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빵왕 김탁구'에 해당되는 글 23건

  1. 2010.09.11 김탁구 등 드라마 악당들에 호의적인 이유가 뭘까? by 파비 정부권 (3)
  2. 2010.09.04 김탁구와 구마준의 3차경합 장소는 거성식품 by 파비 정부권 (4)
  3. 2010.08.27 김탁구, 구일중이 쓰러진 것은 함정? by 파비 정부권 (13)
  4. 2010.08.19 김탁구, 함정에 빠진 것은 서인숙과 한승재 by 파비 정부권 (1)
  5. 2010.08.14 시험대에 선 마준, 미순엄마를 제지해 탁구를 구할까? by 파비 정부권 (8)
  6. 2010.08.12 구마준, 과연 김탁구에게 독초를 먹일까? by 파비 정부권 (25)
  7. 2010.08.08 '김탁구' 구일중과 서인숙, 불륜의 차이 by 파비 정부권 (9)
  8. 2010.08.06 김탁구, 구일중은 과연 나쁜 아버지인가? by 파비 정부권 (45)
  9. 2010.08.06 김탁구, 구마준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by 파비 정부권 (10)
  10. 2010.08.05 김탁구, 구마준의 KO패와 신유경의 잘못된 선택 by 파비 정부권 (9)
  11. 2010.07.31 김탁구, 아들 구마준을 파멸로 몰고가는 서인숙 by 파비 정부권 (7)
  12. 2010.07.30 김탁구, 아버지에게 자기를 안 밝히는 이유? by 파비 정부권 (2)
  13. 2010.07.29 김탁구, 가장 불행한 사람은 아무도 못 믿는 서인숙 by 파비 정부권 (6)
  14. 2010.07.23 김탁구, 팔봉빵집 폭발사고 범인은 한승재? by 파비 정부권 (4)
  15. 2010.07.22 김탁구, 진짜 실명 위기는 탁구 엄마 김미순? by 파비 정부권
  16. 2010.07.17 김탁구, 김미순의 복수는 죽은 할머니의 작품? by 파비 정부권
  17. 2010.07.17 구마준이 김탁구를 이길 수 없는 이유 by 파비 정부권 (6)
  18. 2010.07.16 김탁구, 가장 불쌍한 캐릭터는 구마준과 신유경 by 파비 정부권 (9)
  19. 2010.07.15 김탁구가 양미순에게 엄마 사진을 보여준 이유 by 파비 정부권 (10)
  20. 2010.07.09 김탁구는 음식드라마일까, 범죄드라마일까? by 파비 정부권
  21. 2010.07.02 김탁구, 왜 갑자기 사투리 버리고 서울말 쓰나 by 파비 정부권 (10)
  22. 2010.06.27 '김탁구'가 막장이면 전부 막장드라마 아닐까? by 파비 정부권 (8)
  23. 2010.06.10 김탁구, 막장 아닌 전쟁바람 넘어설 성공드라마 by 파비 정부권 (7)
제빵왕 김탁구에 등장하는 구마준은 악당입니다. 그는 이중인격을 가졌으며 주어진 환경으로 인해 악인이 될 수밖에 없었다는 동정론이 대체로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그러나 구마준은 지킬박사와 하이드 같은 유형의 이중인격자는 아닙니다. 그의 인격은 철저하게 이기심에 담겨 있습니다.

그의 착함조차도 이기심 때문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그는 이기적입니다. 구마준은 생부를 절대 이해하지 못합니다. 용서할 수도 없습니다. 왜냐. 이기심 때문입니다. 엄마에 대한 복수를 꿈꾸는 것도 모두 자신의 투철한 이기심 때문이라고 판단될 정도입니다.

구마준에게 만약 약간의 이타심이라도 있었다면, 엄마를 이해하려고 노력했을 것입니다. 비록 아먕으로 똘똘 뭉친 범죄자이긴 하지만, 그래도 자기를 낳아준 어머니이기 때문입니다. 한승재와 서인숙에 대해선 두말 할 나위가 없습니다. 그들은 전형적인 악당들입니다.

▲ 황금물고기의 악당 이태영(이태곤 역)


악당은 김탁구에만 등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요즘 재미있게 보고 있는 일일드라마가 있습니다. 황금물고기. 제목이 참 특이합니다. 매우 빠른 전개에 박진감이 넘칩니다. 막장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저는 전에도 늘 그렇게 주장해왔지만, 이런 류의 드라마를 막장이라고 보진 않습니다.

소재, 줄거리 속에 막장적 요소가 많을지는 모르겠지만, 드라마 자체는 막장이라고 할 수 없으며 매우 수작이라고 보여집니다.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인물 중에 이태영이 있습니다. 이태영을 맡고 있는 이는 이태곤입니다. 이태곤. 그는 아우라가 있는 매우 매력적인 배웁니다.

하늘이시여에서 그는 아주 모범적인 남자를 연기했습니다. 세상 어떤 여자도 거부할 수 없는 그런 남자 말입니다. 최근에 방영됐던 보석비빔밥에서도 그는 모범적인 남자의 전형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황금물고기에선 완전 딴판의 남자가 됐습니다.

바로 악당입니다. 그는 악당이 된 것입니다. 그의 악당 연기는 정말이지 소름끼칠 정도로 리얼합니다. 차갑고 무표정한 표정. 자신의 악마적 행동에 거침없이 논리적 근거를 같다붙이는 반성이라곤 눈꼽 만큼도 없는 원천적인 사악함. 거기에다 거짓과 음모를 밥 먹듯이 꾸며내는 비열함까지.

한승재와 서인숙의 사악함도 이태영에 비하면 그야말로 새발에 피라고 생각될 정돕니다. 물론 이태영이 자기 어머니를 죽인 원수가 한지민의 엄마라고 오해하는 것으로부터 비롯된 복수라는 점이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그의 사악함이 이해받긴 어려운 일입니다.

그렇다고 상관도 없는 한지민의 가족들과 평판 좋은 병원까지 무너뜨릴 계획을 꾸민다는 것은 보통의 인간으로선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런데 저는 참으로 이상한 현상을 발견하고 한 번씩 깜짝깜짝 놀라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악마에 대해 매우 호의적이란 것입니다.
 

▲ 제빵왕 김탁구의 두 악당, 서인숙과 한승재(전인화, 정성모 역)


우선 김탁구에 등장하는 서인숙. 그녀에겐 트라우마가 있습니다. 남아선호사상의 피해자라는. 그런데 웃기는 것은 남아선호사상의 피해자인 서인숙이 이번엔 며느리에게 남아선호사상의 상처를 안겨주려 합니다. 하긴 그런 말도 있습니다. '많이 맞아본 놈이 졸병들 더 많이 때린다.'

서인숙의 이 트라우마 때문인지 사람들은 서인숙에게 동정심을 보냅니다. 그녀가 그렇게 된 데에는 무심한 그녀의 남편 구일중 탓이라는 그럴듯한 이유까지 만들어서. 그러다 화살은 거꾸로 구일중에게 날아갑니다. 구일중이야말로 진정한 악당이라는 낙인과 함께.

구마준도 마찬가집니다. 그가 4대 강력범죄 중 하나인 방화범이란 것은 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에게도 감당할 수 없는 트라우마가 있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그는 아버지 구일중으로부터 단 한 번도 따스한 사랑을 받지 못했다고 간주합니다. 그리하여 시청자들은 역시 구마준을 위해 구일중을 마녀사냥합니다.

그래도 이런 것들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시청자들이 드라마에 몰입하다 각자가 느낀 감정대로 따라간 것 뿐일 문제입니다. 황금물고기의 이태영은 시청자들의 의견과 상관없이 드라마 속 등장인물들이 이태영에게 동정을 보냅니다. 무슨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이태영에겐 친한 의사 동료가 있습니다. 그도 한일병원의 전문의로 과장입니다. 그 친구는 이태영의 억울한 사정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는 이태영의 고백을 통해 이태영의 어머니가 한지민의 어머니에 의해 죽음을 당했다고 믿고 있습니다. 물론 어느 정도는 사실이지만, 이는 완벽한 오해입니다.

그런데 이태영이 한지민의 어머니가 자기 어머니를 죽였다고 철썩같이 믿는 것도 사실은 이기심 때문입니다. 만약 그에게 약간의 공정한 마음이라도 있었다면 사태의 진실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려고 노력했을 것입니다. 한지민과의 결혼을 끝끝내 반대하는 한지민의 어머니가 그는 죽이고 싶도록 미웠던 것이지요.

▲ 황금물고기의 한지민(조윤희 역)


어쨌든 각설하고…, 이태영은 한지민의 집을 박살내기로 결심합니다. 그래서 의료사고를 조작해서 한지민의 아버지이며 한일병원 원장인 한경상의 명예를 실추시킵니다. 그다음, 병원 재무담당자를 매수, 협박등의 방법으로 포섭해 한경상 원장에게 공금횡령의 죄를 덮어씌워 감옥으로 보냅니다.

한경상 원장은 모든 내막을 알고 충격을 받아 정신이상자가 됐으며, 한경상의 가족들은 집도 절도 없이 거리로 내몰리는 신세가 됐습니다. 한지민은 그 와중에 자살을 시도하다 다리를 다쳐 영원히 생명과도 같았던 발레를 할 수 없는 처지가 됐습니다.

여기에다 이태영은 한지민을 죽이려고까지 시도했으며, 죽은 것으로 판단하고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그녀의 소지품들을 숨기기까지 했습니다. 알만한 사람은 알 수 있는 것은, 이태영이 복수로 시작했다고 하는 사악한 행동들이 사실은 자신의 출세와 영달을 위한 것이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태영의 병원 친구는 이태영이 벌인 온갖 사악한 범죄들에 대해 단지 이태영이 억울한 사정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옹호합니다. 이 무슨 황당한 경우가 있을까요? 이태영은 또 한지민의 어머니를 정신이상자로 가장해(자기 마음대로 처방을 만들더군요) 아무도 모르는 정신병원에 감금까지 시켰습니다.

이런 사람을 옹호하는 한일병원의 의사란 분은 의사로서 자격이 있는 것일까요? 그런 사람이 환자를 진료한다고 생각하니 끔찍하기만 합니다. 이 얼마나 위험한 일입니까. 사악한 악마와 그 악마를 이해하고 도와주는 의사가 우리의 생명을 다룬다는 사실.

김탁구에 출연하는 전광렬, 전인화, 정성모나 황금물고기에 출연하는 박상원, 이태곤, 소유진, 조윤희 같은 배우들의 연기력이 워낙 탁월하지요. 그래서 시청자들이 그런 배우들의 열연에 몰입하면서 드라마 속 악당들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는 경우도 생길 수 있습니다. 

▲ 신데렐라 언니 문근영과 이미숙도 악마였지만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어떻든 과거처럼 선악이 분명하던 드라마는 이제 옛말이 됐습니다. 요즘 드라마 속 인물들은 악당들이면서도 선악이 분명하지 않습니다. 모두 이유가 있습니다. 악마에게도 무언가 나름 사정이 다 있다는것입니다. 신레렐라 언니도 그랬습니다. 

신데렐라 언니에게도, 그녀의 못된 엄마에게도 시청자들은 동정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심지어 그들에게 박해받는 신데렐라에게 이기적이다에서부터 가증스럽다까지 온갖 비난들을 쏟아내기까지 했습니다. 물론 이런 행동들은 신데렐라 언니의 매력 때문에 생긴 일이긴 합니다.  

하여간 요즘은 악당들이 대접받는 참 묘한 시대란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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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비 정부권
모두들 기억하시는지 모르겠지만, 팔봉선생의 인정서를 받기 위한 경합은 모두 3차였습니다. 그중 2차는 마쳤지만 3차는 아직 치르지 못했습니다. 2차 경합이가 끝나고 마준이 팔봉제빵점에 불을 지른 다음 발효일지를 훔쳐 도주했기 때문이지요.

아시는 대로 3차 경합을 통과하면 팔봉선생의 인정서가 수여됩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팔봉선생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닙니다. 자, 그럼 팔봉선생의 경합은 중도에 무산된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보셨다시피 팔봉선생은 죽기 전에 탁구와 마준에게 경합의 과제를 주었습니다.

저는 좀 의아했습니다. 탁구가 경합의 과제를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2차 경합에서 탈락한(1차에서도 사실은 탈락했지만, 특별히 선처해서 한 번 더 기회를 주기로 한 거였죠) 마준에게도 경합 과제를 주었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습니다.

▲ 팔봉선생의 3차경합 과제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빵'이다.


물론 마준에게 편지로 말한 것이 경합의 과제를 준 것인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그러나 어쨌든 팔봉선생은 두 사람 모두에게 3차 과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빵'을 만들기를 주문한 것만은 확실합니다. 탁구에게는 1, 2차와 마찬가지로 과제문이 적힌 족자가 주어졌으니 더욱 확실한 일입니다.

그렇다면 3차 경합은 대체 어디에서 치루어지는 것일까? 그런데 보아하니 그 장소가 실로 아이러니합니다. 3차 경합이 치루어지는 곳은 다름 아닌 거성식품이었습니다. 팔봉선생은 마치 이렇게 될 것이라는 걸 예견이라도 했다는 듯이 '가장 행복한 빵'을 과제로 내놓았습니다.

구일중의 위임장을 들고 거성식품 대표가 된 김탁구. 그런 김탁구를 마뜩찮게 생각하는 이사들은 김탁구에게 하나의 숙제를 줍니다. 곧 문을 닫기로 예정돼 있는 청산공장에 내려가 신제품을 만들라는 것입니다. 그러면 대표로 인정하겠다고. 동시에 마준은 제품개발실장으로 임명합니다. 경합이 시작된 것입니다.  

▲ 이사회는 김탁구에게 청산공장에 내려가 신제품을 만들어 보이라고 요구한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마준은 제품개발실장이 됐다.


두 사람, 즉 탁구와 마준이 과제를 풀기 위해 움직이는 것도 팔봉제빵점의 제빵실에서 하던 것과 비슷합니다. 마준은 늘 그렇듯 고급 옷을 입고 정장을 한 부하직원들과 고급 사무실의 고급 소파에 앉아 회의를 합니다. 그는 마치 경영이란 이런 거야 하고 탁구에게 뽐내는 듯이 굽니다. 

그럼 탁구는? 탁구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요? 탁구는 고민입니다. 도대체 경영의 경자도 모릅니다. 사무실 탁자 위에 서류가 산더미처럼 쌓여있지만, 까막눈입니다. 그때 귓가에 양미순이 외치는 소리가 들립니다. "탁구야, 너는 너답게 해. 그러면 되는 거야. 김탁구답게!"

탁구는 깨닫습니다. "그래, 김탁구답게. 나답게 하는 거야." 모든 서류를 내팽개친 김탁구는 비서들에게 일러 그동안 거성이 만든 모든 빵을 가져오게 합니다. 탁구는 빵으로 승부를 걸겠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거성식품이 별 겁니까? 그냥 빵장사일 뿐이죠.

사실 탁구가 약간의 경영지식은 필수이겠습니다만, 도사가 될 필요는 하등 없습니다. 그에겐 훌륭한 비서팀이 있으니까요. 믿을 만한 확실한 사람 몇 명이면 회사를 경영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대신 탁구가 할 일은 사람들과 어울리며 그들의 말을 듣고 많은 이들을 행복하게 해 줄 빵을 잘 만드는 것입니다. 

▲ 계략으로 쓰러진 척하는 구일중. 결국 구일중의 식물인간 계획은 탁구와 마준의 3차경합을 만든다.


결국 3차 경합에서도 탁구가 이길 것은 자명합니다. 마준이 하는 경영은 똑똑하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만약 그런 것만으로 경영을 할 수 있다면 유수한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MBA 코스를 밟은 사람을 데려오면 됩니다. 그러나 그런 것으로는 이제부터 탁구가 보여주려는 감동을 줄 수는 없습니다.

팔봉선생이 던진 3차 경합 과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빵'. 그 승패를 거성식품에서 다투게 생겼습니다. 하지만 이미 승자와 패자는 정해져 있습니다. 마준은 인간을 행복하게 해줄 마음이 없습니다. 그는 결코 '가장 행복한 빵'을 만들지 못합니다. 더불어 거성식품을 행복하게 할 수도 없습니다.

▲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빵을 만들기 위해 내려간 청산공장에서 탁구는 회사 경비가 된 유경의 아버지를 만난다.

그러나 탁구 주변의 거성식품 식구들은 벌써 행복한 냄새를 맡고 있습니다. 굳은 얼굴로 거성식품 대표가 된 김탁구를 따라다니는 차비서의 얼굴에도 행복한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습니다. 거성식품 식구들이 행복해져야 만인을 행복하게 만들 빵을 만들 수 있겠지요.

그나저나 제빵왕 김탁구, 이제 막판으로 가고 있습니다. 서인숙과 한승재, 구마준은 어떻게 될까요? 다른 게 아니고 그들이 저지른 형사적 범죄에 관해 드리는 말씀입니다. 살인, 방화, 살인미수, 미성년자 유괴, 납치, 강간, 폭력, 절도, 기술(회사기밀)유출 등 갖가지 범죄를 저지른 그들이죠.

그냥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그들은 용서받을 수 있을까요? 그렇게 해피엔딩? 그건 좀 그렇겠군요. 정의사회구현이란 측면에서…, 헉, 이거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린데요? 아무튼, 그냥 지나치기엔 주먹이 운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정의의 주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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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비 정부권
구일중이 쓰러졌습니다. 그런데 저는 구일중이 정말 쓰러졌을까 의심이 갑니다. 아, 이거 너무 지나친 의심병 아니냐고요? 뭐, 그럴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아무래도 저는 구일중이 미리 계획한 각본에 따라 쓰러진 것이 아닐까 의심부터 드는 것을 어쩔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이미 오래 전에 구일중이 조진구를 시켜 탁구 엄마를 한승재의(구일중은 그것이 한승재라고는 생각 못했겠지요. 다만 엄마가 위험하다고 탁구에게 보낸 신유경의 편지를 보았을 뿐이지요) 마수로부터 지킬 뿐 아니라 탁구로부터 멀리 떼어놓으려고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어제 보니 구일중이 그런 자기의 잘못을 김미순에게 실토했군요. 김미순의 표정으로 보아선 그 사실을 몰랐던 모양입니다. 1차로 한승재가(이때만 해도 한승재는 서인숙의 사주에 따라서만 움직이는 로봇 같았지요) 시키는대로 신유경의 아버지가 겁탈을 하려 했고, 이때 조진구가 나타나 김미순을 구했지요. 

▲ 구일중은 쓰러지고, 서인숙은 구일중의 서재에서 지분서류를 뒤지고, 환자를 병원에서 집으로 옮기자고 한다. 그런 서인숙에 놀라는 두 딸과 묘한 눈길로 쳐다보는 구마준.


그러나 조진구는 김미순을 구하는 걸로 임무가 끝난 것이 아니라 김미순을 멀리 보내 탁구로부터 떼어놓을 생각이었던 겁니다. 이 2차 계획은 물론 구일중이 시킨 것입니다. 그 이유에 대해선 어제 구일중이 고백한 바 김탁구에게서 김미순을 지우고 완전한 자기 장남으로 만들고 싶었던 겁니다. 

아마도 역시 구일중은 전통적인 가부장 제도에 길들여진 구세대 사람인 것이 분명합니다. 실제 나이로 보더라도 우리 부모님 세대에 해당하겠네요. 김탁구는 그럼 우리와 같은 세대지요. 구일중과 김탁구, 구마준의 차이도 그걸 잘 보여줍니다. 구일중은 절대 어머니의 말을 거역하는 법이 없지만, 김탁구 등은 그렇지 않습니다. 

아무튼 구일중은 무언가 일이 발생했을 때, 아무런 대비 없이 지나치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는 한승재 못지 않게 용의주도한 사람입니다. 김미순을 구하고 다시 멀리 보내려고 한데서 그걸 잘 알 수 있습니다. 어제 김미순과의 대화에서 김미순이 벌이고 있는 지분전쟁에 대해서도 상당히 많이 알고 있는 듯이 보입니다. 

아, 말이 나왔으니 말입니다만, 지난 주에 한승재와 서인숙이 김미순에게 빼앗아간 지분 있지 않습니까? 김미순에게 돈을 빌리고(물론 김미순인지도 모르고 그랬던 거지만) 담보로 맡긴 지분을 폭력적으로 강탈해갔었지요. 저는 그게 꽤나 미심쩍더군요. 김미순이 그리 쉽게 당한다는 게… 글쎄요였습니다. 

그래서 그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이건 뭔가 함정 아닐까? 닥터 윤도 그렇게 사태 분별을 못하는 그런 멍청한 사람도 아니고, 김미순도 14년의 복수심에 갈고닦은 노하우가 꽤 될 터인데 서인숙과 한승재가 물리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생각 못하진 않았을 거란 말이죠. 

혹시 한승재가 깡패들을 대동하고 지분이 든 서류가방을 빼앗아가는 장면을 촬영해두지는 않았을까, 뭐 그런 생각을 해봤던 것이죠. 1주일 남았나요? 이사회가 열릴 때 그걸 미끼로 서인숙과 한승재의 항복을 받아내는 뭐 그런 시나리오 말입니다. 그렇다면 서인숙과 한승재는 김미순의 함정에 빠진 셈이 되는 거지요.  

좀 어설프기는 하지만 그렇게 해서 김탁구에게 거성식품의 주도권이 넘어간다, 그래서 김탁구가 인간경영을 한다, 이렇게 생각을 했었는데… 역시 어설프군요. 그런데 이번엔 확실히 김탁구에게 거성식품의 주도권이 넘어가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구일중이 쓰러진 것입니다. 

그런데 왜 구일중이 갑자기 쓰러졌을까? 물론 한두 차례 뇌졸증의 징후가 오는 장면이 있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그조차도 주변을 완벽하게 속이기 위한 작전이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이 드는군요. 구일중은 미리 사전에 조치를 취해놓았습니다. 그의 고문변호사에게 자기의 모든 권리를 김탁구에게 양도한 것입니다. 

김탁구는 구일중의 모든 권리를 양도받음으로써 사실상, 아니 진짜로 거성의 회장이 됐습니다. 고문변호사의 말에 의하면 구일중은 이미 한달 전에 이런 조치를 했습니다. 그렇다면 구일중은 이미 한달 전부터 자기 신변에 이상이 생길 줄 알고 있었을까요?

그리고 하나가 더 있습니다. 조진구가 구일중을 찾아가 구일중이 일전에 제안한 것을 수용하겠다고 합니다. 그 제안이란 것이 무엇인지는 아직 베일에 가려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란 사실입니다. 어쩌면 한승재가 파놓은 음모들의 내막을 밝혀내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조진구는 한승재를 찾아갔고, 한승재는 그런 조진구에게 손을 내밀며 잘해보자고 합니다. 무얼 잘해보자는 것일까요? 아무튼 조진구는 한승재의 음모 깊숙이 들어갔으며, 그것은 김탁구를 위해서이고 또 팔봉집을 쑥밭으로 만든 자들에 대한 복수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어 구일중이 쓰러졌습니다. 이건 무언가 예사롭지 않은 시나리오가 있음이 느껴집니다. 도대체 구일중은 어떤 안배들을 해놓은 것일까요? 김탁구를 위해 어떤 장치들을 해놓았을까요? 조진구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 거성가에 들어온 김탁구, 태풍을 예고한다.


별 탈도 없는 사람이 병상에 누워 식물인간 행세를 하기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 점에서 구일중이 쓰러진 것은 거짓이 아니라 진짜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구일중은 사전에 상당한 준비를 해놓았다는 사실입니다. 고문변호사를 통해 거성을 김탁구에게 넘긴 것. 조진구에게 맡긴 임무.

서인숙은 진심을 내보이며 마음 약한 시청자들의 동정을 구하다가도 어느새 다시 악마의 본색으로 돌아감으로써 사람을 슬프게 하는군요. 그런 서인숙을 바라보는 한승재는 더욱 더 악마의 길로 성큼성큼 걸어들어가고 있고 말이죠. 인간의 질투심이 그 끝이 어딘가를 보여주려는 듯이.

뇌졸중으로 의식을 잃은 구일중을 병원이 아닌 집으로 데리고 가는 서인숙, 그 목적이 무엇이겠습니까. 의아심에 입을 다물지 못하는 두 딸 구자경과 구자림, 그런 어머니를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구마준. 구마준은 그녀의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지요.

그럼에도 그런 그녀의 행동을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않는 것은? 그것은 결국 그녀의 야망은 곧 자기의 야망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마준은 어머니에게 반항하지만, 한편 그런 어머니가 만들어내는 야망과 음모를 거부하지 못하는 이중적 존재입니다.

어쨌거나 구일중이 쳐놓은 덫에 서인숙과 한승재가 걸릴 날도 머지않아 보입니다. 그들은 용서받을 수 있을까요? 구제받을 수 있을까요? 그들이 저지른 범죄를 보면 도저히 용서받을 수 없을 것 같아 보이지만, 드라마는 또 현실과는 다릅니다.

▲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장면. 방화범에 절도범, 팔봉선생을 죽게 한 사람이 관을 들었다.


구마준도 이미 팔봉빵집 식구들로부터 용서 받았습니다. 그는 팔봉빵집에 불을 지른 방화범이며 발효일지란 제조기밀을 훔친 절도범에 기술유출범입니다. 이 일로 팔봉선생은 쓰러졌고 결국 죽고 말았습니다. 그런 구마준에게도 팔봉선생의 사위이며 팔봉빵집의 대장 양인목은 조문을 허락합니다.

그리고 팔봉선생의 관까지도 들게 하지요. 저로서는 도무지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오는 장면이었습다만, 이대로라면 한승재와 서인숙이 용서받는 것도 별로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아무튼, 어떻게 될지 결말로 달려가는 끝이 궁금할 뿐입니다. 아울러 이제는 김탁구, 더 이상 바보처럼 굴지 말고 의젓해지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진정한 주인공이 되기를….
Posted by 파비 정부권
김미순이 함정에 빠졌습니다. 물론 이 함정은 머리 좋은 한승재가 판 겁니다. 왜 김미순이 나타났다는 사실을 진즉에 알리지 않았냐며 길길이 날뛰는 서인숙을 향해 한승재는 말합니다. "난 당신이 스스로 날 믿어주기까지 기다렸던 것이오." 한승재. 어떨 때 보면 대단하단 생각이 들다가고 참 한심합니다.
 
그는 정말로 자기와 서인숙의 관계가 진실한 사이가 될 수 있다고 믿는 것일까요? 아니면 그는 30여년이 지난 지금도 서인숙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는 것일까요? 극중에서는 아무런 표시도 없으니 그가 기혼인지 미혼인지도 궁금한 대목입니다. 그는 과연 아직까지도 결혼하지 않고 서인숙과 구마준을 위해 충성하고 있는 것일까요?

아무튼 한승재는 서인숙을 위해 단박에 아이디어를 내놓았습니다. 바로 김미순의 아킬레스건, 치명적인 약점, 아들 김탁구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김미순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수 없으리란 것입니다. 역시 한승재의 예상은 맞았습니다. 김미순에게 전할 메시지는 공주댁을 통해 전하기로 계획을 짰습니다. 


닥터 윤의 조언처럼 김미순은 조심했어야 합니다. 그러나 아들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김미순은 평정심을 잃었습니다. 그녀는 탁구를 만나기 위해 호랑이굴로 뛰어들어가겠다고 합니다. 닥터 윤이 그것은 한승재가 판 함정일 것이라고 말렸지만 김미순은 듣지 않습니다. 

아들을 잃은 엄마의 마음을 어찌 이해하지 못할까마는 김미순은 경솔했습니다. 이 한 번의 신중하지 못한 처신으로 인해 김미순의 정체만 드러나는 것이 아닙니다. 그동안 스파이 노릇을 해온 공주댁의 정체까지 탄로 나는 것입니다. 이제 공주댁은 스파이로서의 가치를 잃었습니다. 더 이상 김미순은 서인숙과 한승재를 염탐할 수 없게 됐습니다. 

서인숙은 완벽하게 김미순을 함정으로 인도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요? 서인숙이 김미순을 함정에 끌어들여 얻는 것이 무엇일까요? 김미순이 살아있었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 그리고 통쾌하게 비웃어주기라도 하는 것? 그 이상 무엇이 있겠습니까? 서인숙이 판 함정에서 그녀는 얻을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럼 김미순은 이 함정에 빠진 결과로 무엇을 잃게 될까요? 그녀는 그녀를 감싸고 있던 베일을 잃었습니다. 이제 그녀는 더 이상 자신을 숨길 수가 없습니다. 모든 것이 드러나고 말았습니다. 이제 비밀리에 협박편지 따위를 보내 서인숙과 한승재를 불안에 떨게 만들 수도 없습니다.

그러나 김미순은 대신 이제부터 떳떳하게 서인숙과 한승재를 공격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습니다. 더 이상 숨을 필요가 없으니 공공연하게 서인숙과 한승재가 벌인 음모를 파헤칠 수 있으며, 서인숙으로부터 사들인 주식(아직 사들이진 않았던가요? 그러나 어떻든 결국 김미순의 수중으로 들어가겠지요)을 이용해 그녀를 압박할 수 있습니다.
 
결국 함정에 빠진 것은 김미순이 아니라 서인숙과 한승재가 되는 셈입니다. 그들은 은밀하게 김미순의 소재를 파악해 처치할 수 있는 기회를 잃었습니다. 만약 김미순이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다면 서인숙과 한승재가 김미순을 아무도 모르게 제거한다고 해도 그 누구도 의심하지 못할 것입니다.


말하자면 그들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을 죽인 게 되는 것입니다. 아, 사람을 죽인다는 끔찍한 말을 입에 담으니 좀 거북하시다고요? 네,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서인숙과 한승재는 충분히 경험이 있습니다. 그들은 구일중의 어머니이며 서인숙의 시어머니를 죽음에 이르게 한 죄가 있습니다. 

또 한승재는 수차례에 걸쳐 김탁구를 원양어선에 팔아넘겨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도록 만들려고도 했었고(글쎄 이게 무슨 소리였을까 생각해보니, 원양어선에 싣고 먼 바다에다 빠뜨릴 계획 아니었을까 싶네요), 조폭들을 동원해 한강에 빠뜨려 죽일려고 하기도 했었고, 제빵실 폭발사고로 김탁구를 죽일 계획도 세웠습니다.

물론 김미순은 한승재의 계략 때문에 14년 동안 숨어 지내야 했습니다. 마치 죽은 것처럼. 최근까지도 서인숙과 한승재는 그녀가 죽은 걸로 알고 있었습니다. 김미순이 공개적으로 활동하는 이상 제아무리 한승재라도 김미순을 죽일 계획 따위를 섣불리 세울 수 없습니다.

김미순의 존재와 홍여사의 죽음의 비밀을 알고 있는 공주댁이 있고, 김미순의 곁을 지키고 있는 닥터 윤을 비롯한 측근들도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이제 구일중도 비밀을 알았습니다. 그는 자기 어머니를 죽인 범인들이 서인숙과 한승재를 사실을 눈치 챘습니다. 게다가 얼마 전 교통사고를 위장해 자기를 죽이려 한 것이 한승재란 사실도 깨달았습니다.

이런 와중에 김미순을 양지로 불러낸 것은 한승재와 서인숙의 치명적인 실수로 보입니다. 그들이 백주에 야구방망이와 칼을 들고 설쳐대는 조폭들이 아닌 이상 당당하게 거리를 활보하는 김미순을 어쩌지 못할 것입니다. 어두운 밤을 틈타 김미순을 죽인다고 하더라도, 더 이상 그것은 은밀한 것이 아니게 됐습니다. 


제 생각엔, 김미순을 드러내게 할 게 아니라 숨어있는 김미순을 쥐도 새도 모르게 처치했어야 하는 게 그들이었습니다. 어차피 한승재와 서인숙은 숱한 범죄 경력을 가진 자들입니다. 그런 그들이 한 번 더 야차 같은 범죄를 계획한다고 해서 더 더러워질 것도 없습니다. 그들은 이미 인간으로서의 삶을 포기한 인생들입니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한승재는 그 좋은 머리로 함정을 판답시고 원수의 손에 칼을 쥐어주는 우를 범하고 말았습니다. 그것도 그냥 칼이 아니라 자기 손에 들고 있던 칼을 쥐어주고 만 것입니다. 빈손이 된 한승재와 서인숙, 무얼 가지고 복수의 칼날을 막을 것인지….

그러고 보니, 부전자전. 구마준도 함정을 팠는데, 그 함정에 빠진 김탁구는 어떻게 됐을까요? 기연을 얻었습니다. 코로 냄새를 못 맡게 되고 입으로 맛을 느낄 수 없게 된 탁구, 이젠 손의 감각만으로 빵을 만듭니다. 후각과 미각, 거기에다 이제 섬세한 손의 감각까지 익힌 김탁구.

명실상부한 제빵왕의 길로 한걸음 성큼 다가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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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비 정부권

구마준, 과연 미순 엄마의 손에 든 독초병을 막을 것인가, 말 것인가!  

아, 김탁구가 마침내 독초를 먹었습니다. 다행한 것은 마준이가 직접 먹이진 않았다는 것입니다. 독초병을 들고 서있는 마준에게 그게 뭐냐고 팔봉빵집 식구들이 물어보자 엉겁결에 감기약이라고 둘러댔는데, 그걸 양미순의 어머니가 쓰러져 고열로 힘들어하고 있는 탁구에게 먹인 것인입니다.

다행히 아직 한 숟갈밖에 먹진 않았습니다. 문제는 다음 주입니다. 마준이 미순이 엄마를 제지하기만 한다면 당장 미각과 후각이 마비는 되겠지만, 영원히 미각과 후각을 잃는 불행은 피할 수 있겠지요. 마준에게 독초를 판 가게 주인이 말했었지요. "이거 한 병을 다 먹게 되면 영원히 미각과 후각을 잃게 될 수도 있습니다."

마준에게 남아있는 인간성이 최후의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만약 마준이 미순 엄마를 향해 "그거 독초니까 더 이상 먹이면 안 된다"고 제지한다면, 마준의 인간성은 다시 살아날 기회를 얻는 겁니다. 비록 이미 먹은 독초로 인해 탁구가 당분간 미각과 후각이 마비되는 것은 피할 수 없겠지만, 영원한 불행은 막을 수 있습니다.

.... ▲ 쓰러진 김탁구. 감기에 걸린 줄 알고 미순 엄마가 탁구에게 마준이 숨겨둔 독초를 먹이게 된다.


탁구, 결국 냄새와 맛을 잃겠지만 마준의 양심엔 마지막 기회

더불어 구마준은 팔봉빵집 식구들에게 약간의 핀잔은 듣겠지만, 악당으로 매도당할 위기로부터 탈출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만약, 구마준이 이 결정적 순간에 미순 엄마를 제지하지 못하거나 혹은 안 한다면 탁구는 몇 모금의 독초를 더 마시게 되는 불상사가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그리 되면 마준은 팔봉빵집 식구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불신을 안겨줄 겁니다. 특히 진구는 미리부터 마준의 행동을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혹시 마준이가 물병에 뭔가를 타지 않았을까 의심을 품고 살펴보았던 것입니다. 그리고 물병의 물을 모두 씽크대에 쏟아 버렸습니다.

비록 다른 팔봉빵집 식구들은 탁구가 독초병 속의 설빙초를 먹고 미각과 후각을 잃더라도 그것이 마준이 보관하고 있던 독초 때문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탁구는 미순 엄마로부터 약을 받아먹고 잠이 들었고, 한참 후에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미각과 후각을 잃고 힘들어 하겠지만, 그것이 독초 때문인지는 탁구 자신을 포함해 아무도 모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진실은 진구와 더불어 또 한명의 날카롭고 예리한 눈매를 지닌 사람, 다름 아닌 팔봉선생에 의해 밝혀지고야 말 것입니다. 팔봉선생은 마치 모든 것을 다 안다는 투로 보입니다.

.... ▲ 구마준과 신유경은 포옹으로 그들의 거래를 확인하고, 김탁구는 슬픔의 눈물을 흘린다.


게다가 그는 마준이 팔봉빵집 식구들 앞에서 독초병을 뒤로 감출 때 손에 쥔 예의 그 병을 보았습니다. 그것도 아주 유심히. 마치 "마준아, 네가 그걸 정녕 쓸 셈이냐?" 이렇게 속으로 말하면서 말입니다. 아마 마준이 미순 엄마를 제지하지 않는다면 마준은 팔봉선생으로부터 영원히 신뢰를 잃게 될지도 모릅니다.

마준, 너는 이제 어찌 할 테냐?

어쩌면 팔봉선생은 마준의 본성과 정체를 알면서도 기다리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팔봉선생이 14년 전 탁구에게 했던 말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너는 착한 아이가 아닐지도 모르겠구나. 착한 사람은 누구를 미워하거나 해서는 안 되는 거란다." 팔봉선생은 사람에 대한 사랑이 가득한 사람만이 좋은 빵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구마준. 절체절명의 기로에 섰습니다. 그에겐 아직 양심이 남아있습니다. 그의 속에선 끊임없이 양심의 소리가 나쁜 짓을 해선 안 된다고 소리치고 있습니다. 한편에선 욕망과 분노, 좌절감이 그를 몰아세웁니다. 거성가를 가져야겠다는 욕망, 출생의 비밀에 대한 분노, 탁구를 향한 질투심과 좌절이 그의 양심을 마비시킬 듯이 덤벼듭니다.

과연 어떻게 될까요? 미순 엄마가 탁구에게 더 독초를 먹이지 못하도록 제지하게 되면 마준은 탁구가 내민 손을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탁구는 마음이 매우 넓은 친구입니다. 그는 비록 마준이 신유경을 빼앗았더라도 마준을 버리지는 못할 것입니다. 마준의 비아냥거림처럼 형으로서 사랑하는 여자를 포기할 수 도 있는 것이 탁구의 본성입니다.

또는 사랑하는 신유경을 위해 깨끗이 물러설 수도 있을 겁니다. 눈물을 머금고. 마준이 미순 엄마를 제지하는 순간, 마준과 탁구에겐 아직 기회가 남아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마준이 미순 엄마를 제지하지 않거나 못하게 되면, 그때는, 누구 때문도 아니고 바로 마준 스스로 악마의 길로 거침없이 달려가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겁니다.

.... ▲ 시험대에 선 구마준. 어떻게 할 것인가? "마준아, 이제 넌 어찌 할 테냐?"


결국 어떤 선택이든 결정이든 마준이 하게 되어 있습니다. 모든 것은 마준에게 달렸습니다. 마준은 순간의 이 작은 선택으로 인해 마침내 인생에 중대한 결단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가게 되겠지요. 과연 마준은 이 시험대를 어떻게 통과할까요?

마준, 과연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널 것인가?

마준. 미순 엄마를 제지하고 그녀의 손에서 독초병을 빼앗아 탁구를 구할 것인지, 아니면 그냥 모른 척 넘어갈 것인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모두들 마준이 탁구가 내민 손을 잡길 원하고 있을 테지만, 결국 모든 것은 마준의 손에 달렸습니다. 마준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은 현재로선 작가 외에는 아무도 없을 성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마준에게 이 말을 해주고 싶군요. 사실은 팔봉선생이 은밀히 마준을 지켜보며 속으로 뇌까린 말입니다.

"마준아, 이제 너는 어찌 할 테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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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비 정부권
구마준, 참 구제불능입니다. 인간의 사악함이 그 끝이 어딘지 모를 정도로 그의 악행은 거침이 없습니다. 물론 그가 멈칫거리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그도 갈등합니다. 그러나 결국 구마준은 그가 쓸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악행을 저지르고자 합니다.

구마준이 입은 트라우마, 처지, 갈등 이런 것들로 사람들은 구마준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기도 합니다. 거기다 구마준이 탁구에게 독초를 슬까말까 머뭇거리는 장면은 마준에 대한 연민과 동정심을 보이면서도 뭔가 개운치 않은 사람들에겐 좋은 변명거립니다.  

하긴 마준도 인간입니다. 인간인 이상 다른 사람을, 그것도 자신의 형(물론 마준은 탁구가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남일 뿐 아니라 쫓아내야만 할 적이란 사실을 인식하고 있습니다)에게 위해를 가하면서 아무런 감정이 없다면 악마입니다. (악마도 실은 천사였으며 선한 감정이 있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무조건적인 악이란 세상에 없습니다.)

...... ▲ 구마준, 그도 불쌍한 존재처럼 보이지만...그러나 결국 선택은 그의 몫이고, 책임도 그의 것입니다.


구마준이 김탁구에게 저지른 악행은 12살 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간단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번째 악행, 12살 때 김탁구를 도둑으로 몰았음. (김탁구가 결백하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구자경
                  과 지금은 고인이 된 할머니 홍여사 두 사람 뿐임)
두번째 악행, 12살 때 또 다시 김탁구를 도둑으로 몸 (이번엔 구마준이 서인숙의 돈과 패물을 훔쳐
                  써놓고선 그걸 
탁구의 짓이라고 거짓말을 했음. 졸지에 탁구는 절도 전과 2범이 됨)
세번째 악행, 24살 때 팔봉빵집에서 다시 만난 탁구에게 또 누명을 씌움. 이번엔 제빵실을 난장판
                  으로 만들고 반죽
을 훼손시켜 장사를 못하게 한 다음 그걸 탁구가 한 짓으로 만듬.

이렇게 정리를 해놓고 보니 구마준의 악행이란 게 별 거 없군요. 악행의 내용들이 주로 누명을 씌운다는 내용인데, 이런 정도는 주로 초등학생들이 교실에서 미운 아이를 따돌리기 위해 하는 얄미운 수 정도에 불과합니다. 구마준이 알고 있는 비밀 때문에 갖게 된 김탁구에 대한 증오심에 비하면 참 소박합니다.

구마준은 제가 구일중의 친아들이 아니며 생부와 생모가 거성가를 집어삼키기 위해 심어둔, 말하자면 뻐꾸기 새끼란 사실을 이미 12살 때 할머니 홍여사가 폭우 속에 죽어가는 현장을 목격하며 깨달았습니다. 그때부터 구마준에게 김탁구는 공존할 수 없는 적입니다. 그런데 형이라고 부르라니, 개뿔~

그러나 그럼에도 아직은 구마준이 저지른 악행들이 밉기는 해도 그렇게 쳐죽일 정도로 비난 받을 정도의 내용들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제 바야흐로 구마준이 본격적인 악행을 저지르려 하고 있습니다. 독초를 이용해 탁구의 미각과 후각을 마비시킬 생각입니다.

...... ▲ 독초를 쓸까말까? 고민중. 그런데, 팔봉선생님. "나는 네가 하는 일을 다 알고 있어!" 하는 표정, 뭥미?


설빙초. 과도하게 복용하면 영원히 미각과 후각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오, 정말 큰일입니다. 탁구가 걱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탁구는 어쨌든 그 진실된 마음으로 인하여 최고의 제빵사가 될 것이 확실합니다. 탁구는 주인공이고 그게 이 드라마의 스토리니까요. 

그렇다면 무엇이 큰일? 바로 구마준이 큰일이란 겁니다. 탁구는 구마준의 생부인 한승재의 계략에 의해 시력을 잃었던 적이 있습니다. 이번엔 한승재의 아들이 탁구의 미각과 후각을 없애려고 계락을 꾸밉니다. 탁구는 참 복도 많습니다. 한승재에 이어 그의 아들에게까지 시련을 겪습니다.

이건 뭐 대를 이어 악행을 완성하자는 것도 아니고. 결국에는 구마준이 독초를 쓰고야 말겠지만, 그래서 탁구는 미각과 후각을 잃고 맛도 냄새도 느끼지 못하는 불구가 되겠지만, 그러나 탁구는 그 시련을 뚫고 마침내 혀와 코만 갖고 빵을 분별하는 경지를 넘어 새로운 경지에 도달하겠지요.

어릴 때 무협지를 보면 주인공들은 늘 그렇습니다. 낭떠러지에서 떨어져 초죽음 상태에 빠지거나 완전히 무공을 잃어 거의 폐인이 다 된 경험을 하고 난 다음에야, 양맥이 타동되고 오기조원, 등복조극을 넘어 최고의 경지, 곧 입신의 경지에 다다르게 됩니다. 탁구도 이와 비슷한 길을 걷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 ▲ 역시 뻐꾸기 새끼도 뻐꾸기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걸었던 길을 똑같이 가려는 구마준... 비극이네요.


그러나 문제는 역시 구마준입니다. 지금까지 마준이 저지른 악행들은 그저 질투심과 불안감에서 비롯된 치기어린 행동이라 이해받을 수도 있는 것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하고자 하는 일, 독초를 탁구에게 투여하려고 하는 이 무서운 음모는 용서받을 수 없는 악행이며 범죄행각입니다.

마치 종달새의 둥지에서 가짜 어미새(종달새)의 알과 새끼들을 밀어 떨어뜨리고 먹이를 독차지해 받아먹으며 자란 뻐꾸기가 다 자란 다음에는 어미새의 울음소리를 따라 떠나고야 마는 뻐꾸기처럼, 구마준도 그렇게 운명처럼 지워진 길을 따라 가게 될까요?

아직까지는 그래도 구마준에겐 용서의 여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독초라는,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려는 마준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제발 마준이 마음을 바꾸어 최악의 선택만은 말아 줄 것을 부탁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간곡한 마음으로, 이 정도에서 멈추어주길….

...... ▲ 악! 딱 걸렸네. 구마준과 신유경의 밀회(거래?) 장면을 본 미순이, "이거 좋아해야 돼, 슬퍼해야 돼?"


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구일중을 위해 한마디만 더 변호를 하고 가야겠습니다. 구일중이야말로 최고의 악인이 아니냐고 하시는 분들이 꽤 있는데, 그건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구일중이야말로 이 드라마에서 마준과 더불어 최고 불쌍한 사람 중에 한 명입니다. 그가 차갑게 나오는 것은 아마도 하나의 연출 효과를 노린 것이리라 봅니다.

어머니를 누군가에 의해 (그것이 미필적 고의든, 사고였든) 살해당해 잃었으며, 하나밖에 없는 아들은 납치유괴, 폭력, 인신매매, 살해 등 갖가지 위협에 시달리고 있는데 그가 너무나 온화한 표정으로 나온다면 정말 안 어울린다는 생각이 듭니다. 게다가 어떤 분의 진단처럼 마준이의 출생의 비밀까지 알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그렇다면 구일중이야말로 너무나 비참한 인간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그는 아직 한승재와 서인숙이 벌인 어머니와 아들에 대한 살인 음모에 대해 모르고 있는 것이 확실합니다. 알았다면 두 사람을 절대 가만 놔두지 않았을 겁니다. 그게 상식이죠. 이제 오늘 누군가가 자기마저 죽이려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겠지요.

그리고 곧 모든 전모를 알게 될 겁니다. 그때 구일중의 심정이 어떨까요? 분노로, 찢어지는 심장의 아픔을 견디지 못하고 거성가가 무너질 정도로 고통스런 비명을 지르게 되지 않을까요?
으아~~~~~~~아악, 하고 말입니다.
Posted by 파비 정부권
제가 구일중을 위한 변명으로 <구일중은 과연 나쁜 아버지인가?>를 썼더니, 많은 분들이 비판적인 의견을 보내주셨습니다. 주로 서인숙에 대한 비판이 너무 편파적이란 의견이었습니다. 아마도 많은 분들이 서인숙의 불륜과 구일중의 불륜이 뭐가 다르냐고 하시는 것 같습니다.

구일중이 먼저 김미순과 불륜관계를 가졌으니 서인숙이 한승재와 불륜관계를 갖는 게 무에 그리 대수냐고 할 수도 있습니다. 먼저 불륜을 만든 것은 구일중입니다. 그러니 원인제공을 한 것은 구일중이므로 서인숙은 그보다 잘못이 적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요? 다음뷰 통계를 살펴보았더니 주로 제 블로그 글(<구일중은 과연 나쁜 아버지인가?>)을 보신 분들은 여성들이 70%로 압도적이었습니다. 연령대를 보니 3~40대가 60%에 달했습니다. 즉, 3~40대 여성층이 주로 제 블로그를 보셨다는 얘기입니다. 비판적 의견이 주로 많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성들이 보는 서인숙과 구일중의 불륜에 대한 시각차 
 
 
또 다른 한편 생각해 보면 이 연령대는 1965년에 일어난 구일중과 서인숙 그리고 김미순과 한승재의 얽히고 섥힌 불륜관계의 배경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할 만한 분들이기에 비판 의견이 많은 만큼 이해의 폭도 넓을 것이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래도 3~40대의 여성들이란 소위 386세대로 불리던 소위 진보적인 계층으로서 가족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구일중에 대한 변호를 그리 고운 시선으로 볼 수만은 없었을 것입니다. 사실 이 부분, 부모의 불륜관계로부터 김탁구와 구마준의 갈등관계를 만들어내려던 시도는 실수입니다. 

좀 더 다른 방법을 고안했어야 한다는 것은, 지금 애매하게도 서인숙과 한승재의 범죄행각에 대한 비난의 칼날이 무뎌지고 있다는 데서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두 사람이 구일중의 어머니를 (미필적 고의로) 살해했으며, 김미순, 김탁구의 살인미수사건과 아동 약취유인 혹은 인신매매의 죄를 범했다는 사실을 간과하기까지 합니다. 

이 모든 부조리의 배경에는 구일중이 김미순과 벌인 불륜이 있습니다. 자, 구일중은 그럼 왜 김미순과 불륜을 저질렀을까요? 사실 1960년대에 구일중 같은 재벌이 저지르는 이런 따위의 행각들을 불륜이라고 하는 경우는 현실적으로 없습니다. 우리는 자주 TV 뉴스 화면에서 모 재벌 회장의 불륜의 자식들이 활약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면서 그들의 아버지가 저지른 불륜행각에 대해 분노한 적이 단 한번이라도 있었던가요? 저도 곰곰 생각해 보니 그런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알게모르게 그 때 그 사람들의 사생활 방식에 대해 그저 그럴 수 있는 일이다 정도로 용인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구일중의 불륜으로 인해 서인숙의 범죄행각이 희석돼

구일중 회장이 그 모 재벌 회장님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 모 재벌 회장님은 저 멀리 우리 손이 닿을 수 없는 다른 세계에 있는 데 반해 구일중은 우리와 같은 공간에서 같이 숨 쉬며 살아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모 재벌 회장의 불륜은 당연한 것처럼 여기면서도 구일중은 용서하기가 어려운 것일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시대적 배경 기타 등등 감안할 수 있는 요소들을 빼버리고 오늘날을 사는 우리의 시각으로만 보자면 구일중의 불륜이나 서인숙의 불륜은 하등 차이가 없습니다. 아니, 오히려 서인숙의 경우엔 남편의 바람에 맞서 맞바람을 피운 것이므로 원인제공자 구일중에 비해 선처의 여지가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금껏 드라마를 눈여겨보신 분들이라면, 이것도 물론 어디까지나 저의 주관적 견해에 불과하긴 합니다만, 구일중과 서인숙의 불륜에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을 아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그 때문에 구일중의 불륜이 매우 괘씸하면서도 구일중을 위한 변명과 서인숙을 향한 매서운 비난을 앞서 포스트에서 했던 것입니다. 

그럼 지금부터 구일중과 서인숙이 저지른 불륜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살펴보도록 할까요? 구일중의 불륜은 우발적이었던 데 비해, 서인숙의 불륜은 계획적인 것이었습니다. 구일중이 김미순과 관계를 가질 동안 서인숙은 서너 달이 넘게 집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요양이었습니다만, 좀 심했다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이는 다분히 남자로서의 불평이고, 여자의 처지에서 보면 그 정도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산후조리를 위해 친정에 가 있었을 수도 있고 그 기간이 서너 달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길어도 무방한 일입니다. 심지어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친정에서 아이를 낳고 키워 아이가 장성한 후에야 시댁으로 들어가는 풍속도 있었습니다. 

서인숙의 불륜은 용한 점쟁이의 점괘 때문?

서인숙은 돌아오자 곧 김미순의 임신 사실을 알고 한승재를 시켜 낙태를 시키도록 사주합니다. 그러나 김미순은 산부인과 뒷문을 통해 탈출해 멀리 도망가고 맙니다. 강제 낙태를 시키는 데는 실패했지만, 김미순을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추방하는 데는 성공했습니다. 

서인숙은 여기서 멈춰야 했습니다. 하지만 서인숙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청평 별장으로 한승재를 부른 서인숙은 그와 불륜관계를 시도했습니다. 이를 거부하는 한승재에게 서인숙은 외칩니다. "당신은 자존심도 없어요? 사랑하는 여자를 빼앗기고도 그 사람의 수족이 되고 싶은 건가요?"

어릴 때 고아가 된 한승재를 거둔 것은 구일중의 어머니 홍여사였습니다. 한승재는 구일중과 형제처럼 지냈다고 합니다. 그런 한승재로부터 구일중이 사랑하는 여자를 빼앗았다고 서인숙이 증언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무슨 말일까요? 한승재는 은인에 대한 충성심 때문에 아무 말도 못하고 수족 노릇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여기에 대해 더 이상의 정보는 없습니다. 언젠가 비밀이 밝혀지겠지요. 결국 한승재는 서인숙의 유혹에 넘어갔습니다. 서인숙의 속셈은 따로 있었습니다. 그녀는 어떤 용한 점쟁이가 가르쳐 준 예언(?), 곧 서인숙은 구일중에게선 아들을 얻을 수 없으며 다른 남자를 통해야만 아들을 얻을 수 있다는 점괘를 믿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다시 서너 달이 지난 시점 청평 별장에서 마주 한 두 사람. 서인숙이 말합니다. "이 배를 만져봐. 여기에 우리 아이가 있어. 세 달 됐어. 반드시 아들을 낳을 거야. 나는 이 아이를, 우리가 만든 이 아이를 거성가의 주인으로 만들어 주겠어. 우리의 아들이 거성가를 물려받는 거야."

우발적인 구일중의 불륜과 계획적인 서인숙의 불륜의 차이

구일중과 김미순의 불륜이 다분히 우발적이고 즉흥적인 것이었다면, 서인숙과 한승재의 불륜은 철저한 계산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라는 점이 다른 것입니다. 게다가 서인숙은 이 불륜의 결과로 아들을 얻게 되자 그 아들의 지위를 지키기 위해 2차, 3차의 범행을 계획합니다.

그리하여 아시는 바와 같이 홍여사는 비명에 갔으며, 김미순은 실종됐고, 김탁구도 원양어선으로(김탁구가 극적으로 도망쳤습니다만) 팔려갔습니다. 이건 비유하자면 마치 길가다 어깨를 슬쩍 부딪쳤는데 그에 대한 보복으로 깊은 산속으로 납치해 살해하는 것(실제 이런 사건이 있었습니다)과 다를 바 없습니다.

법의 잣대로도 우발적인 범행과 계획적인 범행은 같은 결과에도 불구하고 양형에 많은 차이가 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문제는 서인숙과 한승재는 우발적인 불륜 이후에도 이 사실을 감추기 위해 그리고 그 목적을 완성하기 위해 계속해서 연쇄적으로 새로운 범행을 계획하고 시도했다는 것입니다. 이를 다시 정리해서 나열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1. 강제낙태미수사건 ...................... (대상: 김미순)
2. (미필적고의)살인사건 ................ (대상; 홍여사)
3. 아동약취유인미수사건 ................ (대상; 김탁구)
4. 인신매매사건 ............................ (대상; 김탁구)
5. 강간및살인미수사건 ................... (대상; 김미순)
6. 살인미수사건1(조폭동원) ............ (대상; 김탁구)
7. 살인미수사건2(가스폭발) ............ (대상; 김탁구)
8. 기타 예비음모중 ........................ (대상; 김탁구, 김미순)

구일중의 잘못은 분명합니다. 저는 처음에 서인숙이 애처로웠습니다. 혹여 그녀가 <미워도 다시 한번>의 신파역이 되지 않을까 걱정했습니다. 그녀가 과감하게 그걸 차버리자 환호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아니었습니다. 그녀는 당당한 자유부인에 머물지 않고 악녀로 변신했습니다. 게다가 그녀는 천박한 부르주아였습니다.
 
서인숙에게도 변명의 여지는 있지만

그녀의 눈에는 가진 것이 없는 서민들은 천민들입니다. 그녀가 신유경을 노골적으로 미워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신유경이 딸 자림이의 친구란 사실도 참을 수 없었지만, 희망의 모든 것이요 삶의 목표라 할 마준과 엮인다는 사실은 참을 수 없는 모욕입니다. 그녀는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아들을 못 낳아 시어머니로부터 구박 받는 며느리란 사실만으로(사실 아이를 낳고 집에도 안 들어가고 서너 달 만에 나타나는 며느리가 구박 받았다고 말하는 것이 좀 어색하긴 합니다만), 남편의 사랑에 소외된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서인숙을 이해하기엔 그녀가 펼쳐놓은 악마의 뿌리는 너무나 참혹합니다.

그녀는 돈이면 무엇이든 가능하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신유경을 자취방에서 쫓아낸 것도 돈이었으며, 경찰서에 잡혀간 구자림을 빼내온 것도 돈이었고, 곧 팔봉빵집을 곤경에 빠뜨릴 무기도 돈입니다. 그녀의 정부이며 하수인인 한승재도 그리 생각하기는 마찬가집니다. 그도 모든 범행을 돈으로 처리했습니다.


물론 서인숙에게도 변명의 여지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시어머니가 그토록 아들 아들 하지만 않았어도, 남편이 조금만 자기를 사랑해줬더라도, 김미순에게 애를 가지게만 하지 않았더라도 이렇게 무섭게 변하지는 않았을 것이란 그녀의 변명은 얼마든지 공감도 가고, 불쌍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녀는 충분히 위로받을 만합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그녀의 불륜이 용서될 수 있다거나 그런 것은 아닙니다. 그녀의 불륜은 불륜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그릇된 야심을 달성하기 위해 범죄의 도구로 이용됐습니다. 그녀의 불륜은 날카로운 칼입니다. 이 칼에 많은 사람들이 다쳤습니다. 한승재와 구일중, 김탁구 그리고 비명에 죽어간 홍여사. 

서인숙이 저지른 계획된 불륜의 최대 희생자는 구마준

그러나 누구보다 그 불륜으로 낳은 아들 구마준에게 서인숙은 씻을 수 없는 죄를 저지른 것입니다. 서인숙이 세운 불륜 계획의 최대 피해자는 바로 그녀가 그토록 사랑해마지 않는 아들 구마준입니다. 아들에게 치명적인 트라우마를 안긴 것은 물론 무엇보다 부모가 저지른 범죄의 공범자 의식을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구일중은 우리에겐 부모 세대에 해당하는데, 그의 차갑다거나, 자상함이 모자란다거나, 부부간에 애정표현이 지나치게 부족한 것들은 저로서는 어느 정도 이해가 갑니다. 사실 우리 집도 그랬으니까요. 우리 세대의 아버지들은 지나치게 권위주의적이었으며 가부장적인 독선에 길들여져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구일중이 잘했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구일중의 죄와 서인숙의 죄를 같은 반열에 올려두고 무게를 달기는 곤란하지 않겠는가, 그런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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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일중을 위한 변명
















이거 언젠가 서인숙을 위한 변명을 쓰려고 했더니만 엉뚱하게도 구일중을 위한 변명을 쓰게 됐습니다. 이건 상상도 못한 일이었습니다. 대체 구일중이 왜 변명이 필요할까? 그러나 <김탁구>가 후반으로 흘러가면서 구일중에 대한 비판들이 쇄도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말하자면 이런 것들입니다. 구일중, 네가 한 것이 뭐 있냐, 너는 남편으로서의 책무도 다하지 못했다, 아버지로서 아들에게 사랑도 베풀지 못했다, 탁구에게도 14년 동안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으며 마준에게도 냉랭한 아버지였다, 너는 정말 자격 없는 남편이요 아버지다, 라고 말입니다. 

맞는 말씀들입니다. 구일중은 어떨 땐 정말 이해하기 힘든 남자입니다. 그는 사람과 대화하기가 싫은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 없습니다. 웃지도 않습니다. 유일하게 김탁구를 보면 웃습니다. 탁구가 누군지 모를 때도 마치 흐르는 피가 만든 전기장에라도 이끌리듯 그는 탁구에게 다가섭니다. 

아, 생각해 보니 돌아가신 어머니 홍여사에게도 그는 따뜻한 아들이며 효자였군요. 김미순에게도 미안한 마음 때문이었든지 따스한 웃음을 보냈었지요. 그러나 그는 부인 서인숙을 대할 때면 마치 무슨 야차라도 만난 듯 경직됩니다. 대체 서인숙과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이 두 사람은 사이에 딸 둘에 아들 하나를 둔 명실상부한 부부입니다. 그런데도 그는 서인숙에 대한 애정이 전혀 없는 사람처럼 보입니다. 오히려 그는 서인숙과 마지못해 살고 있어 매우 괴롭다는 표정입니다. 서인숙이 둘째 딸 자림을 낳았을 때, 병원에 들르지 않은 구일중을 보고 사람들은 남아선호사상 때문 아니냔 비판들이 많았습니다. 

........ △ 구일중


그럴 수도 있습니다. 아마도 구일중은 첫째 딸 자경이 태어났을 때도 병원에 가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럼 구마준이 태어났을 땐 어땠을까요? 그땐 병원에 가서 "오, 드디어 나도 아들을 얻었구나!" 하면서 함박웃음을 지었을까요? 그러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마준이 태어나던 장면을 보여주지 않았으니 아무도 알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분명 구일중은 그때도 출장을 또는 일을 핑계로 병원으로 가지 않고 차를 다른 곳으로 돌렸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된 데에는 우리가 보지 못했고 알지도 못하는 뭔가 큰 비밀이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구일중의 어머니 홍여사가 죽기 전에 미순을 만나 그렇게 말했던 것이 (완전하지는 않지만) 기억납니다. 

"내가 큰 잘못을 저질렀구나. 원래 일중이는 너와 결혼해 살았어야 하는 건데. 이게 다 이 늙은이의 욕심 탓이다. 이제 후회해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미순아, 용서해다오."     

그리고 홍여사는 김미순에게 쌍가락지와 통장을 건네주었지요. 이때 저는 '아, 구일중은 원하지 않는 결혼을 억지로 떼밀려 했던 모양이구나. 김미순과는 어릴 적부터 한 집에서 살면서 사랑을 키웠던 사이였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홍여사가 그랬거든요. 부모 잃은 어린 김미순을 자기가 거두었다고. 

어쩌면 이런 가정도 가능합니다. 구일중은 김미순을 사랑했습니다. 그런데 서인숙이 자기를 원한다며 대시합니다. 서인숙은 재력 있는 가문의 딸입니다. 홍여사는 이런 구일중에게 서인숙과 결혼하라고 강요합니다. 구일중은 아시다시피 세상에 둘도 없는 효자입니다. 그는 어머니의 말을 거역하지 못했을 겁니다. 

이들 사이에 또 다른 하나의 인물이 있습니다. 한승재. 그는 구일중의 어릴 적 친구입니다. 어렵게 자란 그는 홍여사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대학도 무사히 마치고 거성식품의 비서실장이 됐습니다. 그에겐 사랑하는 여자가 있었습니다. 바로 서인숙이 그녀입니다. 

한승재는 어쩌지 못했을 것입니다. 구일중은 친구이긴 하지만 이제 자기가 모셔야 할 직장 상사요, 거성가의 회장입니다. 그런 구일중이 서인숙과 결혼한다고 합니다. 게다가 한승재는 은인인 홍여사를 배반할 수도 없습니다. 아마도 그때까지만 해도 그는 거성가에 영원히 충성을 맹세한 상태였을지도 모릅니다. 

........ △ 서인숙


서인숙과 구일중의 결혼은 정략결혼이었을 겁니다. 2년 전, 그러니까 12년 만에 탁구가 나타났을 때 거성가에서는, 거성 창립 30주년 축하 파티가 열렸었던 거 기억나십니까? 계산해 보면 구일중과 서인숙이 결혼한 시점이 30년 전과 일치함을 알 수가 있을 것입니다. 구자경이 지금 몇 살쯤 됐을까요? 아마 서른 살쯤 됐을 겁니다.


구일중이 그토록 서인숙을 미워하는 데에는 어떤 연유가 있을 것입니다. 둘의 결혼에 뭔가 모르는 비밀이 숨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니, 어쩌면 서인숙이 꾸민 계략이 있었을지도 모르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구일중이 서인숙과 결혼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서인숙이 한승재에게 이렇게 말했었지요. 

"사랑하는 사람을 친구에게 빼앗긴 그 심정, 내가 누구보다 잘 알아." 

이 말은 두 사람이 청평의(?) 별장에서 불륜을 시작하기 전에 나눈 대화입니다. 이 말 한마디에 한승재의 은인을 향한 충성심은 무너졌습니다. 그리고 둘은 그들만의 완벽한 동맹의 결과물을 얻었습니다. 그게 바로 구마준입니다. 두 사람은 같은 목표가 생겼습니다. 구마준을 거성식품의 회장으로 만드는 것.   

이 두 사람의 천인공노할 악행은 이때부터 시작됐습니다. 서인숙은 한승재에게 임신한 김미순을 제거할 것을 명령했습니다. 둘은 사실상 부부이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만, 서인숙은 여전히 상전처럼 행세합니다. 한승재는 가끔 그게 무척 자존심 상할 때도 있지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1차 김미순 제거 계획은 실패했습니다. 한승재에게 아직 인간적인 양심이 남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김미순을 죽이려던 한승재는 멀리 도망가서 절대 나타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고 김미순을 놓아줍니다. 12년 후에 다시 2차 김미순 제거 계획이 실행됩니다. 그러나 이 또한 구일중이 보낸 바람개비에 의해 실패합니다. 

그러자 이번엔 이들 동맹의 직접적인 목표물, 김탁구를 제거할 계획을 세웁니다. 김탁구를 원양어선에 팔아넘기기로 한 겁니다. 한승재는 엄마를 만나게 해줄 테니 둘이 멀리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말라고 하며 김탁구를 속입니다. 그러나 이 또한 마지막 순간에 김탁구의 재치로 실패하고 맙니다.

이후 김탁구와 김미순은 12년 동안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김미순은 실종 됐으며, 김탁구는 원양어선에 팔려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사주를 받은 자들이 김탁구를 놓쳤다는 보고를 따로 했을 리가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스물네 살이 된 김탁구가 다시 나타났습니다. 이런…. 

........ △ 한승재


한승재는 다시 김탁구 제거 계획을 세웁니다. 이번엔 조폭들을 고용했습니다. 교외의 인적 없는 창고에서 만난 한승재와 김탁구. 조폭들로부터 무차별 구타를 당해 기진맥진한 김탁구에게 조롱하듯 쓴웃음을 날린 한승재는 조용히 처리하라 지시하고 자리를 뜹니다. 조용히 처리하라? 죽여 없애란 뜻이겠지요. 


물론 우리의 주인공 김탁구는 죽지 않았습니다. 승합차에 실려 어디론가 끌려가던 김탁구, 역시 기발한 재치를 발휘해 탈출에 성공했습니다. 탈출하지 못했다면 틀림없이 한강에서 물고기밥이 될 운명이었습니다. 그 이후에도 한승재의 김탁구 죽이기는 계속됐습니다. 가스폭발사고. 치사하게도 빵 반죽에 소다 타기까지.  

이번엔 서인숙의 공격이 시작될 참입니다. 드디어는 서인숙도 김탁구가 원양어선에 팔려간 것이 아니라 바로 코앞에 살아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지금 그녀는 영원한 동맹자요 비밀 공유자인 한승재를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원래 죄 지은 자들은 의심이 많은 법입니다. 그래서 그녀는 단독행동을 하기로 마음 먹나봅니다.  

그녀의 수는 좀 색다릅니다. 김탁구가 몸담고 있는 팔봉빵집을 공격하는 것입니다. 팔봉빵집을 타격하면 김탁구가 쓰러질 것으로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여기엔 또 다른 목표도 있습니다. 구마준을 빨리 팔봉빵집에서 빼내 거성식품에 앉혀야 하는 것입니다.

자, 그런데 여기서 모두들 간과하는 중요한 한 가지가 있습니다. 구마준입니다. 구마준은 제 생부 한승재와 서인숙이 홍여사를 죽음으로 몰고 간 현장을 목격했습니다. 게다가 마준은 죽어가는 할머니에게 거래를 제안했습니다. 빨리 병원으로 옮길 생각은 하지 않고 그 폭우 속에서 자기 어머니를 용서하면 할머니를 구해주겠노라고 제안한 것입니다.

........ △ 구마준


구마준은 또 김탁구를 도둑으로 몰았습니다. 할머니의 죽음에 그의 생부와 생모 그리고 자신이 관여돼 있다는 사실에 불안과 초조, 양심적 갈등에 시달리던 그는 결국 자기가 훔친 서인숙의 패물과 돈을 김탁구가 훔쳤다고 누명을 씌움으로써 양심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서인숙, 한승재와 공범이 되는 길을 택한 것입니다.

마준은 서인숙과 한승재가 김탁구에게 벌인 일들을 잘 알고 있습니다. 팔봉빵집 제빵실 사고의 범인이 한승재란 사실도 알고 있습니다. 그는 서인숙과 한승재가 김탁구를 제거하기 위해 벌인 갖가지 악행들을 낱낱이 알고 있는 듯이 보입니다. 한승재를 찾아가 말하지요. "아저씨는 절대 나서지 마세요. 김탁구는 내가 해결해요."

구일중을 위한 변명을 쓰겠다고 해놓고 구마준 부자와 모자를 욕하는 것으로 귀결되고 말았군요. 그러나 아무튼 그렇습니다. 구마준, 서인숙, 한승재 이 세 사람의 은밀한(!) 가족은 도저히 용서받을 수 없는 악행을 저지른 사람들입니다. 구마준은 특별히 용서받을 수 있을까요? 그는 어렸고, 제 의도가 아니었으니까.

그렇더라도 구마준 역시 양심의 비난은 피할 수 없습니다. 그는 눈앞에서 죽어가는 그의 할머니를 구하기보다 '약속'부터 해달라고 졸랐습니다. 그러면 구해주겠다고. 만약 탁구였다면 어떻게 했을까요? 당장 달려가서 쓰러진 할머니부터 보살폈겠지요. 너무나 놀라운 비밀에 충격 받아 그런 거라 이해해야 한다구요? 그래도 글쎄요, 어떤 무엇보다 사람의 생명이 먼저 아닐까요?

만약 구일중이 구마준에게 따스하게 대해주었더라면 상황은 달라졌을까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랬더라도 여전히 구마준의 가슴속은 양심을 저버린 행위에 대한 두려움과 분노로 고통 받았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정말 용서할 수 없는 악마이겠지요. 인간이라면 그건 불가능한 일입니다. 

왜 탁구에게는 따뜻하게 대해주면서 자기에게는 그러지 않느냐는 마준에게 구일중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대충)

"너는 26년 동안 내 밑에서 부족한 것 없이 모든 것을 누리며 살았지 않느냐. 그러나 탁구는 전혀 그렇지 못했다. 나는 탁구에게 아무것도 해준 게 없어. 너는 마음껏 부를 수 있는 아버지란 소리도 탁구는 하지 못하고 회장님이라고 불렀다. 그런 탁구가 너는 불쌍하지도 않느냐."

........ △ 김탁구


저는 그 말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26년 동안 단 한 순간도 제대로 아버지 노릇을 못한 탁구에게 더 잘해주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걸 이해 못하는 구마준이야말로 이해할 수 없는 인간입니다. 구일중이 구마준에게 얼마나 더 잘해주어야 하는 것입니까? 그만하면 어떤 아버지보다 잘해 준 것 아닐까요?

아버지로서의 따스한 부성애? 물론 그 지점에서는 저도 불만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구일중이나 홍여사는 모두 자식 키우는 데 남다른 철학이 있다, 무조건 껴안아주기보다 회초리로 사람을 만들어야 한다, 뭐 이런 철학. 죽은 홍여사가 마준의 종아리에 피가 나도록 회초리를 때린 걸 보십시오.

그럼 홍여사도 마준이 자기 핏줄이 아닐 걸 알고 그랬을까요?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홍여사가 손자를 얼마나 기다렸는데요. 홍여사와 구일중 모자는 확실히 서인숙과는 다른 부류인 것만은 틀림없습니다. 서인숙의 아들 사랑은 그들과는 정반대입니다. 서인숙의 자식 사랑은 거의 맹목적입니다.

하지만 탁구에게는 너무 친절한 거 아니냐고요? 맞습니다. 그렇지만 탁구는 너무 고생했잖아요. 26년 동안 구일중과 산 것은 단 몇달뿐이었지 않습니까? 그럼 왜 탁구를 안 찾았냐고요? 찾았겠지요. 왜 안 찾았겠습니까. 그리고 하나 더 말씀드리면, 어쩌면 이런 것도 있었을지 모릅니다.

구마준에게선 왠지 피끌림이 없는데 탁구에게선 그런 것이 있다. 저는 구일중이 구마준이 자기 아들이 아닐 거라고 생각도 못하는 것 자체도 실은 좀 의아하기도 합니다. 하긴 모르는 게 당연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구마준은 자기와는 전혀 관계 없는 사람입니다. 닮은 데가 한군데도 없을 것이란 말이죠.

외모를 보면 무언가 다르다는 것을 느꼈을 텐데, 그냥 돌연변이겠거니 그렇게 생각했을까요? 우스갯소리 하나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아들이 왜 아빠를 닮을까? 그건 생존본능 때문이다. 엄마는 자기 뱃속에서 10개월 동안 함께 한 일체감이 있지만, 아버지는 그런 게 없다. 만약 닮기라도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아빠의 사랑을 얻을 수 있을까?

뭐 우스개소리이긴 하지만 영 근거없는 이야기는 아닌 듯이 들리기도 합니다. 아무튼 구일중은 피해자이지 나쁜 아버지 소리를 들을 만큼 크게 잘못한 일은 없다고 생각됩니다. 자상한 아버지가 못된 것? 사랑스런 남편이 되지 못한 것? 만약 그랬다면 저로선 닭살이 돋았을 것이며 구일중이 한없이 불쌍해졌을 것입니다.

........ △ 한승재와 서인숙


어떻게 들리실지 모르겠지만 구일중에게 서인숙과 한승재는 원수입니다. 그리고 구마준은 원수의 자식입니다. 그리고 구일중의 어머니 홍여사가 죽게 되는 배후에는 바로 이 구마준의 존재가 있는 것입니다. 홍여사는 구마준 때문에 죽은 것이죠. 그리고 구마준은 그렇게 죽어가던 홍여사에게 거래를 제안할 정도로 차갑고 이기적인 인물이었습니다.  


홍여사가 비명에 간지 14년이 지났습니다. 1년만 지나면 홍여사 살인사건의 범인들은 공소시효가 만료돼 자유의 몸이 됩니다. 서인숙과 한승재는 홍여사 살인범들입니다. 직접 흉기로 홍여사를 살해하진 않았지만 쓰러지게 만들었고, 폭우 속에 의식을 잃은 홍여사가 죽을 줄을 알면서 방치했습니다.

이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 분명합니다. (물로 저 혼자 생각입니다. 저는 판검사가 아닙니다.) 제 어머니의 원수와 14년 동안 한집에 살았단 사실을 알게 됐을 때 구일중의 심정이 어떨까요? 그의 가슴을  찢어지고 말 것입니다. 그리고 그 원수들이 자기 아들마저 죽이려고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또 어떻게 될까요?

이런 구일중에게 대체 무얼 더 바랄 수 있을까요? 나쁜 남편에 나쁜 아버지라고 돌을 던질 수 있을까요?

........ △ 구일중


저는 하루 빨리, 공소시효가 끝나기 전에 한승재와 서인숙의 손에 쇠고랑이 채워지는 걸 보고 싶습니다. 최소한 10년 이상의 징역형은 받게 되겠지요? 그래야 되는 거 아닌가요? 만약 최종 결말이 또 무슨 화기애애, 해피엔딩 이러면서 과거는 용서하고 어쩌고 이리 되면 저는 정말 돌아버릴 것 같습니다.


그래도 구마준은 용서해주자고요? 저는 구마준도 용서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구마준이야 뭔 잘못이 있겠느냐, 다 부모 잘못 만난 죄가 아니겠느냐 그러신다면 재고해 볼 생각은 있습니다. 하지만 그 역시 자기가 저지른 죄에 대한 일정한 대가는 치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세상에 정의는 살아있다 이리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들이 무슨 전두환, 노태우 같은 전직 대통령도 아니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너무 관대한 게 좋으면서도 탈이란 생각을 할 때가 가끔 있습니다. 아무튼 저는 구마준에 대해 구일중과 같은 생각입니다.

"내가 너를 어찌 용서해야 할지 알 수가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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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비 정부권

마준에게 가장 두려운 존재???

구마준도 두려워하는 것이 있었군요. 구마준이야말로 소위 '겁대가리 없는' 녀석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런 구마준에게도 무서운 존재가 있었습니다. 바로 구일중. 세상 누구보다도 가깝고 자상한 아버지를 무서워하는 것입니다. 물론 세상 아이들은 대부분 엄마보다 아빠를 무서워합니다. 


엄마는 늘 잔소리도 많이 하고 귀찮게 하는 존재지만 무섭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어딘지 모르게 무서운 데가 있습니다. 별로 잔소리도 하지 않고 용돈도 척척 잘 주는데도, 원하는 게 있으면 무엇이든 다 들어줄 것처럼 자상한데도 왠지 아버지란 존재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산 같습니다.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아는 것입니다. 어느 날, 아이들에게 그렇게 관대하기만 해서 어쩔 것이냐고 타박하는 엄마의 등살에 못 이겨서, 또는 진짜로 화가 난 아버지가 버럭 소리라도 지르게 되면 아이들은 쥐죽은 듯이 조용해지는 것입니다. 그제야 엄마도 느끼는 것입니다. 역시 우리 남편 힘이 나보다 세군, 하고 말입니다. 
  

▲ 2년 동안이나 탁구의 존재를 숨긴 데 대해 열심히 변명하는 구마준. 표정이 실로 절절하다. 그러나 구마준이 숨기고 있는 것은 그것만이 아니란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구일중의 어머니 홍여사의 죽음에 대해서도... 좀 과격하게 따지고 들자면 이들은 원수지간이라고 해도 별로 틀리지 않을 듯. 결국 홍여사의 죽음은 구마준(이란 존재) 때문이니까.


구마준이 구일중을 두려워하는 것은 아버지의 위엄 때문이 아니다

그러나 구마준이 아버지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그런 차원이 아닌 것 같습니다. 위에 든 아버지의 무서움이란 그저 여름 한낮에 잠깐 스쳐가는 벼락이며 소나기 같은 것입니다. 소나기가 멎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아이들은 아버지의 어깨며 등짝을 괴롭힐 것입니다. 구마준이 두려워하는 것은 그런 아버지가 아닙니다. 


구마준이 두려워하는 구일중은 아버지로서의 구일중이 아니라 거성식품 회장으로서의 구일중인 듯합니다. 아마도 구마준은 어쩌면 거성식품의 후계자가 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늘 떨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겉으로는 탁구를 이겨 보이겠다는 결심을 말하지만, 실은 탁구에게 자기 것을 빼앗길까 두렵습니다. 

처음에는 구마준의 막나가는 행동들이 김탁구에 대한 질투나 열등감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오늘 드라마를 보면서 꼭 그런 것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구마준은 두려웠던 것입니다. 그는 가질 수 있는 것을 가지지 못하게 될까봐 무척 초조하고 불안한 것입니다.  

그것은 구마준이 아무도 모르는 비밀을 갖게 되면서부터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한승재와 서인숙만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비밀, 구일중의 어머니 홍여사를 죽음으로 몰고 간 폭풍이 몰아치던 날 밤의 비밀을 마준도 알고 있습니다. 그 이전의 마준은 신경질적이고 거만하며 이기적이긴 했어도 두려움은 없었습니다. 

아니, 그는 두려울 것이 없는 존재였습니다. 그러나 제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순간, 제 아버지가 구일중이 아니라 한승재 비서실장이란 사실을 알게 된 순간부터 구마준은 두려움의 포로가 되었습니다. 오래된 영화 <스타워즈>에서 제다이들의 스승 요다가 말했었지요.

분노와 파괴의 원천, 두려움

"두려움은 분노를 낳고, 분노는 파괴를 낳고 결국 자신을 파멸시킨다!" 

▲ 회사까지 찾아가 무릎을 꿇고 사정하는 구마준, 이 모습이야말로 확실히 두려움의 포로란 증명 아닐까?


실로 구마준에게 딱 들어맞는 말이 아닙니까? 구마준의 두려움은 지금 분노로 바뀌고 있습니다. 그리고 서서히, 그러다가 급속하게 주변을 온통 파괴의 소용돌이에 몰아넣고 말 것이 분명합니다. 그리하여 마침내는 자신마저 파멸로 이끌게 되는 것으로 결말을 맺는 것이 바로 두려움의 실체인 것입니다.

그럼 두려움이란 왜 생기는가? 욕망 때문입니다. 인간의 욕망. 구마준으로 말하자면 거만하고 신경질적이며 이기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살아도 되는) 토대가 되는 부와 권세. 바로 그것 때문에 욕망은 생기는 것이고, 그 욕망을 잃을까봐 두려움이 생기는 것입니다. 그래서 마준은 구일중이 그토록 두려운 것입니다.

"너를 어찌 용서해야 할지 알 수가 없구나!"

구일중의 이 한마디는 마준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갔습니다. 마준이 구일중에게 "경합에서 그 녀석을 보기 좋게 이기고 나면 모든 것을 다 아버지에게 말할 참이었어요" 하고 변명한 것은 거짓말이었을 겁니다. 나중에 자기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제 아내인 서인숙과 오랜 친구요 비서실장 한승재까지 김탁구가 팔봉빵집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 속였다는 사실을 구일중이 알게 된다면….

아무튼 마준은 구일중 앞에 달려가 무릎을 꿇었습니다. 절규하면서 무릎을 꿇는 그의 모습이, 두려움에 벌벌 떨며 잃어버릴지도 모를 욕망 앞에 매달리는 그의 모습이 어쩐지 애처롭다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아마 구마준은 지금 갖고 있는 부와 권세를 잃어버린다면 세상에서 영영 살아갈 힘을 잃어버릴지도 모릅니다.

▲ 무릎을 꿇고 있는 마준과 법적 아버지 구일중 그리고 생물학적 아버지 한승재의 묘한 교차가 섬뜩하다.


마준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 

그리하여 구마준이 진정 두려워하는 것은 어쩌면 구일중이 아닙니다. 구마준이 진짜 두려워하는 것, 그것은 바로 가진 것을 모두 잃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였던 것입니다. (좀 더 천박하게, 적나라하게 까발긴다면 구마준이 가장 무서운 것은 실은 <돈>입니다. <쩐>이라고 불리는 도깨비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사족 하나만 달겠습니다. 구마준과 구일중은 동상이몽 같은 걸 꾸고 있습니다. 구일중은 마준에게 탁구를 왜 형이라 부르지 않느냐고 나무랍니다. 그런데 마준은 탁구가 자기 형이 아니란 사실, 아니 비밀을 알고 있는데, 구일중은 아직 그런 기막힌 비밀이 있다는 사실조차 꿈에도 모르고 있습니다.

그 비밀 때문에 제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사실도…. 그러니 구일중으로서는 구마준이 탁구에 대해 가지는 감정, 형을 형이라 부르지 않는 무례함이 이해할 수 없을 것입니다. 구일중이 모든 비밀을 알고 나면 구마준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차가운 그의 성정으로 봐서 이해불능일 수도), 그것은 실로 비극이지요. 

이미 서인숙과 한승재는 '용서받지 못할 자'입니다. 구마준에 대해선 많은 사람들이 연민의 정을 느끼는 모양이지만(연기를 잘해서 그런 것일까요?), 그도 역시 '용서받지 못할 자'이기는 마찬가집니다. 이미 14년 전에,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의 손에도 폭우 속에 저승길을 떠난 홍여사의 한이 묻어있습니다. 

벌겋게…!!     

ps; 아침에 여러분의 블로그 의견들을 보니 대체로 구일중이 나쁜 사람 아니냐, 서인숙이야 남아선호 사상의 피해자 정도 아니냐 하는 분들도 많은데, 제 개인 의견을 조금 보태면 이렇습니다. 
서인숙과 한승재는 중대 범죄자다. 비록 소외감, 사랑의 결핍 때문이었다고 변호하더라도 벌은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흉기로 직접 찌르지 않았더라도 홍여사가 사망에 이르게 된 중대 책임이 서인숙과 한승재에게 있습니다. 부모를 방치한 죄, 죽을 줄 알고 폭우 속에 홍여사를 방치했다면 이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도 성립 가능한 거 아닐까요? 당시 공소시효가 15년이니까 1년 남았네요.
구일중도 별로 잘한 게 없는 건 확실하지만, 특히 혼외정사… 그런데 얼핏 홍여사가 죽기 전에 한 말이 기억나는군요. "미순아 미안하다. 원래 일중이와 네가 결혼했어야 하는 건데. 다 내 욕심 탓이다. 용서해다오." 그래서 구일중이 김미순에게 다가갔을 때 그리 쉽게 넘어간 것이 아닐까 하네요. 저도 첨엔 뭐 저래 했지만, 알고 보니 다 사연이 있더라고요. 나중에 다 밝혀지겠죠. 서인숙과 구일중의 정략결혼 과정까지 해서 말이죠. 또 한승재와 서인숙의 결혼전 관계에 대해서도요. 구일중이 좀 차갑게 느껴지긴 하지만 그도 피해자인 거 같아요. 그래서 서인숙에게 그토록 사무적이었던 모양입니다. 구일중이 진구를 시켜 김미순을 탁구로부터 멀리 떼놓으려고 했던 건 왜 그랬을까요? 
그것도 나중에 밝혀지겠군요. 그러고 보니 김탁구, 밝힐 비밀이 참 많아요 많아, 하하. 이상 주저리주저리…
아 글고요. "왜 마준에게만 그렇게 냉정하냐? 탁구에겐 잘 해주면서"에 대해서. 
거기에 대해선 구일중이 해명한 거 같은데요. "구마준, 너는 26년 동안 내 밑에서 호의호식하며 잘 살았지 않느냐. 탁구는 내 도움은 하나도 받지 못했다. 그게 눈물 나지 않니. 그리고 그녀석이 뭐냐. 형이라고 불러라." 
제 생각엔 구일중의 말이 맞는 거 같은데요. 그리고 구마준, 그러면 안 되죠. 자기가 지은 죄는 자기가 알아야지. 가증스럽다는 생각까지. 서인숙도 마찬가지고요. 아, 이거 완전 도둑이 주인한테 내 돈 내놓으라고 협박하는 분위기. 
이상 진짜로 주저리주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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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 일그러진 표정의 구마준

















구마준, 참으로 불행한 인물입니다. 모두들 그렇게 느끼시겠지만, <제빵왕 김탁구>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저마다의 슬픔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오로지 팔봉빵집의 식구들만이 그런 슬픔으로부터 자유로운 것 같지만, 그들마저도 마음속 저 깊은 곳에 숨겨둔 진한 슬픔이 보입니다. 
 
선과 악이 혼재하며 갈등하는 인물 구마준

그러나 누가 뭐래도 누구보다 가장 슬픈 인물은 구마준입니다. 그는 악역입니다. 그러나 그의 마음속에 자라고 있는 악마의 기운은 어쩐지 사람들로 하여금 연민의 정을 느끼게 합니다. 그는 본래부터 서인숙과 한승재의 악마적 본성을 이어받아 선한 인물이 되기는 그른 것으로 간주됐습니다.

열두 살의 김탁구를 만나기 전에도 구마준은 매우 신경질적이고 거만하며 이기적이었습니다. 정말 그는 서인숙의 못된 심성을 닮은 탓인지 빵 만드는 것조차 천한 일이라고 싫어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거성가를 일군 원동력이며 제가 부자로 풍족하게 사는 이유인데도 말입니다. 
 
그런 구마준에게도 인간적인 면모가 숨겨져 있었습니다. 구마준은 탁구를 돕기 위해 거성가를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을 일러주고 청산까지 함께 동행했던 적이 있습니다. 엄마의 돈과 패물을 훔쳐 가출을 시도했던 구마준은 결국 김탁구를 배신하고 탁구를 도둑으로 몰았지만 말입니다. 구마준은 악과 선이 혼재하며 늘 갈등하는 인간입니다.

구마준의 내부에서 악한 기운이 선한 기운을 누르고 승리하게 되는 데는 중요한 사건이 있습니다. 바로 할머니 홍여사의 죽음. 구마준은 이때 제가 구일중의 아들이 아니라 한승재와 서인숙의 불륜 사이에 태어났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이는 또한 김탁구가 거성가의 유일한 아들이란 말이기도 합니다. 

그의 마음속은 부끄러움, 수치심, 분노, 질투 이런 것들이 마구 교차하며 혼돈에 빠졌을 것입니다. 그러면서 한편 어머니 서인숙에 대한 걱정도 생겼을 것입니다. 이런 점은 역시 구마준에게도 인간적인 정서, 선한 기운이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구마준은 쓰러져 의식이 없는 홍여사와 일방적인 계약(?)을 하고 구일중에게 위험 신호를 보냈습니다. 비밀리에. 

신유경과 구마준이 택한 길, 서인숙 탓만은 아니다

△ 신유경을 잃고 대신 아버지를 만난 탁구, 제빵왕이 되어 성공하고 말겠다는 굳은 결심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될까?

왜 비밀리에, 은밀하게 할머니가 쓰러졌다는 사실을 알렸을까요? 그것은 구마준도 은연중에 한승재와 서인숙 그리고 자기는 공범이란 사실을 인식했던 것입니다. 12년이 지나 팔봉빵집에서 김탁구를 다시 만났을 때 그의 기분이 어땠을까요? 아마 징글징글 했을 것입니다. "아, 이 지독한 악연!" 하며 말입니다. 

그러나 서태조란 이름으로 김탁구와 지내면서 구마준은 서서히 인간의 정과 나눔에 대해 눈 뜨기 시작합니다. 철저하게 타인과 단절된 삶을 살아온 구마준에겐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아, 이렇게 사람들과 교감하며 산다는 게 행복이라는 것이구나!' 하고 느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는 탁구가 내민 손을 잡고 싶어졌을 것입니다.  

하지만 역시 운명은 선한 구마준의 편이 아니었습니다. 서인숙이 나타난 것입니다. 아들을 만나기 위해 팔봉빵집에 나타난 서인숙은 김탁구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김탁구와 서태조의 교감은 끝이 났습니다. 이제 구마준은 더 이상 서태조도 아니고 김탁구가 내민 손을 잡을 수도 없게 되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서인숙은 김탁구를 궁지에 몰아넣기 위해 음모를 꾸밀 것입니다. 구마준이 아무리 말려도 서인숙은 그것만이 아들을 위한 길이라는 신념으로 일을 도모할 게 분명합니다. 그런 점에선 한승재도 마찬가지죠. 결국 이 두 사람은 끊임없이 아들 구마준을 악의 수렁으로 밀어 넣는 역할을 하게 될 겁니다. 

그러나 구마준이 이 두 사람 때문에 악마의 길로 빠지게 된다고 말하면, 그건 구마준의 존재를 너무 헐한 것으로 무시하는 처사가 될 것입니다. 마지막 결론은 결국 구마준 스스로가 내리는 것입니다. 악마의 길을 택하든 천사의 길을 택하든 그 몫의 대부분은 역시 제가 결정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신유경도 마찬가집니다. 

구마준의 완벽한 KO패, 다시 타오르는 질투심

신유경이 구마준과 엮이고 난 후에 김탁구를 곤란한 지경에 빠지도록 음모를 꾸미게 된다는 미래의 결과들은 서인숙으로부터 받은 모욕이나 복수심 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그 역시도 대부분의 몫은 신유경 자신이 결정하는 것입니다. 그녀는 스스로 제 길을 간 것이지 누가 등을 떠밀어서 간 것은 아니란 말입니다.  

오늘 보니 1차 경합에서 구마준은 김탁구에게 판정패했습니다. 아니, KO패 했습니다. 구마준에게 팔봉선생은 한 번의 기회를 더 주겠다는 말로 사실상 탈락을 선언한 것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오늘의 경합에서 우승자는 김탁구였으며, 양미순이 준우승을 차지했습니다. 구마준은 간신히 팔봉선생의 배려로 살아남은 것입니다.

△ 1차 경합은 김탁구의 KO승, 구마준의 인상은 일그러지고...


이때 구마준의 눈가에 불꽃이 튀었습니다. 다시금 구마준의 마음속에선 질투와 분노가 되살아났습니다. 김탁구와 살면서 얻었던 따스한 감정들이 이미 서인숙의 등장으로 바람처럼 사라진데다, 팔봉선생의 판정은 마침내 구마준의 가슴을 다시금 꽁꽁 얼게 만들고 말았습니다. 

'김탁구, 너는 정말 재수 없는 놈이야. 왜 네가 내 앞에 자꾸 나타나는 거지? 나는 네가 정말 싫어. 네가 이 세상에 없었으면 좋겠어.' 열두 살 어릴 적 구마준이 외쳤던 이 소리가 다시 구마준의 귓가에 쟁쟁거렸을 것입니다. 구마준의 결심했을 것입니다. '탁구, 너를 짓뭉개버릴 테다!'

이제 2차 경합이 시작될 것입니다. 과연 2차 경합에서도 1차 때처럼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유지될 수 있을까요? 1차에서는 고재복이 암수를 썼었지만, 2차에서는 다시 악의 화신으로 돌아간 구마준이 어떤 태도를 보일지 궁금해집니다. 그는 분명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김탁구에게 경고했던 바가 있습니다. 

신유경의 불행, 제대로 혹은 올바로 읽는 법을 배우지 못한 탓

정말 그게 궁금합니다.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간 구마준이 보여줄 비열한 수단. 김탁구가 또 어떻게 구마준의 해코지를 이겨내고 2차 경합에서도 최고의 판정을 받게 될지…, 그리고 3차 경합에서 마침내 팔봉선생으로부터 인정서를 받아들게 될지…. 한 달 안에 모든 것이 결판나겠지요.

그리고 때를 맞춰 거성식품도 주주총회와 이사회 소집이란 소용돌이에 빠져들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튼, 앞으로 한 달이 김탁구와 구마준, 두 사람의 운명에 중대한 기로가 될 듯싶습니다. 그나저나 신유경이 걱정이군요. <동이>에서도 그랬지만, 유상궁처럼 줄 잘못 서면 고생하는 것입니다.

△ 탁구를 버리고 구마준의 품에 안긴 신유경, 단지 복수가 목적?


아무래도 신유경은 줄을 잘못 선 것 같습니다. 판단은 머리로만 하는 게 아니고 가슴으로도 해야 하는데 신유경은 머리만 너무 똑똑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머리로 하는 공부만 잘 할 뿐 가슴으로 하는 공부는 제대로 못 배운 신유경, 눈에 보이는 것을 제대로 읽는 법을 배우지 못한 신유경, 그게 신유경이 불행하게 되는 이유 아닐까 합니다.

신유경은 한승재와 구마준이 벌인 일들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었지요. 그래서 오늘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김열규 선생의 말씀처럼 공부는 머리로 하는 것이지만, 가슴으로도 해야 한다, 발로도 해야 하고 손으로도 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대로 읽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하는 그렇게 별로 관련 없어 보이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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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모정과 삐뚤어진 모정의 차이가 뭘까?
"서인숙은 아들을 자기 뜻대로 만들고 싶어 한다"















서인숙의 모정은 남다릅니다. 어찌 보면 모정이라기보다는 집착으로 보일 정도로 집요합니다. 그 서인숙이 팔봉빵집에서 수업을 받고 있는 구마준을 찾아갔습니다. 지금 구마준은 2년간의 수련을 끝내고 마침내 팔봉선생으로부터 인정서를 받기 위해 경합에 나간 상태입니다. 

서인숙의 지나친 모성애, 자기 야심을 위한 집착?  

그런 구마준에게 서인숙은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오라고 설득할 참입니다. 팔봉선생의 인정서 따위는 필요 없다고 말입니다. 물론 구마준은 펄쩍 뜁니다. 그가 팔봉빵집에 들어간 목적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팔봉선생의 인정서를 받아 구일중에게 인정받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봉빵의 비결을 알아내는 겁니다.  

아직 그 어느 하나도 이루지 못했습니다. 이제 겨우 경합에 나가 1등을 하면 팔봉선생의 인정서를 받을 참입니다. 그리고 그 인정서를 받게 되면 봉빵의 비결까지 얻을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런데 어머니가 나타나 느닷없이 집으로 돌아오랍니다. 구마준에겐 자존심이 걸린 문제를 포기하라고 합니다.

서인숙이 구마준을 집으로 돌아오라고 하는 데는 피치 못할 사정이 있습니다. 웬만하면 서인숙도 구마준이 하고 싶은 대로 놔두려고 했습니다. 빵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는 아들이 무척 대견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서인숙은 그런 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습니다. 위기가 닥친 것입니다.

▲ 자금회수 압박을 받고 열 내고 있는 서인숙과 이를 숨어서 은밀히 지켜보는 (스파이) 공주댁.


서인숙은 거성식품에서 구일중과 대등한 발언권을 얻기 위해 대규모 지분 매입을 시도했습니다. 그때 남 사장이란 사람으로부터 자금을 차입했습니다. 2년 전의 일입니다. 2년 전이라면 김미순이 닥터 윤과 함께 나타난 시기와 일치합니다. 남 사장이 빌려준 자금을 회수하겠다고 합니다.

서인숙이 무리수를 둔 이유, 김탁구

아마도 서인숙은 돌려줄 자금 여력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결국 돈 대신 지분으로 차입금을 변제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한 달밖에 시간이 없다고 하는 걸로 보아 한 달 이내에 자금이 안 되면 지분으로 대신 갚겠다는 약속을 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서인숙은 그 한 달 내에 구마준을 거성식품의 후계자 자리에 앉히려는 겁니다.

서인숙은 그렇게 생각했을 겁니다. "마준이를 회사에 자리를 만들어 앉혀놓기만 하면 모든 것이 끝날 것이다, 그러면 마준이가 구일중의 후계자가 되는 것은 당연하고 누구도 그 자리를 흔들지는 못할 것이다." 서인숙이 이토록 조금하게 일을 서두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김탁구 때문입니다. 

만약 김탁구란 존재가 없다면, 서인숙은 이렇게 서두를 이유가 없습니다. 그저 차분히 때가 되면 그녀의 아들이 구일중에 이어 회사를 맡게 되는 것은 하나의 이치와도 같습니다. 그러나 김탁구가 살아 있고, 김탁구는 구일중의 호적에 구영준이란 이름으로 장자의 자리에 올라 있습니다. 

그리하여 서인숙은 무리수를 둔 것입니다. 그런데 서인숙은 꿈에라도 알지 못한 사실이 있습니다. 서인숙에게 돈을 빌려준 사람이 다름 아닌 탁구 엄마 김미순이란 사실. 만약 서인숙이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녀는 청천벽력이라도 맞은 듯 기절하고 말 것입니다. 

▲ 한승재와 전화하고 싶지만, 이미 그를 의심하고 있는 서인숙은 그러지도 못한다. 깨진 동맹은 비극의 시작.


구마준을 파멸로 이끄는 서인숙의 모정

서인숙이 구마준을 위하여 벌인 일들이(이게 진짜 아들을 위한 것인지, 자기 욕심을 채우려고 저지른 삐뚤어진 모정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오히려 서인숙과 구마준을 파멸의 길로 인도하고 있습니다. 서인숙은 결국 (김미순의 대리인) 남 사장에게 자기가 가진 거성식품의 지분을 넘기는 걸로 일이 일단 마무리 되었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애초에 회사의 지분 따위는 생각지도 않았던 것이고, 단지 구마준의 지위를 확실하게 해두기 위해 필요했을 뿐입니다. 지분을 돌려주기 전에 거성식품에 구마준의 확고한 위치만 만들어주면 그것으로 된 겁니다. 그러나 이는 크나큰 실수였습니다. 아마도 김미순은 서인숙으로부터 받게 될 지분 외에도 많은 지분을 확보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김미순은 구일중보다도 많은 지분을 갖고 있을 수도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구마준의 위치, 거성식품의 후계자? 김미순이 명실상부한 거성식품의 대주주가 되어 나타난다면 그 모든 것은 한낱 허망한 꿈에 불과합니다. 서인숙의 계략이 도리어 아들을 망친 것입니다.

서인숙은 경제적으로만 아들을 망가뜨리는 것은 아닙니다. 구마준은 팔봉빵집에서 김탁구에 의해 서서히 인간의 모습에 눈을 떠가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구마준은 26년 인생을 통틀어 친구 하나 사귀지 못한 냉혈한입니다. 열두 살 어린 나이에 구일중이 자기 아버지가 아니란 사실을 알았을 때의 그 충격.

구마준은 생모(서인숙)와 생부(한승재)가 할머니를 죽음으로 내모는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그의 마음속에 인간의 감정이 자리하기란 실로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런 그의 마음속에도 서서히 따뜻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그의 심장에 피가 돌기 시작한 것입니다. 

서서히 변하기 시작한 구마준, 그러나…

▲ 팔봉빵집에서 서서히 탁구에게 마음의 문을 여는 구마준

▲ 그러나 서인숙이 나타나 여기에 찬물을 끼얹는다(아래)


구마준이 김탁구를 이해하고 공감하기 시작하는 그때, 서인숙이 나타난 것입니다. 그리고 서인숙과 구마준이 나누는 대화를 김탁구가 듣고 말았습니다. 지금껏 구마준을 서태조로 알고 있었던 김탁구의 참담한 심정이란…. 그러나 문제는 김탁구가 아닙니다. 

이제 겨우 인간의 심장을 느끼기 시작한 구마준에게 다시 동토의 매서운 찬바람이 불어 닥친 것입니다. 서서히 빗장이 풀리던 그의 차가운 가슴은 다시금 문을 걸어 잠그게 될 겁니다. 김탁구에 대한 이해와 공감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예전의 질투와 분노로 뒤바뀔 것입니다. 

그리고 끝모를 파국의 길로 자기를 내몰 것이 틀림없습니다. 이 일을 서인숙이 해낸 것입니다. 누구보다 구마준을 사랑하는 어머니 서인숙이. 어쩌면 서인숙은 구마준이 인간의 심장을 얻을 기회를 잃어버린 것에 대해 잘 된 일이라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그녀는 부르주아적 근성에 철저한 악녀입니다.  

서인숙이 신유경을 그토록 미워하는 이유는 오로지 신유경이 천한 계급에 속해 있기 때문입니다. 신유경이 아무리 머리가 좋고 회사에 수석으로 입사한 인재라도 그녀의 눈에는 천박한 운동권 출신에 불과합니다. 막내딸 자림이가 신유경을 친구라고 데려왔을 때도 그녀는 "저런 천한 애들과는 어울리지 말라"고 충고를 했던 터였습니다.

서인숙이 파멸로 이끌 또 하나의 인물, 신유경

▲ 신유경. 그녀도 결국 파국으로 달리는 전차에 탑승할 것인가?

그런데 그런 신유경이 구마준과 엮이고 있다는 것은 도저히 두 눈 뜨고 볼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러나 아무튼 서인숙은 자기 아들을 본의 아니게 파멸의 길로 몰아넣는 큰 실수를 범하고 말았습니다. 후자의 인간에 관한 문제는 그녀에겐 별로 대수롭지 않은 일일 수 있지만, 전자의 경영권에 관한 문제는 심각합니다.

그래서 어쩌면 위기에 몰린 서인숙이 신유경에게 손을 내밀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렇게도 "천한 것들!" 하면서 멸시했던 신유경이지만, 비상하게 좋은 머리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하여 서인숙은 구마준에 이어 신유경도 파국의 길로 인도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고 보니 <제빵왕 김탁구>에서 서인숙의 역할이 상당히 비중이 큽니다. 하하~

Posted by 파비 정부권

아버지를 앞에 두고도 부르지 못하는 김탁구, 대체 왜? 
















늘 그게 궁금했습니다. 왜 탁구는 집으로 안 돌아갈까? 열두 살 어린 아이가 집을 버리고 어디를 그렇게 돌아다녔던 것일까? 물론 탁구가 집으로 돌아가지 않은 이유에 대해 우리는 이미 다 알고 있습니다. 한승재와 약속을 했기 때문이죠. 엄마(김미순)를 해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해주는 대가로 거성가를 나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다고 한 겁니다. 

탁구는 왜 집으로 안 돌아가나?
 
그러나 그 약속은 이미 휴지조각이 된 지가 오랩니다. 한승재는 틈만 나면 김미순과 김탁구를 죽이기 위해 갖은 수단을 동원했습니다. 주로 돈을 이용해 폭력배들을 동원하는 좀 전근대적이고 비열한 수법들이 사용되었던 것이죠. 그러니 김탁구가 한승재에게 거성가를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다고 한 약속 따위는 원인무효인 것입니다.

그런데 궁금한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최소한 김탁구는 한승재가 자기 엄마를 해치려고 시도했었고, 14년의 실종에도 깊이 연루돼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일까요? 어릴 때는 그렇다 치더라도 스물여섯 살이 된 지금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요? 게다가 탁구는 한승재가 보낸 조폭들에게 죽을 뻔 했지 않습니까? 

인적 없는 으슥한 창고에서 조폭들에게 흠씬 두들겨 맞은 김탁구 앞에 한승재가 나타났었죠. 그리고 이렇게 말했잖습니까. "왜 경고를 무시하고 다시 나타난 거냐?" 사실 김탁구가 그들 앞에 나타나려고 나타난 것도 아닙니다. 단지 우연히 한승재가 김탁구를 발견한 것뿐이었지요. 

한승재는 조폭들에게(이들이 한승재가 거느린 부하들인지, 돈을 주고 산 깡패들인지는 모르겠지만) 조용히 처리하라고(죽이라고) 지시하고는 자리를 떴습니다. 승합차에 어디론가 끌려가던 김탁구는 구사일생으로 탈출했지요. 그리고 얼마 후, 팔봉빵집에서 다시 만난 김탁구와 한승재. 저는 기절할 뻔 했습니다. 


아니 어떻게 이런 일이? 불과 얼마 전에 자기를 살해하려 했던 자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한적한 공원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물론 대화 내용은 날이 서 있었지만. 당장 신고부터 해야 되는 거 아닌가? 확실한 증거가 없어서? 아무튼, 제 상식으로는 좀 거시기 했습니다. 이쯤 되면 김탁구는 알았어야 하는 겁니다. 

"한승재. 니가 우리 엄마를 죽였지? 어떻게 한 거냐, 어서 바른대로 대!" 

왜 한승재를 그냥 놔두고 있는 걸까?

이렇게 몰아붙였어야 하는 게 정상 아니냐는 거죠. 그러나 김탁구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조진구도 그렇습니다. 김탁구는 12년 동안이나 조진구를 찾아 헤맸습니다. 오로지 바람개비 문신이 팔뚝에 새겨진 남자를 찾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전국을 떠돌았습니다. 그리고 바람개비 문신의 주인공 조진구를 만났습니다.

그런데도 김탁구는 조진구에게서 아무것도 얻어낸 것이 없습니다. 누가 사주한 것이냐? 어떻게 했느냐? 우리 엄마는 어떻게 됐느냐? 죽었느냐, 살았느냐? 아마 탁구는 조진구로부터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것만을 보았을 뿐 그 이후엔 흔적도 알 수 없다는 말을 들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말이 나오는 장면을 보지는 못했지만, 느낌이 그렇습니다.

이건 완전 이율배반입니다. 12년이나 엄마를 찾아 헤매던 탁구가, 오로지 엄마를 찾기 위해 부잣집 아들 자리까지 포기한 탁구가 유일한 단서라고 믿었던 바람개비 문신을 찾았는데도 그렇게 허무하게 주저앉고 말다니. 최소한 누가 사주했는지는 알아냈어야 하는 거 아닐까요?


어쩌면 그랬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보지 못했지만, 탁구는 조진구에게서 사건 정황에 대해 자세히 들었을 수도 있습니다. 일을 시킨 사람은 니 아버지 구일중이다, 그는 니 엄마를 해치라고 시킨 것이 아니라 한승재의 손아귀에서 구해 멀리 도망치라고 시킨 것이다, 그렇게 말해주었을 수도 있습니다. (이 글은 어제 오후에 썼다가 약속시간 때문에 발행을 미루었는데, 오늘 드라마를 보니 실제로 그랬다는 구일중의 회상이 나오더군요.)

그렇다면 김탁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이었을까요? 구일중을 찾아가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구일중에게 따졌어야 하는 겁니다. 그리고 함께 대책을 세웠어야 하는 겁니다. 한승재가 자기에게 벌인 흉계에 대해서도 폭로했어야 하는 겁니다. 그리고 경찰에 신고할 것인지, 아니면 좀 더 사태를 지켜보면서 비밀을 캐내려고 할 것인지 결정했어야 하는 겁니다. 

왜 아버지를 보고도 모른 척 하는 걸까?

김탁구는 소리만 버럭버럭 지를 줄밖에 모르는 바보인 것일까요? 제가 보기엔 틀림없이 바보입니다. 그는 어제 구일중을 만났습니다. 팔봉빵집 제빵실에서 마주친 김탁구와 구일중. 14년만의 부자상봉입니다. 구일중은 김탁구를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저 같으면 얼른 알아 볼 텐데, 좀 그렇더군요. 

그러나 김탁구는 구일중이 자기 아버지인 줄 잘 압니다. 늘 그리워했던 아버지가 아닙니까? 12년 동안 팔도를 전전하면서 빵 반죽을 만들었던 것은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추억 때문이었다고 자기 입으로 말했었지요. 그런데 왜 아버지 앞에서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혹시 안 하는 것일까요? 기분 나빠서?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아버지를 만난 감동이 탁구의 흐려진 눈동자를 촉촉이 적셔주고 있는 것이 보였거든요. 그럼 왜 김탁구는 자기를 숨기는 것일까요? 이름을 물어보는 아버지에게 그저 김군이라고 부르면 된다는 식으로 얼버무리며 빠져나갔습니다. 왜 그랬던 것일까요?  

그날 밤, 김탁구는 구마준에게 아버지에 대한 감정을 드러냈습니다. 아버지를 만나고 싶지만, 아버지 앞에 나타나고 싶지만 이런 모습으로는 싫다, 좀 더 당당한 모습으로 떳떳하게 아버지 앞에 서고 싶다는 말을 하는 김탁구를 보며 저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래 탁구야, 참 훌륭한 생각이다. 역시 넌 훌륭해. 그러나 그건 아니잖아? 니가 왜 이렇게 살아왔던 거니? 니 엄마, 엄마를 잊은 거니? 엄마를 생각한다면 당장 니 아버지에게 너의 존재를 밝히고 지금까지의 일들을 모두 설명 드려. 그리고 니 아버지와 함께 니 엄마의 행바을 찾아. 그게 옳지 않니?"

탁구는 엄마 찾기를 포기한 걸까? 그렇다면 왜 집을 나온 걸까?

모르겠습니다. 저도 지금 탁구의 마음이 무엇인지 감을 잡을 수가 없습니다. 그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요? 아무튼, 김미순은 굳이 탁구가 찾지 않아도 탁구 앞에 모습을 나타낼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도 거성식품의 대주주가 되어 탁구에게 큰 힘이 되겠지요. 그리고 탁구는 인간경영을 하게 될 겁니다.

팔봉선생의 첫 번째 경합 과제처럼, 배를 부르게 해주는 빵을 만들게 되겠지요. 그러나 어떻든 저로서는 김탁구가 왜 아버지에게 자신의 존재를 숨기는 것인지에 대해선 요해가 잘 안 됩니다. 아무리 이해해보려고 노력해도 잘 안 되는군요. 간단하게 모든 것을 밝히고 엄마를 찾는 것이 순리일 것 같은데…, 뭔가 심오한 뜻이 있겠지요.
 
하여간 갈수록 재미있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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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비 정부권

의문의 편지로 깨지기 시작하는 불안한 동맹

 

결국 서인숙은 한승재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물론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심지어 드라마 속 한승재조차도 서인숙의 마음이 자기에게 있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이 한구석에 자리하고 있는 것입니다.

불륜과 야심으로 맺어진, 그러나 허술한 동맹

그러다 서인숙의 구일중에 대한 마음을 보게 되면 질투심에 온몸이 타들어갑니다. 알면서도 어쩌지 못하는 것이 질투심입니다. 그러나 그는 절대 무모한 짓을 할 사람이 아닙니다. 그는 몸을 낮추어야만 살 수 있다는 것을 오랜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습니다. 또 그는 서인숙을 절대 배신할 사람이 아닙니다. 그는 진짜로 서인숙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 한승재 비서실장의 방에 들어간 서인숙, 우연히 결재서류 속에서 의문의 편지를 발견하고...


이 두 사람의 불안한 동맹이 시작된 것은 순전히 서인숙의 야심 때문이었습니다. 그녀는 반드시 아들을 낳아 거성가 안주인의 자리를 지키고야 말겠다는(당시는 1960년대란 사실을 이해하셔야 합니다) 야심에 한승재를 끌어들였습니다. 그리고 이들이 동맹한 결과로 구일중의 법률적 아들이요 거성식품의 후계자가 될 구마준이 태어났습니다.  

구마준은 이 두 사람의 흔들릴 수 없는 동맹을 확인시켜주는 존재입니다. 구마준으로 인해 서인숙과 한승재는 진짜 부부인 것처럼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들만이 있을 때, 실제로 그들은 정말 부부인 것처럼 보입니다. 그럴 때면 오히려 구일중이야말로 이들의 틈에 끼어있는 불편한 존재처럼 느껴집니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의 절대 깨질 수 없는, 깨져서도 안 되는 동맹에 금이 가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서인숙이 한승재 비서실장의 방에서 자기에게 배달 됐던 의문의 편지를 보았기 때문입니다. 결재서류들 틈에 숨어있던 편지에는 똑같은 필체로 다음과 같이 씌어있었습니다.

▲ 이 협박편지를 보낸 사람은 대체 누구일까?


“운명은 이제 더 이상 당신 편이 아닙니다.”

이 편지에 앞서 배달 됐던 편지에는 <살인자>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죠. <살인자>와 “운명은 이제 더 이상 당신 편이 아닙니다”, 이 두개의 문장을 놓고 서인숙은 시어머니 홍여사의 죽음에 대해 뭔가 알고 있는 자의 소행이라고 단정 지었습니다. 그런데 똑같은 필체의 편지가 한승재의 책상 위에도 있었던 것입니다.

공범이며 동맹자인
한승재를 의심하는 서인숙


당장 서인숙은 한승재를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그녀는 한승재와 자기가 14년 전에 나누었던 대화를 기억해냅니다.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당신과 나 두 사람밖에 없소. 그러니 아무 일 없을 거요.” 그리고 14년이 지난 지금 자기에게 배달된 것과 똑같은 편지가 한승재의 책상에 놓여있습니다.

사실 서인숙이 무턱대고 한승재를 의심부터 하는 것은 난센스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편지를 보낸 자가 자기에게 배달된 것과 똑같은 편지를 공범인 한승재에게도 보낸 것이라고. 그러나 왜 서인숙은 그런 생각을 하기도 전에 한승재를 의심부터 하기 시작한 것일까요?  

그것은 한승재에 대한 진정한 사랑이 없기 때문입니다. 만약 사랑하는 마음이 약간이라도 있었다면 그렇게 쉽사리 사람을 의심하지는 못합니다. 그리고 설령 의심이 가는 구석이 있더라도 어떻게든 믿어보려는 마음이 앞섰을 것입니다. 그러나 서인숙에겐 그런 마음이 단 1초라도 생기지 않았습니다.

이런 서인숙의 심경을 한승재는 이미 꿰고 있는 듯합니다. 그는 서인숙의 이런 태도를 그저 담담하게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을 굴립니다. 대체 이 일을 어떻게 풀어야 할까? 그는 자신과 서인숙의 관계가 불안한 동맹 위에 지어진 모래성 같은 것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미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편지를 보낸 사람이 김미순일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작은사모님’이란 호칭을 알고 있고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거성가의 가정부와 김미순, 그리고 한승재 말고는 없습니다. 아마도 <살인자>란 문구와 “운명은 이제 더 이상 당신 편이 아닙니다”란 문장은 탁구와 자기를 해치려 한 두 사람을 겨냥한 것일 수 있습니다. 

▲ 한승재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서인숙. 이토록 허술해 보이는 이들의 관계가 실은 오른쪽처럼...


아무도 못 믿는 불행한 사람

김미순은 탁구 할머니가 죽는 장면을 보지 못했습니다. 거성가는 아무나 함부로 들어갈 수 있는 그런 허술한 곳이 아닙니다. 탁구와 마준이 열두 살 때 몰래 집을 빠져 나올 때도 삼엄한 경비망을 뚫고 나올 정도였습니다. 가정부가 보았을 가능성도 희박합니다. 만약 그랬다면 홍여사는 죽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서인숙의 한승재에 대한 의심으로 두 사람의 동맹전선에는 심각한 금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한승재가 아무리 봉합하려고 노력하더라도 한번 금이 간 신뢰는 다시 회복하기 어렵습니다. 서인숙의 동맹자에 대한 의심은 어쩌면 자승자박의 길로 자신을 인도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은 믿을 사람이 아무도 없는 사람입니다. 서인숙이 바로 그런 사람입니다. 그녀는 남편 구일중도 믿을 수 없고, 남편보다 가까운 정부요 동맹자인 한승재도 믿을 수 없게 됐습니다. 믿을 만한 측근이 한 사람도 없습니다. 가정부도 믿을 수 없습니다.

이보다 더 불행한 사람이 세상에 또 있을까요? 매일 밤마다 나타나는 시어머니에게 시달리는 그녀는 결국 스스로의 입으로 죄를 실토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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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비 정부권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방법 가리지 않는 한승재라면…















제빵실 폭발사고의 범인은 누굴까? 팔봉선생은 제빵실 폭발사고가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누군가 오븐에 연결되는 가스관을 훼손해놓은 것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역시 팔봉선생은 예리합니다. 사실상 팔봉빵집을 책임지고 있는 대장 양인목조차도 폭발사고의 원인을 규명할 생각하지 못했나봅니다.

오븐 담당 조진구도 오븐 내부를 유심히 살피지만 막상 가스관 쪽에 문제가 있을 거라는 생각은 못하는 듯합니다. 그는 김탁구 엄마가 낭떠러지에 떨어지던 마지막 모습을 본 유일한 인물입니다. 왕년의 칼잡이로 전과 3범인 조진구는 날카로운 직관을 지녔지만, 역시 팔봉선생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팔봉선생은 정말 대단한 사람입니다. 서태조로 위장한 구마준이 제빵실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빵 반죽을 못 쓰게 만들어놓고 그 범인으로 김탁구가 지목되도록 유도한 사실을 그는 알았습니다. 마준이 탁구에게 누명을 뒤집어씌우기 위해 음모를 꾸몄던 거죠. 팔봉빵집의 모든 사람들이 김탁구를 의심했지만, 유일하게 진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팔봉선생입니다.

김탁구, 신유경, 구마준, 불행한 삼각관계. 신유경은 어느쪽으로 움직일까?


그런데 팔봉선생은 왜 구마준이 저지른 범행에 대해(제가 볼 땐 확실히 범행이라고 부를 만합니다)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일까요? 그 이유에 대해선 언젠가 밝혀지겠지요. 만약 거기에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는 점을 밝히지 않고 어물쩍 넘어간다면 작가 선생이 참으로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물론 팔봉선생도 문제가 많은 사람이 되는 거고요.

자, 그런데 이번엔 더 큰 사고 가 일어났습니다. 제빵실 오븐이 폭발한 것입니다. 김탁구가 몸을 날리려 조진구를 구하지 않았더라면 목숨이 위태로울 수도 있었던 대형 사고였습니다. 조진구는 크게 다치지 않았지만 김탁구는 심한 화상으로 실명할 위기에 놓이게 됐습니다. 다행히 큰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시력을 회복했지만….  

팔봉선생은 조용히 양인목을 불러 사태의 심각성을 알리고 반드시 범인을 찾아내야 한다고 말합니다. 양인목도 경악을 금치 못합니다. 도대체 누가? 누군가 가스를 누출시켜 사고를 유도했다면 틀림없이 제빵실 식구들 중에 한명일 텐데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입니다. 정말 누가 그랬을까요?

어쩌면 팔봉선생은 구마준을 의심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제가 볼 때 구마준은 아닌 거 같습니다. 그는 매우 음흉하고 이기적이며 인간에 대한 존경심이 없기로는 그의 부모들인 서인숙과 한승재에 전혀 빠지지 않지만, 그렇게 야비하진 않습니다. 아니 사실은 야비한 것도 닮았군요. 제빵실을 난장판을 만들고 탁구에게 누명을 씌우려 한 걸 보면. 

그러나 아무튼 구마준은 아닙니다. 왜냐고요? 구마준은 탁구와 대결해서 이기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의 자존심에 상처를 준 김탁구를 보기 좋게 때려누이고 싶은 겁니다. 더불어 자기가 탁구의 자리를 빼앗았다는 강박관념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마음도 있을 겁니다. 게다가 구마준은 사고 당시 팔봉빵집에 없었습니다.

고재복. "나도 경합에 나가 스승님의 인정서도 받고 독립도 할 테다! 돈? 그거 충분히 있어요."

그럼 누굴까요? 누가 이런 엄청난 일을 벌인 걸까요? 왜? 무엇 때문에? 그러고 보니 딱 한 사람 생각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거성식품 비서실장 한승재. 그는 이미 탁구 엄마 김미순도 여러 차례 죽이려 했고, 김탁구도 납치해 죽이도록 사주한 인물입니다. 구마준이 아니라면 이런 일을 벌일 사람은 한승재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한승재가 어떻게 팔봉빵집 제빵실에 들어갈 수 있었을까요? 하하, 당연히 그는 팔봉빵집 제빵실에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그럴 필요도 없었지요. 그는 늘 하던 방식이 있습니다. 돈으로 사람을 매수하는 것입니다. 탁구 엄마를 겁탈하도록 신유경의 아버지에게 사주할 때도 돈을 이용했습니다. 

김탁구를 죽이기 위해 깡패들을 동원할 때도 물론 돈을 썼을 것입니다. 난치병으로 고생하고 있는 동생의 치료비 때문에 고민이 많은 조진구에게도 돈으로 접근해 자기를 위해 일해줄 것을 강요합니다. 그는 돈이 아니면 못할 것 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또 그런 경험만을 쌓으며 살아온 사람입니다. 

그러므로 그라면 틀림없이 팔봉빵집 식구들 중 한명을 돈으로 매수했을 것입니다. 그게 누구일까요? 어제 <제빵왕 김탁구>는 거기에 대한 힌트를 주었습니다. 팔봉빵집 막내 고재복. 아, 지금은 막내가 아닙니다. 서태조(구마준)와 김탁구가 있으니까요. 구마준은 막내 티가 전혀 안 나고 막내 노릇 할 생각도 없는 천민적 귀족이긴 합니다만.  

아무튼 어제 저는 고재복이 범인일 거라는 강한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팔봉선생이 마침내 경합 일정을 발표했습니다. 1주일 후. 이 경합에서 이기면 팔봉선생의 친필 인정서를 받을 수 있습니다. 고재복이 이 경합에 나가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기가 찬 허갑수는 어이없다는 반응이고, 그런 고재복을 바라보는 조진구의 눈길도 엉뚱하다고 말합니다.

허갑수. 독립해 제빵가게를 내겠다는 고재복의 말에 어이없어 한다.


“뭐여? 니도 경합을 나가겄다고?”
“네. 한번 나가 보려구요.”
“(고재복의 이마를 짚어본 허갑수) 야가 열은 없는데 헛소리네~.”
“아, 김탁구도 하겠다는데 저라고 못할 거 있습니까? 더군다나 저는 그녀석보다 기수도 1년 반이나 앞서는데요.”
“하이구, 김탁구 그놈이 사람 여럿 배려놓는구마이. 그려서. 니가 지금 스승님의 인정서를 받아서 뭣 할 거인디~? 니 이름으로 뭐뭐뭐 가게라도 채릴라고 그러냐?”
“뭐 그러면 안 됩니까?”
“뭐여? 니가 그럴 돈은 있고?”

되지도 않을 소리 말라는 듯 땅콩을 입에 던져 넣으며 콧방귀를 뀌는 허갑수에게 고재복이 던지는 나직한 한마디에 허갑수와 조진구는 눈이 휘둥그렇게 놀랍니다.   

조진구. 전과 3범의 칼잡이였던 그는 빵굽는 사나이로 변신했다. 그러나...


“있을지 누가 압니까?”
“뭐뭐뭐 뭐여~?”

그리고 이어 나지막하면서도 전율스런 배경음악이 깔리면서 뭔가 심상찮은 음모가 있음을 암시합니다. “뭐여? 니가 그럴 돈은 있고?” “있을지 누가 압니까?” 고재복은 돈이 어디서 났을까요? 가게를 차리려면 꽤나 돈이 들어갈 텐데 그 큰돈을 어디서 구했을까요? 빵집 종업원 월급으로는 턱도 없는 큰돈을 말입니다.

거성식품 비서실장 한승재, 거성 안주인과 불륜으로 구마준을 낳은 것이 불행의 씨앗.

이미 현명한 독자들이라면 충분히 눈치 채셨을 겁니다. 한승재가 고재복을 매수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 대가로 큰돈을 안겨준 것입니다. 한승재는 돈을 쓸 줄 아는(?) 사람입니다. 그는 아직 자기 사람이 되겠다고 약속하지도 않은 조진구에게도 돈을 뿌렸습니다. 그의 동생 입원비를 대신 내주었던 것이죠. 

그런 한승재가 별 생각 없는 고재복 따위를 매수하지 못했을 리가 없습니다. 고재복은 아마도 제빵실 오븐 폭발사고 외에도 김탁구에 관한 정보를 시시콜콜 한승재에게 보고해왔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그는 제빵집 하나 정도는 충분히 낼 수 있는 돈을 모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나도 경합에 나가겠다, 나도 독립할 만한 자금 정도는 있다, 고재복의 이 돌연하고 놀라운 발언에 허갑수와 조진구는 어리둥절하기만 합니다. 

그러나 그들이 어찌 알겠습니까? 고재복이 제빵실 폭발사고의 범인이며 그 배후에는 거성식품 비서실장 한승재가 있다는 사실을. 결국 제빵실 폭발사고를 사주한 것은 한승재이므로 그가 주범이란 말입니다. 조진구 정도라면 이런 스토리를 어느 정도 눈치챌 수 있어야 합니다.

만약 조진구가 그런 정도도 눈치 채지 못한다면 정말이지 실망스런 일입니다.
Posted by 파비 정부권
탁구가 아니라 엄마 김미순이 시력을 잃을 듯…
















김탁구가 실명을 했군요. 그러나 곧 다시 시력을 회복했습니다. 천만 다행입니다. 그렇죠. 주인공이 시력을 잃으면 안 되죠. 시력을 잃은 사람들 중에도 훌륭한 명인들이 많다는 건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시력을 잃은 상태에서 제빵왕도 되고 본래의 자리도 찾는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이겠습니까.

그런데 저는 드라마를 보다가 그런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아니, 갑자기 왜 김탁구를 실명 위기로 내모는 거야, 왜? 무엇 때문에? 물론 탁구의 실명은 오래 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탁구는 잠깐이지만 실명 상태에서 자기 속에 숨어 있는 진정한 제빵왕의 면모를 발견했습니다. 

빵을 향한 열정. 그것은 단순한 추억 정도가 아니었습니다. 빵은 탁구에게 생명이요 진리였던 것입니다. 탁구는 아버지 구일중이 빵 만드는 모습을 딱 한 번 보고 그 모습을 평생 간직하며 살았습니다. 지금 탁구가 다양한 빵 모양을 자유자재로 만들 수 있는 소질을 계발하게 된 것도 그 추억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시다시피 탁구는 이미 아버지를 만나기 전부터 유독 빵에 대한 후각과 관심이 남달랐습니다. 극 초반 탁구가 초등학교 동무들과 어울려 빵가게 앞에서 코를 벌름거리며 냄새를 맡던 장면을 모두들 기억하시겠지요. 탁구는 천부적으로 빵에 대한 소질을 지니고 태어났습니다. 뭐 구일중으로부터 유전된 것일 수도 있지요. 

탁구의 실명은 빵을 만들겠다는 결심을 하게 했으니 무의미한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지난주 마지막 장면에서 보여준 탁구 엄마의 등장과 탁구의 실명은 뭔가 심상찮은 반전을 예감하게 했습니다. 엔딩샷에 클로즈업 된 탁구 엄마와 탁구. 제작진은 이 엔딩샷으로 무엇을 예고하고 싶었던 것일까요?

저는 그저 단순하게 김미순이 나타나자마자 김탁구가 위기에 처한 상황을 보여주려고 했던 것 아닐까,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러다가 어제 드라마를 보면서는 김탁구가 실명하게 되면 다시는 엄마를 볼 수 없을 것이라는 절망적인 상황, 탁구에게 있어서 살아야 할 모든 가치를 사라지게 만드는 그런 상황을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탁구는 시력을 되찾았습니다. 탁구가 다시는 엄마를 볼 수 없을지 모른다는 절망적인 상황은 비켜갔습니다. 그러다가 무심결에 들었던 탁구 엄마와 닥터 윤이 나누는 대화가 생각났습니다. "그때까지 제 눈이 버텨줄란가 모르겠네예." 그리고 물잔을 잡으려고 내민 그녀의 손이 컵에 못 미쳐 허공을 가르는 걸 보았습니다. 


그 장면을 보던 당시에는 그냥 무심결에 지나쳤지만 그건 예사로운 장면이 아니었습니다. 그때 "어? 탁구가 아니라 탁구 엄마가 실명한 거 아냐?" 하고 생각했지만, 곧 그런 생각은 그냥 드라마에 파묻히고 말았습니다. 그 이후에도 탁구 엄마는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병자처럼 보이긴 했지만) 걸어 다녔거든요. 

탁구 할머니 홍여사의 무덤에 나타났을 때도 김미순은 차안에서 구일중이 성묘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지 않습니까? 그러니 탁구 엄마가 당장 시력을 완전히 잃은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어제 탁구 엄마가 보여준 모습은 분명 시력에 문제가 있음을 드러냈습니다. 물잔의 위치를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그리고 치료하러 서울의 어느 병원에 온 탁구와 우연히 마주쳤지요. 이때 김미순은 닥터 윤의 부축을 받기 위해 손을 잡은 모습이었습니다. 그때 저는 '아, 역시 김미순이 실명했구나!' 했지만 잠시 후 스스로 의자에 앉는 모습을 보며 다시 '아닌가?' 하고 의아해했습니다. 그러다가 약간 옆에 떨어져 앉아있는 탁구를 향해 고개를 돌렸지요. 


김미순의 시선이 탁구에게 한참 머물렀습니다. 아마도 그녀는 뭔가 초자연적인 느낌 같은 것을 받은 듯한 표정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탁구를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그때 저는 그렇게 생각했지요. '탁구가 안 보이는 것일까? 아니면 탁구를 못 알아보는 것일까?'

글쎄요. 확실한 것은 알 수 없습니다. 오늘 저녁에 다시 김미순씨가 나올 테니 그때 한 번 물어보는 수밖에요. 어제 탁구 옆에 앉아서 한참 동안 탁구를 바라보셨는데 안 보이셨던 거예요? 아니면 탁구일 줄 모르셨던 거예요? 하고 말입니다. 그러나 단언하건대, 탁구 엄마가 탁구를 못 알아볼 리는 절대 없습니다.

보통의 엄마들이라도 아무리 열두 살 때 헤어진 아들이 스물네 살이 되어 앞에 나타났다 해서 못 알아보진 않습니다. 특히 김탁구 엄마 김미순은 보통의 엄마가 아닙니다. 그녀는 오직 탁구 하나만 보며 살아온 여자입니다. 그녀는 탁구를 위해서라면 목숨마저 내놓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런 김미순이 탁구를 못 알아본다? 탁구도 마찬가집니다. 12년 동안 오로지 엄마를 찾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녔습니다. 평생 편안한 삶이 보장되는 거성가까지 버렸습니다. 그러나 김탁구는 시력을 다쳐 눈에 붕대를 감고 있는 상태, 엄마를 알아볼 수 없습니다. 만약 김탁구가 그 상태가 아니었다면 당장 "엄마!' 하고 외치며 달려갔을 겁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김미순은 지금 서서히 시력이 상실되어 가는 중입니다. 아마 12년 전 도망치다 사고로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사경을 헤매던 김미순은 닥터 윤이 하던 보건소로 찾아갔을 것이고 닥터 윤이 지금껏 김미순을 보살피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러고 보니 24년 전 닥터 윤의 김미순에 대한 감정이 언뜻 우리 눈에 비쳤었지요.

이들은 거성식품의 주식을 사 모으고 있는 중입니다. 이 두 사람이 무슨 음모를 꾸미고 있는 것인지는 아직 확실치 않습니다. 그러나 대충 짐작할 수 있는 것은 복수를 위해 회사의 주도권을 확보하려고 하는 듯합니다. 어쩌면 이들은 서인숙과 한승재가 홍여사를 죽였고, 거성식품의 경영권을 넘보고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일단 우리 쪽 투자를 받겠답니다."
"투자를 하는 대신 지분 보유를 원한다는 데도 합의를 했구요?"
"처음엔 강하게 거부감을 보였지만 저희 쪽이 내민 조건이 나쁘지 않은 터라."
"그러면 우리가 원하는 정도의 지분을 확보하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겠습니까?"
"짧게는 1년, 길게는 2년에서 3년이면 충분합니다."

닥터 윤이 이들의 대리인과 하는 얘기를 은밀히 듣고 있던 김미순이 이렇게 말했지요.

"2년에서 3년이라…. 그때까지 제 눈이 버텨줄란가 모르겠네예."

2년에서 3년이면 탁구가 팔봉선생으로부터 제빵 비법을 전수 받고 제빵계의 1인자가 될 때쯤이겠는데 제발 탁구를 만날 때까지라도 시력을 잃어서는 안 될 텐데, 운명이란 참으로 얄궂습니다. 어떻게 12년 만에 만난 모자가 모두 시력을 잃어 병원에 치료받으러 온 상태였다니.

그렇군요. 김미순도 병원에 눈 치료를 받기 위해 나타났던 것입니다. 실명 위기는 탁구가 아니라 김미순이 더 심각한 모양입니다. 그녀의 실명은 이미 날짜를 받아놓은 것처럼 보이니…, 오호, 통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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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닷없이 홍여사의 사진이 쓰러지자 모두들 놀라는데…















김탁구의 엄마 김미순이 등장했습니다. 놀랍게 변신한 모습으로 나타난 그녀의 손가락에는 죽기 전에 탁구 할머니가 준 쌍가락지가 마치 처절한 복수라도 예고하듯 서슬 푸르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비싸 보이는 의상에 검은 선글라스를 끼고 고급차를 타고 있는 김미순, 뭔가 예전 같지 않습니다. 그녀는 확 달라져 있었습니다.


귀부인이 되어 나타난 김미순, 대체 무슨 일이?

어떻게 저렇게 변했을까요? 촌티가 줄줄 흐르던 미순씨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귀부인이 그 자리를 대신했습니다. 12년 만에 나타난 김미순은 예전의 김미순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꽉 다문 그녀의 입술에선 비장함이 묻어났습니다. 이제 바야흐로 미순씨의 복수가 시작된 것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아직 우리는 어떻게 김미순이 이렇게 귀부인이 되어 나타났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녀는 12년 전 낭떠러지에서 떨어졌습니다. 통속적인 무협지에서는 늘 주인공이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도록 되어 있고, 그다음 순서는 진귀한 약초를 먹게 되거나 절정의 비급을 만나는 기연을 얻는 것입니다. 

혹시 우리의 김미순도 낭떠러지에서 떨어진 이후 어떤 기연을 만났던 것일까요? 그녀가 어떻게 시골 보건소 의사였던 거성가 주치의 닥터 윤을 만나게 되었는지도 아직 알려진 게 없습니다. 서인숙과 한승재에게 쫓긴 김미순이 배속에 아이(김탁구)를 안고 간 속이 닥터 윤이 소장으로 있던 보건소였습니다. 

그곳까지 쫓아온 한승재에게 죽을 고비를 넘긴 그녀는 다시 청산으로 도망갔었지요. 청산이 어디 있는지 알아보았더니 충청북도 옥천군이라고 하더군요. 옥천, 아주 물 맑고 인심 좋은 산골 마을입니다. 그 이후는 여러분도 잘 아실 것입니다. 12년 후 청산에서 탁구와 평화롭게 살던 김미순은 한승재의 음모로 낭떠러지에 추락하는 운명까지 가게 됩니다.


그런데 그렇게 실종됐던 김미순이 비싼 옷에 검은 선글라스를 끼고 고급 승용차에 앉아 있으니 놀랄 노자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요? 그동안 김미순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요? 처음에 보건소 의사였던 닥터 윤이 나타났을 때, 아, 저이가 김미순을 구해 보호하고 있었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김미순의 복수를 만든 것은 홍여사의 통장 

그러나 우리 앞에 나타난 김미순은 그저 보호나 받고 있는 그런 존재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녀에겐 뭔가 커다란 비밀이 있는 듯이 보입니다. 그게 뭘까요? 그러고 보니 12년 전 탁구를 데려온 김미순에게 탁구 할머니 홍여사가 옥으로 만든 쌍가락지와 함께 통장을 하나 건넨 것이 기억납니다. 통장, 그렇습니다. 그 통장에 비밀이 숨어 있었던 것입니다. 

홍여사는 오늘 이 순간을 위해 미리 예비를 하려 했던 것일까요? 물론 그렇지는 않습니다. 극구 사양하는 김미순의 손에 통장을 쥐어주며 홍여사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마준이 엄마가 미순이의 반만 닮았더라도…." 홍여사는 김미순의 티 없이 순수한 성품에 감동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 통장이 비명에 간 탁구 할머니의 복수를 위해 긴요하게 쓰일 줄이야 누가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낭떠러지에서 떨어졌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나 죽을힘을 다해 찾아간 곳은 아마도 닥터 윤이 있는 보건소였을 것입니다. 탁구를 밴 김미순이 간호사로 보건소에서 자기 일을 도와줄 때에도 그녀를 바라보는 닥터 윤의 시선이 예사롭지 않았다는 것을 여러분도 아실 것입니다.

모든 사정을 알게 된 닥터 윤은 김미순을 도와주기로 결심했을 겁니다. 닥터 윤 역시도 한승재의 협박에 두려움에 떨었던 아픈 기억이 있습니다. 그에게도 한승재는 원수 같은 존재입니다. 더구나 마음에 둔 김미순의 원수라면… 그에게도 당연히 원수입니다. 

그러나 김미순의 성정으로 보아서 닥터 윤의 호의를 무조건 받아들였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녀는 독자적으로 무언가 일을 벌여서 크게 성공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고급차, 비싼 의상, 탁구 할머니가 준 쌍가락지를 만지작거리는 그녀의 손으로 통장에 든 돈을 이용해 큰돈을 벌었을지도 모릅니다.  

김미순, 이미 모든 사실을 알고 있는 듯

우리는 여기서 다시 한 번 홍여사의 안목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그녀가 김미순에게 통장을 남기지 않았다면? 아무리 미순의 복수심이 하늘을 찔러도 그저 생각만으로 그쳤을 겁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복수를 향한 행동을 하나씩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통장은 미순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김미순은 이미 사건의 진상, 그러니까 홍여사의 죽음에 얽힌 비밀까지도 알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닥터 윤과 거성가 가정부가 그녀의 귀가 되어 주었을 테지요.) 


물론 홍여사가 미순의 복수를 위해 통장을 건네준 것은 아니었습니다. 단지 착한 김미순이 편안하게 남은 인생을 살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기 때문이지요. 아마도 미순이 서인숙처럼 예의도 없고 이기적이며 신경질적인 사람이었다면 통장을 전해줄 마음도 먹지 않았을 겁니다.

결과적으로 홍여사가 김미순의 복수를 후원하는 것처럼 되었습니다. 기일 제상 위에서 쓰러진 탁구 할머니의 영정사진은 서인숙을 향해 "네 이년, 이제부터 내가 너를 가만 두지 않을 것이다. 세상에 죄를 짓고는 결코 편하게 살 수 없다는 사실을 내 똑똑히 보여줄 것이다" 하고 선포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홍여사의 쓰러져 깨진 사진을 보며 부들부들 떠는 서인숙의 귀에 그 소리가 쟁쟁하게 울렸던 것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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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미순. 참 매력적인 인물입니다. 그녀의 입에서는 나오는 말마다 명언입니다. 사나이는 주먹을 가장 마지막에 써야 한다고 엄마와 똑같은 말을 해서 탁구를 감동시키기도 했던 그녀는 이번에도 명언을 내놓았습니다. "자고로 먼 곳을 가려면 반드시 가까운 곳에서부터 출발해야 하고, 높은 곳을 오르려면 가장 낮은 곳에서부터 시작해야 된다."


멀리 가려면 반드시 가까운 곳에서부터 출발해야

물론 이 말은 팔봉선생이 손녀인 양미순에게 해준 말입니다. 이 단순한 말 속에는 진리가 숨어 있습니다. 빵을 만들려면 가장 기초적인 밀가루, 물, 소금, 이스트의 성질부터 파악하는 게 중요합니다. 1차적인 과제는 반죽입니다. 이들 네 가지의 기본 요소들을 얼마나 잘 배합하느냐에 따라 빵이 잘 만들어지느냐 잘못 만들어지느냐가 달려 있습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가장 낮은 곳에서 시작하려는 마음. 그 마음은 선배들과 동료들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정신으로 나타납니다. 김탁구는 누구보다 일찍 일어나서 팔봉빵집 식구들이 생활하는 숙소 마루를 걸레로 깨끗이 닦습니다. 빵판을 닦고 물기를 제거하는 데 누구보다 열심입니다. 그것도 신이 나서. 

탁구는 가장 낮은 곳에서 시작하는 것을 빵의 기초재료들을 제대로 익히는 것뿐만 아니라 동료들을 위해 열심히 숙소를 청소하고 빵판을 닦는 일부터 시작한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동료들을 기쁘게 해주고 싶었던 것이겠지요. 탁구는 우선 제빵사들이 행복해야 사람들에게 맛있는 빵을 선사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듯합니다. 

여기에 비해 구마준은 어떻습니까? 저는 그가 빗자루 한 번 드는 꼴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는 분명 탁구와 거의 동시에 팔봉빵집에 들어왔습니다. 그가 아무리 파리에 유학까지 다녀왔다고 하더라도 팔봉빵집에서는 신참입니다. 구마준은 선배들을 기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없습니다. 밑에서부터 일하면서 배우려는 마음은 더욱 없습니다.   


자만심으로 똘똘뭉친 구마준에게 없는 것은?

자만심으로 똘똘 뭉친 구마준에게 팔봉선생을 제외한 팔봉빵집의 제빵사들은 그저 하찮고 귀찮은 존재들에 불과합니다. 그에겐 빵을 제대로 배워보겠다는 의지보다는 하루 빨리 팔봉선생의 인정서를 받아 돌아가겠다는 욕심뿐입니다. 그에게 팔봉선생의 비법 따위는 소용없습니다. 오직 인정서만 필요할 뿐.

팔봉빵집의 대장 양인목이 김탁구를 제빵실에 거둔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요? 그는 처음에 김탁구를 들일 수 없다며 길길이 뛰었습니다. 그러나 양인목은 김탁구에게서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을 보았던 것입니다. 탁구가 타고난 후각으로 빵이 쉬었다는 것을 알아냈었지요? 그래서 빵은 모두 폐기처분되고 말았습니다.

급히 새로 만든 빵을 배달하는 일을 자청하면서 탁구가 그랬지요. "소아병동의 아이들이 얼마나 기다리고 있겠어요. 빨리 갖다 줘야지." 그런 탁구를 지켜보며 양인목을 생각했을 것입니다. '음, 사람에 대한 애정은 있는 녀석이군. 제빵사의 제1 조건이 바로 사람을 위하는 마음인데, 기본은 된 녀석이야.'

여러분은 12년 전에 팔봉선생이 탁구에게 했던 말을 기억하실 겁니다. "너 그렇다면 착하게 살아온 것이 아니었구나. 착하게 산다는 게 무엇이겠느냐. 남을 미워하고 분노하는 마음, 그게 남아 있으면 착하게 사는 것이 아니다." 아마 팔봉선생도 빵을 만드는 사람은 마음속에 미움과 분노가 있어선 안 된다고 가르쳤을 것입니다.

빵은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것입니다. 미움과 분노로 가득한 사람이 과연 사람들의 마음을 살찌우는 빵을 만들 수 있을 것인가. 팔봉선생은 틀림없이 그럴 수 없다고 말합니다. 빵을 만드는 사람의 정성과 사랑이 깃들지 않은 빵은 죽은 빵이라는 거죠. 그런 빵은 사람을 행복하게 할 수 없습니다. 

낮은 곳에 설 수 없는 마준, 절대 탁구를 이길 수 없어

구마준. 그의 마음속엔 오로지 야심만이 가득합니다. 그의 마음속엔 타인을 위한 약간의 자리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는 탁구를 짓밟기 위해 도둑 누명을 씌우는가 하면 제빵실을 난장판으로 만들어놓고 그걸 탁구가 한 것처럼 꾸미기도 합니다. 게다가 그는 자기가 세상에서 제일 잘났다고 생각합니다. 


우월의식이 뼛속까지 박힌 그의 어머니 서인숙처럼 구마준도 세상 모든 사람들이 하찮기만 합니다. 그런 구마준이 가장 낮은 곳에서 무언가를 시작하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우물에서 포도주가 솟아나기를 기다리는 것과 같을지도 모릅니다. 신유경은 그런 구마준을 꿰뚫어보았던 것일까요?

그녀는 구마준에게 이렇게 말했었지요. "너는 절대 탁구를 이길 수 없어!" 12년 전에 했던 이 말을 그녀는 구마준에게 다시 했습니다. "너는 절대 탁구를 이길 수 없어!" 그리고 팔봉선생도 알고 있습니다. 구마준이 절대 김탁구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어쩌면 팔봉선생은 탁구와 마준이 대결하는 것을 지켜보는 재미를 즐기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에겐 최고의 엘리트 코스를 거친 마준이가 아무것도 모르던 탁구에게 깨지는 모습을 상상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탁구에게 빵을 만들게 해준 사람은 마준입니다.  

구마준의 비행을 모두 알고 있는 팔봉선생이 구마준을 쫓아내지 않고 2년의 시간을 준 것도 다 나름의 이유가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김탁구 안에 든 그 타고난 재능을 끌어내 구경(?)하고 싶은 욕심, 그런 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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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한 사람들끼리의 투쟁, <제빵왕 김탁구>















<제빵왕 김탁구>에 등장하는 인물들 중에 누가 가장 불쌍할까요? 그러면 누구라 할 것 없이 모두들 "당연히 김탁구가 제일 불쌍하지" 하고 말할 테지요. 사실 <김탁구>에 등장하는 인물들치고 불쌍하지 않은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등장하는 인물들 하나하나가 나름대로 아픈 사연 하나씩은 다 갖고 있습니다. 

우선 이 드라마에서 현재로선 가장 잘 나가는 구일중부터 아픔이 있습니다. 그는 사업을 위해 정략결혼을 한 듯이 보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어떤 과정을 거쳐 정략결혼을 했다는 것인지에 대해선 설명이 없었지만, 서인숙의 입을 통해 잠깐 언급이 있었습니다. 그는 사랑 없는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억지로…. 

그가 왜 그렇게 힘든 결혼을 물가에 끌려간 소가 억지로 물을 마시듯 하고 있는 것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거기에 대해서도 구일중은 아무 말이 없습니다. 이 사람은 대체로 말이 하기 싫은 사람입니다. 다만 그 엄숙하고 무거운 표정으로 우리에게 "아, 정말이지 나는 서인숙과의 결혼생활이 지긋지긋해" 하고 말해줄 뿐입니다. 

물론 서인숙도 불쌍하긴 마찬가집니다. 눈치로 보건대 그녀는 구일중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녀의 엽기적인 행각들도 구일중으로부터 얻을 수 없는 사랑에 대한 절망감으로부터 나온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녀는 대단히 욕심이 많은 인물입니다. 자기가 원하는 것을 가지지 못할 때 그녀의 히스테리는 극에 달합니다. 


그녀는 철저하게 부르주아적 사고방식에 물들어 있습니다. 그녀의 눈에는 김탁구든 신유경이든 상대할 가치도 없는 하찮은 존재들입니다. 그녀의 둘째 딸 구자림.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 같지만, 그런 그녀가 운동권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도 가만 보면 채워지지 않는 욕구불만을 해소하기 위한 방편 아니었을까 하는 혐의가 짙습니다.
 
실제로 그녀는 붙들려간 경찰서에서 간단하게 가장 친한 친구요 동지인 신유경이 어디 숨어있는지 실토함으로써 허영심으로 시작했던 운동권 생활도 막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자림아, 운동권? 그런 건 힘 없고 돈 없는 애들이 세상을 바꾸겠다고 하는 거야. 너처럼 부족한 것 없는 애가 있을 자리가 아니야" 하고 말했을 때 아무 말도 못합니다. 

그녀 역시 불쌍한 존재였습니다. 그녀는 부족한 것이 하나도 없는 부잣집 딸이면서도 마음속은 늘 공허한 찬바람이 붑니다. 그녀의 언니 구자경은 이 집안의 장녑니다. 그녀는 장녀이면서도 왜 거성가를 이어받지 못하는가에 대해서 매우 불만이 큽니다. 여자는 왜 안 되냐는 거죠. 그녀 역시 서인숙을 닮아 차가운 성품을 지녔습니다. 

현재로선 그녀가 왜 불쌍한지에 대해선 따로 적을만한 게 없습니다. 자주 안 나오니까요. 그러나 앞으로 그녀도 충분히 불쌍하다는 증거들이 곳곳에서 드러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거성가의 비서실장 한승재. 그가 얼마나 불쌍한 존재인지에 대해선 여기서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그는 현대판 머슴입니다. 


거성식품의 비서실장으로서 막강한 파워를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회사를 벗어나면 그는 거성가의 일개 머슴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사랑하는 여자 서인숙도 자기 주인에게 빼앗겼습니다. 여기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은 없었지만 서인숙과 한승재 두 사람의 대화 속에서 나온 말입니다. 그를 가장 불행하게 하는 것은 그러나 따로 있습니다. 

야심, 바로 야심이 그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것입니다. 그 야심의 포로가 되는 순간 그가 가지고 있던 양심과 도덕 따위는 한낱 쓰레기로 변해버렸습니다. 그는 목표한 야심을 위해선 사람도 죽일 수 있고 이미 그걸 실행에 옮겼습니다. 탁구도 죽이려 했지만, 실패했지요. 한승재의 음모로 어디론가 실종돼 행방을 알 수 없는 김미순도 물론 불쌍한 존재입니다.
 
그러나 누구보다, 그 어떤 사람보다 불쌍한 것은 구마준이 아닐까 합니다. 구마준은 구일중의 친아들이 아닙니다. 그는 서인숙이 한승재와 간통하여 낳은 아들입니다. 그 점에 있어선 김탁구도 마찬가집니다. 그러나 구마준은 철저하게 계산된 음모 아래 만들어진 아이라는 차이가 있습니다. 

게다가 구마준은 그 음모의 대부분을 알고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생부와 생모가 할머니를 죽게 만드는 과정을 다 지켜보았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떠나고 난 자리에 나타나 빗속에 쓰러진 할머니를 향해 거래를 제안합니다. "할머니, 내가 도와드릴 테니까 우리 엄마 용서한다고 약속하세요. 그러면 도와줄 수 있어요." 

그 짧은 순간에 그 아이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몸 안에 있던 영혼이 빗줄기를 타고 형체도 없이 어디론가 사라지는 경험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그가 자신이 단순한 불륜의 씨앗이 아니라 음모로 잉태된 존재란 사실까지 알게 된다면 그 기분이 어떨까요? 

구마준이 간직한 인생의 시계는 12년 전 시점에서 정지한 듯이 보입니다. 그는 전혀 성장하지 못했습니다. 신유경으로부터 12년 전에 들었던 똑같은 말을 들으며 수치심과 분노에 치를 떱니다. "너는 그때나 지금이나 전혀 달라진 게 없구나. 열등감으로 똘똘 뭉쳐진 너는 탁구를 절대 이길 수 없어." 

그러고 보니 구마준은 12년 전 열두 살이었을 때나 스물네 살 청년이 되어서나 달라진 게 없습니다. 열등감에 사로잡혀 탁구에게 누명을 씌우기 위해 밤중에 몰래 제빵실과 반죽을 작살내는 행동은 12년 전 거성가에 들어온 탁구를 도둑으로 몰던 행동과 아주 똑같습니다. 

그의 육체는 어른처럼 성장했지만 영혼은 발육부진으로 여전히 심술궂은 열두 살 어린 소년으로 남아있었던 것입니다. 앞으로도 초등학생이 교실에서나 부릴 법한 심술을 구마준으로부터 계속 보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그가 가엽게만 느껴집니다. 아, 어쩌다 저렇게 망가졌을까? 열두 살 세계에 버려진 불쌍한 영혼.  

그러니 그가 불쌍한 사람들 중에서도 가장 불쌍한 사람이 아니고 뭐겠습니까? 그런데 이 불쌍한 영혼과 엮이게 될 것 같은 또 하나의 불쌍한 영혼이 있습니다. 신유경. 구마준의 정체를 알면서도 탁구에게 입을 다물고 있는 그녀의 정신세계는 또 어떤 것일까요? 그녀의 내면 깊숙한 곳에 숨어있는 욕망의 정체를 이 침묵이 말하는 것 같아 불안하기도 합니다. 

어쩌면 신유경은 가난하고 힘없는 자들의 편에 서서 세상을 바꾸기보다 차라리 자기가 변해 세상을 가지는 쪽을 선택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녀를 취조하던 경찰이 그녀에게 그렇게 말했었지요. "너처럼 머리도 좋은 애가 왜 그런 일을 하는 거지? 세상 바꾸려 하지 말고 니가 바뀌면 되는 거야. 니가 가진 자가 되고 있는 자가 되면 그럼 세상도 자연히 너를 따라 바뀌게 돼 있어." 

저는 이 경찰의 말이 사실은 진실을 말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수많은 젊은 운동권들이 있었고 세상을 바꾸려 했지만, 그들은 결국 세상을 바꾸기보다 자기가 바뀌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그들 중엔 오늘날 여당의 실세 중 실세가 된 사람도 있고, 수도권 광역시도지사가 된 사람들도 있으며, 기업체로 간 사람들도 있습니다.   

아마도 신유경도 이런 길을 선택할 것처럼 보입니다. 어제 그녀가 들었던 노래, 그게 샹송인지 깐소네인지도 모르겠고 가수 이름도 기억나지 않지만 대충 이런 뜻이었던 것 같습니다. "과거는 이제 필요 없어. 나는 모든 것을 잊을 테야. 나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거니까." 

그러나 그녀의 새로운 시작이 구마준과 함께 비참한 몰락의 함정으로 빠져들 것 같은 불안한 예감에 이젠 그녀가 가장 불쌍하단 생각이 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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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비 정부권
엄마와 양미순, 서로 이름이 같았네!
     양미순에게서 엄마를 발견한 김탁구
















김탁구, 이제 본격적으로 빵을 만들 모양이군요. 지난 12년 동안 탁구의 머릿속엔 오로지 엄마 외에는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제부터는 빵만을 생각하겠다고 합니다. 물론 김탁구가 제 스스로 깨달아서 그렇게 된 것은 아닙니다.


탁구에게 빵을 만들도록 계몽한 사람이 구마준?

아이러니하게도 탁구를 계몽시킨 사람은 탁구와는 필연적으로 원수 같은 경쟁자가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난 구마준이었습니다. 구마준이 갑자기 왜 탁구에게 그런 제안을 했던 것일까요? 이미 현명한 독자 여러분은 그 이유를 알고 있습니다. 구마준의 열등감 때문입니다.


저는 구마준이 <제빵왕 김탁구>에 등장하는 인물 중에 가장 불쌍한 캐릭터라고 생각되는데요. 불행한 것이 아니라 불쌍한 인물 말입니다. 그건 일단 다음에 이야기하기로 하고요. 오늘은 김탁구가 왜 양미순에게 뜬금없이 자기 엄마 사진을 보여줬을까 그걸 말하고 싶습니다.
 

유치장에서 나온 탁구에게 두부를 먹이던 양미순은 탁구와 엄마의 사진을 보게 된다.


왜 그랬을까요? 역시 현명한 독자 여러분은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탁구도 그 이유에 대해 말했습니다. 자기 엄마와 양미순의 이름이 같기 때문입니다. 탁구 엄마의 이름은 김미순. 아,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요? 팔봉빵집 손녀딸의 이름이 미순이었다는 사실, 탁구와 운명적으로 만나게 될 여자의 이름이 미순이였다는 거.

탁구는 한 가지 이유를 더 말했습니다.

탁구 엄마와 팔봉빵집 양미순, 이름이 같았어!

"우리 엄마 이름도 미순이야. 김미순. 우리 엄마도 예전에 너랑 같은 말을 했었어. 주먹은 가장 마지막에 써야 하는 거라고. 그래야 진짜 사나이라고. 이제 두 번 다시 주먹 같은 거 안 쓸 거야. 우리 엄마 이름을 걸고 맹세해."

"설마 너 어젯밤에 이걸 가지러 나갔었던 거니, 그럼?"
"내가 이 사진 보여주지 않으면 니가 내 말 안 믿을 거 같아서. 주먹 같은 거 쓰지 않아도 이 집에서 살 수 있겠지?"
"그럼! 당연하지."

아, 그랬군요. 탁구는 양미순에게 엄마 사진을 보여주며 신유경의 거처를 마련해주면 앞으로 양미순의 말이라면 무슨 말이든 듣겠다는 약속을 증명해보이려 했던 것이군요. 그러나 양미순의 방에서 하룻밤을 보낸 신유경은 다음날 경찰에 잡혀갔습니다. 구마준의 누나 구자림이 고문 위협에 불었기 때문이지요.

(위)사나이는 주먹을 함부로 쓰면 안 된다고 말하는 두 미순 (아래)갈등하던 탁구, 결국 경찰을 때려눕히고.


신유경을 잡아가는 경찰을 향해 주먹을 날린 김탁구, 함께 끌려가 유치장에 갇히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팔봉선생이 거액의 합의금을 주고 김탁구를 빼왔고 지금 양미순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중입니다. 김탁구는 양미순이 준비한 두부를 입 안 가득 씹어 먹으며 양미순에게 다시금 맹세를 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이다. 내가 아까 유경이 앞에서 휘두른 그 주먹, 그게 내 마지막 주먹이라구."

이 대화를 통해 양미순이 깨닫게 된 것이 있습니다. 김탁구가 매우 정직한 청년이란 사실을 말입니다. 그에 반해 서태조란 이름으로 행세하는 구마준은 매우 영악하며 비열한 인물일지도 모른다는 느낌을 말입니다. 신유경이 팔봉빵집에서 묵던 그날밤, 팔봉빵집 제빵실이 난장판이 됐고 그 범인으로 김탁구가 지목 되었죠.

구마준, 아무리 탁구가 밉기로 애꿎은 제빵실은 왜 부수는 거니?

구마준이 김탁구가 전날 밤 오랜 시간 밖에 나갔다 왔다는 사실을 말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구마준의 의도였습니다. 제빵실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반죽을 못 쓰게 한 것은 구마준이었습니다. 김탁구가 나가는 것을 보고 재빨리 일을 치른 것입니다. 역시 그 부모에 그 자식입니다. 음모와 범죄를 행하는 것이 아주 몸에 익었습니다.


팔봉선생만이 이 사실을 알고 있을 뿐 이것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런데 양미순은 김탁구가 보여주는 엄마 사진을 통해 김탁구가 범인이 아니란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동시에 구마준의 비열한 행동에 대해서도 어렴풋이 깨닫게 됐습니다. 그리고 탁구에 대한 야릇한 모성애 같은 것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탁구가 본래 양미순에게 엄마 사진을 보여주려던 이유는 신유경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신유경이 이미 경찰에 체포되어 팔봉빵집을 떠난 지금 굳이 양미순에게 엄마 사진을 보여주며 앞으로는 절대로 주먹을 쓰지 않겠노라고 약속하는 이유는 뭘까요?

김탁구는 신유경을 재워주는 대가로 양미순에게 무슨 말이든 복종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신유경이 경찰에 연행될 때 김탁구가 주먹을 쓰려 하다가 양미순의 눈과 마주쳤지요. 그때 양미순이 고개를 저으며 탁구에게 주먹 쓰지 마라는 눈짓을 보냈습니다. 갈등하던 김탁구. 그러나 결국 주먹을 날리고 말았던 것입니다.

탁구의 인생에 가장 중요한 두 미순씨

지금 이 순간 탁구가 양미순에게 그때 경찰에게 날렸던 그 주먹이 마지막이라고 맹세를 하는 이유는 주먹을 쓰지 말라고 했는데 주먹을 날려 약속을 못 지켰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또 다른 의미는 이런 것이지요. 앞으로도 계속 양미순의 말이라면 무슨 말이든 듣겠다고 한 계약은 유효하다, 그런 거 말입니다.


양미순은 오히려 자기의 말을 듣지 않고 주먹을 날린 김탁구의 행동을 통해 그가 얼마나 의기있는 사람인지, 정직한 사람인지, 따뜻한 사람인지를 알게 됐습니다. 감동과 함께 탁구에 대한 애틋한 감정이 생기기 시작하는 순간입니다. 탁구 역시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그는 아직 알지 못하지만 이미 탁구의 마음속에 양미순이 서서히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경찰에 연행되는 신유경과 신유경을 빼달라고 빽을 쓰는 구마준


탁구의 인생은 엄마 그 자체입니다. 탁구에게 엄마는 인생입니다. 그 엄마가 했던 말을 양미순의 입에서 들었습니다. 게다가 양미순은 엄마와 이름도 똑같습니다. 양미순과 김미순. 이 얼마나 기막힌 우연입니까. 양미순은 엄마처럼 탁구를 가르치려드는 것도 닮았습니다. 앞으로 김탁구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두 사람은 양미순과 김미순이 될 것 같습니다. 

아무튼 김탁구와 양미순 사이에 다리를 놓아준 사람이 다름 아닌 신유경과 구마준이란 사실도 참 얄궂은 운명의 장난이로군요. 신유경은 구마준이 빽을 써서 경찰에서 풀려났습니다. 김탁구는 구마준에게 그 대가로 앞으로 2년 동안 신유경을 절대 만나지 않고 빵만 생각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제야 본격적으로 빵 만들기 대회가 시작 되려나 봅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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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비 정부권

















김탁구는 범죄스릴러? 
'스릴러와 맛있는 빵을 버무린 독특한 장르'


<제빵왕 김탁구>, 제목만 보면 음식드라마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김탁구가 갖은 역경을 뚫고 제빵 기술자로 성공한다는 뭐 그런 줄거리를 생각했습니다. 물론 김탁구(윤시윤)는 팔봉선생(장항선) 밑에서 훌륭한 기술을 배워 한국 제일의 제빵 고수가 될 것임은 분명합니다. 꼭 그렇게 되겠지요. 우리가 기대하는 대로.

그런데 제빵왕 김탁구가 지금까지 보여준 이야기는 음식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빵과 빵집, 빵공장 같은 것들은 그저 김탁구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음모와 암투를 잘 보여주기 위한 무대장치에 불과했습니다. 이 드라마의 주된 주제는 범죄였습니다. 범죄 스릴러, 그게 이 드라마의 장르였던 것입니다.

어쩐지 처음부터 배경음악이 너무 음산하다 싶었습니다. 어쩌면 최명길, 전인화, 박예진 등이 연기대결을 펼쳤던 <미워도 다시 한번>에서 들었던 효과음악이 연상되었습니다. 그래서 혹시 <미워도 다시 한번> 제작진이 김탁구를 만든 게 아닐까 싶어 찾아보았지만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거성가의 안주인 서인숙(전인화)과 거성식품 비서실장 한승재(정성모)는 공범입니다. 그들은 구일중(전광렬) 거성 회장의 어머니를 살해했습니다. 고의적으로 죽인 건 아닙니다. 어쩌다가 그렇게 된 겁니다. 홍여사(김용림)가 구마준이 구일중의 아들이 아니라 한승재와 서인숙의 아들이란 사실을 알아버렸던 것입니다.

두 사람의 대화를 몰래 엿들은 홍여사는 기절할 정도로 놀랐습니다. 서인숙과 한승재에겐 절체절명의 위기. 그들의 야심이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사라질 순간입니다. 서인숙이 홍여사의 팔을 잡고 제발 눈감아달라고 애원했지만, 그건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였습니다. 두 사람은 거성가를 말아먹을 계략을 꾸몄던 것이고, 그 중심에 손자라고 여겼던 구마준이 있었던 것입니다. 

억수처럼 쏟아지는 폭우 속에 서인숙이 잡은 팔을 뿌리치던 홍여사는 쓰러졌습니다. 순식간의 일이었지요. 아마 어쩌면 서인숙이 홍여사를 강하게 잡아당겼거나 밀쳤거나 그랬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이었습니다. 노인은 쓰러졌고, 죽을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도 두 사람은 방치했습니다. 아니, 죽으라고 그랬겠지요.  

그리고 이 미필적 고의성이 짙은 살인행각에는 구마준(주원)도 끼여 있었습니다. 어린 구마준은 모든 것을 다 지켜보았습니다. 그는 자신이 아버지의 아들이 아니라 아버지라고 믿었던 사람의 비서의 아들이란 사실을 깨닫고 큰 충격에 휩싸였을 것입니다. 불륜의 씨앗. 욕망덩어리. 그게 바로 자신이었던 것입니다.

그는 빗속에 쓰러져있는 할머니에게 다가갔습니다. 그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을 겁니다. "나를 그렇게 괴롭히더니, 그래, 내 할머니가 아니었어." 그러나 아직 어린 구마준의 가슴 속엔 양심의 소리가 살아 있습니다. 할머니를 흔들며 말합니다. "내 어머니를 용서한다고 약속하세요. 그러면 도와줄 수 있어요. 도와주겠어요. 약속만 하세요."

테이블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편이 갈라져 있군요. 팔봉선생이 가운데 있고...


쓰러져 사경을 헤매고 있는 할머니에게 거래를 제안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 거래가 성사되었다고 혼자서 인정한 구마준은 집안으로 들어가 할머니의 방문을 열어놓고 아버지 구일중의 방문을 세게 두드립니다. 그 이후의 이야기는 모두들 아시는 그대로입니다. 할머니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곧 숨을 거두었습니다. 나중에 서인숙은 이렇게 독백하듯 외칩니다. 

"하늘은 내 편이었어!"

이들의 범죄행각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집요하게 김탁구를 몰아내기 위한 음모를 꾸몄고 성공했습니다. 탁구의 생모도 그 과정에서 실종돼 지금껏 생사를 알 길이 없습니다. 탁구는 엄마를 찾기 위해 거성가를 뛰쳐나와 돌아다닌 지가 12년이 되었습니다. 

한승재는 12년만에 다시 돌아온(사실은 탁구가 스스로 돌아온 것도 아니었고, 단지 한승재의 눈에 뜨인 것뿐이다) 탁구를 죽이기 위해 폭력배들을 동원했지만, 순간적으로 기지를 발휘한 탁구는 극적으로 탈출합니다. 자, 그럼 구마준은 어떨까요? 그는 원래부터 범죄형 인간은 아니었을 겁니다.

그러나 구마준이 자기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고, 할머니의 죽음에 어떤 형식으로든 관여한 순간, 그는 이미 그의 부모들(서인숙과 한승재)과 공범입니다. 구마준의 마음속에는 좌절과 분노에 이어 그의 친부모들과 같은 욕망과 야심이 자리 잡았습니다. 그는 어떻게든 구일중의 마음에 들어 그의 후계자로 인정받아 거성식품을 차지하겠다고 결심합니다.

그리하여 구마준은 유럽과 일본을 거쳐 팔봉빵집으로 오게 된 것입니다. 서태조란 가명으로. 왜 서태조란 이름을 썼을까? 한태조라고도 할 수 있었는데…. 이건 내 생각일 뿐이지만, 구마준에게 친아버지란 존재는 계급적으로 열등한 천박한 존재일 뿐입니다. 모르긴 몰라도 그런 잠재의식의 발로가 아니었을까 생각하는 것입니다.

자, 그럼 구마준은 왜 팔봉빵집에 들어왔을까요? 물론 이미 아시는 분은 다 아시는 바와 같이 팔봉선생의 봉빵 레시피를 얻기 위해서입니다. 문제는 구마준이 그 레시피를 얻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을 거란 것입니다. 구마준은 이미 12년 전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방법을 가릴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몸으로 배웠습니다.
 

위가 김탁구, 아래가 구마준


이곳에서 부모들에게 잘 배운 범죄행각이 과연 어떻게 드러날 것인지도 재밌는 관전 포인틉니다. 또 하나의 이야깃거리가 있습니다. 신유경(유진). 신유경은 김탁구의 어릴 적 친굽니다. 12년 만에 극적으로 다시 만났고 이들은 늘 가슴에 품어왔던 사랑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들의 사랑은 곧 깨져버릴 운명입니다.

이미 제작진은 신유경이 김탁구를 배신하는 것으로 그림을 그리기로 결심했기 때문입니다. 신유경은 명문대학에 진학해서 운동권이 되었습니다. 그녀는 열두 살 때 어려운 사람을 돕는 훌륭한 사람이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 계기란 것이, 아버지에게서 훔친 돈봉투를 거지 가족에게 전해주고 받은 모자를 머리에 쓰면서 한 것입니다.

그때 그 거지 가족의 가장이 유경에게 그랬거든요. "나중에 커서 우리처럼 어려운 사람을 돕는 그런 사람이 되어 다오." 이것이 그녀가 운동권이 된(최소한 드라마에서 주장하는) 계기였는데, 내가 볼 땐 그게 비극이었습니다. 운동권은 어려운 사람을 돕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정의를 이루기 위해 해야 하는 것 아닐까 해서 말입니다.  

내 경험에 의하면, 누군가를 돕기 위해 운동권이 된 사람들은 거의 백이면 백 다 변절했다는 것입니다. 지금 한나라당에서 주도권을 쥐고 나라를 쥐락펴락 하는 사람들치고 왕년에 운동권 아니었던 사람  거의 없다는 사실만 봐도 내 말이 그렇게 틀린 말은 아니란 사실을 인정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아무튼 이 드라마에 나오는 사람들은 모두가 불행한 사람들입니다. 그중에서도 제일 불쌍한 구마준이 나중에 어떻게 될까 그게 가장 궁금한 대목입니다. 서인숙과 한승재는 지은 죄가 너무 크기 때문에 인간의 법은 피해갈지 몰라도 천벌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러나 구마준은 어떻게 될까? 팔봉선생이 김탁구에게 한 말 속에 어쩌면 답이 들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너 그렇다면 착하게 살아온 것이 아니었구나. 착하게 산다는 게 무엇이겠느냐. 남을 미워하고 분노하는 마음, 그게 남아 있으면 착하게 사는 것이 아니다."

아직 3분지 1밖에 지나지 않은 드라마를 놓고 왈가왈부하긴 그렇지만, 어쨌든 앞으로도 <제빵왕 김탁구>는 범죄드라마의 포스에서 벗어나기는 상당히 어렵지 않을까 그리 생각합니다. 아무튼 김탁구, 아주 재밌는 드라맙니다. 스릴러와 맛있는 빵을 버무린 독특한 장르가 현재로선 매우 성공적입니다. 

빵 속에 든 베이킹 파우다의 야릇한 중독성처럼 그런 재미가 느껴지는 <제빵왕 김탁구>, <로드넘버원>의 물량 공세와 전쟁바람마저 잠재운 걸 보면 실로 대단하단 생각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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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비 정부권

















어린 김탁구가 퇴장하고 청년 김탁구가 등장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어린 김탁구에게 반했던 저로서는 매우 아쉬운 일입니다. 그러나 새로 등장한, 아니 본격적으로 등장한 윤시윤이 진짜 김탁구이니 뭐 그리 불평할 일은 아닙니다. 게다가 생긴 것도 늘씬하니 시원하게 잘 생긴 것이 기분 좋게 생겼습니다.

<김탁구>에는 전광렬, 전인화, 정성모, 정혜선, 장항선 등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베테랑 연기자들이 출연했습니다. 우선 배우들의 연기력만으로 놓고 보자면 하등 손색없는 드라맙니다. 그런데 거기에다 어디서 구해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처음 카메라 앞에 선다는 어린 김탁구의 연기가 장난이 아닙니다.

새로, 아니 본격 등장한 윤시윤의 연기도 물론 장난이 아닙니다. 어린 김탁구와 큰 김탁구의 연기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웃기는 것이겠지만, 어린 김탁구의 연기가 워낙 능청스러웠던지라…. 윤시윤의 연기는 물이 오를 대로 올랐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오열하며 비통해 할 땐 비통한 대로, 코믹스러울 땐 또 그때대로 자연스럽게 연기하는 모습이 참 마음에 듭니다.

드라마를 보며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저 녀석은 울기도 잘 하고, 웃기도 잘 하고, 놀리기도 잘 하고, 참 못하는 것이 없네. 앞으로 장래가 기대되는 친구야." 그런데 말입니다. 다 좋은데 딱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게 있습니다. 어린 김탁구는 분명히 경상도 사투리를 썼는데 왜 큰 김탁구는 서울말을 쓸까요?


서울에서 오래 살아서 서울말을 배워서 그렇게 된 것일까요? 그렇지만 제가 알기로 김탁구 정도의 나이면 아무리 서울말을 배우려고 해도 그게 그렇게 잘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김탁구는 유달리 적응력이 뛰어난 특별한 사람이라서 그게 가능했던 것인지. 아무튼 저로서는 잘 이해가 안 가는 대목입니다.

그리고 저는 어린 김탁구의 사투리가 대단히 마음에 들었거든요. 드라마를 보면 늘 주인공들은 반듯한 서울말을 쓰는 것이 당연한 일처럼 되어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주인공이 경상도 사투리를 쓰니 뭐랄까 신선하다고나 할까, 식상한 서울말보다 훨씬 정감이 가더군요. 사실 전인화가 연기는 잘 하지만 그 딱딱하고 또렷한 서울말은 좀 질리잖아요?

어찌 되었거나 어린 김탁구가 느닷없이 고향 사투리를 버리고 서울말을 쓰는 것이(아무리 12녀의 세월이 흘렀다고 하더라도) 저로서는 이해도 안 되고 기분도 떨떠름하고 그렇습니다.

Posted by 파비 정부권

 

막장의 기준? 이런 식이면 모든 드라마는 다 막장이다 

제가 <제빵왕 김탁구>에 대해 좀 호의적으로 말했더니 어떤 분이 그러시더군요. 너무 ‘예찬적(!)’이라고요. 뭐 별로 그렇다고 생각은 안 했는데, 듣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군요. 이 분은 <김탁구>에 대해 매우 안 좋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세기의 막장드라마라고 혹평을 하시더군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저는 막장드라마란 표현에 대해 별로 바람직하게 생각하진 않아요. 왜냐하면 제 친구들 중에도 어린 나이에 막장으로 간 친구들이 더러 있기 때문이지요. 어려웠던 지난 시절에 막장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서민들이 따뜻한 아룻묵에서 겨울을 날 수 있었을까 생각하면 오히려 존경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쨌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장드라마가 이제 마치 불량한 드라마를 대변하는 말처럼 쓰이고 있으므로 오래 전 헤어져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친구들에게 미안하긴 하지만 그 말을 쓸 수밖에 없겠군요. 그런데 이 분은 <김탁구>를 막장드라마고 하는 이유에 대해 지역감정을 들었어요.

막장의 기준이 선량한 소재를 쓰지 않았기 때문?

경상도 사람은 착하게 보이게 하고 전라도 사람은 강간범으로 만들어 지역차별 조장하는 게 시대적 상황을 그대로보여주는 거냐고 반박하더군요. 제가 그랬거든요. <김탁구>의 초기 시대적 배경은 1960년대이고 1970년대를 거쳐 1980년대가 주요 무대가 된다, 그래서 지금의 기준으로 그때를 바라보면 안 된다, 라고 말이지요.  

남아선호사상이니 불륜이니 출생의 비밀이니 하는 코드로 막장을 연출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선 동의할 수 없다고 말하려다가 그런 얘기가 나왔던 건데 왜 이분은 엉뚱하게 지역감정 얘기를 하신 건지 모르겠어요. 아, 주인공 김탁구와 그의 어머니 김미순이 경상도 사투리를 쓰고 있었군요. 

그러고 보니 한승재의 사주에 의해 김미순을 겁탈하려고 했던 신유경의 아버지는 전라도 사투리를 쓰고 있었네요. 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군요. 그러나 이건 지나친 피해의식 아닐까 싶네요. 우연히 작가가 김탁구의 어머니를 경상도 사람으로, 신유경의 아버지를 전라도 사람으로 그린 것을 놓고 그럴 필요까지야 있을까요.


그런 피해의식으로 제 얘기를 보자면 지나친 예찬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그러나 저는 아직도 <김탁구>가 막장이라고 비난하는 데 대해선 절대 동의할 수 없답니다. 그렇게 보면 정말 우리나라 드라마 치고 막장 아닌 것은 하나도 없다고 생각해요. 우선 국민드라마로 칭송 받았던 <불멸의 이순신>도 막장 아닐까요?  

<불멸의 이순신>에도 요즘 흔히들 막장코드라 불릴 만한 소재들이 무궁무진했었지요. 물론 강간 장면도 있었고요. 무엇보다 전쟁신으로 피를 뿌리는 장면들이 대부분을 차지했지요. 세상에 무자비한 살인 장면을 보여주는 것만한 막장코드가 있을까요? 1000만 관객 돌파로 유명한 <태극기 휘날리며>도 마찬가지지요. 

'불멸의 이순신'과 '김탁구'의 차이는 뭘까?

그런 것들은 나름대로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것이니 막장이 아니라고요? 정말 그럴까요? 그렇다면 <김탁구>에 나오는 남호선호사상이나 불륜은 정당한 이유가 없는 것일까요? 물론 바람직스럽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나름 다 이유가 있는 것들이죠. 차라리 전쟁코드보다는 훨씬 나은 소재들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저도 사실 막장드라마에 대해 비판한 적이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김탁구> 같은 드라마를 막장으로 분류하진 않았어요. 제가 막장으로 찍은 드라마들은 <너는 내 운명>, <수상한 삼형제> 같은 드라마였는데요. 이런 드라마들의 특성은 앞뒤가 안 맞는다는 거예요. 그러면서 불륜, 살인 등 반사회적 소재들을 버무린다는 거죠.

예를 들어 이런 거랍니다. <너는 내 운명> 같은 경우에 극 중간에 느닷없이 50대의 주부가 임신을 하는 겁니다. 그리고 몇 회가 가다가(당연히 임신한 50대 부부는 창피하면서도 행복해했겠죠) 어느 날 갑자기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 달밤에 체조하던 50대 임신부는 유산을 하는 겁니다. 아마도 그때는 임신도 아이도 필요없어졌던 것이겠죠.

<수상한 삼형제>도 더 말할 나위 없이 온통 이런 식이었어요. 잘 나가다가 갑자기 김순경(주인공 김이상 경감의 아버지)과 함께 근무하던 파출소 직원의 아들(전투경찰이었나봐요)이 시위 진압에 앞장서다 병원에 입원했는데 실명 상태에 빠지는 거예요. 울면서 외치는 거지요. "왜 죄 없는 우리 아들의 눈을 뺏아가는 겁니까? 원통합니다."

이 장면은 정말 황당했는데, 아무도 왜 갑자기 그런 시츄에이션이 등장했는지 이해하지 못했어요. 이후에도 이런 류의 설정들은 수도 없이 등장해서 사람들을 당혹스럽게 했다지요. 저는 중간에 끊어서 잘 모르겠지만. 이 드라마들의 특성은 마지막은 늘 행복, 화해모드로 평화를 달성한다는 거예요. <수삼>도 그렇게 끝났겠지요.

아무데나 막장 딱지 붙이면 진짜 막장이 울고 간다

<김탁구>가 그런가요? 저는 그렇게 보지 않아요. 1960년대의 남아선호사상을 말씀하시는데 그땐 그런 시대였어요. 그건 우리 집도 마찬가지에요. 저는 평생을 부엌에 한 번 들어가보지 않고 자랐어요. 돌아가신 우리 어머니가 며느리를 미워하는 것 중에 한 가지는 제가 결혼한 후 부엌 출입을 자주 한다는 거였지요.

그러나 제가 보기에 <김탁구>는 남아선호사상을 그냥 맹목적으로 전파하는 그런 내용도 아니었어요. 탁구의 누이인 구자경은 매우 진취적인 여성이죠. 그녀는 남아선호사상에 대해 맹렬한 거부감을 갖고 있어요. 그녀는 이렇게 결심하죠. "마준이나 탁구가 아빠 회사를 이어받도록 놔두지는 않을 거야. 이 집의 장녀는 나야. 내가 이어받을 거라고."  

저는 오히려 이런 설정이야말로 비상식적이라고 생각해요. 과연 1960년대의 여성이 그런 정도의 진보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었을까요? 그리고 그걸 마음속으로 생각했다고 하더라도 행동으로 옮길 수 있었을까요? 그러나 그런 정도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죠. 우리는 사극 속에서도 오늘날 우리의 사고를 대입시킨 것을 많이 볼 수 있으니까요.  

아무튼 <김탁구> 같은 드라마를 막장이라고 함부로 이름 짓지는 말아주세요. 그럼 진짜 막장드라마가 눈물짓는다니까요. 억울해서요. 막장은 난데 왜 엉뚱한 데 가서 난리야, 이러면서 말이죠. 사실 <김탁구>엔 남아선호사상, 불륜, 아동학대, 강간, 거기다 재산을 둘러싼 비열한 음모 등 온갖 것들이 망라돼 있어요.


아마 이 드라마의 주제를 김탁구가 제빵왕으로 성공하는 과정으로 생각하시는 분들은 그런 이야기 장치들이 불편할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이 드라마는 제가 보기에 성장드라마가 아니에요. 인간들 사이의 갈등을 1960년대로부터 1980년대까지 한국사회의 격변기를 통해 보여주려는 거라고 생각해요.

'김탁구'는 성장드라마가 아니라 갈등을 그린 드라마

가장 추악한 인간의 모습을 그리기 위해 필요불가결한 장치들이었다는 거죠. 극이 이제 본궤도에 올랐으니 더 이상 그토록 무자비한 장면들은 필요 없을 거예요. 이제부턴 보기가 한결 부드러워지겠죠. 아동학대의 당사자인 신유경이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도 큰 관심거리로군요. 그녀의 피해의식이 성장한 그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왜?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상도 사람은 선량한 사람(탁구와 탁구 엄마)으로, 전라도 사람은 악독한 사람(딸 폭행을 낙으로 삼는 술주정뱅이로 한승재의 사주를 받아 강간음모에 동참하는 신유경의 아버지)으로 그린 <김탁구>야말로 지역차별을 조장하는 세기의 막장이라고 항의하실 어느 독자에겐 할 말이 없군요. 

지금이라도 역할을 바꿔달라고 부탁하고 싶지만, 그러긴 이미 너무 늦었잖아요. 그냥 그렇게 이해하면 안 될까요? 탁구로 캐스팅 된 오재무인가 하는 어린 친구가, 전라도 사투리보다는 경상도 사투리를 하는 게 더 쉬워서 그래서 그렇게 된 거라고 말이에요. 경상도 사투리는 너무 단순해서 아무래도 전라도 사투리보다는 배우기가 쉽지 않을까요? 

어쨌거나 또 너무 예찬적(!)으로 나갔다고 그분한테 욕먹겠는데요. 하하~  
Posted by 파비 정부권
였으면……!

제빵왕 김탁구. 이름부터 특이하다. <추노>, <신데렐라 언니>를 잇는 KBS수목드라마의 제목이다. 이 김탁구가 과연 <추노>와 <신언니>의 명성을 이을 수 있을지 관심들이 지대하다. 김탁구, 탁구라. 어디서 많이 듣던 이름이다. 그러고 보니 우리가 어릴 때 좀 바보 같거나 덜 떨어진 친구를 부를 때 쓰던 이름이다. 탁구… 축구….

친근한 이름, 탁구

그러나 이 탁구란 이름에선 "탁구야!" "축구야!" 하며 놀려먹던 왕따 친구의 호칭보다도 더 정감이 가는 이유는 뭘까? 곰곰 생각해 보았는데(참 할 일도 없다), 독고탁, 마동탁 같은 이름들이 생각이 났다. 아하, 그래서 탁구란 이름이 그렇게 낯설지 않았던 게로구나. 그래, 탁이, 탁구, 다 어릴 때부터 익숙한 이름들이었지.

구일중은 거성식품 회장님이다. 그런 그에겐 아들이 없다. 드라마 첫회가 시작되자마자 그의 아내 서인숙은 아이를 낳았으나 아쉽게도 또 딸이다. 구일중은 조용히 외유를 떠나고, 시어머니는 서인숙을 구박한다. "자고로 아녀자가 오래 병원에 누워있는 것도 불성 사나운 일이지." 며느리요 아내인 서인숙은 서럽다.


서인숙도 보통 여자는 아니다. 아직 드라마 초반이라 그녀가 어떤 출신의 내력을 가졌는지에 대해선 알지 못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녀가 보통 여자가 아니란 사실이다. 1960년대에 딸을 낳고 두 달 동안이나 별장에 가있다 올 수 있는 강심장을 가졌다면 당시로서 그녀는 선구적(?)인 여자다.

아무튼 서인숙이 두 달 이상 집을 비운 사이 구일중은 집안 하녀와 눈이 맞았다. 그리고 그녀와 하룻밤을 보내고 하녀는 임신을 하게 된다. 하룻밤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하룻밤은 아닐 것이다. 하녀 김미순의 회상에 의하면, 구일중과 김미순은 서인숙이 없는 사이 달콤한 밀회를 즐겼음이 틀림없다.

구일중은 김미순이 아이를 가진 사실을 알고 있었다. 볼록한 혹은 볼록해지려는 그녀의 배를 바라보며(또는 어루만지며) 구일중은 아이의 이름을 지어주었다. 탁구. 높을 탁에 구할 구. 구일중은 뱃속의 아이가 아들이었음을 알고 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아들이길 바라고 그렇게 이름을 지어주었던 것일까? 

<미워도 다시 한 번>을 넘어선 서인숙의 선택

1960년대는 그렇게 의술이 발달한 시기는 아니었을 것이다. 나도 알지 못하는 시대에 대해 이렇게 재단하는 게 옳은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대체로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에 의하면 그 시대에 뱃속의 아이가 아들인지 딸인지 구별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런데 어떻게 구일중은 선뜻 탁구란 아들 이름을 지어주었을까? 


집에 돌아온 서인숙이 김미순이 아이를 밴 사실을 눈치 채고 길길이 날뛰었음은 두말하면 잔소리. 서인숙은 거성식품의 비서실장 한승재를 시켜 김미순을 산부인과로 데려가 낙태를 시키라고 명령한다. 필사적으로 도망친 김미순은 한적한 시골마을에서 아이를 낳아 키우게 되고, 아이는 탁구란 이름을 자랑스럽게 외치며 훌륭하게 자랐다.

그럼 서인숙은 이걸로 조용히 물러났을까? 그렇지 않다. 그랬다면 그저 21세기 판 <미워도 다시 한 번>일 뿐으로 재미없었겠지만, 서인숙은 21세기형 1960년대 부인이었던 것이다. 이에는 이. 분기탱천 다시 별장으로 내려간 서인숙은 남편의 비서실장 한승재를 침실로 끌어들이고 아이를 갖게 된다.  


둘만이 아는 비밀. 서인숙은 기필코 이 아이를 거성식품의 후계자로 만들겠다고 결심한다. 그리고 한승재에게도 말한다. "당신과 나의 아들이 거성의 주인이 되는 거야."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불룩한 배를 부여잡고 식탁에 앉은 서인숙이 남편과 시어머니 앞에서 뱃속의 아이가 아들이라고 확신에 찬 어조로 말하는 것이다.

그녀는 또 뱃속의 아이가 아들인 줄 어떻게 알았을까? 시어머니 홍여사가 "아들인지 딸인지 어떻게 안단 말이냐?" 하고 불평을 하자 서인숙은 이렇게 말한다. "이 아이는 아들이 틀림없어요." 그때 그녀의 얼굴에 비친 회심의 미소는 무엇일까? 점쟁이인지 도인인지 아무튼 한 노인이 그녀에게 이렇게 말했었다. 

시대적 사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도 막장일까?

"너는 아들 없어. 그러나 모르지. 혹시 다른 남자의 씨를 받는다면." 그리고 또 말했다. "네 남편은 다른 여자에게서 아들을 얻게 될 거야."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구일중과 서인숙의 사이에선 절대 아들은 없단다. 그러나 구일중과 서인숙이 각기 다른 남녀와 만난다면 아들을 얻게 될 것이란다. 


그리고 그렇게 되었다. 여기엔 무서운(?) 음모가 숨어있지만, 내게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남편이 바람을 피니 아내도 바람을 피우는 것은 당연하다. 불만인 것은 구일중이 하녀를 바라보는 눈빛엔 드센 아내로부터 소외된 한 남자의 애처로운 사랑의 갈구가 담겨있었다면, 서인숙이 한승재를 안는 눈빛에선 야심만 보였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구일중의 외도는 우발적인 것이었지만, 서인숙의 외도는 치밀한 계산에 의한 것이었다는 것이다. 그게 이 드라마가 만들어가게 될 갖가지 사건들의 바탕이므로 여기에 대해 더 이상 다리를 거는 쓸데없는 짓은 하지 않기로 한다. 지금 시대를 사는 눈으로 1960년대를 재는 것은 무리다.

아무튼 이 드라마는 무척 재미있을 것 같다. 막판에 실망을 안겨준 <신데렐라 언니>보다 기대가 크다.
게다가 탁구란 이름이 너무 정겹고 반갑다. 마치 다시 어린 시절 만화 안 세계로 돌아온 것 같다. MBC가 <로드 넘버원>이란 대작을 내놓았고, 한국전쟁 60주년과 맞물려 <김탁구>의 고전이 예상되지만, <김탁구>가 그렇게 쉽게 물러설 분위기가 아니란 것을 첫회에서 느낄 수 있었다.

<김탁구>가 남아선호사상이니 불륜이니 출생의 비밀이니 하는 코드로 막장을 연출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선 동의할 수 없다. 막장이란(사실 이 표현은 막장에서 땀 흘린 수많은 광산노동자들에 대한 명예훼손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런 것이 아니다. 당시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연출하는 것이 막장이라면, 모든 진실은 막장이다.

김탁구, <로드 넘버원>의 전쟁바람 막을 수 있을까?

다만 <너는 내 운명>이나 <수상한 삼형제>처럼 앞뒤 맥락 없이 부도덕하고 불건전한 코드들을 마구 집어넣어 시청자들을 혼란에 빠지게 하는 것이 막장이라면 막장이다. 거꾸로 말하면, <너는 내 운명>이나 <수삼>의 막장이 가능한 것도 사실은 앞뒤 맥락이 필요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수삼>을 보는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순간만을 볼 뿐 앞뒤를 따지지 않는다.



아무튼 오랜만에 매우 좋은 드라마를 만난 기쁨에 잠깐 비판들에 대한 변호도 섞었다. 전광렬, 전인화, 정성모 같은 쟁쟁한 배우들을 만날 수 있는 것도 이 드라마의 기쁨이다. 거기다 내가 좋아하는 유진도 나온다니 금상첨화다. 첫회에서 만난 김탁구 아역의 배우는 이름이 뭐였던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대성할 것 같은 예감이 드는 친구였다. 군계일학처럼 빛났다고나 할까, 살짝 검색창을 들여다보니 이름이 오재무란다. 수백 대 일의 경쟁을 뚫고 오디션을 통과했다고 하는데 어떻게 첫 출연에 그렇게도 능청스러운 사투리에 자신감이 철철 넘치는지….

이래저래 <김탁구>는 성공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다음 주부터 시작될 <로드 넘버원>의 전쟁 바람만 막을 수 있다면.
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