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주고 약주는 창원시, 이해 못하겠어
신마산 만날고개에 가면 요즘 꽤나 유명한 중국집이 있습니다. <만날재옛날손짜장>이 이 집의 정확한 상호이지만 이 집에서 가장 잘 나가는 식단은 해물짬뽕입니다. 낙지와 조개, 홍합 등이 산더미처럼 쌓인 짬뽕그릇을 받으면 정말이지 입이 딱 벌어집니다.
우리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에서도 랭킹 10위 안에 드는 파워블로거 이윤기 씨는 밀양 가는 길 어딘가에 있는 짬뽕을 먹어본 후 이런 제목의 글을 썼습니다. 경남에서 두 번째로 맛있는 짬뽕집. 그럼 경남에서 가장 맛있는 짬뽕집은 어디에 있을까요?
▲ 인터넷을 검색하면 엄청난 양의 만날재 손짜장 관련 기사, 포스팅과 사진들을 만날 수 있다.
이윤기 씨는 글 속에서 경남에서 제일 맛있는 짬뽕집의 이름을 밝혀놓았습니다. 바로 <만날재손짜장>입니다. 그는 <만날재손짜장>에서 짬뽕을 먹어본 후 탄복하여 잘 한다고 하는 중국집에서 가서 짬뽕을 먹을 때마다 이 집과 비교해보곤 하는 것입니다.
<만날재손짜장>이 생긴 것은 약 4년쯤 된 것으로 기억합니다. 지금은 만날재 입구에 잘 지은 단정한 건물이 손님들을 맞이하지만 원래는 그 옆에 오래된 이층 양옥건물의 1층에 있었습니다. 처음에 여기서 중국집을 한다고 했을 때 아무도 장사가 이리 잘 되리라고는 상상을 못했을 것입니다.
건물 주인도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그런데 이윤기 씨를 비롯한 블로거들이 인정하는 바와 같이 경남에서 가장 맛있는 중국집으로 이름이 나면서 가게가 불티가 나기 시작하자 갑자기 두 배 가까이나 임대료를 인상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안 그러면 나가라는 거지요.
결국 명도소송까지 벌인 주인에 의해 <만날재손짜장>은 쫓겨나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 상가임대차보호법이란 것이 만들어졌다고는 하지만 부닥쳐본 결과 임대인이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휴지로 만들 수 있는 법이었습니다. 법은 결코 약자의 편이 아니라는 진리만 깨달았던 거지요.
하지만 다행히 바로 옆에 팔려는 땅이 있어 급하게 구입했습니다. 빚을 냈습니다. 돈이 모자라 땅을 다 사지 못하고 우선 장사에 필요한 만큼만 반을 쪼개어 샀습니다. 건물을 지었습니다. 그리고 부랴부랴 입주했습니다. 가게를 옮겼지만 워낙 소문이 자자했던지라 장사는 여전히 잘 됐습니다.
점포가 이전보다 커진 만큼 손님들은 훨씬 더 많이 늘었습니다. 이런 걸 두고 전화위복이라고 하나요? 그러나 이런 좋은 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호사다마란 말도 있습니다. 한참 장사가 잘되자 이번엔 민원이 들어왔습니다. 공영주차장과 연결된 출입구가 문제였습니다.
▲ 원래 가운데로 냈던 출입구가 막히자 이리로 돌아오도록 했으나 이곳도 폐쇄됐다. 중국집이 출입구가 없는 섬이 된 셈.
담당공무원은 누가 민원을 넣었는지에 대해선 밝히지 않으면서 “출입구가 주차장으로 통하면 주차장을 전부 이 가게가 쓰게 된다”고 주장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누가 보더라도 터무니없는 주장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도로 쪽으로 출구가 난 집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집이 도로를 전부 점유한다고 주장하며 출구를 폐쇄하라고 떼쓰는 민원인이 있습니다. 그러면 공무원은 도로와 연결된 출입구를 봉쇄하라고 명령해야 할까요? 제가 보기에 이건이 그와 똑같았습니다.
창원시는 일부러 250만원이나 들여 만든 계단을 폐쇄하고 그도 모자라 쇠로 만든 주차장 안내간판을 만들어 입구를 막아버렸습니다. 공영주차장과 연결된 출입구가 있다고 해서 피해보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는데도 말입니다.
▲ 돈을 들여 만든 돌계단은 폐쇄됐다.
오히려 무학산 둘레길을 걷거나 등산을 하고 내려오는 시민들에겐 매우 편리한 계단으로 이득이 되는데도 말입니다. 그리하여 결국 사람들은 <만날재손짜장>에 바로 들어가지 못하고 오른쪽으로 빙 돌아 들어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마저도 문제가 생겼습니다.
이 출입구도 창원시가 나서서 봉쇄하고 말았던 것입니다. 이번엔 연두색으로 칠해진 철제담장을 둘러쳤습니다. 이유는 땅주인이 막아달라고 민원을 넣었다는 것입니다. 원래 이 땅은 <만날재손짜장>이 돈이 부족해 다 사들이지 못하고 쪼개고 남은 땅입니다.
땅을 판 원 주인은 귀퉁이 일부를 출입구로 사용하는 것을 허락했지만 최근 아파트분양업자가 이 땅을 사들였던 모양입니다. 참 야박한 세상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되는 걸까요? <만날재손짜장>에 가사 짜장면 한 그릇 먹으려면 들어가려면 하늘을 나는 수밖에 없습니다.
궁여지책으로 <만날재손짜장> 주인은 중국집 건물 오른편에 있던 건물을 헐었습니다. 다행히 주방직원들 숙소용으로 구입해놓았던 단층 집이 하나 있었던 것입니다. 멀쩡한 건물을 헐어내고 간신히 통로 하나를 만들긴 했지만 문제는 여전합니다.
▲ 결국 이곳에 있던 집을 헐고 길을 냈으나 손님들이 이곳으로 돌아들어가기는 너무 멀고 힘들어보인다.
▲ 여기를 출입구로 쓰면 아무 문제 없어 보이는데 참 힘들다. 간판 앞에 보이는 차는 우리가 잠깐 세워놓은 차다. 주차공간은 이보다 아래쪽으로 조성돼 있다.
이리로 들어오려면 약 6~70미터를 빙 돌아야 할 뿐만 아니라 약간 오르막이라는 것입니다. 짜장면, 짬뽕 한 그릇 먹으로 오는 손님들이 오르막길로 빙 돌아서 오는 거 좋아할 턱이 있겠습니까? 이건 뭐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장사하지 말고 떠나라고 협박하는 거와 진배가 없습니다.
당연히 <만날재손짜장> 주인은 울그락불그락 했습니다. 보통 차이나 최라고 불리는 그는 “창원시는 민원인 누가 출입구 사용을 못하게 막는 민원을 넣었는지 밝혀야 한다. 만약 민원인을 못 밝히겠거든 대체 민원당사자가 어떤 이해관계가 있는지, 구체적으로 피해가 뭔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제가 보기에도 하나 틀리지 않은 말입니다. 아무도 피해보지 않는 출입구 사용을 제한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거기에 축대가 있어서 그렇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만약 그렇다면 축대가 없고 중국집 마당과 주차장이 평탄지였다면 가능하다는 이야깁니까?
<만날재손짜장> 주인은 “만약 그럴 경우에도 민원이 들어왔다면 이 공무원은 경계선에다 아예 비싼 돈 들여 담장을 쳤을 사람”이라며 분개했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이 중국집이 창원시가 선정한 ‘명품음식점100선’ 중의 하나라는 것입니다.
▲ 창원시 선정 명품음식점 축하 플랑카드. 명품맛집 간판은 건물 입구에 붙어있다.
▲ 그래도 손님들은 이렇게 곡예하듯 조심조심 소문난 해물짬뽕 맛을 보러 온다.
가게 안에는 ‘창원시 명품음식점 100선’ 선정을 경축하는 플랑카드가 손님들을 바라보며 활짝 웃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창원시는 자기들이 선정해 홍보하는 맛집에 들어가는 길을 모두 폐쇄하는 어이없는 짓을 저지르고 있는 것입니다. <만날재손짜장> 주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에이 씨, 병 주고 약 주는 것도 아니고. 아니 약 주고 병 주는 기가? 아무튼, 이게 뭡니까? 창원시 맛집에 선정해줬으면 장사는 하게 해주어야지 자기들이 앞장서서 장사를 못하게 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100대 맛집 간판 저거 확 떼 가버리든지….”
창원시장님께 부탁드립니다. 결국 방법은 한 가지밖에 없는 듯합니다. 가끔 무학산 둘레길과 만날재 공원을 둘러보고 난 다음 <만날재손짜장>을 즐겨 이용하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 부탁드리겠습니다. 저도 매우 불편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아무도 피해보는 사람이 없고 오히려 시민은 이득을 보는 출입구 사용을 허락해주셨으면 합니다. 사람이 일단 통행은 해야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사방을 막아 괜히 멀쩡한 집만 한 채 허무는 경제적 손실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공무원들도 책상에 앉아서 규정만 따지지 마시고 좀 상식에 맞는 행정을 펼쳤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시장님이 좀 나서서 따지고 가르치고 훈계하셨으면 합니다. 저는 <만날재손짜장>을 자주 이용하는 고객에 불과하지만, 시민의 한사람으로 너무 어이가 없어 이런 글을 씁니다.
요즘 먹고 살기도 어려운데 장사 좀 하게 좀 보살펴주십시오, 시장님. 이 집, 고용창출에도 꽤 기여를 하고 있답니다. 주방, 홀 해서 종업원이 십여 명이 넘더군요. 그리고 이 집 주인은 세금도 꼬박꼬박 열심히 낸다고 하더군요. 그거야 뭐, 그 사람 말이긴 하지만.
암튼^^ 시장님, 관심 좀 가져주시길 꼭 부탁드리겠습니다. 무조건 막는 것만 말고 뭔가 대책을 좀 만들어 주신다면 민초들이 공무원들을 얼마나 좋게 생각하겠습니까? 뭘 못하게 하신다고들 돈도 많이 들었을 거 같은데...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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