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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5.08 사람과 개의 공통점과 차이 by 파비 정부권 (2)

오늘 갑자기 장 그르니에가 읽고 싶어졌다. 엊그제 어떤 책(알라딘-티스토리 서평단이 제공한 마음이 머무는 도시 그 매혹의 이야기)의 서평을 쓰다가 장 그르니에가 생각났었다. 정확하게는 그가 했던 사막에서 혼자 사는 것이 사람들 속에서 혼자 사는 것보다 덜 힘들다는 말이 생각났었다. 그는 알제대학의 교수였으며 알베르 까뮈의 스승이었다.

까뮈는 장 그르니에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까뮈가 젊은 나이에 죽고 난 후에 그르니에는
알베르 까뮈를 추억하며란 책을 쓰기도 했다. 이외에도 그르니에는 일상적인 삶, , 모래톱, 지중해의 영감, 어느 개의 죽음 등의 작품을 남겼다. 오늘 읽은 책은 어느 개의 죽음이다. 삶과 죽음, 존재에 관한 프랑스인 특유의 사유는 이 책에서도 유감없이 드러난다. 장 그르니에의 서정적인 심경을 통해서 우리는 그런 것들을 보다 편리하게, 부드럽게 만날 수 있다.

어느 개의 죽음 - 10점
장 그르니에 지음, 지현 옮김/민음사


장 그르니에는 자기가 키우던 개가 죽고 난 후에 그 개를 위해, 그 개를 추억하며 이 책을 썼다. 그는 그가 사랑하던 타이오를 통해 평등, 자유, 구원, 죽음, 사랑 등의 문제들에 대해 간결하면서도 심오한 문체로 그러면서도 서정적인 아름다움으로 사색의 미로를 밝혀준다. 그러나 오늘 나는 그런 그르니에의 문제제기들보다는 다른 것에 대해 관심을 가져보려 한다.

다름아닌 개와 인간의 공통점과 차이에 대해서다. 그르니에는 사람에게
인권이 있다면 개에게는 견권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인간과 개가 다름없이 같은 존재라는 인식을 내놓았다. 그에 의하면 개와 인간의 공통점은 다음과 같다.
 

거두어들일 수 있는 만큼만 씨를 뿌리기를! 하피즈의 말이다. 하지만 나의 욕망은 나의 필요와 능력을 초월하는 것이다. 이 점에서 나는 다른 모든 생물과 다를 바가 없다고 여긴다. 나는 개들 중에서 귀감을 찾으려 했지만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개들은 먹을 기회가 생기면 배가 터질 때까지 먹어댄다. 개들은 자기들이 토해놓은 것조차 꺼리지 않는다는 사실은 꼭 성경을 읽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그렇다. 개들은 우리보다 나은 존재가 아니며 우리에게 삶의 교훈을 전해주지도 않는다. 좀더 낮추어 말하면, 개들은 우리와 똑같다

나는 그르니에의 이 관점이 고금을 통틀어 모든 인간에게 통용되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러나 역시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 오늘날 우리들에겐 아주 적당한 비유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사회가 만들어내는 온갖 오물덩어리들을 개처럼 핥아대는 인간에 대한 비유는 그 비유의 흉측함에도 불구하고 그리 틀린 것도 아니라는 것이 슬픈 현실이다.  

그렇다. 개들은 우리보다 나은 존재가 아니며 우리에게 삶의 교훈을 전해주지도 않는다. 좀더 낮추어 말하면, 개들은 우리와 똑같다.
그러나 다음 대목을 읽어본다면 우리는 결코 개와 똑같지는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아침이 되면 동물들은 당신을 찾아와서 애정을 표시한다. 동물들의 하루 일과는 이러한 사랑과 신뢰의 실천으로 시작된다. 적어도 넘쳐나는 애정을 표현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공통점을 공유하고 있는 개와 인간의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나는 것이다. 인간은 개가 가진 사랑과 신뢰를 갖지 못했다. 설령 그런 사랑과 신뢰를 갖고 있는 인간이 있다고 하더라도 개처럼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실천으로 삼는 경우는 아마 표본을 찾기가 어려울 것이다. , 여기서 이런 결론이 나온다. 인간은 개보다 못하다.

 

장 그리니에의 말을 좀더 들어보자.

인간은 정말이지 위선으로 가득하다. 가엾게 여긴다고 공공연히 말하는 동물들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그 동물들로 배를 채우는 것이다. 이런 식의 가증스런 희극들이 도처에 가득하다. 강자는 약자의 껍질로 몸을 치장하지만 약자를 사랑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강자는 약자의 껍질로 치장하지만 약자를 사랑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이보다 더 명철한 인간에 대한 분석이 어디 있을까? 장 그르니에는 이미 오래 전에 다른 세상으로 갔지만, 그의 이야기를 인간과 개가 아닌 인간과 인간의 관계에 비추어보면 이렇게 고쳐 말할 수도 있겠다.  

 

자본가들은 (비정규직)노동자들의 껍질로 치장하고 배를 채우지만 그들에게 일자리를 나누어주고 보살펴주는 것으로 간주된다.

 

, 여기서 슬프지만 다음과 같은 하나의 결론이 더 나온다. 인간은 개보다 못할 뿐만 아니라 매우 흉악하고 위험하기까지 한 동물이다!” 막상 써놓고 보니 너무 거친 표현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그럴 듯한 것 같기도 하여 매우 씁쓸하다. 그러나 그르니에는 현실의 인간의 모습을 비판적으로 갈파한 것일 뿐 인간 본성의 문제를 제기한 것은 아니리라. 그래서 다시 루소의 이 말이 희망이다. 

“자연으로 돌아가라!”        파비

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