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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이야기

경남도민일보 '약한자의 힘', 어디로 갔을까?

경남도민일보 메인에서 사라진 '약한자의 힘'

경민도민일보는 도민주주신문이다. 나도 경남도민일보를 창간할 때 주주로서 일조했다. 또 내 주변에 많은 지인들도 십시일반 하는 마음으로 돈을 냈다. 그렇게 만들어진 신문이 경남도민일보다. 그래서 그런지 경남도민일보는 다른 신문과는 달리 특별한 애정이 가는 게 사실이다. 그리고 경남도민일보는 그런 많은 사람들의 기대에 충분히 부응했다. 

경남도민일보의 사시는 '약한자의 힘'이다. 경남도민일보의 태생 자체가 약한 자들의 여망을 모아 이루어진 것이므로 당연한 또는 매우 지당한 사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사시는 늘 신문의 맨 위 경남도민일보란 제호 왼쪽에 위치했었다. 아침 일찍 신문을 받아들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게 바로 '약한자의 힘' '경남도민일보'였다. 

인터넷신문 idomin.com에는 아직 약한자의 힘이 남아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약한자의 힘'이 안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러려니 했지만 계속 보이지 않으니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여기저기 찾아보았지만, 아무 곳에서도 눈에 뜨이지 않았다. 어디로 간 것일까? 그래서 아는 기자에게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자기도 언제부터인가 보이지 않았는데 잘 모르겠다고 했다. 

이게 무슨 일이람? '약한자의 힘'이란 사시를 버리기로 한 것일까? 아니,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소속 기자가 모를 리가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단순히 편집 정책의 일환으로 메인에서 '약한자의 힘'이 보이지 않도록 한 것일까? '약한자의 힘'이 여전히 사시이고 약한 자의 신문이 맞지만, 나름대로 강한 자를 위한 배려도 하겠다는 뜻일까? 

마침 오늘 신문에 보니 나의 이런저런 생각들을 뒷바침할 만한 기사가 하나 실렸다. 의령군이 올해를 '호암 생가 방문의 해'로 선포했다는 기사였다. 호암이란 삼성그룹의 창업주 이병철의 아호다. 기사를 유심히 읽어본 나는 매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건 마치 과거에 김일성을 찬양하거나 전두환을 칭송하는 기사들과 거의 틀리지 않았다.  

기사의 마지막 부분만 인용해보겠다. "호암 이병철 선생은 1910년 2월 12일 의령에서 출생해 1987년 11월 19일 타계했으며 일생 사업보국과 인재 제일, 합리 추구로 요약되는 경영철학으로 삼성을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이병철을 선생이란다. 이병철 전 삼성 회장이라고 하면 모르겠지만 선생이라니. 

오늘자 경남도민일보 2면에 실린 이병철 기념사업 관련 기사. 그런데 '사업보국'이란 무슨 뜻일까?


의령군의 이병철 기념사업을 기사화하는 것을 나무라는 것이 아니다. 충분히 기사로 쓸 만한 소재다. 그리고 써야 한다. 그러나 '약한자의 힘'을 사시로 하는 경남도민일보가 이렇게 찬양조로 쓸 필요까지 있었을까? 담담하게 사실관계만 알렸어도 충분한 역할을 다 한 것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선생은 아무에게나 붙이는 게 아니다. 백범 김구 선생이나 김대중 전 대통령 정도라면 모를까. 만약 전두환이 죽고 난 후에 전두환 선생이라고 부른다면 얼마나 어울리지 않겠는가. 의령군이 설령 그렇게 불렀다 하더라도 기자가 그걸 그대로 받아 옮길 필요도 없는 것이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이 기사의 논조는 그대로 기자의 몫이었다.

최근 일각에서 경남도민일보가 그동안 많은 역할을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약한 자에 대한 배려가 많이 줄었다는 비판이 있다. 특히 지역 노동현안에 대한 기획기사는 거의 보지 못했다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진보신당이 대림자동차 정리해고에 반대해 천막농성을 한 지가 두 달이 되었건만 이에 대한 기사도 제대로 본 적이 없다. 

물론, 하나의 언론이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경남도민일보가 처한 경영상의 어려움도 이해한다. S&T의 자본이 많이 유입되었다는 사실도 들은 바가 있다. 처음 출발했던 때와는 환경도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그러나 그럴 수록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려는 노력이 절실한 것이 아닐까. 

메인에서 '약한자의 힘'이 사라진 데 대한 우려가 단순한 기우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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