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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이야기

나의 첫 블로깅, "삼성은 뭔 짓을 해도 용서해야 돼"

대청소하다 발견한 블로그 첫 포스트 제목,
         "삼성은 뭔 짓을 해도 용서해줘야 됩니다"

오늘 새해를 맞아 블로그 대청소를 했다. 2008년 4월 19일 블로그를 개설한 이래 483건의 글을 쓰고 그중 352개의 글을 다음뷰 등 메타블로그에 발행했다. 발행한 글을 제외한 나머지 글들은 개인적 자료이거나 가족사진, 스크랩한 기사 등 공개할 수 없는 것들이어서 개인창고(개인자료실, 사진자료실)에 보관 중이거나 존재 이유가 없어 사라졌다.  


말하자면 나는 블로그를 미디어로서 활용하는 외에도 개인자료 보관실이나 가족앨범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가끔 메모장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나중에 언제 어디서든 찾아보기가 아주 쉬우니까 매우 그럴 듯한 아이디어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러나 역시 블로그는 미디어다. 사회를 향한 내 발언의 무게들이 길게 누워있는 모습이 실로 대견하다. 

죽 훑어보니 내가 과거에 이런 생각을 했었나 하는 것도 있었고, 유치한 것도 있었으며, 지금 생각해도 참으로 옳은 말이며 다시 외치고 싶은 것도 있었다. 물론, 그 중에는 생각이 변한 것도 있고, 착오가 있었던 것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옳든 그르든 이렇게 자료가 정리되어 있는 모습을 보니 하나의 역사란 생각이 들어 뿌듯하기도 하다. 

처음에는 시사글이나 주변 잡기를 주로 쓰다가 차츰 TV드라마 리뷰를 쓰기 시작했는데, TV드라마를 쓰게 된 계기도 실은 시사적 관심 때문이었다. 『너는 내 운명』이란 연속극을 보다가 지나치게 억지스럽고 앞뒤가 맞지 않는 설정에 그냥 있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이 드라마는 반사회적, 반윤리적 소재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그런데 이 글이 꽤나 어필했다. 다음뷰에서만 65,000여 명이 읽었다. 그리고 그 이후로 TV드라마, 시사토론 후기를 가끔 썼는데『내조의 여왕』, 『선덕여왕』을 통해 거의 이쪽으로 길을 바꾸게 됐다. 그리고 사실 나는 블로그를 시작할 때, 답사여행, 영화, 드라마 등 문화관련 블로그를 하고 싶기도 했었다. 

아무튼 길을 제대로 찾아가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지난 1년 반 세월 동안 열심히 블로깅을 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갱상도블로그의 <김천령>님이나 <천부인권>님, <크리스탈>님처럼 나중에 다시 살펴보았을 때 가치 있는 자료들을 마음껏 볼 수 있는 그런 블로그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다.  

그런데 거의 다 정리하고 맨 마지막 하나 남은 자료를 보다 문득 가슴 저 깊은 곳에서 감회가 솟아오른다. 거꾸로 정리해들어갔으니 맨 마지막 남은 글 하나란 맨 처음 블로그에 쓴 글이다. 
http://go.idomin.com/1, 넘버가 1이다. 오늘 쓰는 이 글의 주소는 아마도  http://go.idomin.com/484 될 것이다.
 

죄가 추가됐지만 벌은 추가할 수 없다던 4개월 전 집행유예 판결 때도 시끄러웠다. @레디앙(이창우 화백)


처음 올린 글이 <다음> 포털뉴스 메인(당시엔 블로거뉴스나 다음뷰는 메인에 없었다)에 간택(!)되는 영광을 누렸던 것이다. 원래 글의 제목은 『어느 슈퍼아저씨의 나라사랑』이었지만, 다음 편집진이 『삼성은 뭔 짓을 해도 용서해줘야 됩니다』란 제목으로 고쳐 달았다. 매우 훌륭한 제목이고 지금도 마음에 드는 제목이다. 이글은 네 시간만에 5만 명 이상이 다녀갔다. 

당시 삼성은 태안반도 기름 유출사건, 노회찬과 X-파일, 비자금 편법증여, 김용철 전 삼성법무팀장의 폭로사건 등으로 곤욕을 치루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나 역시 삼성이었다. 삼성은 그룹의 존립 위기라고 할 만한 이 사건들을 유유히 헤쳐 나갔다. 아니 빠져나갔다고 해야 더 적확한 표현일 수 있겠다. 아무튼 삼성은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지금 이렇게 건재하다. 

그리고 얼마 전, 그나마 죄 값 같지도 않던 죄 값의 멍에를 지고 있던 이건희 삼성 회장(전 회장이 아니라 그는 여전히 실질적으로 삼성 회장임이 틀림없다)에게 이명박 정권은 특별사면이란 은사를 베풀었다. 오로지 이건희 삼성 회장 개인만을 위한 특사였다. 나는 이 가당치도 않은 2009년의 마지막 사건을 보면서 대한민국은 재벌공화국임을 새삼 느꼈다. 

그리고 오늘 블로그 대청소를 하다가 블로그를 개설하고 처음 썼던 글의 제목이 눈에 선명하게 들어왔다. "삼성은 뭔 짓을 해도 용서해줘야 됩니다." 처음 올렸던 글이라 애착이 가는 글이기도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은 세태를 확인하는 마음이 그리 개운하지만은 않다. 혹시 이미 읽으신 분이라도 다시 한 번 살펴보아주신다면 고맙겠다.   

"삼성은 뭔 짓을 해도 용서해줘야 됩니더"                             http://go.idomin.com/1

 마트에서 수육용 제주도산 도야지 600g을 100g당 500원에 구입했습니다. 냄비에 물과 된장을 풀어 섞고 다진 마늘과 파, 무를 썰어 넣은 다음 생강이 없어서 못 넣는 대신 단감 반쪽을 싹둑 잘라 넣어 가스렌지에 올려놓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먹다 남은 소주도 반병 부었습니다. 아들놈이 옆에서 “아빠, 감은 왜 넣는거야?” 걱정스러운 듯 물었습니다.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고 했어. 이런 걸 창조정신이라고 하는 거야. 혹시 모르니까 너는 먹지 마.” “......, !” 그리고는 동네 슈퍼에 소주를 한 병 사기위해 쓰레빠를 끌고 찬바람을 맞으며 내려갔습니다.


 내가 소주병을 들고  여기저기 살피고 있으니 주인장 왈, “손님, 뭘 살피시는 김미까?  그거 유통기한 아직   안 지났어요.” 내가 왈, “아, 네. 유통기한 살피는 게 아니고 도수 살피는 겁니다. 몇도 짜린가 볼라고요. 요즘 술이 도수가 너무 낮아서... 19.5도짜리가 제일 높은 거네.”


 “하하 손님, 16도 짜리도 있심다. 요즘  말임미다.  알콜 도수 낮춰가지고 소주회사들 배 터졌슴미다. 주정 적게 들어가니 원가 절감돼서 돈 벌지, 도수 떨어지니 많이 쳐 먹어서 돈 벌지, 여자들도 인자 부담 없이 마신답디다.” 주인장께서 일장 연설을 하시더군요. 그래서 나도 거들었습니다. “네, 나도 어쩐지 요즘 소주 주량이 많이 늘었다 했더니. 더 싸게 만들어서 더 비싸게 더 많이 판다, 이런 말이로군요. 그러면서 부드러운 술 팔아 국민보건에 앞장선다고 자랑도 하고요. 앉아서 비싼 월급 받고 이런 거만 연구하는 친구들이 있어요.” 그리고 한 발 더 나갔습니다. “요즘 삼성 문제로 시끄러운데요. 바로 이런 게 문제에요. 소비자들, 국민들, 일하는 사람들 등골 빼가지고 이런 잔머리 굴리는 놈들한테 수십억씩 연봉 바치고, 뇌물 바치고 하니 사회가 제대로 될 리가 있습니까?”


 그러자 슈퍼 아저씨,  내 말을 잽싸게 끊더니  침을 튀기기 시작했습니다.  “나도 슈퍼 장사해서 먹고 사는 사람이지만도, 그건 아님미더. 잘 하는 놈은 더 많이 주고 못하는 놈은 굶어 죽어야 됨미더. 그게 경쟁사회고, 그래야 나라가 발전 함미다. 김용철인가 하는 그놈 뭔가 문제가 있는 게 분명해요. 완전 파렴치한 놈 아임미까. 삼성이 우리나라에 얼마나 많은 사람을 먹여 살리고 있으예...... 삼성은 뭔 짓을 해도 용서해줘야 됩미더...... (중략) 삼성에서 이건희 다음이라카는 이학수 실장 있다 아임미까. 요 옆에 밀양 사람 아임미까. 마중 출신 아이요. 그라고 삼성기획실에서 실장 다음 차장이라카는 김인주 사장인가 그사람도 우리 마산(마중, 마고 출신)사람 아임미꺼. 이 사람들 얼마나 대접받는지 암미까. 삼성이 그래서 잘하는 김미다...... (후략)”


 가스렌지에 올려놓은 냄비는 들끓고 있을텐데  우리의 슈퍼엉클 열변이 지칠 줄도 모르시고, 아 열라 불안해지기 시작하네.퍼 아저씨가 숨고르기를 위해 잠시 멈춘 순간, “아저씨, 오늘 말씀 참 잘 들었습니다. 날씨가 엄청 춥네요. 어유 춥다.” 냅다 집으로 뛰어 올라왔습니다.


 맛있게 익은 돼지수육을 왕소금에 찍어 소주를 한 잔 들이키며 드는 생각. “오늘은 작전상 후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