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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이야기

북한 아나운서 은퇴가 뉴스가 되는 이유

늘 당찬 어조로(물론 우리에겐 신기하면서도 어색한 화법이지만)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근황이라든가 북한정부의 공식입장을 대변해온 리춘희 아나운서가 보이지 않는다는 기사들이 거의 모든 방송과 언론사들의 호기심을 유발하고 있습니다.

다소 불순해보이기까지 하는 이런 호기심들은 그러나 북한당국이 만들어낸 측면이 없잖아 있습니다. 예를 들면 김정일이 한동안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면 사망설이 나돈다거나 북한군부 내 쿠데타설이 나도는 것들도 그렇습니다.

북한이란 나라가 기본적으로 정치, 사회, 문화 모든 면이 비밀스럽게 운영되는 폐쇄적인 나라라는 것으로부터 이런 호기심들이 발동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어떤 헛소문이 나돌더라도 실상 모든 책임은 북한정부에 있는 것이라고 해도 별로 과언은 아니라고 봅니다.

우리 지역의 어느 저명한 대학교수 한분은 이런 말씀을 합니다. “박정희 정권과 김일성 정권이 경쟁할 당시만 해도 북한의 경제력이 남한보다 우월했다는 것은 분명하다. 60년대까지는 확실히 북한이 우위였는데 뒤집어진 것이 70년대 말 혹은 80년 중반 정도로 보는 학자들도 있다.”

저는 사실 이런 이야기들을 이른바 진보라고 자칭하는 사람들로부터 무수히 들어왔습니다만 그때마다 속으로 웃곤 했습니다. 저는 그런 말들을 단 1%도 신뢰하지 않습니다. 저는 어떤 구체적인 비교자료도 내놓지 않으면서 추상적으로 그럴 거다 하고 주장하는 그들이 미덥지 않습니다(새마을운동은 천리마운동을 10월유신과 한국적 민주주의는 주체사상을 베낀 것이라는 데는 큰 이의가 없지만, 이것이 북한이 남한보다 훨씬 잘 살았으며 그래서 남한이 북한을 모방했다는 근거가 되지는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설령 그게 맞는 말이라 하더라도 제게서 의문을 지워주지는 못합니다. 첫째는, 남이나 북이나 다 같이 헐벗고 굶주리는 마당에 누가 더 잘살고 못사는 순위를 매기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하는 것입니다. 도토리 키 재기도 아니고 우스운 일이지요.

둘째는, 70년대 말이나 80년대 중반까지는 북한이 우리보다 더 잘살았다고 하는데 그런 나라가 이렇게 순식간에 무너지는 것이 이해되는가 하는 것입니다. 경제사정이 뒤바뀐지 불과 10년 만에 굶어죽는 사람이 300만 명(이 통계도 상상치에 불과합니다)이나 나온다는 게 말이 되냔 말이지요.

우리도 잘 나가다가 IMF를 만나 곤두박질 친 적이 있습니다만, 북한처럼 그렇게 나락으로 떨어지진 않았습니다. 아무리 동구가 망하고 미국이 경제봉쇄를 했다손 치더라도 한국, 일본, 중국이 있는 동북아에서 북한 같은 가난한 나라가 있다는 게 실로 믿기 어렵습니다.

그냥 가난한 게 아니라 헤아리기 어려운 숫자의 아사자가 발생하는 나라라니 말입니다. 1950년대의 대한민국에서도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 아닙니까? 아무튼 이 모든 불확실한 논의들은 모두가 북한정권이 만들어낸 비밀의 왕국으로부터 나오는 것입니다.

그러니 그깟 아나운서 하나가 방송에 나오지 않는 것에 대해 온갖 설들이 난무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MBC나 KBS 9시 뉴스 앵커가 어느 날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언론들이 이렇게 호들갑을 떨진 않습니다. 그냥 때가 돼서 안 나오는가보다 하고 편하게들 생각하죠.

게다가 리춘희 아나운서의 나이가 육십하고도 여덟이라고 하니 이제 그만 집에서 쉴 때도 되었습니다. 이제 육체적 심리적으로 피로가 쌓일 때도 됐습니다. 40년이라니, 너무 오래 장수하지 않았습니까? 이는 정년에 관한 북한 노동법 규정에도 없는 특혜라고 합니다.

북한이 남자는 60세, 여자는 55세가 정년이라고 하는데(이는 북한사회가 남녀차별에서도 문제가 많은 나라라는 한 표본입니다) 68세까지 일을 했으면 특혜를 받아도 한참을 받은 것입니다. 말하자면 리춘희는 특권계급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어찌되었거나 조선중앙방송에 나와 마치 교회에서 영적인 감흥을 받은 듯한 그 특유의 목소리로 “위대한 수령 김정일 동지”와 “서울 불바다”를 외치던 리춘희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고 생각하니 한편 섭섭한 마음도 듭니다. 가끔 그런 독특함에서 재미를 얻기도 했는데 말입니다.

아래는 기사에 달린 댓글들 중 일부를 제가 모은 것입니다. 그냥 재미로 보시죠. 이런 댓글들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역시 ‘북한사회가 하루빨리 개방돼서 투명하게 됐으면’ 하는 것입니다. 이해를 하고 싶어도 이해를 할 거리가 없다는 문제가 우리에게 있는 것이죠.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TV조선으로 옮겼을 거라는 엉뚱한 장난성 추측들이 많군요. 하지만 꼭 장난이 아니기도 한 것이 어쩌면 북한 조선중앙방송과 TV조선이 닮았을 거란 생각 때문입니다. 조선일보가 그동안 해온 짓을 보면서 조선중앙방송 생각이 났던 게 사실이니까요.

ps; 아래 댓글 다신 분의 충고를 받아들여 '북한이 남한보다 월등했었다'는 팩트를 찾아보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찾을 수 없었습니다. 제가 알아낸 것은 '북한의 소득통계는 나와있는 것도 없고 알 수 있는 자료도 없다'는 것뿐이었습니다. 북한은 통계 같은 것 내는 걸 싫어하는 걸까요?  

"조금만 찾아보면 금방 알 수 있다"는 팩트를 왜 저는 조금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을 해도 찾을 수가 없는 것인지, 역시 저의 무지와 게으름 탓인가요? 그래서 아래 어느분 말씀처럼 "무식하니 시사는 쓰지 말고 예능방송 감상문이나 써"야 하는 걸까요? 

그런데 이분, 예능방송 감상문 쓰시는 분들이 알면 욕 들으시겠어요. 예능방송 감상문 쓰기가 실은 시사보다 더 어렵다는 것을 모르시나 봅니다. 그리고 인간에겐 시사보다 예능이 더 유익한 점이 많다는 사실도. 아무튼 북한이 개방돼 있어서 정보공유가 가능하다면 이런 일로 다툴 일도 없죠. 결론은 역시 이겁니다. 

"북한은 이춘희 아나운서 일로 우리가 호들갑을 떠는 이유와 마찬가지로 폐쇄된 동굴과 같은 나라다." 

- 숙청 당했나보다. 그래도 그동안은 잘 살았으니 그걸로 위안 삼으면 되겠다.

- 초코파이 사먹다가 걸려서 아오지탄광으로 끌려간 듯

- 남조선 내려와서 TV조선 합류한 듯 ㅋㅋ

- 김정일이가 방으로 데리고 갔나

- 김정은이가 숙청했구만

- 그건 김정은의 시대로 바뀌었다는 반증이다. 지금부터 나오는 애들은 다 김정은이 임명한 애들이라고 보면 됨. 사실 김정일은 지금 얼굴마담이나 하는 상황이라고 보면 됨.

- 아! 저 사람은 내가 어렸을 적부터 북한에 대한 뉴스 나오는 것에 항상 나오는 그분! 음! 그렇게 유명했군! 아마도 우리나라 어른들도 저 사람은 알 걸! 간혹 북한 뉴스 전 할 때 서람이 주로 하는 장면을 보니 말이다. 그런데 50일이 지나도 나오지 않았다라! 종편행이네! 조중동에서 스카웃 했네! 돈 많이 주겠다고 했나 보지! 아마 JTBC에 나올 확률 높지 싶네! 종편행! ㅋㅋㅋㅋㅋㅋ

- TV조선으로 옮겼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