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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1.03 역전의 여왕, 한상무는 노처녀 히스테리? by 파비 정부권 (3)
사실 요즘 같은 세상에 노처녀 히스테리, 이런 말 하면 실례인 줄은 압니다. 제 주변에도 아직 노처녀인 채로 아름답게 살아가는 사람이 꽤나 있기 때문입니다. 이건 여담입니다만, 뿐 아니라 노총각인 채로 별로 행복하지 않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꽤 됩니다.

그러니까 제가 아는 바로는 노처녀는 대체로 자발적 미혼 혹은 비혼이고, 노총각은 그 반대인 경우가 대부분이죠. 아무튼 이 정도만 언급하면 노처녀란 존재가 대단히 능력 있고 진취적인 커리어우먼의 대명사가 되었다는 점을 이해하시게 될 겁니다.

노총각을 바라보는 시선과 노처녀를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는 바로 이겁니다. 능력. 그렇습니다. 한송이 상무는 그 능력 있고 진취적인 커리어우면의 대표적 표상입니다. 그런 한송이 상무에겐 일종의 신념 같은 것이 있습니다. 제 보기엔 결벽증 같아 보입니다만, 그녀에겐 하나의 신조겠죠.
 

▲ 한송이 상무


"커리어우먼이 되려면 하나는 포기해야 돼"

"아무리 뛰어난 여성이라도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순 없다."  

이 말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가. 단순명료합니다. 커리어우먼으로 능력을 인정 받으며 출세의 길을 걷든지, 아니면 좋은 남편 만나 알콩달콩 인생의 행복을 느끼며 가정을 지키는 아줌마로 살든지,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죠. 그 둘을 다 가질 수는 없다는 겁니다.

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요즘 그런 여성들 우리 주변에서도 심심찮게 만날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대수로운 일도 아닙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겁니다. 한송이 상무의 그 신조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람이 있다는 겁니다. 누구냐. 바로 봉준수의 아내 황태희죠.

황태희. 그녀가 누굽니까. 한송이 상무의 직계 라인이며 가장 총애하는 후계자였습니다. 한 상무는 말했습니다. "황팀장. 나는 자기를 나처럼 만들어줄 거야." 황태희는 한송이처럼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한 상무 라인을 탄 덕에 불과 서른셋의 나이에 뷰티사업본부의 노른자위 기획개발실 팀장이 됐습니다.

이제 곧 임원이 될 날도 머지않았습니다. 한 상무가 황태희를 내심 찍어 키운 것은 단지 황태희가 자신의 뒤를 이어 영원한 노처녀로서 커리어우먼으로 살 것이라고 기대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황태희는 누구도 갖지 못한 출중한 기획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니 한송이에게 황태희는 최고의 후계감이었던 거죠.

그런 황태희가 배신을 했습니다. 자기를 버리고(?) 남자를 만나 결혼을 했습니다. 다른 건 다 참아도 이건 참을 수 없는 일입니다. 한 상무는 황태희에게 능멸 당했다고 생각합니다. 황태희가 자기를 짓밟은 겁니다. 왜 그런 생각을 했을까요? 황태희가 무슨 배신을 했다는 것일까요?

▲ 황태희를 괴롭히는 한송이 상무


한상무의 길을 포기하고 결혼을 한 황태희는 배신자?

이미 다 아시는 대로 황태희가 노처녀 되기를 포기하고 결혼을 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황태희는 자기가 신조로 떠받들고 있는 '두 마리 토끼 사냥 불가론'에 딴지를 걸었습니다. 황태희는 남자와 알콩달콩 살면서 커리어우먼이 되겠다는 가당찮은 욕심까지 부리고 있는 것입니다.

한송이의 신념에 찬 눈빛으로 살피건대, 이것은 배신을 넘어 한 상무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간주하는 듯이 보입니다. 용서할 수 없습니다.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황태희는 자신의 방에 있던 짐들이 전부 오픈 사무실로 치워져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팀장에서 밀려나 과장으로 좌천된 겁니다.

결국 황태희는 쫓겨났습니다. 제 발로 나가고야 말았지만 그게 그겁니다. 황태희 정도의 실력이면 다른 경쟁사에 가서도 얼마든지 중책을 맡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마저도 한 상무의 계략으로 좌절되고 5년 동안 전업주부로 살게 됩니다. 그러다 이제 남편마저 회사에서 쫓겨났습니다. 

커리어우먼은 고사하고 가족들의 포도청을 걱정해야 하는 아줌마 황태희. 그러나 아줌마는 강합니다. 먹고 살기 위해 체면 따위는 우주로 날려보낸 지 오랩니다. 과감하게 퀸즈그룹의 블라인드 공모(비밀 공모)에 응모합니다. 이 채용 아이디어를 낸 것은 한송이 상무.

팀장 시절의 커리어우먼 황태희

다섯 명의 합격자 중 최고 점수를 받았다는 아이디명 블랙로즈의 기획안을 살펴보던 한 상무는 직감적으로 황태희를 떠올립니다. 그리곤 황태희의 후임으로 팀장에 발탁한 백여진을 불러 지시합니다. "빨리 가서 임원들에게 배포된 이 기획안 회수해서 페기처분해."

한송이 상무는 노처녀 히스테리?

아, 그걸 보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더군요. '와, 저 여자 뭐 저래, 어떻게 저렇게 잔인할 수 있지? 뭐야, 이거 노처녀 히스테리야 뭐야. 황태희가 뭘 어쨌다고. 벌써 회사에서 자른 지도 5년이 넘었고, 그 동안 번번히 다른 회사 이력서 넣은 거 물 먹였으면 된 거 아냐?"

그렇네요. 이건 히스테리가 아니고선 도저히 설명이 안 되는 시츄에이션입니다. 아니, 한 마리 토끼만 잡아야 된다는 게 자기 신조라면, 자기만 열심히 한 마리 토끼 뒤를 쫓으면 될 일 아닌가요? 왜 남까지 자기가 쫓아가는 토끼를 쫓으라고 강요하느냔 말이지요.

그리고 또, 분명 한송이는 '결단코 가정의 행복과 직장에서의 성공, 두 가지를 다 갖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신조로 삼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황태희가 제 아무리 뛰어난 자질을 가졌더라도 그녀의 신념에 비추어보면 가정을 가지고서 커리어우먼으로 성공하기란 불가능한 일 아니겠습니까?

기껏해야 계약직으로 이리저리 휘둘리다가 어느 날 잘리고야 마는 불우한 신세가 될 게 뻔하지요. 그런데 무엇이 두려운 것입니까? 혹시 자기 신념에 대해 불신이라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니면 황태희의 존재가 자기 신조를 깰 것이 두려워 그런 것일까요?

▲황태희와 한송이. 이들이 화해할 유일한 카드는?


그런 게 아니라면 이유는 단 한 가지뿐입니다. 노처녀 히스테리. 맞습니다. 노처녀 히스테리가 분명합니다. 아무튼, 한 상무가 히스테리가 있건 없건 황태희와 대결구도를 만들어 드라마에 재미를 주고 있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아무래도 상대도 없이 황태희 혼자서 재미를 만들 순 없는 일이니까요.

두 사람이 화해할 유일한 카드는? 한상무에게 소개팅을

빨갛고 두껍게 칠한 방금 쥐 잡아 먹은 듯한 한송이 상무의 두툼한 입술(일부러 그렇게 만들었겠죠)을 보노라면 정말이지 웃음이 절로 나옵니다. 마치 황태희를 못 잡아먹어 안달이 난 입술입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한 상무의 히스테리가 좀 가엾게도 생각됩니다.

어디 좋은 남자 하나 소개시켜주면 어떨까 싶은데, 감독님이나 작가님 생각은 어떠실지…. 제가 볼 때 황태희와 한송이, 두 사람을 화해시킬 유일한 방법은 그것뿐입니다. 그러지 않으면 둘 중 하나는 죽어야 되는 게 운명이죠. 죽는다는 게 진짜 죽으라는 의미는 아닌 거, 아시죠?
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