데에는 무심한 그녀의 남편 구일중 탓이라는 그럴듯한 이유까지 만들어서. 그러다 화살은 거꾸로 구일중에게 날아갑니다. 구일중이야말로 진정한 악당이라는 낙인과 함께.

구마준도 마찬가집니다. 그가 4대 강력범죄 중 하나인 방화범이란 것은 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에게도 감당할 수 없는 트라우마가 있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그는 아버지 구일중으로부터 단 한 번도 따스한 사랑을 받지 못했다고 간주합니다. 그리하여 시청자들은 역시 구마준을 위해 구일중을 마녀사냥합니다.

그래도 이런 것들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시청자들이 드라마에 몰입하다 각자가 느낀 감정대로 따라간 것 뿐일 문제입니다. 황금물고기의 이태영은 시청자들의 의견과 상관없이 드라마 속 등장인물들이 이태영에게 동정을 보냅니다. 무슨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이태영에겐 친한 의사 동료가 있습니다. 그도 한일병원의 전문의로 과장입니다. 그 친구는 이태영의 억울한 사정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는 이태영의 고백을 통해 이태영의 어머니가 한지민의 어머니에 의해 죽음을 당했다고 믿고 있습니다. 물론 어느 정도는 사실이지만, 이는 완벽한 오해입니다.

그런데 이태영이 한지민의 어머니가 자기 어머니를 죽였다고 철썩같이 믿는 것도 사실은 이기심 때문입니다. 만약 그에게 약간의 공정한 마음이라도 있었다면 사태의 진실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려고 노력했을 것입니다. 한지민과의 결혼을 끝끝내 반대하는 한지민의 어머니가 그는 죽이고 싶도록 미웠던 것이지요.

▲ 황금물고기의 한지민(조윤희 역)


어쨌든 각설하고…, 이태영은 한지민의 집을 박살내기로 결심합니다. 그래서 의료사고를 조작해서 한지민의 아버지이며 한일병원 원장인 한경상의 명예를 실추시킵니다. 그다음, 병원 재무담당자를 매수, 협박등의 방법으로 포섭해 한경상 원장에게 공금횡령의 죄를 덮어씌워 감옥으로 보냅니다.

한경상 원장은 모든 내막을 알고 충격을 받아 정신이상자가 됐으며, 한경상의 가족들은 집도 절도 없이 거리로 내몰리는 신세가 됐습니다. 한지민은 그 와중에 자살을 시도하다 다리를 다쳐 영원히 생명과도 같았던 발레를 할 수 없는 처지가 됐습니다.

여기에다 이태영은 한지민을 죽이려고까지 시도했으며, 죽은 것으로 판단하고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그녀의 소지품들을 숨기기까지 했습니다. 알만한 사람은 알 수 있는 것은, 이태영이 복수로 시작했다고 하는 사악한 행동들이 사실은 자신의 출세와 영달을 위한 것이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태영의 병원 친구는 이태영이 벌인 온갖 사악한 범죄들에 대해 단지 이태영이 억울한 사정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옹호합니다. 이 무슨 황당한 경우가 있을까요? 이태영은 또 한지민의 어머니를 정신이상자로 가장해(자기 마음대로 처방을 만들더군요) 아무도 모르는 정신병원에 감금까지 시켰습니다.

이런 사람을 옹호하는 한일병원의 의사란 분은 의사로서 자격이 있는 것일까요? 그런 사람이 환자를 진료한다고 생각하니 끔찍하기만 합니다. 이 얼마나 위험한 일입니까. 사악한 악마와 그 악마를 이해하고 도와주는 의사가 우리의 생명을 다룬다는 사실.

김탁구에 출연하는 전광렬, 전인화, 정성모나 황금물고기에 출연하는 박상원, 이태곤, 소유진, 조윤희 같은 배우들의 연기력이 워낙 탁월하지요. 그래서 시청자들이 그런 배우들의 열연에 몰입하면서 드라마 속 악당들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는 경우도 생길 수 있습니다. 

▲ 신데렐라 언니 문근영과 이미숙도 악마였지만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어떻든 과거처럼 선악이 분명하던 드라마는 이제 옛말이 됐습니다. 요즘 드라마 속 인물들은 악당들이면서도 선악이 분명하지 않습니다. 모두 이유가 있습니다. 악마에게도 무언가 나름 사정이 다 있다는것입니다. 신레렐라 언니도 그랬습니다. 

신데렐라 언니에게도, 그녀의 못된 엄마에게도 시청자들은 동정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심지어 그들에게 박해받는 신데렐라에게 이기적이다에서부터 가증스럽다까지 온갖 비난들을 쏟아내기까지 했습니다. 물론 이런 행동들은 신데렐라 언니의 매력 때문에 생긴 일이긴 합니다.  

하여간 요즘은 악당들이 대접받는 참 묘한 시대란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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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비 정부권
신데렐라 효선은 사람들에게 꿈을 주는 천사가 아니었을까?

신데렐라 언니가 끝났네요. 한동안 바쁜 일 없이 바빠서 드라마를 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당연히 드라마 리뷰도 하지 못했지요. 어제가 마지막회였군요. 보지 못한 회들을 한꺼번에 몰아서 보니 마치 영화 보는 느낌이네요. 역시 신데렐라 언니의 마지막은 제 예감과 맞아 기분이 좋습니다. 

기분과 상관없이 원래 그래야 했습니다. 신데렐라는 천사였으며, 신데렐라 언니는 그 천사의 사랑에 감동 받아 날카롭게 날을 세웠던 발톱을 거둬들인다는 게 이 드라마의 본뜻이었다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초반 많은 분들이 효선을 이기적이라거나, 가식적이라거나, 심지어 가증스럽다고 말할 때도 절대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습니다. 

물론 그 반박에 또 어떤 분들은 불쾌하게 응수하기도 했는데, 저는 그래서 매우 슬펐습니다. 왜 사람들은 사람의 진심을 그토록 몰라주는 것일까? 어째서 순수한 사랑의 표현을 뭔가 의도를 숨긴 이기적이고 가식적인 꼼수 정도로 이해하는 것일까? 그런 비난들을 들으면서 저조차도 정말 효선이 어떤 꼼수를 숨기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의심할뻔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드라마가 중반을 넘어서면서 그런 비난들을 서서히 그리고 완전하게 사라졌습니다. 효선의 진심이 그리고 효선 아빠의 넓은 가슴이 사람들에게 보이기 시작했으니까요. 그런 와중에 효선 아빠의 죽음은 모두에게 크나큰 슬픔이었지요. 그리고 그 효선 아빠의 죽음에 홍기훈과 구은조는 자기 탓 때문이라는 자책으로 괴로워합니다.

은조는 8년 전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하고 바랍니다. 기훈도 마찬가집니다. 그도 가능하다면 시간을 돌리고 싶습니다. 매회 드라마가 끝날 때마다 보여주는 시계는 어쩌면 후회하는 그들의 마음을 보여주려는 작자의 의도가 담겨있었던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효선은 이 모두를 용서합니다. 그녀의 마음속에 깃든 복수심보다 사랑이 더 컸기 때문입니다.


사실 많은 분들이 바야흐로 구효선의 복수를 기대했었고, 저 또한 그런 방향으로 극이 흘러가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구효선은 복수 대신 사랑을 택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처음부터 제가 기대했던 것이기도 했습니다. 구효선과 구대성은 복수를 모르는, 그저 내주고 받아들이는 것이 사람 사는 길이라고 생각하는, 그런 사람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드라마의 마지막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효선이 천사였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어 흐뭇했습니다. 효선의 사랑은 계모의 마음까지 녹였습니다. 송강숙의 행복한 모습 또한 흐뭇했습니다. 절대로 변할 것 같지 않던 은조, 언제까지나 날카로운 발톱을 세우고 앙탈을 부리며 세상과 싸울 것 같았던 은조도 평화 속으로 들어왔습니다. 

아쉬운 것은 한정우가 떠났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한정우의 떠남은 은조의 고단했던 몸부림이 끝났음을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구효선이 어린애 같다고 생각했지만, 실은 구효선은 속에 구렁이가 앉은 어른이었습니다. 성숙하지 못한 것은 은조였습니다. 은조는 늘 8년 전 시계 속에 갇혀 살았습니다. 한정우가 떠나고, 그런 은조도 과거의 시계로부터 빠져나왔습니다.  

효선은 신데렐라였습니다. 그리고 그 신데렐라는 천사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천사들이란 좀 어린애처럼 보이기도 하고, 짓궂기도 하고, 어떨 땐 귀찮게 굴기도 하고, 그러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천사를 만난 신데렐라 언니와 계모는 복이 많은 사람들입니다. 천사의 마음을 알아보고 받아들일 줄 알았던 그들이었으므로 그 복은 참 행복이 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듭니다. 

흐뭇한 마음으로 끝을 볼 수 있어서 저도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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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비 정부권

송강숙이 변한 이유는 무엇일까?

천하의 송강숙이 너무 나약해졌네요. 의외라고 아니할 수 없습니다. 강숙이 저렇게 허약한 존재였던가? 하룻강아지밖에 안 되는 효선에게 대성의 일기장을 들켰다고 해서 이렇게도 나약해져야 하는 것일까? 무척 혼란스럽네요. 좀 불안하기도 하고요.


그러나 돌이켜보면 이제 강숙이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이 아닐까 그렇게도 생각해봅니다. 강숙이라고 해서 본래부터 나쁜 사람이었겠습니까?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결코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그런 말도 있었지요? 푸시킨이었던가요? 우리가 어릴 때, 어디서든 쉽게 볼 수 있었던 낡은 액자 속에 담긴 문구였지요.

그러나 인생이란 게 그처럼 쉬운 게 아니죠. 푸시킨처럼 귀족 집안에서 태어난 사람이라면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요. 푸시킨은 러시아의 대문호이면서 혁명을 꿈꾸었던 특출한 사람이었지만, 역시 그의 몸속에 흐르는 귀족의 피는 어쩔 수 없었을 거예요. 이왕 푸시킨 이야기가 나온 김에 그의 시를 한 번 읽어보도록 하지요.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 말라
힘든 날들을 참고 견디노라면
기쁨의 날이 오리니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현재는 언제나 슬픈 법
모든 것 순식간에 지나가고
지나가 버린 것 그리움 되리니

도대체 이 시의 어디에 혁명적 기운이 숨어 있을까요? 데카브리스트(12월 당원)의 정신적 지주였다는 푸시킨이 겨우 이런 시나 썼었다니 믿을 수 없을 지경이에요. 그러나 우리는 어린 시절 푸시킨 하면 바로 이 시를 떠올렸지요. 실은 저도 노트 앞장 또는 뒷장에  이 시를 적어두고 가끔 읽곤 했답니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노하지 말라고? 웃기지 마라

송강숙의 삶을 보면 푸시킨의 시와는 정반대로 살았던 것 같지요? 그녀는 삶이 자기를 속일 때 참기보다는 함께 소리 지르며 달려들었지요. "그래, 하느님이든 부처님이든 누구든 한 번 해보자구." 그녀는 그렇게 살았어요. 처절하게 슬퍼하고 분노하며 세상과 맞닥뜨렸던 거지요.


그녀에게 남은 것은 오로지 악밖에는 없다는 듯이 보였어요. 은조에게 말했지요. "이년아, 내가 너를 업고 쓰레기통을 뒤져 그 썩은 걸 어린 네게 먹일 때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알아? 오로지 살아야 한다, 살아야 한다, 먹어야 산다, 그 생각밖엔 없었어."

그녀는 살기 위해 무슨 짓이든 했지요. 어린 효선에게 마음에도 없는 웃음과 친절을 베풀기도 했고, 구대성에게 요염하고 정숙한 아름다움을 보이기 위해 무던히도 애썼지요. 그리고 그게 성공해서 지금은 어엿한 대성참도가의 안주인이 되었다는 거 아니겠어요?


그런 그녀가 너무 급작스럽게 변했군요. 효선이의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는 눈초리 앞에 고양이 만난 쥐처럼 안절부절 하는군요. 도대체 그 당당하던 그녀가 이렇게 나약해진 이유는 뭘까요? 양심 때문일까요? 구대성의 일기장을 읽어본 후 저 마음속 깊은 곳에 잠자던 양심이 살아난 탓일까요?

그러나 저는 양심만으로 강숙이 그렇게 변했다고는 생각할 수가 없네요. 양심? 물론 그게 사람을 변화시키는 큰 힘이기는 하지요.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이에요. 사람들은 누구나 양심을 갖고는 있지만, 그 양심을 가진 사람들조차도 자주 이중적인 행동을 하는 걸 목격하거든요.

그럼 무엇일까요? 저는 그걸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강숙은 자기 인생에 사랑이란 것이 개입되리라고는 꿈도 꾸지 않았을 거예요. 아니, 그런 게 있으리라고 상상도 하지 않았을 거예요. 만약 그런 게 있다면 개나 주어버리라고 했을지도 모르지요. 그런데 그녀에게 지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가르쳐준 사람들이 있었어요. 

바로 구대성 모녀지요. 구대성은 강숙을 보는 순간 한 눈에 반했지요. 그리고 사랑에 빠졌어요. 딸 때문이라고 말하긴 했지만, 그는 진심으로  강숙을 잡고 싶었을 거예요. 그리고 그 이후 단 한 번도 한 눈 팔지 않고 오로지 강숙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녀를 위해서만 살기로 했어요.

옛 남자와 정기적으로 만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8년 동안 모른 채했다는 사실은 저를 무척 당혹스럽게 하기는 했지만, 그리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기는 하지만, 구대성은 대단한 사람이에요. 이런 사랑을 무어라고 불러야 하지요? 아가페라고 하나요? 그건 아닌 것 같고, 아무튼….

효선도 마찬가지에요. 그녀의 사랑은 집착이 너무 강해서 상대방이 피곤하게 생각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녀의 사랑 또한 그녀의 아버지 못지않지요. 게다가 그녀는 상대가 자기를 거부할 때 순순히 물러설 줄도 알아요. 기훈에 대한 사랑이 그렇지요. 아마 그럴 거예요. 은조와 자매로서 나누고 싶은 사랑 때문이기도 할 거라는.

효선이 지금 악에 받쳐 방방 뜨고는 있지만, 극단적으로 가지는 못할 거예요. 그건 그녀의 천성과 맞지 않거든요. 그리고 결정적인 것은 그녀의 아버지, 구대성이 그걸 원하지 않는다는 거지요. 문득 정신을 가다듬고 곰곰 생각해보면 효선은 그걸 깨닫게 될 거에요. 아버지의 사랑이 계모였으며, 자기의 사랑도 계모라는 것을 말이죠.

송강숙이 약해진 이유? 사랑에 감동 받은 탓

강숙이 이토록 급격하게 변한, 그래서 왜 저렇게 나약해졌을까 하고 궁금하게 만든 배경에는 바로 구대성 모녀의 사랑이 있었어요. 그리고 강숙이 구대성의 사진을 보며 중얼거리던 독백처럼 그 사랑이야말로 강숙의 억척스러웠던 삶보다 훨씬 독한 것이었어요. "당신 부녀는 나보다 훨씬 독해."


자, 어쨌든 강숙이 변한 건 사랑의 힘이었다는 게 제 생각이고요. 그래서 결국 푸시킨의 시 끝부분처럼 기쁨의 날도 오고, 지나가 버린 것 그리움도 되고 뭐, 그렇게 될까요?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군요. 우리가 강숙의 못된 짓을 보면서도 그녀에게 섣부르게 돌을 던지지 못했던 것도 실은 그녀의 삶에 새겨진 아픔을 잘 알기 때문이었지요.

그것도 생각해보면 사랑의 일종의 아니었을까 그리 생각되네요. 그럼…, 아, 오늘밤부터는 기훈의 비밀이 탄로나 새로운 갈등이 만들어지겠군요. 그러고 보니 푸시킨의 이 시는 이제 기훈에게 들려주어야겠네요.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힘든 날을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이 오리니, 어쩌구 저쩌구…. ㅎㅎ

Posted by 파비 정부권

아무튼 이 드라마를 보면서 저는 참 묘한 감정을 갖습니다. 모두들 은조를 편들며 효선을 이기적이다, 가식적이다, 심지어는 가증스럽다고까지 욕을 하는데도 효선이 편을 많이 들었습니다. 저는 효선이 참 불쌍했습니다. 은조도 불쌍하지만, 효선이 더 불쌍했지요.


모두들 효선이가 베푸는 호의는 그저 가식이요 이기심에서 나온 욕심이라고들 말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절대 그렇지 않다며 효선을 변호했지요. 아니 그렇지 않다는 정도가 아니라 과연 누가 효선이처럼 그런 호의를 베풀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습니다. 저조차도 그럴 수 없을 거라고 말입니다.

사랑을 받고 싶어 하고, 반대로 사랑을 주고 싶어 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 본성입니다. 즉, 사랑을 베푸는 것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사랑을 받으려고 노력하는 것도 매우 아름다운 인간의 본성이란 말입니다. 인간이 아름다울 때는 가장 인간다울 때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인간이 인간다우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며 이기적이거나 가식적이거나 가증스럽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저는 어쩌면 절망 같은 것을 느꼈을지도 모릅니다. 아니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러니 이토록 열렬히 효선을 응원하느라 바빴겠지요. 그러나 별로 성과는 없었던 듯싶습니다.

저는 지난주에 바빠서, 또는 게을러서, 한주일 동안 드라마를 한편도 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지난주에 방영된 신데렐라 언니를 오늘 새벽에야 보았지요. 2주일의 공백이 있었지만 신데렐라 언니는 역시 색다른 드라마였습니다. 줄거리뿐 아니라 잊혀졌던 느낌, 감정 같은 것들이 그대로 살아났습니다.

기훈이 술에 취해 대문을 두드리며 "은조야~ 은조야~" 하고 부를 땐 측은한 마음까지 들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여전히 기훈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형보다 먼저 선수를 쳐 대성참도가를 대신 취했다가 다시 아저씨에게 돌려주려고 했다, 저는 그 마음이 아직도 도통 이해가 되지를 않습니다.

제가 너무 현실주의자여서 그런 걸까요? 아무튼 제 마음은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 기훈이가 신데렐라 언니, 즉 은조에게 모든 것을 고백하려고 하는군요. 기훈은 지금 아저씨에 대한 죄책감으로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은조에게 모든 것을 고백하고 용서 받으려고 하는 것입니다.

아니 용서 받지 못하더라도 그래야만 마음이 편할 것 같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진정 은조를 사랑한다면 정수의 말처럼 조용히 비밀은 평생 가슴에 묻어두고 은조를 위해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아야 하는 것이 옳을지도 모르지요.

그러나 어떻든 기훈은 은조에게 모든 비밀을 털어놓으려 했지만, 아버지가 쓰러지는 바람에 그 기회를 놓쳤습니다. 저는 그 대목에서 다시 피식 하고 웃음이 나오고 말았습니다. 역시 이 드라마에 나오는 가련한 청춘들, 은조나 기훈은 그토록 외롭고, 괴롭고, 아프고, 스스로를 학대하는 슬픈 영혼들이지만, 혈육의 벽을 깨지는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은조도 그랬지만, 기훈도 마찬가지로 아버지와 절연하겠다고 선언하면서도 그 맹세는 순식간에 깨지고 마는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오늘 기훈에게서 한가지 더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정말이지 저로서는 도무지 납득이 안 되는 그런 모습이었습니다. 

이것은 어쩌면 효선이 편을 들고 싶은,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는데, 마음 때문에 일어난 일인지도 모릅니다. 왜? 기훈은 은조에게만 효선 아버지가 죽게 된 사연이 담긴 비밀을 털어놓으려 하는 것일까요?

정작 구대성의 친딸인 효선에게는 아무런 양심의 가책도 없다는 것인지, 괴로움의 대상은 오로지 은조가 되어야만 하는 것일까요? 효선은 아직 너무 어려서? 또는 너무 어린아이처럼 보여서? 그래도 만약 진심으로 용서를 빌어야 한다면 효선에게 빌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하긴 그거야 용서를 비는 사람이 누가 용서를 받을 대상인지 결정하는 것이겠지만, 그러나 저는 참 어이없다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그게 다 사랑 탓이라는 것을요. 그러나, 그럼에도, 저는 역시, 효선이 참 불쌍하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습니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능력을 가진 것은 이 드라마에서 효선이가 유일합니다. 구대성이 있었으나 그는 죽었습니다. 그러나 효선은 정작 이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들, 그녀가 가장 아끼는 사람들에게선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듭니다. 따돌림, 이건 좀 심한 표현일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제기 보기엔 그렇습니다.

기훈도, 정우도, 송강숙도, 다 은조를 위해 삽니다. 대성도가 사람들과 거래처 사장님이 효선의 든든한 백이 되어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그들은 이 드라마에서 별로 힘이 없습니다. 아무튼 제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그렇습니다.


"왜? 기훈은 효선이 아버지가 죽게된 데 대한 죄책감을 은조에게만 용서받으려 하는 것일까? 그건 먼저 효선에게 해야하는 것 아닐까?"

효선에게는 은조와 달리 괴로움과 죄책감이 아니라 마치 귀여운 동생을 대하듯이 편안하게 구는 모습이 저는 도무지 이해도 안 가고 사람이 저래도 되는 것일까 하는 의구심까지 듭니다. 제가 기훈의 참모습을 너무 왜곡해서 보는 것일까요? 

강숙이 이제 뭔가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가려고 하는데 효선이 그만 강숙이 구대성에게 저지른 짓을 알고 말았네요. 어떻게 될까요? 한차례 소용돌이는 일어나겠지만 그러나 결국 효선은 원래 그녀가 하던대로 용서하고 행복하게 모두의 품에 안기는 것으로 끝날까요? 아니면 참혹한 결말로 갈까요?

Posted by 파비 정부권
은조, 효선에게서 구대성을 발견하다 

신데렐라 언니 11부는 제게 큰 기쁨이었답니다. 저는 지금껏 효선을 옹호하는 글을 주로 많이 썼던 편이거든요. 그런데 사실은 일부러 효선을 응원하려고 그랬던 것은 아니지만, 워낙 많은 분들이 효선보다는 은조의 편에 섰기 때문에 부득불 효선을 응원할 수밖에 없었던 거지요. 그렇다고 은조가 미운 것도 아니었어요. 은조도 효선만큼 애처로운 것은 마찬가지였어요.


둘은 모두 상처받은 영혼들이었지요. 그리고 둘은 모두 착한 심성을 지닌 아름다운 영혼들이기도 하지요. 다만 두 사람이 어린 시절 겪은 환경으로 인해 형성된 성격이 다를 뿐이에요. 은조는 착한 심성을 지녔지만 늘 자신을 자기가 만든 울타리에 가두고 사람들을 경계하죠. 그녀는 따뜻한 사랑, 아니 따스한 말 한마디 받아본 경험이 없기에 반대로 줄줄도 모릅니다.

그게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하지요. 기훈이 그녀 곁을 떠났던 것도 따지자면 그 때문이에요. 사람들은 효선이 기훈의 편지를 빼돌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리고 그게 일면 맞는 말이긴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은조에게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것이지요. 물론 효선이도 사람이므로 질투심도 있고 욕심도 있어요. 그래서 기훈의 편지를 은조에게 전하지 않았겠지요.

그러나 효선은 기본적으로 착한 심성을 가진 아이였어요. 이전에도 몇 차례의 포스팅을 통해 밝혔지만, 효선이는 이미 알고 있었어요. 그녀는 계모 강숙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그뿐 아니라 강숙이 대성도가를 은조 손에 넘어가게 하려고 자기를 바보로 만들기로 작정했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었어요. 구대성과 강숙이 하는 대화를 엿들었거든요. 그때 그 표정이란….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효선을 욕했어요. 가식적이며 이기적이라고 말이지요. 심지어 가증스럽다고까지 했으니 이건 정말 지나친 것이었지요. 그래서 제가 발끈해서 나서기도 했었답니다. 저는 효선이 보여주는 호의가 진심이라고 믿었거든요. 그리고 설령 그 호의가 진심이 아니라 척하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행복한 (재혼)가정을 위해선 꼭 필요한 것이라고 봤거든요.

그런데 오늘 마침내 효선이 자기 본심을 이야기 했어요, 은조에게. 효선의 끊이지 않는 지극한 정성이 마침내 은조의 마음을 움직였어요. 은조는 본래 착한 아이였을 거예요. 그러나 은조는 하나뿐인 혈육 엄마와 함께 온갖 고난을 다 겪으며 살았어요. 어린 나이에 너무 일찍 세상의 쓴 맛을 다 보았던 거지요. 그러니 은조는 엄마가 어떤 사람인지 알면서도 그녀를 버리지 못한답니다.


늘 마음속에서는 엄마를 떠나는 꿈을 꾸면서도 정작 기회가 와도 버리지를 못해요. 거기에 대해선 1부 첫 번째 에피소드로 우리에게 충분히 보여주었어요, 털보 장씨를 피해 도망치던 기차안에서. 만약 이때 엄마를 버리고 도망쳤더라면 신데렐라도 신데렐라 언니도 없었겠지요. 은조는 엄마를 버리지 못하는(또는 떠나지 못하는) 대신 마음의 문을 굳게 닫았어요, 아주 차갑게.

그런 은조의 마음을 서서히 열어준 사람은 새아빠 구대성이었어요. 그녀는 구대성에게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가졌을 뿐 아니라 존경심과 사랑도 느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은조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어요. 효선에게서 바로 구대성을 보았던 것이지요. 은조는 어쩌면 효선이 보여주는 그녀와 그녀의 엄마에 대한 사랑을 가식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어요.

그리고 매우 귀찮았을 거예요. 은조는 기본적으로 사람이 귀찮은 사람이에요. 그녀는 누가 물어봐도 절대 대답을 하지 않아요. 거꾸로 "너는 왜 그런 걸 묻지?" 하고 되묻는 스타일이죠. 이건 어쩌면 생떽쥐뻬리의 어린왕자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고 보니 은조는 참 동화적인 인물이었어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은조에게 몰입하고 공감했던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드네요.

아무튼 오늘, 은조는 효선의 실체를 알아보았어요. 그녀가 효선의 아빠와 똑같다는 사실, "괜찮아" 하고 말하던 구대성, 그 구대성이 효선에게 있었던 거지요. 대성은 강숙이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어요. 그리고 뭔가 뜯어먹을 게 있어서 붙어 있다는 것도. 왜 그랬느냐고 물어보는 은조에게 대성은 이렇게 말했었지요. "괜찮아, 그게 좋아, 너와 네 엄마가 없는 것 보단 있는 게 나아."

그리고 또 말했어요. "제발 나를 버리지만 말아다오." 구대성은 홍기훈과 그의 형 그리고 홍회장의 계략을 알고 나서는 쓰러졌지요. 구급차에 실려 가면서도 구대성은 눈을 가늘게 뜨고 떼기도 어려운 입으로 죄책감에 슬피 울고 있는 기훈에게 간신히 이렇게 말했어요. "괜찮아." 아마도 제 생각엔 그때 대성은 흐느끼는 기훈의 모습을 보며 안도했을지도 모르겠어요, 믿는 마음이 생겼던 것일까요? 

오늘 은조가 효선을 알아보는 순간, 저는 너무 기뻤어요. "그래, 은조야, 이제야 효선의 진심을 알아봤구나. 그래, 너도 이제 서로 사랑을 주고 사랑을 받는 방법을 배워야 해. 사람 살아가는 거 별거 아니란다. 서로 의지하고, 사랑하고, 그러며 사는 거야." 제가 오버한다고 생각하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정말 너무 기뻤답니다. 세상에 사랑보다 더 좋은 것이 또 있을까요?


저는 언젠가 은조든 계모 강숙이든 효선의 진심을 알고 받아들여줄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어요. 물론 아직 강숙은 아니지요. 그러나 곧 강숙도 효선의 마음을 알게 될 거에요. 사실 강숙이 가슴이 답답하고 괴로운 것은 그걸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해요. 강숙은 참 똑똑한 여자거든요. 눈치가 9단이죠. 그녀는 이미 효선의 진심이 무엇인지 알고 있어요.

그러고 보니 구대성은 진짜 훌륭한 사람이군요. 그는 죽으면서까지 은조와 효선, 그리고 기훈에게 커다란 선물을 주고 갔어요. 사랑, 네, 사랑이죠. 그리고 사람은 서로 의지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 배려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 그걸 효선은 어려서부터 몸으로 체득하며 배웠겠지요. 은조도 이제 그게 무언지 깨달았어요. 그리고 중요한 것은, 이제 효선이를 이해하게 되었다는 거예요.

귀찮기만 하던 효선에게서 구대성의 모습을 발견했을 때, 은조의 마음이 어땠을까요? 절규하는 그녀의 모습이 그녀의 마음이 어땠을지 충분히 짐작하게 하네요. 그러나 그렇게 울고 나면 은조도 한결 성숙하게 될 거예요. 그러면 그녀들은, 은조와 효선은 훨씬 더 행복한 세계에 가까이 다가가게 되는 거지요. 강숙도 빨리 껍질을 벗었으면 좋겠어요. 그녀도 지금 양심과 욕심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거든요.

오늘은 은조나 효선이나 참 흐뭇한 모습을 보여주어 기쁜 날이네요. 아니 제가 왜 이러죠? 대성도가가 행복해지든 말든 그게 우리 집하고 무슨 상관 있다고, 자기 집이나 행복하게 꾸밀 것이지, 이런 타박을 듣더라도 할 수 없네요. 그래도 혹시 알겠어요? 신데렐라 언니네 집이 행복해지면 그걸 본받아서 우리 집도 행복해지는 비결을 찾게 될지….

어쨌거나 신데렐라 언니는 언니의 시선으로 재조명된 드라마라고 했지요. 그래서 많은 분들이 언니인 은조의 시선으로 세상을(사실은 이 드라마를) 바라보고 있어요. 그래서 은조처럼 효선이가 귀찮았을 수도 있어요, 짜증도 났을 것이고요. 그러나 이젠 달라지겠죠. 언니의 시선이 서서히 바뀌고 있으니, 그렇겠죠? 그럴 거에요, 또 그랬으면 좋겠어요. 

ps; 그러나 아직은 갈길이 멀답니다. 신데렐라 언니엔 너무나 복잡하고 미묘하고 은밀한 반전들이 숨어 있기 때문이지요. 그러니 은조와 효선의 운명도 아직은 완전하게 장담할 수는 없을 듯싶네요. 효선이가 다 알면서도 왜 그랬을까에 대해선, 아직 모든 걸 다 알 순 없어요. 강숙의 음모를 숨어 엿볼 때 보여준 그 알 수 없는 표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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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비 정부권
신데렐라가 된 효선을 구해줄 사람은
본인밖에 없다는 사실을 가르쳐 주는 것은 은조다  


일전에 신데렐라 언니에는 ☞신데렐라는 없다고 썼었지만, 10부에서 효선은 신데렐라였습니다. 아니 효선이 신데렐라가 되려고 된 것이 아니라 계모 강숙이 본색을 드러냈으므로 가련한 신데렐라의 모습이 효선에게서 나타났던 것입니다. 계모가 효선을 신데렐라로 만든 것이지요. 그럼 우리의 다음 관심사는 자연스럽게 누가 왕자님이 되어 효선을 구해줄까 하는 것이겠지요.


저는 또 일전에 ☞신데렐라를 구해줄 왕자님은 누구일까에 대해 썼었는데요, 홍기훈과 한정우 둘 다 왕자님이 되기엔 함량미달이라고 했던 기억이 나네요. 기훈이 한때 효선에게 큰소리로 다그치며 제발 어린애처럼 굴지마라고 소리 칠 땐 그의 그런 행동이 효선을 각성시켜 변화시킬 수 있다면 그거야말로 새롭게 해석된 왕자님 아니겠는가 하고 생각하기도 했었지만요.

신데렐라가 된 효선을 구해줄 왕자님은 누구?

그런데 실은 10부를 시청한 후 이 글을 쓰다가 잠깐 다음뷰를 검색해봤는데, 어떤 분이 신데렐라의 요정할머니는 누구일까에 대해 포스팅을 하셨네요. 그러고 보니 신데렐라를 위기 혹은 위험으로 탈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왕자님이 아니라 요정할머니였군요. 왕자님은 그 탈출의 목적지라고 할 수 있을 것이고요. 그러나 저는 어쨌든 탈출의 조력자로 왕자님을 선택했으므로 그냥 계속 왕자님 이야기를 하도록 하지요.

10부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답니다. 아, 효선을 구해줄 사람은 바로 은조였구나, 신데렐라 언니란 제목에 숨은 속뜻은 바로 그런 것이었구나, 신데렐라의 의붓언니가 아니라 신데렐라 언니란 은조와 효선이 진짜 자매가 될 것이라는 그런 암시였구나, 그런 생각을 말이지요. 은조는 아직 껍질을 완전하게 벗지는 못했습니다. 아직은 단단한 알 속에 자기를 숨기고 있지요.

그런 그녀가 껍질을 벗고 자기 본 모습을 드러낼 수 있도록 다독여준 사람은 구대성이었지요. 그 구대성은 이제 세상에 없습니다. 그런 현실을 깨닫게 된 은조는 대성을 생각하며 슬피 울지요. 생전에 한 번도 불러보지 못한 아빠란 이름을 부르면서, 대성의 영정을 향해 아빠라고 부르는 은조의 모습은 마침내 알을 깨고 자기를 드러낸 한마리 연약한 새끼의 모습이었답니다.

이미 은조는 우리에게 속에 감춘 진심을 많이 보여주었지요. 다만, 효선에게 그걸 보여주지 못하고 있을 뿐이에요. 구대성에게도 그럴 기회가 없었는데, 그 때문에 은조는 더욱 슬픈거지요. 한 번도 자기 진심을 보여주지 못했으니까요. 그래서 더 미안하고 죄스러운 거지요. 10부에서 은조는 자기 무릎에 기대 슬피 우는 은조를 감싸 안으며 토닥여주는 상상을 했지만, 끝내 그러지는 못했습니다.

이미 마음은 충분히 알을 깨고 나왔지만, 몸은 쉬 그렇게 되지를 않습니다. 30년 가까운 세월을 남에게 자신의 마음을 여는 방법을 잊은 채 살아왔던 그녀가 그렇게 쉽게 바뀐다는 것은 바라기 어려운 일이지요. 그러나 이제 그녀의 변화를 기대해도 될 것 같아요. 죽은 구대성이 은조를 바꿔 놓았네요. 아빠, 하고 부르며 절규하는 은조의 모습에서 과거로부터 벗어나는 은조를 볼 수 있었거든요.  


구대성이 죽자 계모의 본색을 드러낸 송강숙

구대성의 죽음으로 가장 돌변한 사람은 계모 강숙이었습니다. 그녀의 급작스런 변화는 효선을 당황하게 했지요. 저는 효선이 강숙의 본색을 알고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효선은 모르고 있었나 봐요. 효선이 구대성과 송강숙의 대화를 엿들을 때, 강숙이 자기를 배제하고 은조와 준수에게 대성도가가 넘어가도록 꾸미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챘었다고 생각했었지요. 그러고 보니 효선이도 참 맹하네요.

은조가 효선에게 말했지요. "우리 엄마, 원래 그런 사람이야. 몰랐어? 이 집에서 안 쫓겨나려면 제대로 해야 될 거야. 정신 똑바로 차리라구." 강숙은 서서히 효선의 팔들을 하나씩 자르기 시작하지요. 그녀는 이제 예전의 온화하고 기품 있던 엄마가 아니었어요. 매몰차고 인정 없는, 전처의 자식을 못 쫓아내 안달이 난 못된 계모가 되었던 것이지요. 그러나 사실은 원래부터 강숙은 그런 여자였어요. 

방법만 달랐지 지금이나 전이나 달라진 건 사실 하나도 없답니다. 좀 과장되게 표현하자면, 이전이 문화통치였다면 이젠 무단통치로 그 방법을 바꾼 것 뿐이지요. 구대성도 죽고 없는 마당에 가면을 쓰고 마음에도 없는 호의를 베풀 필요가 완전히 없어진 것이니까요. 밥 먹으면서 은조와 준수에게만 고깃살을 떼어 밥 위에 올려주는 강숙은 효선이 엄마 하고 불러도 돌아보지도 않지요.  

은조도 이 모든 것들을 알고 있습니다. 강숙이 주방에서 일하는 아주머니 두 사람을 내쫓았지요. 그건 효선을 고립시키기 위한 강숙의 술수인 것이 누가 봐도 분명한 일이에요. 효선은 쫓겨나는 아주머니들을 위해 우는 것 빼고는 별로 할 일이 없는 것 같아요. 이 두 아주머니를 도가에서 일하도록 주선한 것은 은조였어요. 은조는 역시 냉정하죠, 침착하고. 효선을 위해 그렇게 한 것이지요.

제가 일전에 이 블로그에서 "☞신데렐라는 없다"라고 했지만, 그것은 효선이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선 자기 힘으로 스스로 일어서는 길밖에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실제로 그래야만 효선은 살 수 있어요. 누구도 효선을 위해 무언가를 해줄 수가 없답니다. 만약 효선이 진짜 신데렐라라고 하더라도 21세기의 신데렐라는 독립된 인격체로 성장해야한다는 거예요.


신데렐라 언니는 은조와 효선 두 의붓자매가 하나가 되는 이야기

그게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신데렐라의 결말이어야 한다는 것이죠.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효선이 자기 힘으로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은 필요할 거예요. 그게 왕자님이라도 좋고 요정할머니라고 해도 좋아요. 그런데 효선에게 그 역할을 해주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은조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러니까 일전에도 저는 그렇게 말했었지요. "아이러니하게도 효선이 자기 속의 자기를 찾도록 계기를 만들어준 것은 은조였다."

은조는 지금껏 냉정하고 단호한 방식으로 스스로 살아가는 법을 배우라고 효선을 다그쳤지만, 앞으로는 그와 더불어 따뜻한 언니가 되어 효선에게 길을 찾아줄 수 있을 것 같네요. 아니 둘이 손잡고 함께 길을 갈 것 같네요. 그게 시간이 좀 걸릴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꼭 그럴 것 같다는 예감이 듭니다. 아무튼, 지금으로선 효선을 구해줄 왕자님은 은조 외엔 별로 없을 것 같아요.

기훈? 정우? 그들은 여전히 아직은 너무 모자라다는 생각뿐이네요.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현재로선 약간의 조력과 두 여자를 지켜보는 것, 그것뿐이에요.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겠지만. 아, 그리고 하나만 더 말씀드리면요. 이건 약간 궤변일지도 모르겠는데, 어쨌든 처음에는 효선이 은조를 구한 거라고 말할 수도 있지요. 은조와 강숙이 털보 장씨에게서 도망치며 효선을 만나지 않았다면?

그럼 오늘날의 은조도 없는 거지요. 은조도 독백으로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고 했지만, 그럼 구대성이 죽지 않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했지만, 그건 과학적으로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고요, 앞으로 두 여자가 함께 사랑하고 함께 아파하며 서로의 차이가 없어지고 하나처럼 되는 것이 이 드라마의 나아갈 방향이에요. 제작진도 그랬지요.

"누가 신데렐라든, 누가 신데렐라 언니든 인생은 똑같이 아프고 달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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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비 정부권
"내가 효선과 은조의 아빠를 죽였어. 그러나 결코 그러려던 건 아니었어."

구대성이 죽었네요. 강숙과 효선, 그리고 은조가 흘리는 눈물을 보며 저도 눈물이 나왔답니다. 제가 사실 감성이 매우 풍부한 편입니다. 남자란 자고로 평생에 세 번만 울어야 한다, 이런 말 따위는 애초에 저에게는 해당사항이 없습니다. 특히 저는 상갓집에 가서 잘 우는 편입니다. 나이 어린 사람이 죽었을 때는 거의 예외 없이 눈물이 나오죠.


그러나 역시 세월은 그런 감성도 메마르게 합니다. 마치 몽고의 초원이 사막화로 사라지듯 제 속의 감성도 서서히 사막화 현상에 밀려 사라졌습니다. 그래서 어느 날 문득 깨달았는데, 그렇게 풍부하던 눈물샘이 다 말라버렸던 것입니다. 그런데 말라버렸다고 생각했던 눈물샘의 뿌리가 아직 남아 있었나 봅니다. 망자와 망자의 죽음 앞에 슬퍼하는 사람들이 그 샘을 자극했습니다.

구대성이 죽도록 만든 건 두 여자, 은조와 효선의 왕자

한 번 쓰러졌다 일어선 구대성을 다시 쓰러뜨린 것은 놀랍게도 홍기훈이었습니다. 아, 이제 이 일을 어찌 해야 할까요? 효선은 원수에게 의지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은조도 마찬가집니다. 그녀는 여전히 기훈을 사랑합니다. 구대성이 쓰러진 이유가 홍기훈 때문임을 아는 사람은 오직 홍기훈 한 사람뿐입니다. 죽은 자는 말이 없습니다. 그런데 그녀들이 기훈의 비밀을 알게 된다면….

그러나 결국 모두들 알게 될 것입니다. 일본의 유령회사와 계약을 하게 만들어 대성도가에 치명타를 가한 것은 기훈의 형입니다. 사실 저는 이 설정이 그렇게 썩 마음에 들지는 않습니다. 대성도가가 아무리 영세한 회사라고 하더라도, 수출까지 감행할 정도의 회사라면, 최소한의 무역 업무에 대한 지식은 있으리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지식이 없으면 대행회사를 이용하면 되는 겁니다.

무역을 함에 있어서 LC를 열고, 선적서류 등을 만들고, 물건을 포장해서 보내는 것은 기본입니다. 그런데 유령회사와 계약을 하면서 어떻게 신용장을 개설했다는 것인지, 그 신용장에 근거해 선적서류는 어떻게 만들었다는 것인지, 그리하여 포트에 물건을 인수할 화주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이 기막힌 이야기가 아직은 잘 이해가 안 가지만 뭐 어떤 사연이 있었겠지요.


홍기정이 일을 쳤지만, 이를 빌미로 대성도가에 돈을 댄 것은 홍기훈과 홍회장의 계략이었죠. 그러므로 어쩌면 대성도가를 꿀꺽 삼키게 될 사람은 홍회장과 홍기훈이 될 듯싶습니다. 홍기훈은 모르겠지만 홍회장은 마침내 드러내놓고 채권자로서의 권리를 행사하려고 할 겁니다. 그리고 은조와 효선은 홍회장이 홍기훈의 아버지임을 알게 될 것이고요.

그녀들이 바보가 아니라면 대성도가의 경영 상태를 간파하고 홍회장이 돈을 댔을 것임을 모르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그런 정보들을 홍기훈이 알려주었을 것이란 사실도. 그러니 비밀은 없는 것입니다. 그때 은조와 효선이 경악과 분노로 입게 될 마음의 상처는 지금으로선 짐작도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 비밀이 밝혀지기 전까지는 일단 갈등의 상대는 은조와 효선이겠지요. 

폭풍전야, 최후의 만찬

대성이 죽기 전에 보여준 장면들은 어쩌면 일찍 은조와 효선이 화해할지도 모르겠다는 그런 생각이 들도록 만들었습니다. "너 제발 좀 나가주라, 좀 꺼져다오" 하고 말하는 효선과 "아니 절대 안 나가. 그래,  내가 어디 네가 가진 걸 전부 한 번 빼앗아 볼까? 그래 볼까?" 라고 받아치는 은조의 대화는 마치 한판의 긴장된 싸움을 보는 것 같았지만, 사실은 그것은 서로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과정이었습니다.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낸다, 그것은 곧 소통이요, 이해요, 화해로 가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렇게 두 의붓 자매가 맺어지려고 하는 찰나에 그만 구대성이 죽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기구한 일이 또 있겠습니까. 결국 효선은 이 모든 불행의 원인이 은조 때문이라고 생각할 것이고, 은조는 은조대로 이제 더 이상 효선에게 참아야 할 이유가 없어졌다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대성이 죽기 전, 구대성과 은조와 효선 그리고 기훈, 이렇게 네 사람은 어느 한적한 호수가의 식당에서 조용한 만찬을 가졌습니다. 이것이 최후의 만찬이 될 줄을 누가 꿈이라도 꾸었겠습니까. 그리고 그 최후의 만찬장 한구석에 유다가 있었을 줄 누가 짐작이나 했겠습니까. 그들의 만찬은 참으로 평온해 보였고, 대성의 흐뭇해하는 표정에선 평화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은조와 효선의 긴장된 줄다리기가 좀 불편하긴 했어도, 이내 이들의 솔직한 대화 속에서 곧 평화가 올 것임을 느꼈습니다. 대성을 중심으로 억지로 만들어지는 그런 평화가 아니라 진정으로 서로 이해하고 신뢰하는 속에서 만들어지는 그런 평화 말입니다. 그런데 그만 대성이 덜컥 죽고 말았습니다. 이제 진정 이해와 신뢰로 뭉쳐진 평화는 고사하고 억지로 유지되던 평화마저도 깨어지게 생겼습니다.

강숙과 대성이 처음으로 우리에게 보여준 다정하고 포근한 데이트도, 그 감미로운 사랑의 순간들도, 모두 태풍이 불어 닥치기 전의 고요와 같은 것이었습니다. 아마도 태풍이 휩쓸고 간 자리는 폐허만 남겠지요. 그 폐허 위에서 은조와 효선, 그리고 강숙은 서로를 뜯으며 몸부림치겠지요. 제가 가장 궁금한 것은 강숙이 효선에게 어떤 태도로 나올까 하는 것입니다.

구대성이 살아있을 때 강숙은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효선에게 사랑을 보여야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그녀에겐 더 이상 그래야 할 이유가 없어졌습니다. 그녀는 누구 말처럼 다시금 초원에 버려진 하이에나가 된 것입니다. 그녀는 살기 위해 몸부림쳐야 합니다. 여전히 온화하고 기품 있는 계모로 남아있을 수 있을까요? 제발 그랬으면 좋겠지만, 모르겠습니다, 도무지 그녀를 알 수가 없으니까요.  

기훈은 유다가 되지 않을 수 있을까?

최후의 만찬, 그 뒤에 오는 것은 밀고와 탄압과 십자가의 고통, 죽음 그리고 부활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이 시나리오에서 유다의 반성과 회개는 없습니다. 그러나 기훈은 그러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그는 충분히 반성하고 있습니다. 모르겠습니다, 아직은 반성이 아니라 변명만 하고 있는 것인지도, 이렇게. "내가 저 두 여자의 아빠를 죽였다. 그러나 결코 그러려던 건 아니었다."


기훈의 태도 여하에 따라서 은조와 효선의 갈등과 반목은 더 오래 가게 될 것이고, 그녀들의 상처는 그만큼 더 깊어질 것입니다. 아, 아무튼, 저는 그토록 조용하면서도 평화로운 만찬이 최후의 만찬이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그 만찬이 끝나자마자, 그토록 아름답고 감미로운 시간의 여운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이토록 무서운 일이 생기리라고는 더욱 생각지 못했습니다.

평화로운 감동이 컸던 만큼 슬픔과 놀라움의 무게는 더욱 컸습니다. 기훈이 앞으로 어떤 태도를 취하게 될까요? 그는 진실을 밝히고 두 의붓 자매가 진짜 자매가 될 수 있도록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그에게 그런 용기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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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비 정부권

은조도 효선도 신데렐라는 아니다. 그녀들은 그저 은조요 효선일 뿐이다 …
기훈과 정우도 왕자는 아니다. 그들도 그저 사연 많고 갈등하는 인간일 뿐 …

신데렐라 언니에 신데렐라가 없다니, 그럼 신데렐라 언니도 없는 거잖아,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야? 그렇습니다. 신데렐라 언니에 신데렐라가 없다니, 말이 안 됩니다. 신데렐라가 있어야 신데렐라 언니도 있는 거죠. 그러나 아무리 봐도 신데렐라 언니엔 신데렐라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혹시 신데렐라 언니가 진짜 신데렐라가 아닐까 생각하는 분까지 생겼습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신데렐라 언니 은조(문근영)야말로 이 드라마에서 신데렐라가 아닐까 하고 말입니다. 그녀야말로 '재 묻은 소녀'였습니다. 그런 그녀가 대학에서 미생물학을 전공하고 바야흐로 효모 분야의 1인자가 될 날이 머지않았습니다. 물론 아직 그녀가 겪어야 할 파란의 고개들이 많이 남아 있겠지만, 그녀의 성공이 확정적인 것은 틀림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은조는 신데렐라가 아닙니다. 신데렐라는 일찍 엄마를 여의었지만 다정한 아버지 밑에서 행복한 딸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계모와 의붓언니들에게 모든 행복을 빼앗기고 구박 받으며 고생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그런 신데렐라를 구해줄 왕자님입니다. 왕자님은 어느 날 홀연히 신데렐라와 사랑에 빠지고, 신데렐라와 결혼해 그녀의 행복을 찾아주고, 계모와 의붓언니들을 혼내줘야 합니다.

그런데 이 드라마에서 그런 왕자님은 보이지 않습니다. 홍기훈(천정명)이 왕자님일까요? 그도 왕자는 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우선 기훈이 은조 못잖은 갈등하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그는 그릇된 야심을 갖고 대성도가에 들어왔습니다. 홍회장과 홍기훈의 대화를 액면 그대로 믿는다면 그는 지금 대성도가에 잠입한 것입니다. 네 잠입이란 표현이 딱 어울리겠네요. 과장법을 쓰자면 간첩이란 말입니다.

"사장님, 어떤 일이 생기더라도 반드시 저를 믿으셔야 됩니다." 홍기훈이 대성에게 하는 말로 봐서는 무언가 곧 일이 벌어질 것이고 그에 대비해 내심의 어떤 계획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직은 그게 뭔지 정확하게 알 수 없습니다. 홍회장과의 대화에서 "대성도가를 가지게 되면 저에게 주신다고 약속하세요" 하는 말과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요?

아무튼 홍기훈이 나중에 홍주가에 넘어간 대성도가를 다시 살리는 기적을 만들어낸다 하더라도 그는 왕자가 되기엔 뭔가 부족합니다. 왕자는 그 존재의 신비함으로 일거에 신데렐라를 행복하게 해주어야 하지만 홍기훈은 거꾸로 문제와 갈등을 일으키려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우(옥택연)는? 그는 왕자가 되기엔 턱없이 부족합니다. 백마는 고사하고 우선 자기 몸 하나 지탱할 힘도 없습니다.

그에게 가진 것이라곤 튼튼한 몸과 은조를 향한 일편단심뿐입니다. 어린 시절 먹었던 마음의 집요함은 끝내 해병대를 졸업하자마자 그를 대성도가에 취직하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는 마치 은조를 위해서만 살기로 결심한 듯합니다. 그럼에도 그는 앞에서도 말했지만 왕자가 될만한 소질을 갖고 있지 못합니다. 게다가 그는 현재 신데렐라를 태워줄 한 마리의 백마도 갖고 있지 못한 상태죠. 심하게 말하면 집착만 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은조는 신데렐라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그녀를 태워줄 백마를 타고 나타날 왕자 따위는 애초에 필요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은조는 이미 꽤 탄탄한 사회적 지위를 확보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녀는 대학에서 미생물학을 전공했으며 상당한 실력을 갖춘 재원입니다. 꼭 대성도가가 아니더라도 그녀의 인생항로는 장밋빛 미래입니다.

우리는 성인이 되어서도 그토록 내면의 자기 울타리 속에서 갈등하는 은조를 보고 있으므로 그녀가 늘 조심스럽고 위태로워 보이지만, 이미 그녀는 최소한 스물대여섯 살의 나이를 먹은 장성한 하나의 인간입니다. 내 경험으로 보자면 스물대여섯 살의 나이란 세상을 뒤집어엎을 만한 용기와 자신감을 가진 시대를 살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실제 은조는 그만한 자질을 이미 갖췄습니다.

그러니 이미 그녀는 신데렐라가 될 필요가 없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녀는 신데렐라 같은 나약한 소녀가 아닙니다. 그녀는 마음만 먹는다면 무엇이든 못할 것이 없는 사람으로 성장했습니다. 그럼 효선(서우)이 신데렐라일까요? 이 드라마에서 그녀의 나이는 스물네 살입니다. 그녀가 신데렐라라면 은조는 신데렐라 언니라고 불리는 것이 맞겠지요. 그러나 효선도 신데렐라는 아닌 듯합니다.

스물네 살이나 먹었으면서 아직도 칭얼대며 어리광을 부리는 모습을 보면 그녀는 성장부진아인 것일까요?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이런 모습 때문에 짜증나나 봅니다. 그래서 어떤 분은 이런 그녀를 이기적이고 가식적이며 가증스럽기까지 하다고 말했습니다. 하재근 블로그가 그렇습니다. 그리고 또 많은 분들이 여기에 동의를 표하더군요. 또는 위선이란 표현을 쓰는 분도 계십니다.

나는 신데렐라 언니를 보면서 참으로 묘한 현상을 느낍니다. 은조는 그렇다 치더라도 강숙은 정말 악녀입니다. 그녀가 어떤 사연을 가졌건, 어떤 고뇌로 고통 받고 있건, 딸을 위한 그녀의 사랑이 얼마나 지고하든 그녀는 분명 악녀입니다. 그럼에도 그녀를 향해 돌을 던지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왜 그런 현상이 생긴 것일까요? 이게 바로 신데렐라 언니의 묘한 마력입니다.

돌을 맞아야 할 사람이 거꾸로 위로 받고 있는 상황, 이 이해하지 못할 상황이 연출자와 작가의 뛰어난 상상력 덕분인지, 아니면 연기자의 발군의 연기력 덕분인지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하긴 이미숙은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연기파 배우입니다. 문근영도 그저 예쁜 줄만 알았는데, 이번 신데렐라 언니로 일약 연기파 배우로 인정받게 될 태세입니다.

신데렐라 언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저마다 하나씩의 사연을 다 가지고 있습니다. 마치 성인처럼 행동하는 구대성, 엄마 잃은 소녀 효선, 호부호형 하지 못하는 홍길동 같은 처지의 홍기훈, 이들의 사연은 들어보면 눈물 나지 않는 사람이 없습니다. 은조와 은조 엄마 강숙의 사연이란 두 말하면 잔소리입니다. 효선 외삼촌의 사연은 또 어떻습니까. 그에게도 고민이 많습니다. 그는 왜 가짜 술을 만들어 대성도가를 위기에 빠뜨렸을까요?

아마 어쩌면 강숙과 은조가 대성도가에 들어오지 않았다면 그는 그런 짓을 할 필요가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너 내가 죽고 나면 어떻게 살래? 내가 없어도 네가 여기 계속 있을 수 있을 것 같니?" 효선 외삼촌에게 대성이 걱정스러워 던진 이 말을 효선 외삼촌은 모르고 있었을까요? 이건 생존과 관련된 문제인데, 강숙과 은조가 들어온 이후 효선 외삼촌이 이 문제로 고민했을 것임은 자명합니다. 

그러니 그의 사연도 참으로 기구한 것입니다. 물론 효선 엄마가 일찍 죽지 않고 강숙과 은조가 들어오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가 나쁜 짓을 하지 말란 법은 없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깊은 것은 일단 따지지 말기로 합시다. 자, 다시 본래 이야기로 돌아가서 효선에 대한 이야기를 하도록 하지요. 효선에겐 분명 이중성이 있습니다. 계모의 본심을 알면서도 모른 척 하는 것도 그렇습니다.

은조 언니에 대해 사랑하고 사랑 받고 싶은 마음과 은조에 대한 질투심과 복수심으로 갈등하는 것도 그녀의 이중성 때문입니다. 그런데 사람은 누구나 효선과 똑같습니다. 사람은 거의 이중적입니다. 만약 그렇지 않은 사람을 찾으라고 한다면 그는 아마도 예수님이거나 부처님이거나 마호메트일 것입니다. 은조는 어떨까요? 그녀도 이중적입니다. 그녀 역시 현실과 양심 사이에서 갈등합니다.

우리는 지금 신데렐라 언니라는 제목이 말해주듯이 신데렐라가 아니라 신데렐라 언니, 즉 은조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있으므로 은조의 감정에 많이 동화되고 있지만 은조도 분명 이중적입니다. 그녀는 엄마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고 이해하기도 싫지만 그녀를 이해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이해는 묵인으로 나타나고 그건 일종의 동조요 공범의식이라고 내가 일전에 말한 적이 있습니다.

은조의 효선에 대한 태도도 마찬가지입니다. 은조는 힘겨웠던 과거 탓인지 자기 본심을 드러내는데 매우 인색합니다. 사랑 받을 준비도 안 돼 있고 사랑을 줄 준비는 더욱 없습니다. 그녀는 자기에게 베푸는 대성과 효선의 사랑을 위선이라고 생각합니다. 효선의 사랑이 반대급부를 전제한 것은 맞지만, 그런 것조차도 받아들일 여유가 그녀에겐 없습니다. 대신 그녀는 늘 떠날 때를 준비합니다. 

홀가분하게 떠날 수 있기 위하여 애초에 정든 탑 따위는 만들지 않겠노라고 결심한 듯이 보이는 그녀입니다. 이런 은조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도 가끔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불필요한 기대를 만들어 더 큰 실망을 안기는 것에 대한 두려움. 은조 이야기를 너무 많이 했군요. 자, 다시 효선이 이야기를 해보지요. 그래서 효선의 이중성도 용서받지 못할 정도는 아니란 겁니다.

효선은 이제 서서히 주체성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그녀의 속에 든 그녀의 실체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실은 그녀의 속에 든 그녀를 찾도록 효선을 부추긴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은조입니다. 그리고 기훈이 그 일을 돕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효선은 허약하고 무능한 신데렐라의 껍질을 벗고 하나의 인격체로 거듭나려고 하고 있는 중인 것입니다.


효선에게도 은조에 비견할 장기가 있습니다. 그녀는 아마도 탁월한 외교능력을 가진 듯합니다. 그건 어쩌면 그녀의 성격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천성적으로 활달한데다가 어려서부터 주변의 사랑을 독차지하면서 살아온 그녀의 환경, 그것이 그녀의 성격을 형성했을 터입니다. 반면에 은조는 혼자 지내길 좋아합니다. 그런 그녀에게 술독은 조용한 친구가 되어 주었습니다.

술독을 안고 있을 때 들리는 뽕뽕거리는 발효 소리는 그녀가 뛰어난 미생물학자가 되도록 도와주었습니다. 그리고 이미 그녀는 그 분야에서 거의 일가를 이룰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은조가 이렇게 성장할 동안 효선이 아무것도 안 한 것 같지만, 그녀에게도 숨겨진 장기가 있었던 것입니다. 그 장기는 은조와는 달리 사람들과 격의 없이 어울리면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이제 곧 효선이도 자기를 찾을 것입니다. 

자, 그래서 효선이도 더 이상 신데렐라일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녀도 곧 더 이상 왕자 따위는 필요 없는 독립된 인격체가 될 것이란 사실은 이미 지금까지 본 것만으로도 자명하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애초에 제기했던 문제, 신데렐라 언니엔 신데렐라가 없다는 주장에 대한 이상의 논증이 그렇게 엉터리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그럼 은조와 효선은 뭘까요? 그녀들은 얼마든지 신데렐라가 될 수 있었지만 거기에 머물지 않는 커리어우먼들이죠. 은조는 훌륭한 장인으로, 효선은 뛰어난 사업수완가로 성장해서 마침내 힘을 합쳐 대성참도가를 대한민국 최고의 도가공장으로 만든다, 뭐 그런 이야기가 아닐까요? 그 도정에 기훈과 정우의 조력이 빛을 발하겠지만, 그녀들에게 왕자 따위는 필요 없다, 뭐 그런 이야기도요.

그렇게 생각하니 신데렐라 언니에 신데렐라가 없어도 하나도 슬프지가 않군요. 오히려 은조와 효선이 자기 속의 자기를 꼭 찾아 진정으로 독립된 인격체로 태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할 뿐입니다. 그리고 꼭 그렇게 되리라고 확신합니다. 이 드라마는 틀림없이 해피엔딩일 것으로 믿습니다. 어쩌면 은조와 효선은 우리의 이중적 모습인데 그걸 어떻게 하나로 잘 보듬을지 보여주려는 게 이 드라마의 의도한 바가 아닐까 생각해보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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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편단심 정우의 포효, "이 가스나 뭐꼬?"

오늘밤 신데렐라 언니를 보다가 실소를 금할 수 없었습니다. 정우가 기훈의 얼굴을 가격하고 효선에게 "이 가스나 뭐꼬?" 하고 욕설을 하는 장면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이는 다 은조를 보호하려는 정우의 과욕 탓이긴 했습니다. 효선이 외삼촌이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은 은조는 급히 도가로 달려가 효선 외삼촌을 끌고 경찰서로 가려고 합니다. 그러자 효선과 기훈이 달려 나와 이를 말렸지요.

기훈의 얼굴을 강타하는 정우. 설마 했는데 진짜 때렸군요.


효선이가 외칩니다. "네가 뭔데 우리 외삼촌을 경찰서에 데려가겠다는 거야." 은조와 효선 사이에 밀고 당기는 실랑이가 벌어졌습니다. 기훈이 이들 사이에 끼어들어 말리는 과정에서 은조가 밀려 넘어졌습니다. 이때 옆에 있던 정우가 느닷없이 기훈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렸습니다.  

물론 기훈도 주먹을 날렸음은 물론입니다. 아니 효선이가 대신 때렸나요? 그리고 잠시 후 다시 외삼촌을 끌고 가려는 은조에게 효선이 달려들자 정우가 효선의 손목을 잡으며 외칩니다. "이 가스나 뭐꼬?" 이게 대체 무슨 말입니까? 이 가스나 뭐꼬? 이건 욕입니다.

이제 갓 해병대를 제대하고 대성참도가에 입사한 신입사원 정우가 내뱉을 수 있는 말이 아닙니다. 신입사원이라지만 오늘 갓 입사한 것도 아니고 꽤 시간이 흘렀는데 효선의 존재를 모를 리 없습니다. 그런데 입에서 튀어나온 말이 "이 가스나 뭐꼬?"였다니.


은조의 팔을 붙들고 "이 가스나 뭐꼬?" 하자 기훈이는 옆에서 "너 미쳤냐?"


완전 콩가루 공장입니다. 공장 내 기훈의 위치도 정우가 함부로 할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닙니다. 아니 상식으로 보자면 정우 정도는 감히 기훈이 앞에 나설 수도 없는 처지 같아 보입니다. 게다가 기훈은 정우의 군대 선배입니다. 그것도 "한번 해병이면 영원한 해병"이라는 그 해병대 선뱁니다.

정우의 은조를 향한 일편단심 충성심은 이해하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껏 해야지 이토록 무리한 설정은 난센스가 아닐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제대로 된 회사라면 사태가 진정되고 난 후에는 반드시 사건에 대한 해명과 징계가 따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효선 외삼촌도 자수든 강제든 경찰서로 보내지는 게 맞습니다.

대성참도가가 위기를 극복하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효선 외삼촌이 진상을 밝혀주는 것이 꼭 필요합니다. 그리고 대성도가의 사활엔 구대성 일가뿐 아니라 많은 직원들의 생사가 달려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선 은조의 생각이 백번 옳습니다. 그러나 대성과 효선의 입장에서는 그리 하기 힘들겠지요. 그들 모녀는 정이 지나치게 넘치는 게 탈입니다.

그러나 사실은 그 정 때문에, 그 정을 보면서 은조의 마음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누구에게도 열지 않던 차가운 동토의 심장이 서서히 뜨거워지고 있는 것입니다. 어린 시절 함께 살았던 정우를 기억하고 기쁜 표정으로 밝게 웃는 모습을 보면 그녀에게 가슴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억지로 숨기고 있었던 것이지요. 그러고 보니 정우를 만나서 웃는 모습을 처음 보여준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 외에 웃었던 적이 있었던가요? 생각해 보니 없습니다. 은조는 효선과 기훈을 앞에 두고 이렇게 말했었죠. "나는 한 번 헤어지면 그대로 잊어버려, 누구든지. 그렇게 훈련받으며 살아왔어. 그러니 네가 (기훈이) 좋아 죽든 말든 나는 그 사이에서 빼줘."

그러고 보면 그 말은 기훈의 말처럼 거짓이었든가 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정우가 비록 직장 상사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고 사장 딸에게 "이 가스나 뭐꼬?" 하는 막말까지 했지만―제가 보기엔 정우가 나서서 그런 행동을 할 만한 자리도 아니었지요. 집안 문제기도 했으니―사람들에게 인기 점수는 많이 따지 않았을까 싶네요.

어떤 상황이든 일편단심으로 오직 은조만을 위해 한 목숨 바치겠다는―그게 사랑인지 뭔지는 모르지만―정우의 충성심을 누가 마다할까요. 오늘 어쨌든 정우로서는 은조에게 점수 많이 딴 하루였습니다. 반대로 기훈은 착잡한 하루가 되겠군요.


정우의 재롱에 활짝 웃고 있는 은조. 은조가 처음 웃었다.


그렇잖아도 호숫가에서 은조를 앉혀두고 재롱을 부리며 기분을 풀어주려 노력하는 정우를 먼발치에서 바라보는 기훈의 눈가에 왠지 모를 슬픔이 비쳤습니다. 아무튼 2PM의 옥택연이 문근영를 안고 뛰는 장면이 나왔다고 호들갑들이서 무언가 했더니 바로 이 대목에서 나오는 장면이었군요. 

옥택연의 얼굴 크기와 비율적으로 별로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두꺼운 목 근육 덕분에 정우를 볼 때마다 좀 거북스러웠는데, 사람들은 유명 가수와 문근영이 만들어내는 야릇한 러브라인에 더 열광하는 듯도 해서 저로서는 더 거북스러워지는 그런 기분이에요. 어쩌면 소위 그 짐승남이라고들 부르는 몸매에 질투가 일어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지만, 뭐 아무튼요.  

그러나 어떻든 "이 가스나 뭐꼬?"가 난센스든, 아니면 매력적인 짐승남(아, 나는 이런 짐승 소리도 별로 안 좋아하지만, 요즘 이런 말 모르면 시대부진아가 되는 거 같아서리~)의 포효든, 오늘 확실히 은조에게 정우가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킨 것만은 틀림없어 보입니다. 오늘은 정우의 날이었네요. 

기훈에겐 미안하지만, 은조가 웃으니 좋습니다. 역시 사랑에도 일편단심 약발이 가장 센가 봐요. 글쎄요, 어떤 사랑이 더 셀지, 누가 은조의 마음을 녹여 가슴에 담아갈 수 있을지 궁금해지는군요. 그걸 지켜보는 것도 이 드라마를 보는 재미중의 하나가 될 것 같은데, 어떨 것 같으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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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신데렐라 언니', 급격한 갈등과 변화 예고

신데렐라 언니 7부는 급격한 변전들이 바닥을 뒤흔드는 그런 회였습니다. 마지막에 구대성이 쓰러졌다는 소식은 대성참도가 뿐만 아니라 신데렐라 언니 전체가 위기를 맞았다는 뜻이지요. 비록 지금까지는 갈등이 내재돼 있었다 하더라도 겉으로는 평온을 유지했었는데, 이제 본격적으로 갈등이 표출될 것이란 신호탄이지요.  


계모 강숙의 본심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효선과 구대성

효선은 이미 오래전부터, 아니 어쩌면 처음부터 계모 강숙의 본심을 알고 있었습니다. 다만 자기가 얻을 수 없었던 것에 대한 욕심 때문에, 혹은 그리움 때문에 모른 척 하고 있었을 뿐이죠. 강숙이 대성을 움직여 은조에게 도가 공장 일을 맡기고 자기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바보로 만들려고 한다는 걸 효선은 엿보았었지요.

그런데 어제 7부에서는 효선이 아버지도 이미 오래전부터 강숙의 본심을 알고 있었다는 고백이 나와 충격이었습니다. 세상에, 효선 아버지 같은 사람이 또 있을 수 있을까요? 진짜 신데렐라의 아버지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죠. 그러나 사실 신데렐라의 아버지와 효선 아버지를 비교하는 건 무리란 생각도 든답니다.

동화 속 신데렐라 아버지는 일 밖에 모르거나 신데렐라 계모의 치마폭에 싸인 바보 같은 존재였죠. 신데렐라가 어떤 고통을 당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그러고 보면 신데렐라도 바보이긴 마찬가지여요. 그녀는 자신을 위해 스스로 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죠. 그저 운명적인 왕자님을 기다릴 뿐이에요.

그러나 아무튼 효선의 아버지는 분명 신데렐라 아버지와는 달랐습니다. 그는 모든 걸 꿰뚫고 있었습니다. 다만 그의 진심이, 은조 엄마를 향한 사랑, 은조를 보살펴야겠다는 마음이 새로운 가족의 위선을 감추어주고 있었던 것이지요. 그러나 그걸 직접 확인한 순간 받은 충격은 엄청났던 것 같아요. 


역시 그도 사람이기 때문이죠. 아마도 어쩌면 구대성이 쓰러지게 된 데에는 대성참도가의 위기보다 진심으로 사랑하는 여자의 "그래, 뜯어먹을 게 많아서 산다"는 말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답니다. 돌아서 휘청거리며 걸어가는 그의 등짝을 타고 흘러내리는 절망감이 그걸 말해주고 있었어요.

사연 없는 사람 없는 신언니 속 인물들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사연들 하나씩은 다 가지고 있습니다. 구대성은 아주 헌신적인 사람이죠. 그의 딸 효선도 그를 닮아 사랑을 베풀길 좋아합니다. 그러나 효선은 사랑하면 모든 것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환상을 갖고 있는 듯이 보이죠. 결국 그런 자신의 아픈 치부를 가장 신뢰하는 기훈이 건드리게 됩니다. 

"넌 은조에게 아무것도 뺏긴 게 없어. 너는 스스로의 힘으로 가진 것도, 가지려고 노력한 것도 없기 때문에 빼앗길 것도 없는 거야."

기훈은 왜 그랬을까요? 진심으로 효선을 걱정해서 그랬을까요? 저로서는 도무지 알 수가 없더군요. 은조를 향한 일편단심만 보여주던 기훈이 갑자기 효선을 향해 마음을 여는 듯한 태도를 보이니 말이죠. 아니면 다른 생각이 있는 것일까요? 쌀쌀맞은 기훈의 태도는 오히려 효선에게 자극을 주어 자립심을 키워주려는 의도로 보이긴 했습니다만.

어쨌든 효선은 기훈의 말에 충격을 받아 도가 일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스스로 일어서겠다는 노력이 가상해보일 정도로 그녀의 의지는 대단해보입니다. 여기에 기훈이 조금씩 도움을 주기 시작하죠. 그런 기훈의 모습은 과연 진심일까요? 

8년 만에 나타난 기훈의 태도는 정말 종잡을 수 없어요. 8년 전의 기훈은 참으로 신실한 사람이었죠. "은조야!" 하고 부르던 기훈은 은조에게 실로 든든한 울타리였어요. 그런데 지금의 기훈이 그때의 기훈과 같을까요? 알 수가 없군요. 어쩐지 그의 이중적인 모습이 자꾸 보이니 말이에요. 

그러나 역시 누구보다 가장 많은 사연을 간직한 사람은 은조 엄마에요. 그녀의 인생은 실로 파란만장했죠. 그녀가 사랑했던 남자가 있었을까요? 제가 보기엔 그녀는 한 번도 누구를 사랑해본 적이 없는 여자 같아요. 오로지 살기 위한 방편으로 남자를 선택했던 여자, 수많은 남자를 거쳐야 했던 여자, 이보다 더 슬픈 일이 있을까요?

신언니에서 가장 사연이 많은 여자, 송강숙

이 드라마에서 가장 현실적인 캐릭터는 은조 엄마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그녀의 삶은 리얼해 보였답니다. 아이를 살리기 위해 쓰레기통을 뒤지는, 나중에 얻게 될 복통의 고통을 알면서도 우선은 먹어야 산다는 절박감, 그것이 그녀의 인생이었지요.


그러므로 그녀가 악녀인 것을 알면서도 정작 그녀를 향해 돌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아 보이는군요. 누구나 아름다운 동화의 이면에 숨어있는 삶의 고통을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죠. 그런 엄마 밑에서 자란 은조는 누구의 사랑을 받거나 주는 일에 너무 서툽니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마음은 타인을 향해 날카로운 발톱부터 먼저 세우는데 익숙해 있습니다. 은조의 곁에서 늘 따뜻하게 안아주는 효선 아버지의 노력으로 은조의 마음도 서서히 열리기 시작하죠. 그러나 은조가 처음으로 기대고 싶은 마음이 일었던 사람은 기훈이었지요.

이 드라마에서 기훈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백마 탄 왕자님?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었지만, 갈수록 그의 정체가 궁금해지는군요. 지금으로선 기훈이 왕자가 되는 스토리는 포기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왕자가 이렇게 오락가락해서야 안 되지요. 이중적인 성격을 보여서도 안 되고요.

늘 일관된 따스하고 포근한 마지막 안식처, 목표요 결과가 왕자여야만 아름다운 동화가 되겠지만, 기훈은 은조 이상으로 갈등하는 사람이란 말이죠. 그럼 진짜 은조의 왕자는 혹시 정우가 아닐까요? 그럴 수도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그에겐 백마가 안 보이니 그것도 알 수 없네요.

동화 속 왕자님은 누구일까, 기훈? 정우?

아직은 정우는 그저 은조에 대한 변하지 않는 집착만 있을 뿐이에요. 그게 사랑일까요? 글쎄요. 알 수가 없네요. 사랑은 집착이 아니라고 배웠는데, 아직 정우에게선 집착만 보이니. 모르죠. 차차 은조의 행복을 위해 자기 사랑마저도 포기하는 정우의 모습을 보게 될지. 그럼 그는 진짜 왕자가 되는 거죠.



쓰다 보니 뭘 썼는지 잘 모르겠군요. 그만큼 신데렐라 언니에 나오는 인물들의 성격이 복잡하고 다단하다는 뜻이겠지요. 사연 없는 인물이 하나도 없고, 모두들 이중적인 성향을 내포하고 있어요. 특히 은조와 효선, 기훈이 어떻게 변해갈지가 키포인트가 되겠네요.

아무튼 저는 구대성이 이미 처음부터 강숙의 본심을 알고 있었다는 대목에서 실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답니다. 휘청거리며 걸어가는 그의 뒷모습이 측은하기도 했지만, 한편 "오, 저런 사람이 세상에 있을 수 있을까!" 하는 감탄을 아니 할 수 없었죠. 그는 마치 성인처럼 보였어요.

하긴 세상엔 저렇게 훌륭한 인품들이 즐비한데 그런 인격이 있는 것조차 의심하는 제가 문제인 거죠. 그렇겠죠. 어쨌거나 동화 속 왕자님은 누가 될지 그게 궁금하네요. 기훈? 정우? 그러나 그들은 아직 왕자가 되기엔 바퀴 한 짝씩을 잃어버린 수레 같아요.

마찬가지로 왕자님의 품에 안길 신데렐라도 누가 될지 아직은 미지수군요. 신데렐라가 진짜 신데렐라인지, 아니면 신데렐라 언니가 진짜 신데렐라인지…, 또는 어쩌면 은조와 효선이가 함께 신데렐라가 되는 해피엔딩이 될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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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조는 갈등하는 신데렐라 언니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말은 거의 진실입니다. 아니 '거의'라는 수식어는 사실 불필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거의'가 아니라 '완벽'하게 진실이죠. 피보다 진한 것이 세상에 또 있을까요. 부모는 자식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습니다. 자식도 마찬가집니다. 부모의 마음에 미치지는 못해도 그 끈끈한 정은 그에 못지 않습니다. 


신데렐라 계모 강숙의 의도, 대성참도가를 먹는 것

"너 업고 쓰레기통도 뒤졌어. 더러운 거라도 안 먹이는 거 보단 나을 거 같아서. 뒤져 먹이고 너 탈났을 때, 밤새 열 오르고, 네 눈동자 저 뒤로 까무렁 넘어가 흰자만 번득일 때, 하느님 아버지, 부처님, 신령님, 내 새끼 죽이기만 해보라고, 내가 가만 놔둘 줄 아느냐고, 하늘이고 나발이고 간에 한입에 꿀꺽 삼켜 잘근잘근 씹어주겠노라고, 사람으로 품위 지키며 살긴 그날밤으로 포기했어."

"내가 누군 줄 알아? 하느님 부처님하고 맞장 떠 이긴 년이야, 내가. 너 하나 살리려고." 강숙의 말을 들으며 은조가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그녀는 슬펐을 것입니다. 천륜과 양심 사이에서 그녀는 끝없이 갈등했을 것입니다. 그녀의 차갑고 괴팍하고 공격적인 성격도 그런 갈등의 끝에서 형성되었을 것입니다. 이보다 앞서 은조는 구대성에게 대성참도가를 나가겠다고 선언했었죠. 


구대성이 그럼 나가서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계획서를 만들어 오라고 하자 그렇게 하겠다고 합니다. 이 말을 엿들은 강숙은 구대성의 앞에서 "우리를 쫓아내려고 그러냐" 하며 쓰러집니다. 물론 연기였습니다. 늘 엄마를 의심하는 은조조차 이번엔 감쪽같이 속았습니다. 의사가 다녀가고 구대성이 잠깐 나간 사이 강숙은 언제 쓰러졌었냐는 듯 팔팔하게 은조를 몰아붙입니다. 

"야 이년아, 나가긴 어딜 나가. 가만있으면 이 공장이 통으로 다 너하고 준수 건데, 가긴 어딜 가." 


준수는 구대성과 결혼한 강숙이 낳은 아들입니다만, 그 아비가 누구인지 의심스럽습니다. 매달 털보 장씨를 영양제 맞듯 만나고 있기 때문이지요. 이런 엄마를 보는 것이 은조에겐 가장 큰 고통입니다. 오죽했으면 꿈도 희망도 없는 은조에게 오직 하나 꿈이 있다면 엄마 없는 곳에서 사는 것입니다. 그러나 결국 어떻게 되었을까요? 은조는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요?

구대성은 은조 모녀의 실체를 알게 될까

은조는 대성참도가를 떠나지 않습니다. 은조는 엄마를 그토록 미워하면서도 엄마의 뜻을 저버릴 수 없는 것입니다. 피는 물보다 진한 운명 탓이죠. 구대성은 일단 집을 나가겠다는 뜻을 접은 은조를 격려합니다. 그것이 비록 엄마가 쓰러진 때문이고 일시적인 보류라고 하더라도 구대성의 진심은 은조의 결정을 환영하는 것입니다. 그는 진정으로 효선과 은조를 구별하지 않았노라고 말합니다.

설령 가슴 저 깊은 곳에 그런 마음이 있다고 하더라도 절대 그런 마음이 나오도록 하지 않았노라고 자신 있게 은조에게 고백합니다. 제가 보기에 그것은 진정 고백으로 보였습니다. 무엇 때문에 구대성은 은조를 위해 자신의 속마음까지 내보이며 고백 같은 것을 했던 것일까요? 저로서는 알 수 없습니다. 구대성이 참 대단하고 훌륭한 인격의 소유자라는 것 말고는.


그러나 6부의 마지막 장면에서 구대성은 못 들을 것을 듣고 말았습니다. 은조 모녀의 대화를 들은 것입니다. 어디까지 들었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습니다. 아마도 마지막 부분만 살짝 들은 것 같은데, 그렇다면 강숙의 수완 좋은 말주변에 구대성이 넘어갈 확률도 큽니다. 생각해보니 그리 될 가능성이 더 커 보입니다. 일단 구대성이 강숙이란 존재의 실체를 알게 된다면 이 게임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지요.

그러므로 현실적으로 구대성은 또 다시 강숙의 찜쪄먹기 작전에 넘어갈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효선이는 이미 강숙의 실체를 알고 있습니다. 그녀는 강숙이 구대성에게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도가는 은조가 있잖아요. 도가일은 은조 하나로 족하지요. 효선이는 제 하고 싶은 일 맘껏 하게 해주셔요." 그게 무슨 의미인지 효선은 다 알고 있습니다. 자기를 바보로 만들어 공장을 은조가 마음대로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강숙의 계획을 알면서도 효선은 왜 그러는 것일까요? 

강숙의 계략을 알면서도 따라가는 은조는 공범

그러나 효선이도 이제 더는 그러지 않겠지요. 은조의 냉소적인 괴롭힘에도, 강숙의 가식적인 보살핌에도 설마 저들이 자기를 미워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효선도 이제 서서히 상황을 깨닫기 시작합니다. 그녀는 드디어 허울뿐인 천사의 날개를 벗어던지기로 결심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의붓언니와의 전쟁을 시작하겠죠. 도가 마당에서 일꾼들과 어울려 쌀을 씻는 효선의 모습은 잃어버린 자기 것을 되찾아오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6부를 보면서 효선의 모습보다는 은조의 모습이 더욱 걱정스러웠습니다. 일단 엄마의 계략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그에 동조해야 하는 그녀의 심리상태가 참으로 걱정스러웠다는 말입니다. 공범이 되기로 한 은조의 그 결심이 엄마 때문에 어쩔 수 없었던 것인지, 아니면 엄마는 핑계일 뿐 사실은 가슴속 저 밑바닥에 숨어있는 스스로의 욕망에 이끌린 결과였던 것인지.

아무튼 막판까지 갈등하는 모습을 보여주긴 했습니다만, 일단 그녀가 강숙의 계획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효선을 바보로 만들어 배제시키고 은조가 대성도가의 주도권을 쥐도록 한다는 계획에 대해서도 은조, 효선, 강숙 이 세 사람은 모두 잘 알고 있는 듯이 보입니다. 다만, 효선은 이때까지도 실낱같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었던 듯이 보이는데 이제 그 희망을 접었겠죠.

"저 사람들은 절대 나를 사랑해 줄 사람들이 아니다"란 사실을 깨달았으니까요. 어쨌든 은조는 지금 몹시 갈등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역시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사실을 확인한 신데렐라 언니 6부였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복잡한 문제가 더 생겼는데요. 홍기훈의 태도입니다. 그는 매우 신실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줄로만 알았던 그가 이상한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오빠까지 은조에게 가버리면 내겐 뭐가 남아?

대성참도가를 먹겠다나요? 그는 홍주가의 대표인 그의 아버지 홍회장의 사주를 받고 대성참도가의 회계정보를 캐내기 위해 잠입한 것입니다. 거 참 이야기가 이상하게 돌아갑니다. 흥미진진하다고 해야 하나~? 홍기훈은 홍회장에게 이렇게 말했지요. "아버지에게 대성참도가가 넘어가고 난 다음 다시 저에게 넘겨주신다고 약속해주세요." 이게 도대체 뭔 말인지, 원. 

홍기훈에게 결혼해달라고 부탁한 효선이 말했죠. "오빠까지 은조에게 가버리면 나에겐 뭐가 남아?" 그렇군요. 이미 효선은 은조에게 모든 걸 빼앗겼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홍기훈이 지금 무슨 짓을 하려고 하는지 알게 된다면 또 어떤 마음이 될까요? 홍기훈이 하려는 행동도 사실은 은조의 쌀쌀맞은 태도 때문 아닐까요? 처음엔 홍회장의 사주를 거부하려고 했었는데, 갈수록 복잡해지는군요. ^^- 

<관련글☞> 신데렐라 계모 강숙, 효선을 친딸처럼 아끼는 이유
어떤 블로거께서 <신데렐라 언니>를 일러 '악역을 위한 동화'라고 하셨네요. 그분 말씀처럼 신데렐라가 아니라 신데렐라의 계모와 언니의 관점에서 세상을 보니 악역은 사라지고 사연만 남았다는 얘기에 공감이 갑니다. 누구든 사연이 있기 마련이죠. 심지어 은조의 엄마조차도 사연을 들어보니 눈물 나더군요. 그런 엄마에게 엮일 수밖에 없었던 은조는 더 눈물 나게 하는 거고요.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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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계모 송강숙의 의도가 뭘까?

제목을 이렇게 달고 보니 참 마음에 안 드는군요. '강숙이 효선을 친딸처럼 아끼는 이유'가 아니라 실은 '친딸처럼 아끼는 척 했던 이유'가 맞다고 생각되기 때문이죠. 저는 송강숙이 매우 계산적이고 영악한 인물이란 사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어제 그녀의 천연덕스러운 행동을 보고도 까무러치지 않은 제가 이상할 정도였습니다.
 

효선의 계모 강숙은 여우 중에 상여우

그녀는 여우 중에서도 상여우였습니다. 사람들은 아마도 이미숙이란 완벽한 연기자 때문에 그녀가 하는 가식적인 행동들이 그래도 납득할 만하다고 느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어제 그녀가 지난 8년 동안 한 달에 한 번씩 전 남자를 만나왔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참으로 황당함을 넘어 분노마저 일게 만들었습니다. 신데렐라의 계모도 그랬던가요? 그래도 바람은 피지 않았던 것 같은데?

그러고 보면 신데렐라와 그 출생이 비슷할 것으로 추정되는 콩쥐팥쥐전에서도 콩쥐의 계모는 팥쥐가 콩쥐를 죽이고 감사 사또의 부인 자리를 꿰차자 대뜸 콩쥐의 아버지를 버리고 다른 남자와 살러 갔습니다. 아무리 신데렐라 언니가 색다른 시각으로 인물들을 재조명했다고는 하지만 신데렐라의 계모는 역시 전형적인 계모의 범주에 속하는 모양입니다.

저는 처음에 효선이의 계모로 대성도가에 들어간 강숙이 효선을 위해 애쓰는 모습이 가식적이기는 해도 그러나 새로운 재혼가정의 평화를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비록 강숙의 의도가 분명히 보임에도 불구하고 겉으로나마 서로를 위해 아껴주는 모습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거의 성인이 다 된 은조의 분별없는 행동에 비해 그래도 저편이 낫겠지 하는 위안으로 말입니다.

저는 효선이 매우 불쌍했습니다. 그녀의 아직 철없어 보이는 행동들, 애정결핍증 같은 것들, 만족감이 충족되지 못할 때 생기는 불안 같은 것들, 그런 것들이 결국 엄마 없이 자란 소녀의 아픔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것들을 강숙이 채워 줄 걸로 기대했습니다. 은조의 빈 공간을 효선의 아버지가 채워주었듯이. 강숙이 비록 팔자가 드센 여자긴 해도 처음으로 얻은 제대로 된 보금자리를 지키기 위해 그렇게 할 줄로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녀가 지난 8년 동안 남편 몰래 전 남편을 만나고 있었다니. 사실 전남편이란 그녀에게 존재하지 않습니다. 털보 장씨가 그녀의 남편이었을까요? 그렇게 본다면 그녀에게 이미 십 수 명 혹은 수십 명의 남편이 있었을 것입니다. 털보 장씨도 그 중의 한 명입니다. 그러나 그들과는 혼인을 한 일도 없고 법적으로 혼인신고를 한 일도 없습니다. 

그저 내키면 함께 살고 내키지 않으면 떠나는 그런 사이였던 것입니다. 이런 것을 내연의 관계라고도 부르기는 합니다만, 어쩌면 그보다도 훨씬 더 가벼운 사이였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전 남편보다는 전 남자라고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효선의 아버지 구대성에게도 그게 최소한의 예의를 차리는 것일 듯싶고요. 그런데 강숙은 왜 몰래 전 남자를 만나고 있었던 것일까요?  

그거야 이미 강숙이 자기 입으로 말했듯이 미칠 지경이라 그렇습니다. 강숙은 대성도가에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녀는 비록 털보 장씨에게 자주 얻어터지기는 해도 그편이 훨씬 편했던 모양입니다. 예의와 격식을 차려야 하고, 하고 싶은 것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대성도가의 안주인 자리는 그녀에게 고문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이토록 안정적인 생활을 포기할 수도 없습니다.

강숙의 목적은 효선을 바보로 만들어 대성도가를 은조에게 넘기는 것

그녀가 효선에게 잘해주었던 이유도 경제적인 부유함을 바탕으로 한 안정적인 생활 때문이었습니다. 더 이상 먹고 살기 위해 이 남자 저 남자를 전전할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빨리 다이아 반지를 찾아내라며 쌀쌀맞게 효선의 뒤를 재촉하던 강숙이 대성도가를 보자 바로 태도가 돌변했던 것을 우리는 잘 압니다. 그녀의 영악한 머리는 효선이 엄마 없는 아이임을 단박에 알아차렸습니다.


그런 강숙에게 효선도 대번에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경우는 거의 드뭅니다. 대개는 아버지가 새엄마를 데려와도 밀어내는 것이 일반적이지요. 아마 저라도 그럴 것 같습니다. 만약 제가 사춘기 나이인데 우리 아버지가 계모를 들이겠다고 하면 저는 극력 반대했을 것입니다. 이건 거의 본능과도 같은 것입니다. 내 영역에 다른 개체를 들이는 것은 생존본능에 위배됩니다.

어쨌든 강숙은 성공했고, 구대성과 정식으로 결혼했으며, 대성도가에 정착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혹여 신데렐라 계모의 본색을 드러내지 않을까 염려했지만 그건 기우였습니다. 강숙은 오히려 그런 염려들을 불식시키기라도 하듯 효선에게 더 잘했습니다. 오, 훌륭한 여자로군! 그런데 웬걸? 이게 웬일이랍니까. 강숙이 딴 남자를, 그것도 매달 한 번씩 영양제 맞듯이 정기적으로 만나고 있었다니.

그리고 바야흐로 그녀의 정체가 드러났습니다. 그녀는 진심으로 효선을 위해 애쓴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녀는 효선이와 효선이 아버지에게 마치 온 정성을 다해 친딸처럼 아끼고 사랑하는 것처럼 위장했지만, 그 내면에는 다른 목적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 목적이란 다름 아닌 은조였습니다. 처음부터 그럴 의도는 아니었겠지만, 차츰 그 의도하는 바 목적이 선명하게 자라를 잡았겠지요.

강숙은 은조가 대성도가를 차지하도록 하고 싶은 겁니다. 그래서 효선에게 필요 이상의 사랑을, 아니 이건 사랑이 아니라 독약이라고 해야 할 테지만, 베풀었던 것입니다. 강숙은 효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들어주고, 또 구대성도 그리 하도록 만들었습니다. 명품 가방 다섯 개를 사오면, "아니 이것만 사서 되겠니? 몇 개 더 사지 않고" 하면서 낭비벽을 부추겼습니다.  

구대성이 효선에게도 대성도가에서 일을 배우도록 해야 하겠다고 하자 당장 표정이 변하며 "아니 은조 하나면 족하지 무엇 하러 애들을 그렇게 고생시키려고 하시는 거예요. 효선이는 큰물에서 놀아야지요. 제 하고 싶은 것 마음껏 하게 하면서. 그러지 마셔요" 하는 것입니다. 아예 효선이를 바보로 만들겠다고 작정한 듯합니다. 마치 미량의 약을 타 서서히 사람을 말려 죽이기라도 하겠다는 듯. 

송강숙이 낳은 어린 아들은 진짜 구대성의 아들일까? 

그러고 보니 강숙은 구대성과의 사이에 아들까지 하나 낳았군요. 지난 8년간의 행적을 보면 그게 구대성의 아들인지도 심히 의심스럽긴 합니다만, 어쨌든 송강숙은 대성도가를 거의 완벽하게 차지한 것이나 진배없게 되었습니다. 만약 효선이만 사라진다면 완벽하게 자기 것이 되는 거지요. 강숙의 수완으로 보면 구대성 하나쯤 삶아먹는 것은 그야말로 식은 죽 먹기일 테니까요. 

그러니까 송강숙은 전형적인 신데렐라 계모였던 것입니다. 은조에 대해선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그녀의 차가운 성격과 타인을 향한 공격적인 태도는 그녀의 엄마인 송강숙으로부터 기인한 것으로 보입니다. 은조는 홀로 떠나고 싶어 합니다. 그녀는 그녀의 엄마가 속한 세상이 싫습니다. 언제 어떤 상황이 생길지도 알 수 없는 불안한 세계로부터 잠적하고 싶은 게 그녀의 바람입니다.

강숙의 욕심과는 다른 순수함을 아직 잃지 않은 은조로부터 약간의 희망을 기대하긴 합니다만, 글쎄요, 성인이 되어서도 날카로운 발톱을 숨긴 고양이 같은 은조가 불안하기는 마찬가집니다. 효선이로 보자면 별로 할 수 있는 게 없어 보입니다. 성실하게 자신을 가꾸지도 못했고, 꿈도 없으며, 야무진 계획도 없습니다. 그저 되는 대로 살아갈 뿐. 그녀의 예측 불가능한 변화 역시 불안하긴 마찬가집니다.

아무튼, 진짜 신데렐라 계모보다 더 무서운 야심을 드러낸 강숙이 정말 무섭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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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신데렐라 언니에 특별히 누가 악역이고 누가 선역인지 구분짓는 것은 무의미한 일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선과 악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죠. 저는 대체로 성선설에 방점을 두긴 합니다만, 그러나 역시 사람은 환경에 따라 악인이 될 가능성을 늘 소지하고 있습니다.


신데렐라 언니에 나오는 인물들, 신데렐라 효선, 신데렐라 언니 은조, 은조의 엄마이며 효선의 계모인 강숙은 모두 상처받은 영혼들입니다. 은조와 효선의 사이에서 갈등의 축이 될 홍기훈도 역시 상처받은 영혼입니다. 그럼 효선의 아버지 구대성은 어떨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구대성만이 가장 건실하고 균형 잡힌 인물인 걸로 생각하지만, 실은 그도 상처받은 영혼 중 한 사람입니다. 대체 젊은 나이에 아내를 잃고 혼자 고등학생이 되기까지 딸을 키워온 남자가 아무런 상처도 없다고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 아니겠습니까?

그러므로 신데렐라 언니에 나오는 인물들은 모두가 하나씩의 상처는 다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신데렐라의 상처가 신데렐라 언니의 상처에 비해 떨어진다고도 말할 수도 없습니다. 그들이 가진 상처는 다 나름대로 아픔의 무게를 지니고 있는 것입니다.

은조와 효선의 차이가 있다면, 은조의 상처는 폐쇄적인 우울증으로 변했다는 것입니다. 그녀의 상처는 사람을 거부합니다. 그녀는 사람들을 피해 깊숙한 어둠 속에 있기를 원합니다. 그녀는 아마도 세상을 피할 수만 있다면, 떠날 수만 있다면, 그런 곳이 있다면 그곳으로 가고 싶을 겁니다.

그러나 그런 은조에게도 선한 마음은 살아 있습니다. 제1부에서 도망치던 모녀를 쫓아오던 털보 장씨의 동생들(아마도 깡패들임)을 발견한 은조는 기차 안에서 잠든 엄마를 버리기로 하고 혼자 도망치려 합니다. 그러나 결국 혼자 도망을 가지는 못했습니다.

술에 취해 대성도가에 찾아온 털보 장씨가 만취 상태에서 핸들을 잡으려는 걸 억지로 말린 은조의 행동도 그녀의 속에 깃든 선한 마음 때문이죠. 아마 그녀의 마음 한구석에선 장씨가 음주운전을 하다 죽어버렸으면 하고 갈등했을 겁니다.


효선이도 마찬가집니다. 효선이는 자기가 짝사랑하는 남자친구 동수를 은조가 빼앗겠다고 나서자 그녀를 향해 "거지, 꺼져!"라고 외칩니다. 그리고 둘은 머리끄덩이를 붙잡고 싸움을 벌입니다. 그리고 효선 아버지에게 회초리를 맞게 되죠. "잘못했다"는 말 한마디를 끝내 거부한 은조의 종아리는 피멍으로 가득 차게 됩니다.

효선이도 역시 선한 마음을 가졌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선한 마음으로 말하자면 효선이가 더 순수해 보입니다. 물론 효선은 은조에 비해 좋은 환경을 가졌고 자기감정에 충실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떻든 효선이는 이때까지만 해도 여린 감성을 지녔습니다.

둘이 싸우는 중에도 은조의 입가에 피가 흐르자 당황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언니" 하고 부릅니다. 효선 아버지에게 종아리를 맞아 피멍이 든 은조가 걱정스러워 스타킹을 내밀기도 하지요. 이런 것까지 가식적이고 가증스럽다고 하는 분이 있다면 할 말 없지만, 어쨌든 이때는 진심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은조는 이를 뿌리칩니다. 그녀는 효선이 준 스타킹을 내팽개치고 따로 자기 것을 꺼내 신습니다. 그러나 효선의 아버지와 마주 앉은 식탁 앞에서 효선은 은조에게 사이좋은 척이라도 할 것을 제안하고 은조가 이를 받아들임으로써 둘의 갈등은 일단 표면적으로는 봉합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사건으로 은조는 효선의 아버지를 통해 한 번도 느낄 수 없었던 부성애를 느끼게 되고, 이것으로 은조가 새로운 인생의 길로 들어섰음을 암시합니다. 그녀야말로 진짜 신데렐라가 된 것이죠. 신데렐라에겐 자기를 구박하는 계모와 의붓언니들이 있어야 하는 것이겠지만, 아무튼….

그런데 문제는 이 사건을 계기로 효선의 마음속에 불화의 싹이 트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4부의 마지막 장면, 순식간에 8년이 흐른 화면은 은조가 훌륭하게 성장했음을 보여주었지요. 커리어우먼으로, 어쩌면 대성도가의 후계자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럼 효선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녀는 이미 8년 전부터 돌변했습니다. 그녀의 마음속은 얼음장처럼 차가운 복수와 불화의 냉기로 뒤덮였습니다. 그녀에게 불행이 닥친 것입니다. 마냥 행복해보이기만 하던 효선이 삐뚤어진 복수심으로 불행을 자초한 것입니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요? 그녀는 이미 8년 전에 입대하던 홍기훈이 은조에게 보낸 마지막 편지를 가로챘습니다. 그 이후에도 둘의 관계를 끊기 위해 모종의 계략을 꾸몄을 수도 있습니다. 왜 그렇게 변했을까요? 그녀는 신데렐라입니다. 왜 신데렐라가?

동화 속 신데렐라는 계모와 의붓언니들에게 모든 걸 빼앗깁니다. 그리고 바깥일에 바쁜 신데렐라의 아버지는 딸에게 무관심합니다. 그럼 효선은 은조에게 무엇을, 어떤 것들을 빼앗겼다고 생각하고 있을까요? 단순히 자기가 보인 호의를 무시한 은조가 괘씸해서? 그것만으로는 부족하죠.

아무튼 누가 신데렐라를 악역으로 만들었을지는 더 지켜보아야겠네요. 결과적으로 '신데렐라에게 계모와 의붓언니는 불행의 씨앗이었다'란 결말로 마무리하게 될지, 아니면 이제 반대로 신데렐라 때문에 언니가 고통 받게 될지 어떨지는 몰라도, 효선이 악역으로 변신하는데 은조의 공이 있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어 보입니다.

은조의 탓과 효선 스스로의 탓 중에 누구의 역할이 더 컸는지는 모르겠지만….
Posted by 파비 정부권

신데렐라가 가증스럽다고요? 그럼 도대체 어쩌란 말이죠?

제가 일전에 신데렐라 언니를 피해망상증 환자라고 부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신데렐라 언니를 피해망상증 환자라고 부른 것에 대해 마치 문근영을 욕 보인 것처럼 생각하는 분도 계시다는 데 무척 놀랐습니다. 그런 것은 아니니 절대 오해없으시기 바랍니다. 저는 사실 신데렐라 언니 역을 맡은 문근영에 대해 매우 호감을 갖고 있습니다.


그녀는 연기도 잘 하고 예쁘기도 할 뿐만 아니라 매우 훌륭한 인격까지 갖추고 있는 것 같아 아주 마음에 흡족한 사람입니다. 그러나 가끔 사람들은 드라마에 몰입하다 보면 극중 역할과 실제 인물을 혼동하기도 하는 모양입니다. 물론 저도 그렇습니다. 때론 아주 못된 역할만 자주 하는 연기자를 보면 혼내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기도 하는 걸 보면 분명 저도 그렇습니다. 

그리고 또 제가 신데렐라에 대해 변호하는 듯한 글을 썼더니 어떤 분이 저를 일러 "서우 캐릭터 같은 분이시로군요"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자기에게 보이는 시야 밖의 것은 존재하지 않는 세상" 그러시면서 약간 악플성 발언을 추가하셨네요. 뭐 이해해야지요. 사랑스럽고, 애처롭고, 착한 신데렐라 언니를 피해망상증 환자라고 했으니 욕 먹을 만도 하지요.

저는 이미 신데렐라 언니는 엄마를 따라 새로운 가족의 구성원이 된 딸로서 하는 행동치곤 별로 바람직스럽지는 못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녀가 아무리 상처받은 영혼의 아픔 때문에 사람의 호의를 받아들이거나 믿는 데에 익숙하지 못하다 하더라도 그래서는 안 되는 거지요. 제가 생각할 때 아마도 작가가 동화 속 신데렐라 언니들의 악한 모습을 이런 식으로 살짝 비틀어놓은 것 같았답니다. 

그래서 하재근씨처첨 "신데렐라 언니는 알고 보니 아주 착한 아이였다" 하고 말하는 것은 난센스 중의 난센스라고 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분은 한 발 더 나아가 신데렐라를 일러 "아주 가식적이고 이기적이며 가증스러운 아이"라고 공박을 했습니다. 저는 그 말을 듣는 순간 갑자기 머리가 혼미해짐을 느꼈습니다. 세상에, 사람의 호의를 이렇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도 있구나.

물론 신데렐라는 모든 것을 가진 아이로 보일 수 있습니다. 그녀는 부잣집 외동딸입니다. 그녀의 주변에는 그녀를 애지중지 해줄 수많은 아버지의 부하직원들이 있습니다. 그녀는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할 것이 없습니다. 단 한 가지만 빼고. 바로 엄마의 사랑. 그러나 사람들 중에는 그녀가 못 가진 이 한 가지가 나머지 모든 것을 합쳐도 보상할 수 없는 중요한 것이란 사실을 간과합니다.

반대로 신데렐라 언니는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녀에게 넘치는 것은 새로운 남자를 찾아 이리저리 옮겨다니는 엄마를 따라다니며 얻은 상처뿐입니다. 그녀의 내면에 깊숙히 침전된 상처들은 다른 사람을 향한 발톱으로 나타납니다. 그러나 그녀는 신데렐라가 못 가진 걸 하나 갖고 있습니다. 그녀에겐 엄마가 있죠. 그리고 신데렐라는 모든 걸 해줄 수 있는 아빠가 있습니다.


그리고 둘은 서로가 가진 그것을 나누게 되었습니다. 알고 보면 이 둘은 모두 상처받은 영혼들입니다. 신데렐라 언니의 상처 못지 않게 신데렐라의 콤플렉스도 대단합니다. 신데렐라 언니가 괴로운 만큼 신데렐라도 외로운 아픔이 있습니다. 우선 신데렐라가 먼저 언니에게 손을 내밀었습니다. 그것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가식적인 것이든 이기적인 것이든 손을 내민 것은 신데렐라입니다.

자, 그런데 이게 드라마에서처럼 그렇게 쉬운 일일까요? 저는 신데렐라가 취한 호의는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것은 나름 어떤 목적이 있는 것이었습니다. 신데렐라는 자기가 못 가진 유일한 것, 그러나 가장 중요하고 소중한 것, 그것을 얻고 싶었던 것이겠지요. 그러나 어떻든 그 호의는 매우 고마운 것입니다. 계모나 신데렐라 언니에게 이보다 더 고마운 일이 또 있을까요?

만약 신데렐라가 계모를 용납하지 않았다면 신데렐라의 아버지는 절대 계모와 결혼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랬다면 그녀들은 여전히 폭력적인 남자의 그늘에서 고통 받으며 살고 있거나 또 어딘가로 정처없이 보따리를 싸들고 떠돌고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말하자면 신데렐라는 계모와 신데렐라 언니의 입장에서 보면 구세주이거나 천사인 셈입니다.

이번엔 두 사람 말고 그 가운데 있는 홍기훈을 봅시다. 그도 역시 상처받은 영혼입니다. 그는 마치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 같은 존재입니다. 그를 낳은 어머니는 아마도 그의 아버지의 정식 부인이 아닙니다. 밖에서 낳아온 아이, 그렇습니다, 그에겐 따사로운 집이 없습니다. 그의 아버지의 본부인과 형들로부터 받는 질시와 멸시는 그에게 커다란 고통입니다.

자, 다시 생각해보도록 하지요. 홍기훈의 배다른 형들이 홍기훈에게 잘 대해주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그들은 어쨌거나 형제들입니다. 신데렐라와 신데렐라 언니처럼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남이 아니라 진짜 형제들이란 말이지요. 만약 그랬다면 그것도 이기적이거나 가식적이거나 가증스러운 일이라고 몰아붙일 수 있을까요?

사실은 대개의 사람들이 홍기훈의 형들이나 그들의 어머니와 같은 처지에 놓이게 된다면 그들처럼 행동하게 될 것은 거의 자명합니다. 뭐 그렇지 않은 훌륭한 분들도 계시겠지만, 쉽지 않습니다. 제가 아는 어떤 집안 이야기를 하나 해드리겠습니다. 어떤 집에 배다른 형제가 있습니다. 제가 아는 친구의 엄마는 그의 배다른 형의 계모입니다. 그러니까 신데렐라 언니와 그의 엄마와 비슷한 처지죠.  

그의 배다른 형은 그들 모자를 매우 싫어합니다. 싫어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주 벌레 취급을 합니다. 그는 계모에게 절대 어머니라고 부르는 법이 없습니다. 나이가 들어 덩치가 커진 이후에는 이 여편네가 이러면서 욕도 합니다. 물론 동생에게는 그 정도까지는 하지 않습니다. 어쨌거나 배는 다르지만 형제니까요. 아, 이점은 신데렐라와 다른 점이군요. 아무튼….

이 배다른 형도 나중에 밖에서 아이를 하나 낳았습니다. 그리고 그 아이를 자기 아버지의 집에 보내고 호적에도 아버지의 아들로 올렸습니다. 그러니까 계모는 이제 남편의 손자를 아들처럼 길러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그럼 저의 그 친구란 친구는 어떻게 처신했을까요? 당연히 발톱을 드러냈겠지요. 그리고 그 아이도 역시 발톱을 드러냈을 것이고요.

어린 것의 사나운 눈초리와 발톱이 매서웠다고 하더군요. 그들의 삶이 불행했을 것임은 더 말씀드리지 않아도 짐작하시는 대로입니다. 홍기훈의 형들이 홍기훈에게 발톱을 드러내는 것은 어찌 보면 매우 당연한 것입니다. 물론 드라마를 통해 우리는 악인이라는 낙인이 붙은 그들의 모습만 보고 있습니다만, 그들로서는 도무지 홍기훈의 존재를 인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

게다가 배다른 형들의 어머니는 특히 더 그렇습니다. 그들에게 홍기훈은 감정적으로도 도저히 용인할 수 없는 존재임과 동시에 자기들의 재산을 갉아먹는 기생충에 불과한 것입니다. 홍기훈의 아버지는 단지 그녀의 아내와 결혼함으로써 부자가 된 것일 뿐 재산 하나 없는 가난한 존재였습니다. 이런 저간의 사정을 이해한다면 홍기훈의 배다른 형들과 그들의 어머니가 보이는 행태는 어쩌면 아주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물론 그것이 바람직스러운 태도라고까지는 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다만 우리는 예수님이나 부처님처럼 되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은 겁니다. 이들이 어느 날 생각을 바꾸어 "기훈이 내 동생" 혹은 "내 남편의 사랑스러운 아들" 이러면서 가족으로 받아들여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나 그런 일이 천지개벽이 일어나기 전에는 어려울 것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것이 불행이지요. 그러나 자, 다시 신데렐라의 이야기를 해봅시다. 신데렐라는 어땠지요? 그녀는 계모와 계모가 달고 온 언니를 흔쾌하게 받아들였습니다. 그녀의 받아들임이 없었다면 계모와 언니는 절대 그녀의 집에 들어올 수가 없습니다. 계모와 신데렐라 언니는 이 점을 매우 감사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저는 혹시나 계모가 자기 자리를 잡은 뒤에 신데렐라를 구박하지 않을까 매우 걱정했습니다.

다행히 계모는 그리하지 않았습니다. "저런 년은 열이라도 찜쪄 먹겠다" 하고 신데렐라 언니에게 소리치는 계모의 모습은 그렇습니다, 어쩌면 그 모습도 하재근씨가 말하는 것처럼 가식적이고 이기적이며 가증스러운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런 모습에 오히려 안도했습니다. 아, 계모는 신데렐라를 구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새로 만들어진 가족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려고 하는구나, 하고 말입니다.

대충 4부 정도로 신데렐라 가족의 이야기가 마무리되었으므로 우리는 더 이상 그 가족 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잘 알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이제 성인이 된 신데렐라와 언니를 통해 동화 속 신데렐라의 모습을 발견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너무나 짧은 에피소드만 제공되었으므로 도대체 두 사람 간에 어떤 갈등과 모순이 만들어졌을지 지금까지 보여준 것 말고는 판단의 자료가 없습니다.

다만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것은 신데렐라의 아버지와 계모의 노력으로, 그것이 어떤 목적을 숨긴 노력이었든지 불구하고, 신데렐라네 집은 평온을 유지했을 것이란 사실입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무사히 성인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만약 아무리 어른들의 노력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신데렐라가 계모와 언니를 용납하지 않았다면 그 평온이 과연 가능했을까요?


여러분은 어떠십니까? 여러분이 만약 신데렐라의 처지가 된다면 그녀처럼 계모와 언니에게 애교를 부리며 호의를 베풀 자신이 있으십니까? 저부터 진실을 말씀드리면, 저는 그럴 자신이 없습니다. 어떤 다른 외부적 힘에 의해서 도저히 그리하지 아니하고서는 안 되는 불가항력이 있다든지, 혹은 동화 속 신데렐라처럼 무관심한 아버지, 폭력적인 계모와 언니들 밑에서라면 모르겠지만.  

신데렐라의 호의에 비록 어떤 의도가 담겨있고, 그 의도가 불순하게 보인다 하더라도, 계모와 신데렐라 언니는 그저 고마워해야 하지 않았을까요? 사실을 말하자면 브라운관을 통해 우리 눈에는 그 의도가 보이지만 계모와 신데렐라 언니의 눈에는 그 의도가 잘 안 보일 겁니다. 그걸 본다면 정말 사람의 마음을 꿰뚫는 신의 눈을 가졌다고 할 수 있지요.

그러므로 계모와 신데렐라 언니는 신데렐라의 호의에 정말정말 감사해야 한다, 이런 말씀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신데렐라와 같은 호의를 베풀었는데 상대가 차가운 냉소를 날리며 발톱을 드러내고 상처를 줄 듯이 달려든다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게다가 내가 짝사랑하는 남자친구를 빼앗는 장난질까지 저질렀다면? 저로서는 상상이 안 가는군요, 그 정도로 그친 신데렐라가.

그런데 신데렐라를 향해 "가식적이다", "이기적이다" 못해 "가증스럽다"고까지 한다면 이거야말로 적반하장이 아닐까요? 저는 그런 말을 들으며 참 긴 한숨이 나오더군요. 정말 긴 한숨이었습니다. 사람의 호의란 것이 저토록 그 의도까지 파헤쳐지며 매도당해만 하는 것인가. 그리고 보통 호의도 아니고 한 모녀의 생존이 달린 호의에. 그리고 이런 심술까지 생기더군요.

"아니 신데렐라 언니와 그 엄마는 지금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도 아니잖아."

Posted by 파비 정부권
신데렐라 언니가 악녀가 아니라고? 글쎄요~

신데렐라 언니, 제목도 참 특이하다. 신데렐라가 아니고 신데렐라 언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여기서 잠깐 혼동을 하게 된다. 신데렐라 언니를 타이틀 롤로 만든 이 드라마의 악역은 신데렐라다, 라는 것이다. 아마도 어제 보여준 마지막 장면 서우의 모습은 신데렐라가 악역으로 변해갈 것임을 보여주는 반전이었다. 그리고 모두들 대체로 그렇게 믿는 것 같다.


그리고 당연히 신데렐라 언니는 착한 사람인 것으로, 상처 받은 영혼 때문에 괴로워하지만 남에게는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스스로 울타리를 치는 그런 역할로 생각하는 것 같다. 내가 보기에도 제작자들은 그걸 의도하는 것처럼 보인다. 신데렐라 언니는 선한 역, 신데렐라는 악역 이렇게 말이다. 그런데 이야기를 풀기 전에 신데렐라는 진짜 착한 사람이었을까? 

원작 신데렐라에서도 신데렐라의 계모와 의붓언니들이 악역이었던 것은 맞다. 그녀들은 상처한 아버지의 하나뿐인 딸이었던 신데렐라를 하녀처럼 부리며 괴롭혔다. 그리고 친아버지는 계모에 빠져 신데렐라를 돌보지 않았다. 이런 이야기 구조는 우리나라의 고전 콩쥐팥쥐전과 유사하다. 콩쥐 역시 계모와 의붓언니들의 학대에 시달리다 어느 날 신발 한 짝을 잃어버린다. 

마침 도임 중이던 감사가 이 신발의 주인을 찾으라고 명하게 되고, 영락없이 신발의 주인임이 밝혀진 콩쥐는 감사 앞으로 불려가게 되고, 콩쥐에게 반한 감사와 결혼하게 된다. 그러나 콩쥐는 팥쥐의 계략에 빠져 연못에 빠져 죽게 되는데, 다시 천의로 살아난 콩쥐는 팥쥐의 악행을 감사 사또에게 낱낱이 고하고, 마침내 팥쥐는 수레에 매어 찢어죽이고 송장을 젓갈로 담아 어미에게 보내는 형벌에 처해졌다.

물론 팥쥐의 젓갈단지를 받은 팥쥐의 어미는 그 자리에서 기절해 죽었다. 그럼 신데렐라의 끝은 어떨까? 우리가 알고 있는 신데렐라는 해피엔딩이다. 그러나 원작은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가 있다. 실은 나도 이 이야기를 10여 년 전에 한 책에서 읽었다. 키류 미사오의 알고 보면 무시무시한 그림동화. 이 책이 말하는 바에 의하면 그림형제의 동화들은 모두 그 끝이 잔혹한 복수로 마무리돼 있다.

백설공주는 자신을 독살한 계모(이 책에선 친모라고 주장)에게 불에 달군 쇠구두를 신고 걷게 만드는 고문을 해 처형을 집행한다. 왕자의 짜릿한 키스를 통해 낭만적으로 살아난 공주가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것만 알고 있던 우리에게 이 책은 충격적이다. 우리에게 너무도 친숙한 헨젤과 그레텔도 잔혹한 복수가 있기는 마찬가지. 그럼 신데렐라는? 신데렐라는 어땠을까?

사실 전래동화들은 원래 어른용이었다. 20세기에 들어 인식의 계몽이 있고난 후에 어린이들이 읽기 쉽도록 각색된 것이란 설에 더 무게감이 실리는 것은 꼭 이 책을 읽어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그림형제들이 민간에 전해오던 동화들을 수집한 원고의 초안들이 모두 잔혹한 클라이맥스로 장식되었었을 것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콩쥐팥쥐전에서 보는 것이다.

어쩌면 콩쥐팥쥐전이야말로 신데렐라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콩쥐팥쥐전의 원형이 신데렐라였든지. 아무튼 두 동화는 여지없이 닮았다. 조선 숙종 조에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하는 이 고대소설은 아마도 전래동화를 각색한 것일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신데렐라의 이야기가 머나먼 조선 땅에서 이름만 바뀐 채 전해졌을까? 원래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는 말도 있지만, 모를 일이다.


어찌 되었거나 신데렐라가 신데렐라 언니에게 복수를 할 것임은 자명해 보인다. 어제 신데렐라 서우가 드디어 화가 많이 났기 때문이다. 어떤 분은 신데렐라가 떼쟁이며 자기만 아는 아주 못된 아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지금까지 3부를 통해 보여준 신데렐라의 행동이 과연 떼쟁이고 자기만 아는 이기적인 모습이었을까? 그렇게 말하는 분에게 묻고 싶다. "그럼 어떻게 사는 게 올바른 거죠?"

그리고 신데렐라 언니 문근영은 원래 착한 사람이라고? 상대에게 상처주지 않기 위해 일부러 밀어내고, 앙탈부리고, 화를 내는 것이라고? 그러면, 그렇다면, 그런 문근영의 착한 행동으로 인해 상처 받는 사람들은 어쩌란 말인가. 특히 그토록 갈구하던 가족이 생긴 것에 기뻐하며 모든 것을 다 내어줄듯 하는 신데렐라 서우가 입게 될 치명적 상처는 누가 치유해 줄 것인가.

그래, 어쩌면 오늘 4부부터는 신데렐라가 진짜 악녀처럼 굴지도 모르겠다. 뭐 어쩌면 또 다른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악녀 로테이션 행진을 펼치게 될지도 모르겠고. 어떻든 신데렐라 언니는 원작을 새로운 시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라고 했으니까. 그러나 앞으로 어떻게 진행되든지 간에 지금까지 보여준 신데렐라 언니의 행동은 내가 보기엔 피해망상증 환자 그 자체다.


신데렐라 서우의 잔혹한 복수가 예비 되어 있다면, 그것은 어디까지나 신데렐라의 의붓언니 문근영의 피해망상증으로부터 유발된 불행이란 것이다. 그녀가 순둥이 같은 신데렐라의 철없어 보이기조차 하는 호의를 받아들이지 못한 것은 큰 실수다. 철없어 보이는 것은 외롭게 살아온 그녀가 앞으로 받고 싶은 보상에 대한 일종의 제스처였다고나 할까, 그래 보였다.

하긴 신데렐라의 호의를 순순히 받아들였다면 그 길로 "지금부터 신데렐라와 신데렐라 언니 그리고 아버지와 계모는 오래도록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하고 끝냈어야 할 테니, 그렇게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되는 것이었겠지? ㅋㅋ
Posted by 파비 정부권
너무나 화려한 파격, 문근영이 돌아왔다

<신데렐라 언니>, 특이한 드라마다. 우선 느낌이 확실히 다르다. 이전에 보았던 패턴과는 확연히 다른 뭔가 특별할 것 같은 예감이 드는 드라마, 거기에 문근영의 색다른 변신도 한몫 했다. 글쎄, 내가 문근영을 마지막 본 것이 언제던가? 바람의 화원? 거기서도 이 정도 파격은 아니었다.


빠르고, 기이하고, 신비로운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

무엇보다 문근영의 파격적인 변신을 화려하게 만들어준 것은 드라마 자체였다. 나는 드라마가 시작되자마자 벌어지는 기이한 화면 속 이야기에 빠져들고 있었다. 화면은 빨랐고, 나는 그 템포를 따라가느라 바빴다. 가만, 이게 도대체 무슨 이야기람? 세련되고 감각적인 영상은 무척 젊었다.

우선 등장한 것은 문근영과 이미숙이었다. 이미숙,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최고의 배우 중 하나다. 그녀는 내가 어릴 때부터 스타였다. 오랜만에 나타난 그녀의 실력은 녹슬지 않았다. 역시 이미숙은 타고난 배우다. 갑자기 빠르고, 화려하고, 세련된 영상과 소리에 놀랐는지 거실에서 장난을 치며 놀던 아이들이 TV 앞으로 숨을 죽인 채 다가왔다.  

"와, 저 아줌마 연기 엄청 잘 한다." 아들 녀석이 탄성을 질렀다. "진짜의 저 아줌마가 연기를 잘 한다는 말이냐, 아니면 드라마 속의 저 아줌마가 연기를 잘 한단 말이냐." 서슴없이 나오는 대답, "둘 다." 음, 보는 눈은 있구먼. 아무튼 이미숙의 연기가 탁월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드라마 속에서도 연기를 하고 있었다.

드라마 속 이미숙은 매우 팔자가 드센 여자였다. 그녀에겐 딸이 하나 있는데 바로 문근영이다. 이미숙의 팔자가 드센 것은 하나뿐인 딸 때문이다. 물론 자기 자신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두 모녀가 살기 위해 이 남자 저 남자에게 의탁하는 인생을 살아온 터였다. 그러다가 깡패 같은, 아니 진짜 깡패 남자를 만났다.

"와, 저 아줌마 연기 엄청 잘 한다"

드라마의 시작은 바로 이 깡패 남자(남편이라고 하기도 민망한)로부터 탈출하는 것이었다. 그녀들은 간신히 기차를 타고 도망치는데 성공했지만, '남자'의 동생(깡패들은 보통 아랫사람을 동생이라고 부른다)들은 기어이 기차 속까지 따라왔다. 화장실로 도망친 문근영, 그 앞엔 한 여학생이 앉아있었고, 구효선이란 명찰이 보였다.

그리고 그 다음 갑자기 밝아진 화면은 화사한 시골 풍경과 김갑수의 도가를 비추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 시골학교에 구효선이 있었다. 이어 효선이 공부하는 학교에 잘 빠진 양장을 입고 나타난 이미숙, 어라, 이게 뭐야, 그럼 아까 문근영과 함께 도망치던 장면들은 뭐지? 모두가 환상이었나?  


그러나 아니었다. 이미숙은 저 깡패 같은 남자로부터 받은 다이아 반지를 들고 도망쳤었는데 그 반지가 든 가방을 구효선에게 맡겼단다. 너무나 빠른 전개 때문에 도대체 언제 어떻게 맡긴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떻든 이미숙은 그 반지를 찾으러 온 것이다. 그러고 보니 문근영만 깡패 남자의 동생들에게 붙들려갔던 것이었다.
 
구효선은 착한 학생이었다. 착하다기보다 심성이, 영혼이 순수한 아이였다. 그녀는 엄마가 없었다. 6살 때 엄마를 잃었다고 했던가? 이미숙을 만난 효선은 단박에 그녀에게 빠져들었다. 그녀에게서 엄마를 발견한 것이다. 효선을 따라 반지를 찾으러 따라 간 이미숙, 반지만 찾아 얼른 여기를 떠나야지 했던 그녀는 그러나 깜짝 놀란다.

내가 놀란 건 이미숙이 아니라 문근영

대궐처럼 으리으리한 집, 그 집안에 가득 찬 일꾼들, 사장이라 불리는 효선의 아버지는 너무나 자상하고 매력적인 남자다. 잘 훈련된 그녀의 머리는 당장에 사태를 파악하고 만다. "그래, 바로 이곳이야. 내가 머물 마지막 정착지가 바로 여기다." 그리고 그녀는 연기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고혹적이고, 순결하며, 청순한 그녀의 연기에 안 넘어갈 남자가 있겠는가.

우리집 아이들은 이걸 보고 탄성을 질렀던 것이다. "와, 저 아줌마 연기 엄청 잘 한다." 그래, 이미숙이야 원래 연기를 잘 하지. 하긴 이미숙이니까 저런 낯선 곳에 가서도 저토록 자연스럽게 고혹적이고, 순결하며, 청순한 연기를 펼칠 수 있었을 거야. 그래서 김갑수가 홀라당 넘어간 것이겠지.

이렇게 해서 이미숙은 딸을 데리고 오게 되었다. 그녀들의 마지막 정착지에. 우리 아이들은 이미숙의 너무나 천연덕스러운 연기에 놀라 넋을 뺐을 터이지만, 나는 별로 놀라지 않았다. 그녀는 원래 그런 여자였으니까. 그런데 사실을 말하자면, 나도 너무 놀라 넋을 빼고 있었던 것인데, 그것은 다름 아닌 문근영 때문이었다. 

문근영이 국민여동생으로 혹은 또 무엇으로 명성을 날리고 있을 때에도, 그리고 실은 나도 그녀가 출연한 드라마, 영화를 많이 봤지만, 이렇게 놀라게 되리라곤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녀가 예쁘고 매력적인 것은 사실이었지만, 나는 그것이 오히려 더 걱정(하긴 내가 뭐 걱정할 일도 아니지만)이었다. 


모든 걱정을 일거에 날려버린
문근영의 독기


너무 귀엽고 예쁜 이미지 탓에 과연 성인이 되어서도 잘 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은 아마도 많은 사람들의 공통된 걱정이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오늘 문근영은 그런 걱정들을 일거에 쓸어버렸다. 날카로운 눈빛과 헝클어진 머리카락으로, 거의 괴성에 가깝도록 질러대는 목소리로, 서슬 퍼렇게 뿜어대는 독기로.

오, 저게 문근영이었던가? 거실엔 갑자기 냉기가 감돌았다. 글쎄, 드라마를 이렇게 조용하게 보았던 때가 별로 기억나지 않는다. 그런데 오늘은 너무 조용하게 숨을 죽이고 드라마를 본 것 같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온 가족이 모두 숨을 죽였다. 왜 그랬을까? 어쨌든 이 1부는 다시 보아야 할 것 같다. 내일도 재밌고 다음 주도 재밌겠지만, 이 1부만은 꼭 다시 보아야 할 것 같다.

그나저나 걱정이다. <추노>에서 불꽃같은 연기를 보여준 장혁에게 강적이 등장했다. 그것도 성공적인 종영을 자축하는 축배의 환희가 채 가시기도 전에. 어느 블로거가 그랬던가? 장혁이 연말 대상을 받기 위해선 험난한 고지들을 넘어야 한다고. 그 첫 번째 고지가 바로 문근영이었던 것이다. 

문근영, 그녀의 파격적인 변신은 실로 화려했다. 그녀는 더 이상 예쁜 연기자도, 귀여운 연기자, 국민여동생도 아니다. 이제 그녀는 그야말로 문근영이 되었다. 바야흐로 문근영의 시대가 도래 할 것이라는 예감이 <신데렐라 언니>를 통해 확실하게 전해져왔다. 그녀의 변신은 성공적이었다. 

문근영의 힘의 원천은 무엇일까?

이 변신에 젊은 감각의 신진 연출자와 베테랑 연기자 이미숙, 김갑수가 함께 한다는 것이 또한 문근영의 행운이겠지만, 그러나 아무래도 그 변신을 화려하게 만들어주는 힘은 역시 문근영 내부에 있을 것이다. 착하고 여린 국민여동생, 기부천사, 보수논객들의 온갖 악랄한 독설에도 의연하던 그녀가 보여주는 내부의 힘은 과연 어떤 것일까?

실로 대단하다는 말밖에…. 가만 그러고 보니 이미숙과 문근영의 역할이 착한 신데렐라를 괴롭히는 계모와 언니잖아? 이거 그래도 좋아해야 되는 건지는 나도 모르겠네, 흐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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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