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에 해당되는 글 22건

  1. 2017.12.05 허성무 “박근혜 덕에 TV 고정출연 기회 얻어” by 파비 정부권
  2. 2017.11.08 진짜 주사파는 임종석이 아니라 박근혜? by 파비 정부권 (54)
  3. 2016.12.23 그들만의 다른 선택이 생각나는 회폐한 밤 by 파비 정부권
  4. 2016.12.10 박근혜의 미래를 예언했던 소설, 혜주 by 파비 정부권
  5. 2015.11.25 그들이 역사교과서를 지배하고자 하는 이유 by 파비 정부권
  6. 2015.06.22 책 좀 읽자 by 파비 정부권 (1)
  7. 2015.06.13 김일성장군 아니면 다 굶어죽었시요 by 파비 정부권 (3)
  8. 2015.06.10 박근혜정권은 무능한 정권이 아니다 by 파비 정부권 (8)
  9. 2015.06.08 책 안읽으면 박근혜처럼 된다 했더니 by 파비 정부권 (3)
  10. 2015.06.06 황당괴변, 박원순 때문에 박근혜 미국 못가나 by 파비 정부권 (1)
  11. 2014.09.30 식당에 걸린 박근혜 by 파비 정부권 (7)
  12. 2012.12.13 박근혜와 김소연의 차이 by 파비 정부권 (1)
  13. 2012.12.10 그래, 너 새누리 박근혜후보 알바 맞아 by 파비 정부권 (4)
  14. 2012.12.08 박근혜 추종자들은 외계인? by 파비 정부권 (17)
  15. 2012.10.15 박근혜는 부마항쟁 군사진압 사과부터 해야 by 파비 정부권
  16. 2012.09.26 박근혜에게 부마항쟁은 아직도 폭도들의 난동인가? by 파비 정부권 (2)
  17. 2012.08.21 박근혜에게 수첩공주의 진실을 요구합니다 by 파비 정부권 (1)
  18. 2011.10.21 카다피의 최후와 비교되는 박정희와 박근혜 by 파비 정부권 (12)
  19. 2011.07.03 김정길, 대권 잡으려면 노무현 넘어야하는 까닭 by 파비 정부권 (6)
  20. 2009.10.06 '선덕여왕' 미실은 MB, 화백회의는 한나라당? by 파비 정부권 (14)
  21. 2009.08.28 선덕여왕은 박근혜가 아니라 심상정이다 by 파비 정부권 (13)
  22. 2009.06.30 박근혜가 선덕여왕? 그럼 김정일은 광개토대왕이냐? by 파비 정부권 (73)

박근혜가 천거? 

제목이 좀 거시기합니다. 허성무 전 경남도 정무부지사는 평생 민주당 사람이고 노무현 대통령의 키드라고 할 수 있는 분인데 웬 박근혜 천거설? 박근혜가 허성무를 추천해서 오늘날 유명 TV논객이 됐다니, 창원에 사는 분이라면 머슨 소리야 이거?” 하시겠지요?



물론 이것저것 다 거세하고 인간이 살아가는 세상의 정리로 말하자면 박근혜가 허성무를 천거 못할 이유도 없습니다. 하지만 이게 성립이 안 된다는 건 뭐 설명이 필요 없으니 두말 하면 잔소리겠지요.

 

탄핵 표 계산 해보시오

박근혜 탄핵을 국회에서 의결하는 날이었는데 CBS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생방송을 하자는 겁니다. 모니터를 해보니까 당신이 제일 적합할 거 같더라, 그러는 겁니다. 2시간 생방송이었어요.”

 

처음 받으신 질문이 뭐였습니까?”

 

첫 질문이 탄핵이 될 거냐, 안 될 거냐? 그리고 탄핵이 된다면 몇 석으로 의결이 될 거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계산해보니까 확정된 의결수가 한 214석 나오더라고요. 이게 역사적 사건이기 때문에 부결 됐을 때 누가 (탄핵에) 부를 했는지 억압이 많을 거잖아요.”

 


허성무 전 부지사는 당시가 회상되는 듯 감회에 젖은 표정으로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습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 내에서도 아이다, 나는 탄핵 찬성했다, 휴대폰으로 사진 촬영한 물증 있다이런 사람이, 그런 정서나 압박을 받는 사람이 10명에서 20명이 나온다, 그래서 230명 정도로 예측했죠.”

 

블로거 중 한분이 끼어들었습니다.

 

그래서 결과가 어떻게 나왔습니까?”

 

탄핵 찬성이 234표 나왔습니다. 그 이후 여러 곳에서 불러주지요. 이 모든 게 박근혜 덕택입니다.”

 

한 짓궂은 블로거가 물었습니다.

 

그럼 박근혜 전 대통령 지금 감옥에 계신데 혹시 영치금이나 사식이라도 넣어줄 마음이 없습니까? 은혜에 보답하셔야지요.”

 

하하, 그건 그렇지만 꼭 뭐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아하, 그렇군요. 이야기가 그렇게 된 것이었습니다. 


박근혜 영치금 넣어줄 생각 없나

허 전 부지사는 대학생이던 젊은 시절 한때 이른바 부산미문화원 사건으로 구속되었던 전력이 있습니다. 그때 변호사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무료변론을 맡았고 그 인연으로 노무현의 선거운동을 돕기도 하고 청와대에 들어가 노무현 대통령의 비서관을 하기도 했습니다. 노무현 변호사가 바쁠 땐 문재인 변호사가 대신 변론을 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랬던 사람이 TV토론프로의 정치평론가로 성공하고 그게 다 박근혜 덕이라면서 영치금이라도 넣어줘야겠다는 농담을 하는 시절이 왔다니 실로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습니다.


 

박근혜 공덕의 아이러니

아무튼 박근혜가 여러 사람 살리고 여러 사람 도와줍니다. 역사상 박근혜 만큼 아이러니한 인물이 있었을까요?

 

20171128<허성무 초청 블로거간담회>에서 나온 이야기였습니다

Posted by 파비 정부권

전희경이라는 국회의원이 있는 모양이다. 자유한국당 소속이라는데 이른바 듣보잡이었다. 그런데 이분이 난데없는 주사파 발언으로 뜨고 있다. 순식간에 전국적 지명도를 가진 인물로 부상하고 있다.


아마도 자유한국당 비례대표로 20대 국회에 처음 입성한 모양인데 자한당은 어떤 기준으로 이분을 선발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논문을 거의 백퍼센트 가까이 표절해서 석사학위를 받은 의혹으로 한때 물의를 일으켰고 항간에 들리는 이야기로는 이에 석사학위를 반납했다는 얘기도 있다니 좀 많이 황당하다.


아무튼 이분이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을 향해 “주사파”라고 칭하며 “주사파, 전대협 출신 운동권들이 청와대를 장악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고 한다. 실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혹자는 전희경 의원의 이런 발언에 대해 페이스북에다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이 사람은 진짜 주사파가 누군지 다 알면서 엉뚱한 사람한테 뒤집어씌우고 있다. 진짜 주사파는 다름 아닌 박근혜 아닌가.”


박근혜가 주사파라고? 물론 이것은 박근혜 씨가 청와대 관저에서 비밀공작처럼 주사아줌마를 출입시켜 백옥주사다, 태반주사다 하는 것들을 맞았다고 하니 나온 말일 게다. 놀리자고 한 말이겠지만 영 엉터리같은 이야기도 아니다. 필자 또한 페이스북에 이렇게 썼다.


“전희경이라는 국회의원이 있나보다. 1975년생이라는데 나이도 어린 분이 머릿속 생각은 완전 다 늙은 할마시 수준이네. 누말마따나 비서실장 되기 30년 전 주사파 따지기 전에 12년 전 남로당 군사총책하다 대통령 먹은 자의 사상부터 따져보는 게 먼저 아닐까. 그라고 그 비서실장이 주사판였는지 어떤지 니가 어찌 아냐고. 증거를 대야지. 박정희가 남로당 군사총책이었던 거는 군법회의에서 명백히 밝혀진 바이고 본인도 자백했지만. 나이 이야기 하고 싶진 않지만 어린 친구가 하는 짓은 어찌 그리 늙은 꼰대를 닮았는지. 한심함. ㅜ”


주지하는바 실제로 박정희는 남로당 군사총책으로 활동한 전력이 있는 이른바 빨갱이 출신이다. 그의 형 박상희 역시 남로당 출신의 공산주의자로 알려져 있는데 흔히 정치9단이라 불리는 김종필의 장인이다. 박정희는 그의 형에게 영향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박정희는 여순반란사건 때 동지들을 배신하고 밀고한 댓가로 목숨을 건졌다고 하니 형 박상희의 인격에는 미치지 못했던 듯하다. 그의 형은 흔히들 대구폭동이라 부르는 사건에서 사살당하였다.


1963년 대통령 선거에서 윤보선 후보가 박정희의 이런 이력을 문제 삼아 해명을 요구하자 박정희는 “중상모략이며 매카시즘 수법”이라며 호통을 쳤다고 한다. 얼마나 어이없는 일인가. 박정희가 매카시즘을 들먹였다니.


박정희와 그의 딸 박근혜를 신처럼 떠받들며 걸핏하면 상대방을 좌빨로 모는 새누리당(지금은 자유한국당) 사람들은 이참에 박정희의 가계를 잘 살펴보기 바란다. 그리고 “좌빨들이야말로 나라를 위해 큰일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라는 것이 자신들의 주장임도 깨닫기 바란다.


만약 박정희가 군사재판에서 사형을 언도받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더라면 어땠을까. 역사에 가정은 있을 수 없다는 말도 있지만, 아무튼, 그는 취조실에서 남로당 군사조직 동료가 고문당하는 현장에 배석(혹은 대기)해 있었다고 한다.


짐작컨대 박정희의 허약한 심성을 간파한 취조관이 동료의 고문 모습을 지켜보게 함으로써 자백을 유도했던 것은 아닐까. 결국 박정희는 자백하고 동지들의 명단을 불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수천 명의 군 내 남로당조직원들이 총살당하였다고 한다.


전희경 의원에게 역사 공부 좀 하라는 조언을 하고 싶었지만 포기하기로 한다. 학위논문을 거의 전부를 표절해서 제출할 정도라면 얼마나 공부가 하기 싫었을지 안봐도 비됴다. 그렇게 공부하기 싫은 사람이 대학은 왜 갔으며 국회의원은 왜 또 됐을까. 국회의원은 공부 안 하고 놀아도 되는 자리로 생각했던 모양이지? 


슬픈 일이다.   

Posted by 파비 정부권



<일제강점기, 그들의 다른 선택>을 다시금 생각나게 하는 시절이다.

 

엄혹한 시절, 두 부류의 선택이 있었다. 하나는 어려운 가운데서도 고난을 감내하며 조국의 독립에 헌신하는 선택이었다. 그 길은 고달프고 험난했을 것이다. 목숨마저도 내놓아야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도 어떤 이들은 가시밭길 그 길을 선택했다.

 

또 하나의 선택은 달콤하고 배부르고 하루하루가 기쁨으로 가득한 현세적 선택이었다. 그 길은 안락하고 평온했으며 자식들에게 편안한 삶의 기반을 물려줄 수 있었다. 비록 양심을 버렸다는 비난을 받을지언정 어떤 이들은 기어코 붉은 주단이 깔린 배신의 길 그 길을 선택했다.

 

<일제강점기, 그들의 다른 선택>을 읽으며 들었던 감정은 가시밭길을 선택한 지사들에 대한 경외, 사랑 이런 감정보다는 배신의 길을 선택한 어떤 이들에 대한 증오와 분노의 감정이었다. 원래 감정이란 것이 긍정보다는 부정에 더 빨리 더 깊이 반응하는 것이라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으되 아무튼 그랬다.



최근 다시 <일제강점기, 그들의 다른 선택>이 생각나는 것은 이른바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로 인해 시작된 청문회 때문이다. 청문회장에 불려나와 답변이라는 것을 하는 자들의 꼬락서니를 보고 있노라면 울화통이 터져 금세 허파라도 뒤집어질 듯해도 어쨌든 그런 자들을 보며 이른바 <그들의 다른 선택>이란 것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얼마 전 시위 중 물대포에 맞아 의식을 잃은 채 서울대병원에 입원 치료를 받던 중 사망한 백남기 농민의 사인을 외인사가 아닌 병사라고 적은 의사가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비난했다. 대부분의 의사들도 그의 병사 판정을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선택에 당당했다.

 

우병우도 마찬가지다. 그는 최순실을 몰랐을 리 없으며 만약 몰랐다면 무능해도 이만저만 무능한 민정수석이 아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심문했으며 그를 기화로 승승장구했던 검사 출신치고는 너무 형편무인지경이다.

 

그의 선택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늦은 밤 청문회를 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거칠고 고달픈 양심의 길과 붉은 주단이 깔린 배신의 길 중에. 승승장구했던 검사 출신의 법조인, 국정원과 검찰, 경찰 등 대한민국 권력기관을 관장하는 민정수석으로서 그가 선택한 길은 무엇이었을까?

 

그리 깊이 고민할 문제는 아니다. 결론은 버킹검이라고 했다. 뭐니 뭐니 해도 모든 것은 머니로 통한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하는 것처럼 모든 배신의 길은 머니로 통하게 돼있다.

 

그 외 오늘 나온 청문회에 나온 간호사 조여옥 대위 같은 사람은 논할 가치도 없는 사람이다. 함께 동행한 감시원인지 간호사 동료인지 이슬비 대위인가 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그냥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군인이며 로봇일 뿐이다. 국방부의 지시를 받아 사전에 답변 원고를 달달 외워 말하는 폼이 참 안쓰웠다. 그렇다고 불쌍해보이지는 않았다. 가증스러웠다.   


아무튼 많은 것을 생각케 하는 밤이었다.

 

정신이 회폐해지는 밤이다.

Posted by 파비 정부권

2016년 병신년 새해 벽두에 피플파워 출판사로부터 받은 책 <혜주>는 실로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마치 무협지 같기고 하고 빨간책 같기도 한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문득문득 퍼져오는 짜릿한 전율에 놀라고 또 놀랐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가끔 몸의 중심으로부터 솟아오는 열기에 불편하기도 했었다. 소설의 내용 자체가 워낙 축축하고 끈적끈적하고 질퍽거려서 얼굴이 화끈거리고 혹시 누가 나를 보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불안함에 고개를 돌려 사방을 살피기도 했다.


소설의 작자는 도대체 이런 음험하고 외설적인 이야기들을 어떻게 지어냈던 것일까? 그 자신 이런 경험들을 실제 해보았던 것은 아닐까? 온갖 궁금증이 상상의 나래를 펴고 머릿속을 돌아다녔다. 평범한 사람들은 도저히 범접하기 힘든 이야기들이 소설 전체에 가득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그게 병신년이 저물어갈 즈음 현실로 세상에 나타나고야 말았으니 이런 경우에 뭐라고 말해야 하나? 작자는 우주로부터 어떤 영감을 받았던 것일까? 그는 무당처럼 뭔가 계시라도 받았던 것은 아닐까? 아무튼 정운현 선생의 소설 <혜주>를 읽고 썼던 서평을 다시 들여다보니 만감이 교차한다.


어제 오후, 모든 언론 뉴스들이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었다는 소식을 전했다. 소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ps; "대체적인 구성과 문장도 매끄럽지 못하다. 너무 촌스럽다거나 속물적인 표현들도 문제로 지적될 수 있겠다."

     --> 1월 초에 쓴 서평에서는 이렇게 말했지만, 지금 생각하니 그런 것들이 이 소설의 힘이었으며 미래의 진실을 미리 써내려가게 한 원천이었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 ^^



조선의 여왕 혜주, 내부자에게 망하다


기묘한 책이다. ‘실록에서 지워진 조선의 여왕’이라고? 조선에 여왕이 있었던가?

<혜주>라는 제목만 보아서는 무슨 내용인지 알 수도 없고 또 저자도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다. 잘 나가는 공지영이나 전경린, 최근 표절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신경숙 같은 유명 작가가 아닌 바에야 누가 이런 밋밋한 제목의 책에 손을 내밀까. 그런데 부제가 당돌하다.

‘실록에서 지워진 조선의 여왕’

소설은 의외로 속도감이 있었다. 글은 간결하여 짧은 단문들로 채워졌고 거의 은유가 없이 직설적이었다. 깊이 생각하거나 고민할 겨를 없이 책장은 술술 넘어갔다. 시종 연속되는 사건들이 흥분과 긴장을 고조시켰다. 게다가 적절하게 뿌려놓은 성애 장면에 신경이 곤두선다. 어쩌면 그것은 이 책에서 말하고 싶은 핵심 주제였다.

혜주는 주인공 혜명공주가 왕이 된 후에 불리는 이름이다. 작명에서부터 풍기는 뉘앙스가 심오하다. 사실 <혜주>라는 책 제목을 보는 순간 번쩍 누군가를 떠올렸으며 호기심이 극도에 다다랐다. 혜주의 주변 인물들은 모두 복잡한 성관계로 얽혀있는데 작명처럼 이러한 설정도 독특하기 이를 데 없다. 게다가 혜주가 어릴 적부터 보모상궁에게 방중술을 배웠다는 대목에선 아연해진다. 그리고 민 상궁이 다시 그 예의 방중술을 무극스님에게 전수하고 혜주의 정인으로 삼게 한다는 대목에 이르면 거의 기절할 지경에 이르지 않고 누가 배기랴.

더욱 놀라운 것은, 아무도 모르는 비밀이지만 무극만은 민 상궁이 혜주의 생모인 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생물학적 모녀관계의 두 여자를 품으면서 무극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는 단순한 애욕의 포로였을까? 무극은 어떨지 몰라도 혜주는 애욕의 포로였다. 어린 그녀가 어떻게 그토록 빨리 성에 눈을 뜨고 집착하게 되었는가 하는 점에 대해 이 책에서 별다른 설명은 없다. 다만 혜주의 생부와 생모의 전력으로부터 그것이 유전 문제가 아닐까 어렴풋이나마 짐작해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소설 초반부의 혜명공주에게 연민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두 달째 폭우가 쏟아져 온 나라가 몸살을 앓는 상황에서 숨겨둔 정인과의 정사가 그리워 궁궐을 빠져나가 며칠씩 나타나지 않는 여왕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혜주가 열락에 몸을 맡기고 있는 사이 한강이 범람하여 두물섬의 마을 한 개가 수몰되고 주민 백여 명이 몰살당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급한 보고도 정념에 사로잡힌 혜주를 빼내올 수는 없었다. 닷새의 휴가를 모두 채우고 돌아온 여왕은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차며 이렇게 말한다.

“청년들은 헤엄쳐 나왔다는데 다른 사람들은 뭐했나요? 물가에 사는 사람들이 헤엄도 하나 못 치나요?”

자, 이쯤 되면 천하에 우둔한 사람이라도 상상력은 한군데로 모아진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랴. 두물섬 참사가 잊혀갈 즈음 이번엔 역병이 돌아 수많은 백성이 죽어나간다. 시체가 쌓여 썩는 냄새가 진동하지만 조정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아니 하는 일이 없다고 하는 게 제대로 된 표현일 것이다. 결국 반정이 일어나고 혜주는 폐주가 되어 쫓겨날 운명에 처한다. 때는 혜명공주가 왕좌에 오른 지 4년째 되던 해. 이 또한 의미심장한 메타포다.

간결하고 직설적인 문체의 소설은 전반적으로 투박했다. 명쾌한 설명이 없는 설정들에 고개가 갸웃거려지기도 한다. 갑작스런 사건 전개에 당혹스럽기도 하다. 때로는 어이없는 대사들에 실소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왕비가 회운사에서 시중을 드는 무극스님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우리 공주와 짝을 맺어주면 참 좋겠구나”라고 생각하는 대목은 실로 난센스 아닐지. 어려서 고아가 된 무극은 부모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천출인 것이다. 대체적인 구성과 문장도 매끄럽지 못하다. 너무 촌스럽다거나 속물적인 표현들도 문제로 지적될 수 있겠다.

그러나 빠른 템포로 전개되는 <혜주>는 힘이 있었다. 박진감이 넘쳤다. 재미있고 다음 장면의 기대로 책장 넘기기를 멈출 수 없다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다. 아무리 지고한 사상이 담긴 글이라도 재미가 없어 읽히지 않으면 그뿐이다.

<혜주>에는 시대를 엿보게 하는 무수한 장치들이 있었다. 무엇보다 이 소설에서 주목해야할 것은 다름 아닌 노천이란 책사였다. 그는 이른바 3인방의 한사람으로 여왕의 심복이다. 하지만 그 정체는 의혹투성이다. 두물섬 참사에 대한 대책을 묻는 혜주에게 그는 이렇게 간한다.

“(괘념치 마시옵소서.) 백성들은 마구간 누렁소나 뒷간 똥돼지와 같은 존재입니다. 그들은 나면 죽고 죽으면 또 태어나는 법이옵니다. 부디 성심을 굳건하게 보지(保持)하시옵소서.”

그랬던 노천은 혜주가 폐주가 되어 스스로 목숨을 끊은 후 삿갓을 쓰고 대중들 속에 숨어 이렇게 중얼거렸다.

“폐주의 패망은 그의 운명이요, 그를 망하게 한 것은 내 소임인 것을…….”

그는 ‘내부자’였던 것일까? 노천은 본디 술객으로 앞날을 내다보는 신통력이 있었다. 그런 자를 내부자로 배치했다는 것은 이 소설의 작자 또한 신통력이 있다는 뜻이렸다. 소설 <혜주>는 영화 <내부자>가 개봉되는 시기와 비슷한 시기에 출판되었으니 영화의 감독과 교감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실로 흥미로운 일이다. 





Posted by 파비 정부권

진리경찰이란 필명을 쓰는 온라인 활동가가 있었다. 그가 요즘도 활동하는지는 알지 못한다. 이명박 정권 초기 촛불정국을 전후하여 맹활약(!)한 그는 지독스럽게 빨갱이를 혐오했다. 아니 혐오하고자 하는 모든 대상을 빨갱이로 몰았다.

 

그는 가끔 시인 흉내도 냈는데 다음과 같은 글을 다른 이의 블로그에 댓글로 남기기도 했다.

 

장하다 대한민국 전투경찰

그대는 우리의 전사우리의 자랑

대한민국 전투경찰

그대는 우리의 폭동진압 공격특별대원

(중략)

수백 개의 돌과 쇠파이프와 화염병과

머릿속이 새빨간 벌레 같은 폭도들로

우리의 땅과 목숨을 뺏으러 온

원수 북괴의 흉악한 공작을

그대 몸뚱이로 내리쳐서 깨었는가?

깨뜨리면 깨뜨리며 자네도 깨졌는가?

(하략)


이미 오래전에 증발해버려 어느 누구의 기억 속에서도 존재하지 않을 필명이 왜 무단히 생각났을까? 그것은 아마도 <1984>에 등장하는 사상경찰과 너무도 흡사한 이름 때문이었으리라. 물론 진리경찰이 곧 사상경찰을 흉내 낸 것이라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단지 나의 상상력일 뿐이다. 어쩌면 진리경찰은 <1984>의 존재 자체를 몰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곰곰 생각해보면 진리경찰은 <1984>를 읽었을 것이다. 조지 오웰의 다른 명저 <동물농장>도 함께. 죽을 때까지 철저한 사회주의자로서 이상을 꿈꾸었던 오웰의 이력을 모르는 사람들이 그의 저작을 반공주의 교과서로 활용했던 점을 생각한다면, 진리경찰은 다분히 이념적 의지가 함축된 작명이었을 것이란 짐작도 가능하다.


젊은 작가 오웰은 행동하는 지식인으로서 스페인내전에 참전했다. 영국독립노동당과 스페인 마르크스주의통일노동자당의 연합 민병부대에 배속된 그는 이곳에서 적과 싸우기에 앞서 같은 편인 스페인공산당의 탄압으로 동지들이 학살되는 장면을 목도하게 된다. 이른바 친 소련파 스페인공산당의 헤게모니 투쟁이다.


긴박한 상황, 자신도 체포되면 총살당할 위기에 처하지만 오웰은 아내이자 동지 아일린과 함께 가까스로 탈출해 영국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즉각 <카탈로니아 찬가> 저술에 돌입한다. 엄청난 충격에 분노의 화신처럼 그의 펜은 맹렬하게 전체주의를 향해 포탄 세례를 퍼붓는다. 스탈린주의로 변질된 공산주의는 그에게 전체주의였다. 사회주의 이상사회를 위해 공산주의는 1차적으로 척결되어야 할 악이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마침내 <카탈로니아 찬가>에 이어 <동물농장><1984>가 탄생한다. 오웰이 스페인내전에 참전하여 스탈린주의자들의 참모습을 보지 않았다면 아마도 이 세 권의 의미 있는 저술은 태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역사는 아이러니다.   


<카탈로니아 찬가>는 실제 현장을 기록한 르포임에도 80여 년의 시공을 넘는 데는 한계를 보여준다. 아무래도 사회, 경제, 문화 모든 면에서 당시와는 너무나 달라진 오늘날의 눈으로 그 시대를 완벽하게 이해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에 반해 <동물농장><1984>는 다르다. 때로는 사실을 다룬 기록보다 허구를 그린 소설이 훨씬 진실을 잘 전달해줄 수 있다는 사실을 이 두 편의 책은 여실히 보여준다. 특히 <1984>는 조지 오웰이 마치 예언자의 눈으로 과거의 시점에서 오늘을 보며 글을 썼던 게 아닐까 착각이 들 정도다.


<1984>는 마치 예언서와 같다. 1940년대에 어떻게 이런 걸 생각해냈을까 무릎을 치지 않을 수 없다. 그중에서도 사람들에게 증오심을 주입하고 세뇌하는 얇은 금속판 통제 장치 텔레스크린은 하루 종일 쉼 없이 떠들어대는 종편방송들과 곳곳에 설치된 감시카메라를 연상시킨다.


그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사람들을 째려보며 증오를 촉구한다. 잘 차려입은 붉은 얼굴들이 오리처럼 경쟁하듯 꽥꽥거리는 화면을 보고 있자면 어느새 함께 꽥꽥거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현대의 텔레스크린 앞에서 증오와 적의로 뭉쳐진 진리경찰들은 그렇게 해서 또 생산되고 단련되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1984>에서 우리가 전율하는 것은 바로 다음 말이다.

 

과거를 지배하는 자는 미래를 지배한다.

현재를 지배하는 자는 과거를 지배한다.”

 

이 말을 다시 쓰면 이렇게 된다.

 

현재를 지배하는 자는 미래도 지배하기 위해 과거부터 지배하고자 한다.”

 

섬뜩하지만 이보다 진실을 담은 말이 세상에 또 있을까. 1940년대의 런던에서 2015년 서울을 정확히 꿰뚫어보고 있지 않은가. 박근혜 정권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작업은 괜한 것이 아니다. 빅 브라더가 그랬던 것처럼, 그들은 과거를 자기 편의대로 고치고 싶은 것이다. 현재처럼 미래도 지배하기 위해…….


<1984>의 주인공 윈스턴 스미스가 기록국에서 했던 일은 과거 발행된 신문기사를 고치는 일이었다. 기록국의 다른 동료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는 채 홀로 빅 브라더의 명령에 따라 이미 발행된 신문을 끄집어내 오늘 일어난 결과에 적합하게 새로 써서 다시 편철하는 것이 그의 임무였다.


매일매일 새롭게 고쳐 써서 편철되는 역사는 존재하기도 하고 존재하지 않기도 하는 영혼이 없는 활자들일 뿐이다. 2015년 대한민국 국사편찬위원회 집필진들도 바로 그런 일을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닌가. 윈스턴들처럼 그들은 은밀한 곳에 숨어 서로의 얼굴을 복면으로 가린 채 과거의 역사를 끄집어내 지울 것은 지우고 새로운 활자들로 채울 것은 채울 것이다.


맑지만 쌀쌀한 4월 어느 날 13시 괘종시계가 울리는 것으로 시작한 <1984>는 비극적 엔딩으로 결말짓는다. 서양에서 13은 불길함을 나타내는 숫자다. 우리의 미래는 어떨 것인가. 어제, 대통령은 자기를 비판하는 국민들을 향해 “IS 테러범 같다며 강한 적의를 드러냈다. 텔레스크린이 ‘2분 증오’로 골드스타인을 단죄하듯, 방송들은 연일 시위대에게 증오와 적개심을 퍼부을 것이다.

 

1984년은 끝나지 않았다.  

Posted by 파비 정부권

거서기 화법이란 게 있다. 저기 거서기가 거석해서 그러는데 거석 좀 해주라. 고백하자면 나도 가끔 이런 화법을 쓰는 경우가 있다. 왜 이런 화법이 생기는가. 어휘가 부족해서다. 아는 단어가 별로 없으니 상황에 맞는 적절한 말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이다.

 

내 친구 중에는 거서기는 아니라도 똑같은 단어 몇 개를 가지고 반복적으로 돌려쓰면서 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 역시 어휘가 부족한 경우다. 대놓고 말은 못하지만 이 친구와 대화를 할 때면 지루하고 답답하기가 그지없다. 심지어 어떨 때는 이 친구가 특정 단어를 몇 번이나 사용하는지 속으로 세어보기까지 한다.

 

요즘 텔레마케팅 요원으로부터 전화를 자주 받게 되는데 그들이 쓰는 말에도 이런 경향은 나타난다. 특히 부분이란 말을 많이 쓰는 것이다.

 

저 고객님께서는 ……하신 부분이셔서요, ……하실 수 있는 부분이신데요. 이번에 저희들이 특별히 ……해드리고자 하는 부분이세요. ……

 

은행창구에 갔을 때도 가끔 이런 식으로 말하는 직원을 만난다. 그럴 때면 이 부분이란 단어에 신경이 쓰여서 다른 말은 잘 들리지도 않는다. 그 부분이란 대체 어떤 부분일까? 이런 식으로 말하는 사람들은 정작 그런 사정을 알기나 할까. 얼마 전 우리 딸과 이런 대화가 있었다.


이놈들아, 책 좀 읽어라 책. 안 그러면 박근혜처럼 된다.”

아빠. 책 안 읽어도 그 정도는 다 하는데? 박근혜가 특별히 문제가 있는 거지. 책 안 읽는다고 다 저렇게 되는 건 아니잖아.”

 

그때는 딸아이의 회심의 일격에 수긍할 수밖에 없었지만, 다시금 곰곰 생각해보니 결론은 역시 책 안 읽으면 박근혜처럼 된다는 것이다. 거서기 화법에 대응하여 박근혜 화법을 한마디로 표현하라고 한다면, 나는 이렇게 화법이라고 부르겠다.

 

그녀의 말을 잘 뜯어보면 군데군데 이렇게 혹은 저렇게, 가 많이 들어간 것을 알 수 있다. 앞서 밝힌 바처럼 어휘가 부족해서다. 책을 읽지 않아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원래 지능이 낮아서 그런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그녀가 어휘가 턱없이 부족하며 그래서 말을 할 때 적절한 단어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은 분명하다.

 

책을 읽는다고 그녀의 결점이 어느 정도나 해소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최소한 안 읽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어휘력 기르기에는 독서보다 좋은 것은 없다.

 

책 좀 읽자. 물론 나부터. 좋은 아침이다

Posted by 파비 정부권
TAG 박근혜,

오래전에 알고 지내던 중국 흑룡강성에서 온 동포가 있었다. 나는 그의 가족들과 아주 친하게 지냈기 때문에 종종 식사를 함께 하거나 술을 마셨다. 그들은 한 민족이었지만 우리와는 많은 부분에서 관심사가 달랐다. 예컨대 그들은 우리 민족의 역사보다는 중국역사를 더 좋아했다.

 

그래서 나는 그들과 대화할 때 주로 중국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러면 그들이 좋아하기 때문이었다. 초한지, 삼국지 이야기에다 중원오악이 어떻고 동정호가 어떻고 절강성의 서호와 서시 이야기며 뭐 이런 것들을 늘어놓으면 와, 우리보다 중국을 더 잘 아네, 이러면서 호감을 표시하는 것이다.

 

나는 그들이 비록 조선민족이지만 정체성은 중국인이란 것을 잘 알고 있었고 피부로 느끼고 있던 터였다. 그들은 정말 중국인이었으며 그것에 자부심이 대단했다. 그런데 결정적인 순간에 막히는 부분이 있었는데, 아니 사실은 이해를 못하는 부분이라고 하는 것이 맞겠지만, 바로 이것이었다.

 

우리 중국은 모택동 주석이 없었으면 다 굶어죽었시요.”

 

그 가족 중에 어머니는 원래 함경도에서 살다 흑룡강으로 이주한 분이었는데, 그러면 그의 동생(내가 잘 아는 친구의 외삼촌)이 끼어들어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이다.

 

북한도 마찬가지야요. 김일성 장군 없었시모 다 굶어죽었을 끼요.”

 

모택동이든 김일성이든 공과 과가 있을 터인데 어쩜 저리도 완고한 충성심을 보일 수 있을까. 나는 확신에 찬 그들의 얼굴표정과 어조에 전율했지만 반박할 수가 없었다. 내가 잘 알지도 못하는 일일뿐더러 오랜 세월 형성된 그들의 관념을 바꾼다는 것은 완전히 불가능하다는 것을 아니까.

 

그리고 한편 그것은 우리도 그들과 별로 다르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특히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을 귀가 따갑도록 들어오지 않았던가.

 

박정희 대통령 없었으면 우리가 지금 이렇게 밥 먹고 살 수가 있나. 다 굶어죽었지. .”

 

북한의 정규택 화백이 그렸다는 <한 전사의 건강을 념려하시어>라는 그림이다. 어떤 느낌이 드시는가. 감동? 아니면 역겨움?

그런데 어젯밤 나는 오래전의 그 기억을 되살리는 경험을 다시 할 수 있었다. 도계동에서 1차 술 한잔하고 자리를 옮겨 사림동에서 2차로 마시고 거나하게 취한 채 택시를 탔는데 택시 기사가 자꾸 말을 시키는 것이다.

 

, 정말 나라가 큰일이죠. 메르스 때문에 상남동에 개미새끼 한 마리 없슴미더. 이래갖고 되겠습니꺼. 대통령이고 머시고 하는 일이 아아들 장난도 아이고 뭐하는 긴지 참 한심합미더.”

 

그렇죠, 그렇고말고요. 안 그래도 역병 옮을까 걱정되는 터에 말대꾸하기 싫었지만 그가 옳은 말을 하는 바람에 맞습미더, 맞습미더하면서 맞장구를 치면서 수긍을 해주었다. 그러나 아뿔싸! 그 택시기사가 결정적 배신의 한방을 날린다.

 

정치는 전두환이가 잘 했습미더. 확 후두러 잡아야 하는데. 아새끼들 상남동서 담배 피고 해샀는 거 보모 속에서 치밀어오르는데 마이 참슴미더. 우리나라는 이 민족성이 안 되는 기라예. 마 박정희하고 전두환이 같은 지도자가 나서서 확 후아 잡아야 합미더. 진짜 인물 없습미더.”

 

, 국경을 초월해 독재의 흔적이란 이토록 무섭고 질긴 것인가. 역시 민주주의가 중요하다

Posted by 파비 정부권

이것은 내 생각은 아니다. 임수태 위원장님 댁에 들렀을 때 분개하여 그분이 내게 하신 말씀이다. 그러나 결국 내 생각이다. 그 말씀이 백번 맞는 말씀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권을 무능한 정권이라 하면 안 된다. 오늘 신문을 보니 이준구 교수란 분이 박근혜 정부의 무능이 지난해 세월호 참사와 최근 일어난 메르스 사건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면서 이 정권은 무능한 정권이다, 하고 일침을 날렸다 하는데, 서울대학교 교수쯤 되시는 분이 이런 말씀 하시면 안 된다


박근혜 정권이 왜 무능한 정권이냐박근혜 정권은 무능한 정권이 아니다. 무능하다는 것은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나름대로 일은 열심히 했다는 거다. 무능한 정권, 이렇게 규정을 하면 그럼 지금부터라도 더 잘하면 되지 않느냐, 결국 이런 쪽으로 귀결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박근혜 정권을 무능한 정권이라 욕하면 안 된다. 박근혜 정권은 나쁜 정권이다. 사악한 정권이다. 박근혜 정권은 단 한 번도 서민의 아픔을, 국민의 안위를 생각해본 적도 없고 생각하지도 않는 집단이다. 그들 머릿속은 온통 기득권집단, 자본의 잇속으로 그득 차 있다.

 

세월호 사건도 그렇고 이번 메르스 사태도 마찬가지다. 근본적으로 그들에게 이런 일은 관심 밖의 일이다. 이런 말이 있었다. 만약 세월호 이건희의 손자가 타고 있었다면 그때도 정부는 이렇게 안일하게 대응할 수가 있었을까?

 

박근혜 정권은 사악한 정권이다. 무능한 것은 용서할 수 있지만, 사악한 것은 타도의 대상이다.”

 

듣고 보니 어쩌면 내 생각과 그리도 똑같을까. 대통령 박근혜는 일을 하지 않는다. 그녀는 괴질 때문에 온 나라가 난리가 났는데도 14일만에야 나타나 이른바 긴급점검회의란 것을 했고, 17일만에야 현장을 방문했다. 무능도 일을 해야 드러나는 것인데, 이 나라 대통령은 아예 나랏일에 관심이 없는 것이다.

 

그녀는 과거 그녀 자신이 누군가에게 말했듯이 참 나쁜 대통령이다. 아니, 사악한 대통령이다.


진동 임수태 위원장님 집 마당에서

 

Posted by 파비 정부권

이놈들아, 책 좀 읽어라 책. 안 그러면 박근혜처럼 된다.”

 

TV 뉴스를 보던 내가 아이들에게 한 말이다. 대통령 박근혜의 형편없는 어법을 조롱삼아 던진 농담이었지만, 사실은 진심도 숨어 있었다. 아이들도 수긍한다. 고개를 끄덕이며. 그러나 그다음 날아든 회심의 일격.

 

아빠. 책 안 읽어도 그 정도는 다 하는데? 박근혜가 특별히 문제가 있는 거지. 책 안 읽는다고 다 저렇게 되는 건 아니잖아.”

……

 

우리 가족의 이런 대화가 꼭 한 나라의 대통령을 조롱하고 모욕하는 재미 때문에 벌인 못된 취미기만 한 것일까. 물론 대통령을 왕처럼 떠받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부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아래의 이 말씀을 듣고도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우리의 핵심 목표는, 올해 달성해야 할 것이 이것이다 하고 정신을 차리고 나아가면 우리의 에너지를 분산시키는 것을 해낼 수 있다는 그런 마음을 가져야 한다.”

 

2015512일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하신 말씀이란다. 최근 중동호흡기증후군, 일명 메르스가 확산일로에 있는데도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고 일도 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일자 14일째 되는 날 민관합동 긴급점검회의에서는 아래와 같이 주문했다고 한다.

 

그리고 메르스 환자들의 치료, 또 그 환자들이 있는 시설에 대해서 격리시설이 이런 식으로 가서 되느냐, 이 상황에 대해서도 한 번 확실하게 알아볼 필요가 있고, 치료 환자들과 접촉 가족 및 메르스 환자 가능성이 있는 그런 원인에 대해서 어떻게 할 것인가 그 방안에 대해서도 알아보고, 3차 감염 환자들에 대한 대책, 그리고 지금의 상황을 그리고 접촉 의료기관 상황과 의료진 접촉 환자 및 그 가족들의 상황에 대해서도 우리가 확실하게 이번에 알아봐야 되겠다.”

 

보통의 한국 사람이라면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 힘든 말이다. (여기서 굳이 보통이란 범주로 한정짓는 것은, 그녀가 무슨 말을 하든 다 알아듣는, 예컨데 중앙일보 논설위원 김진 같은 특별한 분도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 박근혜의 어법이 문제가 된 것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아무튼 그녀의 말을 잘 뜯어보면 이런 용어들이 많이 등장한다.

 

그런…… 이런…… 이렇게…… 저렇게……

 

그녀 스스로도 말 한마디 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까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바쁜 벌꿀은 슬퍼할 시간도 없다!”


2012년 1월 새누리당 대통령후보 시절 그녀가 한 이 말은 차라리 애교스럽다. 아마 바쁜 꿀벌은 슬퍼할 겨를이 없다(The busy bee has no time for sorrow - William Blake)를 암송해 인용하는 과정에서 갑자기 생각이 안 나 벌어진 실수라 짐작한다.

 

자질, 능력 이런 것이 있는 분이면 또 이렇게 참고초려해서……

 

참고초려도 마찬가지다. 잠깐 당황해서 발음이 샜을 수 있다.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게 몇 년 동안에 걸쳐서 매번 벌어지는 실수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아무리 말을 못해도 남들의 지적이 계속되면 고치는 시늉이라도 해야 한다. 그러나 그녀는 그럴 의지가 전혀 없는 듯이 보인다. 모르고 있는 것일까?

 

제가 확실하게 드릴 수 있는 것은 그 희생이 결코 헛되지 않게 대한민국이 다시 태어나게 하는 계기로 만들겠다는 그 각오와 그 다음에 여러분들의 그 깊은 마음의 상처는 정말 세월이 해결할 수 없는 정도로 깊은 거지만……” 


그 트라우마나 이런 여러 가지는 그런 진상규명이 확실하게 되고 그것에 대해서 책임이 소재가 이렇게 돼서 그것이 하나하나 밝혀지면서 투명하게 처리가 된다. 그런데서부터 여러분들이 조금이라도 뭔가 상처를 그렇게 위로받을 수 있다. 그것은 제가 분명히 알겠다.”

 

세월호 유가족을 만나 하신 말씀이다. 나도 정말 무슨 말인지 도통 못 알아듣겠다. 그러더니 급기야 <박근혜 번역기>란 페이스북 페이지가 등장했다. 페이지의 문패는 박 대통령의 지난 대선 슬로건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를 패러디한 내 말을 알아듣는 나라이다.



이로써 결론을 내리자.


이놈들아, 책 좀 읽어라 책. 안 그러면 박근혜처럼 된다.”

아빠. 책 안 읽어도 그 정도는 다 하는데? 박근혜가 특별히 문제가 있는 거지. 책 안 읽는다고 다 저렇게 되는 건 아니잖아.”

 

이 질문과 답변이 지극히 상식적이라는 것.

 

아무튼 대통령이라고 해서 꼭 말을 잘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전직 대통령 김대중이나 노무현 같은 달변가를 원하는 것도 아니고 그만큼의 지식을 가지라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기본은 해야 되지 않나. 최소한 국민들이 알아듣는 수준의 말은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자기는 우리말을 들으려 하지 않고 우리는 그녀가 하는 말을 못 알아듣고, 참 답답하다. 

Posted by 파비 정부권

박원순 시장이 무엇 때문에 유럽 순방을 취소하고 스스로 메르스 대책본부장을 자임했겠습니까? 박 시장이 대권주자라는 거 모르는 사람 있습니까? 박근혜 대통령하고 뭔가 비교가 되려고 그러는 거지요.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겁니다.”

 

모 방송사의 뉴스프로에 출연한 한 논객의 말이다. 한숨을 쉬면서 그런 생각을 한다. 역시 개 눈깔에는 똥밖에 안 보이는 거로구나. 물론 이해가 안 되는 바 아니다. 먹고 살아야 하니까. 종편이든 케이블방송이든 나와서 자기도 모르는 무슨 소리든 떠들어야 살 수 있으니까.

 

나는 변희재도 이해했었다. 그가 그러는 것도 다 먹고살기 위함이다. 자본주의사회에서 먹고산다는 게 얼마나 처절하고 눈물겨운 일이던가. 그리고 인간은 여느 동물과 달리 자기도 모르고 하던 일을 계속하다 보면 그게 진짜인 것처럼 믿게 되는 능력이 있다.

 

사이비종교도 그래서 번창하는 거 아닌가. 상식으로 이해 안 되는 일들이 우리가 사는 세계에는 비일비재하다. 나는 박원순 시장이 특정 의사를 지목해 발표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오류와 과장된 제스처로 인한 문제의 소지가 있을 수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오늘 박 시장의 발언처럼 과잉대응이 늑장대응보다 훨씬 낫다. 지금 이 순간 중요한 것은 사람의 안전이다. 누구 말이 옳니 그르니 진실공방 할 때가 아니다. 대통령이 있는데 서울시장이 왜 나서나 따질 때도 아니다. 대통령이 일 잘하면 서울시장이 나설 일도 없었을 거다.

 

박원순 시장이 유럽 순방 취소했다고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 가는 게 뭐 어떻다 이런 말씀은 하실 말씀이 아니지 않습니까? 16일까지 메르스 사태가 진정되면 박근혜 대통령 미국 순방 가시면 됩니다. 그걸 누가 뭐라 합니까? 박 시장하고 상관없이 가시면 되죠. 그러나 16일까지 진정이 안 되면 가시면 안 되는 거고요.”

 

이 분은 정신 똑바로 박힌 논객이다. 옳은 말이다. 박원순 때문에 미국 못 가게 됐다고 시위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가시면 된다. 사태가 진정이 안 되더라도 꼭 가시고 싶다면 가시면 되는 것이다. 대통령이 서울시장 눈치 볼 일이 아니다. 그리고 또, 일개 논객이 대통령 걱정해줄 일도 아니고.

 

케이블방송 뉴스 프로그램 보면서 아, 이런 거 자꾸 봐야 되나, 정신이상자들의 쇼 같은 이런 방송을 자꾸 봐야 하나, 내가 왜 이걸 보고 있지, 하는 자괴감을 어쩔 수 없다. 아무리 먹고사는 게 중요해도 그렇지, 꼭 저렇게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여야 되나.

 

초딩들에게 쪽팔리지도 않을까. ㅠㅠ

Posted by 파비 정부권

마산의료원 근처 식당에 늦은 아침 겸 점심을 먹으러 갔다. 들어가니 아니나 다를까 TV조선이 틀어져 있다. 신통방통인지 지랄방통인지가 한참 쇼를 하고 있었다. 늘 그렇듯이 나는 자리에 앉자마자 큰소리로 말했다.

 

사장님, 채널 좀 돌리 주이소. 정신이 하나도 없다. 와 저리 정신병자들 나와서 하는 방송을 보는교? 같이 정신병 걸립니데이.”

, 손님 맘대로 하이소. 여기 리모콘 있심더.”

 

6천 원짜리 돼지뼈다구우거지탕을 시켰다. 음식은 맛있다. 반찬도 정갈하고 특히 고추를 찍어먹는 된장이 맛있었다. 마음속으로 , 당분간 이집에 와서 식사를 해결해야겠군하면서 고개를 들어 벽을 보는데, , 거기에 박근혜 사진이 떡하니 걸려 있는 게 아닌가. 이런 젠장. 밥맛 다 떨어졌다. 밥을 다 먹고 나오면서 꾸깃꾸깃 구겨진 천 원짜리 여섯 장을 꺼내 주면서 내가 말했다.

 

사장님. 음식이 정말 맛있는데예. 그래서 이집을 앞으로 단골식당 삼고 싶었는데예. 그런데 마 저기 박근혜 사진 걸려 있는 거 보고는 김이 팍 새삤음미더. 고마 밥맛이 절반으로 뚝 해삐네요. 단골 할라켔드마느 안 되겠네요.”

?”

 

이노무 손님이 대체 뭔 소리를 하는 거여?’ 하는 표정으로 멀뚱하니 쳐다보는 주인아주머니를 뒤로 하고 성큼성큼 보무도 당당하게 아무 미련도 없다는 듯이 나는 큰 걸음으로 그 가게를 벗어났다.

 

물론 나는 싫어하지만, 박근혜를 영웅처럼 흠모하는 분이 있다면 이 밥집에 가시면 되겠다. ^^



   

Posted by 파비 정부권
TAG 박근혜

무소속, 기호5번, 지지율 1% 미만, 이런 지표들로만 보자면 김소연을 박근혜와 비교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는 두 여성이 살아온 지난 궤적을 통해 이들의 삶이 확연히 달랐으며 앞으로도 다를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박근혜는 공주였습니다. 그녀의 말과 행동을 보면 청와대는 다시 돌아가야 할 집입니다. 마치 무너진 왕조를 되살리는 것이 그녀가 살아야할 이유인 듯이 보입니다. 그녀의 ‘시대교체’ 카피는 유신시대로의 회귀를 뜻하는 것이라는 불안감이 많은 사람들 사이에 있습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박근혜 캠프의 김성주 선대위원장은 트위터에 “이제 슬슬 손볼 자들 명단을 짜야겠다”는 식으로 으름장을 놓습니다. 김성주 개인의 무지한 오만함이라고만 하기엔 많은 이들의 불안이 너무나 현실감이 있습니다. 오늘도 뉴스를 보니 새누리당 인사들의 막말행진이 이어집니다.

“간신 안철수는 죽여버려야 한다.”

오, 정말이지 무섭습니다. 그에 비해 김소연은 어떤 사람일까요? 그녀는 평생을 노동자로 살았습니다. 노동자들이 인간답게 사는 세상을 꿈꾸며 노동운동에 몸을 던졌습니다. 1895일 동안 해고자복직투쟁을 이끌었고 승리했습니다. 아마도 어쩌면 김소연 같은 이는 새누리당의 ‘슬슬 손봐야할 명단 1순위’일지도 모릅니다.

경남블로거들과의 간담회에서 본 그녀는 목이 한껏 쉬어 있었습니다. 쇳소리가 섞여 나왔습니다. 그 이유를 그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희들은 주로 투쟁사업장, 송전철탑 농성장, 쌍용차, 현대자동차 농성장 등을 돌며 선거운동 하고 있습니다.”

그녀가 달려가는 곳은 사회로부터 소외된, 배척당한 사람들이 모인 곳입니다. 그곳에서 그녀는 목이 터져라 외칩니다. “우리의 운명을 다른 이들에게 맡겨서는 안 됩니다. 우리의 운명은 우리의 힘으로 개척해야 합니다.”

그녀는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번화가의 거리에서도 큰소리로 외칩니다. “1800만 노동자와 그 가족들이 힘을 합치면 세상을 뒤엎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박근혜 후보는 어떻게 선거운동을 할까요? 그녀는 대규모 군중들을 이끌고 우아하게 손을 흔듭니다. 그리고 악수를 합니다. 악수를 너무 많이 해서 손이 아프다며 경우에 따라선 악수를 거부하기도 해서 말썽이 나기도 합니다.

그녀는 아니라고 하지만, 우리가 보기엔 악수를 청하는 상대가 너무 남루해서 그렇다는 의심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아무튼 그녀는 악수를 너무 많이 해서 손이 부었다며 붕대를 감고 다니기도 했습니다. 붕대를 감은 이유는 누가 보더라도 악수를 피하기 위한 방편이란 걸 모를 리 없습니다.

@경남블로그공동체(경블공)와 간담회 하는 김소연 대통령후보 @사진.. 양솔규

자, 그럼 여기서 제목에 대한 정답. 박근혜와 김소연의 차이는? 

박근혜는 군중들을 향해 우아하게 손을 흔들고 악수하느라 손이 아프고, 김소연은 철탑농성장을 찾아다니며 목이 터져라 외치느라 목이 아픕니다. 박근혜는 손이 아프다며 남루한 서민들과의 악수를 피하고, 김소연은 목에서 쇳소리가 나도록 쉬어도 외치기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알 수 있습니다. 김소연이야말로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첫 여성대통령감이 아닐까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궁금하게 여깁니다. “왜 나왔니? 겨우 영점 몇 퍼센트의 지지도 안 되는데 되지도 않을 거 왜 나왔니?” 그녀는 당당하게 말합니다. “새로운 진보정당운동의 씨앗을 심기 위해 나왔다.”

마침 어제 늦은 밤, 진보정치의 영원한 정책통 이재영씨가 숨을 거두었습니다. 어느 분의 추도글 제목처럼 실로 ‘큰 별이 인간의 대지에 떨어졌’습니다. 그가 마지막으로 썼던 글 중에 일부가 그녀의 답변을 훌륭하게 대신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습니다.

“제 한 몸 살리겠다고 불량배의 사타구니 밑을 기는 것은 일시의 모면책일 뿐이다. 잔도를 불사르고 파촉(巴蜀)에 깃드는 것만이 장래의 출사를 도모할 수 있는 유일한 방책이다. 독립적 정치세력임을 흔들림 없이 천명하고, 작은 영지(領地)나마 소중히 가꾸어 나가는 것이 현단계 진보정당운동의 과제다.”

Posted by 파비 정부권

깜짝 놀랐습니다. 나이 스물여섯 먹었다는 대선후보 찬조연설원이 대학등록금을 벌기 위해 시급 2500원짜리 아르바이 경험을 이야기할 때 저는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아니, 저 친구 정말 새누리당 연설원이야?

하지만 그 젊은이는 진짜 새누리당 연설원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습니다.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든든한 일자리 단장’ 이종남입니다. 나이는 스물여섯이고요. 나이 외에 저를 소개할 수 있는 건 아르바이트 경력이 10년 된다는 것 외에는 없는 것 같네요.”

그는 10년 넘게 아르바이트를 해 학업을 이어왔다고 했습니다. IMF 때 아버지의 사업이 망해 어렵게 공부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이런 사정은 너나없이 마찬가지여서 그가 생각할 때 대부분의 학생들이 아르바이트가 용돈벌이가 아닌 생계수단이 되고 있다고 그는 말합니다.

정말이지 그의 말은 틀림이 하나 없습니다. IMF로 경제가 무너지자 단란했던 가정에는 불화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는 그의 말은 실로 공감이 갑니다. 먹고 살기 힘든데 집안이 화목할 리가 없습니다. 가난한 집에 웃음꽃이 더 핀다는 말은 다 거짓말입니다. 그의 육성을 한번 들어보시죠.

“하지만 밥은 먹게 해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하루 8시간 일하면 근로기준법상 1시간 휴식시간을 갖게 되어 있는데 10시간씩 일하면서도 휴식시간에도 시급은 나가는 것이니, 점심시간에 저녁밥까지 먹으라는 식입니다. 그러니 저녁밥을 안 먹는 게 당연한 것이 돼버렸습니다.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 하면서 저녁밥을 못 먹는다? 점심시간에 두 끼를 한꺼번에 먹고 밤까지 일해라? 이런 불합리한 경우가 어디 있습니까? 저는 남자라 조금 더 참을 수도 있지만, 여학생 아르바이트는 더 힘든 일이 많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가 하는 말들은 모두 옳은 것이었으며 그의 하소연은 실로 눈물겨운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처음엔 깜짝 놀랐다가 나중엔 분노가 치밀었습니다. 왜냐고요? 그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그 젊은 청년이 너무도 뻔뻔스럽게 박근혜를 지지한다고 말했기 때문입니다.

IMF를 말하고 근로기준법에도 미치지 못하는 열악한 아르바이트 근로환경을 말하고 지나치게 비싼 등록금을 말하면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만이 이런 모든 부조리와 불합리를 타파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하니 기가 차지 않을 수 없지 않습니까?

IMF를 만든 장본인이 누구고 근로기준법 적용도 못 받는 비정규직을 양산한 것이 누구며 비싼 등록금으로 학생과 학부모들의 주머니를 갈취하도록 조장한 세력이 누군데 이따위 망발을 할 수 있는 것인지, ‘그 젊은이가 정녕 대학에서 공부를 하는 학생이 맞을까?’ 하는 의심마저 들었습니다.

그 청년은 초두에 “제가 새누리당을 열심히 돕고 있다고 하니까 새누리당도 알바 아니냐고 곱지 않은 시선으로 싫은 소리 하실 지도 모르겠네요” 라면서 알리바이를 만들려고 했습니다만, 제가 보기에 그는 ‘새누리당 알바’가 분명해보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뻔뻔한 얼굴을 하고서 이런 사기를 칠 수는 없는 노릇이죠.

아르바이트가 아니라면 그는 후보를 잘못 선택한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스스로도 자격지심에 “저더러 알바 아니냐고 하실지 모르겠지만”이란 말로 변명을 한 것이 아닐까요?

Posted by 파비 정부권

이런 거죠. 타임지가 박근혜를 표지모델로 쓰고 스트롱맨스 도터라고 적은 것은 독재자의 딸이란 뜻이었죠. 한마디로 쪼다 같은 사우스 코리아 피플들 엿먹어라, 이거였죠. 스트롱맨은 주로 북한 김정일이나 리비아 까다피를 호칭할 때 쓰던 단어.

그런데 한국언론, 특히 게비에스가 이를 두고 "타임지가 박근혜를 표지에 싣고(독재자의 딸이란 해석은 빼고 마치 의미있게 주목한 것처럼) 그녀의 역정과 정치비전을 다뤘다"고 사기를 쳤다는 거죠. 새누리당이 스토롱맨스 도터를 독재자의 딸이 아니라 강력한 지도자의 딸 운운하며 제멋대로 번역하는 거야 똥개들의 아전인수니까 이해한다지만 공영방송 게비에스는 정말 역겹군요.

일부 쓸개 빠진 몰지각한 한국인들의 이런 몰상식한 행동에 타임지가 즉각 반응했네요. 인터넷판에다가 스트롱맨스 도터를 딕테이터스 도터로 바꿨다는 것. 이건 빼도 박도 못하는 분명한 독재자의 딸. 이건 뭐라 해석하실 건가? 새누리와 게비에스야. 니들 영어 잘 하잖아. 번역해봐. bonehead들아.

아무튼 쪽 팔린 일입니다. 외국인들의 눈에 한국은 남쪽이나 북쪽이나 비정상적인 인간들이 모인 디스트릭트나인인 거죠. 에구~


왼쪽은 타임지 표지사진. 오른쪽은 나의 페친이 합성한 사진. 합성사진이 곧 타임지의 본뜻 아니었을까. 대충 뜻을 보면, "코리아에 존재하는 두개의 왕조. 남한국민들은 박씨 왕조를 수립했다. 왜 한국인들은 독재자를 숭배할까?"

ps; 방금 페북 담벼락에 끌적거린 글임. 

Posted by 파비 정부권

박근혜 후보는 부마민주항쟁 군사진압에 대한 사과와

진상규명 등의 요구에 대한 응답부터 하라

박근혜 후보진영에서 ‘부마민주항쟁기념식은 국민대통합 차원에서 박 후보가 꼭 가야 한다’는 입장이라 한다. 그리고 이번 주 중 ‘경남을 찾아 부마민주항쟁기념식에 참석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고 14일 보도되고 있다.

먼저, 본회는 18일 창원시 마산의 부마민주항쟁기념식에 박근혜 후보는 물론 어느 대선 후보도 초청한 사실이 없음을 밝힌다. 과거사위원회의 결정에 의하면 박 후보는 부마항쟁 관련 국가 폭력 및 인권침해의 가해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33년간 역사적 재평가와 진상규명이라는 요구를 외면해 왔고, ‘부마민주항쟁’ 언급조차 없었으며, 사과 한 마디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기념사업회가 박 후보를 먼저 초청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상상도 할 수 없는 쓸개 빠진 일이다. 박근혜 후보가 먼저 대선후보라는 권위를 내세워 기념식에 참석 하겠다면, 이는 정치도의나 인간에 대한 예의에 크게 벗어남을 분명히 밝힌다.

15일 박근혜 후보가 새누리당 경남선대본부 출범을 위해 마산에 온다고 한다. 박 후보는 그간 여러 차례 우리가 요구한 바에 대해 먼저 답부터 해야 한다. 우리의 요구를 다시 간추리면 박정희 정권의 ‘반국가적 부마 폭도 난동’ 규정과 이에 대한 합법적, 불법적 군사진압이 잘못이라는 것, 반유신 부마항쟁이 헌법적 가치 회복을 위한 주권자의 정당한 민주화 운동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부마항쟁 진압과 수사 과정의 사망, 인권유린에 대한 정중한 사과와 이에 대한 책임을 표명하는 것, 이후 후속 조치로 부마항쟁 관련 전면적 진상규명과 부산·마산시민 명예회복, 배상과 예우 등에 대한 제도적 입법 조치 등이다.

참고로 사업회는 해마다 기념식을 하면서 정당을 불문하고 경남도지사, 도의회 의장/의원, 창원시장·의회의장/의원과 지역구 국회의원 등 선출직 대표들을 초청해 왔다. 지난 해 마산지역 한나라당 국회의원과 야당 국회의원들의 부마항쟁특별법 발의에 호응하여 한나라당 경남도의원들이 부마항쟁특별법 통과촉구 결의안을 채택했지만 한나라당은 이를 부결한 바 있으며 올해 다시 재발의 추진 중이다.

2012년 10월 14일

(사)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

※ 부마항쟁기념사업회에서 보내온 성명서 전문입니다. 저는 부마기념사업회 회원은 아니지만(그 당시 중학생이었음), 성명서 전문에 깊이 공감하는 바라 여기 게재합니다. 

Posted by 파비 정부권

기자 회견문 /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

박근혜 후보에게는 ‘부마민주항쟁’이

아직도 ‘반국가적 폭도들의 난동’인가 ?

24일 박근혜 후보의 과거사 관련 기자회견을 접하고 우리는 오히려 참담하고 시민적 공분이 끓어오른다.

1979년 10월의 ‘반유신 부산·마산사건’에 대해 박정희 정권은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하고 사회를 혼란시키는 폭도들의 난동인 ‘부마사태’로 규정하고, 군대까지 동원하여 진압했다. 이후 끈질긴 진상규명, 명예회복 투쟁을 거쳐 적어도 1999년 이후에는 정치적, 법적으로 3.15의거,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6월항쟁과 함께 한국의 대표적인 민주화운동인 ‘부마민주항쟁’으로 규정되었다.

그러나 박근혜 후보는 정치 일선에 나선 이래 십 수년간 단 한 번도 부마항쟁과 이에 대한 군사진압과 고문 등으로 인한 시민적 피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철저히 무시했다. 전태일, 장준하, 인혁당 사건을 언급하고, 광주 5.18과 제주 4.3을 방문해도, 마산의 3.15 국립묘지를 방문해도 유신체제하에서 죽어가던 3.15의거 정신을 되살린 부마항쟁에 대해서는 눈뜬 장님과 벙어리 행세를 했다. 최근 부마항쟁과 관련하여 과거사위원회가 국가에 대해 ‘인권침해 피해자 확인, 그 명예회복, 피해 구제조치’를 권고하고, 이 부실조사 이후 지난 해에는 32년만에 부마항쟁 당시 참혹하게 사망한 시민 유치준 님의 유족이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지난 해에는 부마항쟁 진상조사 등을 위한 특별법안이 국회에 상정되어도 친박계 중심의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이를 부결, 폐기해 버렸다.

이런 무시와 침묵 정치의 연장선에서 박근혜 후보는 24일의 기자회견에서 인혁당을 언급하면서도 부마항쟁에 대해서 끝내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 날 오후 부마항쟁 현장인 부산에서의 한 마디를 기대했지만, 우리를 조롱하듯 세간에 유행하는 말춤 시늉을 보여 주었을 뿐이다. 마산 출신의 중진 국회의원이 박근혜 집권 새누리당 중역을 맡고, 박 후보 선거 캠프에서 핵심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그렇다.

박근혜 후보가 33년 전 청와대의 퍼스트 레이디 역할을 하던 시절 날벼락같이 일어난 부마항쟁과 이에 대한 군사적 진압은 아버지 박정희마저 흉탄에 가게 한 10.26 사태의 결정적 계기가 되었으니 끔찍할 것이다.

그러나 이제 박근혜 후보가 너무나 늦었지만 다행히 5·16과 유신은 명백하게 헌법적 가치를 훼손했다고 인정했다. 그렇다면 ‘유신철폐, 독재타도’를 내건 부산·마산사건은 민주헌정질서 회복을 위한 박정희 치하의 최대 민주화운동이 아닌가 ? 더욱이 박 후보가 그렇게 자랑하는 ‘한강의 기적’이 박정희 정권 말기에 정치경제위기에 처하면서 고통을 겪어 온 학생, 시민, 노동자들의 분노의 몸부림이 아닌가 ?

이런 명백한 역사적 사실을 외면하고,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말하고 싶은 것만 말하는 박근혜 후보의 역사 인식의 건전성과 진정성에 대해서, 적어도 부마항쟁에 관한 한 우리는 전혀 인정할 수 없다. 박 후보는 아직도 엄중한 과제가 산적한 시대의 대한민국에서 박정희의 딸이라는 생물학적 관계의 성벽에서 온전하게 벗어나지 못한 미성숙한 정치인일 뿐이다. 더욱이 박정희 대통령의 행적과는 별도로, 퍼스트 레이디로서 경남 마산 등지에서 대규모의 충효예 한마음운동 관제조직을 만들며 ‘유신만이 살 길’이라고 한 박 후보 자신의 책임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거나 알아도 모른 척 하고 있다.

1979년 10월, 유신체제 선포 7주년에 ‘유신철폐, 독재타도’를 내건 부마민주항쟁은 이제 항일·반유신독재 지도자 장준하 선생 타살 의혹 사건, 그리고 3.15의거 당시 김주열 시신 모습을 보도한 부산일보·정수장학회 사건 등과 함께 유신시대의 3대 미해결 사건이다. 그리고 부마항쟁은 집권 공당의 대선 후보 박근혜의 진정성을 시험하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다.

박근혜 후보는 이제라도, 대선 후보자로서 그리고 당시 퍼스트 레이디로서 반유신 부마항쟁이 헌정질서 회복을 위한 정당한 민주항쟁임을 명확히 인정하라. 동시에 이에 대한 야만적이고 불법적 군사진압이 헌법적가치를 훼손한 것임을 인정하라. 그리고 부마항쟁 관련 사망자 유족, 고문 등의 피해자에 대해 정중하게 사과하라. 이것을 거부하면, 박 후보가 ‘박정희의 딸’에 갗히어 아직도 부마항쟁을 ‘폭도 난동 사태’라는 퇴행적이고, 반민주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간주하고, 주권자 국민으로서 합당하게 대응할 것이다.

2012년 9월 26일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 

Posted by 파비 정부권

‘수첩공주’ 언제부터인가 박근혜에게 붙여진 별명입니다. 왜 이렇듯 ‘수첩’과 ‘공주’의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 만들어진 것일까요? 물론 설명이 필요 없습니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야기의 전개를 위해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이렇습니다.

정치인 박근혜는 수첩이 없으면 현안에 대한 질문조차 답변을 잘 하지 못한다. 말을 잘 하지 못하는 스타일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는 게 없어 그렇다는 것이 중론이다. 수첩을 보지 않고서는 말을 못한다는 것이다. 수첩공주는 박근혜를 비하하는 놀림용으로 만들어진 조어다.

몇 년 전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나왔던 박근혜가 수첩에 없는 돌발질문을 하자 버럭 화를 내며 “지금 나하고 싸우자는 거예요?” 했다는 일화는 두고두고 회자됐습니다. 그리고 어제 KBS 9시뉴스 기자(곽희섭)의 입에서 이 수첩공주가 다시금 등장했습니다. 그런데….

“… 1979년 박정희대통령이 암살되기까지 국정을 도무며 무엇이든 기록하던 습관은 훗날 수첩공주라는 별명을 낳았습니다. …”

실로 어이상실입니다. 요즘 멘붕이란 말이 유행하더니 다 이런 때를 위해 만들어놓은 조어인 듯합니다. 언론이 도둑도 사회사업가로 만들고 악질친일분자도 독립지사로 만들어버리는 요술방망이를 가진 줄은 진즉 알았지만 이정도일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박근혜의 무지와 무능을 비하할 의도로 당대에 만들어진 별명이 졸지에 과거부터 그녀의 세심하고 헌신적인 지도자적 소양을 칭송하던 별칭이었던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그 뻔뻔함을 기자라는 이름으로 버젓이 하는 이 기막힌 현실이 존재하는 곳이 바로 대한민국이라니.

수첩공주라는 지극히 불쾌하고 수치스러운 이 별명을 공세적으로 역이용하자고 나선 것은 물론 박근혜쪽이었습니다. 작년 10·26 재보선을 앞두고 개설된 페이스북에 수첩공주가 등장했던 것입니다. 물론 박근혜의 머리에서 나온 것은 아닐 테지요. 그럼 그녀는 더 이상 수첩공주가 아니니까요. 

부정적인 이미지의 수첩공주를 “열심히 잘 듣고, 잘 적고, 반드시 실천하겠다”는 긍정적인 이미지로 바꾸려는 이 시도는 아주 현명한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 박근혜 캠프에 장자방이 있어 훌륭한 지략을 낸 거겠지요.

그리고 수첩공주란 별명이 박근혜의 무지와 무식을 비하하려는 의도로 만들어지긴 했어도 수첩에 열심히 적고 살펴보는 것이 결코 나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이런 습관은 매우 바람직한 것으로 권장되어 좋은 것입니다. 기록은 지혜의 어머니가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KBS 곽기자의 ‘수첩공주’ 멘트는 방송이 다시 1980년으로 돌아가 ‘땡전뉴스’라도 부활하려는 듯이 보입니다. 수첩공주를 부정의 이미지에서 긍정의 이미지로 개선시키려는 노력은 갸륵한 것일지 몰라도 거짓이나 사기를 쳐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물론 곽기자는 단순히 박근혜 캠프에서 주는 정보를 토대로 기사를 쓰고 읽었을 뿐이라고 변명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는 곽기자의 기자로서의 소양만 의심받게 할 뿐입니다. 명색이 기자가 세간에 떠도는 여당 유력대선후보의 소문을 모른다는 것은 말이 안 되니까요.

만약 정말로 KBS 곽희섭 기자가 수첩공주의 진실을 모르고 있었다면, 곽기자야말로 ‘수첩기자’라 불러야 할 것입니다. 하긴 기자들은 늘 수첩을 지니고 다니긴 하지요. 그렇다면 사람들이 곽기자를 일러 수첩기자라고 비아냥거릴 때도 이렇게 말할 수 있을까요?

“… 평소 학창시절부터 열심히 공부하며 무엇이든 기록하던 습관은 훗날 수첩기자라는 별명을 낳았습니다. …”

어쨌든 이쯤 되면 박근혜 캠프의 의도이든, 알아서 기는 기자의 과잉충성이든 수첩공주의 탄생에 대한 진상을 밝히기 위하여 어쩌면 우리도 이런 조직 하나 만들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박근혜에게 수첩공주의 진실을 요구합니다>

약칭을 <수진요>로 해야 할까요, <박진요>로 해야 할까요? 

ps; 첨부한 동영상이 진실을 어느 정도 알려줄 수 있을 것 같군요. 동영상 재밌습니다. 박근혜 왈, "굉장히 준비를 잘해서... 정부가 유도를 하고... 기업 쪽에서는 적극적으로 노력을 하고... 이산화가스... 어, 산소가스를..." 걍 웃음만 나옵니다. 어쨌든 웃음주니 즐겁기는 합니다. ㅎㅎ

http://www.youtube.com/watch?v=s8WkhYLDjFA&feature=player_embedded  



Posted by 파비 정부권

카다피가 심각한 부상을 당한 상태에서 죽기 전에 “쏘지 마!”라고 외치기도 했다고 외신들이 전하자 이 기사에 우리나라 네티즌들이 단 댓글 중에 하나를 소개한다. 물론 댓글들은 자기가 지지하는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카다피에 김정일을 빗대기도 하고 일부는 이명박을 빗대기도 한다. 하지만 10.26을 불과 며칠 앞둔 시점에서 카다피의 최후는 뭔가 특별한 감회를 우리에게 주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에게도 박정희라는 독재자의 비참한 최후를 목도한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자, 그럼 예의 그 댓글을 보기로 하자.

“우리나라에 태어났으면 동상에 기념관 그리고 자식은 대권을 바라보는 정치인으로 거듭났을 것을... 운명은 상대적이야...”

아마도 대한민국의 유력한 차기 대통령으로 거론되고 있는 박근혜를 빗댄 말로 보인다. 아시다시피 박정희는 3선 개헌에 이어 유신헌법을 제정해서 영구집권을 시도했던 독재자다. 통일주체국민회의라는 초유의 친위기관을 만들어 거기에서 대통령을 선출하도록 했으니 스스로 자신을 대통령으로 뽑았다고 비판해도 누가 뭐랄 수 있을까.

심지어 유정회라는 것을 만들어서 국회의원 정수의 1/3을 자기가 뽑았으니(물론 형식적으로는 자기가 지명하고 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 선출했단다. 그러고 보니 통대, 정말 대단한 거였네!) 말 다한 것이다. 박근혜는 바로 그 박정희의 딸이다.

일각에서는 박정희가 잘못한 것을 딸에게 전가하는 것은 가혹한 처사로서 옳지 못하다고 하는 이도 있다. 과연 그런가? 박근혜는 그저 유신잔당일 뿐인가? 그렇지 않다. 박근혜는 박정희의 부인 육영수가 죽자 그를 대신해 영부인 행세를 했다. 그녀는 사실상 유신본당을 자임한 셈이다.

세상에 어떤 민주주의 나라에서 대통령 부인이 죽었다고 그 딸이 대신 영부인 행세를 하게 하는가. 그럴 수 있다고? 대통령 옆에 선 나이 어린 여자 앞에 서서 허연 머리를 조아리며 길게 늘어선 꼴들을 상상해보시라. 오늘 이 순간 다시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우리는 그걸 받아들일 수 있을까?

며칠 전에 10.18부마민주항쟁 기념식이 있었다. 그 자리에 참석했던 한 인사는 이렇게 말했다. “정말이지 박근혜 같은 사람이 이런 대접을 받고 있다는 게 너무 치욕스러워요. 그럼 우린 뭐죠? 부마항쟁으로 감옥에 들어가서 사선을 넘나들며 고문을 당하고 그랬던 우린 그럼 대한민국에 역적인가요?”

요즘 세상 돌아가는 꼴을 보면 3.15의거도 4.19혁명도 다 역적들이 작당한 폭동이 되는 분위기다. 생각해보자. 4.19혁명으로 쫓겨난 이승만의 동상을 세우고 KBS에서 미화방송을 하는 이런 작태가 내놓고 4.19혁명을 욕보이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앞에 언급한 부마항쟁의 주역이었다는 한 인사는 지금도 고통스럽지만 박근혜가 대통령이라도 잡는 날에는 이민이라도 가야지 더 이상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살겠냐고 말했다. 그렇게 비교하니 카다피야말로 참으로 불쌍한 인간이다. 우리나라에 태어났으면 동상도 세워주고 기념관에 자식들은 대권도 바라보면서 호의호식하고 살 텐데 말이다.

물론 그저 우스갯소리에 불과할 뿐이지만 댓글을 보는 순간 참으로 슬펐다. 그나저나 카다피의 죽음에 명복을 빌어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부마항쟁 때 붙들려 죽도록 고문을 당했다는 어떤 이는 구치소에서 박정희 사망 소식을 듣고 서로 통방을 해서 이렇게 기도했다고 하던데...

“이 불쌍한 영혼을 거두어주시고 어쩌구...”

Posted by 파비 정부권
지난 6월 24일 오후3시부터 6시까지 부산민주공원 옥상 마루에서 <100인닷컴>과 <경남블로그공동체> 주최로 김정길 전 행자부장관 블로그합동인터뷰가 있었습니다. 인터뷰는 예정된 시간을 30분이나 훌쩍 넘겨 6시가 넘어 끝났습니다. 못다 한 질문도 많고, 못다 한 답변도 많았지만 나름대로 알찬 인터뷰였다고 생각합니다. 가볍게 산책하는 마음으로 인터뷰 기사를 연재하려고 생각했지만, 역시 정치인에 대한 이야기라 의도와 달리 무거워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지난 6월 12일 김정길 전 장관은 대선 출마를 선언했습니다. 내년 총선에도 선도 출마해 부산에서 최소 5석, 최대 10석까지 얻어 대선에서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각오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날 인터뷰에는 서울, 부산, 창원에서 15명의 블로거를 비롯 20명이 참여했습니다.  

ps; 어제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보니 김정길 전 장관이 유력 대선후보로 급부상했다는 소식입니다. 야권후보 경쟁에 새로운 변수가 생겼습니다. 반가운 일입니다. 우리 블로그공동체와 100인닷컴 탓이라고 꼭 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우리가 블로그인터뷰한 내용을 포스팅하고, 100인닷컴에 기사도 올리고 하는 와중에 생긴 일이라 사실 좀 흐뭇하긴 합니다. ㅎㅎ~ 이글은 100인닷컴에 미리 실었던 내용입니다.  <파비>

 

이윤기 부장(마산YMCA 기획부장, 블로그 ‘이윤기의 책읽기 세상읽기’ 운영자)이 제대로 된 문제제기를 하셨습니다. 김정길, 분명 박근혜나 손학규보다는 훨씬 매력적인 인물인 거 같기는 한데 뭔가 ‘딱’ 하는 게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오랫동안 뉴스의 중심에서 멀어졌기 때문일까요?

꼭 그렇다고만 할 수는 없을 거 같습니다. 야인으로 은인자중하며 살다가도 혜성처럼 나타나 정계를 뒤흔드는 사람들을 우리는 많이 보아왔습니다. 물론 그런 사람들은 숨어(?)지내는 동안에도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기는 했습니다.

아무튼 이윤기 부장의 지적은 날카롭고 정확했다고 생각합니다. 김정길 전 장관이 사실상 대선출정식이었다고 해야 할 ‘김정길의 희망’ 책 출판기념회에서 말한 ‘노무현은 바보, 나는 왕바보’라는 슬로건에 대해 ‘노무현을 넘어서야 대권에 다가갈 수 있다’고 한 지적 말입니다.

그런데 몇몇 분들이 이 ‘노무현을 넘어서야 대권에 다가갈 수 있다’고 한 이윤기 부장의 문제제기에 대해 잘못 해석하고 있는 거 같아 한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원래 저의 ‘김정길 블로그 합동인터뷰 취재산책’이 이쪽 길로 나갈 생각이었던 것은 아닌데 의도하지 않게 잠깐 샛길로 들어서야 할 것 같습니다.

사실을 말씀드리면, 저는 미리 ‘김정길 인터뷰’에 질문을 여러 개 준비하고 있었고 그 중에 하나가 “보편적 복지에 대해 나름 확고한 입장이 계신 듯한데, 이른바 민주정부 10년,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공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신자유주의, 한미FTA 등으로 인해 많은 노동자들이 해고되고 농민들의 삶이 위협받았던 것은 김 장관님이 말씀하시는 보편적 복지와는 반대방향 아니었을까요?”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외에도 준비한 질문들의 요지는 비슷해서 모두 보편적 복지, 교육개혁에 대한 생각, 선거제도 개혁 등 진보적 의제에 관한 것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날 블로그 인터뷰에 질문이 너무 많이 쏟아지고 예정된 시간도 2시간 30분을 훌쩍 지나 3시간을 넘기고 있었기 때문에 이 질문들은 하지 못했습니다.

▲ 블로그합동인터뷰 전 부산민주공원 기념관에서 1971년 유신헌법 선포 당시 전국에서 총학생회장으로 유일하게 구속됐을 때 사진과 기사 등을 들여다보며 감회에 젖고 있는 김정길 전 장관 @사진. 포토뮤 제공

하지만 다른 질문들에 대한 답변을 통해 느낄 수 있었던 것은, 김정길 전 장관이 지역주의 타파, 정치적 민주주의, 남북관계 개선 등에 대해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는 것은 분명했지만, 복지, 선진적 정치개혁 등 진보적 의제에 대해선 매우 추상적인 견해만 갖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윤기 부장은 “김정길을 봤을 때 노무현을 넘어서는 어떤 임팩트가 느껴지지 않는다”라고 했을지도 모릅니다. 저는 이윤기 부장의 생각처럼 “바보 노무현보다 나는 더한 왕바보다!”라고 선전하는 것은 정말 바보짓이며 진짜 노무현과 자신을 비교하고 싶다면 노무현보다 더 강한 임팩트를 표출하는 것이 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뭘까요? 진보적 의제에 대한 본인의 정확한 답안지를 만들고 그걸 선전해야 된다는 것이 저의 생각인 것입니다.

2012 대선은 그야말로 ‘복지전쟁’이 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예측입니다. 이런 흐름에 편승해서 민주당은 전통적인 보수정당이면서도 무상급식을 말하고 나아가 보편적 복지를 얘기하고 있습니다.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이 자기네 당 대표 경선에 나와서 한 말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무상급식, 이거 무상시리즈의 출발점이에요.” ‘무상시리즈’란 표현은 홍 의원 입장에선 ‘매우 불쾌한 정책이다. 이거 사회주의 정책 아니냐?’라면서 ‘한나라당 대표 경선에 나온 일부 후보가 이런 주장에 동조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 하는 공격적 어법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홍 의원의 말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무상급식은 무상시리즈의 작은 시작에 불과하며 종착점에 다가갈수록 ‘무상교육, 무상의료’ 같은 보다 선명한 구호들을 만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무상시리즈는 실제로 사회주의 정책이 맞습니다. 그런데 사회주의 정책이면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나쁜 것이라고 말해야 하는 것일까요? 왜 꼭 아니라고 부정하며 방어적 몸짓을 해야만 하는 것일까요?

아이러니한 것은 사회주의자 탄압으로 악명을 떨쳤던 비스마르크 정권이 사회주의자들이나 반길 사회보장제도를 독일에 제일 처음 도입했다는 것이며, 또한 반공을 국시로 했던 (공산당 활동으로 처형당할 뻔 했던 사람이 반공을 국시로 하다니 이 또한 역사의 아이러니죠) 박정희 정권이 사회주의자들이나 반길 의료보험제도를 도입했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명박 정권은 박정희 정권의 이 치명적인 오류(?)를 수정하고자 동분서주하고 있긴 합니다. 이 정권의 기조에 반해 박근혜 전 대표는 복지를 자주 입에 올립니다만, 그의 부친의 행적을 보면 나름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저는 박근혜의 (아무런 의미도 없이 말장난에 불과한) 복지론이나 민주당의 보편적 복지론에 별 차이를 느끼지 못합니다.

일반 국민들은 어떨까요? 저처럼 복지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별 차별성을 느끼지 못하는데 일반 국민들이 그 차이를 알 수 있을까요? 결국 2012년의 복지전쟁은 소리만 무성한 전쟁이 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이때 김정길 전 장관은 그들과는 다른 자신만의 선명한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한미FTA, 이라크 파병, 국가보안법 같은 문제들에 대한 김 전 장관의 견해가 어떠한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보편적 복지에 대한 김 전 장관의 분명한 입장도 아직은 알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작년 부산시장 선거 때 ‘한 독거노인의 슬픈 사연을 만나고 흘린 눈물’ 같은 이야기는 감동적이긴 해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입니다.

‘부자에게 명예를, 빈자에겐 존엄을.’ 구호는 그럴 듯하지만 제가 보기엔 그저 환상에 불과합니다. 유토피아란 말이죠. 그리고 설령 그런 대통령이, 말하자면 재벌도 좋아하고 노동자도 좋아하는 그런 정권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이 시점에서 저는 이윤기 부장의 말이 백번 옳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모두에게 사랑받는 대통령이 아니라 가난한 이들로부터 존경받는 그런 대통령이 필요한 시대다.”

▲ '100인닷컴' '경남블로그공동체' 합동블로그인터뷰를 시작하기 전 부산민주공원 민주항쟁기념탑에 참배하는 김정길 전 장관 @사진. 포토뮤 제공

만약 김정길 전 장관이 ‘부자에게 명예를!’이란 슬로건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말하면 부자들에게 보다 더 많은 세금을 거둬들여 명예를 얻도록 하겠다는 것이다”라고 말한다면, “그리하여 그 세금으로 모든 국민들에게 복지를 골고루 나눠주겠다”라고 말한다면 모르겠습니다.

그러면 김정길의 보편적 복지론은 환상이 아니라 실현가능한 구체적인 정책이고 공약이 되겠지요. 복지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등장하는 것이 재정 이야깁니다. “돈은 어디서 만들 건데? 그게 없잖아. 그러니까 당신의 정책이 포퓰리즘이라는 거야.”

민주당의 보편적 복지론도 기껏 “4대강에 쓸 돈이면 충분하다”든지 “지금 있는 재정을 잘 활용하기만 해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부자들에게서 세금을 거둬들여 그걸로 국민들에게 복지를 나눠주겠다” 따위의 혁명적인 발언은 절대 하지 않습니다.

왜냐고요? 부자들이 무섭기 때문입니다. 한나라당이든 민주당이든 재벌을 무시하고 어떤 정책을 만들 수는 절대 없습니다. 심상정 전 의원이 경남도민일보 독자모임 강연회에서 한 말이 생각납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절대 재벌을 통제할 수 없습니다.”

아마도 이윤기 부장이 “김정길 전 장관에게서 강한 임팩트는 느끼지 못했다”고 하면서도 “보편적 복지에 대한 뚜렷한 소신을 발견한 점”은 소득이었다라고 생각한 대목이 바로 아래와 같은 김 전 장관의 주장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보육료 걱정하지 않고 아이 낳을 수 있는 나라, 돈이 없어서 병원 치료를 못 받는 일이 없는 나라, 가난 때문에 목숨 끊는 국민이 없는 나라, 가난해서 공부 못하는 일이 없는 나라,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나라, 출산율을 높이고 자살률을 낮출 수 있는 보편적 복지가 실현되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이 부분은 ‘빈자에겐 존엄을!’이란 슬로건을 설명하는 말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정말 좋은 말입니다. 하지만 구체적이지 않습니다. 보다 구체적인 언어로 말해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이런 정도의 표현은 박근혜 전 대표도 할 수 있으며, 김 전 장관의 1차적 경쟁상대인 손학규 대표도 할 수 있습니다.

‘보육료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돈이 없어서 병원치료를 못 받는 일이 없는 나라.’ 제 욕심 같아서는 ‘무상교육, 무상의료’라고 분명하게 말해주면 좋겠지만, 그게 부담스럽다면 어떻게 돈이 없어도 교육받을 수 있고, 병원에도 갈 수 있다는 것인지 그 어떤 다른 방법이라도 알려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한나라당이라면 아마 이렇게 말하겠지요. “부자들에게 세금 깎아주면 되는 거야. 법인세 낮추면 기업의 소득이 늘어나고, 그러면 투자가 활발해지고, 고용이 늘어나고, 그러면 돈 없어 병원 못가는 사람도, 공부하고 싶어도 못하는 사람도 자연스럽게 없어지는 거야.”

현재로선 김정길 전 장관의 ‘부자에겐 명예를, 빈자에겐 존엄을’이란 슬로건이 제가 생각하는 방향과는 많은 거리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모든 보수정객들이 유행병처럼 입에 담는 ‘보편적 복지’와 김 전 장관의 ‘보편적 복지’가 무엇이 다른지도 현재로선 불투명합니다.

다시 말해 그의 슬로건은 진보와 보수를 모두 아울러 ‘표의 확장성’을 노려보겠다는 의도와는 달리 소리만 요란한 ‘복지전쟁’에 잘 들리지도 않을 작은 총소리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판단에는 다른 유력후보들에 비해 인지도가 현저히 낮다는 점도 한 몫 합니다.

▲ 인터뷰 시작 전 블로거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는 김정길 전 장관 @사진. 포토뮤 제공

블로그 <장복산>을 운영하는 이춘모 씨는 이윤기 부장의 글에다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또 다른 정권의 탄생을 기대할 수도 있겠다”라고 댓글을 달았지만, 저는 역시 이윤기 부장의 답글과 같이 “지금 한나라당과 같은 보수세력과 진보를 아우르는 정권은 무의미한 역사의 후퇴”라 생각하고 또 그런 정권이 가능하지도 않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이명박 정권이야말로 가장 솔직한 정권입니다. 그들은 자기들이 취해야 할 스탠스가 어떤 것인지 잘 알고 있고 그걸 숨기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노골적으로 진보에 적대감을 보입니다. 오히려 진보인 척 하면서 수구적 욕심을 채우는 가짜 보수들에 비해 그들은 분명한 판단을 도와준다는 점에서 훌륭합니다.  

자, 대충 결론을 내겠습니다. 김정길 전 장관이 자신의 약점인 인지도 약세를 딛고 대권에 도전하려면 노무현을 넘어서야 합니다. 이것은 블로거 거다란이 이야기한바 ‘이미지의 차별화’가 아니라, 이윤기 부장의 지적처럼 보다 더 선명한 진보적 의제를 발굴하고 주장함으로써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돌아가시기 전에 마지막으로 읽은 책이 <유로피안 드림>이었다고 합니다. 노 대통령은 퇴임 후에 이른바 민주정부 10년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해 많은 고민과 후회를 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유로피안 드림>을 읽으며 유럽사민주의와 보편적 복지에 대해 연구를 해보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저는 그렇게 확신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만약 노 대통령이 죽지 않고 살아있었다면 전직 대통령으로서 새로운 사회상에 대해 연구하고 토론하고 제시하는 한국사회에 드문 지도자상을 정립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제 블로그에다 아쉬움을 토로한 적도 있습니다.

김 전 장관이 “부자가 명예를 얻는 방법이 무엇일까? 그건 세금을 많이 내는 거야”라고 말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도대체 부자가 번 돈을 사회에 환원하는 외에 더 명예로운 일이 무에 있을까요? 기부도 있고 재단을 만드는 방법도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그저 하나의 미담일 뿐입니다.

남들보다 많이 번 돈에 대해 세금을 많이 내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이명박 정권이 법인세를 예컨대 25%에서 20%로 낮추어준 것과는 정반대로 50%로(실제로 유럽의 모든 복지국가들은 담세율이 이 정도로 높습니다), 물론 혁명정권이 아니므로 점진적으로 해야겠지만, 올리겠다고 말한다면 어떨까요?

그리고 그 돈으로 보편적 복지를 달성하겠다고 하면 어떨까요? 4대강에 쏟아 부은 돈만 해도 충분하다든지, 지금 있는 재정만 가지고도 충분하다든지 하는 주장보다(실은 이런 주장들은 모두 부자들의 조세저항이 두려워 나온 것이죠) 훨씬 구체성과 신뢰성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자신의 철학에 따른’ 다른 방법이 제시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해야 뒤에 나오는 ‘빈자에겐 존엄을’이란 슬로건이 “아하, 그런 뜻이었구나!” 하고 선명하게 깨닫게 될 것입니다. 지금 한국사회는 빌프레도 파레토가 말한 ‘20 대 80의 사회’가 분명합니다. 아니 ‘5 대 95’, ‘1 대 99’의 사회일지도 모릅니다.

이러한 시대에 대권에 도전하면서 김정길 전 장관이 취해야 할 스탠스는 진보와 보수 모두를 아우르겠다는, 별로 현실적이지도 않고 애매모호한 태도가 아닌 것입니다. 이는 매우 바람직스럽지 못한 결과를 낳기만 할 뿐입니다. 오히려 자기가 누구 편인지 분명하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누구 편이어야 할까요? 가난한 자의 편이어야 합니다. 만약 박근혜 전 대표나 손학규 대표라면 제가 이런 이야기 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김정길이기 때문에, 달동네에서 만난 한 노인의 슬픈 사연에 눈물지었다는 김정길이기 때문에, 그리하여 누구보다 뚜렷한 ‘보편적 복지’에 대한 신념을 세웠다고 자부하는 김정길이기 때문에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 인터뷰 도중 갈증이 나 물을 마시고 있는 김정길 전 장관 @사진. 포토뮤 제공

소통과 화합을 말하니 생각나는데, “네 말도 옳고, 네 말도 옳다!”로 유명한 황희 정승도 실은 주관이 뚜렷한 인물이었습니다. 김정길 전 장관이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로 내세우는 ‘협상과 소통의 달인, 화합의 정치인’이 어쩌면 황희 정승의 이미지와 닮았다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황희 정승도 너무나 뚜렷한 소신 때문에 죽음마저 불사해야 했었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부자들도 옳고, 빈자들도 옳다!”는 말로는 이 시대를 개척할 수 없습니다. 지금 이 순간 중요한 것은, ‘누구의 편에 설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부자’와 ‘빈자’의 가운데 자리가 아니라 확실한 자기 입장을 가지는 것입니다.

그러고 나서 김정길 전 장관 특유의 ‘소통과 협상의 정치, 화합의 정치’를 실현하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김 전 장관이 그의 자서전 ‘희망’에서 “가난한 자의 존엄을 지켜주면 부자에게 명예가 생긴다”고 한 설명은 김정길로부터 아직은 작은 희망을 발견하게 합니다.

가난한 자의 존엄을 지켜주는 것이 먼저라는 것. 부자들의 곳간을 먼저 채워주면 빈자들에게도 콩고물이 떨어질 것이라는 소위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낙수이론’과는 분명한 차별성이 여기로부터 나올 것이라는 기대를 한번 가져봅니다. 그리고 바랍니다.

‘보다 구체적이고’ ‘보다 선명한’ 김정길 대권주자가 되었으면, 그리하여 ‘2012 복지전쟁’을 주도하는 김정길이었으면 하고 말입니다.

다음번 이야기는 ‘왜 김정길은 언론에 나오면 안 되나?를 가지고 써보려 합니다. 어느 분이 경남도민일보 이승환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김정길이가 신문에 나올만한 사람이냐?”고 항의했다고 하네요(이 기자는 블로그인터뷰를 취재해서 경남도민일보에 기사를 썼습니다).

좀 어이가 없긴 하지만, 이 기회를 빌어서 “왜 김정길을 언론에서 주목해줘야만 하는가?”에 대해 나름대로 제 생각을 풀어보려 합니다. 주제가 좀 황당하고 따라서 궤변이 될 소지도 있지만, 마침 그 ‘어느 분’이 좋은 이야깃감을 제공해준 것 같아 되레 고마울 따름입니다.

Posted by 파비 정부권

"당신이 통치하던 시대엔 왜 발전이 없었을까요?"

덕만공주가 미실에게 던진 질문입니다. 이 대사를 들으며 우리는 역사적 사실 따위는 잠시 잊어야 합니다. 미실이 진평왕을 제치고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라도 통치행위를 했는가 아닌가가 중요한 건 아닙니다. 미실은 드라마상에서 실질적인 통치자입니다. 진평왕은 허수아비 황제에 불과하죠. 미실은 오늘날 국회에 해당하는 화백회의도 쥐고 있고, 병부령을 통해 군권도 장악하고 있습니다. 


미실이 시대의 주인이 되기 위해 필요한 사람에 백성들은 포함되지 않는다

"사람을 얻는 자가 천하를 얻고 시대의 주인이 된다!" 미실은 그 사람을 귀족들로 보았습니다. 미실은 유력한 귀족들을 자기 사람으로 만들고 나머지 귀족들은 당근과 채찍을 병용하는 수법으로 통제했습니다. 그리고 백성들은 공포를 통해 지배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생각합니다. 말하자면, 미실에게 백성이란 시대의 주인이 되기 위해 얻어야 할 사람이 아니라 통제해야할 대상에 불과한 피지배자일 뿐입니다. 

미실은 마치 오늘날 대한민국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부자들에겐 세금을 깎아주거나 갖은 특혜를 베풀면서도 정작 서민들에게선 그나마 주어지던 복지혜택을 빼앗아가는 MB정권의 과거형이 바로 미실입니다. MB에게 얻어야할 사람은 국민이 아니라 재벌을 비롯한 기득권 세력입니다. 미실과 세종 등 진골귀족 일파는 MB와 재벌 등 기득권 세력의 과거형입니다. MB의 국민관과 미실의 백성관이 닮았음은 물론입니다.

"아니 내 돈 가지고 내 마음대로 하겠다는데 누가 뭐라고 한단 말이야. 공주라고 해도 그건 용납할 수 없어." 핏대를 올리는 하종의 모습은 마치 MB정권을 배출한 한나라당 국회의원의 모습과 하나도 다르지 않습니다. 화백회의의 대등들이 고대 신라사회의 진골귀족들로 정치뿐만 아니라 경제, 사회, 문화의 모든 영역을 독점하고 있었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습니다. 여기에 하종과 난투극을 벌이는 용춘은 전형적인 민주당 의원의 모습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용춘과 하종이 덕만공주의 쌀값 안정 정책을 놓고 결투를 벌이는 듯한 장면에서 웃음이 나왔지만, 작가의 기발한 발상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사실 용춘공이 폐위된 진지왕의 아들이긴 하지만 어쨌든 왕자 출신인데 과연 그럴 수 있겠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따지고 보면 하종도 만만찮은 골품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용춘공에게 꿀릴 것이 하나도 없겠다 싶기도 합니다. 

아무튼 용춘공은 입장은 매우 난처하지만―그도 역시 매점매석을 했으므로―세종이나 설원공 일파와는 달리 양심의 가책을 받습니다. 그는 덕만공주의 편에 서서 화백회의 내 야당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합니다. 그러나 덕만공주만 아니었다면 그도 세종 일파와 별로 다르지 않은 행보를 취했을 것입니다. 이건 미실이 오래전에 덕만공주에게 한 말을 상기해 보시면 알 수 있는 일입니다. 덕만공주가 처음 궁궐에 들어왔을 때 미실이 무어라고 했지요?  

세상을 횡으로 나누면 세종공이든 용춘공이든 또는 보종이든 유신이든 알천이든 모두 한 편이다

"세상을 종으로 나누면 공주와 나는 경쟁자가 되겠지만, 횡으로 나누면 우리는 한 팀이랍니다. 공주님과 나는 어차피 지배계급의 일원이니까!" 이 말은 이렇게 바꾸어도 되겠군요. "공주님과 저는 권력을 두고 다툴 때는 경쟁자이지만, 백성들 앞에서는 한 편입니다. 무지한 백성들이 들고 일어나 우리가 가진 것을 빼앗으려고 할 때 우리는 힘을 합쳐 백성들을 통제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덕만공주가 폭동을 일으킨 백성들과 직접 소통하겠다고 나섰을 때, 덕만공주의 편에 선 귀족들도 반대하고 나섰던 것입니다. 그들이 비록 미실 일파에 반대하여 투쟁하긴 하지만, 역시 그들도 지배층의 일원이란 자각 때문이죠. 이 장면은 매우 시사하는 바가 큰 대목입니다. 미실 일파도 나쁘지만 용춘공을 비롯한 착한 귀족들도 결국은 귀족들일 뿐이란 진실이 슬프지만 아픈 지점이었죠. 

경주 낭산 정상 선덕여왕릉. 사진속의 인물은 자전거를 타고 경주투어에 나선 아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덕만공주가 미실에게 던진 질문을 한번 더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당신이 통치하던 시대엔 왜 발전이란 것이 없었을까요?"

미실은 이 말을 듣고 찔끔합니다. 역시 미실은 세종이나 설원공과는 차원이 다른 귀족입니다. 그녀는 실질적인 통치자입니다. 세종 등은 그저 눈 앞에 보이는 개인의 이익에만 몰두하지만, 미실은 그래서는 안 됩니다. 그녀는 최고 통치자로서 큰 판을 보아야 합니다. 그녀는 사람을 얻기 위해 자기 사람이라고 생각되는 자들의 배를 불려주는 일에 골몰하다보니 큰 것을 놓친 것입니다. 

덕만공주의 말을 듣고 고민하는 그녀의 모습에서는 잠깐이었지만 연민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그러고 말 것입니다. 그녀에겐 시대의 주인 자리를 지키기 위해 확보한 사람들을 잃어선 안 되고, 그들을 잃지 않으려면 그들의 배를 적당히 불려주어야만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MB가 제 아무리 위기의식을 느끼고 서민행보―쇼맨십뿐이지만―를 하더라도 결국은 제 사람들의 이해관계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또 알고 보면 제 사람들의 이익이란 것이 사실은 자기 이익이기도 합니다. 미실도 처음엔 큰 야망을 가졌을지도 모르지만, 그녀가 가진 계급적 한계를 벗어난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러나 덕만공주는 다릅니다. 그녀는 비록 성골이긴 하지만 황실에서 자라지 않았습니다. 멀리 타클라마칸의 사막에서 장사를 배우며 잔뼈가 굵었습니다. 백성들에게 고품질의 농기구와 자영지를 주어야겠다는 발상도 여기서 나온 것입니다.

덕만과 미실의 차이는 성골과 진골의 문제가 아닌 경험의 차이 

반면 미실은 어떻습니까? 그녀는 자신이 성골이 아니란 사실에 콤플렉스를 갖고 있긴 하지만, 그녀 역시 진골귀족으로 왕족입니다. 게다가 그녀는 황실에서만 줄곧 살았습니다. 그녀가 제 아무리 원대한 통치자의 이상을 갖는다고 하더라도 그 한계는 명백합니다. 백성들 속에서 백성들과 함께 살며 백성들의 마음이 곧 자기 마음이었던 시절이 단 한 순간도 없기 때문입니다. 미실에게 백성이란 겁을 주어 통제해야할 대상일 뿐입니다. 반드시 필요하지만 동시에 매우 귀찮은 존재이기도 합니다.  

MB나 박근혜가 가진 한계도 마찬가집니다. 젊은 시절부터 현대건설 이사로, 사장으로, 회장으로 군림해온 MB, 어릴 때부터 청와대에서 공주처럼 살아온 박근혜는 미실의 현재형입니다. 그들 역시 미실이 가진 한계로부터 한 발짜욱도 나갈 수 없다는 것은 명백합니다.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은 세종이나 하종, 설원공 일파의 현재형입니다. 그들의 한계 또한 명백합니다. 아마도 용산참사를 바라보는 미실과 덕만의 의견도 극명하게 엇갈렸을 것입니다. 

"안강의 백성들이 성을 점거한 것은 폭동입니다." "아니에요. 그건 폭동이 아니에요. 폭동이란 역모를 목적으로 일으키는 것이지 살기 위해 하는 건 폭동이라고 하는 게 아니에요. 그건 생존이라고 하는 거죠."  

그럼 민주당은? 그들이 가진 한계도 분명하다는 것을 오늘 드라마 선덕여왕은 적나라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용춘공이 바로 민주당의 과거형입니다. 그는 선덕여왕에서 매우 의기가 있고 양심적인 인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그는 덕만공주가 왕이 되는데 큰 역할을 할 사람입니다. 게다가 그는 장차 태종무열왕이 될 김춘추의 삼촌(사서에서는 아버지)입니다. 그러나 그도 역시 미실의 말처럼 세상을 횡으로 나누면 지배계급의 일원일 뿐입니다.

어떤 분은 오늘 선덕여왕을 보고 매우 불쾌하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아니 어떻게 미실에게 당신은 주인이 아니라서 나라를 발전시킬 수 없었다고 말할 수 있지? 그럼 자기는 성골이고 나라의 주인이니까 발전을 시킬 수 있다, 이런 말인가? 이런 얼토당토 않은 이야기가 대체 가당하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맞습니다. 오늘날 양심으로 보면 있을 수 없는 이야기죠. 나라의 주인은 그 누구도 아니며 오로지 국민만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나라는 성골도 진골도 아닌 국민들이 직접 통치할 때만 발전이 있을 수 있는 것입니다. 성골이든 진골이든 자기 이익을 위해 움직일 것은 자명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성골의 이익이냐, 진골의 이익이냐의 차이만 있을 뿐. 내일은 김춘추도 한마디 거들 모양입니다만, 도대체 성골이니 진골이니 이런 시대에 뒤떨어진 분류가 어디 있느냐고 말입니다. 그러나 내친 김에 한말씀 더 드리면 김춘추도 마찬가지입니다. 드라마가 김춘추를 어떻게 그릴지는 더 두고 봐야 알 일이겠지만….

오늘날 대한민국은 고대 신라사회의 골품제로부터 얼마나 발전했을까?

그런데 오늘날 우리 대한민국은 어떨까요? 우리는 과연 고대 신라와는 다른 정치체제에서 살고 있을까요? 혹시 우리는 아직도 그때와 전혀 달라지지 않은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혹시 미실이 말한 세상을 횡으로 자른 위에 존재하는 사람들끼리 파당을 지어 다투다가 국민들 앞에서는 한 편이 되어 자기들 이익을 챙기는 그런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그러고 보니 오래 전에 한 미실의 말이 섬뜩하게 다가오는군요. 

"세상을 종으로 나누면 공주님과 나는 경쟁자가 되겠지만, 횡으로 나누면 우리는 한 팀이랍니다. 공주님과 나는 어차피 지배계급의 일원이니까!" 

우리는 여전히 골품제 하에 살고 있는 건 아닌지…, 설마 아니겠지요?

Posted by 파비 정부권
심상정이 창원에 왔다. 그녀가 누구인가? 박근혜가 선덕여왕이라고 호들갑을 떠는 사람들도 있지만, 진정 그렇게 선덕여왕다운 사람을 찾고 싶다면 그건 심상정이 아닐까? 누가 그녀처럼 민중들과 고락을 나누며 평생을 자신을 던지는 삶을 살아온 사람이 있단 말인가? 박근혜가 그렇게 살았을까? 아니면 예쁘장한 나경원이 그렇게 살았을까? 아니지 않는가.

그녀는 서울대를 나온 재원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편안하고 행복한 길을 포기하고 노동운동의 길로 들어섰다. 1985년, 유명한 구로동맹파업은 그녀의 작품이었다. 물론 이 말은 완벽한 것은 아니다. 구로공단의 모든 노동자들이 함께 일으킨 한국전쟁 이후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의 동맹파업이었다고 말해야 옳다. 그러나 그녀의 역할이 개중 가장 중요하고 컸으므로 그녀의 작품이었다고 해도 그리 과언이라 할 수 없고, 당시 동맹파업에 동참했던 많은 노동자들도 기쁘게 생각할 것이라 믿는다.

 

창원노동회관 4층 강당에서 열린 심상정 초청 강연회 '핀란드 교육을 통해 본 우리 교육 제자리 찾기'


학교 선생님이 꿈이었던 심상정 

그녀는 원래 꿈이 학교 선생이 되는 것이었다고 했다. 꿈은 수시로 변한다. 그녀가 어렸을 때 가졌던 꿈은 스무개도 넘었는데 그 중 마지막으로 가진 꿈이 학교 선생이었다. 그래서 사범대학을 갔다. 그러나 대학생활은 그녀에게 그녀의 꿈을 앗아가 버렸다. 당시는 엄혹한 유신정권을 거쳐 전두환이 쿠데타에 성공하고 정권을 잡고 있던 시절. 세상은 흉흉했다. 이런 세상에서 편안하게 자신만의 꿈을 꾸며 안락과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그녀의 양심으론 허용되지 않았으리라. 


그녀는 마침내 여공의 길을 택했고, 노동운동가가 되었고, 수배와 구속으로 점철된 인생을 살았다. 최근까지도 그녀의 둥지는 금속노조였다. 그런 그녀가 2004년 총선에서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이 되었다. 원래 선생이 되고자 했던 그녀는 정치가가 되는 꿈을  꾸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했다. 그러나 그녀는 자의반 타의반 정치에 입문했다. 세상은 그녀가 정치를 하기를 원했고 그렇게 만들었다. 국회 의정활동을 통해 그녀는 노동운동가에서 경제전문가로 변신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경제참모로 청와대 비서관이었던 정태인 교수는 심상정의 탁월한 경제적 식견에 반해 그녀의 팬이 되었고 끝내는 노무현 대신 심상정을 택하는 결단을 하기도 했다. <100분토론>이나 <심야토론>이 경제문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면 가장 먼저 심상정을 섭외했다. 그녀는 17대 국회에서 최고의 경제전문가로 통했던 것이다. 사실 노동운동가가 경제전문가가 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녀는 노동운동을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경제공부를 했을까?
 

블로그 '거다란닷컴' 커서님도 오셨다. 그는 심상정을 인터뷰하기 위해 공항에서 만나 함께 왔다고 했다.


학교 선생의 꿈에서 노동운동가로, 국회의원으로, 경제전문가로 그 이름을 날리던 심상정. 그녀가 이번엔 교육을 들고 다시 우리 앞에 나타났다. 진보신당 경남도당(위원장 이승필) 주최로 열린 심상정 초청 강연회의 제목은 <핀란드 교육을 통해 본 우리 교육 제자리 찾기>였다. 여기서 그녀는 우리 사회는 희망이 거세된 사회라고 말했다. 그녀가 교육문제에 관심을 가지면서 만나본 많은 중고등학생들에게 장래 희망이 무어냐고 물었더니 그 대답이 참으로 절망적이었다. 

희망이 거세된 사회, 꿈이 없는 아이들

"좋은 대학 들어가는 게 꿈이에요." 그 다음 그녀는 대학생들에게도 물어보았다. "좋은 직장에 취직하는 게 꿈이에요." 우리는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경구를 많이 들었다. 그러나 이 사회는 결코 실패가 성공의 어머니가 될 수 없는 사회다. 실패를 딛고 일어서려면 자기주도적인 삶을 사는 훈련을 어려서부터 받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그렇지 않다. 어려서부터 우리의 아이들이 받는 교육은 좋은 대학과 좋은 직장에 모든 촛점이 맞추어져 있다. 

이미 대학진학율 80%를 훌쩍 넘긴지도 오래다. 그러나 쏟아지는 고학력자를 받아낼 사회적 준비는 전무하다. 우리 주변을 둘러보라. 얼마나 많은 대졸 실업자가 존재하는지. 사회에 진입하기도 전에 실패를 경험한 이들 중에는 이를 딛고 일어설 어떤 준비도 용기도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실로 '희망이 거세된 사회'란 과장이 아니다. 교육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새로운 사회에 대한 비전을 설계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뼈저리게 통감하던 심상정에게 핀란드 교육이 보였다. 

핀란드는 그녀에게 어떤 희망을 주었을까? 그녀는 핀란드로 날아갔다. 그곳의 교육현실을 직접 눈으로 보기 위해서였다. 혹자는 이런 심상정에게 못마땅한 질문을 하기도 한다. "도대체 핀란드 며칠 가서 무얼 배워오겠단 말이요?" 실제로 레디앙에 실린 심상정의 핀란드 방문 기사에 달린 댓글을 나도 보았지만, 그들에게선 진정으로 걱정하는 비판 같은 건 느껴지지 않았다. 일종의 직업적이고 감정적인 안티에 불과해보였다. 그러나 그런 질문을 충분히 할 수도 있을 법하다. 

"아니 내가 겨우 한 달 북유럽 3국 순방하고 핀란드 교육을 다 공부했다고 하겠어요? 나는 이미 충분히 공부를 하고 갔어요. 이미 내가 발표한 내용들은 미리 학습하고 준비한 것들이에요. 다만, 마지막으로 직접 가서 확인한 것이죠. 그러나 실제로 거기 가서 핀란드 교육청 장관으로 20년을 봉직하며 교육혁명을 주도한 에리키 아호를 만났을 때, 너무나 많은 것을 깨달았어요. 나는 핀란드 교육에 관심 있는 게 아니에요. 우리나라 교육에 관심이 있죠. 그러나 커다란 영감을 얻었어요." 

커서님과 심상정을 위해 한 사진 찍었다. 옆은 부산지하철 노보편집위원이다.


노동운동가에서 정치가로, 다시 꿈을 찾는 교육혁명의 길에 자신을 던지다

그녀가 핀란드에 가서 배웠다는 영감, 무한한 상상력을 갖도록 만들어주었다는 그 영감에 대해선 다음 기회에 말하도록 하자. 왜냐하면, 오늘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게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그녀의 강연을 들으면서―또 이전부터 알고 있던 그녀에 대한 정보를 통해서도―그녀야말로 이 나라의 지도자가 갖출 조건들을 갖추고 있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꿈을 꾸는 사람이었다. 어려서는 학교 선생이 되려는 꿈을 꾸었고, 대학에 가서는 노동운동가의 꿈을 꾸었다. 


그리고 국회의원이 되어 경제전문가로서 새로운 대한민국을 꿈꾸었다. 그리고 이제 그녀는 꿈을 잃어가는 젊은이들이, 우리의 아이들이 꿈을 찾을 수 있는 교육혁명의 꿈을 다시 꾼다. 그랬다. 그녀의 말처럼 교육혁명이 일어나지 않고서는 '희망이 거세된' 이 나라의 미래는 없을 듯하다. 요즘 MBC 드라마 선덕여왕이 인기다. 이 바람을 타고 일부에서 선덕여왕과 박근혜를 비교하는 언론 플레이가 있었다. 박근혜야말로 선덕여왕이라는 것이다. 

그 이유로 그들은 첫째, 모두 지지기반이 대구경북이란 점, 둘째, 모두 최고지도자의 딸로서 공주출신이란 점을 들었다. 나는 이 기사들을 읽어 보고 다음과 같은 제목의 기사를 내 블로그에 포스팅했었다. "박근혜가 선덕여왕? 그럼 김정일은 광개토대왕이냐? 
http://go.idomin.com/261" 나는 박근혜가 어떤 꿈을 꾸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그녀가 어떤 꿈을 갖고 있다는 소리도 들어보지도 못했다. 그러나 그녀라고 해서 아무런 꿈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도 대통령이 되고 싶은 꿈을 그녀의 꿈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마치 오늘날 아이들이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 꿈이라고 말하는 것과 별로 다르지 않은 꿈이다. 오늘날 대학생들이 좋은 직장에 취직하는 것이 꿈이라고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우리가 즐겁게 보고 있는 선덕여왕의 덕만이 꾸고 있는 꿈이 겨우 그런 꿈일까? 그렇지 않다. 덕만은 다른 사람을 살리기 위해 낭떠러지에서 자신을 간신히 매달고 있는 줄마저 놓을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인물이다. 

박근혜, 나경원? 천만에, 심상정이야말로 선덕여왕의 재목 

박근혜에게 그런 용기가 있을까? 민중을 위해 자신의 인생을 포기할 수 있는 사랑이 있을까? '희망이 거세된 사회'에 새로운 희망을 찾아 고난의 길을 떠날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을까? 행동까지도 바라지 않는다. 그럴 마음이라도 먹을 수 있겠는가 말이다. 박근혜라면 결코 그럴 수 없다는 것쯤은, 아니 그럴 마음이 애초부터 없다는 것쯤은 진보를 좋아하는 사람이든 보수를 좋아하는 사람이든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리라. 
 

마산시 이옥선 의원과 심상정. 이옥선은 마산시 22 명의 의원들 중 단 세 명 뿐인 여성의원 중 한 명이다.


만약 박근혜도 민중을 위해 자기 목숨쯤 초개처럼 바칠 용기가 있는 인물이라고 말하는 이가 있다면 그건 코메디다. 차라리 미실이라고 한다면 모를까. 그러나 심상정은 어떤가? 그녀는 젊음을 송두리째 민중을 위해 저당잡혔다. 그녀는 당시만 해도 출세가 보장되던 서울대 출신의 길을 버리고 노동자의 길을 택했다. 서슬퍼런 전두환 군사정권 치하에서 목숨을 버릴 각오 없인 어려운 일이다. 지금도 그녀는 서민들과 함께 꾸는 꿈의 길을 고집한다. 나는 선덕여왕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었다.

"오늘날 우리는 어떠한가. 덕만처럼 백성들 속에서 백성들과 함께 고락을 같이하며 백성들의 마음을 다독여줄 가냘프면서도 강인한 카리스마를 간직한 지도자를 우리는 가져본 적이 있었던가? 덕만처럼 다른 이를 살리기 위해 스스로 줄을 놓고 낭떠러지로 떨어질 용기를 가진 지도자를 우리는 본 일이 있는가? 그리고 미래에는 그런 지도자를 가질 수 있을까?" 

나는 심상정이야말로 오늘날 선덕여왕의 재목으로 부족함이 없는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박근혜에 견주어 선덕여왕에 비교하는 것이 오히려 심상정 그녀에게 실례가 되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평생을 민중의 삶과 함께 해온 심상정을 박정희의 딸로 청와대에서 공주 행세를 하며 살아온 그리고 지금까지도 그 덕으로 살고 있는 박근혜 같은 사람에게 견준다는 자체가 어쩌면 심상정에게는 지독한 모욕이 될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러나 그런 것조차도 심상정이라면 충분히 이해해주리라 믿는다. 그녀는 충분히 통이 큰 인물이니까.        파비
Posted by 파비 정부권
요즘 선덕여왕이 한창 인기다. 그런데 이런 인기바람을 타고 별 시답지 않은 이야기가 떠돌고 있다. 박근혜가 선덕여왕을 닮았다는 거다. 물론 이런 이야기들은 이미 선덕여왕이 방영되기 전부터 친박계 주변으로부터 슬금슬금 흘러나온 것들이다. 그런데 이런 의도가 뻔한 이야기를 <MBC 생방송 아침>이 전파에 실어 전국에 흘려보냈다.


당연히 논란이 벌어졌다. "박근혜를 그렇게 비유하니 그럴 듯하다!" 부터 시작해서 "어떻게 박근혜를 선덕여왕에 견줄 수 있느냐?" "박근혜는 선덕여왕이라기보다는 차라리 미실에 가깝다!"라는 의견까지 다양한 논쟁들이 쏟아졌다. 그러나 대체로 어이없다는 반응이 다수였다. 당연한 이야기다.

선덕왕과 박근혜의 공통점은 오직 한가지 뿐이다. 여자라는 사실. 만약 이 사실 때문에 선덕왕과 박근혜를 비교하는 것이라면 그야말로 어처구니 없는 짓이다. 그리 말한다면, 나는 세종대왕이나 이순신 장군과 닮았다고 해도 아무도 이의를 달지 못할 것이다. 그분들과 나는 남자라는 공통점을 가졌다. 

그러나 현명한 사람들은 여자라는 공통점만을 내세우는 바보 같은 짓은 하지 않는다. 그들은 선덕여왕과 박근혜가 세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고 늘어놓았다. 첫째는 지지기반이 경상도 지역으로 같다는 것이며, 둘째는 최고 지도자의 딸, 즉 공주 출신이란 점이 또한 같고, 셋째는 선덕화라는 박근혜의 법명이 선덕여왕과 같다는 것이다.  

세 번째 이유는 별로 거론할 가치도 없다. 도대체 이름을 두고 이런 말장난을 벌이는 것이 진실하게 받아들여지는 사회라면 여자들은 모두 선덕이란 이름을 갖게 될 것이며 남자들은 모두 담덕이 될 것이다. 그럼 두 번째 이유를 들여다보자. 선덕여왕과 박근혜가 모두 공주였다는 점을 강조한다. 최고 지도자의 딸로 통치수업을 받았다는 것이다.

두 사람이 모두 공주 출신이라고? 맞는 말 같기도 하다. 그래서 박근혜를 수첩공주라고 부르기도 한다. 물론 이 수첩공주는 박근혜의 무식함을 빗대어 놀리는 말이긴 하지만 그녀의 출신성분에 가장 적절한 말일 수도 있겠다. 그런데 지금이 왕조사회던가? 어떻게 박근혜를 공주에 비교하는 난센스를 남발할 수 있단 말인가? 

그렇게 본다면 북한의 김정일이야말로 박근혜와 가장 닮은 사람 중에 한 사람이다. 김정일은 북한의 절대적 지배자인 김일성의 아들이 아니던가. 박근혜가 공주라면 김정일은 왕자란 말인가. 시계는 미래를 향해 오늘도 어김없이 돌아가고 있건만 민주공화국의 정신세계는 거꾸로 왕조시대를 쫓아가고 있으니 한심한 일이다.  

박정희 왕가의 가족들?


그러나 더 한심한 것은 다음 첫 번째 이유다.  박근혜의 지지기반이 경상도 지역으로 선덕여왕과 일치한단다. 선덕여왕 당시 신라의 전 국토가 경상도 일원이었으니 이 비유도 적절한 것은 못 된다. 그저 말장난일 뿐이다. 게다가 공영방송이 생방송으로 지역주의를 부추기는 듯이 말을 만들어낸 것은 매우 적절치 못한 태도다.

어떻든 좋다. 박근혜의 지지기반이 경상도 지역이라서 선덕여왕과 닮았다고 치자. 그럼 김정일은 지지기반이 북한 지역, 즉 과거의 고구려 지역이라서 광개토대왕과 닮았나? 광개토대왕도 남자요, 최고지도자의 아들이었다. 그럼 완벽하지 아니한가. 김정일이야말로 완벽하게 광개토대왕과 닮은 꼴이라고 말해도 무슨 문제가 있겠나.

이름? 그거야 죽기 전이든 죽은 후든 시호를 담덕이라고 내리면 될 일이다. 그까짓 게 무슨 대수가 되겠는가. 선덕여왕은 세종대왕에 버금가는 업적을 쌓은 인물이다. 선덕여왕대에 일구어낸 과학기술의 발달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또한 선덕여왕은 위기에 처한 신라의 국력을 일으켜 삼국통일의 기초를 쌓은 인물이다. 

그런 점에서는 세종대왕보다 더 뛰어났다고 말할 수도 있다. 세종대왕 역시 과학기술 뿐만 아니라 국력신장에도 괄목할 업적을 세웠다. 4군6진을 개척해 오늘날의 국경선을 확정지은 인물이 세종대왕이다. 그러나 세종대왕은 안정된 정국을 기반으로 가졌다는 점에서 그렇지 못한 선덕왕보다 우월한 위치에 있었다. 

광개토대왕이야 이름이 의미하듯 두말할 필요가 없는 영웅…. 이렇든 저렇든 <MBC 생방송 아침>에 의하자면, 이제 우리나라는 남에는 선덕여왕을, 북에는 광개토대왕을 가지게 된 셈인데 이를 두고 축하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MBC에 바란다. <선덕여왕>이 요즘 인기 정상을 달리다 보니 잠시 정신이 혼미해진 점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재미있게 잘 보고 있는 드라마에 초를 치는 일은 제발 자제해주기 바란다. 오늘밤 <선덕여왕>에서는 김유신과 김서현이 살아서 돌아오고 진골신분과 영지도 회복하게 된다고 한다. 지난주에 포스팅한 <이요원이 창조할 선덕여왕의 이미지는?>에서 내가 말한 것처럼 미실 일파의 계략이 거꾸로 미래의 선덕여왕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꼴이 되었다. 

그런데 이렇듯 본격적으로 재미있어지려고 하는 <선덕여왕>에 박근혜 이야기가 튀어나오니 맛있는 밥상을 받아놓고 오물을 뒤집어쓴 기분이다. 매우 불쾌하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의문을 제기하며 마치기로 하자. 진실로 드라마에 등장하는 덕만의 어디가 박근혜와 닮았단 말인가? 시시콜콜 모든 일에 관심을 보이며 앞장서는 덕만과…

모든 국가대사에 등을 돌리고 침묵으로 일관하는 박근혜, 심지어 자기 당이 위기에 처해도 입을 닫고 칩거하기를 즐기는 박근혜의 어디가 선덕여왕과 닮았단 말인가?          파비
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