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사이야기

박원순 폭행사건,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

박원순 서울시장이 폭행을 당했다. 그것도 공무수행 중에 당했는데 그것이 또 하필 민방위훈련을 수행하는 중이었다. 박 시장을 폭행한 60대의 여성은 박 시장을 향해 “빨갱이” “김대중, 노무현 앞장이”라고 외치며 주먹으로 뒷목을 내려치는 등 소란을 피웠다고 한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 과격한 여성이 나중에 경찰에서 밝힌 바에 의하면 박 시장을 일러 이른바 종북좌파라고 규정해 그랬다는 것인데 유사시-정확하게 말하면 북의 도발-에 대비해 훈련을 총괄하던 서울시장을 현장에서 구타했다는 사실은 실로 자기모순이다.

이 여성은 일각에서 제기하는 대로 뉴라이트와 관계된 인물이었을 수도 있고 또 일각에서 의심하는 바와 같이 미친-의학용어로는 정신이상이라고 한다-여자일 수도 있다. 어떠하든 진실은 경찰이 밝힐 일이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경찰의 진실 수사를 믿지 않지만 현재로선 믿을 게 그곳밖에 없다.

그런데 박 시장이 폭행당한 그날 밤, 한 술집에서 술을 마셨는데 그 술집 주인이 하는 말. “아, 그 여자가 괜히 거기까지 가서 박원순이를 때렸겠어요? 뭔가 앙심이 있으니까 때렸겠지요. 그렇잖아요. 아무 이유도 없이 무엇 때문에 사람을 때리고 그러겠어요? 불만이 많았나보죠.”

그러자 함께 술을 마시던 내 친구가 하는 말. “그 여성분이 과거 전쟁 시기에 북한으로부터 어떤 피해를 많이 입었다거나 그런 거 아닐까?” 내 말. “나이가 62세면 한국전쟁과 연관시킬 무엇이 있나? 전쟁 나던 해에 태어났을 텐데.”

아무튼 그 술집 주인과 친구는 계속해서 무언가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고 계속 주장한다. 거기에 내 말. “아니, 그렇다 치고. 그게 박원순 시장하고 무슨 관계가 있는데? 아, 박 시장이 막말로 그 여자네 가족한테 무슨 짓이라도 했냐고. 그 여자가 미친 거잖아요.”

여기서 참고로 술집 주인의 정치성향에 대해 언급하고 넘어가기로 한다. 주인은 여자였는데 친구의 중학교 동기라고 했다. 그녀는 박근혜가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했다. 여자도 대통령 한번 해야 한다면서. 그녀의 부친 박정희야말로 친일파에다 진짜 빨갱이 출신이었다는 말도 결코 믿지 않는 그녀.

아마도 그들에겐 서울시장을 폭행한 미친-내 관점에선 미친 여자다. 아이엠피터 등 다른 블로거들의 관점은 뉴라이트 교육과 조종을 받은 여자다-그녀의 폭력은 이유 있는 항변 같은 것이었던 모양이다. 폭력은 나쁜 것이지만 이유가 있었을 것이므로 정당하다는 것.

이 순간, ‘아, 정말 사람이 싫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일부러 비싼 돈 내고 술 마시면서 분위기 잡칠 이유는 없었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 세상에 보편적 정의란 없는 것일지도 몰라. 정의란 그저 편의에 따라 만들어낸 패거리들의 자기변명에 불과한 것일지도 몰라.’

작년 5월이었던가. 4대강사업 반대의 취지로 지율스님이 공들여 찍은 낙동강 사진전을 하려다가 봉변을 당한 적이 있었다. 당시 나는 영문도 모른 채 십여 명에게 둘러싸여 위협적인 분위기가 연출되는 가운데 그 중 한명으로부터는 직접적인 물리적 폭력을 당했던 것이다.

그때 몰려왔던 십여 명의 사람들은 알고 보았더니 이른바 진보적 단체로 분류되는 주민단체였다. 지금도 황당한 것은 아직까지 한마디 사과도 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돌아다니면서 다른 이야기를 하고 다닌다는 것이다. 물론 그래봐야 패거리들끼리의 이야기이니 신경 쓸 필요는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찜찜한 것은 그들이 버젓이 자신들의 활동을 미담사례로 발표하는 등 뻔뻔함이 도가 지나치다는 것이다. 하긴 삼촌뻘이나 되는 동료의 이마를 흉기로 때려 40바늘이나 꿰매는 상처를 입혀 법의 처벌을 받고도 당당하게 모 진보단체의 책임실무자로 일하며 토론회에 나와 겨레의 평화를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고 보니 한국사회에서 폭력에 관한 한 보수, 진보가 따로 없다. 자기편이라고 폭력을 두둔하고 옹호하는 것도 오십보백보란 생각이 든다. 인도의 정신적 지도자 간디에게 있어서 비폭력운동과 진리파지는 두 허파와 같았지만 이 시대 우리에겐 폭력만이 허파인 것일까.

폭력행사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동료들에겐 동질감을 획득하는 것이 어쩌면 나약한 개인이 가질 수밖에 없는 살아가는 방편일 수도 있겠다. 아니라면 편협한 이데올로기에 빠진 소인배의 불타는 사명감일 수도 있고 또 아니라면 그저 미친 것일 수도 있지만.

경찰이 일단 박 시장을 폭행한 여성을 구속하기 위해 영장을 신청했다니 다행한 일이다. 그녀는 이전에 반값등록금 집회에 참석한 정동영 의원에게도 똑같은 폭력을 행사한 상습범이었다. 그때도 정동영 의원은 빨갱이에 종북좌파가 됐다.

그녀의 눈에는 한나라당을 제외하고는 아무나 빨갱이로 보이는 것일까. 진짜 종북좌파가 자신이 저지르는 행동을 보고 속으로 웃고 있을 거란 사실을 그녀는 알기는할까. 아무튼 그날 밤 나는 술이 많이 취했다. 내 심정은 어느 광고카피처럼 꼭 이런 것이었다.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