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희빈'에 해당되는 글 17건

  1. 2010.09.23 동이, 장무열이 장희빈을 배신한 진짜 이유 by 파비 정부권 (4)
  2. 2010.09.21 동이, 장희빈의 억울한 죽음을 증언하다? by 파비 정부권 (2)
  3. 2010.09.15 장희빈의 죽음은 곧 동이의 몰락 by 파비 정부권 (14)
  4. 2010.09.14 동이, 정정당당 장희빈 혹은 멍청한 장희빈? by 파비 정부권 (7)
  5. 2010.09.13 동이가 베푼 호의, 장희빈 죽이려는 꼼수? by 파비 정부권 (10)
  6. 2010.09.08 동이 아들 왕자 금이 여자였어? by 파비 정부권 (28)
  7. 2010.08.04 <동이> 장무열, 사극 역사상 최고의 인면수심? by 파비 정부권 (3)
  8. 2010.07.28 동이, 장희빈 망하니 궁중여인들 옷이 다 바뀌었네 by 파비 정부권 (9)
  9. 2010.07.21 '동이' 장희빈 깜짝 몰락, 최철호 때문? by 파비 정부권
  10. 2010.07.15 동이, 착한 콩쥐 인현왕후가 배후조종세력? by 파비 정부권 (11)
  11. 2010.07.07 '동이' 연애박사 숙종, 왕도 사랑을 했을까? by 파비 정부권 (1)
  12. 2010.06.29 동이를 살리기 위해 숙종이 한 일은? by 파비 정부권 (6)
  13. 2010.06.16 동이, 장희빈의 중전 책봉은 숙종의 함정수사? by 파비 정부권 (8)
  14. 2010.05.04 동이, 장희빈은 숙종과 동이의 중매쟁이? by 파비 정부권
  15. 2010.04.27 '동이', 굴러온 복 차버린 장옥정의 최대 실수 by 파비 정부권 (3)
  16. 2010.04.06 동이가 장옥정을 찾는 진짜 숨은 이유 by 파비 정부권 (2)
  17. 2010.03.31 동이의 아들 영조가 왕이 된 이유는 유전자 탓? by 파비 정부권 (10)
장희빈의 죽음에는 장무열의 공도 꽤 큽니다. 물론 이는 역사적 사실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대체 장무열이란 어떤 인물인지 우리는 감도 잡을 수 없습니다. 그는 오직 최철호가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하차하는 바람에 뜻하지 않게 등장한 인물입니다. 급조된 인물이죠.  

그런데 급조된 장무열이 실은 매우 중요한 인물이었습니다. 동이 첫회에 등장했던 대사헌 장익헌 영감의 아들이었으니까요. 장익헌은 같은 남인 출신인 오태석의 계략에 의해 죽었습니다. 이 계략에는 장희빈도 연루되어 있는 것으로 드라마는 묘사했었지요.

그런데 아직껏 이에 대한 어떤 해답도 내려주지 않고 있습니다. 뭐 그냥 그 정도로 사건 내막의 대강을 짐작한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라 생각하고 넘어가지요. 그런데, 장무열이란 사람, 참 비열한 인간입니다. 아니, 비열하다 못해 살 가치도 없는 인간이라고 해야 맞겠습니다. 


그는 자기 아버지의 원수와 손을 잡았습니다. 오태석, 장희빈의 품으로 들어간 것이지요. 최철호 대신 나타난 이 당찬 한성부서윤(지금은 더 출세해서 병조참판까지 올랐네요)이 뭔가 큰 일을 낼 걸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기껏 눈에 힘주며 목젖을 세우는 정도가 그가 하는 일의 전부였죠.

그런데 자기 아버지의 원수들과도 손을 잡고 권력을 탐하며 병조참판까지 오른 장무열이 이번엔 장희빈을 헌신짝처럼 버렸습니다. 하긴 출세를 위해 아버지의 원수들과도 술잔을 드는 인간이니 그깟 배신쯤이야 식은 죽 먹기일 테지요. 그렇지만 명예가 중요한 시대에 이런 인물이라니 참으로 당혹스럽군요. 

그나저나 장무열은 왜 장희빈에게 등을 돌린 것일까요? 장희빈과 장희재의 하는 꼴이 너무 우스워서? 그건 아무래도 아닙니다. 그거야 이미 오래전부터 잘 아는 바이지만, 그런 것쯤은 괘념치 않았던 것이지요. 장희빈이 동이와의 싸움에서 이기지 못할 것 같아서? 글쎄요. 그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장무열은 자신을 철저하게 믿습니다. 실제로 그는 대단한 실력파입니다. 정치가 무언지를 압니다. 나아갈 때와 물러 설 때를 알며 말할 때와 말하지 않아야 할 때를 압니다. 그런 그는 자기 정도면 동이파를 얼마든지 제압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또 그래야 자기 공이 빛이 나는 법입니다.

강한 적을 물리쳤을 때 장수의 기쁨은 배가 되고 전리품도 푸짐한 법이며 논공행상에서도 수위에 설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장무열은 이길 자신이 있으며 지는 데 대한 두려움이 없습니다. 그런데 왜 장무열은 장희빈을 버리고 말을 갈아타려 하는 것일까요?


세자 때문입니다. 세자가 위질이란 병에 걸렸다는군요. 위질이 무슨 병입니까? 말하자면 고자와 다를 바 없다 이런 말입니다. 기가 찰 일입니다. 왕의 임무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후손을 번창해서 왕실을 튼튼하게 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후궁을 많이 두는 거죠. 왕가가 끊기면 안 되니까요.

드라마에서는 위질이 아이를 낳을 수 없는 병이라고는 하지만 아직 정자도 제대로 배출되지도 않을 나이의 세자가 위질이란 병에 걸렸다고 단정하는 것도 우습지만, 도대체 그게 어떤 병일까 궁금하여 검색창을 두드려보았습니다. 고자니 불임이니 하는 말은 없고 다음과 같이 돼 있네요.

'감각(感覺)을 잃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질병(疾病)'

이것 말고는 더 이상의 단서가 없으니 위질이 진짜 고자 비슷한 병인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한의사를 하는 친구가 있긴 하지만 추석 명절이기도 하고 이런 걸 가지고 물어보자니 좀 그렇군요. 대충 술이나 한 잔 하자며 불러내 슬쩍 물어보는 방법이 있긴 하겠으나 지금은 그럴 때가 못되는군요.

아무튼 장무열로서는 다른 어떤 모험이나 위기는 스스로의 능력으로 돌파할 자신감이 있지만, 세자가 후사를 볼 수 없다고 하는 이 중대한 사태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던 모양입니다. 후사를 볼 수 없다는 것은 곧 왕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뜻입니다.

숙종에게 달리 아들이 없다면 모르겠으나 연잉군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세자가 후사를 볼 수 없다는 사실이 밝혀진 이상 폐세자 절차에 들어가는 것은 종묘사직을 위해 너무나 당연지사. 그러므로 장무열이 장희빈이란 말을 버리고 동이란 말로 갈아타려고 하는 것은 매우 현명한 처사라 할 수 있지요.

다만, 이 동이란 말이 고집이 세서 등에 태워주지 않으려 하니 그게 문제입니다. 허나 장무열 같은 쓸개도 간도 없는 인간말종들은 동이가 명분을 내세워 거부하는 따위엔 전혀 개의치 않습니다. 그들은 오로지 목적만 이루면 그만이니까요. 동이의 환심을 사기 위해 온갖 짓을 다하겠지요. 이러면서 말입니다.

'어? 이 아줌마가 왜 이러는 거야? 보통 이러면 다 넘어오는데, 거 희한하네!'


그러나 여러분. 장무열이 장희빈을 배신한 진짜 이유는 실은 딴 데 있답니다. 그것은 세자가 고자여서도 아니고, 장희빈이 망할 것이라고 여겨서도 아닙니다. 장무열이 배신 때린 진정한 이유는 그의 욕심 때문입니다. 그는 이 욕심 앞에 간도 쓸개도 없습니다. 장희빈이면 어떻고 동이면 어떻습니까? 

요즘도 이런 사람들은 눈에 띄게 많습니다. 혹시 오늘 테레비 화면에서도 이런 사람을 보신 분이 있으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제 눈에도 그런 사람들은 보입니다. 이솝우화에서 이런 자를 박쥐에 비유했는데, 현대 정치판에서는 철새정치인이라 불리는 분들이 또 이와 비슷한 사람들입니다.  

군대 가기 싫다고 생이빨을 뽑는 사람도 아마 이와 비슷한 사람일 겁니다. 가족이나 친지의 특수한 신분을 이용해 군대 빠진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욕심 많은) 사람들은 대체로 장무열처럼 배신 때리기를 손바닥 뒤집듯이 합니다.그러고 보니 우리가 사는 세상엔 장무열 비슷한 사람들이 너무 많군요.

아주 득실거립니다 그려,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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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비 정부권
제목을 달고 보니 제가 봐도 좀 황당하군요. 그러나 이런 가정은 어떻습니까? 실상 장희빈은 잘못한 게 하나도 없는데 인현왕후와 최숙빈의 투기 때문에 죽었다고 말입니다. 또는 이렇게 가정할 수도 있겠습니다. 소위 환국정치란 기발한 발명품을 만들어낸 숙종의 정치적 계략에 의해 죽었다고 말입니다. 

왕조실록을 비롯해 공식 기록이든 비공식 기록이든 장희빈이 죽어야 할 죄목이 뚜렷한 게 없습니다. 다만 인현왕후가 죽고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숙빈이 고변한 해괴한 무당 푸닥거리가 전부입니다. 드라마 동이에서도 인현왕후를 저주하기 위해 만든 인형과 여흥민씨 패찰이 등장했습니다. 

아무튼 분명한 것은 역사적 상식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바는 장희빈이 죽음을 맞게 된 이유가 인현왕후를 저주했기 때문이란 사실입니다. 그러나 아무래도 이 정도로는 장희빈을 죽이기엔 뭔가 부족한 면이 없잖아 있습니다. 이 혐의란 것이 고작 숙빈의 고변이 전부이고, 증거도 불충분하기 때문입니다.  


장희빈이 죽어야 할 이유, 너무 허약해

증거라고 해봤자 바늘에 찔린 인형이 전부인데, 이게 왕후를 저주해 죽게 만들려고 한 짓이라는 증험이 되기도 어렵거니와 설령 그런 의심이 든다고 하더라도 그걸 장희빈이 만들었다고 확증할 수도 없다는 것입니다. 취선당 주변에 숨겨진 것을 찾았다 하더라도 누군가 판 함정일 가능성도 있는 것이지요.

아무리 시대가 시대라고는 해도 조선이 그렇게 허술한 나라는 아니었을 겁니다. 게다가 조선은 유학을 섬기는 나라로 미신을 배격하는 나라였습니다. 그런데 왕실에서 무당을 불러다 푸닥거리를 하는 것도 그렇지만 그 때문에 왕후가 죽을 거라고 생각하거나, 죽었다고 생각할 사람도 없을 거란 말입니다. 

장희빈이 인현왕후를 저주하는 푸닥거리를 했고, 하필 우연하게도 인현왕후가 죽어버렸다고 칩시다. 그렇더라도 세자의 모후인 장희빈을 사사할 정도는 아닌 것입니다. 게다가 앞에 말씀드렸다시피 장희빈이 한 행위가 저주인지 또는 인현왕후를 향한 저주인지 아무도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많은 사람들이 장희빈의 죽음에 대해 오래도록 의문을 가졌던 것입니다. 장희빈이 죽고 난 이후에 남인이 정권을 잡은 예는 거의 전무합니다. 정조가 등극하자 잠시 남인들의 세상이 되는 듯도 했지만, 그리 오래 가지 못했고, 그조차도 노론을 완전히 배척하지는 못했습니다.

워낙 노론의 힘이 강했으니까요. 100여 년에 걸친 장기집권의 결과는 세상 구석구석에 노론의 세력이 파고들지 않은 곳이 없게 만들었습니다. 왕조차도 감히 노론을 어쩌지 못할 정도로…. 정조가 죽고 1년도 안 돼 천주교 탄압을 빌미로 피바람을 일으켜(신유사옥) 남인 세력을 뿌리까지 제거한 것이 노론입니다. 

동이는 바로 그런 노론을 배경으로 권력의 정점에 선 여인입니다. 숙종이 죽고 경종이 등극했지만, 노론의 등살에 연잉군을 세제에 봉하고 이도 모자라 세제에게 대리청정까지 맡기게 됩니다. 대리청정이 무엇입니까. 경종으로서는 실로 치욕스런 일이었을 겝니다. 

동이를 죽이려다 자기가 죽게 되는 장희빈 

이 모든 일은 장희빈의 죽음으로부터 비롯된 것입니다. 장희빈이 죽음으로써 세자를 지켜줄 남인과 소론은 거의 완벽하게 괴멸된 것입니다. 그런데 숙종이 장희빈을 죽이는데 별다른 이유가 없습니다. 동이가 숙종을 찾아가 일러바친 '저주에 관한 고변'이 전부입니다.

겨우 일개 여자의 말만 믿고 일국의 빈을 죽인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모순입니다. 더욱이 그 빈이란 장차 왕이 될 세자의 모후입니다. 그래서인지 드라마 동이는 새로운 해법을 내놓았습니다. 장희빈이 최후의 발악으로 동이와 연잉군을 죽이려 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동이는 오늘밤 칼에 맞아 중상을 입고 사경을 헤매게 될 걸로 보입니다. 그리고 음모의 모든 내막이 백일하에 드러나게 될 걸로 보입니다. 장희재 모자는 의금부에서 지독한 고문을 받게 됩니다. 이에 참다 못한 장희빈이 나서서 "모든 것은 내가 시켰다!" 하고 나서게 됩니다.

결국 완전히 엉뚱한 방향으로 이야기가 나가고 말았습니다. 원래 우리가 아는 상식대로라면 장희빈이 죽게 되는 이유는 인현왕후를 저주한 것이 동이의 고변에 의해 발각(?)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제작진은 아무래도 그 정도 이유로 장희빈을 죽이기엔 뭔가 깨름직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바늘에 찔린 인형'보다는 '칼에 맞아 중상을 입는 동이'를 선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이 말은 드라마 제작진이 역사 속 장희빈이 억울한 죽음을 당했다고 증언하는 것과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한갓 인형 때문에, 그것도 질투심 많은 한 여인의 고변 때문에 장희빈을 죽인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절로 돌아가지 않고서는 진실을 알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여러가지 사정을 종합하고 고려해서 어느 정도 진실에 접근할 수는 있습니다. 장희빈은 과연 죽을 만한 짓을 했는가? 드라마 동이에서는 그럴 만한 일을 만들었습니다. 분명 장희빈은 죽어 마땅한 짓을 벌였습니다.

'바늘에 찔린 인형' 대신 '칼에 맞는 동이' 선택

그러나 역사에서도 과연 그런가. 거기에 대한 확신이 없었기에 동이 제작진은 동이로 하여금 칼에 맞는 비극을 연출하도록 한 것은 아니었을까요? 이는 역설적으로 동이 제작진은 장희빈이 결백하며 억울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 장희빈은 동궁에 불을 질러 이목을 끈 다음 자객을 보내 동이와 연잉군을 죽이려 한다.


물론 우리는 모두 동이 편이지만, 이렇게 말해놓고 보니 장희빈도 매우 불쌍한 여인이었군요. 거기다 아들마저 단명하고 말았으니…. 나중에 왕(영조)이 된 연잉군은 잠깐 탕평책을 씁니다. 이는 어디까지나 형인 경종을 독살했다는 소문을 잠재우기 위한 나름 정치적 계산이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인좌의 난에 이어 과거장에 등장한 (영조의 경종 독살을 비난하는) 괴답안지 사건이 터지면서 탕평책을 거두어버립니다. 장희빈뿐 아니라 그녀의 아들 경종도 불행한 짧은 생을 살다 갔습니다. 그렇게 보면 장희빈 모자가 참으로 불쌍합니다. 

어미는 남편의 손에, 아들은 동생의 손에(물론 설이긴 하지만, 그러나 유력한 설이기도 하지요) 죽고 말았으니 이보다 더 기구한 사연이 또 있겠습니까. 삼가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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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비 정부권

장희빈의 죽음이 코앞에 다가왔습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벌써 끝났어야 하지만, 10부가 연장됐다고 하니 이제 8부가 남았습니다. 왕자 금이가 성장해서 왕이 되는 모습도 그려야 하니까 장희빈을 그렇게 오래 살려둘 수도 없는 문제겠지요. 그렇다면 다음주 아니면 그 다음주쯤?

아무튼 장희빈이 죽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동이는 장희빈이 몰락하는 것을 마냥 즐거워 할 수만 있을까요? 물론 드라마상에서 동이는 워낙 착하고 고운 여자라 장희빈의 몰락을 바라지도 그리지도 않습니다. 오직 장희빈 스스로 함정에 빠질 뿐이지요. 

그러나 실제의 동이는 어땠을까? 그녀도 그토록 착하고 고운 모습으로 장희빈이 몰락해가는 과정을 안타까운 눈으로 지켜봤을까? 그렇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인현왕후가 죽고 장례를 치르자마자 곧 숙종에게 달려가 장희빈의 비행을 고변했다고 하니 말입니다. 

장희빈을 죽이는 것은 곧 동이의 몰락

▲ 동이, 그렇게 착하기만 한 여인이었을까?


우리가 실록의 기록을 다 믿을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당대와 후대의 실력자 최숙빈이 임금에게 사사로이 고변한 기록까지 믿지 못한다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게다가 실록은 어떤 경우에도 왕이 당대에 실록을 볼 수 없도록 했던 만큼 기사 작성의 자유가 보장되었던 터입니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 것이겠습니까? 실제 역사에서는 드라마가 만든 픽션에서처럼 동이가 중전 자리를 놓고 고민하는 모습이 아니라 중전 자리를 따내기 위해 쟁투를 마다하지 않는 열혈여성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아마도 숙종이 그런 동이의 말을 별 증거도 없이 믿고 장희빈을 사사했다는 것은 동이에 대한 신뢰와 사랑이 대단했었다는 증거라고도 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반대로 당시 숙종은 노론과 소론, 남인 사이에서 환국정치를 통해 세력을 확보하는 전략을 쓰고 있었던 고로 남인과 소론을 제거할 목적으로 최숙빈의 손을 들어준 것인지도 모릅니다. 환국정치란 무엇인가 생각해보니 요즘 식으로 말하자면 정권교체 같은 것이더군요. 

단지 차이가 있다면 현대의 정권교체는 민의로 바꾸는 것이지만, 그때의 정권교체, 즉 환국이란 임금의 뜻으로 바꾼다는 것입니다. 숙종은 아마도 골치 아픈 원리주의자들, 책에 나오는 원칙과 민심 뭐 이런 따위를 즐기는 남인들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서인들, 시류와 대세를 논하는 노론의 편을 드는 게 편했을지도 모릅니다. 세상의 재물과 권세는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가진자들에게 집중되는 것이고, 그 가진자들이 세상을 운영하고 다스리는 것은 마치 자연의 섭리와도 같다고 주장하는 대세론은 왕에게도 매우 편안한 정치였을 겁니다. 

숙종은 매우 영악한 왕, 동이의 소원 다 들어주지 않아

숙종은 매우 영민한 혹은 영악한 왕이었습니다. 그는 동이의 말을 100% 들어주었지만, 마지막 한가지는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절대로 들어줄 수 없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왜냐? 동이가 다만 천인이었기 때문은 아니었을 겁니다. 무치한 왕에겐 천민이니 귀족이니 이런 구분은 의미가 없습니다.    

숙종은 동이의 야심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드라마에선 숙종이 동이를 중전으로 만들기 위해 여러가지 수를 쓰느라 고생 꽤나 하고 있습니다만, 실제 역사에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장희빈에게 자진을 명하는 동시에 교지를 내려 후궁이 왕비가 되지 못하도록 법을 만들었던 것입니다. 

그러니 이런 것입니다. 한편으론 동이의 발고를 받아들여 장희빈을 죽이되 동이에게 중전 자리를 주어 권력을 몰아주지도 않았던 것입니다. 이것은 어쩌면 장희빈의 아들인 세자의 후계체제를 지키기 위한 고육책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동이가 중전이 되면? 세자는 떨려나는 것지요, 당연히. 

인현왕후가 죽으면서 동이가 중전이 돼야만 세자도 살고 연잉군도 산다고 했던 말? 그건 비상식을 넘어 몰상식입니다. 생각해보십시오. 내가 중전인데, 여러분은 내 아들 말고 평생을 자기와 대립했던 여자의 아들이 왕이 되는 꼴을 보실 수가 있겠습니까? 

아무튼 장희빈이 죽고 임금은 후궁이 왕비가 될 수 없는 법을 만듭니다. 그리고 곧 새 왕비를 반가에서 들여오게 됩니다. 바로 인현왕후의 계비, 인원왕후입니다. 듣기로는 열여섯 살의 새파란 나이라고 하지요? 동이는 그때 몇 살이었을까요? 속 좀 뒤집어졌을 겁니다. 


뭐 들리는 설에 의하면 동이는 그 이후에 사가에 나가 시름시름 자주 앓다가 49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합니다. 영조가 등극하기는 것을 보지도 못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조금만 더 살았으면 아들이 왕이 되는 모습을 보고 죽었을 텐데요. 49세면 저보다는 오래 살긴 했습니다만, 그래도 너무 아까운 나이네요. 

동이의 투쟁이 만들어낸 후대의 피의 역사

그러므로 이런 결론의 유추가 가능해지는군요. 동이는 장희빈을 몰락시켰지만 그것이 곧 자기의 영광으로 되지는 않았다, 세자도 바꾸지 못했고 경종이 등극하는 것을 막지도 못했다, 오히려 인원왕후란 새파란 왕비가 들어오면서 왕의 총애만 빼앗기고 사가로 내쳐지는 신세가 됐다, 이렇게요. 

그리하여 결국 소위 경종독살설이란 역사적 의문이 만들어지기도 하는 것입니다.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이 경종독살설에 가장 깊이 개입된 인물이 동이인지도. 이인좌의 난이나 과거장 괴답안지 사건 등은 영조의 음모라고 주장하지만, 동이가 중전이 되고 세자도 바꿨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지 모르지요.  

그러니까 동이는 장희빈을 몰락시켰지만, 편해진 것이 아니라 더한 가시밭길이 앞에 놓이게 된 셈입니다. 그러다 채 50도 넘기지 못하고 요절하고 말았네요. 게다가 영조가 갖게 될 이 두 개의 콤플렉스, 경종독살설과 천민의 아들이란 사실은 후일 사도세자의 죽음으로 이어집니다.

결국 정조는 할아버지 영조의 기반이었던 노론과 평생 싸우다 또 독살설을 남기고 죽게 됩니다. 아시다시피 정조가 죽은 다음 해 1801년은 피의 해였지요. 신유사옥(혹은 신유박해)이라고 해서 정약용 3형제를 비롯 이가환, 이승훈 등 수많은 천주교도들이 학살된 해였습니다.

이렇게 길게 보니 동이의 투쟁이 그렇게 아름다운 것만은 아니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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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비 정부권
참 죄송하게 됐습니다. 지난주에 동이가 장희빈이 인현왕후를 저주해 죽게 했다는 유력한 증험들인 인형과 여흥 민씨 패찰을 희빈 장씨에게 돌려준 것을 두고 혹시 꼼수가 아닐까 의심했었는데요. 그 유력한 증험들을 어제밤 다시 희빈이 동이에게 돌려주었군요.

물론 돌려준 이유는 동이가 내민 화해의 손을 거부한다는 의사표시인 것이죠. 한번 해보자 뭐 그런 선전포고인 셈인데, 저로서는 참으로 황망할 뿐입니다. 만약 제가 장희빈이었다면 그걸 돌려주기보다 불에 태워 증거를 인멸했을 텐데 말입니다.

그러고 보면 장희빈도 꽤나 고지식한 사람인 모양이에요. 아니, 정직한 사람일까요? 마치 서부극의 건맨처럼 정정당하게 한번 승부를 내 보겠다? 그래서 동이를 찾아가 자신의 목을 겨눌 유력한 증험을 넘겨주었군요. 그리고 자신에 찬 목소리로 동이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자기 목을 겨눌 증험을 돌려주는 장희빈, 이해가 안 돼

"너를 내 앞에 무릎 꿇리겠다. 그림자는 내가 아니라 너라는 것을 보여주겠다."


결과적으로 이 결정은 자기와 오라비를 죽게 만들고 나아가 세자의 안위마저 위태롭게 만들게 됩니다. 결국 나중에 왕이 된 세자(경종)는 의문의 죽음을 당하게 되는데, 이는 장희빈과 장희재가 죽고 없어진 마당에 세자를 보호할 세력이 미약했기 때문이란 해석도 가능한 것이지요.

실제 경종은 왕이 되자마자 신하들의 압력에 못이겨 연잉군을 세제로 책봉하고 심지어 (후에 거두어지긴 했지만) 대리청정까지 맡기게 됩니다. 엄연히 젊은 왕이 있는데 동생에게 대리를 맡긴다? 허수아비 왕이란 말과 다르지 않습니다.
 
연잉군이 임금에 오르고 난 후에 탕평책을 쓴 이유도 끊임없이 나도는 경종독살설에 대한 나름 결백을 주장하기 위한 방편이었다는 설도 있습니다. 영조 4년에 일어난 이인좌의 난은 영조가 노론 일변도에서 소론 온건파와 나아가 남인까지 껴안는 정책을 취하도록 만들었지요.

그러나 과거에 입시한 선비들이 괴답안지를 제출해 영조의 경종독살설을 들추어 비난하는 사건이 있자 격노한 영조는 탕평책을 폐하고 다시 노론 일변도 정책으로 돌아갔다고 합니다. 어쨌거나 영조에게 그의 형인 경종의 죽음에 얽힌 논란은 두고두고 골칫거리였을 터입니다.

그런 역사적 배경을 생각하며 연잉군과 세자의 우애를 본다는 것은 실로 가슴이 미어지지 않을 수 없는 일입니다. 제작자는 일부러 그리 만든 것일까요? 참 얄궂기도 합니다. 동이는 인현왕후가 죽자 얼마 지나지 않아 숙종에게 장희빈을 고발했다고 합니다.

"전하. 희빈이 중전마마를 저주하기 위해 인형과 왕비마마의 패찰을 만들어 해괴한 짓을 하고 무당을 궐에 불러들여 굿을 벌였다 하옵니다."

'숙종은 이 말을 믿었을까? 그저 투기를 늘 가까이 의복에 달고 살 법한 후궁의 말 한마디에 세자의 모후요 한때 왕비의 자리에 있었던 희빈에게 사약을 내린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일까? 아니면, 희빈이 동이에게 돌려준 인형과 여흥 민씨 패찰 그리고 무당의 자백 같은 것이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일까?' 

장희빈보다 더 무서운 동이, 이미 대세는 끝났다 

드라마는 동이파가 장희빈파를 제거할 모든, 확고한, 완벽한 증험을 쥐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지만, 실제 당시 역사에서도 그랬던 것인지는 전혀 알려진 게 없습니다. 다만, 숙종이 숙빈 최씨의 말을 듣고 희빈을 의심하고 내쳤다고만 돼 있지만, 그렇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진실성 여부를 떠나 무언가 장희빈을 제거할 준비들이 있었겠지요. 드라마에서는 그 일을 서용기와 차천수, 감찰부 궁녀들이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노론의 편에 서서 드라마 동이를 보고 있지만 실제로는 장희빈과 소론, 남인들이 억울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아무튼, 장희빈은 큰 실수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리 페어플레이 정신이 투철하기로 자기 목을 겨눌 확실한 증험을 동이의 손에 다시 쥐어주다니요. 실로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언제부터 장희빈이 그렇게 정직하고 정정당당한 승부를 즐기는 사람이었습니까.

저주의 인형과 죽은 왕비의 패찰을 동이에게 도로 돌려주었다는 소리를 듣고도 아무 반응이 없는 장희재도 참으로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저주의 인형을 화해의 손길이라며 장희빈에게 내어주는 동이도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그걸 다시 돌려주는 장희빈과 무반응 장희재는 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마치 날 잡아 잡수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단 말입니까. 게다가 저는 매우 큰 배신감에 빠졌습니다. 아니 죽은 왕비를 죽음으로 몰고 간 것으로 간주될지도 모를 저주의 인형이 무슨 장난감입니까? 아니, 진짜로 장난감이었던 모양이지요? 그냥 재미로 희빈과 동이가 둘이서 서로 한 번씩 가지고 놀아본.  

나중에 동이가 숙종에게 희빈의 비행을 고변할 때 이 인형과 패찰을 내놓을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아니라고 하면 그만이죠. 거기에 희빈이나 취선당 나인들의 지문이 묻어있는 것도 아닐 테고. 혹 모르겠어요. 동이가 또 어떤 영험한 과학적 지식을 동원해 그걸 밝혀낼 지도…. 

또는 이 문제의 인형과 패찰은 이것으로 영원히 우리의 시야에서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그냥 하나의 에피소드만 제공한 걸로 만족하면서. 그럼 우리는 언제 그런 인형 따위가 있었냐며 새로운 이야기에 빠져들겠죠. 그러나 어쨌거나, 이후에 어떤 결론이 나든, 저는 장희빈이 참 멍청하단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어떻든 드라마상에서 그 인형은 장희빈의 범행을 입증할 유력한 증거물이거든요. 자기 스스로 범행을 자백하고 벌을 받을 것이 아니라면 그런 불길한 증험들은 재빨리 불태워 없애버리는 게 상책 아닌가요? 아니, 그런게 아니라고요? 원래 장희빈이 그렇게 정정당당한 사람이었다고요? 하긴 그럴 수도 있겠군요.

정정당당 장희빈 혹은 멍청한 장희빈?

제가 생각할 때도 우리가 알고 있는 장희빈은 많은 경우 왜곡된 측면이 많아 보입니다. 오히려 동이가 더 지독했을 수도 있어요. 그녀는 천민에서 정1품 빈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잖아요. 게다가 자기 아들을 왕의 자리에까지 앉혔죠. 이에 반해 장희빈은 요즘 식으로 말하자면 부잣집 딸로 편하게 살았던 여자죠.

아마도 그녀의 집안은 재벌가로 정치계에 돈을 대고 세력 꽤나 쓰는 그런 집안이었던 모양입니다. 숙종시대라면 이미 상권을 장악한 중인들이 상당한 세력을 떨치고 있던 시대였지요. 그나저나 거듭 죄송합니다. 예측이 빗나갔습니다. 희빈 손에 들어간 인형으로 인해 희빈이 궁지에 몰릴 거라는 예상.

그러나 인형을 다시 동이에게 돌려준 것은 명백한 실수인 것은 분명합니다. 이 대목에서 멍청한 또는 정정당한 장희빈을 위해 축배를 들어야 할지 위로의 잔을 들어야 할지 헷갈리고 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라면 절대 그러지 않을 것 같습니다. 불태워버리고 말죠. 

네? 제가 정정당당하지 못해서 그런 생각을 하는 거라고요? 그러고 보니 그것도 일리가 있는 말씀입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하죠. 정정당당 장희빈을 위해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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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이가 장희빈에게 손을 내밀었다. 화해의 손길이다. 잘해보자는 거다. 지금까지 있었던 모든 불미스러운 관계는 잊자는 거다. 이때 동이는 장희빈에게 "나는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어요. 잊은 것은 단 하나도 없지요"라고 말했지만 그것은 모든 걸 잊자는 역설적 어법이었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것 중에는 희빈마마를 처음 만났을 때 그 좋았던 감정, 존경했던 감정도 잊지 않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게 뭔 말이겠는가? 잘해보자는 화해의 손길이며 모든 것을 불문에 붙이자는 평화의 제스처다. 그러고서 동이는 희빈 앞에 하나의 무서운 증험을 내놓았다.

중전 인현왕후를 저주하기 위해 만든 인형과 여흥 민씨 패찰. 

동이가 내준 증험들, 잘해보자는 게 진짜 이유일까?

그런데 동이는 이걸 왜 희빈 장씨에게 주었을까? 물론 드라마에서 동이가 한 진술에 의하면 어디까지나 희빈 장씨를 위해서다. 그녀와 화해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동이 자신이 확보한 중전을 저주하고 시해하려 한 가장 유력한 증험을 장희빈에게 넘겨준 것이다. 

▲ 동이는 장희빈에게 인현왕후 시해음모와 관련된 모든 증험들을 넘겨준다.


장희빈은 중전을 저주하기 위해 만든 인형과 여흥 민씨 패찰에 대해 모르고 있었던 듯하다. 늘 그랬다. 장희빈 모는 늘 딸을 위한답시고 일을 벌이다 오히려 딸을 궁지에 몰아넣었다. 장희빈이 중전의 자리에서 쫓겨날 때도 그 원인은 그녀의 어머니가 만들었다. 

멀쩡하게 사가에서 잘 살고 있는 동이의 집에 불을 지른 건 장희빈 모였다. 임금이 동이의 집 근처를 어슬렁거린다는 정보를 입수한 그녀의 눈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원래 그녀는 무얼 볼 수 있는 눈이 없다. 오로지 욕심만이 그득 차 있을 뿐. 

장희빈의 모가 동이의 사가에 불을 지른 것은 큰 실수였다. 임금은 동이의 아들 금 왕자가 이제 나이 일곱이 되었으므로 입궐시켜 왕실교육을 시켜야겠다고 선포한다. 그러나 이것은 아무래도 설득력이 부족하다. 숙종이 이 원대한(?) 계획을 위해 무려 6년을 기다렸다고 하지만 뭔가 논거가 희박하다.

여기에 동이의 집에 불이 났다. 불이 나면 동이만 죽는 것이 아니다. 왕의 아들, 금 왕자도 죽는 것이다. 게다가 숙종에겐 왕자가 금 왕자를 빼면 세자 하나뿐이다. 모두들 아시다시피 세자는 자식을 볼 수 없는 불구의 몸인데다 요절한다. 그렇다면 이는 왕실이 멸문된다는 뜻. 

▲ 장희빈의 모와 오라비 장희재

장희빈 모, 하는 짓마다 도움이 안 돼 

장희빈의 모는 임금에게 절묘한 이유를 만들어준 것이다. 궐 밖에선 동이와 왕자를 죽이려는 자들이 횡행하니 더 이상 이들 모자를 사가에 둘 수 없다, 왕의 선언에 누가 감히 반기를 들겠는가. 왕자가 죽더라도 안 된다고 간언하는 신하가 있다면, 그는 아마도 목이 두 개는 달렸으리라. 

결국 동이는 입궐했으며, 이후에 중전 장씨의 비행을 낱낱이 파헤친 동이파에 의해 장씨는 희빈으로 강등된다. 그 이전에도 장희빈의 모는 장희빈을 무수한 음모를 꾸몄으며 그때마다 장희빈을 궁지로 몰아넣는 공을 세웠다. 참 끈질기다. 이번엔 장희빈을 죽음으로 몰아넣기 위한 음모를 꾸몄다. 

물론 그것은 중전 인현황후를 죽이기 위해 꾸민 계략이다. 중전을 죽이고 자기 딸이 다시 중전의 자리에 오르길 바래서이다. 그리고 계략은 맞아떨어져 모든 것이 원하는 바대로 되는 듯이 보였다. 신하들은 하루도 국모의 자리를 비워둘 수 없다며 희빈 장씨를 중전에 앉히라고 간하고 있다. 

그런데 동이가 장희빈의 앞에 나타났다. 자기 어머니가 저지른 죄의 증험을 들고서. 그 증험이란 중전을 시해하기 위해 꾸민 저주의 인형과 여흥 민씨 패찰. 과학을 믿는 우리 세대에겐 저런 따위의 증험이란 아무런 쓸모도 없다. 그러나 때는 조선시대. 이 증험이 드러나면 곧 죽음이다.

조선은 1부1처제의 나라다. 왕도 마찬가지다. 왕에게 후궁이 많아도 부인은 오직 하나다. 왕비. 확실하지는 않지만 내가 본 무수한 사극 중에 왕이 후궁과 가례를 올렸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바가 없다.(이건 왕의 후궁이나 양반의 첩들은 모두 부적절한 관계였단 말이 되는데… 걍 이정도로, ㅋ~)  

"동이 얘가 도대체 이러는 의도가 뭐야?"

이는 곧 왕과 왕비는 하나란 말씀. 왕비를 죽이려 했다면 왕을 죽이려 시도한 것과 같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그 위험천만한 증험을 동이가 들고 있다. 그리고 그걸 자기에게 내어주겠단다. 이걸 믿어야 돼, 말아야 돼? 도대체 동이 얘가 왜 이러는 거야? 무슨 꿍꿍이속이지?  

▲ 한때 왕비의 자리에 앉았던 희빈 장씨


예나 지금이나 믿을 사람은 오직 가족뿐이다. 그녀에겐 친정 오라비와 어머니가 있다. 친정 어머니는 무식하기 이를 데 없지만 오라비는 정말 똑똑하다. 오라비를 불러 물어본다. "동이가 내게 이걸 주고 갔습니다. 오라버니, 이제 어쩌면 좋지요?" 그러자 장희재가 정색을 하며 말한다.

"마마, 그 년은 절대 믿을 수 없사옵니다. 틀림없이 무슨 암수가 있을 것이옵니다. 절대 믿지 마시옵소서. 아주 흉악한 년이옵니다."

그러고 나서 장희재는 불안한 마음에 동이의 아들이요 임금의 아들 금 왕자를 해할 계략을 꾸민다. 어떤 한권의 책을 금 왕자의 보자기에 몰래 집어넣었던 것이다. 그리고 금 왕자가 스승과 공부를 시작하려고 할 즈음 군사들이 들이닥친다. 그것이 지난주의 마지막 장면이었다.

자, 이로써 동이와 장희빈의 화해무드는 깨진 것이다. 장희빈은 동이를 만나 그 속마음이 진실하든 그렇지 않든 동이가 내민 손을 잡겠노라고 선언했었다. 그런데 그 시각 장희재는 암수를 써서 금 왕자를 제거할 계략을 꾸미고 실행에 옮겼다. 이것이 장희빈과 장희재가 함께 꾸민 음모인지는 아직 모른다.

하지만, 지금 관심을 가져야 할 대목은 그게 아니다. 어떻든 장희빈과 동이는 다시 냉전으로 돌아갔다는 것. 그래서 이들은 다시 한 번 생과 사를 건 싸움을 벌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인가? 동이는 의금부 도사 차천수와 내금위장 서용기의 주장대로 장희빈을 공격해야 한다는 말이다.

▲ 중전인 희빈 장씨를 배경으로 동이의 표정이 예사롭지 않다.


등록유초처럼 동이가 넘겨준 '인형'은 꼼수?

동이파는 장희빈과 장희재, 장희빈의 모가 저지른 갖가지 흉계의 증험들을 쥐고 있다. 게다가 최근 세자의 지병을 알고 있는 내의녀까지 확보했다. 그러나 이런 것들만으로 장희빈을 죽음으로 몰고 가지는 못할 것이다. 장희빈의 최후엔 다른 한가지가 있다. 바로 저주의 인형과 여흥 민씨 패찰.

동이가 화해의 증표로 장희빈에게 넘긴 저주의 인형과 여흥 민씨 패찰이 마침내 장희빈의 목을 조이게 될 것이란 걸 누가 알겠는가. 장희빈도 동이의 진심이 무엇인지 헷갈렸다. 믿고 싶으면서도 믿을지 말지 결정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이 엄청난 후폭풍을 어찌 알 수 있었겠는가.

마치 등록유초(국경수비대 일지)를 일부러 장희빈의 손에 넘겨 그걸 미끼로 장희재 일파를 일망타진한 경험을 이번에 재활용 하려는 듯도 보이지만, 동이의 속마음을 누가 읽을 수 있으리오. 만약 장희빈이 불안한 심리 상태가 아니라 과거처럼 자신만만한 여걸이었다면, 동이의 꼼수(?)를 눈치챘을지도 모를 일이다.

결국 임금의 명으로(혹은 자발적으로) 장희빈의 처소를 뒤지던 감찰부 나인들에 의해 저주의 인형과 여흥 민씨 패찰은 발견되고야 말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은? 모두들 아시는대로 장희재는 처형장에서 목이 달아났으며, 뒤이어 장희빈은 사약을 받고 죽었다.

일설에 의하면 이때 장희빈이 세자의 사타구니를 잡고 쥐어짜는 바람에 불임에 걸렸다고 하지만, 그건 말하기 좋아하는 호사가들의 장난질이고 드라마 <동이>에서 제시하는 지병설이 어쩌면 보다 더 설득력이 있어보인다.

아무튼, 동이 참 대단하다. 호의로 적을 무찌르는 이 도통한 전술은 어디서 배운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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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전마마께서 마침내 돌아가셨군요. 바야흐로 장희빈의 말로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장희빈의 모와 장희재는 좋아서 입이 찢어질 듯 하고, 장희빈 또한 체통이 있는지라 감히 입을 찢는 시늉은 못하지만 속으로는 좋아 죽을 지경입니다.

아, 그러나 어찌 알았으리오? 인현왕후가 죽으면서까지 자기를 끌고 갈 줄이야. 인현왕후의 장희빈에 대한 증오가 이토록 대단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그러고 보면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말이 헛말이 아닙니다.

하긴 뭐 그렇기야 하겠습니까. 아무리 그래도 죽은 귀신이 산 사람을 어찌 할라구요. 다 옛사람들이 할 일 없으니 지어낸 말일 겝니다. 장희빈의 무덤은 인현왕후가 아니라 스스로 판 것이지요. 아마도 이번엔 확실하게 제 무덤자리를 팔 모양입니다.

인현왕후의 장례식 모습(좌), 생전의 인현왕후와 동이.


왜 어린 남자애는 여자들과 같은 차림을 하는 거지?

그러나 뭐 어떻든, 인현왕후가 이렇게 덧없이 죽고 나니 참으로 허망합니다. 인생무상…, 우선 돌아가신 왕후마마를 위해 잠깐이나마 묵념. ^^  그런데 말입니다. 함께 테레비를 보고 있던 우리 딸아이가 그러는군요. 아시는 분은 다 아시지만 딸아이는 이제 열 살이랍니다
.

"아빠. 그런데에… 금이가 여자였어? 쟤는 원래 왕자 아니야? 왕자는 남자잖아."
"무슨 말이고. 당연히 금이는 남자지. 웬 여자 타령이야?"
"아니, 그런데에… 봐라. 금이가 여자처럼 머리에 이상한 저런 거 쓰고 있잖아. 동이처럼."

아, 그러고 보니 그렇군요. 아니 왕자 금의 상복 차림과 여자요 후궁이며 왕자 금의 어머니인 동이의 상복 차림이 똑같군요.

그러고 보니 엄마와 아들이 똑같은 두건을 하고 있군요. 이걸 두건이라고 하는 게 맞는지는 저도 잘... 수건을 머리에 쓰고 거기다 새끼줄 매고 있는 건가?


"어? 정말 그렇네."
"맞제? 남자들은 머리에 관 같은 그런 거 쓰잖아. 모자처럼. 그럼 금이도 그래야 되는 거 아닌가?"
"그런데 금이는 아직 어린애여서 여자들처럼 그런 거 쓰고 있는 거 아닐까?"

그러자 열 살짜리 우리 딸아이, 어이 없다는 듯이 웃으며 말합니다.

"아빠, 그럼 여자들이 전부 어린애들이란 말이가? 하하하, 그건 아니지."

어쨌든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문제이긴 하지만, 딸아이의 말을 듣고 보니 꽤 일리가 있습니다. 왜 어린애들과 여자들에겐 같은 상복 차림을 입히는 것일까요? 어쩌면 딸아이 말과 같이 여자들을 어린애처럼 취급하는, 그런 잘못된 사상 탓은 아닐까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천주교식 장례식 모습. 꽃 숫자만 빼면 대충 우리랑 비슷하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보지 못하는 걸 
          신통하게도 보는 눈을 가졌다

저도 열흘 전에 모시고 살던 장인어른 상을 당해 백관 노릇을 했습니다만, 저희 집안은 천주교식으로 장례를 치루었던지라 위에 든 예와 같은 그런 문제는 생기지 않았습니다.

만약 우리도 유교식으로 장례를 치루었다면 저를 뺀 애 엄마와 아들, 딸이 모두 같은 모양의 두건을 썼을 테지요.

아무튼, 아이들의 눈이란 참으로 야무진 데가 있습니다.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을 아이들은 볼 때가 많습니다. 일전에도 소개해드렸습니다만, 우리 아이가 초등학교에 가기 전에는 제 방에 걸려있는 금강산 그림에서 구름 속에 숨어 보이지 않는 아흔여섯 마리의 새를 볼 수 있는 눈을 가졌더랬습니다.

물론 열네 살이 된 이 큰아들은 이젠 더 이상 북한 인민화가 정창모 화백이 그렸다는 금강산에서 구름 속을 나는 아흔여섯 마리의 새를 발견하지 못합니다. 그저 구름 위에 떠 있는 단 세 마리의 새만 볼 수 있을 뿐이지요. 절벽을 타고 떨어지는 물을 보며 "엄마가 보고 싶어 바위가 울고 있나?" 하고 물어 보던 이 아이는 지금은 어떻게 변했을까요? 

머리를 길게 길러 염색하는 것이 소원이던 이 아이는(방학 동안 아이는 소원을 이루었습니다) 제가 서울에 잠시 다녀온 사이 머리를 팍, 그러니까 거의 군인 스타일로 확 밀어버렸더군요. 밤 늦게 집에 돌아와 녀석의 방에 들어갔다가 저는 깜짝 놀라 기절할 뻔 했답니다. 

왜냐구요? 웬 조폭 하나가 침대에 누워 있지 뭡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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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이>에 마침내 검계가 다시 등장했네요. 검계를 재건한 사람은 동이의 어린 시절 동무였던 ‘게둬라’. 동이를 일러 천민의 왕이라고 할 때는 저는 정말로 웃음이 나왔습니만, 왜냐하면, 그리 보면 논두렁에서 농부들과 막걸리를 즐겨 마시던 박정희나 검은 선글라스를 끼고 그 모양을 흉내 내는 MB도 천민의 왕일까 해서 말입니다.   

하지만 동이가 검계의 수장 최효원의 딸이란 사실은 그런 가정이 영 엉터리는 아니란 생각을 하게 합니다. 검계. 이 드라마에서 검계란 조직은 그렇게 썩 목적이 분명한 조직은 아닙니다. 치밀한 체계와 연락방식, 잘 훈련된 군사조직에 비해 이 검계란 단체가 대체 무얼 하려는 것인지에 대해선 모호하다는 얘깁니다.

수장어른으로 불리는 최효원은 절대 살생을 금지했습니다. 그는 마치 인도의 간디처럼 비폭력 평화주의 노선을 추구했던 것일까요? 그는 음모에 휘말려 죽을 때도 사실을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그를 그토록 아꼈으며 그 자신도 역시 존경해마지 않던 포도청 종사관 서용기를 보호하기 위함이었습니다.

혁명조직의 수장이 된 겁쟁이 게둬라

△ 검계 수장이 되어 나타난 어릴 적 겁쟁이 게둬라


그런데 그런 의문이 드는 것입니다. 서용기의 안위가 수많은 검계 동지들, 아들과 딸의 생명보다 소중했을까요? 무장까지 갖춘 혁명조직의 수장이 그토록 나약한 감상주의에 사로잡혀 있었다는 게 저로서는 이해도 안 되고 용납도 안 됩니다. 도대체 검계는 무엇 때문에 만들어진 것일까요?

그러나 아무튼 거기에 대해 <동이>가 친절하게 설명해 줄 의도는 별로 없어 보이므로 우리도 더 이상 찾을 길 없는 답을 찾는 수고는 그만 두도록 합시다. 검계를 재건한 새로운 수장 게둬라는 원래 무척 겁쟁이였습니다. <동이> 첫 편에서 대사헌 장익현이 죽음을 당하던 장면에서도 당찬 동이에 비해 게둬라는 사시나무 떨듯 했습니다.

게다가 게둬라는 그다지 머리가 좋아보이지도 않았습니다. 그는 겁쟁이에다 머리도 별로 안 돌아가는 답답한 소년이었던 것입니다. 그랬던 게둬라가 검계를 재건했습니다. 그 시대의 천민에 비해 훨씬 발달했다고 말할 수 있는 오늘날 노동자들이 노조 하나 만들기도 하늘에 별따기처럼 어려운 판에, 게둬라는 혁명조직, 반국가단체 검계를 재건한 것입니다.
 
실로 대단합니다. 눈앞에서 죽어간 아버지와 형님들과 동이의 모습을 생각하며 절치부심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한갓 겁쟁이였던 게둬라가 세상을 뒤엎을 혁명가로 변신한 것입니다.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한 소년의 가슴에 타오르는 복수심이 세상을 태우는 뜨거운 증오의 불길로 화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만 생각하기엔 뭔가 미심쩍은 구석이 너무나 많습니다. 게둬라가 아무리 어린 나이였다고는 하나 검계를 재건할 정도의 야망을 가진 사내라면 최효원이 만든 검계의 원칙쯤은 알고 있어야 합니다. 양반, 상민을 불문하고 불필요한 살생을 해선 안 된다는 검계의 원칙은 하나의 신조였습니다.

검계의 비밀을 알고 있는 한성부서윤 장무열 

그런 검계가 무차별적으로 양반을 살해합니다. 연쇄살인사건이 재발한 것입니다. 그 대상은 철저하게 양반. 그런데 이번엔 보통의 양반이 아니라 나라를 뒤흔들 정도의 살인 계획을 세웁니다. 도대체 누구를 살해하려는 것일까요? 그 대상은 다름 아닌 동이였습니다. 왕자의 어머니 숙원마마 동이.

△ 재건된 천민들의 비밀조직 검계의 수뇌 회의 장면


동이는 왕자를 생산했습니다. 숙종에게 비와 빈을 비롯해 많은 후궁들이 있었지만 왕자를 생산한 것은 오로지 장희빈과 동이뿐이었습니다. 그러므로 동이에 대한 이야기가 장안에 파다하게 퍼져 있었을 것임은 자명한 일입니다. 정보에 누구보다 친숙한 검계의 수장이 동이에 대해 모를 리가 없습니다.

천민 출신에다 무수리, 궁인을 거쳐 승은을 입고 후궁이 된 동이에 대해 (어릴 적 동무였던 동이란 사실은 모를지라도) 검계가 모른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어떤 의구심도 없이 무작정 동이를 죽이겠다고 나선다는 스토리가 저로서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것입니다. 함부로 살생하지 말라는 원칙도, 천민 출신 동이에 대한 어떤 고려도 없는 검계?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이 의문에 대하여 <동이>는 하나의 힌트를 주었습니다. 바람처럼 나타난 장무열. 그가 바로 힌트였습니다. 장무열의 등장과 재건된 검계의 활동 재개가 우연의 일치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둘의 등장엔 나름 계산된 음모가 있을 것이 분명하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기 때문입니다.

내금위장 서용기의 방문 그리고 숙원과 차천수 종사관―그러고 보니 오작인(검시원) 출신 천민 차천수가 종사관이란 고급 관료가 됐군요―의 움직임에 고심하던 한성부 서윤 장무열에게 그의 직속 부하가 이런 질문을 했지요. “나으리, 검계도 이제 잡아들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니 이게 무슨 말씀? 지방을 떠돌다 이제 갓 한성부에 입성한 장무열이 어떻게 검계의 재건을 알고 있을까요?

권력을 위해 죽은 아버지도 이용한다?

거기다 그들은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든지 검계를 일망타진할 준비까지 되어 있는 모양입니다. 장무열이 아무리 뛰어난 인물이라도 이게 가능한 얘기일까요? 장무열은 우리에게 하나의 힌트를 더 주었습니다. 그는 전 좌의정 오태석을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말했지요. 

△ 장희빈과 손잡은 장무열, 그의 속셈은 뭘까?


“나는 당신이 내 아버지를 살해한 원흉이란 사실을 알고 있소. (검계에게 양반 연쇄살인사건의 누명을 씌운 것도 말이요.) 그러나 걱정 마시오. 나는 당신을 해치진 않을 것이오. 남인이 다시 권세를 잡기 위해선 그런 것쯤은 덮어둘 수도 있고, 당신과 손을 잡을 수도 있소.”  

정말 무서운 사람입니다. 그는 이미 오태석이 벌인 범죄행각을 알고 있으며, 검계에 대해서도 소상히 알고 있는 듯이 보입니다. 그를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시 저 자가 검계의 재건에 관여한 것은 아닐까? 어쩌면 검계는 그이 수작에 놀아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전에 추노에서 노비당이 그랬던 것처럼….’

다행히 검계 수장 게둬라는 차천수와 동이의 존재에 대해 미리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 검계와 동이가 엇갈린 행보 속에 불행한 대립을 할 가능성은 많이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장무열이란 존재는 불안하기만 합니다. 그는 정말 아버지의 원수조차 정치놀음에 이용할 정도로 냉혈한일까요?

이 마지막 싸움에서 그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현재로선 그는 장희빈의 편에서 동이를 압박해 들어가는 쪽입니다. 정녕 장무열이 아버지를 죽인 원수와 손을 잡고 정치적 출세를 선택하게 된다면 이는 조선 성리학이 가르치는 충효사상에도 어긋나게 되는 것이니 그야말로 폐인 중에 폐인이라 아니할 수 없을 것입니다. 

장무열은 참으로 인간의 탈을 쓴 짐승일까?

△ 죽어가면서도 동이에게 수신호를 남긴 아버지 장익현을 장무열은 설마 잊기로 한 것일까?

마음이 무겁습니다. 그러나 혹여 그런 생각도 해봅니다. 혹시나 동이가 수신호의 비밀, 8, 5,10, 5의 비밀을 밝혀내게 되고, 그것이 장익현 영감의 죽음에 대해 몰랐던 새로운 비밀(결국 장희빈과의 관련성 정도이겠지만)을 들추어내는 계기가 되어 장무열의 심경에 변화를 일으키게 된다면? 그래서 장희빈과 오태석에게 등을 돌리게 된다면?

아무튼 지금으로선 마음이 매우 무겁습니다. 장무열이 지금 보이는 모습으로 계속 나간다면 그는 사극 역사상 최고의 인면수심이었다는 평가를 받게 될 겁니다. 아무리 그렇지만 있을 수 없는 일 아닙니까? 자기 아버지를 죽인 원수와 한배를 타고 희희낙락한다는 것이.

하지만 아직은 알 수 없는 일이니, 좀 더 지켜보기로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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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비 정부권
동이, 지금 분위기는 완전 춘향전에서 거지 이몽룡이 암행어사가 되어 출두한 것과 같은 분위기입니다. 장희빈 집안은 완전 풍비박산이 나고, 폐비 민씨와 동이네 집안은 경사 났습니다. 어쨌든 보는 사람도 흐뭇합니다. 이렇듯 기분 좋은 걸 보니 저도 장희빈 편은 아닌가봅니다. 

저는 분명 일전에 장희빈이 악년가 된 데에는 정권을 장악한 노론 일파의 음해도 있었을 것이라고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폐비가 된 인현왕후의 억울함을 호소한 김만중의 사씨남정기도 다분히 민심의 동요를 노린 유언비어 유포였을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도 장희빈 집안이 망하니 기분 좋네요. 거참~

이때의 사건을 소위 갑술환국이라 부릅니다. 1694년 4월의 일이었습니다. 이 사건으로 영원히 서인들의 세상이 됐습니다. 물론 서인들은 다시 환국 사후처리를 놓고 노론과 소론이 다투게 되는데 세상에 영원한 동지는 없습니다. 그런데 세상이 바뀌니 가장 눈에 띄게 바뀌는 게 있습니다. 바로 궁중 여인들의 옷입니다. 

우선 폐비 민씨부터 보실까요? 




그녀는 죄인입니다. 그래서 한때 왕후였던 그녀가 이렇게 하얀 소복을 입고 있습니다. 그러나 세상이 일거에 바뀌니 옷도 이렇게 바뀝니다. 보십시오. 얼마나 화려합니까? 양 어깨에는 황금빛 봉황이 빛을 발하며 위엄을 드러냅니다. 확실히 옷이 날갭니다.




자, 그럼 장희빈은 어떻게 됐을까요? 중전 옷을 벗게 된 장희빈, 표정이 참담합니다. “나 옷 벗기 싫어. 이 옷 벗기 싫단 말이야. 난 이 옷이 좋아.” 그렇군요. 장희빈은 지금 죽도록 옷이 벗기 싫습니다. 아마 이때부터 자리에서 물러나거나 직장을 그만둘 때 옷 벗는다거나 옷 벗긴다는 말이 생겼나 봅니다.  

“아무도 내 옷을 벗길 수 없어. 절대 안 벗을 테다.”




그러나 그녀는 결국 옷을 벗고 말았습니다. 중전에서 희빈으로 강등된 장옥정. 조선 역사상, 아니 전체 역사를 통틀어 보더라도 이런 일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을 겁니다. 중전 자리에 앉아 있다가 한 등급 아래의 빈으로 강등되다니…. 차라리 사약을 내려주시지 그러셨습니까, 숙종. 이보다 더한 고문이 또 어디 있습니까.

중전 옷 벗은 장희빈, 정말 초라하네요. 확실히 중전마마 옷이 최고로 고급이 맞나 봅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동이 선수는 어찌 됐을까요? 동이야말로 가장 극적으로, 그리고 가장 자주 옷이 바뀐 인물입니다. 그녀는 천민 오작인의 딸 동이에서, 장악원 노비로, 감찰부 궁녀로, 무수리로, 그리고 마침내 승은상궁으로 그 복장이 가장 많이 바뀐 그야말로 그녀의 옷만 봐도 파란만장 그 자쳅니다.

그러나 과거 노비 시절의 동이 복장은 소개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숙원마마가 된 마당에 천민 무수리 시절을 들먹이면 곧 태어나게 될 영조가 기분이 매우 안 좋을 테니까요.




그런 동이가 드디어 숙원마마가 되었습니다. 캬~ 노비 출신 동이가 저런 옷을 입고 만조백관들이 조아리는 앞을 걸어가게 되다니…, 사람 팔자 시간문젭니다.




그런데 잠깐 이 대목에서 제가 궁금한 게 있답니다. 왜 상궁들에게는 마마님이란 호칭을 붙이면서 왕과 후궁들에겐 마마라고만 부르는 걸까요? 마마보다 마마님이 더 높은 거 아닌가? ㅋㅋ 일단 모르겠습니다. 전문가이신 이병훈 피디를 믿어야지요. 

그럼 이번엔 마마님들의 복장을 한번 보실까요? 우리의 정상궁 마마님입니다.  




내명부의 실권을 잡은 동이의 최측근이죠. 확실히 줄은 잘 서야 됩니다. 바로 최고상궁으로 승차하셨습니다. 그러자 옷도 바뀌었습니다. 한복 윗도리 깃 부분에 꽃무늬가 장식돼 있지요? 아마 일반상궁들과 최고상궁을 구별하는 복색인가 봅니다.

뒤에 서 있는 정음이, 감찰부 나인이었던 그녀는 상궁이 됐습니다. 이제부턴 마마님이라고 불러야 합지요. 그녀도 복장이 바뀌었네요.




진짜 폼 나지요? 옷이 날개란 걸 증명해 보이기라도 하려는 듯합니다. 옷이 바뀐 티가 가장 잘 나는 인물이 바로 정음입니다. 이분, 그냥 왕비 시켜도 될 거 같습니다. 정말 폼 나네요. 와우~ ^^*




원래 이런 모습이었죠. 상궁 시켜준다는 말에 놀라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합니다. 속으로는 좋아서 죽을 지경입니다. 상궁 되면 당상관 관료들도 함부로 못합니다. 마마님 하고 깍듯이 존대해야죠.




자, 나란히 서 있는 우리 마마님들. 잘 어울리죠?  ^*^




그럼 이번엔 감찰부 전 최고상궁은 어떻게 됐나 볼까요? 이분들은 완전 옷 벗었습니다. 장희빈 따르다가 쫄딱 망했네요. 그러게 줄 잘 서야 된다니까요.




그러나 착한 우리의 동이, 그녀들 옷을 벗길 생각은 없나 봅니다. 다시 옷을 내려줍니다. 참수 당할 줄 알고 바들바들 떨던 그녀들 황송하고 감지덕지,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자, 비록 옷 색깔이 전에 보단 곱지 못해도 반성하는 마음으로 입고 열심히 일하도록 해. 그러다 혹시 알아? 다시 전처럼 좋은 옷 다시 입혀 줄지.”




그러나 무엇보다 제일 감지덕지 한 것은 바로 나야. 아, 지난 6년 동안 폐위된 중전마마를 따라 사가에서 흰옷을 입고 지내던 세월을 생각하니 눈물이 아니 날 수가 없구나. 흑흑~ 동이야, 너무 고마워. 그리고 정상궁, 정음이, 아니 정음이도 이제 상궁 마마님이지, 그리고 봉상궁도 정말 고마워.

아 이렇게 최고상궁 옷을 다시 입게 될 줄이야. 이게 꿈이냐 생시냐~




흑흑, 마마님. 소녀도 마찬가지이옵니다. 6년 동안이나 흰옷을 입고 다 쓰러져가는 초가집에서 우리가 살았다니. 흰옷 그거 때도 정말 잘 타는데… 아, 너무 감개무량해서 눈물이 앞을 가리옵니다.




그래, 나도 정말 기뻐. 내 재주에 감찰부에서 크긴 글렀고 진즉 동이 처소로 옮긴 것은 정말 잘 한 일이야. 정상궁 마마님, 정음아, 정말 축하해. 그렇지만 동이 마마님. 저도 옷 좀 바꿔 주세요. 저도 좋은 옷 입으면 폼 난답니다. 옷이 날개란 말에 예외가 있다는 말은 못 들어봤거든요.

그치만 아무튼 기뻐요. 흑흑~




아하, 그러고 보니 최고상궁이 된 정상궁이 정음이의 상궁 승진을 비롯한 인사발표를 하는 뒤에 서 있는 애종이의 표정이 뭔가 서운한 게 있는 모양입니다. 기쁘면서도 서운한 그런 표정. 알았어, 조금만 기다려. 너도 곧 새 옷 입혀 줄께.   




그런데 이 좋은 분위기에 마지막으로 등장을 예고한 이사람, 누굴까요? 한성부 서윤이라고 하는군요. 이름이 장 머시기? 장희빈과 같은 장씨네요. 인척은 아닐 듯한데. 장희빈이야 원래 중인 집안 출신이니까. 갑술환국으로 제주로 귀양 가기 전 장희재의 벼슬이 원래 한성부판윤이었다고 하지요? 

한성부판윤. 판서급으로 대감이죠. 중인이 대감까지 됐으니 출세 크게 한 거죠. 아무튼, 장 머시기 이사람, 원래는 이 자리가 최철호 자리였는데, 대타로 나섰군요. 동이 홈페이지에 보면 최철호가 한성부 서윤으로 동이를 괴롭힌다고 나와 있었거든요.  




그나저나 좋았던 분위기도 이번 주 뿐이겠네요. 다음 주부터는 다시 회오리 바람이 불겠습니다. 이사람, 벌써 인상부터 기분 나쁘게 생겼잖아요? 새 옷 받고 좋아하는 동이, 마냥 좋아할 때만은 아니랍니다. 세상이 늘 그렇지만 좋은 일 다음엔 반드시 나쁜 일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호사다마란 아주 불길한 말도 있으니까요. ♬



Posted by 파비 정부권
체포되는 최철호, 눈에 눈물이 글썽글썽
"아, 이렇게 허망하게 끝나는구나!"














장희빈이 동이가 쳐놓은 덫에 빠졌군요. 그런데 그 덫이란 게 간단한 것이 아니라 아주 치명적인 함정이었던 것입니다. 도저히 빠져나오기 힘든 함정. 장희재는 반역죄를 벗어나기 힘든 상황에 빠졌고요. 오윤과 오윤의 부하도 마찬가집니다. 그들은 모두 현행범으로 체포됐습니다.

동이가 쳐놓은 등록유초의 덫에 걸린 장희빈  

등록유초. 우리는 모두들 궁금해 했습니다. 대체 그 등록유초란 것이 뭘 어쩐다는 거지? 그게 어떻게 장희빈을 몰락시키고 폐위된 인현왕후를 복위시킨다는 거지? 동이가 등록유초를 들고 숙종에게 고하겠다고 방방 뜰 땐 그 의구심은 더욱 커졌습니다. 글쎄 그게 등록유초인 건 맞는데 그게 장희재하고 뭔 관계람?

그러나 <동이> 팀은 그런 모든 궁금증들을 일거에 해소시켰습니다. 마치 전광석화처럼. 어제 하루는 지난 수년간의 역정을 압축한 한편의 드라마 스페셜이었습니다. 아무튼, 장희빈은 신들린 듯 동이와 동이와 관계된 모든 인물들을 궁중연회를 빌미로 한자리에 불러 모은 다음 그들의 처소를 뒤지게 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동이의 처소에 숨겨진 등록유초를 찾아내는데 성공했습니다. 감찰부 최고상궁 최상궁, 뭔가 군기가 딱 잡힌 주임상사 같은 모습이 늘 우스웠는데―이건 놀리는 게 아니라 칭찬이랍니다. 저는 정상궁(김혜선)과 대비되는 최상궁역의 임성민이 어울린다고 생각한답니다, 남들이야 뭐라든―이번에도 그녀는 공을 세워 장희빈을 궁지로 몰 모양입니다.

최상궁은 훌륭한 궁인이지요, 최소한 장희빈에겐. 그러나 너무 지나치게 열심을 떨어서 이렇게 가끔 탈을 일으킵니다. 대충 뒤지다가 못 찾았으면 장희빈이 동이가 쳐놓은 함정에 빠질 일도 없었을 테지요. 사실 동이가 들고 있는 등록유초는 그걸 필요로 하는 장희빈 일파에게 넘어가지 않는 한 아무 쓸모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열심히 동이 처소를 뒤져 등록유초를 장희빈에게 전하는 최상궁, 훌륭해요...


장희빈이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게 된 이유가 뭘까

그런데 그건 그렇다 치고 말입니다. 왜, 무엇 때문에, 이렇게 급작스럽게 하루 만에 장희빈은 천국에서 지옥을 오가는 급행열차를 타게 된 것일까요? 이런 일을 치르려면 나름대로 충분한 긴장관계와 준비가 필요할 텐데 말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mbc 방송국의 입장에서도 바람직한 것 아니겠습니까?  

최소한 몇 회에 걸쳐서 진행될 이야기가 단 하루 만에 아작이 나고 말았으니 방송사로서도 크나큰 손실이라 아니할 수 없지요. 저야 뭐 무슨 스페셜을 보는 것처럼 핵심만 뽑아내 빠르게 달려가는 스토리를 보며 신이 나기도 했지만 말입니다. 갑자기 장희빈과 장희재가 와르르 무너지는 소리를 듣는 것도 그리 기분 나쁘진 않았거든요.

그러나 무엇 때문에 갑자기 장희빈으로 하여금 등록유초를 훔치도록 하여 사태를 마무리 지은 것일까요? 사실은 이런 스토리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어리둥절할 뿐 아니라 당혹스럽게 만드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등록유초를 청나라에 넘기는 행위로 말하자면 이완용이 일본에 나라 팔아먹은 행위에 비견될 만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엉뚱하리만치 무모한 무리수를 두었을까요? 왜 장희빈은 그토록 다급하게 엉성한 일을 꾸민 것일까요? 또 왜 느닷없이 청나라의 태감이 조선의 서울에 나타난 것일까요? 그는 청의 황제가 민대인이 등록유초를 얻기 위해 꾸민 일을 알고 이를 사과하고 사태를 바로잡기 위해 파견한 밀사라고 했지요. 

갑작스런 장희빈의 몰락과 청국 태감의 등장 배후는 최철호

진짜 그랬을까요? 모르긴 몰라도 청의 황제라면 민대인에게 큰 포상을 내렸어야 할 일인데 뭐가 아쉬워서 밀사까지 파견해 조선의 국왕에게 사과를 하겠다니. 아니면 혹시 일이 틀어진 것을 눈치 채기라도 한 것일까요? 그것도 그렇습니다. 중국의 북경이 어디 개성쯤 되는 가까운 거리도 아니고. 게다가 그때는 비행기도 없었고, 휴대폰도 없었지요.     

그러니까 등록유초 사건을 바라보는 우리의 가슴 한구석이 답답한 것은 바로 그것입니다. 시원하긴 했지만, 무언가 어정쩡하고 찝찝한 구석이 분명 있는 것입니다. 그게 무얼까? 결국 그에 대한 대답은 최철호에게 들을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최근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최철호의 폭행 사건.

그게 아니라면 달리 이 당혹스러운 장희빈의 급작스러운 몰락을 설명할 길이 없었습니다. 마치 드라마 스페셜이라도 하듯이 요약된 줄거리가 어둠을 헤치고 달리는 급행열차처럼 내달을 수는 없는 것입니다. 최철호를 하차시키기 위한 장희빈의 몰락? 물론 장희빈은 어차피 몰락하게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허술하게 몰락할 장희빈은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국모의 자리에 있는 그녀가 국경수비대 기밀문서를 청국에 팔아넘기기 위해 후궁의 처소를 뒤지게 한다는 이 기이한 시나리오는 소화불량에 걸린 답답함을 우리에게 던져주었습니다. 그럼에도 <동이> 제작진은 최철호 하차에 대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신속하지만 위험이 따르는 작전을 감행할 수밖에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최철호 하차에 손일권도 함께 하차하나

어찌 되었건 이렇게 해서 최철호의 <동이> 하차는 종결된 것으로 보입니다. 갑작스러운 최철호의 탈락으로 인해 앞으로 전개될 시나리오에 뼈아픈 변화가 불가피하겠지요. 그러나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입니다. 어떤 경우에도 폭력은 용납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최철호의 부적절한 행동으로 인해 선의의 피해자도 많이 생겼을 것입니다. 그중에는 기생 행수 설희를 맡은 김혜진도 있습니다. 그러나 누구보다 가장 큰 피해자는 손일권이 아닐까 합니다. 손일권이 맡은 역할은 오윤의 사촌동생이며 심복인 홍태윤입니다. 그도 오윤과 함께 내금위장 서용기에게 현행범으로 체포됐으니 <동이>에서 하차하는 것이 불가피합니다.

잡혀가는 오윤(최철호)과 홍태윤(손일권). "아쓰, 나는 무슨 죄가 있다고!"


최철호든 손일권이든 반역죄를 도모하다가 체포되었는데 다시 등장한다면 그것 참 말하기 곤란한 일이 되겠지요. 이로써 최철호와 함께 손일권도 하차하게 되었습니다. 그가 저지른 죄목은 무엇이었을까요? 최철호의 폭행 현장에 함께 있었다는 연좌제? 또는 폭행 장면을 목격하고도 제지하지 않은 불성실죄?

한편 생각하면 최철호나 손일권이 불쌍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정치인들 중에도 술자리에서 폭행, 성추행 등 온갖 추잡한 일을 다 저지르고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최근에도 한나라당 모 국회의원의 발언이 문제가 돼 소속 정당에서 제명되는 등 파문이 일고 있기도 합니다.  

최철호가 불쌍해지는 이유

이런 일은 보수정당의 정치인들만 벌이는 것은 아닙니다. 진보정당을 자처하는 곳에서도 가끔 이런 일이 벌어집니다. 폭력, 성추행, 도저히 있어서는 안 될 일을 저지르고도 같은 편이라고 옹호하고 은폐하고 하는 것은 똑같습니다. 진심으로 사과하지 않는 것도 똑같습니다. 

그리 생각하니 최철호가 더 불쌍해집니다. 그는 눈물을 흘리며 사과했습니다. 그러고도 그는 연기자로서 치명적인 중도하차라는 철퇴를 맞았습니다. 거기에다 드라마 <동이>는 돌연한 시나리오 수정으로 "형편없이 작품의 격이 떨어졌다"는 혹평을 들어야 했습니다. 연기자들의 파워가 역시 정치인들에는 미치지 못하는 모양입니다.

확실히 한국사회에서 가장 잘 나가는 인생들은 정치하는 사람들입니다. 저는 아직 그들이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키고도 낙마하는 꼴을 한 번도 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기자회견장에 나와 최철호처럼 눈물을 흘리며 사죄하고 스스로 의원직에서도 물러나는 그런 양심적인(?) 사람 더더욱 본 적이 없습니다.

그리하여 오늘 이 순간 최철호가 너무나 불쌍합니다. 그를 영원히 TV 화면에서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저이지만, 막상 어제 서용기에게 체포되면서 눈가에 글썽이는 눈물을 보았을 때 마음이 약해지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가 자청한 기자회견장에서 보였던 눈물이 생각났기 때문일까요?

아무튼, 불쌍해요.
Posted by 파비 정부권
정숙하고 인자한 인현왕후 속에 든 이중성 















<동이>의 주인공은 동이와 장희빈입니다. 이 두 사람의 대결이 이 드라마의 본령이지요. 이 두 사람의 싸움의 중심에는 인현왕후가 있습니다. 인현왕후의 폐비와 복권, 그리고 다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벌이는 장희빈의 음모와 동이와 인현왕후의 투쟁, 이것이 드라마 <동이>의 핵심 줄거리입니다.

동이와 장옥정 대결의 원인 제공자 인현왕후

인현왕후는 원인만 제공할 뿐 싸움의 중심에선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가 그녀의 얼굴을 보기란 대단히 어려운 일입니다. 어쩌다 가끔 등장하는 그녀를 보면서 "아, 인현왕후가 아직 건강하게 잘 살고 있구나!" 하고 생각할 뿐이죠. 

그녀는 하얀 소복을 입고 단정한 자세로 폐서인으로서의 본분을 다하고 있는 듯이 보입니다. 글쎄 그런 것을 본분이라고 해도 될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녀는 매우 조신하게 벌(?)을 받고 있습니다. 수발을 드는 상궁과 나인들이 맛난 음식을 해서 주어도 그녀는 "어찌 폐비의 신분으로 그런 걸 먹겠느냐" 하면서 내치고 맙니다.

한 마디 한 마디 내뱉는 말이나 행동거지가 한 치의 흐트러짐이 없습니다. 실로 현모양처의 표상이요, 국모의 모범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가만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녀의 집에는 늘 상궁과 나인들이 드나들고 있었습니다. 

서인의 소장파 지도자이며 나중에 영수가 될 정인국도 수시로 드나들면서 정국의 향방에 대한 보고를 게을리 하지 않습니다. 처음엔 그가 혹시 외척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인현왕후의 아버지는 여양부원군 민유중이며 어머니는 은성부부인 송씨라고 합니다.

이들의 대화를 들어보면 영락없는 폐비복위 모의다.


심지어는 나인 시절의 동이와 정상궁도 가끔 들러 폐비의 처지를 위로하거나 돌아가는 사정에 대해 의논을 하곤 했습니다. 말하자면,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자연스럽게 폐비 민씨의 사가가 몰락한 서인세력의 아지트가 되었던 셈입니다. 제가 보기에 인현왕후는 이런 현상을 전혀 거부하지 않았습니다. 

이중적인 인현왕후는 배후조종 세력?

오히려 정인국을 비롯한 측근들에게 은근히 자신의 뜻을 전하며 이를 관철시키려 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인현왕후는 서인세력의 추천으로 왕후가 된 인물입니다. 그랬던 그녀가 중전의 자리에서 밀려난 것은 남인들이 집권했기 때문입니다. 드라마에서는 대비 시해음모에 연루된 것으로 묘사하고 있지만 실상은 권력게임의 희생양이었던 것입니다.

그녀는 그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녀가 다시 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또 다른 환국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왕후가 된 초기부터 숙종이 궁인 출신 장씨(장희빈)의 미색에 마음을 빼앗기자 서인 당파의 거두 김수항의 증손녀를 후궁(영빈 김씨)으로 추천해 입궐시키기도 했다고 하니 그녀도 보통 여자는 아니었습니다.

김수항은 기사환국 때 위리안치되었다가 사사되었고, 인현왕후는 폐서인이 됐습니다. 청음 김상헌의 현손으로 명문세가의 여식이었던 영빈 김씨는 입궁하자 소의에 진봉됐다가 곧 귀인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인현왕후가 폐비가 될 때 함께 궁궐에서 쫓겨나는 운명을 맞았습니다.  

그러다 인현왕후가 복귀할 때 함께 복귀했다가 인현왕후가 죽은 1년 후(1702년)에 영빈에 봉해졌습니다. 인현왕후가 다 쓰러져가는(?) 사가에서 얼마나 이를 갈았을지는 보지 않아도 훤합니다. '와신상담'이란 바로 인현왕후의 심정을 위해 만들어진 말일지도 모릅니다.

정인국은 후일 서인의 영수가 되고 동이의 뒷배 노릇도 할 듯


마침내 인현왕후는 기사환국으로 폐서인이 된지 6년 만에 다시 갑술환국으로 왕후의 자리로 복귀합니다. 자신을 찾아온 동이에게 인현왕후는 넌지시 임금의 총애를 마다하지 말 것을 권유한 적이 있었지요. 그때 많은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했을 것입니다. "야아, 인현왕후는 참 마음씨도 착해!"

현숙하고 자비로운 인현왕후와 정치적이고 영악한 인현왕후 

그러나 그것이 꼭 인현왕후가 마음씨가 착해서 그러기만 한 것이었을까요? 그녀는 이미 동이 이전에도 장옥정을 견제하기 위해 영빈 김씨를 만든 전적이 있습니다. 인현왕후와 장희빈의 싸움이 얼마나 치열했으며, 장희빈 못지않게 인현왕후의 장희빈에 대한 미움이 얼마나 대단했을지 짐작이 가지 않으십니까?

저는 오죽했으면 죽자마자 바로 장희빈을 저승으로 데리고 갔을까 하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저의 억측입니다. 역사는 장희빈이 궐내에서 인현왕후를 저주하기를 자주 하였고, 왕후가 죽자 숙종이 이에 분개해 장희빈에게 스스로 죽을 것을 명령했다고 전합니다.  

아무튼 인현왕후가 극중에서는 매우 예의바르고 정숙한 모습으로 나오지만, 조용조용 자기를 찾아와 일일이 보고하는 사람들의 말을 경청하면서도 알게 모르게 이래라저래라 지시하는 듯이 보이는 그녀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역시 그녀도 매우 정치적이야!" 하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드라마 <동이>에서 인현왕후 역할을 맡은 박하선의 인상은 우리가 알고 있는 인현왕후와 아주 닮았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인현왕후란 현숙하고 인자한, 매우 바람직하다고 인정되는 그런 인물입니다. 실제와 우리가 알고 있는 인현왕후에 대한 정보가 일치할 것인지에 대해서 저는 회의적입니다.

드라마 제작진이 만든 인현왕후도 그래서 넌지시 사람들에게 자신의 입장을 관철하는 듯이 보이는 폐비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요? 아마 그러지 않았다면 근신하며 자숙해야 할 폐비의 사가에 서인의 지도자 정인국이 무시로 드나든다든지, 감찰부 정상궁을 비롯한 상궁, 나인들이 수시로 궐내 사정을 보고한다든지 하는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이중적인 인현왕후 역할, 박하선이 제대로 소화하고 있는 듯

어쨌거나 영빈 김씨나 동이도 결국 인현왕후의 입김 아래 존재했던 것입니다. 명문 양반가의 자손으로 후궁이 된 영빈 김씨보다 동이가 훨씬 먼저 빈의 자리에 올랐으니 동이의 실력(?)이 매우 출중했던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영빈 김씨는 왕자 시절의 영조를 매우 총애했고, 영조는 임금이 되어서도 "어머니, 어머니" 하며 따랐다고 합니다. 아무튼, 동이와 영빈 김씨는 모두 인현왕후와 한 편이었습니다. 

후일 영조가 무수리의 아들이란 이유로 중신들의 거센 반대가 있었음에도 보위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 서인 세력의 강력한 지원을 등에 업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제 생각엔 실제 매우 정치적이었을 인현왕후와 정숙하고 예의바르며 인자한 인현왕후를 동시에 소화해내기란 그렇게 쉽지 않았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더욱 박하선의 연기가 아주 훌륭하다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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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이 앞에선 쩔쩔 매는 숙종 임금,
진짜로 사랑에 빠졌네!

<동이>, 참 짜증납니다. 아니 숙종은 왜 빨리 해야 할 일을 미적거리며 안 하는 거랍니까? 동이는 아직도 승은을 입지 않았습니다. 사실 이런 상황이 중신들에게 알려지면 큰일입니다. 좌의정 오태석이 일전에 했던 말처럼 조선은 왕의 나라가 아니라 사대부의 나라, 선비의 나랍니다. 이런 사실은 이를 망각하고 다른 생각을 품었던 연산군과 광해군의 전철로부터 알 수 있습니다.

한때 태종 이방원이 이런 현실을 간파하고 피의 숙청을 통해 왕권을 다졌던 시기가 있었지만 그리 오래 가지는 못했습니다. 결국 조선은 원래대로 사대부가 통치하는 나라로 돌아왔습니다. 숙종이 동이에게 승은을 내리지도 않았는데 승은상궁에 봉한 사실이 밝혀지는 날에는…, 참으로 끔찍한 일입니다. 이는 신하들을 기만한 것이 되는 것입니다. 아무리 왕이라 해도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러니 보는 사람이 더욱 불안할 밖에요.(그런데 내가 왜 남의 걱정을 하고 있는 것인지… ㅋㅋ)

하하, 하긴 뭐 드라마니까 결코 그런 사실이 쉽게 밝혀질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숙종이 이렇게 미적거리며 해야 할 일을 감히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물론 드라마를 빼놓지 않고 시청한 분이시라면 다 아는 사실이지요. 사랑 때문입니다. 숙종은 진실로 동이를 사랑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 그때 말로는 연모하고 있다 뭐 이렇게 표현해야겠군요. 어쨌거나 숙종은 동이에게 흠뻑 빠졌습니다. 

평민과의 사랑을 위해 왕관도 버려야 했던 근세기 영국

그런데 저는 그런 숙종을 보면서 엉뚱하게도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왕도 사랑을 했을까?” 아마 혹자는 저의 이런 생각을 정말 엉뚱하다고 말할 것입니다. 아니, 왕은 사람도 아니란 말야? 하면서 말입니다. 그러나 저는 진실로 왕은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글쎄요, 아직 저는 왕이 사랑에 빠져 뭘 어쨌다는 그런 이야기를 별로 들어본 바가 없습니다. 저 멀리 섬나라 영국의 에드워드 8세가 심슨부인과의 사랑을 위해 왕위를 버렸다는 얘기는 있지만. 

아마도 영국에서도 왕에게는 사랑이 허용되지 않았든가 봅니다. 에드워드는 자신의 뒤를 이어 영국왕이 된 동생 요크공작(조지 6세, 현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의 아버지)으로부터 윈저공이란 작위를 받았지만 사랑하는 아내 심슨부인은 아무런 작위도 받지 못한 채 평생 평민으로 살았다 합니다. 영국에서 추방된 에드워드와 프랑스의 한 교회에서 초라한 결혼식을 올릴 때 심슨부인은 푸른 드레스를 입고 나왔는데, 어쩌면 영국 왕실에 대한 반항의 표시가 아니었을까요? (물론 사람들은 푸른 드레스의 의미가 심슨부인의 영원한 사랑의 표시라고 이해합니다.) 

(좌)영국왕실 가족사진. 맨 오른쪽 어린이가 에드워드? (우)윈저공 부처 /(사진)한겨레(빅폴리오), 다음백과


푸른색은 서민을 상징하는 색깔이니 말입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청바지의 원조는 광산노동자들의 작업복이었지요. 그러고 보면 숙종은 에드워드 8세보다는 훨씬 행복한 사람입니다. 그는 왕위를 버릴 필요도 없었으며, 귀족 출신이 아닌 아내들에게 작위도 내려줄 수 있었으니 말입니다. 이로부터 실은 유럽보다 조선이 훨씬 개명된―그래봐야 50보 100보지만―사회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아무튼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왕도 사랑을 했을까요? 혹자는 '왕도 사람이니 틀림없이 사랑을 했지 않았겠느냐'고 말할 것이고, 또 다른 혹자는 '왕은 만인 위에 군림하는 사람 아닌 사람이기 때문에 사랑 따윈 가당치도 않다'고 말할 것입니다.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왕은 후자에 속합니다. 왕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사랑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또 그럴 기회도 없다고,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귀족 출신 아니어도 왕후가 될 수 있었던 조선

그러나 우리는 가끔 사극 속에서 왕의 사랑을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연산군과 장녹수, 광해군과 김개시의 이야기가 그것들입니다. 하지만 이들이 보여준 것은 사랑이라기보다는 욕망과 권력을 향한 욕구였습니다. 장녹수는 가무에 능했던 반면 김개시는 매우 뛰어난 두뇌와 문서 처리 능력을 보였다고 하는데, 두 왕에게 이들은 꼭 필요한 사람이었을 겁니다. 다만 승자에 의해 만들어진 역사가 그녀들을 악녀로 만든 것인지도 모르는 일이지요.  

왕들의 결혼은 모두 정략적인 것이었기 때문에 사랑이란 감정이 개입할 여지도 없었을 것입니다. 드라마 <동이>의 숙종도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그의 첫 부인은 인경왕후였지만 그녀는 일찍 죽었습니다. 그 다음 계비가 인현왕후입니다. 인경왕후나 인현왕후는 모두 귀족 집안 출신입니다. 어려서부터 유교적 예법에 익숙한 그녀들과 만인지상이 되기 위해 교육을 받아온 숙종이 사랑을 나눈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어려운 일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이에 반해 장희빈은 귀족 출신이 아닙니다. 그녀는 역관 집안 출신입니다. 나름대로 돈도 많이 모았을 것입니다. 부잣집 딸인 셈입니다. 어머니는 장희빈이 궁녀로 궐에 들어갈 수 있도록 주선한 조사석의 정부였다고 하는데 나중에 이를 김만중이 왕 앞에 폭로했으나 오히려 김만중이 처벌받았다고 합니다. 조사석은 각조 판서를 거쳐 좌의정까지 지냈습니다. 아마도 드라마에서 오태석이 조사석이 아닐까들 생각을 하더군요.  

그럼 숙종은 진정 장희빈을 사랑했을까요? 그녀가 귀족 집안의 여식이 아닌 평범한 평민 출신의 궁녀였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아마도 숙종은 장희빈을 처음 보는 순간 이성적으로 반했으리라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장희빈은 이미 남자를 매료시키는 방법을 충분히 연마한 후에 궁에 들어갔을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숙종은 장옥정으로부터 귀족에게선 느낄 수 없는 인간의 냄새를 맡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그녀를 사랑했을 겁니다.

책을 보며 즐거워 하고 있는 숙종과 동이. 건전한 독서연애족?


왕도 사랑을 했을까? 또는, 왕도 사랑을 할 줄 알았을까?

그러나 세월의 빗물이 장희빈을 감싸고 있던 순정을 씻어 내리자 그 속에 숨어있던 욕망이 드러났습니다. 절망한 숙종이 왕후가 된 장희빈에게 말했지요. “옥정아, 네가 솔직히 말하고 용서를 빈다면 내 너의 죄를 덮을 수는 없지만, 너에게 가졌던 마음만은 버리지 않으마.” 이는 무엇을 말하는 것이겠습니까? 숙종은 장옥정을 진심으로 사랑했으며, 이제 그걸 버리려고 한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 숙종 앞에 동이가 나타난 것입니다.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영혼, 어떤 누구에게서도 느낄 수 없었던 편안함, 평생을 경험해보지 못한 쿵쾅거리는 가슴, 숙종은 다시 사랑에 빠진 것입니다. 다시 사랑에 빠졌다고 하는 것은 분명 숙종은 장옥정에게서도 연정을 느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그 사랑이 배신감으로 인해 분노로 변하겠지만 말입니다. 장옥정의 사랑은 정략적인 것인데 반해 동이의 사랑은 순수 그 자체다, 이런 말은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제가 궁금했던 것은 왕도 정말 사랑을 했을까? 또는 사랑을 할 수 있었을까? 사랑을 할 줄은 알았을까? 하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조선의 왕들이 사랑을 했든 안 했든, 할 줄 알았든 몰랐든, 숙종은 정말 행복한 왕이었음에 틀림없습니다. 20세기 영국 국왕 에드워드 8세는 금지된 평민과의 사랑을 위해 왕관을 버려야 했지만, 숙종은 평민 아니라 천민과의 사랑에도 성공했을 뿐 아니라 첩지(작위)까지 내렸으니 말입니다.

게다가 그녀가 낳은 아들은 자신의 뒤를 이어 국왕의 자리에 올랐지요. 그리 보니 영국보다 조선이 훨씬 유연한 나라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만고에 쓸데없는 제 혼자 생각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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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이야, 이 임금이 너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게 해다오."

"전하, 그것이 대체 무엇이옵니까?"
"정녕 그걸 모르겠단 말이냐? 도처에 너를 죽이려는 자들이 득실거린다. 그러니 아무도 너를 해하지 못하도록 하려면 이 방법밖에는 없느니라."
"전하, 그 방법이란 것이 대체 무엇이옵니까?"
"음, 그것은 그러니까 너하고 내가……" 


오늘 드라마 <동이>는 참 감동적이었습니다. 너무 오랫동안 숙종과 동이가 떨어져 있었던 탓인지 그만 이들의 해후가 마치 나의 일처럼 그렇게 느껴졌던 모양입니다. 거참, 드라마란 게 빠지면 이렇게도 되는가 봅니다. 아무튼 두 남녀의 오랜 헤어짐 끝에 만남은 마음속에 감춰져 있던 비밀스런 감정이 고스란히 드러나게 만들었습니다. 

오랜 이별 끝에 만남은 마음속에 감춰진 비밀의 문을 열게 하고  

대궐로 돌아가 임금에게 폐비사건의 전모를 밝혀줄 증험을 바쳐야 한다는 일념으로 동분서주하던 동이는 이제 자기 임무를 다하고 편안한 상태가 되었습니다. 긴장이 풀리면 병이 오는 법. 마침내 동이는 앓아 누웠습니다. 숙종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숙종은 어의에게 자기만 먹도록 되어 있는 홍삼을 동이에게 처방하라고 명합니다.  

놀란 어의가 입을 다물지 못합니다. 파격도 이런 파격이 있을 수 없습니다. 일개 무수리에게 왕이 먹는 홍삼을 먹이라니요. 이런 왕의 태도를 보는 차천수의 마음은 놀라움과 착잡함이 교차합니다. 천수는 대체 동이를 무엇이라 여기는 것일까요? 천수의 동이에 대한 마음은 동이의 아비와 오라비에 대한 의리에서 나온 것이라 생각했지만, 다른 무엇이 있는 모양입니다. 

아마도 천수는 동이를 연모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러나 왕이 동이를 마음에 두고 있다면 그럴 수는 없는 일. 설령 왕의 마음이 동이에게 있지 않다고 해도 한 번 궁녀였던 여자는 평생 다른 남자를 가까이 할 수 없습니다. 이를 어기면 사형에 처하는 것이 국법입니다. 

왕의 속마음에 대해 서 종사관, 아니 이제 내금위장이로군요. 서용기 내금위장도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습니다. 서용기는 수사기관에서 오래 근무한 경력만큼이나 눈치가 빠른 인물입니다. 그러나 역시 왕의 마음을 가장 잘 알고 이해하는 인물은 다름 아닌 상선입니다. 상선은 왕의 마음이 동이에 대한 사랑임을 알고 있습니다.

왕도 사랑을 했을까? 또는 사랑할 수 있을까? 이것이 사극을 볼 때마다 느끼는 저의 궁금증입니다만, <동이>에서 숙종은 사랑을 할 줄 아는 왕입니다. 그에겐 인간의 마음이 있습니다. 우리가 평소에 알고 있던 왕과는 너무나 다른 왕입니다. 그래서 그런 숙종이 더더욱 마음에 듭니다.

"내가 너를 위해 무언가를 하게 해다오"

오늘 마지막 장면에서 쓰러졌던 동이가 원기를 회복했습니다. 장희재는 서용기의 함정수사에 빠져 국문을 당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장희빈에게 최대 위기가 찾아온 셈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역사적 지식에 의하면 이 사건으로 장희빈이 완벽하게 몰락하지는 않습니다.

내금위에 끌려가 고문을 당하는 장희재


영민한 장옥정은 사태를 파악하고 재빨리 살아날 방도를 구하게 될 것입니다. 폐비 민씨의 혐의가 모함이었음이 밝혀지더라도 장옥정을 사사할 정도까지는 가지 않을 것입니다. 어떤 방식으로 위기를 모면할지는 몰라도 중전의 자리에서 물러나 다시 장희빈으로 돌아가는 정도로 사태는 마무리되겠지요. 

아무튼, 예고편 마지막 장면에서 동이가 숙종에게 이렇게 말하는군요.

- 동이 : "전하, 이제 제가 전하를 위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정확한지는 자신 없음)

그러자 숙종이 동이에게 대답합니다.

- 숙종 : "그래, 그리하도록 하마. 대신 너도 내가 원하는 것을 들어다오. 내가 너를 위해 무언가 할 수 있도록 말이다."

중신들을 모아놓고 동이와 자신의 관계를 밝히는 숙종


저는 이 말을 듣는 순간, 어이쿠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무엇이 왔냐구요? 글쎄요, 모르시겠습니까? 숙종이 동이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요? 다시 예고편의 내용을 일부 보도록 하지요. 좌의정 오태석을 비롯한 남인파 중신들은 대전에서 숙종에게 동이를 내어줄 것을 요구합니다.

- 숙종 : "대체 그게 무슨 말이요? 그 증험을 인정할 수 없다니."
- 오태석 : "천가 동이란 나인 말입니다. 그 나인을 내어주십시오."

임금은 서용기를 불러 절대 동이를 내어줄 수 없다는 결심을 말하고, 좌의정 오태석은 의금부동지사(동지의금부사) 오윤에게 은밀히 "절대 실수가 없어야 한다. 반드시 목숨을 끊어야 해!" 하고 동이를 죽이라고 지시합니다. 절체절명의 순간 숙종이 동이를 살리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요? 

짐작하건대 이미 숙종은 30부에서 동이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한 것 같습니다. 중신들이 도열한 대전에서 숙종은 이렇게 선언합니다. 

"동이는 이제 너희들이 함부로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경들이 알아두어야 할 것이 있소. 나인 천동이는 더 이상…" 물론 당연히 그 다음 말은 예고편도 가르쳐주지 않았습니다. 다음 날 드라마를 보고 알라는 소리겠지요. 그러나 눈치가 빠른 우리는 이미 그 다음 말을 알고 있습니다. 숙종은 동이에게 승은을 내렸습니다. 요즘 식으로 간단하게 말하자면 사랑을 나눈 것이지요. 임금이 승은을 내렸다는 것은 곧 결혼했다는 것과 같은 의미겠지요.  

동이. 이제 동이라고 부르면 안 되겠다. 그런데 역시 옷이 날개다.


그리하여 끊어진 임금의 말을 지레 짐작으로 이어보면 이렇게 되지 않겠습니까?

"경들이 알아두어야 할 것이 있소. 나인 천동이는 더 이상 그대들이 함부로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오. 그 아이는 내 여자요. 앞으로 내 여자에게 함부로 했다가는 도 못 추릴 줄 아시오!"

동이가 드디어 날개를 달았습니다. 바야흐로 본격적으로 장희빈과 동이의 한 판 승부가 벌어지겠군요. 결과는 이미 우리가 다 알고 있는 바와 같이 동이의 승리로 끝나게 되어 있습니다. 장희빈은 이제부터 죽음이라는 운명을 향해 달려가는 그림자의 처지가 되었습니다. 빛이 떠오르면 그림자는 사라지는 게 운명이니까요.

예언자인지 점쟁이 나부랭이인지는 모르겠지만 김환이란 자가 극 초반에 홀연히 나타나서 그랬지요. 동이는 빛이요, 장옥정은 그림자라고 말입니다. 그러므로 장옥정은 절대 빛인 동이를 넘어설 수 없다고 말입니다. 어쨌든 고운 후궁복색을 한 동이의 모습이 참 예쁩니다. 역시 옷이 날개란 말이 실로 거짓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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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하기 어려운 문제, 동이와 숙종 그리고 서 종사관은 처음부터 한패였다?

참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 있습니다. 가만 보면 동이와 숙종은 이미 오래전부터 한편입니다. 종사관 서용기는 이 두 사람 사이에서 이들을 위해 일하는 사람입니다. 서 종사관은 본래 남인이지만, 같은 남인인 좌의정 오태석, 오윤과 대결하는 아이러니한 관계에 있습니다. 최근에는 거기에다 심운택까지 가세했습니다.

심운택은 참으로 오묘한 인물입니다. 양반이면서도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파격적인 인물입니다. "필요할 때는 여자의 도움도 받는다!" 는게 그의 소신입니다. 심운택이 역사 속의 김춘택이라는 의견들도 많이 보입니다. 김춘택은 당대에 매우 뛰어난 용모와 재주를 겸비했던 인물이라고 합니다.

장희재에게 잡힌 동이와 심운택, 죽기 일보직전이다.


심운택, 동이의 최대 후견인이 될 인물?

김춘택으로 말하자면, 구운몽을 쓴 김만중의 증손자요, 할아버지 만기는 숙종의 장인이니 권문세족의 자손입니다. 그는 후일 노론의 영수가 됐습니다. 그는 말년에 장희빈의 아들(세자, 후일 경종)을 모해하려 했다는 혐의를 받고 제주도에 위리안치 되었는데. 이런 정황을 빌미로 최숙빈(동이)과의 부적절한 관계에 대한 소문이 돌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그러나 나의 좁은 소견으로는, 신라나 고려시대라면 몰라도 유교적 전통이 뿌리내린 조선에서 왕의 출생의 비밀을 논하는 것은 별로 신빙성이 없어 보입니다. 그러므로 18세기에 이런 소문이 저자에 돌았던 것이 사실이라면, 그것은 노론에게 정치적으로 밀린 소론과 남인들이 퍼뜨린 유언비어일 가능성이 더 많다는 게 나의 생각입니다.  

사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장희빈을 악녀로 만든 사씨남정기도 마찬가집니다. 정적을 무너뜨릴 목적의식을 가지고 저술된 이 책의 내용이야말로 확실한 유언비업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책의 내용들은 거의 그대로 이루어졌습니다. (인현왕후의 총애를 받는?) 최숙빈이 후일 왕이 될 아들을 낳는 것까지 말입니다.

아무튼 이런 민감한 문제들에 대해선 다음에 기회가 주어진다면 살펴보기로 하고 오늘은 동이와 숙종, 그리고 서 종사관이 어째서 처음부터 한패일까 하는 문제에 대해서만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그 답은 뻔합니다. 그것은 이 드라마에서 동이와 숙종, 서 종사관은 정의의 편이며, 장희빈과 장희재는 악의 축이기 때문입니다. 

숙종이 서용기를 파직하고 밀명을 내린 이유는?

그러나 내가 제기하는 의문은 이것입니다. 숙종이 서 종사관을 파직할 때, 그는 사실상 장희빈의 음모를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파직 당한 서용기에게는 발병부가 주어졌습니다. 그 발병부를 주면서 숙종이 내린 임무는 온 나라를 뒤져서라도 동이를 찾아오라는 것이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드라마가 우리에게 가르쳐 준 감상적인 이유는 이렇습니다. 동이를 너무 사랑해서 애타게 그리운 마음! 그러나 숙종은 왕입니다. 왕이 사사롭게 개인적 감정으로 일을 처리해서는 안 됩니다. 조선시대의 왕들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는 사실을 사극을 많이 보아온 독자들이라면 잘 알고 있습니다. 숙종도 마찬가집니다.

청나라 관원에게 군사기밀을 넘겨주는 장희재, 그러나 그건 가짜. 진짜는 심운택이 동이에게 주고 있다.


장희재는 숙종이 동이를 찾는 이유를 '폐비 윤씨 사건의 전모'를 파헤치려는 의도로 파악합니다. 아마도 이게 숙종의 마음속을 올바로 읽어낸 판단이라 생각합니다. 숙종은 이미 폐비사건이 일어날 때부터 무언가 음모가 있다는 것을, 인현왕후는 그 음모의 희생자라는 것을 눈치챘습니다.

그러나 앞에 적은 것처럼, 왕이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습니다. 조선시대의 왕은 평소에는 절대 권위를 가지지만, 중요한 의결을 할 때에는 중신들의 뜻에 반하는 결정을 할 수가 없습니다. (나중에 태어날) 영조는 자기 어머니인 숙빈 최씨의 묘비조차도 마음대로 쓰지 못했습니다. (미안한 말이지만, 조선시대의 왕들은 김정일보다도 더 힘이 없었습니다.)

장희빈의 걱정은? 폐비보다 동이에 대한 숙종의 연애감정

동이를 찾는 숙종의 속마음에 대해 장희빈은 장희재가 염려하는 이상으로 걱정합니다. 장희빈은 숙종의 마음속에 든 의심보다 더 무서운 것은 동이에 대한 연애감정이라는 것을 잘 압니다. 그녀는 여자의 본능으로 숙종이 동이에게 마음을 빼앗겼음을 알아챘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독백합니다. "전하를 절대 용서하지 않겠습니다!"

이것도 실은 매우 위험한 발언입니다. 아무리 왕후라고 하나 만인지상 임금에게 할 수 없는 말입니다. 생각조차 해서도 안 됩니다. 이는 아마도 이후 장희빈이 보여줄 패덕에 대한 암시일 것으로 짐작됩니다만, 장희빈은 임금과 국사를 논할 정도로 영민한 인물이었다고 하지요. 그런 그녀가 무모하게 대비와 왕후의 독살음모를 꾸몄다는 게 믿기지 않습니다. 어디까지가 진실일까요? 
 

어떻든, 숙종이 동이를 찾는 이유를 공식적으로(감상적인 사연은 빼고) 따지자면 폐비사건의 전모를 밝히기 위함입니다. 서 종사관이 임금의 명을 받아 동이를 찾는 이유도 마찬가집니다. 한 나라의 종사관이 겨우 임금의 사랑을 이루어주기 위해 그토록 동분서주 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차천수가 그토록 동이를 구하기 위해 뛰어다니는 것은 물론 오로지 의리 때문이겠지만, 동이와 숙종, 서 종사관에겐 인현왕후 폐비 사건의 진상을 밝히겠다는 소명의식이 보다 중요합니다. 그러니 이 세 사람은 하나의 사건을 두고 같은 생각을 가지고 움직이는 한패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숙종의 의도는, 함정수사?

게다가 숙종은 속마음을 감추고 장희빈을 중전에 앉히고 그녀를 둘러싼 남인들에게 권력을 나누어주었습니다. 그리고 서 종사관을 시켜 은밀하게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도록 지시했습니다. 그렇다면 이것은 요즘 식으로 말해 함정수사가 아닐는지요? 용의자(장희빈 일파)를 안심시키고 뒤를 캐는 그런 거 말입니다.

장희재와 동이의 행적에 대해 숙종에게 낱낱이 보고하는 서용기. 앞으로 장희재의 운명은?


한 나라의 왕이 왕후와 집권당을 선택하는 문제를 함정수사에 이용했다는 사실이 좀 깨름직하기는 하지만, 아무튼 그 함정수사가 성공하기를 바랍니다. 아, 이미 상당부분 성공을 거두었군요. 서 종사관으로부터 장희재가 동이를 잡아 죽이려고 했다는 사실을 보고 받았고, 곧 동이는 결정적 증거물을 들고 나타날 것입니다.

장희빈 일파가 대비(숙종의 어머니)를 독살하려고 의원을 매수하기 위해 자금을 마련한 내역이 적힌 내수사(내시부 재정관장부서) 장부를 동이는 갖고 있습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든 동이지만, 잘 보관하고 있겠지요. 동이는 여기에다 장희빈을 몰락시킬 결정적 증거를 하나 더 확보했습니다. 바로 등록유초(국경수비대 편성표)입니다.

심운택이 장희재가 청나라에 넘기려던 것을 빼돌려 동이에게 주었습니다. 장희빈의 아들을 세자로 책봉하기 위해 군사기밀까지 넘기려고 했다니…, 이 정도 혐의라면 역적 중에 역적으로 능지처참으로 다스릴 일입니다. 범행 당사자인 장희재는 물론이고, 장희빈과 세자까지 처벌을 모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범행의 원인이 장희빈과 세자에게 있으니까요.

숙종의 함정수사(?)의 끝은 어떻게 될 것인가? 장희빈과 장희재는 또 어떤 수를 써서 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피해갈 것인가? 다음 주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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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이와 숙종의 만남에는 장옥정이 있었다

동이가 마침내 인현왕후를 만났습니다. 이전에 여러 차례 드라마와 영화로 만들어진 장희빈에서 동이는 인현왕후를 돕는 숙빈최씨로 나왔습니다. 인현왕후는 장희빈의 음모와 술수에 희생되는 연약한 그리고 착하고 후덕한 왕비였지요. 그 인현왕후를 지근거리에서 돕는 게 최숙빈, 즉 동이입니다.


원래 동이는 숙종의 정비였던 인경왕후의 교전비로 궐에 들어왔다고도 하고, 7살 나이에 무수리로 궐에 들어왔다고도 합니다. 어떤 경로로 궐에 입궁했든 동이는 인현왕후와 매우 가까운 사이였으며 이로 인해 장희빈이 중전 자리에 있는 동안에는 많은 고초를 겪기도 합니다.

아마도 장희빈이 중전 자리에서 퇴출돼 희빈으로 강등 당하고 인현왕후를 독살하려다 발각되어 사약을 받게 된다는 스토리에는 최숙빈이 깊이 관여되어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인현왕후와 동이는 장희빈이 나타나기 전에 미리 만났어야 이야기가 성립됩니다.

그런데 여태껏 인현왕후와 동이는 만나지도 못했습니다. 오히려 동이는 궐에 들어오기도 전에 이미 궁녀였던 장희빈을 만났으며, 숙종의 승은을 입은 장상궁을 두 번이나 위기에서 구해줍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두 번의 사건은 동이와 숙종의 만남을 주선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말하자면, 좀 궤변이긴 해도, 장옥정이 동이와 숙종의 중매쟁이 역할을 한 것입니다. 물론 드라마는 동이와 숙종이 어떤 사건이나 누구의 소개에 의해서가 아니라 운명적으로 만날 수밖에 없는 사이였다는 암시를 주고 있기는 합니다. 동이가 틀던 해금소리에 발걸음을 멈추고 감상하는 청년 숙종의 모습이 그것이지요. 

언젠가 동이는 다시 숙종 앞에서 해금을 틀어줄 것이고, 그때 숙종은 "아, 네가 그때 그 아이였더란 말이냐!" 하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며 그들의 인연은 운명이었다고 느끼게 될 것입니다. 동이와 숙종이 처음 만났던 것은 음변사건과 관련이 있는 편경장이의 시신이 발견된 창고였습니다.

음변사건이란 서인들이 장옥정을 궁에서 몰아내기 위해 꾸민 계략이었습니다. 음이 변하면 나라가 망한다. 조선이 음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알겠습니다. 세종 때는 박연을 시켜 아악을 정리하기도 했지요. 그러나 장악원의 악공들이 연주하는 음이 변했다고 나라가 망한다고 생각했다는 건 유학을 숭상하는 나라에서 좀 난센스가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드는군요. 

아무튼, 그 음변사건은 결국 장옥정과 관련된 사건이었으므로 숙종과 동이의 만남은 결국 장옥정 때문이었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두 사람은 결과적으로 장옥정의 무고를 밝혀내기 위해 뛰다 만났던 것이니까요. 음변사건의 배후는 밝혀내지 못했지만, 음변에 이용된 암염을 찾아 장상궁을 위기에서 구했던 것입니다.  


이때 숙종은 동이에게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한성부 판관이라고 속였지요. 이들이 다시 해후를 한 것은 역시 장옥정과 관련된 사건 때문이었습니다. 이번에 장옥정은 중전 암살 음모에 휘말렸습니다. 서인이 만들어낸 음모였음은 두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장옥정은 내명부 감찰부에서 조사를 받게 되었습니다.

이 대목에선 살짝 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왕의 후궁이(아직 첩지를 받지는 못했지만 곧 받게 될 장옥정이) 감찰부에서 밤샘 조사를 받고 처소로 돌아가지 못하고 의금부로 다시 압송된다? 사람들은 노무현 정부 시절 탓인지 상상력에 지나치게 커다란 날개를 단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어떻든 이 사건 역시 동이의 기지로 풀렸습니다. 동이의 아버지는 오작인이었습니다. 오작인은 요즘으로 말하자면 부검의(법의학자) 같은 것이었나 봅니다. 오늘날엔 인정받는 고급 전문직이 당시에는 천민들이 하는 직업이었다니, 덕분에 동이도 이 분야에선 풍월을 읊는 서당갭니다. 

장옥정이 궐에 들인 약재에선 중전을 시해하기 위한 음모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반아가 없었다는 것을 입증함으로써 다시 한 번 장옥정은 위기에서 벗어납니다. 그런데 이 사건을 푸는 과정에 숙종과 동이의 해후가 이루어진 것입니다. 이것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닙니까?

장옥정, 지금은 장상궁이지만 나중에 장희빈이 되고, 궁녀로서 최초이자 마지막으로 왕후의 자리에까지 오른 인물, 숙종의 아들을 낳아 다음 보위를 잇게 한 여자, 경종의 어머니, 왕의 총애를 독차지하고 정국을 주무르게 될 장옥정이 자기의 라이벌을 숙종에게 소개하는 아이러니를 연출하다니요. 물론 장옥정이 스스로 그렇게 한 것은 아닙니다. 모든 것은 운명의 장난이지요. 

어쨌거나 저는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이와 숙종의 만남에는 장옥정이 있다, 결국 장옥정이 두 사람을 소개한 것이나 진배가 없다, 그러니 장옥정은 동이와 숙종의 중매쟁이였던 것은 아닐까? 좀 엉뚱하긴 하지만 아무튼 그런 생각이 들었답니다. 

그렇게 보니 장옥정도 참 불운합니다. 숙종에겐 가장 강력한 라이벌을 스스로 맺어주는 실수를 범하고, 또 인현왕후에겐 가장 뛰어난 인재를 빼앗기게 생겼으니…, 어제 보니 인현왕후가 곤란한 지경에 빠진 동이를 불러 도움을 주었군요. 결국 동이는 책대로 인현왕후 편이 되겠지요.

위는 동이 편, 아래는 장옥정 편으로 갈라질까?


그러고 보니 그렇습니다. 감찰부의 실세 유상궁(임성민)은 장옥정 편으로, 정상궁(김혜선)은 동이와 인현왕후 편으로 갈라질 것 같네요. 유상궁이 먼저 최고상궁 자리에 오를지, 정상궁이 먼저 최고상궁 자리에 오를지는, 장옥정과 인현왕후, 동이의 권력게임의 향방에 따라 결정되겠지요. 

돌아가는 모양새를 보아서는, 또 우리가 알고 있는 약간의 상식(?)으로도, 유상궁이 먼저 최고상궁이 되고 그 밑에서 동이와 정상궁이 고초를 겪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나 나중에 어떻게 이야기가 전개되든지 간에 지금으로선 장옥정이 불쌍하네요. 자기 발등을 스스로 찍는 결과들을 계속 만들고 있으니…. 

위기에 빠진 동이가 스스로의 힘으로 빠져나와야 한다면서 방관하고 있었던 것은 크나큰 실수였다는 점을 나중에라도 깨닫게 될까요? 세상일은 지나고 나면 앞에 무얼 했는지에 대해선 잘 모르는 법이니…, 사람들은 그렇답니다.

"나는 어제 네가 한 일을 알고 있"어도 "어제 내가 한 일은 내가 잘 모르"는 게 사람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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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은 우리 눈을 밝히지만, 우리가 보는 것은 그 빛으로 드러나는 그림자다

동이란 이름을 사실 저는 처음 알았습니다, 이번 mbc드라마 동이를 통해. 아마 많은 분들도 그러하리라 생각합니다. 동이는 숙종의 후궁이었던 숙빈 최씨이며, 이분은 영조의 어머니요 사도세자의 할머니이며 정조의 증조할머니였습니다. 조선 후기의 왕들이 모두 영조와 동이의 후손들이니, 동이는 말하자면 왕들의 모후인 셈입니다.

동이


설에 의하면 원래 동이는 궐에 무수리로 들어왔다가 숙종의 승은을 입어 후궁이 되었다고도 하고, 숙종의 정비였던 인경왕후의 교전비로 궐에 들어왔다가 숙종을 만났다고도 합니다. 교전비란 혼례 때 신부가 데려가던 계집종을 말합니다. 즉, 동이는 계집종 신분이었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아마도 인경왕후가 죽고 계비로 인현왕후가 들어온 뒤에도 중궁전과 계속 가까운 거리에서 관계를 가졌을 수도 있습니다. 실제 우리가 알고 있기로도 동이는 인현왕후 민씨와 친분이 두터웠으며 장옥정이 중전이 된 뒤에는 모진 박해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이런 관점에 서면 드라마 동이에서 동이가 처음에 장옥정을 만나 공을 세우고 숙종과 가까워지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설정은 작가의 상상력에 의한 창작인 것입니다. 아무튼, 드라마 동이가 보여주는 장희빈과 동이의 만남은 매우 기발하고 재미있습니다.

우리는 극 초반에 신통력을 지닌 도인 김환의 점괘를 보았습니다. 그 점괘에 의하면 장옥정은 그림자요, 동이는 빛입니다. "마마님께서는 천을귀인의 상을 타고 나셨습니다. 최고의 자리에 오르실 겁니다. 그러나 한 분이 더 있습니다. 두 분은 빛과 그림자의 관계와 같습니다."
 
그리고 김환은 이렇게 덧붙였지요. "그림자는 빛을 넘어서지 못합니다." 장옥정이 그 빛은 누구이며 그림자는 누구냐고 묻자 김환은 "그림자는 마마님이십니다" 라고 대답해 장옥정을 긴장하게 만들었지만, 빛을 지녔다는 그 아이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으며 살아 돌아올지 어떨지도 모른다는 대답으로 안도하는 옥정을 우리는 보았습니다.
 

장옥정(장희빈), 장희재, 김환


그러나 저는 김환의 점괘를 거꾸로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빛과 그림자는 원래 하나인데 그림자는 빛이 있어야만 그 존재가 드러나는 법이다, 따라서 빛이 살아오지 못한다면 그림자도 죽는 것이다, 그러므로 장옥정이 천을귀인으로 최고의 자리에 오르려면 동이가 있어야 한다, 라고 말입니다.

김환은 "마마님은 절대 빛을 넘어설 수 없습니다" 라고 말했지만, 저는 그래서 반대로 "마마님은 빛을 통해서 최고가 되실 수 있을 겁니다" 라고 말하는 것이 더 옳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본래 점쟁이들이란 과정은 잘 모르고 결과만 놓고 이러쿵저러쿵 하는 법이 아니던가요?

역시 그 점에 있어선 김환도 마찬가지란 생각입니다. 장옥정의 오라비 장희재는 김환 못지않은 안목을 지닌 것으로 이 드라마에선 묘사되고 있습니다. 그가 비록 지금은 정신 나간 사람 취급을 받는 파락호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야심을 위한 것입니다, 마치 흥선대원군처럼.

어제 드디어 장희재가 나타났습니다. 그는 자신의 집에서 동이를 보았습니다. 이미 동이의 존재에 대해 들어 알고 있던 그는 동이의 관상을 이리저리 살폈겠지요. 그리고 장난기 어린 그의 얼굴엔 불안한 수심이 드러났습니다. 그도 김환처럼 동이의 얼굴에서 천을귀인의 상을 보았던 것일까요? 

장옥정을 만난 장희재는 동이를 가까이 두고 귀하게 써야겠다는 말에 반대의 뜻을 전합니다. 장옥정은 다른 사람들이 무어라하든 장희재의 능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가 파락호로 지내는 것도 실은 이 두 오누이의 계략에 의한 것입니다. 비상할 때를 대비해 몸을 낮추어 이목을 피하자는 것이었지요.  

장옥정 오누이


"그 아이를 보니 마마님께서 왜 마음에 들어 하셨는지는 알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저 같으면 그 아이를 곁에 두지 않겠습니다, 마마님. 제가 이리 말씀드렸을 때 언제 특별한 이유가 있었습니까? 다만, 그 아이가 가진 것이 마마님과 너무 닮은 거 같아 그것이 마음에 걸립니다."

"예?"

"천한 출신이지만 남다른 재주와 비상한 머리를 가지신 것이 마마님이십니다. 그래서 이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구요. 그런 이는 세상에 마마님 단 한분이면 족합니다. 헌데 어째서 마마님을 닮은 아이에게 날개를 달아주려 하십니까?"

장옥정은 결국 장희재의 말을 들을 것입니다. 그녀에게 장희재는 하나밖에 없는 오라비이자 누구보다 믿은 수 있는 장자방이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애석하게도 이미 동이는 날개를 달고 만 듯이 보입니다. 숙종은 교지를 내려 동이를 천비에서 해방시키고 감찰궁녀로 임명했습니다.

바야흐로 동이의 시대가 도래 한 것입니다. 김환의 점괘를 빌어 말하자면 빛을 지닌 아이가 살아 돌아온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여기서 장희재가 장옥정에게 동이를 곁에 두지 말도록 충고한 것은 커다란 실수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말에 따라 동이를 배척하게 될 장옥정도 실수하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만약 김환이 점괘를 말할 때 "원래 그림자는 빛으로부터 오는 것인데, 그림자가 자기 존재를 드러내기 위해선 밝은 빛이 반드시 필요한 것입니다. 마마님은 그림자이니 빛을 지닌 그 아이를 통해 마마님의 존재는 더욱 선명해질 것이며 사람들은 천을귀인의 존재를 분명히 보게 될 것입니다" 하고 말했다면 장옥정은 장희재의 말에도 불구하고 동이를 곁에 두는 행운을 얻었을지도 모릅니다.

동이를 살피는 장희재, 그러나 그는 동이의 재능을 경계할 뿐 자기 것으로 만들 생각은 못한다.


네, 그것은 대단한 행운이라고 아니할 수 없습니다. 또는 저는 이렇게도 생각해보았습니다. 만약 장옥정이 김환을 만나지 않았거나 장희재가 신통한 관상술을 지니지 않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랬다면 복을 차버리는 불운한 짓은 하지 않았을 텐데, 하고 말입니다.

사실 이 문제는 하나의 말장난에 불과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우리가 살아가면서 비일비재하게 겪는 것들입니다. 사람들은 자기보다 뛰어난 사람을 보면 시기하거나 질투합니다. 특히 야망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단순히 시기와 질투를 넘어 배척과 핍박으로 상대를 몰아붙이기도 합니다.

심지어 싹이 자르기 전에 잘라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자세히 보시면 우리 주변에서 그런 사람들은 많이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그 뛰어난 재주를 어여삐 보고 귀하게 여겨 곁에 두려고 노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대체로 역사 속에서 영웅이란 이름으로 불립니다.

장옥정은 천을귀인의 상은 타고났을지 몰라도 영웅적 기상은 없었든가 봅니다. 김환은 뛰어난 신통력과 관상술은 지녔을지라도 우주의 섭리에는 어두웠든가 봅니다. 장희재 역시 사람 보는 눈이 밝고 재치에 능하지만 세상의 이치에는 다가서지 못했든가 봅니다. 그래서 그들은 큰 실수를 한 겁니다.

자신을 밝혀줄 빛을 거부했으니까요. 그리하여 빛이 없으면 아무것도 볼 수 없지만, 정작 빛을 통해 우리가 보는 것은 그 빛이 아니라 그림자란 사실을 깨닫지 못한 장옥정은 빛의 힘을 얻지 못하고 암흑의 힘만으로 야망을 달성해야 하는 최대의 불행을 맞게 된 것이 아닐까, 그리 생각하는 것입니다. 

점괘니 운명이니 하는 것들은 모두 사람이 만드는 것입니다. 장옥정은 원래 자기가 생각했던 그대로 했으면 좋았을 것입니다. 운명은 그 운명을 타고난 자가 만들어가는 것이니까요. 그런데 굴러들어온 복까지 차버리려 하고 있으니…, 실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ps; 오늘 12부 보니 장옥정이 아직 완전히 동이를 버린 것은 아닌 듯 보이지만, 그래서 <장희재의 실수>로 고치는 게 좋을 것 같기도 하지만, 결국은 옥정이 희재의 말대로 할 것이라 생각해서 그냥 놔두기로 하겠습니다. 아마도 감찰부 궁인으로 승격시키고 분란이 생기는 과정을 통해 동이와 인현왕후의 만남이 이루어질 모양이기도 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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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이가 장옥정을 찾는 이유는? 
암호 같은 손동작에 담긴 피살자의 유일한 증언 때문이지만...   


동이가 옥정을 찾는 이유? 제목을 이렇게 달려다 생각해 보니 좀 우습네요. 모두들 동이가 장옥정을 찾는 이유에 대해 이미 다 알고 계실 텐데 말입니다. 죽어가던 대사헌 영감이 동이에게 보여준 손동작을 옥정이 똑같이 보여주었기 때문이죠. 동이는 옥정을 만나면 아버지와 오라비의 누명을 벗길 단서를 찾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물론 동이는 옥정을 처음 만났을 때 물어보았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그리 되면 드라마가 재미없어지겠죠. 그래서 그때는 경황이 없었다는 사정을 핑계로 물어보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잘 짜여 진 시나리오를 알면서도 우리는 그 상황 앞에서 속을 태웠겠죠. 에이 저런, 이럴 수가, 하면서 말입니다.

그러나 어쨌든 동이는 기회를 놓쳤고 오래도록 옥정을 찾아 헤맸습니다. 대궐에서 나온 항아님이란 단서 하나 때문에 동이는 대궐까지 들어오게 됩니다. 옥정을 찾겠다는 일념 하나로 장악원 노비가 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도망자 신세인 동이에게 대궐이 가장 안전한 은신처란 판단도 있었지만, 역시 그녀의 목표는 살인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대사헌이 죽어가면서 동이에게 보였던 손동작을 어째서 장옥정이 똑같이 재현했던 것일까요? 그 손동작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동이가 옥정을 만나더라도 그녀로부터 결코 사건의 진상을 알아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음모의 수렁 속으로 더 깊이 빨려 들어가게 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죠.


대사헌과 옥정이 보여준 손동작에 담긴 의미

아마도 어쩌면 그 손동작은 남인들끼리만 사용하는 은밀한 암호였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장옥정이 그 손동작을 주고받은 다음에 오태석을 만난점으로 미루어보아 그 손동작은 남인의 소장파 우두머리 오태석을 염두에 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것은 살인범을 지목하는 피살자의 유일한 증언인 셈입니다. 

그래도 의문은 남습니다. 왜 포청 종사관 서용기는 대사헌 영감의 손동작이 뜻하는 바를 알아보지 못했을까 하는 점입니다. 서용기 역시 오태석과 같은 당파가 아닙니까? 만약 서 종사관이 대사헌의 손동작을 알아보기만 했더라도 동이의 아버지와 오라비는 죽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하긴 뭐 그랬다면 드라마는 더 이상 계속 될 수 없었겠지요. 

그렇게 보면 그 손동작에는 단순히 남인의 소장파 우두머리인 오태석만을 지목하는 암호라고 보기엔 무언가 석연치 않은 점이 있습니다. 보다 깊은 사연이 숨어있는 듯합니다. 어쩌면 나중에 놀라운 반전을 몰고 우리 앞에 나타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늦긴 했지만 동이는 장옥정을 찾았습니다. 그러나 앞날이 첩첩산중입니다. 장옥정은 동이를 도와줄 인물이 아니라 적이 될 운명을 타고났으니까요.


보아하니 이미 장옥정은 정치 소용돌이의 중심에 깊이 들어와 있군요. 오태석은 아마도 남인 소장파의 우두머리로서 서인 내부에서 소외당한 세력들을 함께 끌어 모아 소론을 형성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당연한 이야기지만 동이는 노론의 지원을 받게 되겠지요. 그녀는 인현왕후의 충실한 여종으로서 끝까지 충성을 다할 겁니다.

동이가 옥정을 찾는 것은 운명의 그림자 때문

물론 결과는 역사책에 기록된 바와 같이 동이의 승립니다. 그리고 그녀의 승리는 바로 노론의 승리기도 하지요. 결과적으로는 동이가 진상을 밝혀주기를 바랐을, 그래서 억울한 죽음의 보상을 얻기를 바랐을 대사헌 영감의 소원은 이루어지지 아니한 꼴이 되었습니다. 그 대사헌 영감도 결국 남인이었으니까요. 어쨌거나 숙종의 부인들을 다룬 이야기는 언제나 재밌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재미가 더욱 독특하군요. 너무 자주 보아왔던 터라 식상할 수도 있는 소재임에도 이병훈 PD의 손길이 닿은 드라마는 처음 대하는 이성처럼 떨림으로 다가옵니다. 의원, 수라간 요리사, 장악원 악공 등 전문인들을 다루는 그의 솜씨가 이런 식상함을 새로운 떨림과 기대로 바꾸어놓은 것일까요? 아무튼 동이는 옥정을 찾았습니다.


그럼에도 그녀는 아무것도 얻지 못하겠지요. 아니 아니 사실은 그렇지 않군요. 동이는 옥정을 찾음으로써 그녀를 통해 얻게 될 궁극의 자리에 한 걸음 성큼 다가선 것이지요. 그러니까 동이가 옥정을 찾아 헤맸던 것은 결국 운명의 힘에 이끌려 자기를 찾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이런 말씀이로군요.

그러므로 동이가 옥정을 찾는 이유는? 사람의 미래를 아는 능력을 지닌 김환이 장옥정에게 준 힌트처럼 자기 그림자를 찾아 움직였던 것입니다. 동이의 운명을 뒤바꿀 힘은 임금에게 있는데, 임금이 그 그림자를 통해 빛 속에 든 동이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겠지요. 음, 그러고 보니 숙종 임금이 장옥정이란 그림자를 쫓다 동이란 빛을 발견하게 되는 날이 바로 내일인가 보군요.

옥정이란 그림자를 따라 동이를 찾아오게 될 임금

그리하여 알고 보니 검계의 몰락과 아버지와 오라비의 죽음은 장옥정을 통해 동이가 임금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수순이었네요. 연인을 쫓아왔다가 다른 연인을 만난다, 숙종의 운명도 참으로 기구합니다. 아니, 그래도 남자 팔자 치곤 상팔자라고요? 흐흐, 그런 소리 하다간 집에서 쫓겨난답니다. 그리고 그런 임금들, 대개 40을 못 넘겼다고 하던데요.

오늘 숙종의 말을 들어 보면, 장옥정을 후궁에 앉히려는 것도 다 정치적 속셈이 있는 모양인데, 그게 그렇게 늘어진 팔자만은 아니라 그런 말씀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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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민들의 왕은 검계 수장이 아니라 동이다?

이 무슨 황당한 말일까? 천민들의 왕은 검계 수장이 아니라 동이라니? 우선 우리는 동이란 인물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부터 알아야 한다. 그녀는, 그러니까 그녀는 여자였는데 숙종의 후궁이다. 원래 천민 출신으로 무수리였다가 후궁에까지 올랐으며 그녀가 낳은 아들이 왕이 되었다. 그가 곧 영조다. 그러니 동이는 영조의 어머니다.


영조의 콤플렉스

영조는 무수리의 아들이었다는 사실 때문에 늘 콤플렉스에 시달렸다고 하는데 그를 직접 보지는 못했어도 얼마나 괴로웠을지는 짐작이 간다. 원래 왕후장상에 씨가 따로 없다는 말도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명문세가 출신들로 출세가도를 달려왔을 신하들이 천민의 아들인 자기를 바라보는 눈길에 경멸이 담겨있다고 느낄 때가 얼마나 많았을까.

영조를 다룬 드라마, 소설들에서 그의 영민함에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괴팍한 성격이 어쩌면 천민의 아들이라는 콤플렉스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왕의 씨앗은 어미가 양반이든 상민이든 가리지 않고 모두 왕자인 것이다. 이것이 사대부들과 왕의 차이라면 차이다. 그럼에도 영조에게 콤플렉스는 죽을 때까지 벗어날 수 없는 운명적 사슬이었다.

그런데 영조는 어떻게 천민의 아들이면서도 왕위에 오를 수 있었을까? 아무리 왕의 자식은 어미의 출신을 불문한다 하지만 아무 세력도 없는 무수리의 아들이 왕이 되었다는 것은 경이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당시의 사정을 따지고 보면 그렇게 이해 못할 만한 상황도 아니었다. 숙종에게는 아들이 영조 하나밖에 없었던 것이다. 

아니 효종대왕의 자손으로 유일하게 남은 인물이 바로 영조였다. 신라시대로 말하자면 성골남진이라고나 할까. 성골 남자들은 영조 하나만 남겨두고 모조리 씨가 마른 것이다. 영조마저 죽어 없어지면 완전히 성골남진이 되는 상황. 물론 선덕여왕처럼 공주나 옹주가 왕이 되면 간단한 것이지만, 여긴 신라가 아니다.

자손이 희귀한 왕가

하늘은 왜 효종의 자손 번식에 이토록 인색했을까? 현종은 효종의 외아들이었으며, 숙종은 현종의 외아들이었다. 영조의 아비인 숙종은 말하자면 2대 독자였던 셈. 왕가에서 2대가 독자라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 숙종에게도 오래도록 아들이 생기지 않으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터.


이런 와중에 중인 출신의 장희빈이 아들을 낳았으니 그 위세가 하늘을 찌르는 것은 어쩌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녀는 신분의 벽을 깨고 마침내 중전의 자리에까지 올랐다. 그러니 실은 무수리 출신으로 아들을 왕으로 만든 동이도 대단하지만 중인계급으로 중전의 자리에 오른 장희빈이 더 대단하지 않았을까.

장희빈의 아들 역시 왕이 되었지만 오래 살지는 못했다. 그가 곧 경종이다. 이렇게 해서 영조는 숙종의 하나밖에 남지 않은 아들이요, 효종의 유일한 혈손이 된 것이다. 그러나 영조가 대통을 이어받는 데는 걸림돌이 있었으니 소론이었다. 그들은 정통성에서 효종보다 우월한 소현세자의 현손을 경종의 양자로 삼아 대통을 잇자는 논리를 들고 나왔다.

노론의 후원을 받는 영조가 그들에겐 입맛에 맞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도 <동이>에서도 장희빈은 역시 악녀로 그려지겠지만, 그녀가 진짜 악녀였는지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장희빈은 남인의 지원을 받는 후궁이었다. 드라마에서도 그려지지만 그녀를 궁에 들여보내는 남인의 수장(정동환)은 매우 냉혹하며 잔인하고 야비한 인물이다. 

출신이 미천한 장희빈과 동이가 출세한 이유, 번식력이 떨어지는 유전자 탓?  

그는 자기 세력을 확고히 하기 위해 동패들도 서슴없이 죽인다. 극 초반에 벌어진 살겁의 희생자들은 모두 남인이었다. 그리고 그 살겁을 저지른 원흉도 같은 남인. 아이러니지만 탕평책으로 유명한 영조의 뒷배가 노론이었으며, 정조의 외척들이 모두 노론의 핵심들이었다는 사실로부터 앞으로 보여주게 될 남인들과 장희빈의 악행이 예사롭지 않다.

그러니까 "장희빈이 왜 악녀였을까?" 혹은 "왜 악녀로 그려졌을까?"에 대한 질문은 사실은 당대의 집권당이었던 노론에게 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아무튼 동이든 장희빈이든 양반 출신이 아닌 그녀들이 빈도 되고, 중전도 되고, 아들을 왕으로 만들 수 있었던 것은 다 번식력이 떨어지는 왕가의 유전자 탓이었던 것이다.

이 힘없는 유전자는 결국 강화도에서 지게를 지고 나무나 하던 강화도령을 데려다가 왕으로 만들기까지 하는데, 이렇게 왕이 된 철종도 후사를 남기지 못함으로써 마침내 효종의 가계는 문을 닫고 말았다. 흥선군 이하응의 아들이 고종이 되었지만, 그는 실은 효종의 직계가 아니라 인조의 3남 인평대군의 자손이었던 것이다.

어쨌거나 말이 많이 샜지만 내가 보기에 동이가 후궁의 최고 자리인 정1품 빈에 오르고 아들을 왕으로 만든 것은 그녀의 노력보다는 생물학적 환경과 정치적 동기가 크게 작용한 탓이다. 하기야 그녀가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녀는 인현왕후를 도와 장희빈의 반대편에서 많은 일을 했을 것이다.

천을귀인? 천민들의 왕? 허걱~

그런데 그건 그렇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이가 꽤 대단한 인물이란 점에 대해서는 부정하고 싶지 않지만 드라마 <동이>는 여기서도 너무 한참 앞서 나가는 것은 아닐까. <동이>는 김환이란 역술가(또는 관상쟁이?)를 내세워 동이의 미래에 대해 이렇게 규정했다. 천을귀인!

"오, 저 아이가 바로 천민들의 왕이 될 것이야!"


천을귀인이 무슨 뜻인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김환은 이어 동이를 보며 이렇게 말했다. "천민들의 왕은 검계의 수장이 아니라 바로 저 아이가 될 것이야." 허걱~ 나는 그 소리를 듣는 순간 그만 웃음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었다. 무슨 천민들의 왕? 동이가 천민들의 왕이 된다고? 하하하~ 이거야말로 완전 코미디가 아니고 무어란 말인가.

하긴 작가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동이는 영조를 낳았으며 이후 조선의 왕은 모두 영조의 후손들로 채워졌으니…. 고종 역시 조부인 남연군이 사도세자의 아들 은신군의 양자로 입적되었다면 넓게 보아 영조의 후손 아니겠는가.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지만 천민들의 왕이라니, 이 무슨 황당한 말장난일까.

이런 걸 두고 보통 사람들은 뭐라고 하더라? 어처구니없다고 하던가? 아무튼 어이가 없다. 하긴 "부자들에겐 세금 감면을! 서민들에겐 복지 축소를!"과 같은 슬로건을 내걸고도 "과거에 우리 부모님들도 참 어렵게 살던 서민이었소!" 하며 "그러니 나는 서민대통령이요!"하는 세상이니 뭐 그리 탓할 것도 아니다.

그래도 <동이>는 재미가 기대되는 드라마

게다가 <동이>는 매우 재밌는 드라마다. <허준>과 <대장금>에 빛나는 이병훈 PD의 연출이 기대되는 작품이기도 하고…, 그렇지만 천민들의 왕은 너무 심했다는 생각을 아직도 지울 수 없다. <추노>에서 한창 인기를 끌었던 업복이와 노비당의 영향을 너무 많이 받았던 탓은 아닐까 싶기도 하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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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