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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이야기

WBC로 도배된 뉴스데스크, MBC마저 MLB에 포섭됐나

3월을 뜨겁게 달구던 WBC가 끝났다. ‘3월의 광란’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사람들은 야구에 빠졌다. 나도 덩달아 그 광란에 동참했다. 그러나 나는 사실 WBC가 뭔지 몰랐다. WBC? 왕년에 WBA와 더불어 한창 인기를 누렸던 그 WBC? 기수와 홍수환, 염동균, 유재두, 박찬희, 김태식으로 이어지던 복싱이 당장 연상되었던 건 물론 내 무식의 소치다.

 

그러나 그냥 야구월드컵이라고 했으면 되었을 걸 굳이 생경한 WBC라고 했으니 내 무식만 탓할 일도 아니다. 듣자 하니 정식 명칭은 World Baseball Classic이라고 한다. 월드 베이스볼은 알겠는데 클래식은 또 뭔가? 하긴 야구월드컵이라고 하면 축구란 놈 때문에 자존심이 좀 상할 수도 있겠다.

사진=경남도민일보/뉴시스

어쨌든 그 WBC가 끝났다. 재미는 있었다. 일본과 무려 다섯 번이나 붙는 요상한 대진표가 짜증스럽고 지겹긴 했어도 재미는 있었다. 유례없이 희한한 규칙아래 치러진 지겨운 다섯 차례의 한일 국가대항전은 양국의 국민에게는 짜릿한 승부감을 주었고 이 대회의 주최측인 MLB(Major League Baseball)에게는 막대한 수입을 안겨주었을 것이다.

 

그걸로 된 것이다. MLB가 미국의 영향권 아래 있는 국가들에서만 유행하는 야구를 세계화시키고자 계획한 대회라든지, 아마추어나 올림픽 야구를 고사시키고 MLB가 주도하는 야구의 ‘MLB제국’을 건설함으로써 막대한 이윤을 챙기려고 한다든지 하는 것에 대하여 나는 별 관심이 없다. 내 영역도 아니고 잘 알지도 못한다.

 

그런데 나는 오늘 저녁 9, 그 지겨운 WBC를 뉴스시간 내도록 다시 지켜봐야 했다. 사실은 어제도 9 뉴스는 20분이 넘게 야구 이야기를 했다. 그래, 한국야구선수단이 자랑스러운 건 인정한다. 나도 박수치고 소리지르고 했다. 20년 전 처음 연애할 때나 느끼던 그런 감정을 나도 느꼈다.

 

참나, 그렇다고 그게 이틀에 걸쳐 정규 뉴스시간을 통째로 할애해야 할 정도의 일인가? 야구에 열광하는 팬들의 입장에서야 내 말이 기분 나쁠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오늘 뉴스시간에는 야구 이야기만 하다가 그냥 지방(경남)뉴스로 넘어갔다. 기다리다 기다리다 결국 나는 허탈감에 풍덩 빠지고 말았다.

 

뭘 기다렸냐고? 그야 뉴스를 기다렸지.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뉴스가 얼마나 많은가. 장자연 리스트에다 박연차 리스트까지. 경찰은 장자연 리스트 어떻게 하면 대충 건너 뛰어갈까 고민이 태산이고, 검찰은 박연차 리스트 조사하다 대운하 전도사 추부길 목사를 구속하는 오발사고를 내고야 말지 않았는가. 그야말로 국가적 위기다.

당연히 9 뉴스에 귀 기울이고 국가적 대사에 힘을 보태는 것이 국민적 도리일 터…. 그런데 그 도리에 방송3사의 정규 뉴스들이 제동을 걸고 있다. 그것도 다름아닌 MBC 뉴스데스크까지 가세해서 말이다. 존경해마지 않는 신경민 앵커와 박혜진 앵커가 뉴스시간 내내 3월의 광란을 전하는 모습에 괜히 내가 부끄러워지는 것은 왜일까?


80
년대에 3S란 것이 있었다. 스포츠, 스크린, 섹스, 이 세가지를 이르는 말이다. 이걸 국가의 주요정책으로 만들었는데 일명 3S정책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전두환의 심복을 자처한 언론인 허문도의 작품이었다고 한다. 물론 공식적인 것은 아니지만 거의 정사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80년대 서슬 퍼런 전두환 독재시대도 아니지 않는가.

그럼 무어란 말인가? 혹시 MBC가 MLB의 야구 제국주의 놀음에 알아서 장단이라도 맞추고 있다는 말인가? 설마 그럴리는 없을 것이다. 경제위기 한파 속에 고통 받는 국민들에게 그나마 야구라도 즐거운 소식을 전해주고 있으니 이에 호응하는 것이리라. 틀림없이 그럴 것이다. 그래도 이건 아니다. MBC니까 내가 이런 말이라도 한다. 다른 방송사 같았으면 이런 잔소리 무엇 하러 하겠는가? 입만 아프게….        파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