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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이야기

결혼 앞둔 김보슬 체포, 무슨 영화 찍냐?

MB정권, 막장을 지나 이제 영화까지 찍는다


김보슬 피디가 잡혀갔다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김보슬 피디는 MBC <피디수첩>에서 미국산쇠고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를 연출하여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피디라고 합니다. 저도 그 프로를 한편 감동 있게, 또 한편 걱정스럽게 그리고 또 한편 분노하면서 보았었습니다 


만약 그 프로가 없었다면 광우병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 미국산쇠고기가 얼마나 광우병에 많이 노출되어 있는지, 미국산쇠고기를 아무런 대책도 없이 수입하려는 이 나라 정부가 얼마나 잘못하고 있는지 잘 알지 못했을 것입니다.

 

또한 피디수첩이 진중권 교수의 말처럼 한국정부에는 경종을 울리고 미국정부로 하여금 다우너 소에 대한 도축을 금지하게 함으로써 소비자들을 기만하는 행동에 일정한 제한을 가해 한미 양국 소비자의 권리를 어느 정도 보호하는 효과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했다면, 이는 국제인권상이라도 받을 만한 일입니다. 그런 점에서 김보슬 피디가 한국피디대상(올해의 피디상)을 받은 것은 매우 당연한 결과였다고 생각합니다.

이 프로가 저에게 준 또 하나의 선물이 있습니다
. 이 프로가 방영되고 난 이후 우리 아이들이 햄버거를 안 먹게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미국산쇠고기와 상관없이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햄버거를 좀 안 먹게 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습니다. 물론 모든 부모들이 다 그러하겠지만, 우리 아이 엄마는 유독 햄버거 사주길 꺼려했고 아이들 등살에 못 이긴 저는 매번 편치 않은 마음으로 아이들 엄마 눈치 보며 햄버거를 사주곤 했었지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 우리 아이들은 자발적으로 햄버거를 먹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젠 먹으라고 꼬셔도 절대 안 먹겠다고 버티는 희한한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는 것이지요. 심지어 어린 딸아이가 이렇게 말하더군요. 아빠는 내가 일찍 죽었으면 좋겠나. 거의 울 것 같은 얼굴로 말이지요, 내참….

 

하여간 햄버거는 미국산쇠고기와 상관없이 아이들 건강에 별로 도움이 안 되는 것이므로 아주 잘 된 일이었지요. 초등학교 5학년이던 우리 아들녀석은 그 이후로 소비자고발 프로를 아주 열심히 보는 것 같았습니다. 글쎄요, 저도 안 보는 걸 말이지요.

 

<개콘>은 안 봐도 <소비자고발>은 보는 녀석이 이제 갓 초등학교 6학년짜리라니 다른 분은 어떠실지 몰라도 저는 너무 신기합니다. 제가 그만할 땐 절대 그런 프로 안 봤거든요. 주로 <소머즈><육백만 불의 사나이>, 아니면 <서부소년 차돌이>, 그런 게 제가 보는 티브이 프로의 전부였지요.

 

어쨌든 저는 이런저런 사정으로 <피디수첩>이나 <소비자고발>을 매우 좋아하고 고맙게 생각하는 처지가 되었답니다. 말하자면, 은혜를 입었다고나 할까요. 그런데 세상에 그 피디수첩의 김보슬 피디가 결혼식을 앞두고 경찰에 잡혀갔다고 하네요. 그것도 결혼준비를 위해 시댁을 방문한 자리에서 말입니다.

사진=레디앙/미디어오늘, 아래 영화이미지들은 Daum영화

이 소식을 접하는 순간 저는 왠지 영화 <킬 빌>이 떠올랐습니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 <킬 빌>, 다들 보셨겠지만요. 너무나 잔혹한 장면을 미학적으로 치장한 부분들이 걸리긴 해도 재미있는 영화였습니다. 거기 일본 야쿠자 두목으로 나오던 여자, 나중에 주인공 여자에게 머리 윗부분이 잘려 죽고 말았지만…, 대단했었지요.

그런데 이 영화가 전개되는 시초가 무엇이었느냐 하면, 다들 아시겠지만, 이라는 폭력조직 두목이 주인공 여자의 결혼식장에 부하들을 이끌고 난입해서 다 죽이고 여자도 거의 죽을 지경으로 만들어놓았던 것이지요. 그래서 원기를 회복한 주인공이 무술을 익혀 을 처단하기 위해 야쿠자 조직과 대결을 벌인다는 스토리였지 않습니까? 

 

물론 결말은 의 부하들과 야쿠자가 주인공에게 전멸하는 것으로 끝납니다. 이 영화는 별 의미 두지 말고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보기엔 딱 좋은 그런 영화입니다. 하얗게 눈이 내리는 일본식 후원에서 규칙적으로 달그락거리며 떨어지는 물바가지 소리에 맞춰 벌이는 두 여자의 진검승부…, 배경을 타고 흐르는 감미로운 음악…! 그런데 이 영화를 보면서 저는 그런 생각을 했었거든요.

 

, 이란 놈, 진짜 초자븐 놈일세. ‘초잡다는 말은 경상도 사투리로서 저도 무슨 뜻인지는 정확하게 모르지만, 대충 아주 형편 없는 놈이라거나 아주 쫀쫀하다는 뜻임 아무리 조폭 두목이지만, 하필 남의 결혼식장에 가서 깽판 놓을 게 또 뭐란 말이냐.  

   

영화 보는 내내 그 대목이 좀 찜찜하더군요. 그런데 그러고 나서 한참 후에 결혼식장에 쳐들어가서 깽판치는 그 ‘초자븐’ 장면을 한국영화에서도 보게 되었답니다. 준호, 김정은, 유동근이 나왔던 <가문의 영광>이란 영화였는데요. 재미있게 보다가 마지막에 가서 기분 완전히 잡친 영화였습니다.


마지막 장면이 무엇이었느냐? 바로 결혼식장에 깡패들이 개떼같이 몰려가서 깽판치는 바로 그 장면이었습니다. 정말 재미있게 보던 중이었는데, , 이거 정말 뭐야. 이건 아니지, 이건. 괜히 내 얼굴이 화끈거리네, 창피해서…” 그랬던 영화였습니다. 정말 지금 생각해도 쪽 팔립니다. 왜 마지막 설정을 그렇게 했는지 저는 지금도 그 영화 만든 감독이 이해가 안 가거든요 


그런데 그
깽판치는 이야기가 영화 속에서나 등장하는 쪽 팔리는 장면이 아니라 현실 속에 등장했습니다. 그것도 무식한 조폭 똘마니들이 아니라 대한민국 검찰에 의해서 말입니다. , 이건 뭐 쪽 팔리는 정도도 아니고, 뭐라고 해야 할지를 모르겠네요. “……”
 

결혼식장에 나타난 빌의 부하들

제가 볼 땐 이런 쪽 팔리는 시츄에이션은 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럼 영화 <킬 빌>에서 왜? 은 하필 결혼식장에 총과 칼을 든 마피아 똘마니들을 투입시켜 난장판으로 만들었을까요?

거기엔 나름 이유가 있습니다
.
은 본래 자기 애인이었던 그녀(주인공)가 가장 행복해하는 순간에 가장 처절한 고통을 안겨주고 싶었던 것이지요. 그게 결혼식이었고요. 폭력조차 미학으로 풀어나가는 수준이 거의 네로 황제 수준이지요.

 

그럼 우리의 MB는 도대체 무엇 때문에 결혼식을 나흘 앞둔 김보슬 피디를 공격했을까요? 1년도 더 지난 사안을 지금껏 질질 끌다가 왜 하필 결혼준비를 위해 시댁을 방문하는 날 전격적으로 끌고 갔을까요? 여기에도 무슨 폭력미학 같은 고도의 시나리오가 숨어있는 것일까요?

 

아니면 영화를 너무 많이 보셨나? 도대체 왜 그런당가요? 쪽 팔리게….        파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