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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야기

청도에는 있지만 창원에는 없는 것?

청도하면 생각나는 게 무어지요? 운문사. 합천하면 해인사인 것처럼 청도하면 운문사죠. 뭐, 이게 그렇게 나쁜 건 아니에요. 그러나 반대로 그렇게 좋은 것도 아니에요. 운문사가 아니면 청도는 별 볼일 없다 이런 해석도 가능한 말이니까요.

사실 운문사는 그림 같은 곳이었어요. 우리나라에 수많은 아름다운 절이 있지만 운문사만큼 아름다우면서도 특별한 느낌을 주는 절은 그렇게 많지 않아요. 제가 제일 가보고 싶은 절 몇 개를 꼽으라고 하면 그 중에 하나가 순천의 선암사와 더불어 운문사에요.

감 클러스터사업단이 마련한 청도 블로거팸투어. 그러나 아침부터 폭우는 그칠 줄을 몰랐어요. 이래가지고서야 운문사의 가을을 제대로 본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어요. 그러나 우산 속에서 카메라에 담는 운문사의 가을은 너무나 경이로웠어요.

아래의 사진 석장은 운문사 경내에서 찍은 사진들 중 하나인데요. 맨 위가 대웅전 앞 누각이에요. 그 아래는 일반인들은 출입이 금지된 무슨 참선하는 곳 같은데 정확하게는 모르겠어요. 다들 우산을 쓰고 있죠? 비가 많이 와서 자세히 알아보지 못했답니다.

운문사는 멋진 절이었어요.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격식이 이곳에서는 완벽하게 깨지고 만답니다. 우선 일주문이 없어요. 그리고 천왕문도 없답니다. 보통의 절들은 일직선으로 배치된 일주문과 천왕문, 누각을 지나 대웅전을 만나지만 여기선 옆문이 곧 정문이랍니다.

참 희한한 절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대웅전 앞에 만들어진 넓은 누각은 마치 통영에서 본 세병관을 연상시킬 만큼 거대했어요. 비구니 절이란 그런지 절은 너무너무 아기자기했답니다. 하나의 예쁜 그림을 감상한 느낌, 그런 것이었어요.

게다가 운문사 주변은 그야말로 절경 중에 절경이에요. 병풍처럼 절을 둘러싸고 있는 운문산, 단풍나무들, 계곡, 특히 산책로가 정말로 마음에 들었어요. 그런데 무엇보다 놀랐던 것은 대웅전 근처에 감나무가 누런 감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다는 것이었어요.

그렇군요. 오늘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운문사 이야기가 아니었어요. 앞에서도 말했지요? 청도하면 운문사라고…. 하지만 이제부턴 청도하면 운문사만 있는 게 아니라 청도 감도 있다, 그리고 청도 소싸움도 있다 그렇게 말해야겠어요.

청도에는 감도 있다 그러니까 이상하지요? 그러나 청도에 직접 가보신 분이라면, 특히 가을에 가보신 분이라면 결코 그렇게 말하지 않을 거예요. 청도엔 정말 감이 있어요. 그냥 있는 게 아니라 ‘천지삐까리’로 있어요. 청도군 전체가 온통 감 천지였으니까 말이죠. 

아래 사진은 달그리메님이 찍은 사진이랍니다. 제가 잠시 빌려왔어요. 제가 찍은 사진이 더 좋고 멋지긴 하지만 갑자기 찾으려니 어디 쳐박혔는지 안 보이네요.  

청도읍에서 운문사로 가면서 보았던 청도는 노란 단풍잎과 감을 매단 감나무에 둘러싸인 마을들이 마치 어린 시절 기차를 타고 갈 때 지나치는 전봇대를 연상시켰어요. 만약 비만 오지 않았다면 버스를 타고 달리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정말 눈 호강을 실컷 했을 것이에요.

그래도 좋았어요. 청도의 울창한 감나무 숲들. 요즘 무슨무슨 올레길이니 둘레길이니 하는 걸 만드는 게 지자체들마다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는데요. 그러고 보니 우리 동네 이야기 하나 안 하고 넘어갈 수가 없네요. 지금 창원도 시장이 둘레길 만들겠다고 그래서 난리에요.

마창진환경연합의 공동의장이라는 두 분이 창원시청 정문 앞에서 죽겠다며 단식농성을 하고 있어요. 단식? 쉬운 말로 밥을 안 먹는 거지요. 내참. 저는 먹는 게 사는 낙인데 이분들은 밥을 안 먹겠대요. 그런데 왜 그러는 것일까요?

박완수 창원시장이 세계적인 철새도래지 주남저수지에 60리에 이르는 물억새 둘레길을 만들겠다고 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마창진환경연합의 반대 때문에 못하고 있다가 4대강 사업에 다들 눈이 빼앗긴 사이 살짝 공사를 반절이나 하고 말았대요.

안하기로 철썩 같이 약속해놓고 말이에요. 그게 2008년 일이고 그래서 그때도 37일간이나 이어지던 농성을 풀었다는 거거든요. 아무튼 주남저수지에 길을 내면 주남저수지에 서식하는 명종위기종 철새들은 오갈 데가 없게 되고 말아요.

철새를 이용해 주남저수지를 관광지로 만들겠다는 계획이 철새를 쫓아내는 역할을 하게 되는 거지요. 그럼 사람들도 거기에 갈 필요가 없어질 것이고 거기에 쏟아 부은 250억이 넘는 돈은-이건 나머지 반절 공사 금액이랍니다-철새들과 함께 허공으로 날아가는 거지요.
 
제가 왜 이 대목에서 아래처럼 청도투우장에서 소싸움하는 사진을 실었을까요? 제 생각엔 꼭 우리 시장님이 시민들하고 소싸움을 해보자고 하는 거 같아서 말이죠. 아무튼… 

이런 어처구니없는 짓을 우리 동네 시장이란 사람이 하고 있답니다, 글쎄. 그러나 길을 내는 게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에요. 길은 참 좋을 것이랍니다. 사실은 자동차들에게 길을 다 빼앗기고 정작 사람은 걸을만한 길이 없는 게 현실이지요.

이야기가 옆길로 잠깐 샜지만, 그래서 말인데요. 청도야말로 감나숲 둘러싸인 마을을 감상하며 걸을 수 있는 누리길 같은 걸 만든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보았어요. 물론 이 길은 가을에 걷기 좋은 길이 되겠지요. 그러나 꼭 가을이 아니라도 좋아요.

저처럼 감나무가 많은 산골에서 어린 시절을 살아본 사람이라면 알 거에요. 혹시 감꽃으로 목걸이 만들어 목에 걸고 다녀 보신 적 있으세요? 네, 없으시군요. 감꽃에서 나는 은은한 향이 죽여주죠. 저는 사실 감꽃도 먹어보고 늦은 봄비에 떨어진 새끼감을 먹어보기도 했답니다.

이런 길이라면 사람에게 정말로 유익한 길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봤어요. 그리고 이 길은 청도반시를 널리 알려 농가소득을 증대시키는데도 큰 몫을 하지 않을까 생각해봤지요. 이 길은 정말이지 사람들을 행복하게도 하지만 돈도 되는 길이니 그야말로 일석이조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에 반해 박완수 창원시장이 만들려고 하는 주남저수지 60리 물억새 길은 사람도 죽이고 철새도 죽이는 길이 될 게 뻔해요. 그뿐인가요? 돈도 날리는 길이지요. 무려 250억씩이나요. 물론 이것은 주남저수지 반절에 대한 공사금액일 뿐이니 실제 날리는 돈은 두 배, 세 배가 되겠지요.

또 살짝 옆길로 샜군요. 생각해보니 너무 화가 나서 말이죠. 다시 아무튼, 청도는 운문사만 있는 게 아니었어요. 청도반시가 있고 거기다 청도 소싸움도 유명해요. 소싸움 이야기는 다음에 다시 들려드리기로 할게요.

오늘은 청도에는 맛있는 감도 있다는 것만 말씀드리기로 하죠. 아, 그러고 보니 우리 창원에도 감이 엄청 많이 난다는군요. 창원은 공업도시인줄로만 알았더니 단감 주산지로서 전체 생산량의 2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하는군요.

그러고 보니 우리 시장님은 아는 게 멀쩡한 마산만을 매립해서 인공섬을 만들어 맨해튼을 만들겠다거나 멸종위기에 처한 철새들이 그나마 거의 유일하게 안전한 서식처로 각광받고 있는 주남저수지를 개발하는 거 말고는 아시는 게 없나보아요.

이거 두 개 사업이 다 엄청난 저항에 직면할 게 뻔한 사업인데도 왜 저렇게 고집하는지 모르겠어요. 하긴 뭐 정치하는 사람들이 아는 게 있나요. 한나라당 전 대표 정몽준 씨는 시내버스 요금이 얼마냐고 묻자 “70원 아니에요?” 했다니까….

청도 자랑 좀 하려는데 이거 왜 자꾸 창원, 마산 이야기가 나오는 거야, 내참. 죄송해요. 아무래도 너무 서글퍼서 그래요. 혹시 생각 있으신 분은요. 내년 가을에 청도에 가서 한번 걸어보세요. 제 의견으론 와인터널을 구경하시고 그 일대를 한번 걸어보시는 게 어떨까 해요.

거기 마을의 감나무 숲도 장난이 아니거든요. 아래 사진은 제가 찍은 건 아니에요. 함께 청도 팸투어에 갔던 참교육이란 블로그를 운영하시는 김용택 선생님이 찍으신 거에요. 연세가 곧 칠십을 바라보고 있지만 정말 열심히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 부럽기만 하답니다.

감클러스터사업단에서 청도에서 나는 감으로 만든 상품들이죠. 혹시 마트에서 보시거든 사서 맛을 보세요. 절대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그리고 이거 몸에도 다 좋은 것들이거든요. 몸에 좋다하면? 우리나라 사람들, 아시죠? 자, 그럼 이만 맛있는 감상 하시는 걸로 끝. 

아, 하나 빠졌군요. 제목, 청도에는 있지만 창원에는 없는 것? 실은 저도 몰라요. 그냥 달 제목이 마땅히 없어서 그리 달았던 거에요. 그래도 생각 한번 해보기로 하죠. 뭘까요? 청도에는 있지만 창원에는 없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