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을에 ‘작은 도서관’이 하나 생겼습니다. 참 반가운 일입니다. 마산은 문화와 복지의 사각지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문화복지시설이 빈약합니다. 푸른 숲이 우거진 공원과 잘 다듬어진 도로와 보도, 여기에다 마산시민이 보기에는 넘칠 정도로 풍부한 문화예술 시설을 보유한 인근 창원이 부럽기만 합니다. 같은 생활권에 살면서도 마치 다른 민족이나 계급인 것처럼 비교당하기 일쑤입니다. 한때는 “아직도 마산에 사나?” 하는 게 오랜만에 만난 친구사이에 나누는 인사가 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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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원래 창원에 오래 살다가 마산으로 이사 온지 몇 년 되지 않았습니다. 막상 마산에 와보니 도시가 낙후된 것은 둘째 치고 아이 키우기 참 힘들겠다는 걱정부터 하게 됐습니다. 특별히 인도가 따로 없이 자동차와 행인이 뒤섞여 서로 눈치 보며 다니는 도로에 애들을 마음 놓고 내보낼 수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주변에 딱히 공원이나 놀이터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죽으나 사나 집에서 놀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를 바라보는 제 마음은 ‘얼마나 답답할까’ 하는 걱정으로 아이보다 먼저 답답해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실정이 이러하다보니 마산시의 문화나 복지수준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배부른 일로 여겨졌습니다. 우선 도시환경이나마 조금이라도 개선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기대도 하지 않고 있던 우리 마을에 ‘작은 도서관’이 하나 생긴 것입니다. STX그룹의 지원을 받아서 경남대학교에서 만들었습니다. 저도 고마운 마음과 기쁜 마음 두 가지를 가슴에 안고 작은 도서관으로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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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막상 가서보니 기대에 훨씬 미치지 못했습니다. 규모가 작은 것은 그렇다 하더라도 읽을 만한 책이 하나도 없었던 것입니다. 초등학교 5학년인 아들과 초등학교 1학년인 딸을 데리고 갔었는데 이 아이들이 읽을 만한 것은 더욱 없었습니다. 물론 아직 도서관이 문을 연지도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이러는 건 섣부른 투정일 수도 있겠습니다. 앞으로 차근차근 장서를 늘려나가면 제대로 된 마을 주민들을 위한 문화공간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기대도 부질없는 것이란 것을 곧 깨닫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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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좁은 도서관 안의 책장은 꽉 차 있었습니다. 주로 대학 전문서적들이었습니다. 이곳이 아무리 대학교 주변 마을이라지만 주민들이 저런 전문서적 읽기를 즐기는 그런 학구적인 사람들이 많은 마을은 분명 아닐 것입니다. 저부터도 그렇습니다. 주민들과 함께 호흡하는 대학, 주민들과 함께 어울리는 기업이미지를 만들기 위하여 노력하시는 뜻은 충분히 알고 아름답게 생각하지만, 자칫 지방정부들이 즐겨하는 전시행정 같은 꼴이 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좋은 일 하려다가 도리어 욕먹는 그런 우를 범해서야 되겠는가 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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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도서관'은 신마산에 있는 옛날 창원군청 자리에 위치한 경남대학교대학원 평생교육원 1층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제가 거기 사서로 아르바이트(?)하고 있는 학생에게 학교측에 제 의견을 좀 전해달라고 부탁은 해놓았는데, 개선이 될지는 잘 모르습니다만. 컴퓨터도 4대 비치돼 있으니까 필요하신 분은 들러보세요.


2008. 9. 11  파비

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