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 역사적 의의에 비해 마산이 받는 대접은 너무나 약소하다. 온갖 인사들이 정치판에 나와 과거의 민주화운동 이력을 들먹이지만, 1979년 10월 부마항쟁의 주역들은 망각과 무관심의 그늘 속에 창동골목의 허름한 술집에서만 그 영광이 되살아날 뿐이다.
2011년.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가 뒷골목에 숨어있던 그늘진 영광을 끄집어내 한권의 책을 만들었다. 최초로 발간하는 증언록에는 우선 40여명의 육성이 담겼다. 앞으로 더 많은 증언자를 찾아내 보완된 책을 낼 계획이라고 한다. 이 첫번째 증언록을 만드는 데는 일부 나의 공도 들어있다.
나는 부마항쟁 당시 중학교 3학년짜리로서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였지만, 실로 눈물겨운 녹음테이프를 활자로 옮기면서 울지 않을 수 없었다. 한숨도 무지 나왔다. 그 다음에 밀려드는 어쩌면 지독하게 처절하고 슬픈 한편의 영화를 보고 난 다음의 공허함.
이게 모두 진짜로 벌어진 일들이었을까. 부마항쟁 며칠 후, "알아서 처리해주겠다'는 부모의 말을 믿고 애인을 밀고했고, 그 애인이 중정과 39사단에 끌려가 물고문, 전기고문 등 갖은 고문이란 고문은 다 당한 것을 알고 자신은 결국 정신병자가 되고 말았다는 이야기. 아, 이런 이야기들이 모두 진실이란 말인가.
12월 5일 오후 6시 30분. 창원역 맞은편 (구)가든예식장 1층에서 <부마항쟁 증언집- '마산, 다시 한국의 역사를 바꾸다'>가 망각과 무관심의 그늘로부터 과감하게 몸을 끄집어내 세상에 나온다. 아래 소개하는 글은 그 역사의 현장에 여러분을 모시는 글이다. 특히 블로거들이 많이 와서 잊혀진 이야기들을 세상에 많이 알려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 파비
증언집 내용에 있어서도 부산항쟁 이전 경남대 학생의 목숨을 건 사전 시위 계획과 종교인의 지원 사실, 근로대중들의 잠재된 정치적 분노, 용기있는 현장 취재와 언론탄압 등 그간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거나, 떠돌던 소문에 대한 새로운 증언들이 풍부하게 드러났다.
이 증언집은 그 자체로서도 의미가 크지만, 부마항쟁특별법 제정의 당위성을 촉구하는 근거로서의 의미도 크다. 또한 아직도 어두운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 박정희 시대 ‘개발독재’의 환상과 실체를 되새기며, 새로운 정치·경제, 새로운 사회를 전망하는 데 학계, 교육계를 비롯하여 각계에 매우 의미있는 자료가 되리라 판단된다.
<증언집 수록 내용>
김용백(당시 마산 상남성당 주임신부) • 미리 준비되었던 부마항쟁 23
김의권(당시 마산 수림음악실 디제이) • 음악실 DJ가 겪은 유신시대 37
김종대(당시 마산시청 공무원) • 억압세력에 대한 저항정신의 표출 65
김지근(당시 경남대 학생) • 여전히 가슴속에 간직하고 있는 자부심 85
김채윤(당시 경남대 학생과 직원) • 빗방울 모여서 강물 되고 바다 되듯이 95
김철수(당시 마산대 학생) • 박정희 총통제 차단한 부마항쟁 107
김태만(당시 창원공단 내 대한중기 사원) • 형제가 겪은 3·15와 10·18 129
남부희(당시 경남매일 사회부장) • 부마항쟁은 제2의 3·15의거 139
박봉환(당시 경남대 학생) • 부마항쟁의 시민정신과 화해의 정신 167
박진해(당시 해군 장교) • 긴 역사에 대한 낙관론 185
박홍기(당시 자동차보험 대리점 운영) • 작지만 큰 저항의 몸부림 215
배장수(당시 전투경찰대원) • 유신의 전경 235
손해규(당시 자영업) • 불의에 항거한 정신 계승되어야 257
송윤도(당시 마산시 월영2동 동장) • 국민을 하늘 같이 여겨야지 295
신용수(당시 마산문화방송 기자) • 역사의 현장을 취재하다 307
양석우(당시 자영업) • 부마항쟁, 올바로 자리매김 돼야 347
옥정애(당시 경남대 학생) • 자유와 용기를 갖게 해준 부마항쟁 365
유성국(당시 무직, 고 유치준씨 유족) • 내 아버지 죽음의 진실, 32년만에 밝힌다 385
이경호(당시 마산대 학생) • 모진 고문과 보상받을 길 없는 민주화 투쟁 401
이부웅(당시 마산소방서 소방관) • 소방차 포기하고 몸만 피신하다 433
이승기(당시 씨알의 소리 마산보급소장) • 박정희 정권을 더 연장시켜서는 안 된다 439
이윤도(당시 경남대 학생) • 영원히 잊지 못하는 노래 451
이재구(당시 마산대 학생) •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바꾼 민주항쟁 481
이종상(당시 경남대 교수) 법학교수, 유신헌법 홍보를 거부하다 491
이창곤(당시 마산 경상고 학생) • 고등학생에게 가해진 야만적인 국가폭력 505
장정욱(당시 경남대 학생) • 박정희 유신정권의 누적된 문제들 527
정성기(당시 경남대 학생) • 역경을 극복하는 개인과 도도한 역사의 물결 541
정인권(당시 경남대 학생) • 역사의 소용돌이에 던져진 삶 575
정현섭(당시 공업전문대 학생) • 민주화로 가는 첫걸음을 만들어준 계기 605
정혜란(당시 무직) • 사람이 변해야 사회도 변해 623
조순자(당시 마산대, 경남대 음악과 강사) • 마산은 두번이나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특별한 곳 635
주대환(당시 서울대학교 제적생) • 억압됐던 민중의 본능이 자연스럽게 분출된 부마항쟁 643
지경복(당시 정비공장 직원) • 부마항쟁 참여로 고단하고 힘든 삶 669
진이호(당시 자영업) • 우리가 싸웠던 것은 제대로 살아보자는 뜻 687
최갑순(당시 경남대 학생) • 여성운동으로 다시 태어나 701
한석태(당시 경남대 교수) • 유신독재 붕괴 촉발시킨 부마항쟁 737
한양수(당시 경남대 학생) •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10·18 761
한철수(당시 회사원) • 마산 민주항쟁의 역사, 하나의 맥으로 연결되어야 783
현태영(당시 마산기동대 전경대원) • 마산에서 일어나면 정권이 바뀐다 795
황성권(당시 외국어대 휴학생) • 숨 막히는 독재를 끝낸 투쟁 813
다음카페 “부마항쟁” http://cafe.daum.net/buma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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