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실의 난이 실패했다. 미실은 마지막으로 "그래, 덕만이 네가 이겼다!" 속으로 부르짖으며 화살을 날린다. 도대체 누구를 향해 쏘는 화살일까? 물론 덕만을 향해 날리는 화살일 터이다. 다중이 모인 장소에서 추국을 하기도 전에 신국의 공주를 죽이고자 하는 행동은 "나 역도요!" 하고 선언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미실의 도발적 행동, 왜 그랬을까?

도대체 미실은 왜 그랬을까? 옆에서 놀라 제지하는 아우 미생에겐 아랑곳없다는 듯이 그저 묵묵히 화살을 뽑아 시위에 장전해 날리는 모습은 마치 벌써 이런 상황에 대비해 준비하고 있었던 사람처럼 빨랐다. 자포자기했던 것일까? 아무리 위급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냉정하게 침착함을 잃지 않던 미실이 아니던가. 


어쩌면 미실은 정변이 실패할 것을 예감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미 덕만과 춘추로부터 자신은 한 번도 꾸어보지 못한 꿈에 대하여 들었을 때 자신의 시대는 이미 끝났다는 것을 알았을지 모른다. 새롭게 떠오르는 두 마리 용의 기개와 지략을 보며 그들을 상대하기엔 자신과 자신의 측근들은 너무 노쇠했다는 사실을 느꼈을지 모른다. 

그래서 그렇게 말했던 것일까. 마지막으로 옥처럼 찬란하게 부서지고 싶다고…. 그리고 실제 자기가 말한 대로 찬란하게 부서질 각오로 최후의 승부수를 던졌다. 지금까지 자기가 살았던 방식과는 정반대의 방법으로 정변을 일으킨 것이다. 그러나 정변은 성공의 문턱에서 좌절당한다. 아무도 모르고 있지만, 계산에 능한 미실은 간파했다. 

싸움은 이미 끝났다. 노련한 프로 바둑 기사가 수읽기를 통해 패배를 인정하고 돌을 던지듯이 미실도 그렇게 한대의 화살로 패배를 인정한 것이다. 이 화살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다. 덕만이 맞게 될지, 아니면 화랑들 중 누군가가 대신 맞을 것인지, 아니면 어떤 출중한 고수가 출현해 화살을 받아낼 것인지….

미실의 난이 실패한 이유는 무엇일까?

아무튼 미실의 난은 실패했다. 그런데 왜 미실의 난이 실패한 것일까? 실질적으로 30여 년간 신국의 권력을 장악해왔으며, 군사력의 대부분을 쥐고 있고, 신료들과 지방귀족들의 지지를 업고 있는 미실이 어째서 덕만에게 패하게 되는 것일까? 현실에서는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이 드라마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많은 문제가 있었을 것이다. 우선 일선에서 일을 처리하는 부하들의 실수가 잦았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칠숙은 다 잡은 덕만을 놓쳤다. 나는 칠숙이 저지른 실수에 대해선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만약 내가 칠숙이었다면 복야회의 산채를 포위했을 때 그냥 화공으로 잿더미로 만들었을 것이다.

어차피 덕만은 추포되는 과정에서 죽여야 한다. 살아서 서라벌로 데리고 가서는 안 되는 것이다. 또 석품의 주진공 암살 실패를 들 수 있겠다. 어떻든 석품은 주진공을 죽였어야 한다. 그런데 어설프게 작전을 감행하다 실패했다. 진평왕 말년에 선덕여왕의 등극에 반대해 난을 일으켰다는 칠숙과 석품, 그 대단한 두 사람의 실수는 어이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실수들은 지엽적인 것이다. 대세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니다. 이보다 결정적인 실수는 다름 아닌 미실이 저질렀다는 점이 중요하다. 사실 측근들의 실수는 부분의 실수로서 다른 부분에서 만회하면 된다. 그러나 미실이 하는 실수는 보완할 방법이 없다. 미실은 덕만을 보는 즉시 죽였어야 했다. 그런데 미실은 오판했다.  

미실, 너무 똑똑해서 탈이다 

미실이 측근들에게 강조하며 경계한 것이 무엇이었던가. "공주를 살려서 서라벌에 데려와서는 절대로 안 된다. 반드시 추포되는 과정에서 저항하다 장렬하게 전사하도록 해야 한다." 공주를 살려두는 것은 곧 정변을 일으킨 책임이 자신에게 돌아올 위험이 존재한다는 것과 같다. 그래서 반드시 죽여야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덕만이 대범하게도 호랑이굴에 제 발로 들어왔다. 물론 미실은 순간 당황했을 것이다. 게다가 옆에는 당나라 사신도 있다. 그러나 미실은 위국부령이다. 신국의 황제를 대신해 역도를 추국할 수 있다. 순간적으로 당황했을지라도 당장 평정심을 되찾아 덕만을 잡아 옥에 가두라고 명해야 본래의 미실다운 모습이다. 

비록 공주라고 하나 덕만은 역적 혐의를 받고 있는 몸, 포박하여 옥에 격리한다고 한들 누가 탓할 수 있으랴. 더구나 위국령이 내려진 엄중한 시점에 말이다. 그러나 미실은 너무 생각이 많았다. 너무 정치적인 판단을 한 것이다. 당나라 사신의 눈이 두렵고, 대신들의 눈이 두렵고, 모든 사람들의 눈이 두려웠던 것이다. 

아니 어쩌면 미실은 너무나 많은 것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졌기에 두려웠던 것일지도 모른다. 만약 미실이 아니라 세종이었다면 어땠을까? 당장 덕만을 체포해 옥에 가두었다가 쥐도 새도 모르게 목을 베었을 것이다. 그러나 미실은 아홉수를 내다보는 노회한 정치인, 여기에 미실의 비극이 있는 것이다. 

공개추국? 쿠데타에 그런 공정한 재판은 없다

너무 똑똑한 미실, 식자우환이라고나 할까. 쿠데타는 그저 쿠데타일 뿐이다. 명분 따위는 애초부터 필요 없다. 어차피 쿠데타 세력이 내세우는 명분이란 것도 알고 보면 모두 거짓 선동에 불과한 것이다. 반란을 일으키는 마당에 무슨 대의 따위가 소용이 있겠는가 말이다. 결국 나중엔 모든 것이 밝혀지게 되어 있는 것을.

덕만의 죽음에 대해선 역모에 대해 추국하던 중 자결했다고 하면 그만이다. 여기에 대해 사실을 확인하자고 달려들 신료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미 황제의 건강상태를 직접 확인해보자던 대신을 현장에서 죽였던 미실이다. 그런 미실이 이미 죄인이 되어 손아귀에 들어온 덕만을 죽이지 못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춘추가 밖에 있다지만, 그래서 덕만을 죽이더라도 춘추가 그 자리를 대신할 거라는 걱정은, 글쎄 그건 좀 난센스다. 춘추는 진지왕의 손자로서 패주의 자손이다. 설령 춘추에게 대의가 있다고 하더라도 덕만을 죽이고, 귀족들을 단속하고, 군사를 장악한다면 무엇이 문제일까. 남는 문제는 시간이 해결할 것이다.  

결국 문제는 식자우환이다. 너무 똑똑해도 화근이다. 알렉산더처럼 단순해져야 하는 것이다. 단 칼에 실타래를 끊어 푸는 것처럼. 그런데 이거 오늘 내가 엉뚱하게 쿠데타 세력을 찬양하는 발언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하긴 우리가 사는 시대는 너무나 많은 쿠데타를 겪어 마치 반란 교육이라도 받은 것처럼 훤하다.  

미실의 쿠데타 실패는 식자우환 탓 

그래서 내가 아니더라도 미실이 식자우환이란 것쯤은 누구든 이미 눈치 채셨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한편으론 이런 생각도 든다. 미실은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출현했던 쿠데타 세력들과는 달리 대의와 명분을 통해 대중적으로 지지받는 정권을 창출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그런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혹시 양심적인 쿠데타? 어허, 그러고 보니 나도 식자우환이다. 쿠데타면 쿠데타지, 무슨 대의니 명분이니…, 개뿔이다. 
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