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사이야기

김태호지사 보며 생각나는 "각하, 시원하세요?"

김태호 도지사의 "통합시 이름 좀 지어주세요" 발언 보며 드는
              이승만 자유당 정권의 일화, "각하, 속 시원하시겠습니다."

옛날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이승만이
대통령을 하던 자유당 시절 이야깁니다. 저는 이 자유당 시절을 살아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자유당 정권이 독재정권이며, 말만 자유당이지 실제로 국민들에게 주어진 자유란 무지와 몽매 속에 살아갈 자유만 주어졌던 시대란 것만 알고 있을 뿐입니다.

이승만 대통령취임식, 그러나 아첨꾼과 친일파를 업은 그의 불행의 시작.

자유당 정권이 득세했던 1950년대는 불행한 시대였습니다. 소위 6·25동란으로 불리는 한국전쟁 직후의 남과 북에는 공통적으로 독재정권이 들어설 만한 토양이 제공되었던 터여서 그 불행이 더 컸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북에서는 박헌영이 미제의 간첩으로 몰려 처형당했고, 남에서는 조봉암이 북의 간첩으로 몰려 처형당했습니다.  

이로써 남과 북에는 모두 일인 일당 지배체제가 들어섰습니다. 독재자의 시대가 되면 온갖 유언비어들이 모두들 잠든 시간 은밀하게 세상을 덮는 밤안개처럼 피어오르기 마련입니다. 낮이 되어도 이 밤안개의 추억은 아는 사람들의 입을 통해 전해지며 그 생명을 유지합니다. 그리고 많은 경우 이 유언비어들이 진실을 대리하기도 합니다.  

이승만의 독재를 빗대어 우스갯소리로 만든 일화 중에 하나가 방귀에 관한 이야깁니다. 어느 날, 이승만이 각료들을 이끌고 부산 송도해수욕장에 갔을 때 갑자기 방귀소리가 났습니다. 모두들 어떻게 처신해야 좋을지 몰라 당황해 하고 있을 때 이기붕이 나서서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각하, 시원하시겠습니다." 

이승만 정권은 친일파와 아부꾼들로 넘쳐나던 정권

이후 이기붕은 내무장관을 거쳐 부통령에 올라 권력 2인자로서 일세를 풍미합니다. 그러나 화무십일홍이란 말이 있듯이 그의 권력도 10년을 넘기지 못하고 4·19혁명의 총탄을 맞아 경무대(오늘날 청와대)에서 싸늘한 시신이 되어 트럭에 실려 나오는 불행한 최후를 맞습니다. 한편에선 방귀일화의 주인공이 이기붕이 아니라 이익흥이란 설도 있습니다.


이익흥은 독립운동가들을 가혹하게 탄압하던 친일경찰로 이승만 정권하에서 고급 경찰간부로 활동하다 대한민국 13대 내무부장관을 역임한 인물입니다. 또 신성모는 공식석상에서도 큰 절을 올리며 말끝마다 눈물을 흘려 '낙루장관'이라 불렸으며, 최인규는 이승만의 말이 떨어질 때마다 '지당하십니다'를 연발해 '지당장관'이라 불렸다고 합니다.  

어쨌든 이런 이야기들은 이승만이 얼마나 아첨꾼이나 친일파들을 등용해 일인 독재체제를 유지했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그런데 1950년대가 아닌 2010년 벽두에 이런 전설 같은 이야기가 다시 들려옵니다. 그것도 제가 살고 있는 경상남도 도지사의 입에서 말입니다. 세월은 변해도 아부의 전통은 전혀 변하지 않았나 봅니다.  

1월 12일, 이명박 대통령이 경기지사를 제외한 광역시도지사를 모두 모아놓고 청와대에서 점심을 대접했다고 합니다. 아마도 세종시 문제로 어수선한 정국을 수습하고 지역 단체장들을 다독이기 위한 자리였을 것입니다. 이 자리에서 김태호 경남지사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마창진 통합시 이름을 왜 이명박에게 지어달라고 하는 것일까?

"마창진 통합이 지역민의 기대와 협력 속에 잘 추진되고 있습니다. …… 새 이름이 걱정인데, 세종시가 있으니까  이순신시로 하는 게 어떤가 하는 생각도 있습니다. 대통령님께서 좋은 이름을 작명해 주십시오." (김태호 경남도지사의 이 발언은 
'경남민언련 블로그' '통합시 차라리 거북선시로 하자'에서 인용한 것입니다.)

"속 시원하시겠습니다" 미디어다음 모 블로그 이미지에서 인용

각하라는 경칭만 안 들어갔을 뿐이지 아부에 있어서는 방귀 일화보다 훨씬 수준이 높다고 생각되지 않으십니까? 네? 세상도 변했고, 국민소득이나 국가위상 등 모든 것이 자유당 시절보다 훨씬 발전했으므로 아부의 방법도 발전하는 게 당연하다고요? 네, 맞습니다. 그렇지만, 그렇지만, 이건 아니지 않습니까?

방귀 뀐 놈에게 "각하, 속 시원하시겠습니다" 하고 아부 떠는 것 같은 행동도 문제지만, 그보다도 현직 도지사가 지방자치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발언을 하는 것이 더 문제입니다. 혹자는 대통령에게 통합시의 이름 하나 지어달라고 한 것을 가지고 무에 그렇게 비약을 하느냐고 하실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게 그렇게 간단한 문제일까요?

마산, 창원, 진해 시민들은 봉이 아닙니다. 어쨌든, "이명박 대통령님, 참 시원하시겠습니다. 아부 많이 받으니 행복하십니까? 그러나 그거 너무 좋아하다 크게 다치는 수가 있습니다. 위에 분처럼 말입니다. 이것도 다 걱정돼서 아부 차원에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흐흐~" 
                                                                                                                           블로그  구독+은 yogi Q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