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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야기

빨리 엠비시 꺼라! 엥, 무슨 말씀?

"빨리 엠비시 꺼라!"

아, 이거 mbc 관계자가 들으면 몹시 서운하겠군요. 그런데 사실은 그게 아니랍니다. 진실을 말하면 이렇습니다.

우리 애 엄마가 요즘 좀 심합니다. 뭐 애 한 두어 명 나은 아줌마들치고 그렇지 않은 사람 없겠습니다만, 애들 부를 때 큰애하고 작은애하고 헷갈리는 거죠. 동민이를 보고 혜민이라고 불렀다가, 반대로 혜민이를 보고 동민이라고 부르고 막 그러죠. 다들 경험 있으실 겁니다. 물론 저도 가끔 그러긴 합니다만, 증세가 그 정도엔 미치지 못합니다.

우리 애 엄마는 원래 옛날부터 연속극 광이었습니다. 저보다 더 심했죠. 연속극 할 때 떠들면 잔소리가 엄청 심합니다. 이때만큼은 가급적 아무도 없었으면 하고 바라는 게 아닐까 생각할 정돕니다. 요즘은 바빠서 옛날처럼 평일에는 연속극 거의 못 보는 우리 마나님, 그래서 그런지 주말에는 연속극 보기가 거의 임전무퇴 수준입니다.

엊그제였습니다. 역시 <글로리아> 하는 시간이 다가오자 열심히 만화영화를 보고 있던 우리의 사랑스런 딸내미를 향해 외쳤습니다. 빨리 엠비시 틀어라~. 그러나 우리 딸내미도 고집이 보통이 아닙니다. 제 것 절대 남에게 빼앗기지 않는 의지의 한국인 아니 어린이입지요. 제 오빠의(물론 저도) 얼굴이며 팔뚝엔 그로 인해 얻은 상처가 한둘이 아닙니다.

"싫어!"
"빨리 틀어라. 얘, 그리고 주방에 누가 불  켜놨노? 빨랑 불 꺼라."
"내가 안 켰다."
"나도 안 켰다."
"그럼 누가 켰단 말이고, 당신이 켰나?"
"아니, 나도 아닌데."

@다음이미지, 외동향우회 까페 사진 인용



평소에도 우리집은 화장실에도 누군가가 불을 자주 켜놔서 애 엄마의 언성이 높아지기 일쑤입니다. 부엌에 누가 불을 켜놓았냐고 열을 내던 애 엄마, 불현듯 벽에 걸린 시계를 쳐다보며 다시 연속극 생각이 났던가 봅니다. <글로리아>가 평소라면 시작할 시간이 5분 가까이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어? 빨리 틀어라."

그러곤 다시 부엌쪽을 돌아보며 외칩니다.

"뭐하노, 빨리 엠비시 꺼라."

순간, 우리 딸내미 죽겠다는 듯이 배를 잡고 깔깔거립니다. "뭐라고? 엠비시를 끄라니, 그게 무슨 소린데? 엠비시를 어떻게 끄란 말인데, 하하하~"

그냥 웃자고 올린 이야기지만 사실 남 이야기가 아니죠. 모두들 조심하시고, 새해 건강에 유의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