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희'에 해당되는 글 9건

  1. 2011.01.21 마프 보던 딸 "송승헌 쟤 바보 아냐? 미쳤나봐" by 파비 정부권 (8)
  2. 2011.01.14 마프, 공주님 궁전 유지비 얼마나 들까? by 파비 정부권 (7)
  3. 2011.01.08 마프 김태희, 진짜 배우 되려면 더 망가져야 된다 by 파비 정부권 (13)
  4. 2011.01.06 마이프린세스, 푼수공주님 된 김태희에 거는 기대 by 파비 정부권 (5)
  5. 2010.01.01 김태희 눈물에 담긴 솔직한 고백 by 파비 정부권 (14)
  6. 2009.12.20 '아이리스' 김현준의 죽음과 최승희는 무관할까? by 파비 정부권 (11)
  7. 2009.11.06 '아이리스' 김태희는 장동건처럼 될 수 없을까 by 파비 정부권 (22)
  8. 2009.11.05 '아이리스' 지나친 중간생략, 어리둥절하다 by 파비 정부권 (4)
  9. 2009.10.15 아이리스, 감동속에 숨겨진 불편한 막장 by 파비 정부권 (72)

그런데 말이에요. 마이 프린세스, 우리 가족 모두 정말 재미있게 보고 있거든요. 원래는 저 혼자 이 프로 좋아했는데, 전염이 됐는지 이제는 와이프에다 딸내미까지 서로 좋은 자리 차지하고 보려고 경쟁이 치열하군요. 이럴 수가… ㅠㅠ

방금 쓴 위 글을 몰래 제 등 뒤에서 읽어본 우리 딸, "아니야, 거짓말 하지 마. 엄마도 나도 벌써부터 보고 있었다고. 아빠 혼자만 재미있게 본 게 아니란 말이야. 우리도 토요일에 재방으로 다 봤거든!" "…… 아, 그랬어? 그렇지만 거짓말은 아니지. 나는 그런 사실 모르고 있었으니깐."


암튼^^ 우리집에선 마프가 얼마나 인기가 좋은지 실감들 나시지요? 요즘 같이 힘들고 어려운 세상에 마프처럼 아무 생각 없이 공주꿈이나 왕자꿈 꾸면서 잠시 환상에 빠지는 것도 그럴싸한 일 아니겠어요? 아, 우리 딸아이는 좀 거시기 하긴 하군요. 이제 열 살인데 벌써 연속극에다 그것도 환상열차에 태우기엔 좀, 그렇긴 하네요.  

그래도 아직 열 살이니 보고 싶은 드라마도 보고 그러는 것도 괜찮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 물론 우리 아이 엄마는 반대죠. 테레비를 아주 없애버렸으면 좋겠다나요. 우리 주변에 그런 집 많거든요. 유해물질로 분류해 처단(!)해버린 아주 진보적인(?) 친구들이 많은 편이죠.

오늘의 주제는 테레비가 유해할까 유익할까 논쟁을 하자는 게 아니니까 이 정도로 하기로 하고요. 아, 하나만 더 하죠. 우리 딸내미는 역전의 여왕도 좋아하는데 이 드라마가 아무 생각 없이 즐길 수 있는 드라마 같지만 실은 매우 슬픈 드라마에요. 인생의 쓴맛 단맛 다 보여주는 드라마죠.

그래서 저는 미리 그런 거 봐두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뭐 대충 그리 자기 합리화를 하는 편이죠. 자, 진짜 여기까지만 하고요. 마프가 매우 재미있고, 특히 김태희와 송승헌의 활약과 매력이 돋보이는 드라마이긴 하지만 어제는 우리 딸내미와 애 엄마한테 딱 걸렸네요.

"아니, 저게 뭐하는 짓이야. 빨리 병원으로 데려가야지."
"그래, 내 말도 그 말이다. 왜 병원으로 안 데려가고 자기 집으로 데려가는 거야. 그러다 큰 사고 나면 어떻게 하려고."
"아, 미쳤나봐. 쟤 혹시 바보 아냐?"
"그러게. 이건 아니지. 작가가 바보 아닐까?"

뭐, 상황은 대충 이렇습니다. 대한민국 최고 재벌 대한그룹 박동재 회장님의 안배에 따라 꿈도 못 꾸어본 공주님이 되신 우리의 김태희. 대학에서 고고학을 가르치는 남정우(류수영) 교수님과 차를 타고 가다 교통사고가 나고 말았습니다. 무엇 때문에 공주님이 웬 남자와 함께 차를 타게 되었냐고요?

그거야 다 박해영 때문이지요. 박동재의 하나뿐인 손자 박해영(송승헌), 그에게 공주는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 제 것을 탐하는 악당일 뿐이지요. 사라져야 할 존재, 혹은 없애버려야 할 존재 그게 바로 공주에요. 보아하니 그도 그렇게 악한 성격은 아니군요. 그냥 가급적 공주가 조용히 없어졌으면 하고 바라지요.

하지만 그게 뜻대로 안 되니 이리저리 방법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처지가 됐어요.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이설 즉 공주님에게 전화를 했군요. 무슨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한 것인지는 저도 기억이 잘 안 나네요. 공주와 자기가 무슨 스캔들, 아니 결혼을 하기로 했다고 발표한다 했었나요? … ?

이 무슨 황당한 소리. 화들짝 놀란 우리 공주님, 마침 궁에 방문한 교수님에게 부탁해 궁 밖으로 몰래 빠져나와 함께 차를 타고 가다 사고가 났던 것이에요. 여기까진 재미있었어요. 아, 물론 그 다음도 재미는 있었죠. 그런데 말이에요. 사고가 난 공주님 병원에 입원하셨잖아요?

▲ 쓰러진 공주를 보살피는 박해영


공주님이 잠깐 화장실에 다녀오는데, 열이 펄펄 끓는 아이를 안은 엄마가 제발 입원시켜 달라고 사정하지만 병실이 없다는 거예요. 사실 이것도 난센스지요. 아무리 그렇지만 당장 열이 나서 죽을지도 모르는 아이를 병실이 없다는 이유로 안 받아준다는 건 말이 안 되고 제가 알기로 그런 병원은 있지도 않아요.

우선 당장은 의사가 급히 와서 아이의 이마를 짚어보고 가슴에 청진기를 대고 진맥을 하는 등 응급처치를 하겠지요. 그런데 딴 데로 가서 알아보라는 거예요. 아, 이건 뭐, 아무리 오늘날 병원들이 인술은 제쳐두고 돈벌이에만 급급 한다고 하지만 아니다 싶었지요.

하기야 이렇게 만든 데는 다 작가님의 깊으신 의도가 있었던 것이에요. 열혈 드라마 팬으로서 그런 정도도 모를 멍청이가 사실 어디 있겠어요? 아무리 그래도 제가 아이큐 100은 무난히 넘어가거든요. 어떻게든 공주를 쫓아내려는 박해영에게 이설이 얼마나 착한 공주인지, 공주가 될 자격이 있는 사람인지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겠지요.

그리고 여기엔 또 하나의 중요한 의도가 있는 것이에요. 박해영의 가슴에 공주에 대한 연정이 싹틀 수 있는 토양을 만들도록 미리 거름을 뿌려두는 것이죠. 박해영의 흔들리는 눈빛은 이미 공주에 대한 마음이 연정으로 바뀌고 있음을 암시해주었지요. 틀림없이 그리 되겠지요. 안 그러면 극성팬들에게 혼날지도 모르겠죠?

다시 암튼^^ 우리의 공주님, 열이 펄펄 끓는 아이와 엄마를 위해 병실을 양보했어요. "아, 빈 병실 있어요. 내가 나갈게요. 나 하나도 안 아파요." 박해영, 이렇게 투덜거리는군요. "야, 너 미쳤어? 니가 왜 병실을 비켜 줘. 그러고, 너 꾀병이지? 어쩐지…."

하지만 병원을 나와 차를 타려던 공주, 비틀거리는군요. 박해영, "야, 까불지 말고 빨리 타. 니가 그러면 내가 속을 줄 아냐?" 대충 이런 정도로 공주가 꾀병을 피우고 있다고 생각한 박해영, 하지만 공주는 그 자리에 쓰러지자 당황하며 급히 공주를 차에 태워 출발하게 되죠.

자, 여기서 우리 딸, 첫 번째 불만을 터뜨리게 되는군요. "아니, 빨리 병원으로 다시 들어가야지. 뭐 하는 거야. 왜 차에다 태우는 거야. 바로 눈앞에 병원 문이 있잖아. 그리로 공주를 모시고 들어가야지." 아이 엄마도 맞장구를 칩니다. "맞아. 쟤 바보 아냐?"

▲ 갑자기 친절해진 박해영, "얘가 뭘 잘못 먹었나, 왜 이러는 거야?" 하는 표정의 김태희 공주


그런데 바보 같은 박해영, 우리 딸에게 욕먹을 짓 또 하네요. 병원에 병실이 없어 공주를 차에 태웠다고 쳐요. 그러면 빨리 인근의 다른 병원으로 가야죠. 박해영은 공주를 데리고 자기 집으로 갔어요. 낑낑거리면서 공주를 데려다 자기 침대에 눕힌 박해영, 힘들게 옷도 갈아입히고, 머리에 물수건도 대주고 고생이 많군요.

그러나 이게 과연 상식적인 행동일까요? 우리 딸 열 받았어요. "아니, 쟤 미쳤나봐. 빨리 병원부터 데려가야지." 아이 엄마도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이네요. "그래, 집에 있다가 갑자기 무슨 일 생기면 어떻게 처리하려고. 그러고 저렇게 힘들게. 병원 응급실에 가면 훨씬 편하게 할 수 있는데."

공주는 감기몸살에 걸린 것이거나 잠깐 빈혈로 인한 현기증이 나서 쓰러졌거나 그런 것이 아니죠. 교통사고가 났던 것이에요. 나중에 보니 팔과 어깨 등에 심한 타박상까지 입었더군요. 팔을 들지 못해 밥을 먹지 못하니 박해영더러 먹여달라고 했던 것은 꾀병이 아니었네요.

아무리 생각해도 빨리 병원으로 모시고 갔어야 했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어요. 하긴 뭐 작가님도 아무 생각없이 박해영이 공주님을 병원이 아닌 자기 집으로 모시고 가도록 만든 것은 아닐 거예요. 늘 제가 잘 인용하는 군대시절 하늘같은 말씀이지만, "고참이 반합에 똥을 눌 때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에요.

여기까진 어제(수요일) 이야기였고요. 오늘은 김태희가 본격적으로 공주님이 되기로 결심하신 모양이군요. 그 순간 강적이 나타났어요. 박해영보다 더 큰 강적이에요. 오윤주(박예진). 대한그룹을 송두리째 자기 것으로 만들겠다는 야심이 가득한 여자지요. 그 방법은? 물론 박해영을 자기 것으로 만들면 되죠.

이미 박해영은 오윤주를 사랑하고 있어요. 현명한 시청자들이 보기엔 그저 그가 그렇다고 착각하고 있을 따름이지만. 황실재단 이사장이 돼 나타난 오윤주가 공주에게 슬쩍 폭탄발언을 했군요. "넌 곧 이 궁에서 쫓겨나게 될 거야!" 이어서 황실 공주 김태희와 황실재단 이사장 박예진의 얼굴이 클로즈업 대비되면서 끝.

그러자 우리 딸, "아악, 안 돼. 벌써 끝나다니. 이걸 어떡해. 어떻게 하냐고." 아들놈은 연속극 같은 거 잘 보지 않는데 이 딸내미는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인지. 아직 열 살이니 괜찮다고 하더라도 언제까지나 세 사람이 함께 테레비 앞에 앉아 "쟤 혹시 바보 아냐?" 하고 있을 수는 없을 텐데… 좀 걱정되긴 하네요.

제가 무슨 공주님도 아닌데, 설마 언제까지나 테레비만 보고 있진 않겠죠?

Posted by 파비 정부권
마이 프린세스. 참 재미있네요. 송승헌도 마프에서 본래의 매력을 되찾은 것 같고, 김태희도 일정하게 연기력 논란을 잠재우면서 활약을 하고 있으니 이래저래 좋은 일입니다. 시청자도 좋고, 방송사도 좋고, 제작자도 좋고, 배우도 좋고, 뭐 그렇게요. 연출자가 파스타의 그 피디라고 했던가요? 어쩐지…. 아무튼 유쾌한 드라마에요.

그런데 말이죠. 소재가 참으로 황당하죠? 물론 이 소재 덕분에 우리는 한가롭게 소파에 앉아서 혹은 편안하게 이불 속에 누워서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을 꾸는 즐거움을 누리게 되기는 하는 거죠.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공주가 되는 꿈은 여자들만 꾸는 건 아니지요. 남자들도 마찬가지로 왕자가 되거나 재벌 아들이 되는 꿈을 꾸긴 마찬가지랍니다.

그러나 황당한 소재를 가지고도 얼마든지 현실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모범을 마프는 보여주려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아마도 이 드라마의 연출자가 정말 파스타를 만든 피디였다면 그런 기대를 충분히 해봄직 합니다. 파스타는 정말 매혹적인 드라마였지요. 덕분에 안 먹던 스파게티를 즐기게 됐으니.


진짜 재산 환원할 사람들은 따로 있다

박동재 회장(이순재)은 황실 재산을 빼돌려 거부가 된 인물입니다. 사실 이런 설정 자체도 황당한 이야기죠. 순종이 자금을 만들어 비밀리에 만주의 독립군에 군자금을 댄다거나 하는 이야기가 실제 현실의 이야기였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그런 비슷한 이야기도 들은 바가 없으니.

그러나 어떻든 박 회장의 충정은 실로 감동스럽습니다. 평생을 기울여 모은 재산을 황실에 대한 죄책감 하나로 모두 내놓겠다고 하니 이게 어디 보통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이겠습니까. 사실 이 대목에서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작 재산을 내놓아야 할 사람들은 삼성이나 현대가 아닐까 하고 말이죠.

박동재가 황실 자금을 이용해 돈을 벌었다면 한국의 재벌들은 국민의 피땀이 베인 돈으로  축재를 했다는 것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입니다. 나라를 담보로 차관 들여오면 이걸 산업은행에서 어떻게 거의 공짜로 얻어다가 공장 짓고 나머지는 부동산에 투자하고 뭐 이런 이야기는 복잡하니까 생략하기로 하죠.
 
어쨌거나 박동재는 참 양심적인 인물이다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박해영은 박동재의 손자죠. 박동재의 하나밖에 없는 혈육인 모양인데, 황실이 재건되면 모든 재산을 헌납하겠다는 할아버지에게 반기를 듭니다. 그렇죠. 이 얼마나 현실적입니까. 그래서 황실재건이란 황당한 설정이 무게중심을 갖게 되는 거죠.

만약 박해영마저 박동재와 마찬가지로 "네, 대한그룹의 모든 재산은 조선황실의 것이죠. 그러니 공주님께 몽땅 바치는 게 옳습니다요" 이랬다면 정말로 황당 브루스가 되었겠지요. 그러나 역시 박해영은 그리 하지 않았어요. 어떻게든 공주인지 뭔지를 아프리카로 날려 보낼 궁리를 하는 거죠. 굿~

그런 박해영을 보면서 공감이 팍팍 가더군요. 당연한 거 아니겠어요? 아마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김태희 공주님의 마력만 아니라면 당장 제 뜻에 공감하고 말 거에요. "그래 그게 말이 돼? 아니 어디서 굴러먹던 뼈다귄지는 몰라도 공주라니, 그리고 공주면 공주지 왜 남의 재산을 탐내는 거냐고."


공주의 궁전 관리하려면 돈은 얼마나 들까?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이야기가 매우 흥미진진하다는 거죠. 어제부로 김태희는 본격적인 공주 생활에 돌입한 것 같더군요. 공주님만을 위해 지어진 거대한 궁전, 그 궁전에는 상궁, 나인들과 내시(만약 이게 궁전이 틀림없고 김태희가 공주라면 내시여야겠죠? ㅎㅎ)들이 줄지어 서서 공주님이 된 김태희를 향해 절을 하네요.

아, 그러고 보니 우리의 공주님 성함이 이설이라고 했나요? 성은 이요 이름은 설. 그럴듯하네요. 보통 조선의 왕자들은 이름이 외자라는 소리는 들어봤어요. '휘'라고 그러나요? 왕의 이름에 들어간 글자는 귀족이든 평민이든 절대 쓸 수 없기 때문에 다 백성을 어여삐 여긴 특단의 조치라나 뭐라나?

그런데 갑자기 그런 의문이 들더군요. 저 거대한 궁전과 수많은 상궁나인들, 내시들 기타 등등을 유지하기 위해선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갈 것 같은데 그 돈은 다 어디서 나는 걸까? 박동재의 개인 돈으로요? 글쎄요. 박동재가 개인 돈이 얼마나 많기에 저 엄청난 규모를 감당할 수 있다는 건지.

물론 회장님이니까 월급은 많이 받겠죠.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걸로 턱도 없을 거 같은데요. 회사 돈이 다 자기 돈 아니냐고요? 에이, 그건 아니죠.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팔아 현금으로 만들었을 수도 있겠지만 그것도 한도가 있을 것이고요. 보유지분에 나온 배당이요? 그것도 글쎄요, 네요.

비자금을 조성하는 방법이 있다고요? 아, 그게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겠네요. 이런 방법도 있겠죠. 회장 특별상여금을 한 천억 주는 거죠. 실제로 우리 동네 한 조선회사는 연말에 회장님께 특별상여금을 백억씩 주고 하더군요. 신문에도 나고 그랬죠. 참고로 그 회사 하청에 제 친구가 다니는데요, 4년째 임금동결…. 
 
하긴 뭐 재벌이 돼보지 않은 제가 어떻게 회장님의 돈 씀씀이를 짐작할 수 있겠습니까. 알 수 없는 거죠. 어쨌거나 김태희는 봉 잡았네요. 아니 참, 이설 공주님이시죠. 암튼^^ 우리 식으로 말하면 완전 땡 잡았다 그런 거죠. 드라마일 뿐이고 남 얘긴데도 제가 괜히 행복해지고 막 그러네요. 하하, 참~


김태희, 완전 땡 잡았다!

그나저나 황실 재건. 그거 가능한 꿈이긴 한가요? 국민투표에 붙이면 통과될 것 같기는 한가요? 제가 볼 땐 찬성표 1%도 안 나올 거 같은데. 하긴 전에 대통령 선거 할 때 보니까 조선황실을 복원해서 입헌군주제를 하겠다고 공약 낸 (우리 기준으로 보면) 얼빠진 후보도 있더군요.

어떻습니까. 지금 당장 황실을 재건해서 입헌군주제를 하자고 국민투표에 붙인다면 여러분은 어디에 투표하실 생각인가요? 찬성, 아니면 반대? 이도저도 아니면 기권? 어쨌거나 우리가 궁금한 건 그렇죠. 현실보다는 드라마 속에서의  황실재건이 어떻게 될 것인가, 그거죠.

벌써 황실 재건을 놓고 정치인들의 이전투구가 시작됐군요. 이영찬 대통령과 소순우 의원의 대결. 그런데 황실 재건이란 것이 공주만 만들어서는 되는 게 아니잖아요? 왕도 있어야 되고 왕비도 있어야 되고 그런 거 아닌가요? 참 복잡한 일인데, 힘든 일을 시작하셨네요. 우리의 양심적인 박동재 회장님께서.
Posted by 파비 정부권
마이 프린세스(마프) 2부는 우려를 깨끗이 불식시키고 기대를 증폭시킨 한 회였습니다. 김태희가 뼈를 깎는 노력을 했군요. 얼굴만 예쁜 배우에서 이제 얼굴도 예쁘고 연기도 잘하는 배우로 거듭날 기세가 확실히 보입니다. 그러나 사실은 아직도 너무 예쁜 얼굴 때문에 무언가 연기가 부자연스러워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습니다.

해답은? 인터넷을 후끈 달구고 있는 것처럼 확실하게 망가지는 게 답입니다. 예쁜 쪽을 너무 부각시키려다 보면 분명 어딘가 연기가 어색하거나 부자연스러워지는 법입니다. 뭐 제가 연기 전문가는 아니지만도 그 정도는 안다고 생각합니다. 배우뿐만이 아니죠. 모든 사람이 다 마찬가집니다. 자기 잘난 과거에 너무 연연하다보면 역할에 불충실하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죠.  

그런 점에서 김태희가 마프에서 푼수 연기를 한다거나 똥마려운 연기를 하는 것은 아주 잘하는 것입니다. 저렇게 잘 할 수 있는데 전에는 왜 못했을까? 아니 안 했을까? 아이리스에서도 초반에 김태희가 발연기를 벗었다는 호평이 많이 나왔더랬습니다. 제 생각엔 그때도 확실하게 망가지지 못했던 것입니다.

▲ 마이 프린세스에서 푼수 연기에 도전하는 김태희


똥마려운 연기 하는 것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남자들이 김태희는 똥도 안 누는 걸로 생각했을 것"이라며 이미지에 금이 가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열연에 박수를 보내고 있습니다만, 사실은 그게 김태희에게는 기회이면서 위기였던 것입니다. 예쁜  것이 처음엔 김태희를 유명하게 만들었지만 이제 그게 거꾸로 독이 되고 있다는 것이죠.

그런데 김태희가 예쁜 것은 맞습니다만, 우리나라에서 제일 예쁜, 미인일까요? 그건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다만 많은 예쁜 여배우들 중의 한명일 뿐이지요. 그리고 이건 김태희 씨에게 매우 미안한 말이지만, 제 경우에 김태희의 예쁜 얼굴은 예쁘긴 하지만 매력은 별로라는 겁니다. 말하자면, 성적 감흥은 별로인 거죠.
 
게다가 아무리 예쁜 얼굴이라도 유효기간이란 게 있습니다. 아마 제 또래쯤 됐을 텐데, 배우 중에 전인화라고 있습니다. 이분의 미모도 보통이 아니죠. 지금도 보통 미모가 아니니 젊었을 땐 오죽했겠습니까? 황신혜도 있죠. 제 기준에서는 아무리 김태희라도, 글쎄요, 전인화나 황신혜의 20대 시절 미모에 미칠까 싶네요. 

그런데 이 두 분이 출중한 연기력을 바탕에 두고 있지 않았다면 지금까지도 테레비 화면에 자기 모습을 내보낼 수 있을까요? 당연히 "아니오!"라고 답해야 맞겠지요. 그리고 실제로 "아니오!"가 맞습니다. 특히 전인화는 요즘 가장 잘 나가는 배우 중에 한명이죠. 그녀의 신들린 연기력에 대해선 정평이 나 있으니 더 언급이 필요 없을 테지요 .

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윤정희도 나오고 김지미도 나올 수 있는데요. 얼굴로 말하자면 김태희도 감히 이분들 앞에 명함 내밀기 쉽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분들 그냥 얼굴값만 가지고 유명세를 유지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들은 모두 뛰어난 연기력을 소유한 훌륭한 배우들이었습니다. 

저는 사실 윤정희가 활동하던 시대엔 아예 태어나지도 않았거나 겨우 유치원, 기껏해야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였을 텐데요. 그러니 당연 그녀의 이름만 들었을 뿐 실제 작품은 본 게 없습니다. 그러나 최근에 EBS에서 주말마다 한국영화를 틀어주는 덕에 그녀를 볼 기회가 있었는데요. 안개라는 작품이었습니다. 

▲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로또가 떨어지듯 진짜 공주과 된 김태희


이 작품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김승옥의 소설 무진기행을 영화로 만든 작품이지요. 감독도 김승옥 씨가 직접 했습니다. 무진기행. 정말 좋은 소설이죠. 저는 개인적으로 무진기행을 지금도 가끔 꺼내 읽습니다. 특히 어디론가 여행을 가게 될 때면 무진기행을 들고 갑니다. 버스 안에서 읽기 딱 좋을 분량이거든요.

무진기행의 수려한 문체는 기적적이죠. 안개 낀 바닷가 마을 방죽길을 걸어가는 주인공의 희끄무레한 모습이 그대로 그려지는 그런 작품입니다. 마을 지인들과 화투를 치며 시골 학교 음악선생 하인숙이 부르던 목포의 눈물이 정말 아스라이 또는 환청처럼 활자 속에서 미끄러져 나오듯이 그런 작품이었죠.

그런데 놀랍게도 그 환상 같은 그림을 안개에서 윤정희가 그대로 재현해 보여주었습니다. 활자 속에서 마치 바다 저 깊은 곳에서 파도 소리를 잠재우며 들려오던 목포의 눈물, 그리고 그 노래를 부르는 여교사의 멍한 표정을 윤정희가 똑같이 만들어냈던 것입니다.  

저는 안개를 보면서 너무나 놀랐습니다. 아, 내가 잘 알지도 못하는 옛날에 저토록 훌륭한 영화가 있었고 훌륭한 배우들이 있었구나, 하고 말입니다. 김태희의 연기가 많이 늘었다는 호평들이 인터넷을 달구고 있습니다. 거기에 더해 망가진 김태희의 똥마려운 연기는 거의 압권이라고들 난리지경입니다.

혹자는 김태희가 연기 7년차의 베테랑인데 뭘 그 정도 는 걸 가지고 호들갑이냐고 평가절하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렇지는 않습니다. 장동건도 대개 오랫동안 발연기로 고생했습니다. 얼굴만 잘난 형편없는 배우란 혹평이 늘 그를 따라다니던 시절이 있었죠. 아마 의가형제였던가요? 그걸로 대변신에 성공했죠. 

김태희에게도 그런 기회가 될 하나의 작품이 필요했습니다. 아이리스가 그 작품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아니었죠. 초반에 잘 나가다가 결국 도로아미타불이 되고 말았는데요. 이번엔 제대로 된 작품을 만난 걸까요? 아무튼 초반 1, 2부에서 보여준 김태희의 연기는 매우 놀랍다고 할 정도였음에 틀림없습니다.  

확실히 대변신에 성공할 것이라는 가능성이 곳곳에서 발견됩니다. 2부의 마지막 망가지는 장면은(사실 이런 걸 망가지는 거라고 할 순 없죠. 가장 원초적이고 인간적인, 자연스런 모습을 보여주는 건데요. 그리고 여자가 설사하는 장면에 실망하는 그런 좀스런 남자는 극히 예외적인 존재들이고요) 그 압권이었죠. 

어쨌든 저는 김태희의 마프 초반 모습을 보면서 "아, 이제 드디어 김태희도 CF 찍듯이 연기하는 패턴을 과감하게 버렸구나. 나는 예쁜 여자야, 라는 인식을 깨끗하게 지우고 캐릭터에 몰입하는 진짜 배우가 되기로 결심했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아마 그 진정성이 팬들에게 전달된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 똥마려워 죽겠는데 능청만 부리는 송승헌, 미워 죽을 지경인 김태희


뭐 아직 2%가 부족하다는 분도 있습니다. 제 경우에도 아직 김태희의 예쁜 얼굴은 오히려 몰입에 방해요소가 됩니다. 뭔가 부자유스러움이 있습니다. 어쩌면 그건 김태희 탓이 아니고 김태희의 CF를 너무 많이 본 제 탓일 수도 있습니다. 이영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녀도 산소 같은 여자, 깨끗하고 예쁘기만 한 이영애를 지우는데 많은 공을 들여야 했을 겁니다. 그러나 어쨌든 김태희는 마프를 통해 크게 변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듭니다. 장동건의 경우를 보면, 한번 제대로 된 작품을 만나 캐릭터와의 합체에 성공하고 나면 대변신을 하더라는 겁니다. 

장동건은 지금 자타가 인정하는 한국 최고의 배우죠. 태극기 휘날리며에서 본 장동건은 거의 환상적이었습니다. 마지막 장면, 기관총을 난사하며 스러지던 그 모습은 아직도 뇌리에 선합니다. 저는 김태희도 그렇게 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중요한 건 개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작품을 한번 만나야 한다는, 기회를 얻어야 한다는 것이죠. 김태희에게 마프가 기회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현재로 보면 마프는 틀림없이 김태희에게 기회를 준 것 같습니다. 이미 김태희의 예쁜 얼굴도 유효기간이 다가왔으므로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릅니다.

그 기회를 확실히 잡기 위해선 확실히 망가지는 모험을 감행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보면 그렇게 하기로 한 거 같습니다. 사실 모든 인생이 다 그렇기도 하지만 이 연기란 것도 특히 그렇습니다. 점진적인 발전 이런 게 아니고 어느 날 갑자기 급성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치 불교에서 말하는 돈오처럼.

무협지를 읽어보신 분들은 이해하시겠지만, 아무리 뛰어난 기재도 기연을 만나 임독이맥이 타동 되고 탈태환골 해야 비로소 오기조원, 등봉조극을 넘어 입신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탈태환골 하는 주인공이 엄청난 고통을 겪는 부분에 대해선 독자들이 대체로 간과하고 그냥 넘어가죠. 

이거 이야기가 갑자기 오버했는데요. 아무튼 김태희도 뼈를 깎는다는 각오로 보다 철저하게 망가져야만 탈태환골 할 수 있다 그런 말입니다. 아마 김태희에게는 예쁜 자기 사진에 사정없이 황칠을 해대는 것이 그 일이 될 것입니다. 여하간 잘 하고 있습니다. 더 잘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건 다른 모든 이들에게도 전하는 격려의 말씀이기도 합니다. 물론 제게도, 사정없이 자기를 버리도록….
Posted by 파비 정부권
마이 프린세스. 재미있는 드라마란 느낌이 온다. 파리의 연인들처럼 가볍게 아무 생각 없이 즐길 수 있는 드라마란 생각도 든다. 사실 나는 그런 드라마가 좋다. 그저 아무 생각 없이 드라마에 몰입해서 내가 그 속에 들어가 있는 것처럼 착각하며 지내는 잠깐의 시간이 좋다.

마이 프린세스. 제목에서부터 충분히 필이 오는 것처럼 신데렐라 이야기다. 고아원 출신이지만 양부모의 지극한 사랑  속에 밝고 명랑하게 자란 여대생이 어느 날 황실의 공주가 된다는 황당한 만화 같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황당하면 어떠랴. 누구나 한 번쯤은 신데렐라건 공주건 꿈을 꾸어보았을 것이다.

물론 꿈은 여자들만 꾸는 것은 아니다. 대체로 여자들만이 공주가 되거나 신데렐라가 되는 꿈을 꾼다고 여기지만 그건 남자들도 마찬가지다. 아마 "그대도 그러셨어요?" 하고 물어본다면 "천만에요" 하고 손을 젓겠지만, 실은 그들도 왕자가 되는 꿈을 꾼다. 아니면 재벌(혹은 그 아들)이 되는 꿈을 꾸든가.


김태희가 신데렐라가 될 모양이다. 황실 공주 만들기 프로젝트에 뽑힌 그녀. 엉뚱하게도 자기가 황실의 공주란다. 푼수 같은 그녀가 공주가 된다면 어떤 모습일까?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데 첫출발은 괜찮다. 늘 연기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았던 그녀였지만, 이번엔 나름대로 잘하고 있는 것 같다.

좀 오버하는 듯이 보이는 푼수 연기도 그런대로 좋아보인다. 사실 김태희에게 별로 기대하지 않았던 부분이라 오히려 놀라울 따름이다. 하긴 뭐 김태희라고 장동건처럼 되지 말란 법 없다. 장동건도 첨엔 얼굴만 잘 생긴 발연기로 놀림의 대상이 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의 장동건을 본다면 누가 그런 시절을 상상이나 하겠나.

김태희도 그렇게 될 수 있다. 잘 생긴 외모가 부담일 수 있지만, 어쨌든 그로 인해 남들보다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그 잘난 외모도 시효가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잘난 얼굴도 시간의 공격 앞에선 오합지졸이다. 그러니 하루빨리 얼굴 연기자에서 진짜 연기자로 거듭나야 하는 건 지상과제.

아이리스에서 그럴 기회를 잡았지만, 놓쳤다. 그때도 첨엔 좋았는데 뒤로 갈수록 본색이 드러나고 말았다. 이번엔 어떨까? 초반 푼수 연기가 어느 정도 호평을 받는 분위기지만, 아이리스처럼 되지 말란 법 없다. 그러니 이번엔 잘해야 한다. 아니, 이야기가 뭐 이따위로 나가는 거지? 내가 무슨 김태희 매니저도 아니고. 

아무튼, 간만에 아무 생각 없이 볼 만한 드라마가 생긴 것은 좋은 일이다. 역전의 여왕도 '아무 생각 없이 볼 수 있는 드라마'란 점에선 나름 괜찮은 드라마지만, 그래도 슬픈 드라마다. 마이 프린세스는 진짜로 아무 생각 없이 볼 만한 근래 보기 드문 드라마인 것 같다. 특히 푼수로 변장한 김태희의 그 하얀 이(빨)에 빠져서.  


마이 프린세스가 끝난 후 창원 MBC 토론회가 있었는데 한나라당 김정권 의원과 민노당 강기갑 의원이 대담자로 나왔다. 사회자가 이런 질문을 했다. "요즘 저출산이 큰 사회적 문제로 제기되고 있는데 여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한나라당 김정권 의원이 늘 하던 대로 상투적인 대답을 했다는 건 뻔한 상식.

강기갑 의원이 마치 열이 받았다는 듯이 입을 열었는데, 마침 잘 물어봤다는 투였다. "아니 먹고 살만 해야 애를 낳을 거 아닙니까? 좀 이기적으로 들릴 지도 모르지만, 제 먹고 살기도 힘든데 무슨 애를 낳느냐, 젊은이들 입에선 그런 소리들이 나옵니다."

참고로 강 의원은 애가 네 명인데 막내가 여덟 살이란다. 큰 애가 고등학교 들어가는데(대학이었나? 암튼^^) 돈이 없어서 천칠백만 원 대출 했단다. 이런 나라에서 보편적 복지, 무상급식 얘기하면 펄쩍 뛰는 사람들이 계신다. 물론 오늘 TV토론에 나온 김정권 의원도 마찬가지.

사는 게 갈수록 팍팍하다. 오늘 아들녀석 보고 열 내다가(물론 다른 부모들과 거의 비슷하게 뒤지게 공부 안 하는 아들놈 때문이다) 문득 파레토 법칙 생각이 났다. 20 대 80에 관한 이야긴데, 파레토란 사람이 쪼그리고 앉아 개미들이 일하는 모습을 유심히 관찰하는데 꼭 20%만 일하고 나머지는 빈둥대더란다. 

이번엔 부지런한 20%만 따로 모아놓으니 또 20%만 일하고 나머지는 빈둥빈둥. 빈둥대는 80%로 실험해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이 법칙에 이름을 제공한 빌프레도 파레토는 이탈리아 인구의 20%가 전체 부의 80%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여기서는 20%의 인구만 일하고 나머지 80%는 빈둥거리게 된다는 점에만 주목하기로 하자.

그렇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인구의 20%만 일해도 사회가 유지되고 다들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실제 현실은 그렇지 않다. 80%는 누구도 되기를 바라지 않는 비정규직, 청년실업, 영세상인 등을 대표하는 말일 뿐인 것이다. 

이현우 교수(로쟈의 저공비행)가 지적한 바와 같이 "20명의 엘리트가 평범한 80명을 먹여 살린다"고 주장하는 파레토 우파나 이건희 회장처럼 아예 "한 명의 천재가 10만 명을 먹여 살린다"고까지 말하는 파레토 극우파에 비하면 나는 분명 파레토 좌파다. 그런데 파레토 우파들의 주장대로 그럼 우리 같은 80%는 놀아도 먹여주나? 천만에 말씀!

문제는 내 주변에도 놀고먹는(부모 덕에 당장 먹는 문제는 해결되지만, 미래는 암담하다) 대졸 20대 후반 혹은 30대 초반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우리 '집안'에도 있다. 30대 중반이 넘어가면 이미 그들은 청년실업에서 빼버리는 게 사회적 통념처럼 됐으니 논외로 하고도 그렇다.  

그래서 열을 냈다. 이미 2 대 8의 사회가 구조화되고 있는 우리 사회는 20%의 노동력만 필요할 뿐 나머지 80%는 탈락자다. 그게 자본주의다. 80%는 대기자(실업)이거나 비정규직으로만 존재할 수 있다. 그도 안 되면 그저 쓰레기가 되는 일 뿐이다. 그야말로 '잉여'. 이현우 교수의 말처럼 80%의 실존적 위기감을 드러내는 적나라한 표현이다. 

그래서 열을 낸 거다. 20%에 못 들까봐. "존재가 의식을 규정한다"는 유명한 말도 있지만, 내 경우엔 머리와 몸이 따로 노는 경험을 더 많이 한다. 자식 문제에선 특히 그렇다. 여하튼 열 내지 않고서는 살아가기 힘든 이 팍팍한 사회에서 그래도 가끔 이렇게 아무 생각 없이 빠질 수 있는 드라마가 있다는 건 즐거운 일이다.

횡설수설한 것 같지만, 사실이 그렇기도 하고, 드라마는 나에게 많은 위안을 준다. 혹자는 아편 어쩌고 하면서 비판을 하기도 하지만, 문제는 그들이 드라마만한 위로와 격려를 내게 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우리도 가끔은 혼자만의 꿈을 꾸며 환상에 젖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마이 프린세스가 그런 역할을 제대로 해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초반이긴 하지만 푼수 공주님 역의 김태희에게도.
Posted by 파비 정부권

연기대상 우수연기자상 받고 눈물 펑펑 김태희,
           "아이리스는 연기자로서 자괴감에 빠진 저를 구원해준 소중한 작품"

KBS 연기대상을 받은 김태희가 눈물을 흘렸다는군요. 저는 사실 어젯밤에 연기대상 시상식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 시간에 <보석비빔밥>을 보고 있었거든요. 제가 요즘 가장 빠져있는 드라마는 <보석비빔밥>인데요, 중간에 보기 시작했기 때문에 처음 시작이 어땠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1회부터 다시 보느라 연기대상 시상식을 보지 못했답니다.

우수연기자상을 받고 눈물 흘리고 있는 김태희@KBS사진제공

그리고 저는 원래 시상식은 잘 보지 않습니다. 드라마를 좋아한다고는 하지만, 제가 모든 드라마를 다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알지도 못하는 드라마나 출연자게에게 상을 주는 시상식이 그렇게 재미있을 리도 없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요 근래 방송3사의 시상식들이 대체로 상 나눠주기 행사이거나 특정 프로그램 키워주기로부터 자유롭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작년에 MBC도 그랬었지요. 누구나 인정하는 <베토벤 바이러스>의 김명민을 배제하고 <에덴의 동쪽>의 송승헌에게 상을 주고 싶었던 MBC가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것이 바로 공동수상이었지요. <에덴의 동쪽>이 수출 등 향후 시장에서 차지하게 될 비중을 고려한 MBC의 고충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상은 상이지 광고수단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래서 시상식을 보고 싶었던 생각도 없었고 시상식에 대한 소감을 포스팅할 생각도 없었지만, 오늘 다음뷰를 검색하다가 김태희가 우수연기상을 받았고 눈물을 많이 흘렸다는 블로거들의 기사를 여러 편 읽어보고선 궁금증이 발동해서 재방송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역시 연기대상 시상식은 제가 아는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작년 KBS 드라마계를 휘어잡았던 세 개의 프로 즉, <아이리스>, <솔약국집 아들들>, <천추태후>가 대상과 최우수상을 나누어 가지더군요. 대상은 역시 이미 예상하고 있던 것과 다르지 않게 이병헌이 탔습니다만. 아이리스의 이병헌이 연기대상을 받을 것이란 점에 대해선 아무도 의문을 제기한 사람은 없었을 겁니다. 그런데…

하나의 이변이 있었지요. <아이리스>의 김태희가 우수연기자상을 받은 겁니다. 그것도 쟁쟁한 연기자들을 물리치고 말입니다. 그 경쟁자들 중에는 최명길도 있었습니다. <미워도 다시 한번>에서 열연한 최명길의 연기는 과연 최명길이란 찬사가 아깝지 않았습니다. 최명길과 함께 열연한 전인화의 연기도 압권이었지요. 두 사람은 과연 명불허전이었습니다. 

그러나 전인화는 연기대상 어디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물론, 훌륭한 연기자들이 워낙 많으니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최명길과 더불어 2009년 KBS 드라마 최고의 배우라고 생각하던 저에겐 아쉬운 점이 아닐 수 없군요. 그러고 보니 박예진도 있군요. 박예진의 연기도 <미워도 다시 한번>을 빛낸 공신이었지요. 

어쨌든 김태희는 이런 쟁쟁한 연기자들을 모두 물리치고 우수연기자상을 수상했습니다. 물론, 혼자 받은 것은 아닙니다. 역시 여기에도 공동수상이란 절묘한 수가 적용됐습니다. <꽃보다 남자>의 구혜선과 함께 시상대에 올랐던 것이죠. 구혜선은 탈만한 상을 받았지만, 김태희는 분명 의외였고 이변이었습니다.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우수상 수상한 김태희의 이변은 의외

솔직하게 말하자면, 의외라고 말하는 것은 모르겠지만 이변이라고 말하는 것은 좀 과장일 수 있습니다. 그동안 방송사들의 행태로 보아 충분히 점칠 수 있을 만한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아이리스의 상품가치로 보나 김태희의 광고효과로 보나 방송사로선 김태희에게 상을 주는 것이 마땅하고 옳은 일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쟁쟁한 연기자들을 제치고 우수상을 수상한 김태희는 흐느끼는 목소리로 울먹이며 수상소감을 발표했는데, 그 우는 소리가 진심으로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아니 진심이었을 겁니다. 그녀의 소감 첫마디는 특히 그랬습니다. "연기자로서 자괴감에 빠진 저를 구원해준 것은 아이리스였어요." 

그녀의 이 한마디엔 모든 것이 다 담겨 있었습니다. 쏟아지는 연기력 논란에 그동안 그녀가 얼마나 힘들고 괴로웠을지 충분히 짐작이 가는 한마디였지요. 그리고 실제로 <아이리스>가 그녀를 구원했다는 말도 충분히 공감이 가는 말이었지요. <아이리스>를 통해 그녀는 충분히 자신감을 회복했을 겁니다. 

소위 발연기 논란도 어느 정도 잠재울 수 있었고요. 여전히 부족한 면들이 눈에 띠긴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녀의 유명세 탓이기도 합니다. 만약 그녀가 이토록 유명한 탤런트가 아니었다면 그녀의 사소한 실수들 혹은 덜 닦인 재능들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사실 꾸준하게 10여 년 이상 단역으로 출연하면서도 여전히 발연기에 가까운 어색한 연기로 보는 사람마저 어색하게 만드는 연기자도 많습니다. 그들에게 기회가 없었던 탓도 있겠지만, 어쨌거나 그들에게 보여주는 관대함에 비해 김태희에게 내려지는 평가들이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말도 틀리지는 않습니다.

최명길을 제치고 김태희의 이름이 거명됐을 때, 몹시 불쾌했지만, 마이크 앞에 서서 울먹이며 수상 소감을 말하는 그녀를 보면서 은연중에 동정심이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하는 마음이 되었습니다. 그것은 그녀가 단순히 울었기 때문이 아닙니다. 상 받고 우는 연기자들이야 어디 김태희뿐이었겠습니까.

그럼 분기탱천하던 제게 갑자기 측은지심이 발동한 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요? 그것은 김태희가 상을 받는 소감 첫마디로 "연기자로서의 자괴감"을 말했기 때문입니다. 그 모습에 참 솔직한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의 연기력 부족 논란을 그리고 그로 인해 받았던 심적 부담을, 자괴감이라고 말할 정도의 고통을 고백하는 모습이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갑자기 이름이 불려 나왔다고 하더라도 자기의 결점을 그렇게 대중들이 보는 앞에서 솔직하게 털어놓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으로 되었습니다. 어차피 연기대상 시상식이란 것이 앞에서도 말했듯이, 진짜 연기 잘한 연기자에게 주는 상이라기보다는 어제의 수고에 대한 보답과 내일을 위한 격려에 더 큰 의미가 있다면 말입니다. 

감동적이었던 김태희의 눈물에 담긴 솔직한 고백

이렇게 되고 보니 연말 연기대상 시상식에 대한 저의 생각도 좀 바꾸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군요. 상은 잘한 사람에게만 주는 게 아니라, 나누어 가지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수고한 사람을 위로하고 잠재력을 가진 기대주를 격려하기위해 주기도 하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새해 첫날 오후, KBS 연기대상 시상식 재방송에서 본 최명길의 모습이 그렇군요.

그녀는 상을 하나도 못 받았지만, 전혀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이었고 오히려 후배들을 축하해주는 모습이 매우 기쁘게 보였습니다. 하긴 최명길이 상을 받건 안 받건 그게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상을 받지 않아도 그녀의 연기력이 인정 못 받는 것도 아닐 터이고, 최명길은 그대로 최명길일 텐데 말입니다. 그래도 여전히 조금 섭섭하긴 하지만….   

아무튼 김태희의 솔직한 눈물은 매우 감동적이었습니다. 저는 어쨌든 솔직한 사람의 솔직한 모습이 참 좋습니다.

Posted by 파비 정부권
『아이리스』를 방금, 오늘에서야 봤습니다. 이미 김현준(이병헌 역)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고 난 터라 별로 긴장감은 없었습니다. 19회와 20회를 연속으로 봤는데 스토리를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죠. 김현준이 마지막에 죽는 장면은 좀 의외였습니다. 사실 해피엔딩으로 끝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지만, 비극적인 설정도 나쁘진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비극적인 마무리가 더 진한 여운으로 시즌2를 기다리는 기쁨을 줄 지도 모릅니다.   

어이없는 김현준의 죽음   

김현준의 죽음은 너무 허망했습니다. 자동차를 타고 가다 총에 맞아 죽는다는 설정, 그것도 애인에게 줄 반지를 들고 프로포즈의 단꿈에 빠져 운전을 하다 하얀 등대가 보이는 곳에서 총에 맞아 죽는 장면은 매우 로맨틱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역시 허무한 건 어쩔 수 없습니다. 너무 급작스럽고 너무 어이없는 죽음이었습니다. 도대체 김현준이 왜 죽어야 했을까요? 아이리스의 음모는 분쇄됐고 김현준은 NSS를 떠났는데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비슷한 장면이 오래 전 보았던 한 영화에서 오버랩됩니다. 한석규가 주연했던 『이중간첩』이란 영화였습니다. 여주인공은 고소영이었죠. 위장귀순한 이중간첩 림병호, 남북 어디로도 갈 수 없게 된 림병호와 윤수미가 택한 곳은 브라질이었습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수미와 함께 행복한 여생을 보낼 단꿈에 젖은 그들의 모습은 김현준과 최승희의 모습과 같았습니다. 수미가 기다리는 집으로 자동차를 타고 가던 병호는 물론 총에 맞아 죽음을 맞습니다.  

그런 병호를 기다리는 수미의 행복한 모습이 마지막을 장식했었지요. 이어폰을 귀에 꽂은 채 행복한 시선으로 어딘가를 응시하며 김현준을 기다리는 최승희(김태희 역)와 윤수미는 확실히 닮은 꼴입니다. 그런데 여기까지 글을 쓰고 난 다음 검색창에서―병호와 수미란 주인공의 이름과 줄거리가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이중간첩』을 검색해보았더니 다음뉴스나 다른 블로그들에서도 저와 똑같은 의문을 제기한 분들이 많군요. 『이중간첩』의 오마주 아니냐고 말입니다. 역시 보는 눈은 비슷한가 봅니다.

<아이리스> 라스트 장면은 <이중간첩> 오마주? 


그러나 저는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림병호를 기다리는 윤수미와 김현준을 기다리는 최승희는 다르다고 말입니다. 림병호와 윤수미는 함께 조직을 버리고 제3국으로 탈출을 결심했습니다. 그들은 남과 북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새로운 삶을 살기로 결심합니다. 그런데 최승희는 어땠을까요? 아무도 모릅니다. 최승희의 속마음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다만, 최승희가 김현준을 무척 사랑한다는 사실만 나열되는 화면을 통해 알고 있을 뿐입니다.

지난주던가요? 아니면 그 전주던가. 아무튼 얼마 전에 저는 백산과 승희의 관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적이 있습니다. 사실 그때까지는 최승희의 정체에 대한 어떤 실마리도 보여진 적이 없습니다. 최승희는 NSS 내 뛰어난 프로파일러이며 김현준을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 외에는 전혀 알려진 게 없었지요. 저는 최승희를 그저 나레이션 정도로만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최승희가 아이리스의 테러범들에게 잡혔을 때, 백산의 전화 한 통으로 구출되었을 때, 그녀의 정체를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대체 그녀는 누구였을까요? 이후에 백산의 딸이다, 백산보다 더 상위에 있는 아이리스의 리더 미스터 블랙의 딸이다, 아니 아이리스 고위층의 애첩이다, 온갖 억측들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리스』는 이에 대한 어떤 해답도 내놓지 않은 채 김현준을 죽임으로써 드라마를 마무리지었습니다. 『아이리스』가 내년에 다시 시즌2로 복귀한다고 하지만, 시즌2라는 이름이 말하듯 전편과는 어떤 연관성도 없는 독립된 스토리로 갈 가능성이 큽니다.

최승희의 실체는 영원히 비밀의 바다로?

실제로 대충 훑어본 바에 의하면―이 글을 쓰는 중 잠깐이었지만―제작자인 태원엔터테인먼트 측은 그렇게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최승희의 정체는 영원히 미스터리로 남게 되는 것일까요? 물론, 최승희가 김현준에게 “나는 중앙정보부 요원의 딸이며, 박정희 대통령 시해사건에 연루된 아버지가 사형당한 후 백산의 도움으로 살았으며, 백산의 인도로 NSS에 들어오게 됐고 아이리스를 적대시하기 어려웠다” 하고 고백하지 않았냐고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렇게 말하고 김현준의 품에 안긴 최승희의 눈동자를 유심히 살펴보았습니다. 눈은 거짓말을 못하는 법이니까요. 최승희는 눈을 감지 않았습니다. 보통 진실을 고백하고 연인의 품에 안긴 상태라면 눈을 감는 게 정상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최승희는 눈을 감지 않았을 뿐 아니라 눈동자를 좌에서 우로 굴리더군요. 저는 최승희가 김현준에게 모든 진실을 고백했다고 믿지 않습니다. 최승희의 움직이는 눈동자가  흔들리긴 했지만…. 

김현준이 최승희에게 진실을 고백하도록 미리 “내가 알고 있는 것과 다르게 말할까봐 그게 겁나” 하고 말했지만, 최승희가 고도로 훈련된 프로파일러란 사실을 우리는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그럼 또 이렇게 의문을 제기하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최승희는 아이리스가 대통령을 암살하려고 배치한 저격수들을 모두 제거했지 않느냐. 결국 그녀는 아이리스를 배신하고 김현준에게로 간 것이 아니냐.”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저도 확언을 못하는 것입니다. 

이어폰에 묻힌 김현준 암살의 총성

그러나 저는 최승희의 귀에 꽂은 이어폰을 통해 그녀가 김현준의 암살에 관여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합니다. 제주도에서 최승희가 백산과 또 다른 한 사람―어쩌면 이 사람이 바로 미스터 블랙일 수 있다―을 만나는 장면이 담긴 CC-TV 화면을 보면 최승희가 백산과 의문의 사람 사이를 왔다갔다 하며 소리를 지르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게 무얼 뜻하는 것일까요? 저는 이 장면을 보면서 최승희는 백산 뿐 아니라 미스터 블랙과도 매우 가까운 사이란 걸 직감했습니다.

즉, 최승희는 아이리스의 핵심이란 사실입니다. 김현준도 그걸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사랑에 눈이 먼 김현준은 애써 자기가 원하는 쪽으로 답을 내고 싶었을 것입니다. 최승희가 자기 부친이 중앙정보부 요원이었으며 사형당했다고 말했을 때 김현준은 그렇게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래, 내 사랑하는 승희가 아이리스일리가 없지.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던 거야.” 사람에겐 그런 게 있습니다. 특히 위기에 몰린 사람일 수록 좋은 쪽으로 나는 결말을 믿는 마음 말입니다.  

결국 모든 것은 백산이 말한 것처럼 되었습니다. 백산이 말했죠? “김현준, 너는 내가 설계한 대로 지금껏 살아왔어. 앞으로도 그렇게 될 거야. 너는 어떤 비밀도 알지 못할 걸야. 아무것도 모른채 죽게 되겠지. 네가 죽게 되는 것은, 네가 금단의 열매를 먹었기 때문이야.” ‘금단의 열매’란 것이 최승희란 사실은 분명해 보이는데, 아직 최승희에 대해 밝혀진 게 하나도 없네요. 김현준의 죽음도 의혹 투성이지만, 최승희가 왜 ‘금단의 열매’란 것인지…. 최승희는 정말 김현준의 죽음과 아무런 관련이 없을까요?


풀리지 않은 의혹,
아이리스와 미스터블랙 그리고 최승희

미스터 블랙은 누구였을까요? 미스터 블래과 최승희의 관계는? 아무튼 『아이리스』가 시즌2에서 이 부분에 대한 의혹을 어느 정도는 풀어주는 친절을 보여주시길 바란 뿐입니다. 아무리 독립된  스토리로 간다고는 하지만 시청자들을 위해 그 정도 배려는 할 수 있겠죠. 『아이리스』는 많은 기대와 비판―비판도 기대의 연장이죠―을 한 몸에 받았지만, 제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남과 북이 한 팀이 되어 아이리스에 맞섰다는 것입니다.

남과 북 내부에 아이리스와 연결된 반통일 세력이 있으며, 이들의 음모를 분쇄하기 위해 남과 북의 첩보조직이 힘을 합쳤다는 설정은 좀 억지라는 생각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참신하고 통쾌한 시도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주로 북쪽에 올라가서 협상을 진행하는 것과는 반대로 남쪽에 내려와서 남북이 협상을 했다는 점도 의미 있는 대목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보다 북한 호위총국 김소연의 활약은 남남북녀란 말을 실감나게 했습니다. 시즌2에도 꼭 나왔음 하네요.

'………'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찌 되었든, “최승희 도대체 너 누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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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건.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입니다. 그런 장동건을 김태희와 비교하는 게 과연 옳다고 할 수 있을까요? 지금의 장동건만 아는 사람이라면 아무도 수긍하지 못할 겁니다. 아니, 화를 낼지도 모르죠. 어떻게 장동건을 김태희에게 같다 붙일 수가 있느냐고. 그러나 기억하는 분은 하겠지만, 장동건에게도 김태희와 같은 시절이 있었습니다.

장동건과 김태희/ 다음영화 이미지 편집


장동건도 처음엔 김태희처럼 얼굴만 잘 생긴 배우였다

처음 본 장동건은 정말 '왕짜증'이었습니다. 아니 상당히 오랫동안 나는 그를 브라운관에서 보는 게 고역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의 연기는 정말 엉망이었죠. 대사가 무슨 책 읽는 것도 아니고. 보통 베테랑으로 통하는 노련한 배우들은 연기한다는 말을 듣지 않습니다. 아마 스크린이든 브라운관이든 그들이 하는 연기는 현실처럼 너무나 자연스럽기 때문일 겁니다.  

그러나 장동건은 억지로 연기를 하고 있는 것이 보였고, 그것도 지독히 어설픈 연기를 힘들게 하고 있다고 생각되었습니다. 그게 눈에 보였습니다. 정말 짜증났습니다. 단지 얼굴 잘 생겼다는 이유 하나로 계속 브라운관에 얼굴을 내미는 그가 무척 미웠습니다. 나중엔 연출자, 텔레비전까지도 미울 지경이었습니다. '아, 정말 이건 아니지.' 

그런데 어느 날 장동건이 확 바뀌었습니다. 갑자기 그의 연기가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지독히도 어설픈 연기를 억지로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웠습니다. 갑자기 기연이라도 얻은 것일까? 생각지도 않던 기인을 만나 연기를 잘 할 수 있는 비급이라도 얻었던 것일까? 알 수 없는 일이었지만, 갑자기 변한 그의 모습은 실로 매력적이었습니다. 

아마도 그런 모습을 나에게 선사했던 프로의 이름이 <의가형제>였던가요? 1997년이었을 겁니다. 그는 이후 급속도로 성장했습니다. 1999년 안성기, 박중훈과 함께 열연했던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서 가능성을 찾았던 그는 2001년 <친구>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습니다. 물론 그 이전에도 그는 스타였습니다. 그러나 이전의 그는 얼굴만 잘 생긴 스타였을 뿐이지요.  

그리고 마침내 2004년, 장동건은 <태극기 휘날리며>로 한국영화 대표선수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안성기나 한석규가 갖고 있던 타이틀을 장동건이 이어받은 겁니다. 인민군 장교복을 한 장동건이 동생을 살리려고 인민군을 향해 기관총을 난사하며 죽어가던 모습에 전율하지 않은 사람이 있었을까요? 나는 아직도 그 장면을 생생하게 뇌리에 재현할 수 있습니다. 

다음영화 이미지


기회를 잘 살려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한 장동건은 한국 최고의 배우가 되었다

그런데 장동건은 어떻게 얼굴만 반지르르한 발연기의 대명사에서 한국 최고의 배우 자리에 올랐을까요? 물론 치열한 노력이 있었을 겁니다.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만들어진다는 에디슨의 명언이야말로 장동건을 변화시킨 원동력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것뿐이었을까요? 오로지 노력만으로 얻은 영광이었을까요? 

노력만으로 모든 걸 얻을 순 없습니다. 주어진 기회를 잘 살리는 현명함도 필요하죠. 장동건은 주어진 기회를 잘 살렸습니다. <의가형제>가 바로 장동에겐 기회였습니다. 장동건은 <의가형제>를 선택했고, <의가형제>는 자신만의 독특한 이미지를 창조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으며 그는 거기에 부응했습니다.

그럼 김태희는 어떨까요? 많은 사람들이 김태희의 연기를 보며 불안해하거나 불편해 합니다. 나도 그렇습니다. 사실 나는 그녀의 열렬한 팬은 아닙니다. 나에게 김태희는 그저 예쁘장한 LG사이언 광고모델 이상은 아닙니다. 그녀가 연예계 최고의 미인이라고 모두들 말하지만, 글쎄 내가 볼 때 김태희는 전인화나 황신혜처럼 그리 완벽한 미녀라고 생각되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어떻든 그녀가 미녀인 것만은 확실합니다. 최고라는 말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남다른 아름다움을 가진 것은 사실이니까요. <아이리스>는 김태희가 출연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화제를 몰고 왔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연기가 얼마나 나아졌을까에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었죠. 그러니 나도 덩달아 그녀의 연기를 유심히 살펴보게 됐습니다. 

1부에서 보여준 그녀의 연기는 나름대로 합격점이었다고 생각됩니다. 대학 강의실에서 보여준 그녀의 연기는 사람들의 불안을 어느 정도는 해소시켜주었습니다. 대체로 그런 의견들이었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녀의 연기는 다시 불안해지고 불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아, 이런…, 그러고보니 김태희를 보는 내내 저도 불안해하고 있군요. 

김태희의 연기는 아직 불안하고 불편해

김선화(김소연 분)를 추격하는 그녀가 하이힐을 신고 선글라스도 쓰지 않고 코트를 입고 뛰어가는 모습은 도무지 정예 첩보원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이건 그러나 연출자의 탓이라고 해둡시다. 하지만 늘 입을 반쯤 벌린 채 이를 드러내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선 어떤 긴장감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왜 입술을 굳게 다물지 않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더군요)

다음영화 이미지


사지에 몰린 애인을 구하겠다는 각오를 가슴에 담은 첩보원의 모습치곤 너무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소연의 비장한 모습과는 너무나 대조적이었죠. 차라리 김소연이 최승희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아직 반 정도 분량밖에 찍지 않았다고 하니 기대를 완전히 접기엔 이르다는 생각도 들긴 합니다만. 

김태희는 장동건처럼 될 수 없는 것일까요? 장동건이 <의가형제>에서 기회를 살려 자신만의 이미지를 완성했듯이 말입니다. 장동건은 이미 거목이 되었습니다. 특정한 이미지의 캐릭터만 연기하던 그는 이제 다양한 캐릭터로 자신의 영역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개봉된 <굿모닝 프레지던트>에서 그는 그걸 잘 보여주었다고 합니다.

김태희도 어느 날 갑자기 장동건처럼 달라진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줄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건 대단히 어려운 일처럼 보입니다. 장동건은 진정한 스타가 되기 전에 꾸준히 브라운관에 얼굴을 보이며 자기 이미지를 완성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차갑고 건방진 의사 캐릭터를 통해 자신만의 이미지를 완성했습니다.

이때부터 그의 연기는 자연스러워졌습니다. 말하자면, 잃어버린 자신의 모습을 되찾았다고나 할까, 아무튼 그는 그렇게 한국영화계를 대표하는 배우가 되었지요. 그러나 김태희는 어떻습니까? 그녀가 연기자라고 하지만, 브라운관에서 그녀를 볼 수 있는 것은 가물에 콩 나듯 어렵습니다. 너무 재는 것일까요?

세월을 이기려면 부단한 노력으로 1%의 영감을 얻어야

여기에다 그녀는 배우인지, CF모델인지 정체성도 모호합니다. 그런 그녀에게 어떤 기회를 통해 자신만의 이미지를 구축하길 바라는 것도 사실은 무리일 수 있겠습니다. 그럼에도 나는 그녀가 장동건의 예에서 뭔가를 배우길 바랍니다. 그래서 더 많은 드라마에 얼굴을 내밀며 자신을 다듬기를 바랍니다. 1%의 영감을 얻기 위해 99%의 노력을 기울이는 천재처럼요.

그러지 않으면 수년 내에 김태희란 이름도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사라질 날이 올 겁니다. 김태희의 얼굴이 아무리 예쁘더라도 세월을 이길 수는 없습니다. 천하절색이라던 황신혜도 <공주가 돌아왔다>에서 보니 늙은 기색이 역력하더군요. 김태희도 그들처럼 오랫동안 인기를 누리고 싶다면 이제 변해야 합니다. 

그러고 보니 이번 주말엔 <굿모닝 프레지던트>를 꼭 보러 가야겠군요. 갑자기 그러고 싶어졌습니다.
아직 안 끝났을라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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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스>는 6부 마지막 장면에서 의외의 화면으로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김현준(이병헌 분)이 헝가리를 탈출하여 일본으로 간 것까지는 좋았다. 김현준은 한국 최고의 첩보요원이니 그 과정을 굳이 보여주지 않아도 충분했다. 김현준이라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라고 모두들 믿으니까. 


그리고 김선화(김소연 분)가 김현준이 일본으로 피신했다는 사실을 간파하고 일본으로 건너간 것까지도 좋았다. 또 하얀 설원을 지나 아키타로 향하고 있는 김현준을 쫓아 총을 겨누는 장면도 좋다. 왜? 김선화는 북한 호위부에서도 가장 유능한 첩보요원 중 한사람이다. 과감한 중간 생략은 스피드와 긴장감을 끌어올리는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갑자기 김소연이 동해안에 나타나 NSS로 압송되고 취조를 받는다는 설정은 지나친 무리가 있다. 거기다 화면은 갑자기 김현준이 어디에선가 고문 받는 장면을 라스트로 처리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시청자들은 궁금하다 못해 어리둥절하다.

우리나라 드라마는 조금만 인기가 있으면 연장방송 등으로 시청자들을 실망시켰었다. 연장방송은 스토리를 질질 끌어 지루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는 게 필연이다. <선덕여왕>도 마찬가지였다. 처음 출발할 때 빠른 스피드와 박진감 넘치는 전개, 색다른 이야기로 화제를 모았던 선덕여왕도 연장을 결정하면서 늘어진다는 원성을 샀다. 

그러나 역시 초반의 인기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여전히 40%대의 높은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한번 고지를 점령하면 쉽사리 빼앗기지 않는 것이 드라마의 세계다. 시청자들도 웬만해선 채널을 바꾸지 않는다. 그래서 방송사와 드라마 제작자들은 거리낌 없이 연장방송이란 카드를 쓰는 것일까. 

그런데 <아이리스>의 경우엔 반대의 이유로 불편하다. 너무 생략을 하는 것이다. 그게 처음엔 태원엔터테인먼트 정태원 사장의 주특기라고 해서 그런가보다 했다. 그리고 사실 빠른 전개는 첩보영화의 상식이다. 첩보영화가 느리면 긴장감이 떨어지고 재미가 없어진다. 당연히 빨라야하는 것은 기본. 

그러나 그것도 어느 정도껏 해야지 너무 지나치면 이야기의 연속성이 떨어진다. 지난 6부의 마지막이 그랬다. 갑자기 김선화가 NSS에 체포되고, 김현준은 고문을 받고 있다. 따뜻한 설국의 온천에서 김현준과 함께 차를 마시던 김선화는 왜 갑자기 동해안에 나타나 체포된 것일까?

북한 최고의 특수요원이 나타나자마자 일반 군경에 잡혔다는 게 말도 안 되지만, 일부러 NSS에 잡혔다는 것도 말도 안 된다. NSS에 잡혀가서 빠져나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면 이야말로 난센스 중의 난센스다. NSS가 어디 동네 파출소쯤 되는 걸로 생각하지 않았다면 말이다. 

그러나 어떻든 김선화는 최승희(김태희 분)의 도움으로 탈출에 성공한다. 그리고 아마도 최승희를 만나 김현준을 소식을 전할 테고, 최승희는 일본으로 날아갈 것이다. 물론 오늘 방송에서 우리가 궁금해 하는 또는 어리둥절해하는 사건의 전말에 대해 충분한 설명이 있을 것이다. 

만약 그러지 않는다면 이보다 더 황당한 드라마도 없었다는 오명을 쓰게 될 테니까, 아마도 그런 일은 없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오늘 모든 의혹이 해소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불편한 것은 어쩔 수 없다. 스피드도 좋고, 긴장감도 좋지만 <아이리스>는 영화가 아니고 드라마다. 


일주일을 기다려 다음 편을 보아야하는 시청자들의 처지도 고려해주는 친절함을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까.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은 매 편 완성도 있는 줄거리를 원한다. 어느 정도의 복선을 깔아 다음 편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시키는 전략도 필요하지만, 지나치면 곤란하다. 

아무튼 오늘 밤, 지난 1주일 동안 기다려왔던 의혹이 해소되길 기대해본다. 도대체 왜 김선화는 느닷없이 NSS에 잡혔던 것일까? 그리고 실수로 잡혔던 걸까, 일부러 잡혔던 걸까? 그랬다면 이유는 무엇일까? 혹시 최승희 사진을 보고 그녀에게 김현준이 살아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갔던 것일까? 

그리고 연이어 김현준은 왜 또 고문장에서 비명을 지르고 있었던 것일까? 아, 정말 머리 아프다. 오랜만에 만나는 멋진 드라마라 생각하고 열심히 보고 있지만, 가끔 너무 불친절하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어쨌든 오늘 7부에선 모든 의혹이 밝혀지겠지. 만약 오늘도 아무 설명 없이 그냥 넘어가버린다면? 용서하지 않을 테다. ㅋㅋ       

Posted by 파비 정부권
<아이리스>. 최고가 될 것 같은 예감이 드는 미니시리즈다. TV 드라마답지 않은 빠른 전개와 스케일, 초호화 캐스팅으로 대변되는 화려함, 무엇 하나 나무랄 곳이 없을 듯이 멋진 드라마다. 정말 누구 말처럼 월화드라마에 편성되지 않고 수목드라마에 편성한 것은 <선덕여왕>으로서는 행운이다. 물론 <아이리스>도 마찬가지 이유로 수목드라마 시간대를 선택했겠지만. 

이미지=아이리스 홈페이지


아이리스 첫 편을 본 소감은? 최고가 될 것 같은 예감 

이병헌은 역시 멋졌다. 멋진 연기와 매력적인 목소리는 여전히 녹슬지 않았다. 오히려 꽤 길었던 공백으로 인해 그에 대한 환상이 더 깊었을지 모른다. 그의 우수에 젖은 눈망울과 마음을 포근하게 감싸주는 목소리는 실로 사람을 환상으로 이끄는 마력이 있다. 정준호는 어떤가? 여기에 김승우까지. 이들 중 한명만 나와도 대단할 텐데 한꺼번에 나왔다. 또 김영철은? 김영철은 잠깐 나왔지만, 역시 베테랑이다.

나는 김영철을 가장 좋아한다. 태조 왕건에서 보여준 궁예의 카리스마는 아직도 살아있다. 내가 본 역대 왕 중에 최고였다. <아이리스>는 이병헌, 정준호, 김승우, 김영철이 나왔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이미 대박 드라마의 조건을 갖춘 셈이다. 그런데 여기에 김태희까지 끼어들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김태희가 출연한 첫 회를 불안한 마음으로 보았음을 안다. 그러나 그 마음도 실은 김태희에 대한 넘치는 기대와 사랑 때문 아닐까.  

그러나 놀랍게도 김태희는 획기적인 변신을 선보였다. 내가 보아도 놀랍다. 더 이상 어눌한 발성,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표정 따위의 이야기는 나오지 않을 성싶다. 하나만 보고 열을 알기는 어렵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체로 하나를 보면 나머지 열은 알 수가 있는 법이니, 20회가 마무리될 때까지 김태희의 활약을 기대해도 후회가 없으리라 생각한다. 

어쨌든 <아이리스> 첫 회는 대성공이었다. 마지막 끝날 때까지 한 순간도 내 시선을 다른 곳에 빼앗기지 않으리란 확신이 들 정도로. <선덕여왕>과 더불어 누가 최강자인지 샅바를 잡을 만한 프로가 될 것임은 조금도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나는 드라마를 보는 첫 순간부터 불편한 감정에 휩싸였다. 무엇이 나를 불편하게 했을까? 이토록 찬사만이 넘치는 훌륭한 드라마에.

나를 불편하게 만든 딱 한 가지, 요인 암살 대상이 왜 하필 북한 최고인민회의 위원장이어야 하나?  

나를 불편하게 한 것은 NSS 부국장 백산(김영철)이 김현준(이병헌)에게 지시하는 장면이었다. 백산과 김현준이 접선한 곳은 헝가리였다. 직접 부국장이 나타난 것에 크게 놀란 김현준에게 백산은 “혹시 유럽으로의 소풍이란 말 들어봤나?” 하고 물어본다. 답을 기다리지 않고 백산은 계속해서 말한다. 김현준에게 답변을 바라고 던진 질문이 아니었던 것이다.

“1989년 당시 공산권이었던 헝가리가 일시적으로 국경을 개방하여 수천 명의 동독인을 서쪽으로 망명시킨 사건이야. 그 일은 후로 베를린장벽 붕괴 단초가 됐고 냉전시대는 그렇게 끝이 났어.” 왜 계획에도 없이 나타나서 사람을 놀라게 한 NSS 부국장 백산이―기밀을 생명으로 하는 첩보조직의 특성상 각본 없이 부국장이 나타난 것은 충분히 놀랄 일이다―뜬금없이 <유럽소풍> 이야기를 꺼낸 것일까?

“너, 단독임무가 있어.” <유럽소풍>은 단독임무 지시를 내리기 전에 보낸 하나의 암시였다. “너의 임무가 성공한다면 이곳 헝가리가 독일 통일에 큰 역할을 한 것처럼 너의 성공도 한반도 통일에 큰 영향을 주게 될 거야.” 김현준이 백산에게 받은 한반도 통일에 커다란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는 그 임무란 것은 대체 무엇일까?  얼마나 중요한 임무이기에 <유럽소풍>까지 들먹이며 단독임무를 부여한 것일까?

잠시 후, 검은 선글라스에 두 눈을 감춘 김현준이 택시를 타고 부다페스트 영웅광장에 나타나 근처 건물로 올라간다. 적당한 방을 잡은 김현준은 창문을 열어 주변을 살피며 생각한다. “암살 대상은 누굽니까?” “윤성철.” “북한 최고인민회의 위원장 말입니까?” “어.” 더 이상의 설명은 없었다. 어째서 북한 최고인민회의 위원장을 암살하는 것이 <유럽소풍>에 버금가는 통일의 단초가 될 것이라는 것인지.

이미지=아이리스 홈페이지


<유럽소풍>과 요인 암살의 평면적 비교, 아무리 드라마라지만 설정이 지나치다

그러고 보니 올해가 <유럽소풍> 20주년이다. Pan-European Picnic. 여름 휴가철을 이용하여 친척을 만난다는 명분으로 부다페스트 일원에 모여든 동독인들은 헝가리 당국이 묵인하는 가운데 오스트리아 국경을 넘었다. 불과 몇 시간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이후 한 달 만에 헝가리-오스트리아 국경은 완전 개방됐고 다른 동구 국가들을 통해 서독으로 가려는 동독인들의 대열이 물밀듯이 밀려들었다. 그해 11월, 동독 호네커 국가평의회 의장이 실각하고 마침내 베를린 장벽은 붕괴됐다.

<유럽소풍>은 역사적 대사건의 서막이었다. 그런데 독일 통일의 단초가 되었다는 <유럽소풍>과 북한 최고인민회의 위원장을 암살하는 것이 과연 어떤 연관성이 있다는 것일까? <유럽소풍>이 동독을 탈출해 서독으로 가고자 하는 동독 인민들을 위한 헝가리 정부의 휴머니즘의 결과적 조처였다고 한다면, 윤성철 북한 최고인민회의 위원장을 암살하는 것도 그에 준하는 휴머니즘이란 것인가?

북한 최고인민회의 위원장이면 북한 권력서열 2인자다. 우리나라처럼 허수아비 3부요인에 불과한 국회의장과는 달리 권력의 실질적 핵심이다. 만약, 요인 암살의 배후가 대한민국으로 밝혀진다면 전쟁은 필연이다. 1968년 소위 북한의 특수부대 124군부대가 청와대 인근까지 숨어들어온 사건이 있었다. 당연히 그들의 목표는 대한민국 대통령이었다.

이때 이들의 작전이 성공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1) 박정희는 독재자였으므로 남한에는 민주주의가 달성된다. 2) 2차 한국전쟁이 발발해 수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당한다. 답은 무엇일까? 정신이 어떻게 된 사람이 아니고서는 당연히 2번이 답임을 알 것이다. 설령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1번은 결코 답이 되기 어렵다. 오히려 반공반북을 기치로 하는 독재는 더욱 강화될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영화 <쉬리>와 닮은꼴, 그러나 다른 점은?
<쉬리>는 살려서 평화를 얻는 반면 <아이리스>는 죽여서 평화를 얻는다는 것  

멋진 드라마의 첫 장면이 동족을, 그것도 전쟁위험을 감수하면서 북한 권력 2인자를 암살하는 것이었다는 것은 매우 슬픈 일이다. 게다가 이 암살행위를 한반도 통일의 단초를 여는 역사적인 행동으로 만들기까지 했다. 압제를 피해 서독으로 탈출하는 동독인들에게 휴머니즘적 차원에서 길을 열어준 헝가리 정부의 <유럽소풍>에 이 비열한 살인을 견주었다. 이게 과연 온당한 일일까?

모르겠다. 많은 사람들이 북한정권은 악의 세력이므로 얼마든지 죽여도 상관없다고 하면 할말 없다. 그러나 이건 아니다. 공영방송의 드라마에서, 가장 많은 인기를 누리며 수많은 사람이 보게 될 것이 확실한 드라마에서 이러는 건 정말 곤란하다. 물론 앞으로 왜 윤성철 최고인민회의 위원장을 죽여야 했는지 그 이유는 밝혀지게 될 것이다. 

<아이리스> 홈페이지에서 밝힌 드라마 제작의도를 통해 짐작해보면 윤성철은 한국전쟁을 획책하는 북한 군부세력의 핵심이다. 그를 제거해야만 한반도 평화가 유지될 수 있다. 전쟁 없는 평화적 통일은 모두의 염원이다. 그러나 이를 방해하는 세력, 전쟁을 통해 적화통일을 달성하려는 세력이 북한 군부를 장악하고 있다. 그 사령탑을 제거하는 것, 이게 이 드라마의 줄거리란 얘기다. 

한국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영화 <쉬리>, <아이리스>는 <쉬리>와 닮았다. <쉬리>는 북한에서 남파된 특수부대원들이 남북통일을 추진하던 남한과 북한의 요인들을 한꺼번에 암살하려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각축을 벌이는 것이 줄거리였다. 이번엔 반대다. 평화에 걸림돌이 되는 북한 군부세력의 핵심을 죽이는 것이다.

이미지=아이리스 홈페이지


옥에 묻은 티가 너무 크다. 그러나 양심을 닫고 보면 오랜만에 재밌는 드라마  

한때 <너는 내 운명> <아내의 유혹> 등 반사회적 내용을 소재로 한 드라마들이 막장드라마란 오명을 뒤집어쓰며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그러나 <아이리스>의 기본 포맷이라 할 수 있는 북한 요인 암살, 이 시나리오는 과연 막장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평화통일을 부르짖으며 한편 전쟁의 위험을 무릅쓰면서 북한 요인을 암살하는 것이 옳은 일일까? 

오랜만에 만나는 멋진 드라마에 아쉬운 옥에 티다. 그런데 티라고 하기엔 그 크기가 너무 크다. 그러나 거추장스러운 양심 따위는 장롱 깊숙이 묻어두고 가벼운 마음으로 본다면 <아이리스>는 정말 재미있는 드라마임에 틀림없다. 빠른 전개와 박진감 넘치는 서스펜스, 이병헌, 정준호, 김승우, 김영철, 그 외에도 계속 만나게 될 한국 최고의 배우들.    

이것만으로도 가슴 떨릴 이유는 충분하지 않겠는가. 한 동안 사람 사는 재미가 있겠다.

ps; 여러 분들이 앞서 나간 판단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셨습니다. 듣고 보니 옳으신 말씀들입니다. 김영철이 NSS 부국장이라는 것만 생각했지, 아이리스 수장이란 사실을 간과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아이리스가 전쟁을 부추겨서 경제적 이득을 취하려는 비밀조직(군산복합체의 지하조직 같은?) 이란 사실은 알지 못했습니다.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제작의도 기타 등등을 간단하게 살피긴 했지만, 거기까지 미리 설명해주진 않더군요. 그리하여 이런 결론에 도달하게 된 것입니다.

만약, 제가 섣부른 판단을 한 것이 맞다면 그것은 매우 다행한 일이고 저도 바라는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그래야 스토리도 탄탄해지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통일을 위해 북한 최고위 인사를 암살하라. 그건 헝가리 <유럽소풍>처럼 독일통일의 단초가 될 거다." 라는 주장이 억지라고 생각되는 건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지시에 맹동하는 냉혈 킬러라지만 대학에 가서 이라크전쟁, 월남전쟁의 의미까지도 공부했던 김현준이 그 말을 곧이 듣는다는 것 자체도 이해가 안 됐습니다.

차라리 그냥 "쟤는 북한 권력 2인자야. 가서 죽여. 대한민국 발전에 걸림돌이야." 이랬다면 훨씬 솔직하고 좋았겠다, 드라마를 보면서 들었던 생각이고요. 그래서 드라마가 끝나자마자 이 글을 썼던 것입니다. 너그러운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아이리스의 실체가 밝혀지고 진실이 드러나서 저의 섣부른 판단이 사실이 되면, 그때 사과 겸 리뷰를 다시 하도록 하겠습니다. 어쨌든 <아이리스>는 매우 기대되는 작품입니다. 막장이란 부분은 옥에 묻은 작은 티일 뿐입니다. 그런데 그게 티가 아닐 수도 있겠군요. 아무튼… 

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