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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

'아이리스' 지나친 중간생략, 어리둥절하다

<아이리스>는 6부 마지막 장면에서 의외의 화면으로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김현준(이병헌 분)이 헝가리를 탈출하여 일본으로 간 것까지는 좋았다. 김현준은 한국 최고의 첩보요원이니 그 과정을 굳이 보여주지 않아도 충분했다. 김현준이라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라고 모두들 믿으니까. 


그리고 김선화(김소연 분)가 김현준이 일본으로 피신했다는 사실을 간파하고 일본으로 건너간 것까지도 좋았다. 또 하얀 설원을 지나 아키타로 향하고 있는 김현준을 쫓아 총을 겨누는 장면도 좋다. 왜? 김선화는 북한 호위부에서도 가장 유능한 첩보요원 중 한사람이다. 과감한 중간 생략은 스피드와 긴장감을 끌어올리는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갑자기 김소연이 동해안에 나타나 NSS로 압송되고 취조를 받는다는 설정은 지나친 무리가 있다. 거기다 화면은 갑자기 김현준이 어디에선가 고문 받는 장면을 라스트로 처리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시청자들은 궁금하다 못해 어리둥절하다.

우리나라 드라마는 조금만 인기가 있으면 연장방송 등으로 시청자들을 실망시켰었다. 연장방송은 스토리를 질질 끌어 지루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는 게 필연이다. <선덕여왕>도 마찬가지였다. 처음 출발할 때 빠른 스피드와 박진감 넘치는 전개, 색다른 이야기로 화제를 모았던 선덕여왕도 연장을 결정하면서 늘어진다는 원성을 샀다. 

그러나 역시 초반의 인기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여전히 40%대의 높은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한번 고지를 점령하면 쉽사리 빼앗기지 않는 것이 드라마의 세계다. 시청자들도 웬만해선 채널을 바꾸지 않는다. 그래서 방송사와 드라마 제작자들은 거리낌 없이 연장방송이란 카드를 쓰는 것일까. 

그런데 <아이리스>의 경우엔 반대의 이유로 불편하다. 너무 생략을 하는 것이다. 그게 처음엔 태원엔터테인먼트 정태원 사장의 주특기라고 해서 그런가보다 했다. 그리고 사실 빠른 전개는 첩보영화의 상식이다. 첩보영화가 느리면 긴장감이 떨어지고 재미가 없어진다. 당연히 빨라야하는 것은 기본. 

그러나 그것도 어느 정도껏 해야지 너무 지나치면 이야기의 연속성이 떨어진다. 지난 6부의 마지막이 그랬다. 갑자기 김선화가 NSS에 체포되고, 김현준은 고문을 받고 있다. 따뜻한 설국의 온천에서 김현준과 함께 차를 마시던 김선화는 왜 갑자기 동해안에 나타나 체포된 것일까?

북한 최고의 특수요원이 나타나자마자 일반 군경에 잡혔다는 게 말도 안 되지만, 일부러 NSS에 잡혔다는 것도 말도 안 된다. NSS에 잡혀가서 빠져나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면 이야말로 난센스 중의 난센스다. NSS가 어디 동네 파출소쯤 되는 걸로 생각하지 않았다면 말이다. 

그러나 어떻든 김선화는 최승희(김태희 분)의 도움으로 탈출에 성공한다. 그리고 아마도 최승희를 만나 김현준을 소식을 전할 테고, 최승희는 일본으로 날아갈 것이다. 물론 오늘 방송에서 우리가 궁금해 하는 또는 어리둥절해하는 사건의 전말에 대해 충분한 설명이 있을 것이다. 

만약 그러지 않는다면 이보다 더 황당한 드라마도 없었다는 오명을 쓰게 될 테니까, 아마도 그런 일은 없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오늘 모든 의혹이 해소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불편한 것은 어쩔 수 없다. 스피드도 좋고, 긴장감도 좋지만 <아이리스>는 영화가 아니고 드라마다. 


일주일을 기다려 다음 편을 보아야하는 시청자들의 처지도 고려해주는 친절함을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까.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은 매 편 완성도 있는 줄거리를 원한다. 어느 정도의 복선을 깔아 다음 편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시키는 전략도 필요하지만, 지나치면 곤란하다. 

아무튼 오늘 밤, 지난 1주일 동안 기다려왔던 의혹이 해소되길 기대해본다. 도대체 왜 김선화는 느닷없이 NSS에 잡혔던 것일까? 그리고 실수로 잡혔던 걸까, 일부러 잡혔던 걸까? 그랬다면 이유는 무엇일까? 혹시 최승희 사진을 보고 그녀에게 김현준이 살아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갔던 것일까? 

그리고 연이어 김현준은 왜 또 고문장에서 비명을 지르고 있었던 것일까? 아, 정말 머리 아프다. 오랜만에 만나는 멋진 드라마라 생각하고 열심히 보고 있지만, 가끔 너무 불친절하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어쨌든 오늘 7부에선 모든 의혹이 밝혀지겠지. 만약 오늘도 아무 설명 없이 그냥 넘어가버린다면? 용서하지 않을 테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