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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

거상 김만덕이 살아서 삼성 이건희를 보았다면?

사람 살리는 김만덕, 사람 죽이는 삼성

<거상 김만덕>, 드디어 이미연이 출연했습니다. 명성황후 이후 무려 8년 만에 사극으로 돌아온 그녑니다. 명성황후에서 보여준 카리스마는 워낙 사람들의 뇌리에 박혀 있는지라 기대가 보통이 아닙니다. 연기력으로 말하자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최명길조차 이미연의 명성황후를 넘어서지 못했습니다. 


최고의 연기자 이미연, 최고의 여성 김만덕에 적격

중도에 하차한 이미연을 대신해 최명길이 명성황후 역할을 맡았지만, 아직도 사람들에겐 이미연이 명성황후로 기억되는 것입니다. 최명길이 강력한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불꽃같은 연기자라면, 이미연은 은은하고 고고하며 품격이 느껴지는 그런 카리스마를 갖고 있습니다. 그녀의 카리스마는 얼굴을 붉히지 않아도 드러나는 정중동의 카리스마입니다.  


그러므로 <거상 김만덕>이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를 제치고 동시간대 시청률 1위에 오른 것은 자연스럽고 반가운 현상의 하나가 아닌가 합니다. 이미연이 보여주는 조용한 힘에 압도당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니까요. 김만덕은 매우 훌륭한 여성입니다. 조선시대에 그런 여성이 있었다는 것은 아주 자랑스러운 일이지요. 

허난설헌도 있고 황진이도 있고 신사임당도 있지만 김만덕에 필적하긴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녀들이 개인적 삶의 주변에서 고통스러워하다가 요절하거나 자식들과 남편을 출세시키고 자신의 재주를 닦아 후세에 남기는데 인생을 바쳤다면, 김만덕은 평생을 통해 이룬 부를 아무 미련 없이 사람들을 위해 내어놓은 휴머니스트였습니다. 

휴머니즘, 김만덕의 휴머니즘과 그녀의 조용한 카리스마를 가장 잘 표현해줄 사람으로 이미연이 선택된 것은 매우 훌륭한 일입니다. 물론 김만덕에게 돈을 버는 기술과 더불어 휴머니즘을 가르쳐줄 할매로 고두심이 선택된 것 또한 아주 잘 된 결정입니다. 이미연의 고고한 품격을 만들어줄 인물로 고두심만한 사람이 또 있겠습니까?

김만덕이 삼성그룹 회장이었다면?

그러나 저는 처음에 <명가>, <부자의 탄생> 등과 더불어 KBS의 부자찬양 프로젝트에 김만덕이 끼인 것을 보고 내심 불쾌했습니다. KBS가 스스로 친기업정부를 표방하는 이명박 정권의 눈치를 보면서 집중 기획한 거 아니냐는 혐의가 짙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역시 김만덕의 이야기는 매력적인 주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김만덕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주는 인물입니다. 그리고 그녀가 제공해주는 시사엔 기쁨도 있습니다. 그녀는 훌륭한 교과서입니다. 그리하여 이 드라마를 보면서 그런 상상을 해봤습니다. "만약 오늘날 김만덕이란 사람이 있어서 삼성그룹의 회장이었다면 어땠을까?" 또는 "삼성그룹 회장을 보았다면 어떤 평가를 내렸을까?"

삼성특검에 출두하는 이건희. 유죄판결 받은 그는 곧 사면됐다. @사진 연합뉴스


삼성은 어땠습니까? 자기들이 일으킨 태안 기름유출 사고가 있었을 때, 그들은 무엇을 했지요? 발뺌하기 바빴습니다. 삼성이 흘린 기름띠를 제거하기 위해 모든 국민들이 발 벗고 나섰을 때, 삼성은 행복한 눈물로 세상을 웃기고 있었지요. 그리고 마침내 삼성과 정부의 태도에 분노한 한 태안군민이 자신의 몸에 불을 붙여 세상을 눈물바다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또 한사람의 군민이 기름유출로 양식장이 큰 피해를 입고도 보상을 받지 못한 것에 비관해 넥타이로 목을 매 자살하는 사건도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TV 다큐 프로(MBC 시사매거진 2580)를 보았더니 글쎄 또 다시 충격적인 이야기가 들립니다. 기름띠를 제거하기 위해 나섰던 태안군민들 중 상당수가 암 질환으로 고통 받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사람을 살리는데 자기 모든 것을 내놓은 김만덕과 비견되는 삼성 

전문가들은 여기에 대해 기름유출 방제작업으로 인해 암이 발병할 가능성은 높지만 이를 증명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기름에 노출된 후 5년 이상의 시간이 경과한 후에 암 등 질병증세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더욱 그렇다는 것이죠.

이에 대해 환경부는 기름유출 사고가 주민들의 암 발병에 영향을 줬다고 보는 건 무리라는 입장이라고 하는군요. 하긴 정부야 누구 대리인처럼 그렇게 이야기 하는 게 당연하겠죠. 법원으로부터 유죄판결을 받고 형을 선고받은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이건희를 부랴부랴 사면했던 정부가 아니던가요.

자결한 한 태안군민의 영결식 @이미지는 "태안사진"에서 인용


아무튼 김만덕이 오늘날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와서 삼성을 보면 무어라고 할까요? 저는 그것이 못내 궁금하답니다. 사람을 살렸던 거상 김만덕, 사람을 죽이는 거대기업 삼성. "내가 번 돈은 모두 제주도민에게서 나왔으니 다시 그들의 손에 돌려주는 것이 옳다" 하고 말했다는 김만덕을 반대로 삼성의 이건희라면 무어라 할까요? 

"아 그분 참 훌륭한 분이에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위대한 기업인이지요." 이렇게 말했을까요? 실로 아름다운 이미연과 존경할 만한 삶을 살다간 거상 김만덕을 보면서 삼성을 비교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커다란 불행입니다. 이건희의 부인 홍라희는 100억 원대를 호가한다는 <행복한 눈물>을 거실에 걸어놓았던 것으로 알려졌었지요.  

행복한 눈물은 있어도 고통을 함께할 눈물은 없는 삼성

그러나 그들에겐 태안주민들의 고통 따위에 흘릴 측은한 눈물은 한 방울도 없나 봅니다. 어쨌거나 김만덕을 본받아 "삼성의 재산은 모두 국민으로부터 나왔으니 다시 그들에게 돌려주는 것이 옳다! 하고 말하는 이건희를 본다는 것은 고양이에게 풀만 먹고 살라고 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이겠지요? 정녕 그런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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