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드라마 선덕여왕이 벌써 8회가 끝났다. 어느새 한 달이 훌쩍하고 지나갔다. 드라마 속에선 20번이 넘게 춘추가 바뀌었다. 그러나 본격적인 시작은 이제부터다. 진흥왕 사후 20년간 그 누구도, 황제조차도 감히 대적할 수 없었던 신라의 실질적인 주인 미실, 그녀가 최초의 패배를 당한다. 바로 덕만에게…. 덕만이 드디어 서라벌에 등장한 것이다.


덕만공주는 천명공주를 움직였다.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았던 천명공주는 덕만을 만나면서 변화하기 시작한다. 어린 유신랑의 말처럼 ‘진심을 다하면 자기가 변할 수 있고, 자기가 변하면 세상이 변할 수 있다’는 것에 믿음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바야흐로 북두의 여덟 번째 별 개양성이 감추어진 자신의 비밀에 다가가고 있다.


첫 회에서 진흥왕이 미실에게 말했다. “미실아, 너는 내가 어떻게 이 넓은 세상을 얻었다고 생각하느냐? 내가 뛰어나서 그렇다고 생각하느냐? 아니다. 사람이다. 나는 사람을 얻었기 때문에 세상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후일 진흥왕의 주검 앞에서 또한 미실이 말했다. “폐하, 사람이라고요? 보십시오. 모두 내 사람들입니다.”


이 드라마의 키워드는 사람이다. 치열한 권력투쟁의 승패도 결국은 누가 사람을 얻느냐에 달린 것이다. 물론 사람을 얻기 위해선 사람을 잘 알아보는 혜안도 중요하겠지만, 그러나 무엇보다 사람을 끌어당기는 보이지 않는 ‘무엇’이 있어야 한다. 그 ‘무엇’이란 바로 ‘진심’에서 나온다고 어린 유신랑이 설파한다. 


그런데 그 진심을 덕만은 실천으로 몸소 보여준다. 낭떠러지에 매달린 자기를 끌어당기기 위해 줄을 잡고 버둥거리는 천명을 살리기 위해 스스로 줄을 놓아버린다. 그런 덕만을 따라 천명도 낭떠러지로 몸을 날리고 결국 덕만을 구한다. 진심이 천명을 움직였으며 또한 덕만도 살린 것이다. 그럼 덕만의 그 진심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처음부터 보신 분들은 사막에서 모래 유사에 빠진 덕만의 어머니(사실은 궁궐시녀 소화)가 덕만을 살리기 위해 자신을 끌어당기던 줄을 끊어버리고 모래 속으로 사라진 것을 기억할 것이다. 그렇다. 덕만의 진심은 소화에게 배운 것이다. 15년간 덕만은 사막에서 아라비아와 로마의 상인들을 만나 선진문물을 배우고 어머니에게선 진심을 배웠다.


그런 덕만이 드디어 서라벌에 나타났다. 무언가 불길한 예감에 가늘게 몸을 떠는 미실에게 예기치 못한 첫 번째 패배도 안겨주었다. 게다가 승리의 대가로 사람까지 얻었다. 그 사람이 다름 아닌 당대의 영웅 김서현 공이며 북두칠성의 꿈으로 태어난 김유신이다. 김유신과 김춘추, 덕만공주와 천명공주….


덕만이 나타남으로서 이렇게 미실에 대항할 진용이 갖추어진 것이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자, 그런데 이쯤에서 궁금한 점 두 가지만 짚고 넘어가자. 첫째, 어째서 사람들은 모두 미실을 두려워하는데 덕만공주만이 미실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일까? 황제까지도 두려워 그녀에게 반대를 하지 못하는데 말이다.   


물론 답은 너무 쉽다. 덕만은 미실을 모르기 때문이다. 계림 사람들이 미실을 두려워하는 것은 그녀가 신라의 병권을 장악하고 있으며 자기에게 방해가 되는 자는 가차 없이 죽인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덕만은 그것을 모른다. 덕만에게 미실은 그저 나이 든 여자일 뿐이다. 덕만은 사막에서 자란 철부지 하룻강아지였던 것이다.


그럼 이렇게 생각해볼 수도 있겠다. 왜 사람들은 미실에게 대적을 못하는 것일까? 그것은 미실이 두려워 이미 마음속에서부터 싸울 의지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만약 덕만도 천명처럼 궁궐에서 공주로 자랐더라면 아마 다름없이 미실을 두려워하며 해보지도 않고 미리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막에서 자란 하룻강아지가 범 무서운 걸 알리가 없다.


다음 문제는, 그렇다면 덕만공주 혼자의 힘으로 미실을 상대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하룻강아지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대든다고 호랑이를 잡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덕만에겐 쌍둥이 언니 천명공주가 있다. 그녀는 궁궐에서 자라 권력의 생리를 잘 안다. 미실이란 적의 장단점도 잘 알고 있다. 무엇보다 사람들을 알고 구별할 줄 안다.


두 번째 답도 사실은 이미 8회에서 나왔다. 김서현 공과 김유신을 알아보고 그들을 서라벌에 입성하도록 안배하는 천명공주 역시 북두의 여덟 번째 별이다. 작가의 의도가 어떤 건지는 확실하게 알 수 없지만―아마 물어보더라도 안 가르쳐줄 것이다―, ‘어출쌍생 성골남진’의 저주는 나라를 들어먹으려는 미실로부터 황실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었을까?


그렇게 본다면 어출쌍생이야말로 신라를 보호하기 위한 하늘의 기막힌 안배다. 진흥왕은 죽기 전에 이미 그 안배를 보았다. 그래서 그는 받들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미실에게 유지를 남겼던 것일까? 물론 그도 인간이므로 설원랑이 미실의 정부요 심복이란 것을 눈치 채지 못하고 그에게 비밀을 말하는 실수를 범했지만….


하룻강아지처럼 대범한 그러면서도 영리한 덕만공주와 범이 무서워 오들오들 떨면서도 냉정하고 신중하게 처신하는 여우같은 천명공주, 이 두 사람의 환상적인 콤비야말로 미실을 격파할 절대적인 무기다. 아마 내가 작가가 아니라서 장담은 못하겠지만, 북두의 여덟 번째 별은 미실을 물리치고 난 다음 다시 하나로 합쳐질 것이다.


그리하여 다시금 빛나는 북두칠성으로 서라벌의 밤하늘에 찬란하게 빛나지 않을까, 이건 그저 내 상상이지만… 꼭 그렇게 될 걸로 생각한다.      파비 

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