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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야기

청도를 보니 갑자기 마산이 걱정된다

장복산이란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이춘모 씨가 쓴 글을 보면 창원시와 청도군을 비교하고 있는 대목이 나옵니다. 결론만 말씀드리면 이렇습니다. 청도군은 지자체가 직접 나서서 청도 감을 홍보하는데 앞장서고 있는 반면 창원시는 관심도 없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대해선 블로거 실비단안개도 같은 의견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저도 창원에 정착해서 산지가 벌써 30년이 지났건만 창원이 감 주산지란 생각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어쩌다 차를 타고 창원 동면을 지날 때 주위에 펼쳐진 누런 감밭을 보면서도 저게 창원단감이거니 하고 생각해본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동면과 연접한 진영이 단감으로 유명하다보니 저것도 진영담감이려니 이렇게 생각하고 말았던 모양입니다. 사실 진영과 동면은 경계도 모호할 정도로 붙어있으니 그리 생각할 만도 한 일입니다. 아무튼 이춘모님과 실비단님의 글을 보고서야 아하, 창원이 단감 주산지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사진. 장복산

그에 비해 경북 청도군의 감 사랑은 정말이지 눈물겨울 정도입니다. 물론 청도와 창원은 감 생산의 규모에 있어서 확연한 차이가 있었습니다. 청도는 군 전체가 감숲에 덮여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감나무가 많았습니다. 그녀의 말처럼 청도는 감 ‘천지삐까리’였습니다.

경북 영양에서 청도로 시집왔다는 그녀는 이틀 동안 ‘청도반시 블로거팸투어’ 일행을 안내하던 청도군 문화해설사였습니다. ‘천지삐까리’란 그녀의 표현이 절대로 과장이 아닌 것이 꼭 과수원이 아니라도 집집마다 감나무 대여섯 그루씩은 다 있었던 것입니다. 많은 집은 열 그루가 넘는 집도 있었습니다.

제가 어린 시절을 보낸 문경도 사실은 청도, 상주와 더불어 감이 유명한 곳입니다만, 청도처럼 이렇게 감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진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집집마다 감나무가 많았지만 보통 두 그루에서 세 그루였습니다. 흠, 감나무에 올라가 소머즈 흉내를 내다가 머리부터 떨어져 한해 후배가 된 친구놈 생각이 나는군요.

아무튼 블로거 팸투어를 유치한 ‘감 고부가가치화 클러스터사업단’-이름도 참 길죠? 이 사업단은 따로 ‘네이처 팜’이란 주식회사를 만들어 인근 농가에서 생산된 감을 모아 상품화하는데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이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건물을 지어 임대를 준 것도 청도군이라고 합니다.

감 클러스터사업단 서영윤 팀장. 비가 억수처럼 쏟아지는 청도반시 축제장에서도 그는 즐겁다.

문화해설사-이름이 배명희 씨였습니다-의 설명에 의하면 청도는 사방으로 물이 흘러나갈 뿐 어느 곳에서도 물이 들어올 수 없는 지형이라고 합니다. 때문에 수질이 매우 깨끗하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청도에서 생산되는 감은 공해와는 100% 무관한 신선도 높은 청정과일이다, 이런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요?

그러고 보니 밀양강도 청도에서 시작되는 강이었습니다. 오래 전에 가끔 밀양시 청도면의 밀양강가에 놀러간 적이 있었는데 그 강의 발원지는 바로 인접한 청도군이었습니다. 어쨌거나 청도사람들의 청도 감 사랑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예정수 감 사업단장도 오래 다니던 회사까지 그만두고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합니다. 그는 매우 잘 나가는 직장인이었지만-거기에 대해선 김훤주 기자의 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청도반시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감 클러스터사업단에 들어왔습니다.

이른바 영남알프스라 불리는 산악지대의 북쪽에 위치한 청도는 한때 오지였습니다만 이젠 더 이상 오지가 아닙니다. 바로 옆으로 대구-부산 간 고속도로가 힘차게 뻗어가는 교통의 요지가 됐습니다. 부산까지 30분이고 대구는 더 가깝습니다.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요?

만약 마산이나 창원이었다면 감나무 밭을 확 갈아엎어서 공장을 지었을 거야. 아니면 아파트나 상가를 지었을 테지. 뭔가 돈이 되는 일을 하기 위해 시장님-아니, 거긴 군수님이군-은 고뇌를 했을 거고 결단을 했을 거야. 어떻게 멋지게 갈아엎을 것인가를.

지금도 창원시장님은 마산만을 갈아엎기 위해 무진 애를 쓰고 계십니다. 이미 수없이 갈아엎어진 마산만이건만 아직도 갈아엎을 곳이 남은 모양입니다. 이번에 그야말로 기상천외합니다. 그나마 남은 마산만에 섬을 만들겠답니다. 거대한 인공섬을 만들어 맨하탄처럼 개발하겠다는 것이지요.

그러면 우리 마산 쪽에서 보면 마산만은 완전히 없어지는 것입니다. 바로 우리집에서 마주 보이는 곳에 그런 섬을 만들겠다는 것인데 최소한 우리집에선 마산만은 완벽하게 없어지는 것입니다. 반대편 창원 귀산 쪽에서 보면 바다는 보이겠지만 우리동네에선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지요.

‘가고파’가 어쩌고저쩌고 마산만을 자랑하면서 마산의 자랑 마산만을 갈아엎는 창원시-거참 마산시란 이름이 없어지고 보니 마산만? 창원시? 헛갈리네-와 청정지역에서 나는 특산물 감을 자랑으로 여기며 발전시키기 위해 애쓰는 청도군.

청도군 문화해설사 배명희 씨와 함께 한 장복산님. 그새 친해졌네요~~

물론 청도군과 창원시를 단순비교하는 게 무리이긴 합니다만 현재 스코어, 청도군에 비해 창원시는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창원시장의 눈에는 감 따위는 보일 리가 없습니다. 어떻게 하면 마산만을 조금이라도 더 갈아엎는 공사를 벌일 수 있을까, 그런 생각뿐이지요.

람사르를 유치하고 유엔사막화방지협약 총회를 유치했던 창원시장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동양 최대의 철새도래지 주남저수지에 60리길을 조성해 철새를 쫓아내겠다는 것입니다. 주남저수지를 발판으로 람사르를 유치했던 창원시가 주남저수지를 없애려 한다니. 토사구팽도 아니고.

청도는 어떨까요? 지금처럼 아름다운 청도가 영원히 지속될 수 있을까요? 내 고향 남쪽 바다 어쩌고 하던 마산에 지금은 바다가 없습니다. 모두 매립되고 남은 바다도 곧 사라질 형편입니다. 하지만 감 클러스터사업단의 예정수 단장이나 서영윤 팀장 그리고 청도군의 배명희 문화해설사 같은 분들이 고향을 지키고 있는 한...

감나무 숲이 아름다운 청도는 영원할 것으로 믿어도 되지 않을까요?
그냥 그렇게 믿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