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더스'에 해당되는 글 8건

  1. 2011.04.25 마이더스에도 등장한 출생의 비밀 by 파비 정부권 (3)
  2. 2011.04.06 마이더스의 교도소는 실제와 다르다, 과연 그럴까? by 파비 정부권 (14)
  3. 2011.03.31 마이더스 경고 “금감원, 너나 잘하세요!” by 파비 정부권 (41)
  4. 2011.03.30 마이더스, 유인혜가 김도현을 버린 진정한 까닭 by 파비 정부권 (1)
  5. 2011.03.30 마이더스, 추락한 김도현을 살려낼 구세주는 누구? by 파비 정부권 (8)
  6. 2011.03.29 마이더스, 알러지와 링거, 왠지 알레르기 반응 일어나 by 파비 정부권 (9)
  7. 2011.03.15 마이더스, 김도현 해외파견은 악마 만들기 수업 by 파비 정부권 (3)
  8. 2011.03.08 마이더스 되면 행복을 잡을 수 있을까? by 파비 정부권 (4)

마이더스도 동참한 출생의 비밀?

마이더스에도 출생이 비밀이 등장했다. 나는 지난주에 하는 일 없이 바빠 드라마를 한편도 보지 못했다. 해서 일요일 시간을 내어 드라마들을 몰아서 보았는데, 물론 <마이더스>도 보았다.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벌이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마이더스>다. <마이더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돈에 환장한 사람들 뿐. 오로지 김도현의 연인 이정연만이 그런 부류들로부터 자유로운 순결한 영혼이다. 그래서 그녀의 직업은 간호사인 것일까.

정연의 따스한 손길 탓이었든지, 아니면 유인혜로부터 배신당한 아픔을 겪은 탓이었든지, 김도현은 인간의 마음으로 서서히 돌아오기 시작한다.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 누군가가 가진 것을 모두 빼앗기 위해 돌진할 때 아무런 두려움도 없었던 그는, 이제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분투하면서 두려움을 느낀다고 고백한다.

30년간 유필상의 밑에서 유씨 집안을 위해 봉사했던 전직 검사 출신의 변호사 최국환, 그도 고백한다. 늦게야 깨달았다고, 유씨 집안의 아들인 것으로 착각했던 자신이 한없이 초라한 존재였다는 것을, 그저 이용물이었으며 언제든 버려질 존재라는 것을.

김도현이든 최국환이든 그들이 깨달은 것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들은 그저 돈, 자본의 탐욕을 위해 필요할 때에만 필요한 소모품일 뿐이라는 것, 그리고 한 사람은 이미 폐기됐으며, 또 한사람은 언제든 폐기될 준비가 돼 있다는 것.

때문에 김도현이 유인혜에게 복수하고 인진그룹을 와해시키려는 목표에 최국환도 동승했다. 물론 최국환의 목적은 따로 있다. 인진그룹의 드러난 돈보다도 훨씬 더 많은 숨겨진 비자금을 챙기려는 것이 그의 의도다.

헌데 이 와중에 놀라운 사실이 발견됐다. 인진그룹 유필상 회장의 첩과 최국환의 비밀스런 관계. 아마도 최국환은 자기 상전의 여자와 관계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녀는 행방불명되었는데(유필상에게 버림받고 어디론가 사라진 것), 최국환이 몰래 만나왔단다.

그런데 그 사라진 유필상의 첩의 딸이 바로 김도현의 배다른 동생이 만나고 있는 막돼먹은 여자인 듯하다. 유필상에겐 세 명의 여자로부터 자녀들이 생긴 듯한데, 본부인으로부터 유기준, 유성준 형제가, 그 다음 첩으로부터 유인혜, 유명준 남매가, 그리고 세 번째의 막내딸 유미란.

유미란을 바라보는 최국환의 표정이 예사롭지 않다. 글쎄 나만의 느낌일까? 유미란이 최국환의 딸이라는 강렬한 의혹. 흩어진 이야기들을 조합해보면 이렇게 된다. 최국환은 유필상의 첩과 사랑에 빠졌다. 아니면 원래 최국환의 여자였던 유미란의 생모를 유필상이 차지했든가. 또 아니면, 어떤 알지 못하는 흑막이...

그리하여 낳은 유필상의 딸 유미란이 실은 최국환의 딸이라는 것.

▲ 유필상에게 사업자금을 대달라고 아양을 떠는 유미란, 이를 쳐다보는 최국환의 표정에 뭔가 비밀이 숨겨진 듯 보이는데...

아무튼, 짐작하는 바에 의하면, 유미란의 생모는 어딘가에 살아있으며 최국환과 계속 은밀하게 만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어쩌면 힘을 합쳐 유필상의 숨겨진 비자금을 양성화해 가로챌 궁리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최국환은 볼수록 베일에 싸인 인물이다. 음흉해 보이기마저 하는 그의 표정, 알듯 모를 듯 지어보이는 야릇한 웃음 뒤에 숨은 비밀은 무엇일까. 어쨌거나 나의 이런 짐작이 맞는다면 <마이더스>에도 예외 없이 ‘출생의 비밀’이 등장하게 되는 셈.

최근 방영되고 있는 거의 모든 드라마들에서 출생의 비밀이 다루어지고 있다. <웃어야 동해야>가 그렇고, <가시나무새>가 그렇고, <신기생뎐>이 그렇고, <짝패>가 그렇다. 아, 그러고 보니 <로열패밀리>에도 출생의 비밀은 예외 없는 소재다.

또 있다. 얼마 전 종영한 <욕망의 불꽃>도 그랬고, 주말연속극 <반짝반짝 빛나는>, 그 외 <호박꽃 순정>, <49일>, 일일시트콤 <몽땅 내사랑>, 여기 다 적기도 힘들다. 이 ‘출생의 비밀’ 행렬에 마침내 <마이더스>도 동참하게 되는 셈.

물론 유미란이 최국환의 친딸이란 사실이 밝혀진다는 전제 하에. 과연 유미란은 최국환의 딸이 맞을까? 전직 배우였다는 유필상의 애첩, 유미란의 생모는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바야흐로 최국환의 진면목이 드러나려는 순간...

어쨌거나 인간세계에서 ‘출생의 비밀’만큼 좋은, 아니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도 없는 것 같다. 너도나도 ‘출생의 비밀’을 전가의 보도처럼 써먹는 걸 보면.

Posted by 파비 정부권

마이더스. 갈수록 흥미진진합니다. 누가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했는지는 몰라도 정말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순간도 긴장을 놓칠 수 없게 만드는 힘이 이 드라마엔 있습니다. 그러니 만약 본방을 놓쳤다면 거금 500원(HD급은 700원)을 아끼지 않고 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오늘은 드라마 줄거리에 대한 평이 아니라 다른 이야기를 해볼까합니다. 사실은 지난주에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드라마 시작 전에 검은 화면에 하얀 글씨로 자막이 나왔었지요? 금감원이 방송사에 요청(내가 보기엔 압력)을 해서 넣었다는 자막이었습니다.

방금 전, 오늘 저녁에도 또 500원을 주고 마이더스를 보려는데, 예의 이 자막이 먼저 앞을 가리는군요. 그런데 지난주에 봤던 자막에서 문구가 하나 늘었습니다. “본 드라마는 픽션이며 교도소 상황은 현실과 다름을 알려드립니다.” 나머지 문구는 지난 주에 포스팅한 ☞마이더스 경고 “금감원 너나 잘하세요”서 보여드린 것과 같습니다.

▲ 드라마 마이더스 시작 전 경고자막

참 이런 말씀 드리긴 뭣합니다만, 나도 아주 오래전에 교도소에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가끔 틈이 날 때 이 블로그에다 소개해드린 적이 있기 때문에 아시는 분은 아실 겁니다. 물론 도둑질이나 흉악범 뭐 그런 죄목으로 갔다 온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이른바 시국사범으로 안에서는 ‘독립군’ 대접을 받았지요. ㅋ~

오늘 마이더스를 보니 교도소 수감자가 술도 마시고, 고기도 구워먹고, 핸드폰으로 외부와 통화도 하고, 마치 제집처럼 부하들을 불러다 부리고 하는군요. 유인혜의 배신으로 교도소에 간 김도현을 자기들 방에다 불러 의논도 하고 그럽니다. 심지어 아이패드까지 들고 정보를 분석하며 외부에 투자 지침을 내리기도 합니다.

글쎄요. 교도소 안에서 고기 구워먹는 것까지는 보지 못했어도 술 마시고 담배 피는 것 정도는 어렵지 않게 볼 수가 있었습니다. 야쿠르트를 발효시켜서 막걸리 비슷한 거 만들어 먹는 방법은 마이더스의 감옥에서도 나오더군요. 흐흐, 하지만 나는 한 방울도 못 먹어봤답니다. 흠~ 이런 걸 양심수라고 하는 거 맞나? ㅎㅎ

암튼^^ 내가 교도소에서 겪은 이야기 하나 해드리겠습니다. 그러면 마이더스의 교도소 안에서 구성철이란 인물이 벌이는 행각이 드라마 시작 전 자막에서 보여준 것처럼 “픽션일 뿐이며 현실과 다르다”는 조언이 사실이 아님을 아시게 될 겁니다. 물론 어느 정도의 허구는 있겠죠. 그러나 내가 볼 땐 거의 현실적인 설정입니다.

우선 구성철이 돈이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고, 교도소 안에서 조폭들조차 허리를 굽실거린다는 설정. 이건 뭐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사실입니다. 내가 수감돼 있을 때, 당시 한창 유행하던 나이트클럽 사장들이 대거 교도소에 들어왔습니다. 원래 대통령 선거 전후로 이런 일이 많이 생깁니다. 왜 생기는지는 뭐 굳이 설명 안 해도 잘 아실 테고….

십여 명이 넘는 나이트클럽 사장들이 들어오기 전부터 벌써 교도소 안은 잔치 분위기가 됐습니다. 왜냐고요? 하하, 이른바 범털들이 들어오니까요. 불쌍한 재소자들, 특히 청송으로 가야할 불쌍한 인생들이야 이들이 얼마나 반갑겠습니까? 이들의 여망을 잘 아는 교도소 사동 ○주임, 각 방마다 이들을 한명씩 잘 분배합니다.

우리 방에도 한명 들어왔습니다. 들어오자마자 칙사 대접 받는 나이트 사장. 당연하다는 듯이 봉사원의 옆자리에 앉아서 거드름을 피웁니다. 잠시 후 사동 내 조폭들이 이놈저놈 우리 방 철창 안을 기웃거리며 문안인사를 오기 시작하는군요. 허리를 90도로 굽히며 “형님, 불편한 점은 없으십니까?” 뭐 대충 이런 식으로.

▲ 교도소 안에서 술도 마시고, 핸드폰까지... ㅎㅎ

나는 도무지 이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습니다. 아무도 항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사실은 할 생각도 없어보였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그들은 그래도 방에 들어온 범털에게 메이커 팬티-소내에선 현찰로 통함-라도 한 장씩 받을 생각에 부풀어 있었다) 내가 반발했습니다. “이게 뭔 시추에이션이죠? 당장 저 밑에 가서 뺑끼통 청소부터 하세요.” 

그런 나를 아래위로 훑어보던 그 나이트 사장은 내가 이 방에서 나름대로 말발이 서는 인사로 생각했던지 점잔을 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보게, 내가 나이도 있고(당시 나는 20대였고 그는 대충 50이 다 되어 보이긴 했다), 그리고 조폭들이 저러는 건 나도 꽤나 하는 사람이라네. 내가 이래봬도 유도가 몇 단이라고.”

그는 묻지도 않은 싸움의 기술에 대한 자신의 능력까지 곁들이더군요. 내참~ 아무튼 그리 말하니 나로서도 별로 더 할 말은 없었죠. 우리 방의 봉사원도 따로 슬쩍 “한번만 눈 감아 주소. 불쌍한 도둑놈들, 빤스라도 몇 장씩 얻어가야 할 거 아뇨. 청송감호소 가면 여기보다 훨씬 힘들다는 거 들어봤을 텐데….”

요즘도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그때는 동일한 범죄를 세 번 이상 저지르고 유죄판결을 받게 되면 실형과 별도로 보호감호처분을 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 방에는 도둑질을 세 번 이상 저지른 절도범들이 꽤 됐는데, 청송보호감호소로 갈 그들이 저지른 총 절도금액은 100만원을 넘지 않았습니다. 줄기차게 토큰만 훔치다가 구속된 사람도 있었죠.

토큰. 기억하는 분들은 기억할 겁니다. 버스표. 요즘은 버스카드로 대체됐지만, 그때는 토큰이란 것이 있었습니다. 실로 기가 막힌 일이 아닙니까. 격분한 나는 곧바로 우리 사동 ○주임에게 면담을 신청하고 독방으로 보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우리(시국사범들)와 신사협정 속에 조용한 나날을 보내길 원했던 ○주임은 선뜻 내 부탁을 들어주었습니다.

나를 떠나보내는 방 사람들은 몹시 섭섭해 했습니다. 내가 비록 범털은 아니라도 매일 면회 오는 사람은 나 말고는 없었던 것입니다. 당연히 영치금이 들어올 리 없으니 돈이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었던 것이죠. 그러나 아쉽지만 그들은 범털, 나이트 사장을 선택했습니다. 불과 보름 후면 보석으로 풀려날 줄도 모르고 말입니다.

나중에 들으니 그 범털은 한 올의 털도 흘리지 않고 들어왔던 그대로 나갔다고 합니다. 기가 찼을 겁니다. 땅을 치고 후회했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하하~ 범털은 고사하고 그래도 오리털 정도는 되는 나마저도 잃어버렸으니까요. 이야기 하나 더 해드리겠습니다. 이건 진짜 마이더스 감옥의 구성철이 벌이는 행각과 비슷한 이야깁니다. 독방으로 옮긴지 한 달쯤 되었을까요. 옆방에 순경 한명이 들어왔습니다.

▲ 김도현이 수감된 교도소

여러 명이 북적거리던 혼방(혼거방)에 있을 때보다 독방(독거방)에 있는 것이 내 체질에는 맞았습니다. 하루 종일 조용히 앉아 책을 보기엔 딱 안성맞춤이었죠. 교도관들이 생각해준다고 아침이면 방문을 따놓고 하루 내도록 열어두었지만, 밖에 나갈 생각도 나지 않았습니다. 그야말로 독방 체질. 아마 지금도 그럴 수 있을 거 같은데….

그런데 옆방에 새로 들어온 이 순경 출신의 신참은 단 한시도 독방생활을 참을 수 없었던 모양입니다. “으아악~ 으아악~” 한 달간의 평온이 깨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며칠이 지나도 멈출 생각을 않던 비명소리는 급기야 밤을 새기에 이르렀습니다. 교도관이 달려와 제지하면 그때뿐, 이젠 정말 내가 미칠 지경이 됐습니다.

당시 교도소에는 낮 시간에 한 시간씩 운동시간이 있었습니다. 그때 예의 순경 출신의 재소자를 따로 불러 조용히 물어봤습니다. “대체 왜 그러는 거요? 사람 좀 삽시다.” “죄송합니다. 그런데 저는 도저히 독방에선 못살겠습니다. 미칠 것만 같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경찰이 왜 들어온 겁니까?”

그는 정말로 억울하다고 했습니다. 그는 충무경찰서에 근무하던 경찰이었습니다. 충무시(지금의 통영시)에는 법원과 검찰이 있었으므로 여기서 재판받는 구속자를 위해 충무경찰서 안에 교도소 대용 감방을 만들어두었는데, 경찰관들이 돌아가면서 대용감방 번을 섰던 모양입니다. 대용감방에 대용교도관이라고나 할까요.

사고가 나던 날, 그는 원래 번이 아니었는데 동료가 급한 일이 있다고 하여 교대를 했던 모양입니다. 이 대용감방에는 당시 충무의 양대 조폭조직 중 하나의 두목이 수감되어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밤만 되면 이 조폭두목은 대용감방을 벗어나 충무시내로 나간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혼자 보내는 것은 아니고 대용감방 번을 서는 경찰관의 감시(혹은 호위? 경호? 뭐라 해야 할지…)하에 나가는 것이긴 합니다만. 저는 사실 감옥 안에서 듣는 이 기상천외한 사실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바로 그날 너무나 엄청난 사건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살인사건이 터진 것입니다.

이날도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이 순진한 경찰관은 늘 하던 대로 그 조폭두목을 호위해서 밖으로 나가게 되었는데, 이날따라 조폭두목은 가라오케에 가서 노래를 부르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쓸데없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니 보다 그게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가라오케란 게 아시다시피 둥그런 원형테이블이 있고 그 가운데 엠씨가 서빙을 하고 있는 모양이죠.

아뿔싸, 하필 반대편 자리에 이 조폭두목과 쌍벽을 이루는 다른 조직의 조폭두목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앙숙이었다고 합니다. 순간 눈이 홱 돌아간 조폭두목, 자신의 처지도 잊고 테이블 위에 있던 과도(혹은 다른 흉기)를 집어들고 달려가 그대로 콱! 다음 그림은 모두들 아시는 대로 얼빠진 이 경찰관 아저씨, 내 옆방으로….

▲ 아이패드까지... 하긴 이제 첨단시대니까...

물론 이 믿거나말거나 같은 이야기는 오로지 그 경찰관 아저씨의 이야기만을 믿고 재구성한 것일 뿐입니다. 그러므로 사실관계에 대해선 내가 책임질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가 굳이 내게 거짓말을 할 필요는 없었지요. 그리고 ○주임도 당시 그의 진술이 사실이라고 확인해 주었던 기억이 납니다.

어찌 보면 재미있는 이야기 같기도 하고, 영화 친구 같은데서나 볼 법한 이야기인데요. 그거 하나는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경고자막에 나오는 “픽션일 뿐이며 현실과 다릅니다”가 꼭 사실은 아니란 것 말입니다. 그건 그렇고 그 경찰관은 어떻게 됐냐고요? 글쎄요, ○주임에게 청탁 한번 더했죠, 뭐.

원래 경찰 출신은 절대 혼방에 안 넣는다는 관례를 깨고 혼방으로 보냈습니다. 소위 ‘짜바리’를 혼방에 집어넣으면 맞아죽을지도 모르는데 말입니다. 그런데 폭력방으로 들어간 이 경찰관 아저씨, 며칠 있다가 운동시간에 만났더니, 얼굴에 화색이 도는 게 살판났더군요. 내 손을 꼭 잡으며 “정말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를 연발하는데, 하하.

금감원을 비롯한 정부당국에서는 어떻게든 마이더스에 나오는 이야기들이 사실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겠지만, 그렇게 말하려면 론스타부터 먼저 처리해야겠지요. 어느 정당에서(ps; 나중에 보니 진보신당이네요) 그랬던가요? 론스타가 불법적인 방법(주가조작)으로 훔친 장물을 처리(매각)하도록 방조하는 것, 그것도 범죄행위라고 말입니다.  

Posted by 파비 정부권

지난주에 금감원(금융감독원)이 드라마 마이더스에 경고자막을 내보낼 것을 요청했다고 합니다. 말이 요청이지 사실상 압력입니다. 여기에 대해 네티즌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한마디로 우습다는 반응들입니다.

“너나 잘하세요!”

친절한 금자씨 보신 분들은 이 유명한 대사를 기억하시겠지요? 우리의 친절한 금자씨가 13년을 복역하고 교도소 문을 나설 때, 교회 신도들이 줄을 서서 축하 노래를 불러주며 다시는 죄 짓지 말라는 의미로 하얀 두부를 건네자, 손가락으로 밀어 떨어뜨리며 이렇게 말했죠.

“너나 잘하세요!”


아마도 이 영화를 보고 있던 많은 분들은 친절한 금자씨의 이 돌연한, 그러나 너무나 통쾌한 행동에 속이 시원했을 것입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저는 지금도 가끔 친절한 금자씨의 이 장면이 생각납니다. 최고의 명장면이었죠. “너나 잘하세요!”

너무 놀라 입을 벌린 채 멍하니 서있는 교회 신도들을 뒤로 하고 검은 선글라스를 쓰고 물방울 원피스자락을 날리며 바쁘게 어디론가 사라지던 이영애의 모습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박찬욱 복수시리즈의 완결판. 그런데 금감원이 다시금 이 “너나 잘하세요!”란 명대사를 상기시키는군요.

금감원이 SBS 드라마 마이더스에 경고메시지를 보낸 이유는 이렇습니다. 드라마에서 묘사된 ‘작전’, 즉 주가조작이 사실과 다르고 오해의 소지가 많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금감원 자본시장조사국이 SBS에 다음과 같은 경고자막을 내보내도록 요청했고, 내보냈습니다.

“실제 주가조작은 실패하는 사례가 많으며 성공할 경우에도 최대 무기징역 등 엄중한 처벌을 받게 되는 범죄행위임을 알려드립니다.”그러나 이 말을 믿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은 듯합니다. 그리고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드라마를 보는 국민들 중에 주가조작 할 만한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되겠습니까? 그들 중엔 주식 구경도 못해본 사람이 대다수일 겁니다. 그리고 설령 주식 몇 푼 갖고 있다손 치더라도 주가조작? 꿈도 못 꿀 겁니다.

자, 그럼 네티즌 몇 분의 반응을 한번 살펴보실까요?

“유죄판결을 받은 론스타는 뭐죠? 금융당국은 SBS 마이더스 열심히 시청하고 반성 좀 해야 할 듯!” 
“찔리는 게 있으면 바로 잡아야 쥐, 드라마에다 지랄이야.”
“누군가 발이 저린가 보네.”
“그게 본업? TV드라마는 감독하고 실제 저린 짓한 론스타는 보호하는 금감원, 금융위! 이게 뭥미? 니들이 TV감독위원회니?”

금감원의 경고자막대로라면 론스타의 외환카드 주가조작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일단 검찰에 의해 법정에 세워지고 유죄판결까지 받았다고 하니 ‘성공한 사례’가 되겠군요. 그렇다면 금감원의 경고처럼 ‘성공할 경우에도 최대 무기징역 등 엄중한 처벌을 받게 되는 범죄행위’에 해당된다는 말인데….

그러나 금감원이 지금껏 론스타에 취해온 태도를 보면 마이더스에 발 빠르게 경고메시지를 보낸 것과는 사뭇 다르다는 비판이 많습니다. 유죄판결을 받기 전이나 후나 금감원의 론스타에 대한 입장은 “유보” “법률검토” 이런 말 말고는 없습니다.

마이더스에서 김도현(장혁)에게 매수당하는 한영은행 행장이나 유인혜(김희애)의 뒤를 돌봐주는 금감위 위원장 같은 부패한 인물들이 사실은 너무도 완벽하게 사실적으로 묘사되었다는 사실을 이미 우리 시청자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특히 론스타가 그걸 일깨워주었죠.

론스타는 최근 다시 하나지주금융의 매매계약으로 ‘먹튀’ 논란이 일고 있는데, 이런 일들이 버젓이 일어나는 것은 어느 네티즌의 말처럼 ‘만인에게 평등한 법’을 ‘만명의 부자에게만 평등한 법’으로 만들고 있는 금융당국 때문인 것입니다.

그건 그렇고 말입니다. 금감원의 이번 처사는 국민을 무시해도 너무 무시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국민들이 무슨 바봅니까? 주가조작이, 돈 보따리를 싸들고 은행장과 이사들을, 금융위원회 위원장을 매수하는 짓이 나쁜 짓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

TV드라마에 절도범이나 강간범, 살인자가 나온다고 해서 선량한 국민들이 모방범죄를 할 거라고 생각해서 “이러저러한 짓을 벌이는 것은 실패하는 사례가 많으며, 성공하더라도 중형의 처벌을 면치 못하는 범죄행위”라고 경찰당국이 매번 경고자막을 내보내라고 한다면 얼마나 우스운 일이겠습니까.

그래도 금감원이 정히 걱정된다면, 서민들이 주로 보는 TV드라마에다 이런 경고자막 내보내라고 강제할 것이 아니라 실제로 잠재적 범죄자들이 우글거리는 경총이나 전경련, 자본시장 이런 곳에 가서 “이러저런 짓을 하면 큰 코 다친다”고 엄포를 놓는 것이 효과적이지 않을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조치유보니 법률검토 따위의 말만 할 것이 아니라, 당장 유죄판결이 난 론스타에 대해 의결권 행사금지(대주주 자격상실로 인한 초과보유주식에 대한)와 초과보유주식 강제매각 명령 등 조처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만.

아울러 경고자막에서 보여주듯 론스타 관계자들을 무기징역 등 중형에 처할 수 있도록 모든 조처를 취함으로써 법이 만인에 평등하다는 걸 보여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다 부질없는 기대란 걸 우리는 압니다. 그들은 아마 이렇게 말하겠지요. “웃기지 마세요!”

하지만 그들도 압니다. 마이더스의 이야기는 거의 실화에 가깝다는 것을.

Posted by 파비 정부권

유인혜는 왜 김도현을 버렸을까? 이용가치가 다 떨어져서? 표면적으로 유인혜가 김도현을 버린 이유는 유성준이 동귀어진하자고 덤비는 상황에서 같이 죽을 수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 희생양이 필요했고, 그런 점에서 김도현의 이용가치가 다했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아무리 냉혹한 자본의 세계라지만, 꼭 그런 이유뿐이었을까요? 자본은 피도 눈물도 없습니다. 따라서 자본을 운용하는, 사실은 자본의 꼭두각시에 불과한 자본가도 피도 눈물도 없어야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의 세계에도 정도란 것이 있고, 의리란 것이 있을 겁니다.

아마도 그것은 자본의 세계에서 세력을 구축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일 수도 있습니다. 세상 어디서나 통용되는 원칙은 자본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됩니다. 역시 일은 사람이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유인혜가 유성준의 동귀어진 협박에 김도현을 배신했다는 것은 쉬 납득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유인혜는 그 정도 협박에 무릎을 꿇을 만큼 그렇게 허약한 존재가 아닙니다. 만약 그렇다면 대단한 실망이지요. 그런데도 유인혜는 간단하게 김도현을 버렸습니다. 왜 그랬을까? 아마 기억하는 분은 하시겠지만, 유인혜는 김도현을 일러 “통제가 불가능한 무서운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유성준이 서울중앙지검의 부장검사 친구에게 로비해 감옥에 넣으려고 했었지요. 이미 5년 전 사건이긴 하지만, 김도현을 질투와 앙심으로 좋지 않게 보는 사법연수원 동기생의 끈질긴 수사 압박으로 위험에 처했습니다. 그때 유인혜는 1차로 김도현을 버릴 뜻을 내비쳤습니다.

그러나 김도현은 살아 돌아왔습니다. 이미 아시는 대로 김도현은 역으로 유성준과의 밀월관계를 알아내고 부장검사를 협박했던 것입니다. 추악한 짓이었지만, 사실 우리나라 검찰이 그동안 보여준 모습을 보자면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이때 유인혜는 베일에 가린 어떤 사람과의 통화에서(이 비밀스런 통화이 주인공이 제임스라는 한국인이었으며, 이들의 배후에 거대한 비밀투자조직이 마치 아이리스나 아테나처럼 존재한다는 뉘앙스가 풍깁니다) 그렇게 말했습니다.

“이렇게 간단하게 문제를 해결하고 나올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정말 무서운 사람이에요. 어쩌면 나도 통제할 수 없는 그런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소름이 끼치도록 무섭다는 생각이 들 만큼….”


정확하지는 않더라도 뭐 대충 이런 이야기였습니다. 벌써 몇 주 전 대사이니만큼 약간의 착오는 있겠지만, 의미는 틀리지 않을 겁니다. 유인혜는 김도현이 두려웠던 것입니다. 자기도 통제하지 못할 만큼 무서운 존재. 어쩌면 자기를 잡아먹을 괴물을 키우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하여 유인혜의 생각을 다시 읽어보면 이렇게 되는 것입니다. 김도현을 트레이닝 시키는데 상당한 돈이 들긴 했지만, 그래서 아깝더라도 적당한 시점에 아웃시켜야겠다는 판단을 한 것입니다. 그 적당한 시점이란 기왕에 들어간 비용을 최대한 뽑아낼 수 있는 시점이 되겠지요.

한영은행을 손에 넣고, 유성준의 동귀어진을 피해가는 카드로 김도현을 활용할 수 있다면 그동안 김도현에게 투입한 비용쯤은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거기다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 김도현이 더 크기 전에 싹을 자르는 것입니다.

유인혜는 김도현을 왜 버렸을까? 그렇습니다. 싹을 자른 것입니다. 더 크기 전에, 그리하여 자기가 통제 못할 정도로 거물이 되기 전에 두려운 존재의 싹을 없애버리는 게 그녀의 최종 목적이었습니다. 물론,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고 한영은행을 무사히 손에 넣는 것은 덤입니다.

하지만, 유인혜는 실수했습니다. 죽이려면 더 확실하게 했어야 하는 건데 어설프게 역린을 건드린 꼴이 됐습니다. 더구나 김도현에게 우금지라는 막강한 후원자가 생기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을 못했겠지요. 한영은행 이태출 부행장마저도 교통사고를 위장해 죽인 유인혜가 아닙니까?


아, 아직 범인이 누군지는 확정할 수 없다고요? 네, 맞습니다. 아직 확실히 알 수 없습니다. 유인혜의 수행비서가 범행이 일어나기 전 현장을 살펴보는 동영상이 잡혔다고는 하지만, 어쩌면 유인혜의 수행비서는 비밀투자조직의 지시를 받는 인물일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용의선상을 유인혜, 제임스 그리고 비밀투자조직으로 확대해서 보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오는데…, 최국환은 어떨까요? 이 인물이 좀 미스터리한 인물입니다. 김도현을 데려온 것은 본인인데도 정작 자기가 김도현을 질투하는 듯 보이기도 하고.

최국환, 어떻습니까? 그가 범인일 가능성은 없을까요? 변호사 주제에 깡패를 동원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꼴을 보니 아예 불가능한 추리는 아니란 생각이 듭니다. 아무튼, 오늘의 결론, 유인혜는 왜 김도현을 버렸나? 김도현이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세상 이치가 그렇습니다. 참모는 그래서 늘 오너보다 절대 앞서서도 안 되고, 그렇다고 너무 뒤처져서도 안 되며 딱 한 발짝 뒤를 쫓아가야 하는 것입니다. 유능한 참모는 이 원칙을 절대 어기지 않습니다. 그러나 정말 오너를 앞서고 싶다는 마음이 들면 이렇게 하면 됩니다.

한 발짝 뒤에 따라가다 어느 순간 과감하게, 전광석화처럼 오너의 뒷다리를 사정없이 걷어차는 것입니다. 하하, 물론 이것은 우리들 이야기는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마이더스족 세계에 관한 이야기일 뿐이죠. 우리야 그렇게 살면 되겠습니까. 앞서거니 뒤서거니 그렇게 사이좋게 가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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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현이 나락으로 떨어졌습니다. 절정의 순간에 추락했으니 그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겁니다. 김도현은 역시 아직은 애송이였습니다. 김도현은 알아야 했습니다. 이미 유인혜가 자기를 버릴 수 있다는 걸 보여주었을 때 대비를 해야 했습니다.

약한 사람은 벼랑 끝에 서서도 자기가 벼랑 끝에 몰렸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곧 떨어질 걸 알면서도 결코 희망을 놓치고 싶지 않은 것이죠. 하지만 자신이 벼랑 끝에 몰렸으며 곧 추락할 것이란 사실을 인정해야만 활로도 찾을 수 있습니다.

자신을 추락시키려는 힘을 역이용하여 탈출하든지, 아니면 과감하게 벼랑 아래로 떨어지며 살아날 방도를 찾는 것입니다. 뭐 예를 들자면, 아래가 물이라면 헤엄칠 마음의 준비를 한다든가, 숲이 있다면 가급적 덜 다칠 만한 곳으로 떨어지려고 노력하는 겁니다. ㅋ~ 

물론 이도저도 없다면 눈을 감고 조용히 하늘의 뜻을 기다릴 수밖에요. 아무튼, 김도현은 처음엔 상황을 인정하지 않으려 발버둥 쳤지만, 확실히 머리가 좋은 만큼 판단이 빠릅니다. 과감하게 벼랑 아래로 몸을 날렸습니다. 구속을 택한 거죠.

마이더스는 무협드라마가 아닙니다. 따라서 김도현이 절벽으로 뛰어내렸다고 해서 거기서 천년하수오나 용의 내단을 얻는 기연 따위는 없습니다. 김도현은 재판을 받을 것이고 그에 합당한 벌을 받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출소하겠죠. 빈털터리로.

▲ 중국 하남에 많다는 천년하수오 @사진. 다음 안락초교2회동창회 카페서 인용

하지만 이렇게 싱겁게 끝나면 재미없습니다. 비록 이 드라마가 무협지는 아니라도 김도현에게도 천년하수오나 용의 내단에 버금가는 기연이 준비돼 있습니다. 무엇이냐고요? 이미 여러분도 그 기연을 보셨습니다. 그 기연은 이정연이 가지고 있습니다.

이정연은 참으로 기이한 인물입니다. 그녀는 김도현의 애인이었습니다. 그들은 헤어졌지만, 지금도 서로 사랑하고 있습니다. 정연은 도현에게 “나를 택하든지 돈(유인혜)를 택하든지 양자택일 하라”고 최후통첩 식으로 말했고, 도현은 돈을 택했습니다.

도현은 자본주의시대의 마이더스가 되고 싶었던 것이죠. 정연은 미련 없이 도현을 떠났습니다. 정연의 직업은 간호사입니다. 악마에게 영혼을 팔고 방황하는 도현이 그래서 정연에겐 한없는 연민의 대상입니다. 드라마의 설정도 그렇습니다. 도현을 치유할 사람은 정연밖에 없다는.

자, 그렇다면 정연이 갖고 있는 도현을 살릴 기연이란 무엇일까요? 네, 맞습니다. 바로 인진병원 특별병동에 입원해있는 우금지 할머니입니다. 우금지. 그녀는 대단한 재력가입니다. 우금지 할머니가 무서운 것은 그녀가 현찰을 주로 많이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 우금지 할머니. 이름도 특별하다. 우리의 돈 기둥?

자본주의를 지탱하는 것이 아무리 산업자본이라고 해도(요즘은 이 말도 별로 신빙성이 없어보입니다만) 역시 가장 강한 것은 현찰입니다. 아마도 이 우금지 할머니는 현찰동원력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왜 부자들은 모두 이정연을 좋아하는 것일까요? 이정연의 동료간호사가 물어보자 이정연이 이렇게 대답해서 사람들을 웃겼죠. “내 예쁜 얼굴 보시는 게 몰핀보다 진통효과가 크시데.” 이른바 공주병 망언이었는데요.

그러나 그게 망언이 아니라 사실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요? 불치병에 걸려 살아있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유명준도 이정연을 통해 위안과 더불어 생의 마지막 의미를 찾게 되지요. 아마도 그가 만드는 치료재단의 이사장으로 이정연을 낙점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무튼, 김도현이 제아무리 날고기는 재주를 가진 천재라고 하더라도 자본주의사회에서 자금줄이 없이 막강한 마이더스 유인혜와 싸울 수는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김도현이 출소해 사회로 돌아왔을 때, 그에게 새로운 힘을 불어넣어줄 기연 즉 자금줄을 이정연이 갖고 있는 것입니다.

▲ 가장 완벽한 팀으로 보였던 김도현-유인혜 팀. 하지만 돈 앞에 영원한 동지니, 의리니 하는 따위는 없었다.

이미 우금지 할머니는 김도현을 도울 수도 있다는 생각을 정연에게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사람이 돈에 미쳐 살면 그렇게 되기 쉽다. 그래서 내가 김도현 같은 사람도 잘 안다. 지금은 자기가 미쳐 사는지 모른다. 불쌍하다. 나한테 잘 해주듯이 그 불쌍한 사람 너무 미워하지 마라.”

그리고 또 하나의 기연이 있습니다. 유명준. 유인혜의 유일한 같은 어머니를 둔 남매입니다. 그는 얼마 살지 못합니다. 그런 그가 마지막으로 소원하는 것이 있습니다. 자기 누나를 구하는 것입니다. 그는 어떤 누구도 믿지 못해 결혼조차 하지 못하는 유인혜를 파멸시키는 것이 그 길이라 믿고 있습니다.

유명준이 김도현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힘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힘을 가진 존재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김도현이 감옥으로부터 돌아왔을 때, 그는 정연이 유인혜를 대적할 만한 강력한 원군을 준비하고 그를 기다리고 있으리란 사실은 꿈에도 모르고 있을 겁니다.

물론 김도현은 감옥에서 내내 소위 복수프로젝트를 차근차근 짰을 테지요. 하지만 뛰어난 두뇌만으로 일을 도모할 수 없다는 것은 냉혹한 자본주의 세계의 현실입니다. 자본주의사회의 주인은 자본 즉 돈이니까요. 아참, 그런데 왜 부자들은 하나같이 이정연을 좋아할까?

그녀는 환자를 돌보는 간호사이기도 하지만, 착하고, 예쁘고, 차분하고, 기품이 있고, 친절하며, 사람을 안심시키는 힘을 갖고 있지요.
그러니 죄 많은 영혼들이 그녀에게서 위안을 받고 안기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 싶네요.

그래서 또 당연히 그런 그녀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해주고 싶은 마음도 생기는 것이겠지요. 그러니까 결국 김도현을 살려낼 구세주는 오로지 이정연밖에 없다, 그런 얘기가 되겠습니다. 김도현, 참 복도 많습니다. ㅠㅜ

▲ 김도현을 구할 사람은 이정연뿐이다. 착하기만한 간호사 이정연에게 이런 힘이 생길 줄 누가 알았으랴. 어쩌면 이 드라마는 사람의 마음을 치유할 줄 아는 간호사 이정연을 통해 희망을 보여주려는 것일까? 하지만 그 구세주란 것도 결국 돈일 뿐이니... 역시 자본주의사회는 마이더스의 손을 피해갈 수 없는 것인가.

극 초반부터 왜 두 사람을 헤어지게 만드나 상심했었는데, 알고 보니 이런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네요. 김도현과 유인혜, 가장 파워풀한 두 사람이 한 팀이 됐는데 감히 누가 상대가 있을까, 싱겁겠다, 그리 생각했는데, 이제야말로 진정한 상대가 가려졌습니다.

유성준? 아무리 봐도 그는 김도현이나 유인혜의 상대가 아니었거든요. 최국환? 어쩌면 최국환이 유인혜-김도현 커플에 맞서는 강력한 상대가 아닐까도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그는 너무 비겁하고 야비한 존재였으므로 역시 두 사람의 상대는 아니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모든 게 제자리에 제대로 놓인 것 같습니다. 김도현 vs 유인혜. 이것이 마이더스의 진정한 대립구도였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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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더스는 비극입니다. 사랑하는 사람마저도 황금으로 만들어버리는 손을 가진 것이 마이더스입니다. 하지만 이 비극적 신화의 마이더스는 오늘날 현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겐 더없는 선망의 대상입니다. 마이더스는 비극의 주인공이 아니라 자본주의사회에선 로망인 것입니다.

아,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쓸데없는 안티일지도 모를 안티 하나만 하고 넘어가겠습니다. 마이더스는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인물로 원래 이름은 미다스입니다. 영어식으로 읽어서 마이더스가 되는 것이죠. 이런 식의 표기가 요즘 부쩍 많이 늘었습니다. 언제부턴가 알레르기도 알러지로 바뀌었습니다.

저는 지금도 알러지라 발음하면 마치 몸에 알레르기 반응이라도 일어나는 것 같아 알러지란 익숙하지 않은 발음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알러지라 발음하면서 유식함을 자랑하는 듯이 보이는 분들을 보면 ‘나도 알러지라 발음해야지’ 하고 생각하면서도 여전히 알레르기가 익숙하고 부담이 없습니다.

그러나 어떻든 알러지, 링거, 이런 표현들이 주류가 되고 있다는 것은 엄연한 현실입니다. 오래전에 무역관련 일을 하다 대학을 갓 나온 젊은 친구들이(하긴 저도 갓 신랑이 된 젊은 나이였지만) 키프로스를 사이프러스라 부르는 걸 보며 멍청해졌던 생각이 떠오릅니다. “지중해에 사이프러스란 나라도 있었어?”

그러고 보니 제 무식의 소치로 생긴 에피소드가 하나 더 떠오릅니다. 역시 오래전 이야깁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제 주변엔 중국에서 건너온 조선족들이 꽤 많았습니다. 그들과 술도 자주 마시고 가끔 여행도 함께 하면서 친하게 지냈습니다. 저보다 열 살 정도 어린 친구와 하루는 술을 마시면서 논쟁 아닌 논쟁이 있었습니다.

창원에 있는 엘지전자에 다니던 친구였는데, 자동차 얘기를 하다가 “중국에선 BMW가 참 많다”는 이야기로 생긴 에피소드였습니다. 미리 말씀드리면, 저나 이 친구나 사실 똑같이 무식해서 생긴 일입니다. 그러니까 저는 BMW를 비엠더블유라 부르고, 이 친구는 베엠베라 부르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서로 상대가 말하는 차가 BMW란 사실을 알지 못하다가 어는 순간 그것이 똑같은 물건을 놓고 서로 다르게 발음한 것이란 사실을 알았을 때, 제가 훈계조로 불쌍하다는 듯이 그랬던 것입니다. “얘야, 그건 베엠베가 아니고 비엠더블유라고 하는 거야.” 하지만 그 친구는 절대 물러서지 않더군요.

“아닙니다, 삼촌. 우리는 베엠베라고 부릅니다. 중국에선 모두 베엠베라 그러는 걸요.” 이 친구는 조선족, 즉 우리 입장에서 보자면 교포였지만 자신이 중국인임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했습니다. 사실 이 부분에 있어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착각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한-중 축구경기를 보다가 “너는 왜 한국을 응원하지 않냐”고 따지는 경우도 가끔 있습니다. 아무튼 저는 이 친구가 대국인의 자부심 때문에 물러서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면서 속으로는 그런 모습을 매우 불쌍하다는 듯이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불쌍한 것은 저였습니다.

사실 무식한 것은 저였던 것입니다. BMW는 아시다시피 독일의 명찹니다. 그렇다면 독일식 발음으로 베엠베라 부르는 것이 보다 합당하겠지요. 덩샤오핑을 등소평이 아니라 덩샤오핑이라 부르는 것이 옳다는 것이 보다 설득력이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물론 모택동도 모택동이 아니라 마오쩌둥이 맞습니다.

한때 호나우두는 우리에게 로나우도였습니다. 호마리우는 로마리우라고 불렀습니다. 그런데 어느날부터 로나우도와 로마리우는 사라졌습니다. 축구경기를 좋아하던 저는 갑자기 로나우도가 사라지고 호나우두가 등장하자 잠깐 혼란으로 당황했지만, 이내 “아하, 앞으로는 로나우도를 호나우두라 부르기로 했구나” 하고 이해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결정은 옳은 것이었습니다. 포르투갈어를 쓰는 브라질 사람 호나우두는 호나우두인 것이지 로나우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주 오래된 이야기라 기억하실 분이 별로 안 계실 테지만 레이건을 처음에 언론들은 리건이라 불렀습니다. 제가 중학생일 때 미국 대통령은 지미 카터였습니다.

미군을 철수하겠다던 지미 카터는 북한의 남침공포에 떨던 대한민국 국민들에겐 그야말로 지~미 카터였습니다. 이 지미 카터와 대결했던 공화당 후보가 로널드 리건이었던 것입니다. 엇? 저 까마득한 산골마을에서 중학생이었던 저는 그래도 신문을 보시던 아버지 덕에 신문 구경을 할 수 있었는데,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분명히 현역 미국 대통령 지미 카터와 대결했던 공화당 후보는 로널드 리건이었는데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레이건이었던 것입니다. 레이건? 레이건이 누구야? 그럼 리건은 어떻게 된 거지? 하하, 너무 무식하다고 놀리지는 마십시오. 지금 같으면 금세 레이건이 바로 리건임을 알겠지만, 그때 너무 어렸고 공부가 부족했습니다.

리건이 미국에선 레이건이라 불린다면 우리도 레이건이라 불러주는 것이 예의에 맞겠지요. 그러므로 당시의 언론들이 미국 대통령이 된 리건을 레이건이라 정정한 것은 매우 적절한 결정이었습니다. 아, 이거 잠시 지나치는 말로 하겠다던 안티가 너무 길어졌습니다. 빨리 마무리해야겠네요.

미다스를 마이더스라 부르는 정도는 그래도 이해를 하겠습니다. 미다스보다는 마이더스가 발음하기도 더 편합니다. 신화의 세계에 잠들어있을 미다스가 들으면 매우 불편해할지도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키프로스를 사이프러스라 부르는 것도 참을 만 합니다. 우리가 키프로스든 사이프러스든 부를 기회가 별로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링거니 알러지니 이런 것들은 어떨까요? 아주 자주는 아니더라도 가끔 써야할 말들이죠. 저는 아직도 링거라 말하려면 상당한 알레르기를 감수해야만 하는데 여러분들은 어떠신지요? 그리고 사실 이런 것들은 그 말이 생긴 원산지의 발음을 그대로 인정하고 부르자는 추세와도 반대되는 경향이라고 생각됩니다만.

............ 사실은 자본주의 시대의 마이더스에겐 미다스가 느끼는 고통도, 피도 눈물도 없다는 이야기를 하려다 삼천포로 샜다.

사실 알러지와 링거의 경우만 예로 들었지만, 이외에도 이 비슷한 경우가 무척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대세가 그렇다면 할 수 없지요. 미국의 문화적 영향력 아래에서도 오래 버텨왔던 것들이 이제 바야흐로 미국 유학세대가 우리 사회의 주류가 됐다는 신호인 것일까요?

하긴 알레르기를 미국식 발음으로 알러지라고 하건 그냥 원래대로 알레르기라 하건 그게 우리와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유식하게 알러지라 발음하자니 약간의 알레르기 반응을 감수해야한다는 것 말고는……. 아, 그건 그렇고 원래 쓰고자 했던 본문은 따로이 새로 써야 할 듯합니다. 이것 참, 흐흐, 제가 원래 좀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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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현이 돌아왔다. 머리를 짧게 깎아 이상하게 들어올리고(쟤가 미국 갔다 오더니 히피 물 먹었나? 했다. 하긴 나는 히피를 본 적도 없다) 빨간 가다마이(일본말이라 미안하지만 이 표현이 딱 적당할 것 같다) 입고 나타난 모습은 경악 그 자체였다.

“아니, 쟤 정말 어떻게 된 거 아냐?”

그는 정말 어떻게 된 것이었다. 김도현은 악마가 돼 돌아왔다. 유인혜가 자기의 확실한 파트너로 삼기 위해 보낸 1년간의 해외연수는 일종의 악마를 만들기 위한 수업이었던 것이다. 유인혜는 김도현이 월가를 비롯한 세계 도처의 금융시장을 돌아보며 경험을 익히고 축적해 마이더스가 되어 돌아오기를 바랐을 테고, 김도현은 그 기대에 충분히 부응한 듯하다.

김도현은 마이더스가 됐다. 하지만 마이더스는 악마였다. 마이더스는 그의 손이 닿는 모든 것을 황금으로 만들어버린다. 음식을 먹기 위해 내미는 손도 마찬가지. 마이더스는 황금을 만들지만, 정작 그는 배고픔에 굶주려야한다. 그런 의미에서 유인혜는 탁월한 선택을 한 것일까? 김도현을 마이더스로 만들고 자신은 그가 만든 황금을 향유하기만 하면 되니 말이다.

김도현은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곧장 자금난에 봉착한 한 기업을 M&A 하기 위해 유인혜가 만들어놓은 협상장으로 향한다. 론아시아와 선봉정밀의 협상대표단이 마주한 협상테이블. 협상을 시작하자는 선봉정밀 대표의 말에도 유인혜는 “잠깐 기다리세요”라고만 한다. 그녀가 기다리는 것은 마이더스, 김도현이다.

김도현이 도착하자 곧 협상은 시작되고, 김도현은 동물적 직감으로 선봉정밀 대표의 흠집을 들추어낸다. 사실 이 부분은 좀 난센스였다. 선봉정밀뿐 아니라 대한민국, 아니 자본주의사회의 모든 기업들이 주가를 조작하고 이중장부를 만들고 세금을 탈루하고, 다 그렇게 한다는 것이 센스라고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아무튼, 멍청한 선봉정밀 대표단은 김도현이 부린 잔꾀에 넘어가고 말았다. 자, 그럼 김도현의 다음 미션은? 하청업체를 정리하는 것이다. 론아시아의 베테랑들이 모두들 걱정하지만, 김도현의 답은 간단하다.

“그거? 걱정할 필요 하나 없어요. 하청을 모두 중국으로 돌릴 거예요. 그러면 간단하죠. 거긴 인건비도 싸고, 재무구조가 개선될 거고, 그만큼 우린 비싼 값에 선봉정밀을 다시 팔아먹을 수 있는 거죠.”

“그렇지만 수많은 하청업체 사람들은….”

“왜 우리가 그것까지 걱정해야 하죠? 우린 그냥 자본의 논리만 따르면 되는 거예요.”

김도현의 너무나 명쾌한 결정에 흐뭇한 표정으로 미소 짓고 있는 유인혜.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을 거다. “음, 내 판단이 정확했어. 저 친구는 확실히 마이더스가 되어 돌아왔어. 피도 눈물도 없는 마이더스. 오로지 황금을 만들기에만 매진할 뿐이지. 그리고 그 마이더스는 바로 내 거야.”

마이더스가 된 김도현에게 그러나 아직 일말의 양심은 남아있었던 것일까. 선봉정밀 공장에 하청업체 사장들이 모여 데모을 벌이자 그곳에 나타나 해산을 종용하던 김도현, 옛 애인의 아버지를 보고서는 움찔한다. 이렇게 당혹스런 일이. 그는 실로 난감했을 것이다. 옛 애인의 아버지가 말한다.

“도현이, 이게 자네가 맞나? 자네는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니지 않나. 론아시아가 이런 결정을 했더라도 자네가 막았어야지.”

매우 곤혹스런 표정으로 흔들리는 김도현, 악마가 된 그에게도 인정은 남아있다. 그렇다. 악마들이라고 인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악마일수록 가족에 대한 정은 더 절절하다고 한다. 마치 조폭들이 자기 아내나 자식들에게 갖는 애정과 같은 거다. 영화 <대부>의 돈 끌레오네처럼. 그들은 적에게 사정없이 총질을 해대면서도 사랑하는 딸에겐 너무나 자상한 아빠다.

하지만, 다시 정신을 차린 김도현은 악마의 미션으로 “투입해!” 하고 명령을 내린다. 김도현의 부하직원의 손짓에 따라 승합차들이 쏜살같이 달려오고 번개처럼 뛰어내린 조폭 같은 덩치들이 몽둥이를 들고 데모대를 향해 진격. 다음 상황은 대한민국 국민들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그런 상황으로 종결.

옛 애인의 아버지도 피투성이가 됐다. 그때 마침 옛 애인 정연이 현장에 나타난다. 분노로 이글거리는 눈빛. 이제 바야흐로 복수의 서막인가? 유인혜-김도현 vs 유성준-최국환 vs 유명준-이정연? 아직은 모르겠다. 야구방망이나 들고 설쳐대는 SK가 재벌2세라는 최철원 비슷한 유성준이 이 대결구도에 과연 끼일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아무튼 좀 복잡하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이들이 모두 악마이거나 악마와 손을 잡았거나 악마의 하수인이란 사실이다. 그들에게 보이는 것은 오직 하나뿐이다. 이윤. 돈. 황금. 이것을 위해선 그 어떤 희생도 불가피하며 당연한 것이다.

수많은 하청업체가 도산하고, 노동자들이 실직하고, 그리하여 가정이 파괴되고, 자살하고, 그런 것은 이들이 관심을 둘 대상이 아니다. 김도현의 말이 바로 그것이다.

“왜 우리가 그런 걱정까지 해야 하죠? 우린 그저 충실히 자본의 논리만 따르면 되는 겁니다. 자본의 논리는 피도 눈물도 없는 겁니다.”

ps; 악덕 기업사냥꾼 론아시아를 보니 쌍용자동차 생각이 난다. 불과 1년 반 사이에 열다섯 명의 아까운 생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니. 중국의 상하이자동차도 일종의 기업사냥꾼인 셈이다. 피만 싹 빨아먹고 도망가 버렸다…. 아, 그러고 보니 론스타도 있었다. 이런~

Posted by 파비 정부권

너무 오랜만에 블로그에 글 쓰는 것 같습니다. 요즘 여러 가지로 정신이 사납습니다. 앞니도 빠지고, 이미 오래전에 부서진 어금니도 빼고…, 이게 쉽게 안 빠져서 그라인더 같은 걸로 반으로 잘라서 뺄 요량이었던 모양인데 그것도 여의치 않아 정 같은 걸로 막 때려서 따갠(!) 다음 파이프렌치 비슷한 걸로 작업하는 것 같더군요. 뭐 하기야 저는 입만 헤 벌리고 있었으니 정확한 실상은 알 수 없습니다.  

아직도 마취약 냄새, 소독약 냄새 그리고 우리한 통증 때문에 살짝 짜증스럽긴 합니다만, 몹시 시원한 것은 사실입니다. 오랜 세월 함께 해왔던 어금니이긴 하지만 이뿌리만 남아 구취의 원인이었던 것이 제거되었다 생각하니 개운하기만 합니다. 물론 그 빈자리가 곧 아쉬워질 테고, 그 아쉬움을 메우기 위해선 상당한 돈이 들어야겠지만, 우선은 시원섭섭하네요.

<역전의 여왕>에 이어 방영하는 <짝패>를 보고 있었습니다만, 이번 주부터 <마이더스>로 갈아탔습니다. 이유는 별 거 없습니다. <짝패>가 재미있긴 했습니다만, <마이더스>에 김희애가 나오기 때문이었습니다. 아시는 분은 잘 아시지만 저는 아주 옛날부터 김희애의 독실한 팬이었습니다. (물론 우리나라 대통령 내외분의 독실한 신심에는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ㅋ~)


1993년 <아들과 딸>에서 보여준 김희애의 연기는 일품이었죠. 그때 그녀는 최고의 전성기였는데, 이 드라마에 함께 출연했던 최수종과 한석규는 당시만 해도 아장아장 걸음마 단계였으니…. 특히 한석규는 이 드라마가 데뷔작인 걸로 아는데 큰 비중 없는 조연이었음에도 매력적인 목소리로 인기를 많이 끌었던 걸로 기억나네요.

아무튼 <마이더스>를 보다가 문득 <로쟈의 저공비행>이란 서평 블로거로 더 유명한 이현우 교수의 <책을 읽을 자유>에서 읽었던 '행복'에 관한 몇 가지 글들이 떠올랐습니다. 거기 이런 구절이 있는데요. "행복한 가정은 모두 서로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으로 불행하다."

장편소설 <안나 카레리나>의 서두를 여는 톨스토이의 말인데요. 이 구절을 음미하다 갑자기 웃음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제가 늘 잘 써먹던 말 중에 이런 게 있거든요. "잘 생긴 사람은 모두 서로 닮았지만, 못 생긴 사람은 제각각으로 못생겼다." 웃기시겠지만, 이건 사실 저의 오랜 관찰에서 나온 나름의 정립된 결론이랍니다.  

그런데 갑자기 엉뚱하게도 톨스토이의 명언과 저의 호기심에서 나온 별로 유쾌하지도 않은 결론이 너무나 닮았다는 터무니없는 생각에 미치자 웃음이 터졌던 것이죠. 어쨌거나 로쟈는 누구에게나 헤아려보면 행복했던 때가 있었을 것이라고 우리를 일깨우면서 추억의 앨범을 꺼내보길 권합니다.

가만 생각해보니 저도 그이처럼 행복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월세를 살면서도 주인집에도 없던 커다란 텔레비전이 들어왔을 때. 너무나 행복했었고, 우리 동네에서 최고의 부자가 된 느낌이었습니다. 토요일에 아이들이 <서부소년 차돌이>를 보겠다며 우리 집 마당에 들어와 줄을 설 때면 정말 장군이라도 된 듯이 우쭐대곤 했습니다. 

지금은 돌아가신 어머니를 따라 시오리는 걸어야 되는 방앗간에서 몇 시간을 기다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가래떡을 머리에 인 어머니의 뒤를 졸졸거리며 집으로 돌아오던 시골길은 지금 생각해도 "그래, 그게 행복이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정말 그런 점에서 로쟈의 행복에 대한 경험은 저와 너무나 닮았습니다.

로쟈가 행복에 관한 추억을 꺼낸 이유는 마침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김일성 주석의 유훈을 상기시켜주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이 "정치사상 면이나 군사 면에서 북한이 강국의 지위에 올라섰지만 아직까지 인민들에게 흰 쌀밥에 고깃국을 먹이지는 못하고 있다"고 자평했다는 것입니다.

"그러고는 최단 기간 안에 '인민 생활' 문제를 풀어서 유훈을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인데, 이는 곧 '북한 사회주의의 과제이자 목표가 흰 쌀밥에 고깃국이라는 것을 밝힌 것으로 경제난에 직면한 북한의 현실에 대한 예외적인 시인을 했다"는 것이죠.

"이걸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로자의 고민은 그것이었습니다. "우리는 이미 LA갈비에 비프스테이크도 먹고 있다고 응수해야 할까?" 남한은 이미 흰쌀밥에 고깃국으로 한 끼를 때우는 건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다시 말해 이미 우리는 북한 사회주의의 과제를 달성한지가 오래 됐습니다.

로쟈는 말합니다. "무슨 뜻인가? 우리에게 더 이상 행복은 미래의 몫이 아니라는 의미다. (그럼에도) 여전히 '더 높은 행복'과 '더 높은 성장'을 위해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고, 한마음으로 함께 노력해야 한다면, 김일성의 유훈을 관철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태도와 오십보백보다."

그렇군요. 7·4·7공약을 믿고 대통령을 뽑은 우리는 더 높은 성장, 그리하여 얻게 될 '더 높은 행복'을 위해 또다시 허리띠를 졸라매고 구조조정과 소득의 동결 내지는 삭감, 정부주도의 물가상승을 참아내기로 약속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면 정말 우리는 더 행복해지는 것일까요?

로쟈의 결론은 이것입니다. "그럴수록 행복은 나비처럼 달아나고 말 것이란 것이다. <주홍글자>의 작가 호손의 말처럼 조용히 앉아 있으면 어깨에 내려와 앉을 것을. 적어도 북한보다 우리가 낫다고 으스대고 싶다면 '무지개 너머'를 좇는 일부터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복지는 뒷전이고 성장만 주야장천 외치는 MB에 대한 일침입니다. 


어쨌든, 원래는 김희애가 좋아 <짝패>를 버리고(완전 버린 건 아니고, 인터넷 재방으로 밀린 것) 보기 시작한 <마이더스>였는데, 주인공 장혁(김도현)을 보면서 문득 로쟈의 행복에 대한 강의가 생각났던 것입니다. 장혁이 분한 김도현은 금을 좇는 사나입니다. 그에겐 꿈을 좇는 일이겠지만, 그의 꿈은 불길한 야망입니다. 

그의 아버지는 한때 금광을 찾아 팔도를 누볐는데, 그에게 금광은 증권시장이고 주식입니다. 그는 증권회사에서도 매우 잘나가는 선수(펀드메니저)였지만, 갑자기 사법시험을 준비해 2년 만에 패스합니다. 대단한 수재죠. 사법연수원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김도현은 김희애(유인혜)의 야망을 위해 발탁됐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야망을 위해 첫 번째 미션을 수행합니다. 그 미션이란 것이 이른바 주식시장에서 작전을 거는 것입니다. 유인혜의 배다른 오라비인 유성준이 패거리들과 작전종목을 정하고 작업 하는 것을 눈치 챈 김도현이 이에 역작전을 거는 것입니다. 금감원과 검찰까지 움직이게 만들어 구속시킬 계획인 거죠.  

드라마가 재미는 있습니다만, 특히 김희애와 장혁은 정말 언제 보아도 멋지죠. 하지만 사법고시에 패스해서 사법연수원을 갓 졸업한 변호사가 처음 하는 일이 작전세력을 모아 불법을 저지르는 일이라니. 만화 같다는 생각을 했지만, 어쩌면 저게 진짜 우리 사회의 참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어떨까요? 김도현은 행복을 잡을 수 있을까요? 사실은 그의 모습이 이 글을 쓰고 있는 바로 저와 너무나 닮은 모습이라 끔찍하기도 하지만 한편 연민도 가는 터라 그래도 성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생기더군요. 그러나 어떨까요? 그는 마이더스가 될 수 있을까요?

그는 진짜 마이더스가 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니 벌써 됐나요? 그러나 아시다시피 마이더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미다스의 영어식 표기인데요. 미다스의 손은 신의 형벌이었습니다. 미다스가 만지는 모든 것은 금으로 변했는데, 음식마저 금으로 변해 먹을 것이 없어 미다스는 결국 굶어죽을 지경에 이른다는 이야기죠.

그래도 어떻습니까? 우리 모두 마이더스가 되고 싶지 않습니까? 저도 그렇습니다. 될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주저하지 않을 것입니다. 세상이 바뀌지 않는 한, 이런 인간의 욕망은 도망가는 나비를 좇아야 한다는 속삭임에 더 귀가 더 솔깃한 것처럼 멈추지 않을 테지요.   

그나저나 제 주변엔 주식 해서 흥한 사람 한 사람도 없는데…. ㅎ~

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