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미령은 <최고다 이순신>에서 매우 이중적인 면모를 지닌 인물로 등장합니다. 지독스럽게 자기만 아는 이기적인 인물이면서도 슬픈 모성애를 가슴속에 담고 아파하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한편 표독스럽지만 한편 가련합니다.

송미령은 이순신의 생모입니다. 본명 김경숙은 시골촌뜨기 시절의 이름일 뿐이지만 늘 그녀의 발목을 잡는 족쇄와도 같습니다. 그녀는 경숙이란 이름이 정말 싫습니다. 순신이 할머니가 “경숙이 네가......”라고 자기를 부를 땐 미칠 것만 같습니다.

“나는 경숙이가 아녜요. 내 이름은 송미령이라구요. 송미령.”

그녀에겐 남몰래 숨겨온 비밀이 있습니다. 한창 스타의 꿈을 키워가던 젊은 시절 처녀의 몸으로 아이를 낳은 것입니다. 현재 그 아이는 이순신(아이유)이고 생부는 이창훈(정동환)인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창훈은 극 초반에 교통사고로 죽었습니다.

아마도 너무 빨리 출생의 비밀이 밝혀진 것에 대해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많을 겁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허, 이렇게 빨리 카드를 까버리면 뭘 갖고 줄거리를 이어댈 심산인 거지? 아, 그런데 알고 보니 진짜 출생의 비밀은 따로 있었던 모양입니다. 우리가 본 것은 양파껍질.

하지만 오늘 이야기는 이순신의 생부가 이창훈이 아니고 김갑수가 아닐까 하는 뭐 그런 상투적인 건 아니에요. 송미령의 이중적 태도에 관한 것이지요. 아마도 지금 송미령의 나이는 대충 어림잡아도 40대 초반에서 중반으로 넘어가는 정도의 나이로 보입니다. 그러고 보면 이미숙의 나이가 좀 많죠?

송미령이 이순신을 처음 봤을 때 이상하게 끌리는 감정에 스스로도 당혹했을 겁니다. 그러나 곧 ‘이 아이가 너무 순수하고 또 내 어릴 적 모습과 너무 닮아 그런가보다’하고 스스로 정리를 했겠죠. 그녀는 진심으로 이순신의 재능을 알아보고 키워주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순신이 이창훈의 딸이라는 사실을 아는 순간, 그녀의 마음은 180도 돌아섭니다. 이순신을 자기가 속한 세계로부터 멀리 쫓아버리고 싶었던 겁니다. 물론 이창훈 때문입니다. 과거의 연애관계 때문이 아니라 이창훈의 죽음에 얽힌 사연 때문이었죠.

단순한 사고였지만 그녀로서는 엄청난 부담이 되는 사건이었습니다. 톱스타로서의 그녀에겐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는 사건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순신이 자기 친딸임을 알았을 때 흔들립니다. 왜냐. 엄마이기 때문이지요.

드라마를 보면서 그녀를 향한 묘한 연민의 정이 느껴졌습니다. 나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누구나(단정적으로 말할 순 없겠지만) 두 개 혹은 세 개의 얼굴을 갖고 있습니다. 어떤 얼굴이 더 잘 보이냐 하는 차이가 있을 뿐이지요.

순신의 생모에게도 한편 송미령의 얼굴이 있는가 하면 한편 김경숙의 얼굴도 있습니다. 지금은 다만 송미령만 우리에게 보일 뿐인 게지요. 하지만 앞으로는 김경숙의 얼굴도 만만치 않으리란 예감이 듭니다. 모든 것을 다 가진 듯이 보이지만 외로운 그녀의 표정이 그걸 말해줍니다.

그러나 저는 현재의 이중적 송미령이 좋습니다. 만약 우리가 상상하는 엄마의 모습대로 순애보로 나갔다면, 그건 그야말로 파멸의 길이죠. 지금 송미령이 하고 있는 방법이 가장 지혜로운(대부분은 영악하다고 말하겠지만) 방법입니다. 미령이도 살고 순신이도 도와줄 수 있는. 

그런 점에서, 요즘 인물 성격묘사는 과거보다 훨씬 진보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