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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9.20 연예블로거는 매일 테레비만 보고 살까? by 파비 정부권

어떤 저의 지인은 저에게 그렇게 물어보더군요. "야, 너는 어떻게 그렇게 매일 테레비만 보고 살 수 있냐?" 좀 황당한 질문이긴 했지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싶어 이렇게 대답해주었습니다. "아, 내가 블로그에다 거의 테레비 연속극 이야기만 쓰니까 그리 생각하는 모양인데, 사실 나 테레비 잘 안 봐."

제가 어제 <걷는사람들>이란 모임에서 매월 한 번씩 열리는 걷기 행사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남은 주당들과 한 잔 하며 그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나는 퇴근하고 집에 가면 하는 일이 거실에 드러누워 리모콘 들고 요리조리 돌리는 거 말고는 하는 게 없어요."

그러니까 이분 말씀은 리모콘에 대한 독점적 권리가 자기에게 있다는 말씀인데, 이는 다른 말로 풀어서 해석해 드리면 이런 것입니다. "나는 집안의 가부장으로서 설겆이나 청소 이런 건 절대 안 하고 오로지 테레비만 눈에 넣는다." 그래서 제가 얼른 "아이구, 아버님!" 하고 일어서서 큰절을 올렸던 것입니다. 


그분이 어떤 전통적 가부장제도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고리타분하고 전형적인 한국남자라든가 하는 것은 오늘 이야기의 주제와는 거리가 멉니다. 오늘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테레비 이야기입니다. 어쨌거나 이 고리타분한 가부장제도의 추종자는 퇴근하고 집에 가면 하는 일이 테레비 보는 것 말고는 없다는 것입니다. 

아마 제가 추정해보건대 다른 한국 남자들도 사정은 거의 비슷할 것이라고 보여집니다. 제가 아는 많은 친구들 중에도 집에서 하는 일은 테레비 보는 일 말고는 별로 없을 듯합니다. 신문도 잘 보지 않는데 책을 보고 앉아 있을 리는 만무합니다. 가족들과 사이좋게 대화를 한다? 그런 일도 상상이 안 갑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퇴근하고 나면 당구도 치고 노래방에도 가고 그러겠지요. 아니면 공원도 거닐고, 아하, 우리 동네엔 거닐 공원이 없군요. 아무튼 젊은이들은 나이든 사람들에 비해 그래도 하고 놀 일이 꽤 있습니다. 그러나 3~40대의 늙지도 젊지도 않은 어중개비들은 참 할일이 없습니다.

술먹고 놀면 되지 않냐구요? 맞습니다. 3~40대에게 가장 어울리고 현실적이라 할 만한 놀이는 바로 술먹는 놀이입니다. 실제로 많은 3~40대 놀이의 주종목은 술먹기입니다. 물론 당구를 치기도 하고 가끔 볼링도 칩니다만, 그것도 다 술먹기 운동을 위한 준비운동입니다. 

그러나 술먹기도 하루 이틀이지 매일 그짓만 하고 놀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렇다고 술 먹을 일도 없는데 달리 하고 놀 일은 없습니다. 그럼 어디 가서 무얼 하느냐. 일찍 집으로 들어가 가부장으로서 행사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권리, 리모콘 독점권을 행사하는 것입니다.   

이제 겨우 기성세대에 편입된 아직은 싱싱한 젊은이들은 테레비보다는 인터넷을 더 즐기겠지요. 그러나 역시 40대 이상의 젊지도 늙지도 않은 어중개비들에겐 테레비보다 친숙한 도구는 없습니다. 그들 중에 인터넷과 친하게 지내는 인구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다시 원래의 질문으로 돌아가겠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너는 하루에 테레비를 몇시간이나 보는 거지?" 글쎄요. 제가 하루에 테레비를 몇 시간이나 볼까요? 사실은 저도 제가 하루에 테레비를 몇 시간이나 보는지 계산해본 적이 없어서 감감하군요.

그러나 그 계산이 무슨 미적분 문제도 아니라…, 계산해보니 하루 평균 1시간이 채 안 된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월화미니시리즈와 수목드라마 60분씩 4일 하니까 240분입니다. 여기에다 일일드라마 황금물고기 30분씩 5일 하면 150분, 해서 390분, 이걸 다시 7일로 나누니 55.7분입니다.

<황금물고기>가 흥미가 있어 최근 보기 시작했지만 원래 일일드라마는 보지 않습니다. 예전에 <너는 내운명>(주인공이 소녀시대의 윤아였지요)이란 제목의 드라마 때문에 일일드라마를 끊었었지요. 제 기준에서 <너는 내운명>은 완벽한 막장드라마였습니다. 무엇보다 앞뒤가 안 맞는 시나리오가 막장이었죠.

잘 보지 않는 일일드라마를 뺀다면 실제로 하루에 테레비를 보는 시간은 겨우 30분 남짓입니다. 이마저도 잦은 술 모임 때문에 빠질 경우가 많습니다. 블로그에 포스팅을 해야 하므로 이런 경우엔 컴퓨터로 다시보기를 하긴 합니다만. 어쨌든 저는 평균적인 남자에 비해 테레비를 거의 안 보는 편입니다. 


전에는 이보다 테레비를 보는 시간이 더 많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테레비를 볼 일이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그러니까 이런 겁니다. 예전에는 뉴스를 보기 위해 반드시 9시에는 테레비 앞에 앉았지만, 지금은 9시 뉴스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보지 않습니다. 

인터넷으로 웬만한 뉴스는 이미 9시 뉴스에 나오기 전에 다 봤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김태호 총리후보가 낙마했다는 소식도 테레비보다는 인터넷에서 먼저 알게 됐습니다. 그것도 거의 실시간으로 말입니다. 요즘 가장 빠른 뉴스매체는 트위터죠.

김태호씨가 총리후보가 될 거란 소문도 이 트위터에서 가장 먼저 나왔습니다. 심지어 트위터를 보고 기사를 쓰는 신문사 등 언론들도 많이 늘었습니다. 이제 트위터를 하지 않으면 소위 낙종으로 인한 책임추궁도 면할 수 없을지 모르는 시대가 됐습니다. 

아무튼, TV 연속극 리뷰를 주로 쓰는 연예블로거라고 해서 하루 종일 테레비 앞에 앉아 있는 것은 아니란 사실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특히 저 같은 케이스는 하루에 겨우 30분에서 1시간 정도 테레비 앞에 앉아 있기도 매우 어렵다는 사실입니다. 

어제는 일요일이었지만, 저는 단 1분 아니 10초도 테레비를 보지 못했습니다. 왜냐구요? 테레비가 없는 곳에서 하루 종일 놀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테레비 보는 시간을 조금 늘릴 생각입니다. 왜냐하면, 연예블로거로서의 정체성에 좀 더 충실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래서 한가위가 지나고 나면 TV를 더 많이 보게 될 것 같습니다. 주로 드라마가 되겠죠. 그래봐야 평균으로 계산하면 겨우 몆 분 혹은 몇 십분 더 보는 게 되겠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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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