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09.12.23 ‘선덕여왕’, 왕위후계자 춘추가 사라진 이유 by 파비 정부권 (54)
  2. 2009.09.10 선덕여왕과 미실의 통일관은 어떻게 다를까? by 파비 정부권 (3)
  3. 2009.08.25 미실을 속이려고 유신과 비담마저 속이는 덕만공주 by 파비 정부권 (7)
  4. 2009.08.05 선덕여왕, 비담의 반란 벌써 시작됐다? by 파비 정부권 (29)

<선덕여왕>이 8개월간의 대장정에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화려한 출생의 비밀을 안고 탄생한 덕만에 대한 기대를끝내 채워주지 못한 채, 선덕여왕은 연모와 왕좌 사이에서 갈등하다 운명을 마쳤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결말입니다. 저는 앞서 포스팅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여전히 <선덕여왕>은 미실의 난을 진압하고 왕위에 등극하는 것으로 마무리했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지 못한 <선덕여왕>은 결국 용두사미가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애초 의도했던 선덕여왕에 대한 재조명에도 실패했습니다. 지증왕이 추구하고 진흥왕이 마련했던 삼한통일의 대업을 이룰 개양자의 예언도 오간데 없이 사라졌습니다. 김유신도 마찬가집니다. 선덕여왕과 함께 삼한통일의 주역으로 그 역할에 기대를 모았던 유신은 문노가 죽기 전에 삼한지세의 주인으로 지목한 것 말고는 이렇다 할 내용도 활약도 없었습니다.


염종에 의해 또 다른 삼한지세의 주인으로 지목되었던 춘추도 그렇습니다. 염종은 문노와 달리 왕재로 덕만이 아닌 춘추를 지목하고 삼한지세도 그가 가져야한다고 믿었지만, 결과는 영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갔습니다. 물론 이는 염종이 비담의 난의 주요인물이란 역사적 기록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어떻든 왜 춘추가 아니고 비담이었는지에 대한 설명은 있어야 했습니다.


춘추는 미실에 의해 폐위된, 형식적으로는 진평왕에 의해 폐위된 진지왕의 손자입니다. 물론, 천명공주의 아들이므로 진평왕의 외손자이기도 합니다만, 신라는 어디까지나 부계전승사회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춘추의 지위가 그리 탄탄한 것은 아니란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진평왕과 선덕여왕에게 춘추는 정적의 자손일 뿐이란 것입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라마에서 춘추는 선덕여왕을 이을 후계잡니다.


선덕여왕은 미실의 난을 진압할 때도 “우리에겐 두 개의 카드가 있다. 그게 미실보다 유리한 지점이다”라는 말로 춘추의 입지를 세워줍니다. ‘만약 내가 죽으면 네가 왕이 되면 된다’라는 논리죠. 비담의 난 때도 마찬가집니다. 선덕여왕은 서라벌을 떠나지 않고 반란에 맞설 것을 고집하며 춘추를 울산으로 보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합니다. 사실상 춘추를 후계자로 지명한 셈입니다.


천신만고 끝에 왕좌에 올랐지만 아무것도 한 일 없이, 굳이 한 일이 있다면 비담을 사량부령(정보부장감찰부장)에 앉혀 신료들을 사찰하고 통제하고 억압한 일 뿐인데, 느닷없이 선위를 결심하는 장면은 참으로 뜬금없었습니다. 아무튼 비담과 조용한 암자를 골라 여생을 마치기로 하고 선위하겠다고 측근들에게 밝혔을 때, 선위의 대상은 누구였을까요? 당연히 지금껏 우리가 보아온 스토리로 보자면 춘추가 그 대상입니다. 


실제로 비담이 반란을 일으키자 몽진을 권하는 신료들을 뿌리치고 대신 춘추를 울산으로 피신시켜 차기 대권에 대한 대비를 합니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 것입니까? 선덕여왕은 후계자로 틀림없이 춘추를 택한 것이며 모든 신료들도 그걸 알아들었을 것입니다. 임진왜란 때도 급히 왕세자를 책봉해 왕과 세자가 따로 피난을 갔던 전례가 있습니다. 이 역시 왕위가 비게 되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함입니다.


왕좌가 빈다는 것은 곧 나라의 멸망을 의미하니까요. 자, 그런데 이토록 중요한 춘추가, 중요한 역할을 해왔던 춘추가, 왜 마지막회에서는 그 모습조차 보이지 않았던 것일까요? 늘 그래왔던 것처럼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월천대사와 신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그 중에 대남보의 행방에 대해선 춘추가 밝혀주었지만, 이도 네티즌들이 의혹을 제기한 데 따른 반사 아니었을까—과 다르지 않은 이유 때문일까요?


물론 그것은 아닐 겁니다. 춘추는 사라진 다른 사람들과는 분명 격이 다른 인물입니다. 그럼에도 그가 마지막회에 나타나지 않은 것은 윤서아빠세상보기님이 제기한 것처럼 단순히 제작진의 실수였을까요? 그럴 수도 있습니다. 몇 차례 계속된 연장방영 결정은 작가나 제작진에게도 큰 부담이었을 겁니다. 일정에 쫓기다보니 앞뒤가 안 맞는 경우도 많고 아무런 이유 없이 갑자기 사람이 사라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나중에 이를 인지한 제작진이 김춘추의 입을 통해 “대남보가 왜 갑자기 실종됐을까? 그거 내가 비밀리에 복수한 거야. 죽인 거라고” 미생에게 실토하는 진풍경까지 연출했지요. 그저 제 생각일 뿐, “원래 그렇게 기획된 거야” 하고 말한다면 할 말 없지만. 아무튼 그러나 김춘추는 역시 격이 다르다는 말로 제작진의 실수였다는 변호를 반박할 수밖에 없겠습니다. 확실히 실수라고 말하기엔 뭔가 허전합니다.


실수라기보다는 애초부터 제작진의 오류가 있었던 게 아닐까요? 그 오류는 어쩌면 이미 예정된 김춘추의 성공 탓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한정된 분량 안에 모든 이야기를 담아야했던 제작진으로서는 김춘추를 선덕여왕의 후계자로 만드는 실수 아닌 오류를 저질렀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김춘추와 선덕여왕 사이에 승만공주(진덕여왕)를 넣어야했지만, 그러기엔 드라마 분량이 허락하지 않습니다. 춘추의 포지션이 애매해지는 문제도 있습니다.


그러나 역시 문제는 시간이었을 겁니다. 연장방송으로 인한 대본 수정, 제작기술상의 변화는 이런 문제에 대해 고민해볼 시간을 주지 않았을 겁니다. 원래 <선덕여왕> 홈페이지 등장인물에 보면 승만공주도 나옵니다.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지 않으면서 드라마의 줄거리를 잡기 위해선 춘추와 더불어 승만도 나왔어야 합니다. 여러 가지 여건상 승만공주가 나올 수 없었다면, 역시 <선덕여왕>은 미실의 난에서 끝났어야 옳았습니다.


그랬다면 시즌2에 대한 기대감도 불러일으키면서 동시에 애초의 드라마 제작 목적도 충실하게 수행했을 겁니다. 어떻든 우리가 기대했던 것은 예언을 통해 탄생한 선덕여왕이 마지막까지 그 신비한 모습을 잃지 않는 것이었으니까요. 그러나 마지막에 선덕여왕은 없고 미실과 비담만 남았다는 불평을 할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이리하여 춘추가 마지막에 사라진 이유에 대해 우리가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이런 게 아닐까요?


막상 선덕여왕의 죽음에 이르고 보니 선덕여왕의 후계자인 진덕여왕이 걸렸다, 춘추로 하여금 덕만의 유지를 받들며 대미를 장식하는 것이 그래도 무언가 부담이 되었다, 그래서 늘 그래왔던 것처럼 조용히 안 보이게 하는 쪽으로 결정했다, 이렇게 말입니다. 윤서아빠세상보기님의 글에 보니, 선덕여왕이 춘추에게 “왕위는 승만에게 잇도록 하고 너는 정치적 부담에서 벗어나 대업을 준비하라”는 신을 찍었다는 기사를 봤는데 편집하지 않았냐는 의문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랬다면 더 우스웠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실컷 춘추를 후계자라고 치켜세워놓고선 이제 와서 “너는 성골이 아니니 굳이 정치적 부담 질 것 없이 승만에게 왕위를 양보하거라. 곧 성골, 진골 구분은 없어질 것이니 그때 대업을 도모하라” 하고 말한다는 게 얼마나 난센습니까? 그러면 비담의 난이 일어났을 때 왜 춘추를 울산으로 보냈을까요. 승만공주를 보냈어야지요.


아무튼 춘추가 마지막회에 나오지 못한 것은 전적으로 제작진의 오류로 인한 실수라고 보여 집니다. 물론, 이것은 망고 제 생각입니다. 그러나 모든 시청자들이 인정하듯 저 역시 <선덕여왕>이 대단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아니, <선덕여왕>은 최고의 드라마였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아쉬움을 토로하는 것도 <선덕여왕>이 불세출(!)의 드라마였음을 역설적으로 말해주는 것 아니겠습니까?


게다가 <선덕여왕>은 정치가 썩은 시대에 정치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좋은 본보기도 보여주었으니 이런 정도의 칭찬을 하더라도 아무런 무리가 없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있겠는가!”

Posted by 파비 정부권
<선덕여왕>을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문제를 푸는 재미도 있습니다. 대체로 문제의 정답을 맞히는 데는 큰 무리가 없습니다. 이미 드라마에서 여러 장치들을 통해 어느 정도 신경을 쓰면 알 수 있도록 해놓았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드라마에서 힌트를 주기도 합니다. 너무 어려운 질문은 오히려 관심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드라마 제작진의 고도의 계산이 깔린 전술이란 생각이 듭니다.
 

시중에 많이 나온 <소설 선덕여왕>들도 답을 맞히는데 한 몫을 합니다. <필사본 화랑세기>를 읽어본 독자라면 더 쉽습니다. 구체적인 예가 이번에 문노가 낸 문제입니다. 첫 번째 문제는 너무 어려워서 아마 맞춘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입니다. 그럴 시간도 없었고요. 닌자 임무를 열심히 수행하며 미실의 총애를 받는 보종이 아니고선 어려운 문제였습니다.

두 번째 비재의 정답은 화랑세기에 나온다
 
그러나 두 번째 문제는 사실 화랑세기를 유심히 읽어본 독자라면 쉽게 맞출 수 있는 문제였습니다. "덕업일신 망라사방" 이는 화랑세기에 나오는 말입니다. 그러나 신라란 이름의 세 가지 의미를 전하는 국사를 미실이 조작한다든지, 이를 간파한 거칠부가 밀서를 통해 진흥왕의 소엽도에 새긴 세필을 살피라고 하는 것은 작가의 상상력입니다.

어쨌든 두 번째 문제의 정답은 삼한통일입니다. 신라란 이름은 서라벌이 세력을 팽창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것이며 결국 그 끝은 고구려와 백제를 통일하는 것으로 완결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두 번째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미실이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이 많이 나옵니다. 그 회상이란 결국 미실이 황후가 되려고 했던 음모에 관한 것들입니다.

진흥왕이 죽은 후―미실이 독살하려 했지만 그럴 필요까지는 없게 되었다―미실은 진지왕에게 황후 자리를 약속 받고 왕관을 건네지만 진지왕은 약속을 어깁니다. 진지왕을 몰아내고 진평을 왕으로 세운 미실은 그러나 이번에도 황후 자리를 얻는데 실패합니다. 격분한 미실은 황실서고에 들어가 국사 중 한권을 불태워버립니다.

그 책에는 지증왕이 유지로 내린 신라의 세 가지 의미가 적혀 있었습니다. 왜 미실은 다른 국사는 놔두고 이 책만을 골라 불살라버렸는가. 거기에 대해선 미실의 회상이 자세히 설명해줍니다. 무력증진, 신흥세력, 삼한통일, 이 중 마지막 세 번째 삼한통일이란 실로 '이룰 수 없는' 원대한 이상입니다. 그러나 이는 왕권강화와 관련이 있습니다. 

왕권이 강화된다는 것은 반대로 귀족들의 권한이 약화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황후가 된다면 왕권이 자기 것이 되므로 이 유지는 가치 있는 것이지만, 이제 황후전을 가질 수 없게 되어 진골귀족에 불과한 자신에겐 필요 없을 뿐 아니라 이루어져서도 안 되는 유지라고 미실은 말합니다. 그리고 그 부분이 기록된 국사를 태워 없앤 후 새로 만들게 한 것입니다. 

권력을 추구하는 미실에게 삼한통일은 하나의 이용물일 뿐

참으로 무서운 여자입니다. 삼한통일의 대의마저도 자신의 권력을 위해 이용합니다. 그리고 자기 권력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면 가차 없이 그 대의마저 부정하고 탄압합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덕만공주는 삼한통일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요?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그녀는 아직 신라의 의미를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이번 주 마지막 장면에서 진흥왕의 소엽도에 세필로 새겨진 '덕업일신'을 읽는 것으로 드라마는 끝났습니다. 다음 주에 그 다음 구절, '망라사방'을 읽고 마침내 삼한통일의 대업이 신라왕의 임무임을 깨닫게 되겠지요. 그녀가 왕이 되겠다고 결심하고 서라벌로 돌아온 것은 그녀의 언니 천명이 자기 눈앞에서 죽었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미실에게 복수하기 위해 왕이 되기로 결심합니다. 공주 신분만으로는 미실을 꺾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단순하게 출발한 그녀는 문노를 만나 차츰 신라왕의 대업에 대한 깨우침을 얻게 됩니다. 문노도 결국 진흥왕이 예언한 개양자를 위해 마련된 장치였습니다. 개양자가 가는 길을 안내하는 등불 같은 존재라고 할까요.
 
덕만공주는 삼한통일의 대의를 깨닫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왕권강화를 위한 강력한 기제라는 것도 알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덕만공주의 깨우침이 이걸로 끝날까요? 그렇다면 덕만공주는 미실과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미실도 덕만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공주님은 이 미실보다 훨씬 간교합니다."

성골의 신분으로 자기 권력을 확보하고 확대하는 데만 골몰한다면 틀림없이 미실의 말처럼 덕만은 미실보다 더 간교할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여러분. 미실은 태어나면서부터 권력 속에서 권력과 함께 권력을 누리며 자랐습니다. 미실은 늘 미천한 자신의 신분을 탓하며 살았지만, 사실은 미실의 신분이 그렇게 미천하지 않습니다. 

민중 속에서 만들어진 덕만의 꿈은 삼한통일도 민중적으로 해석할 것

그녀는 진골귀족 중에서도 권세가 막강한 가문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그녀는 늘 황제와 가까운 거리에서 황후의 꿈을 꿀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럼에도 그녀는 자신이 성골이 아닌 것에 분통을 터뜨립니다. 그녀는 "내가 만약 성골이었다면, 그리고 황후가 될 수 있었다면 아마 다음 꿈을 꾸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 말은 내가 보기에 별로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황후전을 차지하지 못하게 되자 지증왕의 삼한통일의 유지가 전해지는 국사를 불태운 그것이 그녀의 본심입니다. 이에 비해 덕만은 어떻습니까? 그녀는 비록 성골이라고는 하지만 민중 속에서 자랐습니다. 민중들과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음식을 먹고 똑같은 일을 하며 살았습니다.  

그녀는 민중의 고락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녀 자신이 민중이었기 때문이죠. 그런 그녀가 삼한통일의 대업을 받았을 때 그것을 단순히 자신의 권력기반을 공고히 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인식할까? 물론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영민한 그녀는 그러지 않으리라 봅니다. 마음이 따듯한 그녀는 분명 다른 대의를 찾으리라 봅니다.  

당시는 삼국이 국경을 맞대고 각축을 하던 전국시대(戰國時代)였습니다. 늘 전쟁으로 백성들은 피폐했습니다. 어느 누가 통일을 이루지 않고서는 이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종식시킬 수 없습니다. '인간의 욕망에서 불거져 나온 전쟁과 협상의 노예'로부터 사람들을 해방시켜야만 '더 이상 눈물이 흐르지 않는 나라'를 만들 수 있습니다.

덕만공주는 틀림없이 '사람이 사람으로 인해 눈물이 흐르지 않는 나라' 생각했을 것입니다. 삼한통일의 대업은 권력기반의 문제만이 아니라 백성들의 삶의 문제임을 직시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녀는 처음부터 공주가 아니라 민중 속에서 민중과 함께 자란 민중이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미실과 확연히 다른 점입니다. 

백성의 삶과 무관한 삼한통일은 그저 전쟁놀음일 뿐이다

아마도 이 지점은 지증왕도 생각한 것이 아니었으며, 진흥왕이나 문노도 생각하지 못한 것이었을 겁니다. 물론 그 시대의 아무도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죽방 같은 평민이라면 신라의 의미를 단박에 깨달았던 것처럼, 덕만공주라면 지증왕이 생각한 이상을 생각하는 지혜를 가졌을 게 분명합니다.

아무튼 다음 주를 기대해보지요. 다음 주엔 보종이 유신랑에게 실컷 혼나겠군요. 참고로 화랑세기에 의하면 보종은 유신랑의 부제가 됩니다. 그리고 유신랑의 뒤를 이어 풍월주에 오르죠. 이 점을 살피면서 드라마를 보신다면 향후 덕만공주와 미실의 관계가 어떤 방향으로 발전될지 가늠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건강한 한 주 되시기 바랍니다. '뻔'한 결과를 알면서도 유신과 보종의 결투가 기다려지는군요. 이것 참…           파비
Posted by 파비 정부권
마침내 저의 예언이 이루어졌습니다. 하하. 좀 쑥스럽긴 하지만 이 정도 제 자랑으로 시작하는 걸 너무 나무라진 마십시오. 이것도 다 블로그를 하는 보람 중에 하나가 아니겠습니까? 덕만의 이이제이 전략은 참으로 놀랍습니다. 예언은 예언으로 깬다. 어출쌍생 성골남진의 예언은 덕만이 쌍생의 하나란 사실을 밝히지 않고서는 자신의 신분을 회복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쌍생의 예언을 인정해야만 한다면 결국 쌍생의 예언을 저주가 아닌 복음으로 만드는 방법 외엔 달리 도리가 없는 것이죠.
 

저는 그래서 총명한 덕만이 자신의 자리를 되찾기 위해서 새로운 예언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예언했던 것입니다.<7/29, 쌍생의 저주는 언제 어떻게 풀릴까?
http://go.idomin.com/288 8/19, 선덕여왕, 다음주를 예언하는 즐거움 http://go.idomin.com/343> 물론 성골남진의 비문에 이어 개양성의 비밀을 밝히는 새로운 예언이 나타날 수도 있었습니다. 이미 진흥왕이 죽기 전에 국선 문노에게 전한 개양성의 예언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덕만이 스스로 예언을 만드는 게 아니라 국조 혁거세나 진흥왕의 예언이 나타날 수도 있었지요.

그러나 《드라마 선덕여왕》은 결국 덕만이 새로운 예언을 만드는 걸로 만들었습니다. 그게 더 멋있습니다. 미실의 계략을 역이용하는 기발한 전략, 이것이야말로 덕만이 신라의 왕으로 등극하는데 아무런 부족함이 없다는 증좌가 되겠습니다. 이런 덕만의 지혜는 유신과 알천을 비롯한 신라 인재들이 진심으로 충성을 하도록 만들게 될 것입니다. 결국 덕만은 천명이 아니라 스스로 왕이 되는 것이죠. 스스로의 힘으로 말입니다. 그래야 진정한 왕입니다.

자, 그런데 덕만이 만들어낸 혁거세 거서간의 예언이 담긴 비문, 거기엔 개양성이 하늘로 돌아가면 일식이 일어나고 이어 개양성이 다시 서니 신라에 새로운 하늘이 도래한다고 씌어있습니다. 개양성이 하늘로 돌아갔다는 것은 천명공주가 죽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일식이 일어나면 나머지 하나의 개양성이 스스로 다시 선다고 했으니 이는 덕만이 공주의 자리로 돌아온다는 뜻이죠. 개양성이 자립하고 새로운 하늘이 도래한다는 것은 덕만의 의지입니다, 스스로 왕이 되겠다는. 

그런데 덕만이 일식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을까요? 미실과 월천대사가 하는 말을 엿들었나요? 저는 한 번도 선덕여왕 보기를 빼먹은 적이 없습니다. 어제는 <블로거스경남>에서 주최하는 블로그 강좌(강사 : 독설닷컴 고재열 기자)가 있어 보지 못했지만, 오늘 인터넷에서 500원 주고 봤습니다. 하여튼 어떤 일이 있어도 저는 선덕여왕을 빼먹는 법이 없습니다. 그런데 덕만이 어떻게 일식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았는지 그게 궁금하네요. 제가 벌써 치매기가 있는 것인지…. 

어쨌든 월천대사도 일식이 일어난다고 했으며, 그 사실을 미실에게도 말했습니다. 게다가 덕만이 만들어낸 혁거세 거서간의 예언이 담긴 비문에도 일식이 일어난다고 되어 있습니다. 만약 일식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혁거세 거서간의 비문은 가짜가 되거나 아니면 개양성이 자립할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일식은 반드시 일어나야 하고 또 일어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덕만은 비담에게 중요한 임무를 맡기면서 일식은 없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반드시 일식이 일어날 것이라고 미실이 믿게 해야 한다고 주의를 줍니다. 자, 여기서 주목해 봅시다. 비담은 일식이 일어나지 않을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정 앞에서 신통력을 선보이며 백성들의 이목을 모은 후에 개양성의 예언이 담긴 비문을 드러냅니다. 그리고 미실 앞에 붙들려 갑니다. 미실에게 잡혀가는 것이 목적이었죠. 그리고 미실에게 일식이 일어날 것임을, 그리고 그 날짜를 내가 알고 있음을 믿게 하려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미실이 어떤 사람입니까? 상대의 심중을 꿰뚫어보는 날카로운 통찰력을 지난 계략가입니다. 그래서 비담에게마저 일식은 없을 것이라고 속인 것인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미실은 덕만이 자신에 필적할 지모와 방략을 지녔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런 미실이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가? 예고편을 보면 미실은 일식이 없을 것이라고 선언한다고 합니다. 이 대목은 좀 이해가 안 가는 부분입니다. 미실은 이미 미생공과 월천대사로부터 일식이 있을 것임을 암시 받았습니다. 다만, 그 날짜를 정확하게 계산하기 위해선 정광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을 뿐입니다. 

만약 오늘 드라마에서 정말 미실이 일식이 없다고 선언한다면 이는 미실의 실수가 아니라 드라마 제작진의 실수입니다. 미실이 갑자기 그렇게 멍청해진다는 건 이해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아니면 미실의 다른 숨은 의도가 있든지. 하여간 덕만, 정말 대단합니다. 미실을 완벽하게 속이기 위해 자신의 명을 받고 임무를 수행하는 비담마저 속입니다. 좀 비유가 아름답지 못하긴 합니다만, 옛날 한국전쟁 때 인천상륙작전이 생각납니다. 

맥아더의 이 작전은 손자병법에도 나오는데 유명한 동성서취 전략이죠. 원산을 공격할 것처럼 하면서 인천으로 갔던 겁니다. 원산공작에 투입되었던 특공대원들은 죽을 때까지도 원산상륙작전을 믿었을 것입니다. 2차대전 때 노르망디 상륙작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동성'에 투입된 어떤 임무조에게도 절대 '서취'를 알려주지 않는 것은 철칙입니다. 비담이 투입된 것은 상대를 기만한다는 의미에서 결국 동성작전입니다. 덕만이 얻고자 하는 서취가 어떤 것인지 비담은 알지 못합니다. 

덕만은 이미 미실의 잔머리 수준을 여러 차례 보았고 잘 알고 있습니다. 잔머리에는 잔머리로…. 그러나 덕만의 잔머리는 기가 막힌 반전이 담긴 절묘한 것입니다. 거기다 자신의 명으로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는 부하에게마저 속임수를 쓰는 냉정한 가슴마저 지녔습니다. 이제 차츰 미실보다 더 무서운, 미실보다 더 미실다운 덕만을 보게 될 것 같습니다. 벌써부터 오싹해지는군요. 그러나 미실의 꾀는 사람을 죽이기 위해 이용되지만, 덕만의 꾀는 사람을 살리는 데 이용됩니다. 

그러므로 예고편에서 보여준 비담의 최후는 이루어지지 못할 것입니다. 덕만이 반드시 비담을 구하고야 말 것이기 때문이죠. "나는 너를 구할 수 없다. 살고 싶다면 네 힘으로 살아라!", 라고 말했지만 덕만이 그렇게 모진 사람이 아니죠. 부하를 사지로 몰아놓고 가만 있을 우리의 선덕여왕이 아니란 건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습니다. 자기 가게를 잃을 수 없다며 버티는 백성들에게 무장특공대를 투입해 죽게 만드는 어떤 대통령하고는 차원이 다른 지도자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무엇보다, 비담은 아직 죽을 때가 아니죠. 역사에서 비담은 선덕여왕과 같은 해 죽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비담은 결코 죽을 수 없습니다. 아무리 드라마고 작가의 마음이 엿장수 마음과 같은 것이라지만 실존인물의 죽음까지 조작할 수는 없는 일일 테지요. 아무튼 오늘 밤이 기대 됩니다. 흐흐~ 그나저나 우리의 문노는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요? 이런 중요한 때 나타나지도 않고 말입니다.

어느 순간 갑자기 나타나서 진흥왕이 남긴 경천동지 할 예언이라도 선포하려고 준비 중인 걸까? 궁금해 죽겠네요. ㅋㅋ 
 

ps; 오늘 드라마를 보니 비담 뿐 아니라 유신과 알천, 진평왕과 황후 마야부인, 김서현과 만명부인 등 자기를 뺀 모두를 속였네요. 완전 클라이막스였습니다. 재미있고 시원하네요. 으하하~         파비
Posted by 파비 정부권
벌써 비담의 난이 일어났다고?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그저 괴담이다. 아직 덕만이 왕위에 오르지도 않았는데 비담이 반란을 일으키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그런 괴담을 충분히 지어낼 만한 사정이 벌어졌다. 어제 막판에 등장한 비담으로 인해 선덕여왕은 온통 비담 얘기로 들끓었다. 다음뷰 베스트란은 4일 오전 한때 1위부터 10위까지 7~8개가 선덕여왕 리뷰에 덮였다. 하재근블로그의 말처럼 가히 비담의 난이다.
 

선덕왕 오른쪽에 미실 모자가, 왼쪽에 천명 모자가 섰다. 덕만을 등지고 고개를 돌린 유신의 포즈가 의미심장하다.

 
사실 유신랑이 지금껏 보여준 태도는 매우 미심쩍었다. 시청자들이 바라는 유신은 그런 모습이 아니었다. 강인한 결단력과 추진력, 탁월한 리더십을 보고 싶었던 시청자들에게 유신은 너무 미적거렸다. 우유부단했다. 천명과 덕만이 처한 상황이 그저 결단과 투지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란 건 모두들 안다.

그래서 이해하는 것이다. 지금 상황은 오기보다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래서 유신의 태도가 조금 불만이긴 해도 그가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오길 기다리는 것이다. 그런데 유신에게서 기대하던 모습을 느닷없이 출현한 비담이 보여주고 말았다. 시청자들은 당연히 열광했다. 비담은 등장하자마자 영웅이 되었다.

자, 그런데 비담이 어떤 인물인가? 비담에 대하여 구체적인 역사기록은 찾아보기 어렵다. 다만 사기나 유사에서 비담이 선덕왕 말년에 난을 일으킨 것으로 되어 있다. 비담이 난을 일으킬 때 그의 신분은 상대등이었다. 상대등은 진골귀족이 아니면 오를 수 없는 자리다. 상대등 뿐만 아니라 17관등 중 5등 이상에 진골이 아니면 오를 수 없었음은 물론이다. 

신라는 진골귀족, 즉 왕족들의 연합에 의해 움직이는 나라였다. 화백회의의 존재는 왕이 중앙집권을 통해 권력을 완전히 장악하지 못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상대등은 이런 신라사회에서 국사를 총괄하는 한편 화백회의라는 귀족회의의 의장 역할을 하는 막중한 자리였다. 소위 일인지하 만인지상을 넘어 왕을 견제하기도 하는 위치에 있었던 것이다.
(상대등은 법흥왕이 율령을 반포하고 국가체제를 정비하는 과정에서 왕권이 강화되어 국왕이 귀족회의를 주재하지 않게 되면서 만들어진 제도이므로 일면 왕권강화의 소산이기도 하지만, 완전한 중앙집권에 이르지 못했음의 반증이기도 하다.)

상대등이 왕에 의해 임명되는 형식적 절차를 거치긴 하지만 '귀족 내부의 세력관계나 골품에 따른 서열에 따라 임명자가 정해졌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비담이 난을 일으킬 당시 상대등의 지위에 있었다는 것은 다른 한편 그가 가진 권력기반이 어떠했는지를 짐작케 해주는 대목이다. 

그는 왕이 될 수 있는 인물이었던 것이다. 사실 신라라는 특수한 나라에서 귀족계급에 속해 있다는 것은 언제든지 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중고시대의 신라는 '왕'이 아니라 '왕과 (진골)귀족계급'에 의해 통치되는 나라였다. 이런 상황에서 왕위계승권을 안정적으로 확정하기 위해 성골이란 제도가 창안된 것인지도 모른다. 

MBC 선덕여왕은 바로 이 성골남진의 위기상황에 착안한 드라마다. 물론 이처럼 파격적이고 도발적인 소재를 제공한 것은 삼국유사와 필사본 화랑세기였다. 그러나 갑자기 혜성처럼 등장해 파란을 일으키는 비담은 MBC 드라마팀의 작품이다. 비담은 실존인물이다. 그러나 비담의 가계에 대하여 알려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비담은 김유신의 연날리기 전술로도 유명한 월성전투에서 패한 후 구족이 멸하는 참화를 입었다. 비담의 이름을 입에 담을 만큼 간이 큰 자가 누가 있었을까. 비담은 김씨 족보에서도 사라진 것이다. 비담의 난을 제압한 김유신과 김춘추는 명실상부하게 신라의 패권을 장악했을 것이다. 전하는 바에 의하면, 진덕여왕마저 후사가 없이 죽은 후 김유신이 화백회의에서 김춘추를 왕으로 추대했을 때 반대하는 자가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물론 화백회의는 만장일치제이므로 반대가 있으면 안 된다. 그러나 이미 화백회의가 열리기 전에 사태는 결정난 것이 아니었을까? 처음에 상대등 알천이 귀족들로부터 왕으로 추대를 받았으나 스스로 나이 들고 덕이 없음을 들어 사양하고 대신 김춘추를 천거했다고 하지만, 이 모든 정황의 근저에는 강력한 군사력으로 성장한 신흥 진골귀족 김유신이 있었다.)   

그런데 MBC가 비담의 가계를 살려냈다. 비담은 진지왕과 미실의 아들이라는 설정이다. 참으로 기발하다. 실상 미실이 선덕여왕 집권 말년까지 살아서 대결구도를 펼쳐간다는 것은 아무리 픽션이라도 불가능한 일이다. 미실이 덕만과의 대결에서 패하고 사라진 후에도 마지막까지 미실의 세력을 대표해 덕만과 대결을 벌일 인물로 드라마는 비담을 선택한 것이다. 

비담이란 캐릭터는 실존인물 비담과 진지왕과 도화녀 사이에서 태어났다는 비형을 합성한 모델로 보인다. 실제로 삼국유사는 비형이란 인물에 대해 지금 드라마에서 비담이란 캐릭터가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신비하면서도 괴팍한 인물이었다고 전한다. 비형이 진지왕이 폐위되고 유폐된 상태에서 출생한 비운의 인물이었다는 점도 역시 닮은 부분이다.  

그러나 아무튼, 비담의 출현은 드라마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유신도 이제 더 이상 유약하고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일 수 없게 되었다. 드라마의 마지막까지 자신과 겨룰 강력한 경쟁자가 나타났으니 그도 이제 뭔가 새로운 변신을 시도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그런데 그 변화의 암시를 비담과 더불어 등장한 문노가 우리에게 슬쩍 던져주었다. 

오늘 드라마에서 유신이 홧김에 도끼를 집어던지자 장작 패는 받침나무가 쩍하고 갈라진다. 그걸 본 문노가 놀라운 눈으로 유신의 손을 살피며 말한다. "자네는 스승도 없이 이 지경이 되도록 만들어 냈다니… 대단하군. 자네 혹시 누군가와 검술 대결을 해본 적이 있는가? (유신이 고개를 흔들자) 그렇다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겠군." 

비담은 문노라는 걸출한 스승을 만나 놀라운 무공의 경지에 이르렀지만, 유신은 스승도 없이 오직 혼자의 힘으로 비담에 견줄 무공을 얻었던 것이다. 곧 덕만의 정체를 문노도 알게 될 것이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유신에게 절정의 무공을 전수해 줄 스승을 만난다는 것 아니겠는가. 이리하여 우리는 보다 업그레이드된 유신의 새로운 포스를 만나게 되지 않을까.

선덕여왕의 비밀병기 문노와 비담이 공개되었으니 이제 남은 건 춘추다. 김춘추는 유신과 더불어 선덕여왕의 한 팔이다. 유신이 무력을 대표한다면 춘추는 정치를 대표한다. 김춘추는 잘 생긴 외모와 타고난 달변으로 사람의 혼을 빼앗을 정도였다고 전한다. 그가 고구려와 왜를 거쳐 당나라에까지 외교행전을 펼칠 수 있었던 것도 그의 타고난 재주 덕이었다.  

비담의 출현을 반란에 비유한 괴담은―그것이 그저 배우들에 대한 비평의 의도였다 하더라도―매우 재미있는 발상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비담의 출현으로 반란은 시작된 것이다. 비담이 진지왕과 미실의 아들이란 설정부터가 반란이며, 덕만과는 한 하늘을 이고 살 수 없는 운명이란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다. 거기다 비담은 미실의 잔혹한 성격을 그대로 빼닮았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 특히 미실이나 비담처럼 사람의 목숨을 자기 기분에 따라 어찌할 수 있는 성품의 사람들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들에겐 이루어야할 정의보다는 물보다 진한 피가 더 중할 것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백성들의 피울음 따위는 상관할 바가 아니다.

"백성들은 원래부터 그렇게 (억압과 고통 속에)살았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 것"이라고 말하는 미실과 고작 자기가 먹을 닭고기를 못 쓰게 만들었다는 이유로 검을 휘둘러 살생극을 벌이는 비담, 이들 모자는 결국은 상봉하고야 말 운명이 아니겠는가. 바야흐로 양 진영의 전열이 정비되고 있다. 다음 주가 기대된다.       파비    
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