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들은 의사가 되는 게 꿈입니다. 왜 의사가 되는 꿈을 가졌는가? 답은 간단했습니다. 군대 가기 싫어섭니다. 이거 참 이런 이야기를 블로그에 공개한다는 게 좀 거시기 하긴 합니다만, 사실이니 어찌할 도리가 없군요. 애국주의적 관점에서 탓하더라도 할 수 없습니다. 무슨 당 대표도 아니라 안 보낼 재간이 없어 그렇지 실은 저도 아들 군대 가는 걸 별로 달갑지 않게 생각합니다. .  


군대, 그거 골병드는 곳이거든요. 추억도 많지만, 추억 이면에 잊고 싶은 좋지 않은 기억이 더 많은 곳이 사실 군대란 곳입니다. 그리고 별로 안 좋은 것도 많이 배워서 나오죠. 제가 오래 전에 포스팅한 기억이 있는데요. 제가 있던 부대에서 중대장 자전거를 만들어주기 위해 부대원들이 하룻밤에 다른 부대를 돌며 자전거 8대를 훔쳐왔던 일도 있었답니다.
☞나는 왜 군대에서 도둑놈이 돼야 했는가
☞군대에서 개맞듯이 맞은 이야기
☞군대에서 참호파기? 그거 일도 아니에요

아무튼 본론으로 돌아가서, 왜 군대 가기 싫은데 의사가 되려고 하는가? 어느 날 아들 녀석에게 책을 하나 선물했는데 그 책의 저자가 의사후보생이었습니다. 의대 졸업반 학생이었던 거죠. 제목이 <달리는 거야 로시난테>였습니다. 책의 말미에 자기 신분을 밝히고 책이 출간되었을 때는 의대를 졸업하고 보건소장으로 대체 군복무 중이라고 써놓았는데, 이걸 보고 눈이 번쩍 뜨인 겁니다.
   
달리는거야 로시난테 - 10점
양성관 글.사진/즐거운상상

이 책은 재미도 있다. 글도 매우 수려하고 내용도 훌륭하다.
아름다운 여행 이야기만 있는 게 아니라 역사의식도 있는 책이다.
아들녀석도 이 책이 좋았던지 아니면
이 책의 저자가 의사라서 좋았던지
아무튼 열 번도 넘게 읽었다고 한다.
틈만 나면 이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거의 외우지 않았나 싶을 정도다.


군대 안 가는 방법을 찾은 거죠. 언젠가 녀석에게 왜 그토록 군대가 가기 싫은지 물어본 적이 있는데, 그 답도 매우 간단했습니다. 무섭다는 거였습니다. 기합도 받아야 하고 고된 훈련도 해야 되는데다가 많이 맞는다는 것입니다. 옛날과 달리 구타는 없어졌다고 말해줘도 별로 안 믿는 눈치였습니다. 게다가 결정적인 것은 전쟁영화에서 사람 죽이는 걸 많이 보았던 것이었습니다. 

다음 주면 중학생이 되는 아들놈이 그렇게 공부를 못하는 것도 아닌데다 손재주도 무척 좋은 편이라 의사가 되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손재주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이 녀석은 아주 어릴 때부터 무얼 뜯고 다시 붙이고 하는 걸 무척 좋아했습니다. 장난감 사주면 바로 하는 일이 장난감을 뜯는 일이었지요.

요리하는 것도 무척 즐기는데 볶음밥이나 오므라이스를 잘 만듭니다. 물론 라면도 잘 끓이지요. 밥을 볶을 때 보면 프라이팬을 불 위에서 흔드는 폼이 제법 요리사 테가 납니다. 게다가 요즘은 드라마 <파스타>에 빠져서 파스타를 만들어보겠다고 재료를 사달라고 극성입니다. 기회가 되면 아들이 만드는 파스타를 먹어보는 것도 괜찮긴 하겠지만, 사먹는 게 더 싸게 들 것 같아서.

아무튼 의사가 꿈이면서 요리하기도 취미로 즐기는 녀석과 <파스타>를 보다가 제가 문득 물어보았습니다. "얘, 의사와 요리사의 차이점이 뭘까?" 장난처럼 물어본 말이었는데, 녀석은 아주 진자하게 대답하더군요. 아무런 준비도 없는 대답이었지만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 아래와 같이 소개합니다.

1. 흰 옷을 입는다.
2. 사람들을 행복하게 한다.
3. 칼을 쓴다.
4. 감정 타면 안 된다.
5. 모자를 쓴다.
6. 손을 깨끗이 씻는다.
7. 각자 담당 분야가 있다.
8. 주방과 수술실을 모두 깨끗이 청소한다.

여러분도 대충 일리가 있다고 생각이 되십니까? 네? '전혀 아니올시다'라고요? 그럼 의사되긴 힘들겠군요. 하하, 하긴 뭐 의사되는 게 어디 그리 쉬운 것도 아니고…. <공부의 신>에서처럼 무슨 특별반 같은 데라도 보내야 간신히 들어갈까 말까한 게 현실이지요. 어쨌거나 의사가 되던 요리사가 되던 본인이 알아서 할 문제지만….

듣고 보니 요리사나 의사나 비슷한 데가 많다 그런 생각이 드는군요. 군기가 세다는 점도 비슷하고, 하여간 제 생각엔 나름 재미있는 공통점이란 생각이 들었답니다. 제가 하나 더 추가하면 둘 다 전문직이란 겁니다. 그런데 의사보다는 요리사가 더 매력적인 전문직인 거 같습니다. 둘 다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직업이지만, 그래도 맛있는 걸 만들어주는 요리사가 더 멋있지 않을까요?

그러고 보니 마산에도 파스타 전문점이 있다고 하더군요. 아들 중학교 입학식 하는 날 거기나 한 번 가볼까 생각중이에요. 좋은 의사가 되려면 좋은 요리사에 대해서 먼저 배우는 게 순서일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위 여덟 개의 대답 중에 두 번째 "사람들을 행복하게 한다" 이게 가장 마음에 들었거든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훌륭한 답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행복은 역시 맛으로부터 오는 거겠지요? 
다녀오게 된다면 맛이 어땠는지는 포스팅으로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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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비 정부권
아들 졸업식날, 말로만 듣던 정통 이태리식당에서 파스타도 먹고, 
                     해운대에서 갈매기도 보고, 마지막으로 청사포도 구경하고…

2010년 2월 17일은 하나밖에 없는 아들의 졸업식이 있던 날입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날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졸업이라니. 졸업식은 입학식을 하던 바로 그 장소에서 치러졌습니다. 6년 전 입학식이 있던 날에는 아들녀석이 왜 그리 안쓰럽던지, 부모 품을 떠나 혼자 살아갈 준비를 해야 하는 녀석을 보며 기쁨보다는 왠지 불쌍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었지요.


그러나 6년 후 같은 장소에서 치러지는 졸업식장에서는 이번엔 반대의 감정으로 인해 슬퍼졌답니다. 얄미울 정도로 천방지축이 된 아들녀석에 비해 제가 훨씬 초라하고 불쌍해보였기 때문입니다. 6년 전만 해도 세상 무서울 것이 없는 젊은이였던 제가 이제는 머리털도 많이 빠지고 몸에는 비계가 늘어 볼품 없는, 그야말로 보잘 것 없는 중년이 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이제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마지막 대학을 졸업할 때쯤이면 중년이 아니라 중늙은이가 되어 있겠지요. 인생무상이라더니, 남들은 다 기뻐서 웃고 떠들고 난린데 저는 왜 이런 기분이 들었을까요? 확실히 감상적인 인물이라 남다른데가 있습니다. 흠흠~, 아무튼 아들녀석은 그렇게 초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광안대교. 갈때는 아래층으로 올때는 위층으로 달린다.

아들은 이날 졸업식에서 과학탐구상이란 걸 받아 왔는데요. 자기 말로는 이게 공부 잘하는 학생에게 주는 상이라고 자랑을 하더군요. 그런데 학교측에서 나누어준 유인물을 보니 모든 학생들에게 한 명도 빠짐없이 상을 주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물어보았지요. "다른 애들도 다 상 받았다고 하던데?" 

"다른 애들은 대부분 행동발달상이고 과학탐구상은 두 명만 주는 거다." "그럼 국어탐구상 같은 것도 있을 거 아니냐? 수학탐구상도 있을 테고." 그러자 아들녀석은 기분 잡쳤다는 듯이 "에이, 몰라" 하면서 더이상 말을 안 하더군요. 그냥 잘했다, 수고했다 그러고 말 걸 하는 후회가 일었지만 '내가 뭐 예수님도 아니고 부처님도 아닌데' 하고 생각하며 그냥 넘어갔습니다. 

졸업식장에는 아내의 대학선배도 참석했습니다. 마침 이날 휴가를 빼고 부산 센텀시티에 있는 어느 극장에서 상영하는 영화를 같이 보기 위해 전화했다가 합류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이 영화의 제목은 <위대한 침묵>이었는데 이날 딱 한 번만 상영하는 그야말로 희귀한 영화였답니다. 상영시작 시간은 오후 1시.

그런데 졸업식을 끝내고 반으로 들어간 아이가 나올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교장선생님이 졸업생들에게 일일이 졸업장을 나누어주는 통에―매우 고마운 일이었지만―졸업식도 평소에 비해 엄청 많은 시간이 소모되었던 터라 기다리는 시간은 더욱 지루했습니다. 추운 날씨에 떨면서 아이들을 기다리던 부모들의 입에서 불평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청사포 등대(아들사진)


"뭔 할 말이 그렇게 많아?"
"아니 졸업식 하기 전에 미리 할말이나 필요한 일들은 다 끝냈어야지."
"와~ 학교에서는 아이들에게 남을 배려하라고 가르치면서 왜 정작 자기들은 부모들 배려를 하나도 안 하는 거야? 이렇게 추운데 세워놓고서는."

모두들 일리 있는 말씀이었습니다만, 아이들과 헤어지는 선생님의 입장을 생각해보면 그것도 아닌 게지요. 그러나 당장 1시 전에 부산 수영 센텀시티에 도착해야 하는 우리로서는 불만이 더 클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무튼 아이는 11시 45분께 나왔고, 부랴부랴 기념사진 몇 장 찍고, 곧바로 부산으로 내달렸습니다.

<위대한 침묵>은 유럽의 어느 수도원(트라피스트계 수도원이라고 했습니다)을 한 영화감독이 무려 16년을 기다려 찍은 영화라고 했습니다. 수도원 측이 영화 찍는 것을 허용하고 문을 열어주는데 16년이 걸렸다는 이야기지요. 사실 저는 이 영화를 보지 못했습니다. 제가 직접 영화를 봤다면, 정말 자세하게 소개하고 싶은 그런 영화였지만 말입니다.

우리가 부산 동서고가도로와 광안대교를 지나 센텀시티에 도착했을 때 시간은 이미 1시를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고안해낸 방법이 그거였습니다. "차를 길에다 세우고 민이 엄마하고 나는 잽싸게 뛰어서 영화보러 가는 거야. 그럼 민이 아빠는 애들 데리고 다른데 가서 놀던지 하는 거지. 오케이?" 요약하면, 저더러 영화보지 말라는 이야기였지요.

나중에 장장 2시간 40분 동안 상영하는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저는 "아니 그게 바로 내가 봐야하는 영화였단 말이에요" 하고 장탄식을 하고 말았습니다. 영화는 2시간 40분 내내 대사가 한마디도 없었다고 했습니다.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닌데, 없었다고 무시해도 좋을 그런 수준이었답니다. 하얀 눈에 포위된 수도원에서 울려퍼지는 라틴 성가소리, 아~, 완전 내 스타일인데….

두 여자가 영화를 보러 간 사이 어디로 갈까 고민하던 우리는 레스토랑에 가서 파스타를 먹기로 했습니다. 요즘 파스타가 유행이지요. MBC에서 하는 월화드라마 <파스타>, 정말 달콤하고 맛있는 드라마 덕에 저도 파스타가 스파게티인 것을 알았답니다. 아니 스파게티가 파스타의 일종인가요? 아무튼 너무 깊은 것은 따지지 말기로 하고요.
 

부산 해운대 풍경. 글라이더를 날리는 사람들과 장구(북인가?) 치는 사람들 모습이 참 아름답죠? (아들사진)


일단 해운대 달맞이고개로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파스타를 파는 레스토랑을 찾기 위해 이리저리 돌아다녔지만 찾을 수 없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다시 해운대로 내려와 몇바퀴를 돌았지만, 안 보이더군요. 그런데 아들녀석이 "앗, 방금 정통 이태리식당 지났다" 하고 외치는군요. 그래서 다시 한바퀴 돌았더니 역시 정통 이태리식당이 있긴 있네요. 그런데 이런~. 

무슨 호텔 3층에 있군요.(나중에 알고보니 시클라우드 호텔이었음)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내내 마음이 불안합니다. 그러고 보니 "정통 이태리식당"이란 말을 귀담아 듣지 않은 데 대한 후회도 밀려옵니다. 그 '정통'이란 용어에 주의를 했어야 하는데. 2층 식당 이름이 <VIPS>입니다. 슬쩍 곁눈질로 살펴보니 어린이용 특선 뭐뭐라 적어놓고 가격이 할인해서 8만 7천 원이랍니다. 어이쿠~. 

우리가 가는 식당은 3층 정통 이태리식당, 이름이 <벨라 치타>라고 되어 있습니다. 벨라 치타, 친숙한 이름이네요. 벨라 차오란 제가 특히 좋아하는 노래 제목과 이름이 비슷합니다. 벨라 차오는 '안녕, 예쁜 아가씨'란 뜻이라던데 벨라 치타는 무슨 뜻일까요? 어쨌든 이름 때문에 밀려들던 불안감도 눈녹듯 사라졌습니다. 들어서니 역시 분위기가 예사가 아니네요. 헐~ 내가 이런 델 다.  

벨라 치타. 창문 너머로 망망대해가 보인다. 감도와 조리개값을 높였다면 파란 태평양을 보여드리는 건데... 초보탓.


아무튼 오늘의 주인공은 아들녀석입니다. 녀석은 늘 정통 파스타를 먹어보는 게 소원이었습니다. 심저어 저더러 파스타 재료를 사다주면 자기가 파스타를 만들어주겠다고 하던 녀석입니다. 파스타를 만들 때는 고급 와인을 써야 한다나요? 그래서 제가 그랬었죠. "야, 이놈아. 내 입에 들어갈 고급 와인도 없는데, 재료로 쓸 와인이 어디 있냐?"

아무튼 녀석은 이날 무척 기분이 좋았습니다. 녀석이 시킨 파스타는 모짜렐라 스파게티라고 부른 건데 메뉴판을 보니 이렇게 적혀 있더군요. '무슨 재료와 무슨 재료와 무슨재료 그리고 또 무슨 무슨 재료들로 맛을 내고 어쩌구 한 스파게티' 이름이 하도 길어서 저는 그게 무언지 몰랐는데 나중에 아들에게 물어보니 모짜렐라 스파게티였다고 하더군요.

역시 아이들은 스폰지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금방 배우죠. 우린 아무리 애를 써도 이해하기 힘든 것들을 아이들은 금방 배웁니다. 문화를 흡수하는 힘이 우리보다 백배 천배는 뛰어나다는 생각이 순간 들었었답니다, 슬픔과 함께. 아무튼 저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게 가격이 2만 1천원(부가세 별도)이었거든요. 순간 속으로 '후유~' 한숨을 내쉬며 호기롭게 아들에게 말했죠.

"야, 이거보다 더 맛있는 것도 많잖아. 꼭 이거 먹을래? 봉골레도 있네. 이건 어때?" 저도 요즘 연속극 <파스타>에서 공효진과 이선균에게 배운 게 좀 있는 터라 "봉골레는 어때?" 하면서 좀 아는 체도 하는 여유를 부려봤답니다. 흐흐~. 그러나 아들녀석은 뭔가 심오하게 아는 게 있다는 듯이 그러는군요. "아니, 이게 좋아. 이걸로 할래."

게다가 더 기분 좋은 일은 딸아이는 9900원짜리 피자를 시켰다는 겁니다. 저는 딸에게도 "얘, 너도 오빠처럼 파스타 먹어. 파스타 맛있잖아." 그러나 딸아이는 아직 파스타에 대한 신뢰를 할 수 없다는 듯이 자기가 잘 아는 피자를 먹겠다고 고집해서 결국 피자를 시켰습니다. 물론 저는 속으로 만세를 불렀고, 나중에 딸아이는 후회했습니다.

"아빠, 오빠야 파스타 정말 맛있더라. 담엔 나도 그거 먹을래." 

배가 부르니 녀석들이 많이 친해졌습니다.


뜻하지 않게(!) 정통 이태리식당에서 고급 파스타를 맛본 두 녀석은 기분도 좋아졌을 뿐 아니라 매우 친밀해졌습니다. 원래 서로 앙숙이라 이렇게 가까이 붙어 다정하게 있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가 쉽지 않은데 이날은 아주 자연스럽군요. 역시 민주주의나 평화 뭐 이런 게 달성되려면 먼저 배가 불러야겠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아래 사진을 보시면 해운대 백사정 멀리 끄트머리에 조선비치호텔이 보입니다. 제가 이곳 해운대에서 고등학교를 다닐 무렵에는 저 건물이 가장 큰 건물이었습니다. 해운대 어디서든 조선비치호텔과 동백섬이 선명하게 보였었지요. 그러나 이제 아닙니다. 주변의 웅장한 마천루들에 가려 조선비치와 동백섬은 너무나 초라해지고 말았더군요.

아래 오른쪽 사진의 거대한 건물들이 서있는 자리 오른편으로는 원래 송림이 있었습니다. 고교시절, 이 송림에 비둘기집을 만들어 달던 기억이 나는군요. 물론 선생님이 시켜서 했던 일이지만, 재미있었지요. 그런데 이제 송림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웅장한 건물들이 대신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여기서부터 센텀시티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도시는 강남이나 분당보다도 더 대단하다는군요.

(아들사진) 이 글을 쓰는 중에 녀석이 나타나서 "내가 찍은 사진은 저작권 확실히 표기해라"고 해서... ㅎㅎㅎ


다시 두 여자를 내려주었던 곳으로 돌아오니 딱 시간이 맞습니다. 2시간 40분이 지났습니다. "영화는 재미있었어요?" "아, 정말 감동적인 영화였어요. 그런데 말이 한마디도 없어서 보통 사람들은 보기가 쉽지는 않을 거 같애. 우리도 잠깐 잠깐 졸았다고요. 아니 수도자들이 가만히 앉아 묵상하는 장면이 한참 나오는데 안 졸 수가 있어야지. 하하."

"하얗게 눈내린 수도원, 나무들, 조용한 라틴 성가, 오르간 소리, 기도소리, 아~." 이런, 사람 염장 지르는 것도 아니고 그게 바로 딱 내 취향인데. 아무튼 재미있었다니 다행입니다. 어디로 갈까 고민하던 우리는 해운대를 몇바퀴 또 돌다가, "고마 경치 좋은 데 가서 밥 먹자" 결론 내리고 달맞이고개를 넘어 청사포로 갔습니다.

거기 유명한 밥집이 있다는군요. 아래 사진에 보시는 집입니다. 분위기는 벨라 치타와는 완전 딴판이었습니다. "그래 나한테는 역시 이런 집이 딱 어울리지." 마치 고향집에 온 느낌이 들더군요. 벨라 치타에서는 식탁에 뭘 흘리기라도 할까 조심조심 해야 했었지만, 여기선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아, 역시 자유는 좋은 것이여. 흐흐~  

커다란 소나무를 앞에 둔 집이 우리가 장어구이를 먹은 수민이네.


자, 이상으로 아들 졸업식날 이야기는 끝났습니다. 여기서 배불리 먹고 마시고 그리고 모두들 집으로 갔습니다. 물론 저는 소주를 한 잔도 마시지 않았습니다. "못했습니다" 라고 하는 게 더 정직한 표현이겠죠? 어쨌든 두 여자는 술을 마시지 않는 제 모습이 무척 좋아보였나 봅니다. "민이 아빠 술 안 마시는 꼴을 보니 오늘 내가 기분이 엄청 좋다." "??? !!!"

(아들사진)


아래 사진들은 배가 불러 기분 좋은 녀석들이 어른들이 장어구이를 안주로 소주를 먹고 있을 동안에 식당 앞 바닷가에 나가 풍경을 찍은 사진들입니다. 물론 아들녀석이 찍었습니다. 장비는 캐논 450d. 한 번쯤 가볼만한 곳이었습니다. 주변에 횟집도 많았습니다. 저녁 노을이 질 무렵의 조용한 풍광이 참 마음에 드는 곳이었습니다. 

청사포란 이름도 참 아름답지 않습니까? 그럼 이만…, 안녕히.

(아들사진) 맨아래 숯불은 식탁 밑에 있던 것임. 발밑이 뜨뜻해서 깜짝 놀랐음. 이것도 아이가 찍었더군요. 기특하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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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비 정부권
키다리 아저씨 같은 김산의 헌신적인 사랑에 빠진 2%, 달달한 맛

답은 이미 제목에 나와 있습니다. 현욱은 달달하고 김산은 미련하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미련한 사람보다 달달한 사람이 매력적인 건 당연한 일이겠지요. <파스타>가 처음 시작했을 때 현욱은 버럭질이란 오명을 썼지만, 이제 달달한 셰프로 변신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아니 원래부터 그는 달달한 사람이었을지 모릅니다.

원래 달달한 사람이었던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유경과 처음 만났던 횡단보도를 기억하시는지요? 금붕어를 함께 주워 담는 그의 눈길이 유경과 마주쳤을 때 이미 둘은 사랑에 빠졌죠. 그리고 유경은 현욱을 향한 마음을 아무 거리낌없이 표현했고요. 현욱도 마찬가지였죠. 처음 만난 여자에게 대뜸 자기들이 만났던 횡단보도에서 만나자는 제안을 했지요.

그것도 한밤중에. 이 달달한 제의를 거절할 유경이 아니었죠. "네!" 하는 거침없는 대답에 현욱은 "아유 무슨 여자가 뺄 줄도 모르고" 하면서 타박을 주지만, 이미 두 사람은 상대를 향한 마음이 드러나는 것에 아무런 부담이 없을 정도로 빠져버렸던 것입니다. 이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모습에 모두들 감동 받은 것이 아니었나요?

"아, 나도 저러고 싶어." 혹은 "아, 나에게도 저런 시절이 있었지." 이러면서 말이에요. 그러므로 이 두 사람의 사랑을 달콤하다 못해 지나치게 달달하다 해도 별로 틀린 말도 아닌 것이지요. 자, 다시 말씀드리지만 "우리 만나자!" 하고 먼저 제의한 사람은 분명 셰프 최현욱이었답니다. 무슨 말씀인지 아시겠지요? 현욱은 자기 마음을 숨기지 않았어요.

이선균과 공효진은 달달한 커플이다.


이에 비해 우리의 라스페라 사장 김산은 어떻습니까? 그는 서유경을 처음 본 3년 전부터 그녀의 주위를 맴돌았습니다. "요리사님" "요리사님" 하면서 말이에요. 그리고 3년 동안 비밀리에 요리사 탈의실에 들어가 서유경의 사물함에 선인장을 붙여두었어요. 물론 우리는 김산이 어떤 마음으로 유경의 사물함에 선인장 그림을 달았는지 잘 알고 있지요.

사랑하는 유경에게 힘을 주고 싶었겠지요. 마치 음지에 숨어 그녀가 요리사로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필요할 때 도와주는 키다리 아저씨가 되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르죠. 아무튼 김산의 서유경에 대한 마음도 보통이 아닌 것은 분명하답니다. 그의 사랑도 최현욱 셰프의 사랑에 못잖게 크고 깊죠. 어떤 의미에선, 즉 숭고하다고나 할까 그런 점에선 더 대단하다고 할 수도 있겠군요.

그러나 역시 김산의 사랑엔 뭔가 부족한 게 2% 있어요. 그건 바로 달달한 맛이에요. 고기를 우려 만든 감칠맛이라고 해도 좋고, 과일로 만든 시큼털털하면서도 상큼한 맛이라고 해도 좋은데요, 아무튼 달달한 육수가 있어야 맛있는 파스타를 만들 수 있다고 했지요? 저는 아직 파스타를 안 먹어봐서 잘 모르겠지만, 달달한 맛이 빠진 김산의 사랑은 그래서 별 맛이 없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렇지만 또 모르죠. 키다리 아저씨와 결혼한 주디처럼 서유경의 마음도 키다리 아저씨 김산에게 기울게 될지 모르는 일이지요. 아니면 보다 현실적인 판단에 따라, 말하자면 자본주의적 행동양식에 따라 보다 부자인 김산에게 마음이 기울어지게 될 수도 있겠고요. 아무래도 요즘은 순정보다는 실리적 판단을 앞세우는 시대라고들 하니 말입니다.

그러나 어쨌든 사람의 순수한 감정만이 존재한다는 조건 하에서는 김산보다는 아무래도 현욱이 더 매력적인 것은 어쩔 수 없는 거 같아요. 역시 최현욱의 자연스러우면서도 저돌적인 사랑이 달달하니까요. 그리고 달달한 것이 아무 맛이 안 나는 것보다는 훨씬 먹기에도 편하죠. 그런데 12부에서 보니 김산도 나름 달달해지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이더군요.

커플이 되고 싶은 알렉스와 아무 생각 없는 공효진. 김산, 훌륭한 남자지만 2% 부족하다.


연인들, 장사꾼들, 특히 정치인들, 달달해지세요.

그래야지요. 사랑은 헌신만 가지곤 얻을 수 없답니다. 달달한 매력이 있어야지요. 그래서 화장도 하고 좋은 옷도 입고 그러는 거 아닐까요? 그러고 보니 달달해지기 위해 노력해야 할 사람은 또 있군요. 바로 오세영입니다. 그녀야말로 달달한 맛도 시큼털털한 맛도 안 나는, 아무 맛없는 여성의 전형이에요. 그녀는 최현욱과 같은 주방에서 일하면 사랑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지만, 오만이죠.


아무튼 여러분, 우리 모두 달달해지기 위해 노력합시다. 사랑을 얻고자 하는 연인이든, 국민의 마음을 얻고자 하는 정치인이든, 물건을 팔아 큰돈을 벌고 싶은 사업가든, 또는 그 누구든, 달달해지지 않고서는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은 진리에 속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달달해졌으면 다음 순서는 과감하게 대쉬하는 겁니다. 어제도 말했었지요?

행하지 않는 자, 아무 것도 얻지 못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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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비 정부권

최현욱이 달달해진 이유? 최현욱은 원래 달달한 사람이었어! 

파스타가 벌써 후반전에 돌입했습니다. 20부작 중 11부를 마쳤으니까요. 내일부터는 탐색전을 마치고 본격적인 파이팅에 들어가겠군요. 그동안 사실 탐색전이 너무 지나쳤지요. 아, 이건 약간 오해의 소지가 있는 분석이네요. 사실 탐색전이라면 라스페라의 사장인 김산(알렉스)과 오세영 셰프(이하늬)가 했던 것이지요. 최현욱(이선균)과 서유경(공효진)에겐 애초부터 탐색전 따윈 없었지요.


서유경의 짝사랑? 아니, 처음부터 쌍방통행이었다

그들은 이미 첫 만남부터 달아올랐고 서로 가감 없이 그 느낌을 주고받았죠. 서유경이 일방적으로 짝사랑한 게 아니었냐고요? 천만에요. 그렇지 않답니다. 서유경이 횡단보도에서 쏟은 금붕어를 주워 담는 것을 최현욱이 도와줄 때 그들의 손이 서로 마찰을 일으켰겠지요? 그때 이미 전기가 통했던 거예요. 서유경만 짝사랑 한 게 아니고 최현욱도 함께 한 거죠.

그럼 서유경은 최현욱이 자기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엊그제 주방에서 살짝 술이 취한 상태에서 고백하기 전에는 몰랐을까요? 그것도 천만에요. 서유경도 이미 알고 있었어요. 이건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죠.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나 자기도 상대방을 좋아하지만, 상대방도 자기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거든요. 그러니까 공효진이 앙큼하다는 거예요. 아니, 서유경이구나.


아무튼…, 그럼 왜 그러냐. 그건 그럴 수밖에 없어요. 사랑을 하기 시작한 사람은 어떻게든 그 감정을 상대방에게 전달하게 되어 있거든요. 아무리 그걸 숨기려고 해도, 아니 그러면 그럴수록 상대방에겐 더 강렬하게 전달되죠. 이건 인류가 창조된 이래로 불변의 법칙이에요. 물론 이 법칙은 일반적인 조건하에서만 적용되는 법칙이에요. 다른 특수한 조건이 적용되면 다를 수도 있겠죠.

그러나 저는 다른 특수한 조건 같은 건 잘 알지 못하고요. 제가 아는 상식에선 그래요. 그래서 상대가 나를 좋아한다는 걸 느끼면 거기에 상승작용이 일어나서 나는 그(녀)를 더 좋아하게 되고 뭐 그런 거죠. 그런 의미에서 기브 앤드 테이크는 사랑에서도 일정하게 역할을 한다고 봐야죠. 사랑학원론에 대해선 이 정도로 끝내기로 하고, 어흠~ 

버럭질 전문 최현욱이 왜 달달한 셰프로 둔갑했을까?

본래의 주제로 돌아가야 하니까요. 그럼 본래 오늘의 주제는 뭐였을까? 그야 물론 "버럭질 도사인 최현욱 셰프가 왜 갑자기 이토록 달달한 사람이 됐을까? 왜 버럭셰프가 아니라 달달셰프로 바뀌었을까?" 하는 거지요. 제가 볼 때 최현욱은 원래 버럭질 도사가 아니었어요. 그는 아주 달달한 사람이었죠. 다정다감할 뿐 아니라 매우 사려 깊은 사람이에요.


그런 그가 버럭질 도사가 된 데에는 나름 이유가 있었겠지요. 우선 우리가 추정할 수 있는 하나는 그가 이태리에서 배신당한 사랑 때문이에요. 현욱이 오세영을 얼마나 사랑했었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어요. 그게 진심이었는지, 아니면 그저 멀리 타국에서 같은 나라 사람으로서 가지는 연민의 정이 보태어졌던 것인지 확실한 것은 없어요.  

왜냐? 그거야 물어볼 수 없으니까 당연히 알 수 없는 거지요. 아마 제가 보기엔 이 드라마 끝날 때까지 아무도 안 가르쳐줄 거 같아요. 또 아무도 물어볼 것 같지도 않고요. 모르지요. 저의 이런 바람을 알고서 최현욱이 스스로 이 부분에 대해 고백하게 될는지. 누구에게? 당연히 서유경에게요, 이렇게. "그래, 그때 그 사랑은 진짜가 아니었어. 네가 진짜야."  

아, 이거 또다시 옆길로 샜군요. 오늘의 주제가 뭐였죠? 네, 버럭셰프 최현욱이 왜 갑자기 달달해졌을까? 그거였지요. 왜 달달해졌을까요? 이미 제가 자꾸 "사랑학원론"이니 "그때 사랑은 진짜가 아니고 유경이 네가 진짜야" 같은 따위의 쓸 데 없는 얘기를 늘어놓을 때 벌써 눈치 채셨을 거예요. 당연히 사랑이죠. 사랑은 모든 걸 할 수 있고 이길 수 있죠. 

사랑에 빠진 최현욱, 두 번씩이나 철칙을 깨다 

자, 이미 파스타를 처음부터 봐오신 분이시라면 다 알고 계셨을 거예요. 현욱은 유경을 처음 본 순간 넋이 나간 거예요. 그러나 그는 라스페라의 셰프지요. "내 주방에 여자는 없다!"란 철칙도 지켜야 하고 흐트러진 주방의 군기도 잡아야 해요. 그러니 그가 버럭셰프가 될 수밖에 없었던 건 그에겐 당연한 일이에요. 그런데도 그는 유경에게 늘 추파를 던졌죠. 호시탐탐 기회가 있을 때마다. 

예리한 눈을 가지신 독자라면 이미 현욱이 유경 못잖게, 아니 그보다 더 많이 추파를 던지는 걸 보았을 거예요. 그럼 바보 같은 서유경만 그걸 모르고 있었을까요? 그건 처음에 "천만에요"라고 제가 말씀드렸죠. 유경도 이미 그걸 얼마든지 알고 있었고, 그걸 즐기고 있었지요. 참 재밌는 커플이죠?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놀리면서 지금까지 끌고 온 거에요. 

최현욱은 이미 두 번이나 자기 철칙을 깼어요. 하나는 서유경을 복직시킨 것이고, 또 하나는 해고된 세 명의 여자들을 자기 주방에 불러들여 요리를 하게 한 것이죠. 당장 복직은 안 시켰지만, 곧 서유경의 제안대로 복직될 지도 모르겠어요. "주방 캐파를 확장해서 언니들을 거기에 요리사로 쓰고, 매출을 올려서 어쩌고저쩌고" 하는 아주 각론경영학적인 분야는 저는 잘 모르겠어요.    

어쨌든 부당하게 여자라는 이유로 해고되어 길거리를 전전하는 그녀들이 정당하게 복직되는 게 옳다고 보지만, 여기선 그런 원리원칙에 대해선 생략하기로 하죠. 아무튼 언니들이 복직해서 서유경과 다시 일하게 된다면 참 행복한 일이죠. 아마도 결말은 그렇게 날 거 같아요. 이렇게 보면 최현욱은 라스페라에 들어오는 그 순간부터 이미 달달하게 변하고 있었던 거예요.

사랑을 얻기 위한 원칙, "행해야 할 때 행하라!"

자, 결론을 내고 빨리 취침자리에 들어야겠네요.
"버럭셰프 최현욱이 달달해진 이유?"
"사랑 때문에!"
"그럼 언제부터?" 
"라스페라에 처음 오던 날부터!"
"아니 더 정확하게 횡단보도에서 금붕어를 유경과 함께 주워 담던 그 순간부터!"

이상 오늘의 포스팅을 마치려고 하다가 너무 허전한 거 같아서 바울로 사도의 사랑의 찬가 중 일부 구절을 옮기는 것으로 마칠게요. 그럼 모두들 편안한 밤 되시기 바랍니다. 아, 이 포스팅은 내일 아침 발행되기로 되어있으니까 다시 인사 드려야겠군요. 모두들 행복한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내가 인간의 여러 언어와 천사의 언어로 말한다 하여도 나에게 사랑이 없으면 나는 요란한 징이나 소란스러운 꽹과리에 지나지 않습니다. 사랑은 참고 기다립니다, 사랑은 친절합니다. 사랑은 시기하지 않고 뽐내지 않으며 교만하지 않습니다. 사랑은 무례하지 않고 자기 이익을 추구하지 않으며 성을 내지 않고 앙심을 품지 않습니다." 

그러고 보니 하나만 더 말씀드리고 꿈의 세계로 가야겠군요. 비록 사랑이 온유하고 오래 참고 기다리는 것이라고 하여도 라스페라 오너 김산(알렉스)처럼 그래선 안 되겠지요? 김산은 탐색전이 너무 지나친 거 같아요. 사랑을 느꼈다면 그냥 마음 가는대로 행하면 될 것을…. 제게 사랑에 대해 말할 기회를 주신다면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특히 김산에게요.

행해야 할 때 행하지 않는 자, 결코 사랑을 얻지 못하리라,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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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비 정부권

공효진 "달달한 파스타든 짭짤한 파스타든 손님이 원하는 파스타를 먹게 해주고 싶어!"
이하늬 "내 파스타는 최고야. 내 완벽한 레시피는 절대 변할 수 없어. 주는 대로 먹어야 돼!"

이하늬, 미녀지요. 미스코리아에다 국제미인대회에서도 입상했군요. 요즘이야 이런 미인대회가 별로 인기가 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옛날에는 대단했었죠. 글쎄, 이유가 뭔지는 몰라도 제 생각엔 그래요. 당시엔 수영복만 입은 여성을 텔레비전을 통해 공공연히 볼 수 있는 게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뿐이어서 그랬던 거 아닐까요? 하하.


미인은 강아지도 알아본다

그런데 혹시 이런 생각 혹시 해보셨나요? 과연 통일적으로 주어진 미적 기준이란 게 있을까? 한가한 사람들의 연구에 의하면 그런 게 있기는 있는 모양이더라고요. 그분들의 연구에 의하면 강아지들도 미인을 알아본다고 하는군요. 그러니까 먹이를 들고 강아지를 유혹하면 미인이 들고 있는 먹이를 선호 한다 뭐 그런 말씀이겠죠.

이거 확실한 정보는 아니에요. 이 프로를 다시 찾을 길은 없지만, 테레비를 좋아하는 제가 언젠가 본 기억은 있어요. 아마 그때 갓난아이들에게 미인과 덜미인 사진을 보여주고 어느 쪽을 집는지 알아보는 실험도 했었던 거 같아요. 당연히 미인 사진을 집었겠지요. 그러니까 미적 기준이란 어느 정도 변할 수는 있어도 선험적으로 주어진 값이 있다 이런 말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이하늬는 확실히 미녀임에 틀림없어요. <파스타>에서 연적으로 경쟁하게 될 공효진과 비교해도 훨씬 미녀지요. 아 이거 공효진에겐 미안하군요. 그래도 할 수 없지요. 객관적 사실이니까. 초딩 2학년 졸업반인 우리 딸애는 그러더군요. "나는 셰프가 좋아." "왜?" "셰프는 너무 멋지고 잘 생겼어. 그런데 유경이는 너무 못 생겼고."

갓 프라이팬을 잡은 초보 요리사 서유경(공효진)


셰프란 이선균을 말하는 거고, 유경이란 공효진을 말하는 거예요. 보시죠. 확실히 미적 기준에 대해 특별히 교육을 받거나 훈련 받지 않은 아이들도 나름대로 보는 눈이 있지요? 아무튼 공효진에겐 다시 한 번 미안하네요. 역시 할 수 없지요. 애들도 눈이란 게 있으니까. 그러나 말이에요. 결론부터 말하면 제 눈엔 공효진이 이하늬보다 훨씬 예쁘고 사랑스럽답니다.

공효진이 더 예쁘게 보이는 까닭은 대체 뭘까?

왜 그럴까요? 사람에겐 선험적으로 주어지는 미적 감각 외에 아름다움을 느끼는 무언가 다른 것이 있기 때문 아닐까요? 저만 그렇게 느꼈다면 이런 질문은 무의미한 것이 되겠지만, <파스타>를 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효진이 더 예쁘다고 느끼는 거 같거든요. 이건 공효진이 연기를 잘 한다거나 하는 문제와는 다른 것이라고 생각해요.

공효진이야 워낙 공인된 연기파 배우지만, 연기를 잘 하고 있긴 이하늬도 마찬가지거든요. 그럼 이유가 뭘까요? 어쩌면 캐릭터 때문이 아닐까요? 공효진이 맡은 서유경이란 인물은 매우 예쁘고 사랑스러운 캐릭터죠. 반면에 이하늬가 맡은 오세영이란 인물은 매력적이긴 하지만 별로 사랑 받을 만한 캐릭터가 아닌 건 분명해요. 욕심쟁이니까요.   

오세영은 확신과 자신감에 가득 찬 여성이에요. 그녀에겐 사랑보다 일과 성공이 우선이었죠. 결국 연인이자 라이벌이었던 최현욱의 졸업시험을 속임수로 망치게 해 권위 있는 요리학교 수석졸업의 영예를 차지하고 부와 명예를 거머쥐지만, 그녀에겐 아직 완성하지 못한 미션이 하나 있어요. 바로 사랑이죠. 그렇군요. 그녀에겐 사랑도 어쩌면 미션 중의 하나일지도 모르지요. 

그 미션의 완성을 위해 그녀는 최현욱을 라스페라로 불러들이기로 작정했어요. 라스페라의 오너인 김산과는 마치 부부나 연인 사이처럼 허물없는 친구거든요. 그리고 그녀의 염원처럼 최현욱과 같은 주방에서 함께 요리를 할 수 있게 되었어요. 공동셰프로 말이에요. 이 공동셰프란 것이 과연 가능한 것인지는 별론으로 하고, 일단 그녀의 의도는 성공하고 있어요. 

오세영, 일과 사랑 모두 확신과 자신감으로 가득한 당찬 여성

그녀는 일에서 성공한 것처럼 사랑에서도 승리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충만해 있죠. 자신의 사랑을 결국 최현욱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확신과 자신감. 그게 어디서 나온 건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대단한 여성이에요. 그러나 그녀는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게 하나 있어요. 그런 자신을 향한 상대의 거부감이 얼마나 견고한지를 말이에요. 

그 거부감을 최현욱은 이태리 식당 셰프답게 요리 이야기로 말했군요. "네 요리는 맛있다. 흠잡을 데 하나 없이 완벽하다. 훌륭해. 그런데 어떤 요리사는 그러더라. 달게 먹고 싶다고 하면 달게 해줄 것이고, 짜게 먹고 싶다고 하면 짜게 만들어 줄 거다. 너는 그럴 수 없잖아. 네 레시피는 너무나 완벽해서 그럴 수 없잖아."

"그래. 그럴 수 없어. 그러면 향이 뭉개져서 안 돼." 오세영의 대답에 최현욱이 바로 맞받아 이렇게 말하죠. "그래. 그렇잖아. 너는 내가 원하는 걸 해줄 수가 없잖아. 너는 네 레시피가 중요하니까 절대 그럴 수 없지. 자, 그럼 나는 내가 원하는 걸 만들어줄 요리사에게 가봐야겠다. 그만 간다."

확신과 자신감에 가득 찬 단 하나뿐인 여자 셰프 오세영(이하늬)


자그마한 식당을 차려 달게 먹고 싶다고 하면 달게 해주고, 짜게 먹고 싶다고 하면 짜게 만들어 주는 요리사가 되고 싶다고 한 사람이 누구였지요? 바로 서유경이에요. 그러니까 최현욱은 그렇게 말한 거지요. "오세영, 네사랑은 너무 완벽하고 훌륭하지만 부담스러워. 내 입맛에는 안 맞아. 그리고 네사랑은 내 입맛에 맞춰줄 용의도 없잖아. 난 서유경에게 가야겠어." 

서유경, 단 걸 원하면 달게
짠 걸 원하면 짜게 만들어주고 싶은 요리사

이에 비해 서유경은 어떤가요? 그녀의 사랑은 절대적인 사랑이에요. 상대로부터 쟁취하는 게 아니라 그저 주는 사랑이죠. 그녀의 사랑은 상대가 원하는 요리를 만들어주고 싶은 그런 마음과 같아요. 단 게 먹고 싶다고 하면 달게 만들어주고, 짠 게 먹고 싶다고 하면 짜게 만들어주는 그런 사랑. 자본주의 시장경제 논리로 말하자면 고객제일주의라고나 할까요?

하긴 요즘은 자본주의도 독점시장이 되면서 "주면 주는 대로 먹어!" 하는 것이 진리인 것처럼 된 세상이지만. 아무튼 서유경의 사랑은 참으로 탐스러운 과일처럼 향기가 입맛을 돌게 하는 그런 사랑이에요. 그런데 무슨 이야기 하다가 이렇게 사랑타령으로 빠진 거죠? 아, 그렇군요. 미인 이야기 하다가 삼천포로 빠졌네요.

왜 <파스타>에서 이하늬보다 공효진이 더 예쁘게 보일까요? 실제의 이하늬는 누구보다 미인이지만, <파스타>에선 그녀의 미모가 돋보이기보다는 짜증스럽도록 부담스럽고 교만한 그녀만 보이는 것일까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실컷 말 꺼내놓고 "저도 잘 모르겠어요" 하니까 죄송스럽긴 하지만, 모르는 건 어쩔 수 없죠.

그러나 어쨌든 <파스타>를 빼놓지 않고 보다가 문득 들었던 궁금증이에요. 실은 딸애의 말(저 위에 있는 "공효진 못 생겼어")을 듣고 들었던 생각이지만, 어쨌든요. '아, 그러고 보니 이하늬는 자타가 공인하는, 그리고 내가 보기로도, 누구보다 미인이 아니던가. 그런데 그동안 나는 왜 공효진이 훨씬 미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을까?" 

공효진과 이하늬, 누가 진짜 요리사일까?


제목을 <이하늬보다 공효진이 더 미인인 까닭>으로 시작해놓고  답도 달아드리지 못해 다시 한 번 송구스럽네요. 그렇지만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신 분이 혹시 있다면 한 번 그 까닭을 함께 풀어보시는 것도 어떨까요? 이건 단순히 사랑을 구하는 사람뿐만이 아니라 정치하는 사람, 장사하는 사람, 나아가 세상 모든 사람들이 한 번 풀어보면 좋을만한 그런 질문이 아닌가 싶기도 한데요.

어쨌든 여러분은 달달한 파스타가 먹고 싶으세요, 짭짤한 파스타가 먹고 싶으세요? 아직 한 번도 못 먹어보셨다고요? 저하고 똑같으시군요. 그럼 우선 파스타부터 맛을 봐야겠네요. 그래야 달달한 파스타가 좋을지 짭짤한 파스타가 좋을지 선택을 할 수가 있겠지요? 공효진과 이하늬, 누구 요리가 더 맛있을지, 앞으로 기대가 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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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욱 셰프의 진심은 뭘까? 
"내 주방에 여자는 없다!"에서
"내 주방에 여자는 너 하나로 충분하다!"로 바뀐 깊은 속뜻은?

최현욱 셰프(이선균)가 변했어요. 아니 변한 게 아니라 원래 속에 있던 것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 중인지도 모르죠. 아마 그럴 거에요. 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면 다 알죠. 최현욱이 말했던가요? 서유경(공효진)에게 이렇게 물었었죠. "금붕어 아이큐가 얼만지 알아?" "아뇨. 모르는데요." "3초, 딱 3초야." 

실제 장면은 매우 험악한 것처럼 보였지만, 사진으로만 보니 매우 다정하다.


사랑도 금붕어처럼 3초마다 새 세상이 열린다

"3초라고요?" "그래, 3초마다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거지." 맞아요. 금붕어 아이큐가 딱 3초라고 하는 게 맞는다면, 3초마다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는 말이 맞겠군요. 3초마다 늘 새로운 마음으로 새로운 희망에 젖어 행복해지는 거죠. 사랑 얘기 하다가 웬 뜬금없는 금붕어 아이큐 타령이냐고요? 

아, 그렇군요. 원래 최현욱의 속에 있던 것이 무엇이었을까? 그 이야기를 하려던 것이었군요. 바로 사랑이죠. 서유경에 대한 사랑. 나의 예리한 감각은 횡단보도에서 금붕어를 쏟아 허둥대던 서유경을 만난 순간부터 최현욱은 사랑에 빠졌다고 말하고 있거든요. 틀림없어요. 사람이 사랑에 빠지는 데는 3초면 충분하니까요. 

그러니까 사람이 사랑에 빠지면 마치 금붕어처럼 되는 거예요. 아무 생각이 없어지는 거죠. 금붕어에게 3초마다 새로운 세상이 열리듯 3초마다 행복감에 황홀해지는 게 바로 사랑이죠. 그럼 왜 최현욱은 지금껏 서유경에게 그런 내색을 안 했을까요? 아니요. 충분히 했었지요. 그걸 본인과 서유경만 모르고 있을 뿐이죠.

요리시합에서 오세영 셰프에게 1등 자리를 놓친 서유경이 슬픈 이유는 딴 데 있었다.


TV 모니터 앞에 앉아 <파스타>를 보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최현욱이 서유경에 빠졌음을 이미 눈치 채셨을 거예요. 서유경이 최현욱을 짝사랑하고 있는 것은 최현욱도 알고 있고 서유경도 그렇다고 고백했으니 더 말할 필요가 없겠지요. 그러니 엄밀하게 말하면 이건 짝사랑이 아니에요. 서로 사랑하고 있는 거죠.

최현욱이 오세영을 미워하는 까닭은?

다만 마치 초등학생처럼 유치한 학생 최현욱이 문제였던 거죠. 너무 지나친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최현욱에겐 자신의 감정 따위를 돌아볼 시간이 없을지도 몰라요. 그러나 최현욱이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에요. 최고의 위치에 올라 있는 그가 처신할 수 있는 행동의 범위는 매우 제한적이지요.

게다가 내 주방에서 연애 따위를 하려거든 나가라고 엄포를 놓던 그가 아니었던가요. 그에겐 아픈 상처가 있어요. 그 상처가 어떻게 생긴 것인지 천천히 알게 되겠지만, 지금까지의 줄거리로 보면 이태리에서 함께 공부하던 오세영 셰프와의 관계에서 생긴 것이 확실해요.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단순히 요리대회에서 자신이 재료로 쓰려고 챙겨두었던 와인을 바꿔치기 해서 우승을 가로챈 것 때문이었을까요? 전 그렇게 보지 않아요. 제가 본 최현욱은 건방지기 이를 데 없는 '무대뽀' 같지만 그렇게 속이 좁은 인간은 아니거든요. 앞으로 차차 최현욱이 오세영(이하뉘)을 미워하는 까닭에 대해선 알게 되겠지요.

두 사람은 지금은 룸메이트지만 앞으로는 사랑의 경쟁자다.


그러나 그 전에 미리 오세영에 대한 저의 느낌을 말하라고 한다면, 글쎄요 뭐랄까, 오세영은 사랑 받을 준비가 안 되어있는 사람 같아요. 오세영은 "사랑은 쟁취하는 것이다"란 명제를 절대적 정의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거든요. 사랑은 쟁취하는 것일까요? 그것이 정말 가능할까요?

사랑의 찬가, 사랑은 참고 기다리며 친절한 것

아무튼 그거야 사람들 생각 나름이겠지만, 제가 느낀 오세영은 최현욱 셰프를 발 아래 꿇려 굴복하게 만들어 사랑의 노예로 만들고 싶은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든단 말이죠. 제 기준으로 보면 아주 밥맛없는 스타일이죠. 어떻게 보면 스토커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 때는 소름이 쫙 끼치더군요.

그에 비해 서유경의 사랑은 맛깔스런 파스타 같아요.(사실 저 파스타 안 먹어봤는데… ㅎㅎ) 사랑 이야기를 하자니 갑자기 유명한 바울로 사도의 "내가 인간의 여러 언어와 천사의 언어로 말한다 하여도 나에게 사랑이 없으면 나는 요란한 징이나 소란스러운 꽹과리에 지나지 않습니다"로 시작되는 사랑의 찬가가 생각나는군요.

"사랑은 참고 기다립니다, 사랑은 친절합니다. 사랑은 시기하지 않고 뽐내지 않으며 교만하지 않습니다. 사랑은 무례하지 않고 자기 이익을 추구하지 않으며 성을 내지 않고 앙심을 품지 않습니다." '코린토인들에게 보낸 편지'에 수록된 이 사랑의 찬가만큼 사랑을 제대로 설명하고 있는 말이 또 있을까요?

오세영 셰프의 사랑은 확신과 자신감으로 가득차 있지만, 기본인 '맛'이 없는 게 결정적 흠이다.


그러나 오세영은 최현욱에 대한 사랑에 목말라 하면서도 사랑의 찬가와는 반대로 시기하고, 뽐내고, 교만하고, 무례하게 행동해요. 더욱이 그 대상이 다름 아닌 최현욱이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랑이에요. 사랑한다고 하면서 그 대상을 시기하고 뽐내고 교만하게 눌러 이겨서 어떻게 해보겠다는 발상이 참 우습지 않나요?

"너에게 부족한 건 꼬시는 기술이야!"

라스페라에 들어가 최현욱의 옆에서 함께 일하겠다는 생각도 아마 그런 생각이 깔려 있는 거 같아요. 최현욱에게 자기를 인정받고 싶다는 뭐 그런 생각. 물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프라이팬을 잡고 맛있는 요리를 만들고 싶다는 그런 생각도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제가 요 몇 회 동안 살펴본 오세영의 사랑은 대단히 이기적인 사랑이에요. 

요리시합에서 오세영에게 1등 자리를 놓친  서유경에게 최현욱은 이렇게 말하죠. "네 요리는 매우 훌륭해. 그러나 아직은 2등이야. 네 요리에 부족한 한 가지는 바로 '꼬시는 기술'이야!" 꼬시는 기술? 도대체 뭘 꼬셔? 요리가 맛만 있으면 되는 거지 뭘 꼬시란 말이야? 나중에 최현욱과 마주친 서유경이 분한 마음으로 이렇게 물어보죠. 

"도대체 꼬시는 기술이 뭔데요? 어떻게 해야 잘 꼬실 수 있는 건데요?"

"네 요리는 짝사랑이다. 네 요리를 사람들이 좋아하고 인정해줄 거라는 확신과 자신감이 부족하다. 요리사 스스로 확신이 없는 요리는 살아있는 매력으로 포크와 나이프를 꼬시지 못한다. 짝사랑만 하지 말고 꼬셔봐, 제대로."

음, 그러고 보니 이 말을 사랑에 대입해보면 이렇게 되는군요. 사랑도 그냥 참고 기다리기만 해선 되는 게 없다, 모든 것이 훌륭하지만 마지막 하나, 확신과 자신감에 찬 '꼬시는 기술'이 없다면 소용 없다, 뭐 그런. 그런데 이게 요리 이야기를 한 것일까요, 사랑에 대한 확신으로 자기를 꼬셔달라고 한 것일까요? 

거기에 비해 오세영은 어떤 기술이 있는지 없는지는 몰라도 확신과 자신감이 충만한 것만큼은 분명해 보이는군요.
 

이것도 꼭 다투는, 아니 상사가 부하를 혼내는 장면 같지만, 그러나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사랑이 시작된다.


"내 주방에 여자는 너 하나로 충분하다!" 이거 사랑 고백 아닐까?

뭐 아무튼, 어제 <파스타> 마지막 장면에서 좋은 거 한 가지는 확실하게 배웠습니다. 멸치 머리부터 등까지 배를 가르면 들어있는 게 전부 똥이 아니라는 사실. 저는 그게 다 똥인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최현욱 셰프에 의하면 그건 똥이 아니라 대부분 내장이라는군요. 똥은 그때그때 싸버리기 때문에 거의 없다고 하네요.  

그러면서 서유경에게 핀잔을 주었죠, 이렇게. "똥인지 내장인지 구분도 못하고. 너 똥하고 된장은 구분 하냐? 명색이 요리사가…" 앞으로 '똥인지 된장인지도 모른다'는 말 대신 '똥인지 내장인지도 모른다'는 표현을 써야겠군요. 아무래도 된장은 우리 식탁에 없어서는 안 될 요리 중 하나인데, 똥하고 비교하는 게 좀 그렇잖아요? ㅎㅎ

예고편에 보니 오늘 최현욱이 이런 말을 할 모양이로군요. "내 주방에 여자는 너 하나로 충분하다!" 매우 의미심장한 이 한마디로 라스페라에 새로운 국면이 만들어지겠군요. 서유경과 오세영 사이에 본격적인 전선도 만들어질 테고요. 거기에다 이 전선을 교란하는 알렉스의 역할도 꽤 볼만 하겠지요. 갈수록 재밌겠어요. 기대가 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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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신' '파스타'도 막장? 그럼 진짜 막장은 뭐라 불러?

다음뉴스에 뜬 <수상한 삼형제> 기사를 보다가 갑자기 막장드라마의 정의는 무엇이며, 사람들은 보통 어떤 드라마를 막장드라마라고 하는 것일까 궁금해졌습니다. 요즘 <수상한 삼형제> 때문에 부쩍 막장드라마 논란이 많습니다. 저도 처음에 남들처럼 <수상한 삼형제>를 열심히 보았지만, 3주 전부터 끊었습니다. 이 수상한 드라마를 계속 보다가는 정상적인 정신 상태를 장담할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막장드라마의 중독성, 이유가 뭘까

사실 막장드라마에는 묘한 끌림 현상이 있습니다. 이건 절대 봐서는 안 되지 하면서도 궁금해서 눈이 가는 그런 현상 말입니다. 뭔가 특이한 행동을 하거나 옷차림을 하고 있는 사람을 보면 욕을 하면서도 계속 쳐다보는 그런 현상과 같다고나 할까요? 아니면 매운 닭발을 눈물을 철철 흘리면서도 계속 먹게 되는 그런 것과 같다고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적절한 비유를 찾기는 어렵지만 아무튼 막장드라마에 묘한 끌림 현상이 있다는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역대 막장드라마들이 대부분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사실도 그 증거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너는 내 운명>, <아내의 유혹>, <밥 줘> 등은 공통적으로 막장이란 비난을 들으면서도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들입니다. 

이런 막장드라마를 잘 쓰는 작가들에 대해서도 막장계의 거두니 막장계의 쌍두마차니 하는 표현들까지 동원하며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 현실인데요. 일단 문영남, 임성한, 김순옥, 이 세 사람이 대표주자인 것이 확실해 보이는데, 이들을 일러 막장드라마계의 트로이카라고 불러도 무난할 듯싶습니다. 

김순옥은 최근 SBS에서 방영한 <아내의 유혹>, <천사의 유혹> 시리즈로 막장계의 거물임을 증명했고, 문영남도 이에 뒤질세라 <수상한 삼형제>로 막장 경쟁에 뛰어들었습니다. 저는 한때 KBS 일일연속극 <너는 내 운명>을 보고 이 드라마를 능가할 막장은 앞으로 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곧 생각을 바꿔야 했습니다. 

<너는 내 운명>을 쓴 문은아란 작가는 반사회적이고 반윤리적인 내용에다 말도 안 되는 엉터리 같은 스토리 전개로 그야말로 막장계의 트로이카를 제치고 막장드라마를 새로 평정할 인물로 보였던 것이지만, 연이어 서영명이란 작가가 <밥 줘>란 막장드라마로 도전장을 내민 것이었죠. <밥 줘> 또한 황당한 스토리와 구성이 <너는 내 운명>에 못지않았습니다. 

막장드라마 중의 막장드라마, '수상한 삼형제'

그러나 역시 막장계의 거물이란 그냥 얻은 별호가 아니었습니다. <수상한 삼형제>야말로 전무후무, 공전절후의 막장드라마였던 것입니다. 확실히 문영남 작가는 막장드라마계의 군계일학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는 <수상한 삼형제>를 통해 막장드라마란 어떤 것인지 확실하게 보여주겠다는 듯이 막장의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경쟁자인 임성한 작가의 작품 <보석비빔밥>에도 분명 막장적인 요소가 바탕을 이루고 있지만, 아무도 <보석비빔밥>에 안티 걸 생각을 안 하는 걸 보면 바야흐로 문영남 작가가 막장드라마계의 지존으로 군림할 것이 확실해보입니다. 그런데 최근 이런 막장드라마의 범람이란 사회현상을 맞아 막장이란 말 역시 범람하는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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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삼형제>로 인해 다시 불거진 막장드라마 논란에 막장드라마란 도대체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궁금해서 미디어다음 검색창에 막장드라마를 쳤더니 엉뚱하게도 "파스타, 최악의 남녀불평등 노동막장 드라마", "최악의 막장 사기 드라마 <공부의 신>" 따위가 올라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막장드라마란 무엇인지에 대한 개념정의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그럼 위 사진의 기사처럼 <파스타>와 <공부의 신>은 정말 막장드라마일까요?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세상에 막장드라마 아닌 드라마가 어디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TV 자체가 악이라고 생각해서 아예 아이들이 보지 못하도록 집에서 TV수상기를 치워버린 분들이라면 몰라도 모든 드라마가 악일 수는 없겠지요.

그럼 <파스타>나 <공부의 신>을 막장으로 주장하시는 분들의 근거를 한 번 살펴보기로 하지요. 우선 <파스타>는 왜 막장인가? 뉴스 제목이 말하듯 지독한 남녀불평등과 부당해고와 같은 노동탄압을 소재로 했다는 게 이윱니다. 저도 이 지점이 못마땅하여 비판적인 포스팅을 한 바가 있습니다. 제목이 "파스타, 셰프의 집단정리해고 유감"이었던가 그랬지요. 

막장드라마의 유행에 아무 드라마나 막장 낙인찍는 유행까지 생겨나나

그러나 비록 유감은 있을지언정 <파스타>를 막장드라마라고 말할 수는 없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하나의 드라마가 막장이 되기 위해선 나름대로 요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막장드라마란 개념에 대한 정의는 없지만, 대체로 불륜, 폭력, 살인 등 반사회적이고 반윤리적인 내용들을 극의 전개와 상관없이 억지로 끼워 맞춰 자극적으로 만든 무개념 드라마를 말합니다.

윤경아 극본 '공부의 신'은 일본 원작만화 리메이크 작품 , '파스타'는 서숙향 극본이다.


그럼 <파스타>가 여기에 해당하는가? 최현욱 셰프(이선균)의 버럭질이나 이유 없는 부당해고, 성차별적 행위가 반사회적인 폭력에 해당한다고 말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주인공의 캐릭터와 극의 전개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에서 딱히 막장이라고 부르기엔 미흡하다고 생각합니다. 가치판단에 따라 유감을 표명할 수는 있어도 막장드라마란 낙인은 곤란하다는 것이죠. 

게다가 저는 <파스타>가 매우 잘 만든 드라마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감독의 연출도 뛰어나고 소재도 잘 골랐으며 더욱이 이선균과 공효진의 뛰어난 개인기나 타고난 매력이 돋보이는 수작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그러니 "<파스타>도 막장이야 !" 소리를 듣는 순간 매우 당혹스러웠던 것입니다.

<공부의 신>도 마찬가지 이유로 막장드라마 낙인을 찍는 것에 대해 수긍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이런 글을 쓰신 하재근씨는 교육운동을 하시는 분으로 평소 존경스럽게 생각했었지만, 이렇게 자신의 이념에 맞지 않는다고 하여 함부로 막장 낙인을 찍는데 대해선 매우 유감이군요. 강석호 변호사(김수로)의 교육관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은 저도 마찬가집니다.

특히 '주입식이 진정한 교육이라는 사상이야말로 절대적 정의'라고 주장하는 대목은 정말 이해하기 어렵더군요. 우리는 통상 '주입식 교육 때문에 우리나라의 국제경쟁력이 망했다'라는 사상을 절대적 정의로 믿고 살아왔던 사람들 아니겠습니까? 저도 <공부의 신>이 주장하는 상당부분의 교육관에 대해선 공감하지 못합니다.

막장 레테르 붙일 땐 신중해야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공부의 신>을 막장드라마라고 낙인찍는 것에 대해서도 공감하지 못하겠습니다. 비록 <파스타>나 <공부의 신>에 우리가 동의할 수 없는 내용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반사회적이거나 반윤리적이라고 할 만큼의 폭력성이 참을 수 있을 정도를 넘었다고는 말할 수 없는 거 아닐까요? 

그렇다면 <수상한 삼형제>도 마찬가지 아니냐고 반문하시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사실은 이 수상스런 <수상한 삼형제> 때문에 아무 드라마나 함부로 막장 낙인을 찍는 유행병을 고쳐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것저것 마구잡이로 막장 낙인을 찍다보면 <수상한 삼형제> 같은 진짜 막장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꼴이 되니까요.
 

막장형제, 막장시어머니, 막장며느리, 막장사돈, 막장경찰까지 총출동한 '수상한 삼형제'


이놈저놈 전부 막장인데 그깟 막장이 무에 그리 대수롭겠느냐 이 말이지요. <수상한 삼형제>는 진정한 막장드라맙니다. 거의 정신병적인 출연자들의 캐릭터라든지, 반사회적 폭력성이라든지 하는 것들이 일반적인 상식으로 참을 수 있을 정도를 넘어섰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게다가 극의 전개와 아무 상관도 없는 억지 설정들이 지나치게 많습니다.

아버지 김순경은 일선 치안대 경찰이고, 막내아들 김이상은 경찰대를 나온 경찰간부이며, 이상의 친한 여자친구는 검삽니다. 그런데도 이상이의 형 김현찰은 사채업자에게 폭력을 당하고 재산을 갈취 당합니다. 그리고 장남 김건강이 사채업자들에게 대들다가 집단구타를 당합니다. 이건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누가 이런 일을 상상할 수 있을까요?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또 이 드라마를 보는 사람들이 은연중에 이걸 현실로 받아들인다면 정말 큰 일이 아니겠습니까? 경찰 가족도 저렇게 당하는데 우리 같은 서민이야 하면서 불법부당한 폭력에도 순종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들을 하게 되겠지요. 이 수상한 드라마가 경찰청이 지원해 만드는 드라마라고 하니 실로 이 또한 수상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막장드라마 낙인 남발로 진짜 막장드라마에 면죄부 주는 일은 없어야

그런데 특이한 것은 이런 불량한 막장드라마를 쓰는 작가들이 대부분 아니 100% 여자라는 점입니다. 위에 열거한 막장 작가들도 전부 여성들입니다. 더 아이러니한 것은 이들이 쓰는 드라마가 대부분 여성비하적인 내용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슬픈 이야기지요. 이런 드라마들이 방영되는 시간대도 주로 가족들이 모여 TV 시청을 즐기는 시간이고요. 

아무튼 제가 오늘 말씀드리려던 것의 요지는 이렇습니다. 아무거나 대놓고 막장 딱지를 붙이다 보면 그 막장이란 레테르의 신뢰성도 떨어지게 되고 결국은 진짜 막장드라마에 면죄부를 주게 될 거다 뭐 이런 말씀이었습니다. 이놈저놈 다 도둑놈이라고 하다 보면 진짜 도둑놈은 한쪽 구석에서 빙긋이 회심의 미소를 띠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지요.

바로 위 사진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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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비 정부권
<파스타>, 매우 재미있습니다. 음식을 소재로 한 드라마들, <식객>이나 <대장금>이 성공한 것처럼 <파스타>도 성공할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KBS와 SBS가 야심차게 준비한 <공부의 신>, <제중원>에 밀리지 않고 월화드라마 지대를 삼분하고 있는 것은 음식이란 성공 보증수표 외에도 공효진과 이선균의 매력이 큰 몫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저는 지난 일요일에 올린 <선덕여왕 떠난 자리, 누가 차지할까?>란 글에서, 치열한 삼파전이 예상되지만 <공부의 신>에 더 높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우리나라가 가진 가장 지독한 병폐의 원천이긴 하지만 역시 채널권을 가진 아줌마들에겐 공신이 더 매력적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유승호를 비롯한 아이돌 스타들은 학부형과 더불어 청소년들을 함께 불러 모으는 힘을 가졌습니다.

그럼에도 <파스타>가 크게 밀리지 않고 선전하고 있는 것은 맛있는 소재인 음식과 공효진, 이선균 커플의 매력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아마 시간이 갈수록 공신의 위세가 더해지겠지만, <파스타>는 나름 일정한 지대를 차지하고 자기 역할을 다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공신의 자극적인 소재에 좀 밀리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역시 맛은 파스타가 좋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재미있는 <파스타>에 칼질을 하려니 마음이 아픕니다. 물론, 극의 재미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설정이란 점은 이해가 가지만 그래도 여기에 칼질을 하지 않는 것은 제 양심이 허락하지 않습니다. 이태리인 셰프가 물러나고 새로 취임한 셰프 최현욱(이선균),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여자 요리사들을 모두 해고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고급 이태리 식당의 사정을 잘 알지 못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인지도 잘 모릅니다. 다만, 어떤 경우에도, 셰프든 뭐든, 함부로 직원을 해고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습니다. 이건 법 차원의 문제를 떠나 인간적으로도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게다가 최현욱 셰프가 벌인 대량해고(거의 절반을 해고한 셈이다)는 합리적인 이유도 없었습니다.

오로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해고한 것입니다. 이 드라마의 주제 중 하나가 "내 주방에 여자는 없다!"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불가피한 설정이란 측면도 있지만, 그러나 요즘 이 사회에서 벌어지는 대량 정리해고와 실직사태를 생각한다면 좀 더 다른 방법으로 이야기를 풀어갔으면 좋지 않았을까요? 꼭 그렇게 무지막지하게 "너는 해고야!" 하는 것으로 끝내야 했을까요?

해고된 막내 공효진의 근무연수가 3년이라고 했으니 다른 선배들의 경우에는 최소한 3년 이상을 근무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그렇게 장기간을 근무한 곳에서 "너는 해고야" 한 마디에 아무 소리도 못하고 집에 틀어박혀 궁시렁거리기나 하는 요리사들도 문제가 많기는 마찬가집니다. 극중에 부주방장이 서유경(공효진)에게 한 말처럼 자기 권리는 자기가 지켜야 하는 것입니다. 


부당해고에 집단행동으로 맞서 싸울 용기가 없다면 최소한 노동부에 진정이라도 해야 되는 거지요. 하긴 노동부는 노동자를 통제하기 위해 있는 부서이지 보호하는 기관이 아니니까 거기 진정해봐야 별로 효과도 없겠지만. 아무튼 연초부터 집단 정리해고 사태를 재미있는 드라마를 통해 보게 되었다는 것은 매우 유감입니다.

이명박 대통령도 신년사에서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이 말이 사실이라고 믿는 순진한 국민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지금도 창원의 대림자동차에서는 정리해고에 맞선 천막농성이 두 달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어이없는 것은 250여 명의 노동자를 강제퇴직, 정리해고의 방식으로 정리한 이 회사의 임원 수는 오히려 늘었다는 겁니다.

또 지난해에는 쌍용자동차의 대량 정리해고 사태로 이 사회가 크게 몸살을 앓았습니다. 이런 와중에 이명박 대통령이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거짓말이거나 자신의 능력 없음을 밝히거나 둘 중 하나임에 분명합니다. 그런데 TV드라마가 한 술 더 떠 이렇게 부당해고를 공공연하고 떳떳하게 공중파에 쏘아 보내는 것을 어떻게 이해할까요?
 
작가는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대본을 썼을 수도 있습니다. 아마 그랬을 겁니다. 그러나 그게 더 문제인 것이죠. 부당한 해고가 법적으로도 위법부당할 뿐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매우 나쁜 행위이며 사회를 교란시키는 중대한 범죄라는 사실에 대한 의식이 없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커다란 불행입니다.

게다가 해고는 살인입니다. 실제로 쌍용자동차 등에서 정리해고된 이후에 발생한 자살로 인한 죽음들이 그것을 증명합니다. 그냥 재미로 보면 되지 무에 그런 것까지 신경 쓰냐고 타박을 하시는 독자도 있을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좋은 시대였다면 모르겠지만, 지금처럼 암울한 시대에 그냥 재미로 보기엔 너무나 가슴 아픈 일들이 아니겠습니까? 

저는 그리 생각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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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비 정부권
『선덕여왕』이 떠난 월화드라마, 
       최강자 자리는 누가 차지하게 될까?  

2009년 최고의 드라마는 단연 <선덕여왕>이었습니다. <선덕여왕> 외에도 훌륭한 드라마들이 많이 있었지만, 시청률로 보자면 <찬란한 유산>도 대단했고, 그러나 역시 <선덕여왕>을 능가할 만한 프로는 없었던 게 사실인 것 같습니다. <선덕여왕> 만큼 기대와 관심과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프로가 과연 있었을까요?


<선덕여왕>은 <내조의 여왕>에 이어 방영됐는데, <내조의 여왕> 또한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습니다. 김남주의 뛰어난 연기와 그녀만의 독특한 매력이 어우러진 <내조의 여왕>과 <선덕여왕>으로 MBC는 월화드라마 시간대를 평정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지난 1년간 월화드라마 지대는 MBC를 제외한 다른 방송사들은 아예 포기한 듯 보였지요.

 
그러나 여왕들의 시대가 끝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모든 방송사들이 <선덕여왕> 종영에 맞추어 새 프로그램을 내놓았습니다. 2010년 1월 4일, 이 날은 세 방송사의 신작 월화드라마들이 동시에 출시되는 날입니다. 과연 어떻게 될까요? MBC가 <내조의 여왕>과 <선덕여왕>의 기세를 타고 계속 월화드라마 시간대를 지킬 수 있을까요?  

그러나 그렇게 만만해보이진 않습니다. 우선 MBC가 너무 오랜 선덕여왕의 대장정에 진이 빠져버린 것 같은 느낌입니다. 오늘 <선덕여왕> 후속 월화드라마 <파스타>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봤습니다만, 아직 손님 받을 준비가 덜 됐다고나 할까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제 느낌일 뿐입니다만. (ps; 나중에 다시 살펴보니 그건 아니었네요. 기획의도, 제작진, 등장인물을 맨 아래에 위치시키다보니 그런 착각을 한 것 같습니다. 레이아웃이 제 취향이 아니었네요. ㅋㅋ)  

거기에 비해 KBS 월화드라마 <공부의 신>은 나름 철저한 준비를 하고 있는 듯했습니다. 홈페이지 구성도 잘 되어 있었고요. 김수로와 유승호의 배치가 뭔가 심상찮은 전의를 느끼게 합니다. 유승호는 <선덕여왕>에서 김춘추 역할을 맡았었죠. 이리 보면 김춘추의 반란인 셈입니다. 이번엔 과연 쿠데타가 성공할는지…

게다가, 오늘날 테레비 채널을 쥐고 있는 분들이 누구일까요? 아마도 이분들에겐 속 썩이는 자녀가 한 둘이 있거나 앞으로 생길 게 틀림없습니다. 이분들은 대한민국 엄마(혹은 예비 엄마)들을 말하는 것이고, 이분들의 속을 가장 괴롭히는 것은 단연 아이들의 공부겠지요. 그런 이분들에게 ‘공부의 신’이 내려오신다니, 반응이 기대 되는군요. 

그러나 MBC <파스타>도 그렇게 호락호락 한 것은 아닙니다. <파스타>가 공부에 맞서 수성전략으로 내놓은 것은 요리입니다. 요리는 전통적으로 드라마 시장에서 잘 팔리는 메뉴에 해당합니다. 허영만 화백의 원작만화를 드라마로 만든 <식객>은 요리드라마의 선구였다고 할 수 있지요. 넓은 의미에선 <대장금>도 요리드라마였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MBC가 내놓은 <파스타>는 좀 색다른 요리드라마라는군요. 전통적인(?) 요리드라마들이 마치 무협지를 방불케하는 설정이었다면, 이번엔 주방에서 벌어지는 “맛있는 사랑을 요리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고 합니다. 남자들만이 득실대는 주방에서 홍일점으로 고난을 이겨내고 마침내 성공과 사랑을 거머쥐는 공효진의 활약이 기대됩니다. 

그럼 SBS는 어떨까요? SBS는 아예 9시와 10시 시간대를 모두 드라마로 편성해 연속 방영하는 묘책을 내놓았습니다.  9시대에는 <별을 따다 줘>, 10시대에는 <제중원>으로 승부수를 띄웠군요. 상업방송답습니다. 저는 사실 SBS를 거의 보지 않기 때문에 잘 모르지만, 아무튼 치열한 승부가 예상됩니다. 

공부와 요리, 의학 드라마의 3파전, 그러나 아무래도 제가 보기엔 <공부의 신>에 점수를 좀 더 주고 싶습니다. 어떻게 하면 애들 공부를 더 효과적으로 시켜 좋은 대학 보낼까 고민하는 대한민국 아줌마들에겐 공부가 요리나 의학보다는 더 관심거리가 아닐까 싶네요. 이게 한국사회 고질적 병폐의 원천이긴 하지만, 역시 저녁 시간대 채널권은 아줌마들에게 있으니….

그러나 알 수 없는 일이죠, 여왕들이 물러간 자리를 누가 차지하게 될지. 아마도 신년 초에 벌어지는 드라마대첩에 관심을 안 갖는 (연예)블로거들은 별로 없으리라 봅니다. 이보다 좋은 먹잇감이 없을 텐데 말이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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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