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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이야기

최루탄 김선동, 진보의 폭력불감증 재확인

△ 뉴시스




















참 어이없다는 생각뿐입니다. 멋있긴 하더군요. 국회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을 던진(뿌린) 다음 두 팔로 발언대를 부여잡고 얼굴을 찌푸리지 않으려고 애쓰며 의연하게(?) 서있는 모습. 뿌옇게 날리는 최루가스 분말이 신비로운 분위기까지 연출해주고 있었습니다.

김선동 의원은 이 한칼로 일약 무명인사에서 유명인사로 발돋움했습니다. 민노당은 강기갑의원의 이른바 ‘공중부양’에 이어 ‘최루탄 투척’까지 18대 국회에서 액션스타 두 명을 얻는 쾌거를 이룩했습니다.

김 의원은 독자행동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당 차원에서 계획된 일이란 말도 흘러나옵니다. 내막이 어떻게 되었든 민노당은 이 사태가 가져올 유불리에 대해 어떤 판단을 하고 있을까요? 민노당 내부의 분위기를 알 수는 없지만 일단 대외적으로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변명으로 입장을 전하고 있습니다.

정말 그럴 수밖에 없었을까요? 이 엄청난 해프닝으로 겪어야 할 민주-진보진영의 부담에 대해선 얼마나 생각해보았는지 실로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너희들도 눈물 한번 흘려봐라” 하는 심정으로 최루탄을 투척했다는 김 의원의 말에는 공감가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아니, 어떤 면에선 저를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이 통쾌했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정말 멋있더군요. 제가 한 선배와 TV뉴스를 보다가 “와, 김선동 멋있다!” 하며 감탄하다가 이런 힐난을 들었습니다. “야, 너 그러다가 쌍장총 든 우순경도 멋지다고 하겠다.”

하하, 쌍장총 든 우순경이 누구냐고요? 기억나실는지 모르겠는데, 1982년 의령에서 카빈소총 2정과 수류탄으로 무장하고 궁유면소재지와 4개 마을을 돌아다니며 100여 명의 사상자를 낸 궁유면 지서의 우순경이라고 있었죠. 당시 그는 담배를 비스듬하게 꼬나물고 있었다고 하더군요.

강기갑 의원의 행위만 해도 그렇습니다. 얼마나 속이 탔으면 그가 보수언론들로부터 ‘공중부양’이라는 비웃음까지 감수하며 그랬겠습니까.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러나 결과는 그렇게 긍정적이지 않습니다. 당장은 시원했겠지만 시간이 갈수록 야유만 늘어갈 뿐입니다.

김 의원의 국회 최루탄 투척이라는 초유의 행위 역시 한미FTA를 날치기 통과시킨 한나라당에 양비론이라는 면죄부를 주는 효과밖에 거두지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너희들은 잘한 게 무에 있느냐? 국회에 최루탄이나 던지고 말이야.” 참으로 답답합니다.

얼마 전 민방위훈련을 진행하던 박원순 서울시장이 뉴라이트로 의심되는 한 극우파 여성으로부터 기습적으로 폭행을 당하는 어이없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저는 그때도 비판적인 글 박원순 폭행사건,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 을 썼습니다.

그 글에서도 저는 폭력에 관한 한 보수와 진보가 따로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소위 진보연하는 인사들이 모여 만든 모 주민회는 지눌스님이 만든 낙동강 사진을 전시하려는 사람들에게 집단의 물리력으로 폭언을 하고 폭행까지 자행하는 폭거를 저지른 적이 있습니다.

지율스님 사진전의 취지는 4대강사업에 반대하고 이를 시민들에게 널리 알리는 것이었지만 이들은 막무가내였습니다. 사건이 문제가 되자 이들은 나중에 비선을 통해 “같은 장소에서 우리와 사진전을 다시 열자”는 제안을 해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은 사과도 하지 않았고 그럴 의사가 전혀 없었다는 것입니다. 지금도 이들은 조직의 힘을 이용해 암암리에 딴 이야기를 하고 다닌다는 이야기가 들립니다. 참으로 슬픈 일입니다. 얼마 전 신문에 보니 이들이 낸 마산만 매립 반대 광고가 보였습니다.

좋은 일이고 지지해주어야 할 일인데도 웃음밖에 나지 않더군요. 또 어떤 이는 삼촌뻘쯤이나 되는 사람의 이마를 흉기로 때려 40바늘이나 꿰매는 열상을 입히고도 모 통일운동단체에서 책임실무자로 일하며 토론회에 나와 겨레 하나되기에 대해 의견을 말하기도 합니다.

민주노총은 핵심지도부의 한 인사가 저지른 성폭력 사건 은폐를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범행당사자는 체포돼 감옥에 갔지만 민주노총은 2~3년 가까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하는 가장 기본적인 행위조차 거부하며 버텼습니다. 실로 웃기는 일이었습니다.

또 민노당 출신의 한 시의원이 비정규직 동사무소 여직원의 얼굴에 서류를 집어던지는 폭력을 휘두르며 폭언을 하던 장면이 동영상으로 공개돼 파문을 일으켰던 적이 있었죠. 이번 김선동 의원의 국회 최루탄 투척사건을 접하며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일들입니다.

여기 적시하지는 않았지만 이외에도 진보세력이 저지른 무수한 폭행사태가 있습니다. 지난 대선 당시 민노당 당직자들이 한겨례신문사를 찾아가 폭력과 폭언을 행사한 사례도 아직 기억 속에 남아있습니다. 최규엽 씨의 “너 몇 살이야?”는 아직도 코미디처럼 회자됩니다.

이러한 폭력들은 시위대가 경찰에 맞서 방어적 수단으로 행하는 정당방위와는 기본적으로 질이 다릅니다. 이러다간 한나라당 하면 성추행당, 진보정당 하면 폭력정당으로 등식화되는 불행한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이야말로 인도의 정신적 지도자 간디가 “비폭력운동과 진리파지는 나의 두 허파와 같다”고 했던 말의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아야 할 시점이 아닌가 합니다. 진리는 폭력을 쓰는 자의 것이 아닙니다. 진리를 파지할 수 있는 힘은 비폭력에서만 나옵니다.

그런 점에서 김선동 의원의 생각은 옳았을지 몰라도 그의 폭력적 행동은 진리로부터 결코 지지를 받을 수 없을 것입니다. 아니, 진리는 김선동 의원과 민노당에게 등을 돌리며 비난을 퍼부을지도 모릅니다. 진리는 결코 폭력의 편이 아닙니다.

한미FTA가 한나라당의 날치기 폭거로 통과된 후 강기갑 의원이 흘리던 눈물이 그래서 더욱 슬픕니다. 가끔 그런 생각이 듭니다. “소위 이들 진보세력은 자기들이 하는 일은 모두 정당하므로 얼마든지 폭력을 써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아무리 목적이 좋아도 모든 수단이 다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 뭐, 다르게 생각하시는 분도 많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