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를 품은 달'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2.03.16 해품달의 배신, 반전없는 싱거운 결말 by 파비 정부권 (8)
  2. 2012.02.24 해품달, 연우를 죽인 진짜 살인주술 제물은 누구? by 파비 정부권 (3)

해품달이 끝났다. 마지막 2회를 남겨두고 MBC노조의 파업여파로 결방되는 바람에 시청자들의 애를 태웠던 해품달, 그러나 결말은 엉성했다. 아니 이건 배신이었다. 애타게 마지막 반전을 기다리던 시청자들을 향한 반역이었다.

우리는 무엇을 기다렸던가. 원작소설과는 다른 무언가 색다른 반전을 기다린 것이 아니었던가. 그러나 해품달의 마지막 결말에는 그 어떤 반전도 없었다. 한창 일을 벌이다가 갑자기 급한 약속이라도 생긴 듯 주섬주섬 짐을 챙겨들고 떠나는 모습, 그것뿐이었다.

원작에서처럼 대비도 죽고 윤대형도 죽고 중전도 죽고 설이도 죽고 도무녀 장씨도 죽고, 또 누가 죽더라? 아무튼 죽을 사람은 다 죽는다. 운검은 죽지 않았다. 원작에서는 그가 죽는지 사는지 모르겠지만 죽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죽고 사는 건 스토리상 별 얘깃거리도 안 된다.

민화공주는 아이를 낳은 후에 관비가 됐다. 이것 역시 원작과 똑같다. 허염은 왕명에 의해 공주와 강제이혼하고 의빈직도 내놓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왕이 공주를 사면해 면천하고 다시 허염 부자와 해후해 행복한 여생을 보낸다는 결말이다.

나는 이 드라마가 원작을 넘어 만들어낼 반전 중에 세자빈 허연우를 죽이는 흑주술에 사용된 제물이 사실은 공주가 아니라 윤대형의 딸(중전)이길 바랬다. 그리하여 공주는 세자빈을 죽이는 일에 실질적으로는 가담하지 않은 것이 되어 자연스럽게 용서받을 수 있기를 바랬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 그러고 보니 윤대형의 딸도 원작과 마찬가지로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렇듯 해품달의 마지막 결말은 원작이 만들어놓은 결말들을 매우 바쁘다는 투로 부랴부랴 마무리하는 이벤트 회사의 뒷정리처럼 되고 말았다. 

일당들과 함께 역모를 꾸미는 영상 윤대형이 느닷없이 허염에게 화살에 서찰을 달아 날린다. 실로 느닷없다는 말밖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는 어이없는 행동이다. 허염에게 사건의 진상을 폭로한다는 것이 대체 어떤 의미가 있는가.

물론 원작 그대로의 내용일지는 모르겠으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충분한 설명이 없는 이런 원작 따라 하기는 그저 황당하고 무계할 뿐이다. 그래서, 그리하여 자존감이 강한 의빈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를 바랬다니. 그리고 죽지 않자 자객을 보낸다는 더 어처구니없는 설정.

뭐 그렇게 해서 원작에서처럼 설을 죽이고 싶었던가보다. “불꽃을 품고 떠나니 행복하더냐?” 따위의 대사가 원작에서는 어떤 감동을 불러일으켰는지는 모르겠으나 해품달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아무런 느낌도 주지 못했다. 그저 멍한 표정으로 ‘설이 죽었구나!’ 했을 뿐.

이렇게 해품달은 대비도 부랴부랴 밀린 빨래하듯이 죽이는데—나는 대비역의 김영애가 너무 불쌍했다. 온양행궁에 쫓겨 내려갔던 대비가 갑자기 목을 부여잡고 피를 토하며 죽는 장면이라니. 그것도 윤대형에 의해—오랜 세월 쌓아두었을 그녀의 명성이 아까웠다.

양명군의 죽음이 그래도 좀 감동적이지 않았냐고? 반란군들과 합세해 왕이 되겠다고 나선 양명군이 실은 왕 이훤과 짜고 역모에 가담한 자들의 명부를 확보하기 위한 계략이었다는 것이 극적이라면 극적일 수 있겠고 반전이라면 반전일 수 있겠다.

하지만 양명의 죽음 역시 나에겐 그 어떤 감동도 만들어주지 못했다. 이미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기도 했지만 윤대형 같은 대단한 인물의 반란치고는 너무나 엉성한 반란이었던 데다가 마지막 양명이 죽는 장면은 공감하기엔 지나치게 역부족이었다.

이미 반란군의 수뇌부가 다 죽은 마당에 마지막 유일한 생존자인 걸로 보이는 일개 병졸이 쓰러졌다가 일어나며 창을 들어 양명군을 향해 던진다? 그리고 양명은 기다렸다는 듯이 칼을 내려놓고 가슴으로 그 창을 받는다? 이 장면에서 나는 너무 황당해서 웃을 수도 없었다.

왕 이훤과 허연우의 행복을 빌어주며 마지막 가쁜 숨을 몰아쉬는 양명의 거룩한 죽음 앞에 눈물이라도 보여야 했건만 그저 어이가 없어 웃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니. 양명의 입가에 묻은 붉은 피마저도 이훤이 흘리는 서러운 눈물마저도 그저 우스울 뿐이었다.

왜 이렇게 됐을까? MBC 파업에 정신이 빼앗긴 피디의 무성의함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MBC노조에 맞서 자리 버티기를 하고 있는 김재철 사장을 탓해야 할까? 최고시청률 40%를 넘기며 국민드라마로 칭송받던 해품달의 마지막 결말이 이렇듯 밀린 빨랫감이 되고 말다니.

무성의한 피디 탓이든 막가파식으로 MBC노조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이명박의 낙하산 김재철 사장 탓이든 내 결론은 이렇다. 이럴 거면 차라리 마지막 2회는 방영하지 않는 편이 나았을 듯싶다. 차라리 그랬다면 신비감이라도 남았을 것이다. 물론 결코 그럴 수 없다는 것은 알지만.

하여튼 모든 결말은 싱겁고 아쉬운 법인데 그러지 않을 것 같은 해품달도 결국 배신을 때리고 말았다. 예상치 못한 반전으로 결말을 장식해주길 바랬지만 그런 우리의 바램을 여지없이 무너뜨린 해품달의 배신이 반전이라면 반전이랄까.  

Posted by 파비 정부권

일단 세자빈 허연우를 살해하기 위해 쓰인 주술의 제물은 안타깝게도 공주라고 밝혀졌습니다. 이는 뭐 처음부터 예상됐던 바이기도 합니다. 첫 회에서부터 철딱서니 없는 민화공주가 허염을 갖기 위해 부린 온갖 어리광을 우리는 실컷 보았던 터입니다.

그런 공주의 모습이 대비 윤씨의 눈에 번쩍 띄었습니다. 오호라, 이거 완전 끝내주는 제물인 걸? 철딱서니 없는 공주가 나를 위해 해줄 일이 있어. 뭐냐구? 바로 네 오라비 세자의 빈을 죽이는 데 쓰일 제물로 네가 선택된 거야. 바로 지금 이 순간 말이지.

현대과학시대에 살고 있는 저로서는 해품달의 무녀놀이가 도무지 믿을 수 없지만, 이 드라마가 보여주는 줄거리의 밑바탕에는 신기 들린 사람들이 펼치는 주술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주술을 관장하는 궁중 부서가 성수청이란 곳입니다.

▲ 살인주술의 제물로 허연우를 죽이는데 가담한 진짜는 둘 중 누구일까?

성수청의 최고 자리는 바로 국무라 칭합니다. 설마 국무총리? 흐흐, 그건 아닐 테고 나라의 최고 무녀 혹은 왕실무녀의 최고 우두머리를 일러 국무라 하는 것 같습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소설적 설정일 뿐이고 유교의 나라 조선에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아무튼, 국무 도무녀 장씨는 대비의 공갈 섞인 설득에 못 이겨 세자빈을 죽이는 주술을 펼치게 됩니다. 죽음의 흑주술. 검은 악령의 그림자가 연기처럼 세자빈의 몸을 휘감자 마침내 연우는 알 수 없는 병에 걸려 시름시름 앓게 됩니다. 오, 무서버라.

그런데 이 살인주술을 시전하기 위해선 절대적으로 필요한 무엇이 있습니다. 바로 제물. 악령에게 바쳐질 제물은 그러나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그런 것은 아닙니다. 자신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 상대의 죽음을 간절하게 바라는 사람이 함께 이 주술에 참여하는 것, 그게 제물입니다.

바로 이 제물로 공주가 선택된 겁니다. 그리고 흑주술이 펼쳐졌으며 세자빈은 시름시름 앓다가 죽음을 맞았습니다(물론 연우의 죽음은 위장된 것이었으며 도무녀 장씨가 무덤을 파내고 관속에서 그녀를 다시 꺼내 살렸다는 것은 우리 모두 주지하는 밥니다).

보셨듯이 땅속에 묻힌 관속에서 죽음의 문턱을 넘나든 연우는 8년 동안 전생의 기억을 잃었지만 다시 과거의 기억을 되찾고야 맙니다. 그리고 모든 내막을 알게 됩니다. 대비의 사주를 받은 도무녀 장씨가 자신을 죽이기 위해 흑주술을 펼친 일과 다시 살린 일 그리고 공주의 가담사실까지.

▲ 세자빈이었던 허연우와 허연우의 죽음을 간절히 바랬을 현재의 중전 윤보경

연우는 지금이라도 당장 주상에게 찾아가 사건의 진실을 알리고 내가 바로 당신의 하나뿐인 비 연우라고 밝히면 그뿐입니다. 그럼 모든 것이 끝납니다. 지금의 중전은 쫓겨날 것이고 그 자리는 원래대로 자신의 것이 됩니다.

하지만 공주는? 사랑하는 오라비 허염의 아내이며 자신의 올케 공주의 운명은? 원작대로라면 폐서인이 돼 갖은 고초를 겪게 될 것입니다. 왕친이니 죽지는 않겠지만 죽음보다 더한 고통 속에 떨어질 게 틀림없습니다. 그녀의 남편 부마도위 허염의 운명도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니 착하디착한 연우에겐 괴로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바로 이것입니다. 대비 윤씨(이젠 선왕이 죽었으니 대왕대비라 해야겠군요)와 영상 윤대형이 짜낸 절묘한 그물. 한번 걸리면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는 빈틈없는 그물, 바로 혈육의 정이란 그물입니다.

설령 왕 이훤이 사실을 알았다고 하더라도, 죽은 세자빈 허연우가 다시 살아와 모든 사실을 알았다고 하더라도 결국은 비밀을 덮지 않고서는 배길 수 없는 이 기막힌 계책이 바로 공주를 제물로 바치는 것이었습니다. 대왕대비 윤씨의 눈에 비친 공주의 욕망이란 제물.

자, 이렇게 되면 안타깝게도 제가 바라는(그리고 모두들 바라마지않는) 해피엔딩은 기대할 수 없게 됐습니다. 이렇게 끝나고 마는 것일까요? 연우가 중전의 자리를 되찾거나 아니면 중전자리를 포기하고 조용히 사라지거나 모두 불행한 결말입니다. 오, 통제라!

그러나 여러분. 희망을 잃지 마십시오. 이건 드라맙니다. 얼마든지 원작을 개작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고 합니다. 연우의 연적이며 현재의 중전 윤보경이 바로 그 존재입니다. 윤보경은 왜 그렇게 두려움에 벌벌 떠는 것일까요?

그녀는 그저 대왕대비 윤씨와 아버지가 꾸민 음모에 죽은 연우가 진짜로 죽었건 살아있건 상관없습니다. 좀 슬픈 일이긴 하지만 자기는 모른 척 하면 그뿐인 일입니다. 그런데 8년 만에 21살이 되어 돌아온 연우를 빼닮은 연우를 보고선 두려움에 벌벌 떱니다.

왜, 무엇 때문에? 저는 그 순간, 퍼뜩하고 이 드라마가 개작한 부분이 바로 제물을 바꿔치기하는 것이었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착한 공주는 허염을 차지하고픈 욕심은 굴뚝같지만 진심으로 허염의 여동생 허연우가 죽기를 바랄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살인주술이 성공하기 위해선 제물로 바쳐진 사람의 간절한 욕망, 흑주술의 대상을 죽이고 자기 욕망을 이루고야 말겠다는 인간의 이성을 상실한 욕망이 있어야 가능한 것인데 공주에겐 그것이 부족합니다(세자빈이 죽어야 자기가 허염과 결혼할 수 있다는 욕망이 있을 수 있기는 합니다만). 최소한 제가 보기엔.

그것을 대왕대비는 보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간교하고 영악한 윤보경의 아버지 윤대형은 보았을 것입니다. 그는 대비 윤씨의 계략을 듣고는 이렇게 수정했을 것입니다. 마마, 도무녀 장씨가 눈치 채지 못하도록 제물을 바꿔치기 하시옵소서.

바꿔치기한 제물은? 당근 바로 영상 윤대형의 딸 윤보경입니다. 그녀는 세자빈 허연우를 죽이고서라도 그 자리를 빼앗고픈 욕망이 있습니다. 공주는 상상할 수도 없는 사악한 피가 그녀의 몸속에서 용트림치고 있습니다. 그래, 나는 세자빈을 죽일 수 있어, 죽이고 말 테야.

이 수정계책은 두 가지 이점이 있었을 것입니다. 하나는 공주의 나약한 마음으로 인해 주술이 실패할 가능성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왜? 윤보경의 욕망은 자기를 닮아 하늘에 닿아있을 테니까요. 다른 하나는?

사실은 이게 더 중요한데요, 자기 딸을 중전 자리에 앉힐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당근 자신은 국구가 되는 것이고요. 반드시 이루고 싶은 자신의 욕망을 빌며 상대를 죽이는 주술에 가담하면 소원이 반드시 이루어진다지요? 참 희한하고 신묘한 주술입니다.

하하, 제 상상력의 날개가 너무 높이 날았다고요? 과연 그럴까요? 그러나 여러분.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그래서 허연우를 죽인 흑주술의 살인제물이 민화공주가 아니라 지금의 중전, 바로 윤보경이었다면? 그럼 해피엔딩의 가능성이 열리게 되는 것 아닐까요?

물론 그렇더라도 공주는 양심의 가책을 받아야만 할 것이며 대왕대비 윤씨와 윤대형, 윤보경 부녀의 음모에 놀아난 잘못은 비난받아 마땅할 것입니다. 그러나 어느 정도의 양심의 가책과 비난 이후에 그녀는 해방될 수 있을 것입니다.

공주 역시 음모의 희생자였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상기하면서 용서해주겠지요. 그리고 왕 이훤과 중전 자리를 되찾은 허연우의 행복과 더불어 공주와 의빈(부마) 허염 부부의 행복도 빌어줄 테지요. 그럼 얼마나 좋겠습니까?

꼭 그렇게 될 것으로 믿습니다, 아멘……. 흐흐흐흐~

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