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09.08.07 외국인의 눈에 비친 서울은 어떤 모습일까? by 파비 정부권 (3)
  2. 2009.02.12 MB, 어느나라 사람이냐? by 파비 정부권 (2)
  3. 2009.02.10 대한민국은 참사공화국인가? by 파비 정부권 (3)
  4. 2008.04.25 이명박의 실용과 동원체제 by 파비 정부권 (5)
오래전에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란 책을 본 적이 있다. 홍세화란 사람이 쓴 책이었다. 1979년 남민전 사건에 연루된 그는 마침 프랑스 빠리에 회사 일로  출장 가 있다가 영원히 돌아오지 못하는 망명객 신세가 되었다. 그러다 세상이 바뀌어 2002년 고국의 품으로 돌아온 그는 현재 진보신당 당원이기도 하다.
 
에펠탑을 보려면 에펠탑으로 가면 안 된다
그는 빠리에서 살기 위해 택시운전사로 20년을 일하게 되었는데, 그때의 경험을 담아놓은 책이 바로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다. 나는 그 책을 시간 날 때마다 읽었던 부분을 다시 읽고 또 다시 읽기를 즐겨 했는데, 거기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에펠탑을 보려면 에펠탑으로 가서는 안 된다. 그럼 어디로 가야 할까? 

글쎄 그게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홍세화 선생은 빠리의 택시운전사 시절 에펠탑을 보려는 관광객들을 어느 언덕으로 안내했다고 했다. 에펠탑을 보려면 멀리 떨어져서 보아야 하는 것이다. 지리산을 제대로 보려면 지리산 속에 들어가서는 안 되는 것과 같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도 같은 이치가 아닐까.

뉴욕에서 온 남자, 도쿄에서 온 여자 - 10점
권진.이화정 지음/씨네21


                          일상은 여행처럼, 삶은 예술처럼, 
                        
                 이방인들의 새롭고 낯선 서울 생활기

       
서울에서 그들은 무엇을 보았을까?
          로버트 프리먼의 연신내 시장과 스타벅스, 에밀 고의 홍대 앞과 신사동,
          젠 아이비의 의릉과 인사동, 곤도 유카코의 연남동과 이문동, 
          얼 잭슨 주니어의 시네마테크와 고대 앞, 바또 브레이즈이 이태원,
          마크 지그문드의 낙원동과 종로통.
          작가, 아티스트 등 문화노마드들의 특별한 공간, 그리고 일상 이야기.




오늘, <뉴욕에서 온 남자, 도쿄에서 온 여자>란 책을 읽었다. 알라딘에서 보내준 책이다. 일곱 명의 외국인을 두 명의 한국인이 인터뷰한 내용이다. 외국인의 눈에 비친 한국은 어떤 모습일까?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는 마치 에펠탑의 그늘 밑에서 실제 에펠탑이 어떤 모양인지도 모르면서 에펠탑을 다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이들이야말로 적당한 거리에서 우리를 제대로 살펴볼 수 있는 눈을 가진 것을 아닐까? 그들의 눈에 비친 한국, 특히 서울의 모습은 다양했지만 공통점이 있었다. 그들에게 서울은 서울이라는 것이었다. 서울은 뉴욕도 아니고 도쿄도 아니다. 서울은 서울만의 특징이 있다.

청계천 공사 이후 사라지는 오래된 전통 유산들
인터뷰어의 한 사람인 에밀 고는 이렇게 말한다. "이렇게 서로 다른 성격이 공존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에요. 서울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이런 거죠." 그러나 이런 공존도 서서히, 최근에는 보다 급속하게 종말을 고하고 있다. 그는 청계천이 개발된 것에 내심 불만이다. 이제 청계천에는 트렌디한 레스토랑과 커피숍이 넘쳐난다.

이명박 대통령이 최고의 치적으로 자랑하는 청계천 복원 공사가 기실 외국인의 눈에는 그저 환경파괴 이상이 아니었던 것이다. 유럽풍으로 뒤바뀌고 있는 청계천 주변은 유서 깊은 서울의 참 모습이 존재하는 곳이었다. 어쩌면 몇 년 내에 우리는 이런 모든 오래된 유산들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

서울은 점차 능률이란 이름으로 서구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그 속에는 전통의 냄새가 배어있는 특이한 도시였고 그런 점이 이들 외국인의 눈에는 보였다. 그런데 이런 전통들, 서구화의 바람 속에서도 명맥을 유지하던 옛 모습들은 어느 날부터 갑자기 하나씩 사라지기 시작하더니 이젠 급속하게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그 중에 대표적인 경우가 재래시장이다.

재래시장들은 월마트나 이마트 같은 대형마트들에 밀려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재래시장이 사라진다는 것은 편리함 대신에 자기만의 스타일을 잃는 것과 같다. 서울의 재래시장은 '파리나 런던 같은 체계적인 곳에서는 도저히 발견할 수 없는 자연스런 서울의 색깔'이다. 그런데 이 고유의 색깔이 파괴되고 있는 것이다.

환경파괴의 다른 말 재개발, 개발이익에 떠밀린 인간성도 파괴한다 
자본과 이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정부의 입장에서 보면 이것은 파괴가 아니라 개발이다. 아이러니지만, 이처럼 하나의 현상을 놓고도 마치 수백광년이나 떨어진 곳에 사는 사람들처럼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는다. 뉴욕에서 온 젠 아이비는 묻는다. "그'개발'이라는 것이 뭡니까?" 그의 질문처럼 과연 개발이란 무엇일까?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발은 경제적 이익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개발로 인해 한 쪽은 엄청난 돈을 벌고, 다른 한 쪽은 생존의 기본 터전마저 잃게 되는 불운에 빠지는 게 바로 개발이다. 그리니 개발을 간단히 요약해서 말하자면, '너 죽고 나 살자!' 쯤 되는 것이 아닐까? 개발, 알고 보니 실로 무서운 말 아닌가. 

우리는 얼마 전, 개발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게 된 철거민들의 저항을 보았다. 그리고 여섯명의 죽음도 보았다. 용산참사다. 용산에서 벌어진 철거민들의 아픔 뒤에는 삼성이라는 대한민국 최대 재벌의 개발이익이 있었다. 삼성은 용산을 개발하지 않아도 대한민국 1등 기업이다. 그러나 용산 철거민들은 용산이 개발되면 죽는다.

외국인의 눈에 비친 서울의 모습…, <뉴욕에서 온 남자, 도쿄에서 온 여자>를 읽으며 나는 많은 생각을 했다. 물론 이 책은 이런 따위의 무거운 주제만을 다루고 있는 책은 아니다. 인터뷰를 책으로 엮은 만큼 부드럽다. 책 속 곳곳에 배치된 사진들, 서울의 모습들은 독자들의 눈도 즐겁게 해준다. 

외국인을 통해 우리가 볼 수 없는 우리의 참 모습을 발견
도쿄에서 온 여자가 본 한국인의 술버릇에 관한 이야기도 있으며, 차가운 마룻바닥에서 아프리카 춤을 배우는 열정적인 한국인의 모습도 그려진다. 한국의 영화와 드라마에 관한 이야기도 나온다. 실제로 젠 아이비는 배우로도 활약했다. 그는 '성공시대' '명성황후' '슬픈 연가' '원더풀 라이프' '올인' 등에 출연했다.

무엇보다 이 책은 우리가 우리 눈으로 보지 못하는 우리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러나 부드러운 필치로 아름다운 사진과 더불어 보여주는 매우 매력적인 책이다. 나는 이 책을 몇 시간 만에, 순식간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빠르게 읽어냈다. 그만큼 재미도 있었다는 말이다. 마치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을 감상하는 기분과 더불어….

그렇다. 이들 외국인은 우리를 비추어주는 거울이었으며 에펠탑의 참 모습을 보여주는 언덕이었다.            파비   

본 도서 리뷰는 TISTORY와 알라딘이 제공하는 서평단 리뷰 포스트입니다.
Posted by 파비 정부권

오늘 신문사설을 보니 참으로 기가 막힌다. 청와대가 호주산불참사에 대해 위로의 전문을 보내고 유족에 조의를 표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창녕 화왕산 산불 참사로 희생된 국민에 대해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경남도민일보는 사설의 마지막을 이렇게 적고 있다.

유난스레 국민 한사람 한사람을 아주 소중히 여기는 듯 보여주기식 언행을 하면서 졸지에 화마에 목숨을 잃은 사람에 대해선 안중에도 없는 청와대를 보면서, 지방민은 이래저래 아주 언짢다.
도민일보사설보기 http://www.i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279168

황왕산 정상에서 불길에 쫓기는 사람들 /사진=경남도민일보

나는 기분이 언짢은 정도가 아니다. 우리가 도대체 어느 나라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아 놓았단 말인가? 시중에 MB는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라 일본사람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돌아다니기도 했었다. 물론 별로 신빙성 없는 얘기다.

그러나 사람들 중에는 MB의 외모를 트집 잡아 사실일 것이라고 믿는 사람도 있다. 또 그가 일왕이나 일본총리를 만나 했던 행동이나 말들을 보면 그런 트집이나 우스갯소리가 나올 법도 한 일이란 생각도 든다.

그런데 나는 최근 MB의 행보를 보면서 진짜 저 사람이 우리나라 대통령이 맞는지 의구심을 지우지 않을 수 없다. 얼마 전 용산철거민 참사가 났을 때도 그랬다. 그는 우선 화마에 희생된 국민에게 조의를 표하기보다 철저한 진상규명을 지시했다. 당연히 진상규명을 지시하는 것은 옳다.

그러나 불법시위를 밝혀내고 처벌하라는 명령이라는 걸 모를 정도로 검경이 그리 멍청하진 않을 것이다. 뒤이어 한나라당 신지호 의원을 필두로 살기위해 건물옥상에 올라간 철거민들을 테러범으로 규정하는 발언들이 나왔다. 나는 아직까지도 대통령이 유족들에게 조의를 표했다거나 위로했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

그리고 불과 20여일 만에 대형 참사가 이번에는 서울을 벗어나 지방에서 벌어졌다. 창녕 화왕산에서 정월 대보름 억새태우기 행사 도중 4명이 죽는 등 70여 명 가까이 화마에 변을 당했다. 그런데 정부측 입장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지자체에서 발생한 일에 일일이 언급하는 건 좋지 않다.”고 말했다 한다.

남의 나라 국민이 죽은 것에는 위로도 하고 조의도 표하면서 제나라 국민이 죽었는데 조의는커녕 논평할 것도 없다니. 대통령이 이렇게 중요한 자리였던가. 대통령 하나 바뀌니 나라가 송두리째 바뀌었다. 나라가 온통 제정신이 아니다.

작년 이맘때 숭례문이 화재로 소실되고 난 다음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금모으기 운동을 해서 숭례문을 복원하자고 제안했을 때 ‘저사람 제정신이 아니구나.’ 하고 생각했었다. 사실 숭례문화재의 1등 책임은 MB에게 있지 않았던가. TV에 나온 그의 모습을 보며 나는 그가 제정신이 아니거나 얼굴이 대개 두껍다고 생각했다.  

화왕산 참사 당일 억새태우기 행사 /사진=경남도민일보

청계천 복원과 숭례문 개방은 MB가 서울시장 재직 시 보여준 대표적 전시행정의 케이스다. 청계천에 수돗물이 흐른다는 소문이 나돌고, 숭례문은 토지수용 개발보상금에 불만을 품은 한 노인에 의해 불타버렸다. 전시행정의 끝은 늘 이렇다.

그러나 내가 오늘 화가 나는 것은 그 때문만이 아니다. 온갖 전시행정으로 제자랑 늘어놓기에 열심이었던 자들이 막상 제나라 국민의 죽음 앞에서는 한마디 말이 없다. 남의 나라 사람 걱정은 하면서 제나라 사람 걱정은 한마디도 안한다.

사설란 옆에 보니 <전의홍의 바튼소리>가 있다. 바튼소리의 제목이 의미심장하다. “호주 불 챙긴 청와대, 창녕 쪽엔 ‘불구경 관심’” 그러고 보니 서울을 뺀 지방민은 위로 받을 국민도 되지 못하고 의례적인 조의를 받을 이웃도 되지 못하는 모양이다. 그저 불구경 대상일 뿐.

정말 우리는 어느 나라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아놓은 것일까?

2009. 2. 12.  파비

Posted by 파비 정부권

어제 밤, 정월 대보름달이 휘영청 세상을 밝혀주는 그 시간, 경남 창녕 화왕산 정상에서는 참혹한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제가 처음 뉴스를 접한 시간은 8시경. 급히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을 켜자 사건현장을 찍은 동영상이 올라와 있었습니다.

불지옥, 아비규환이 따로 없어
수만 평에 달하는 화왕산 정상이 불바다로 변해 있었고 그곳을 향해 사람들이 안타까운 비명을 지르고 있었습니다. 소방관 몇 명이 황급히 뛰어갔지만 속수무책. 불바다 한 가운데 10여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갇혀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불길을 피하고 있었습니다.

불길에 쫓기는 관람객들. 사진=경남도민일보


불과 사람이 구분이 잘 안갈 정도였습니다. 정말 끔찍했습니다.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찍은 동영상을 보며 마치 제가 현장에 있는 듯 너무 놀라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습니다. 오늘 경남도민일보에 난 기사를 보니 4명이 죽고 2명이 실종되었으며 50여명이 부상했는데 중상자가 많아 사망자가 더 늘어날 것 같다고 합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어제의 사고가 이미 3년 전에도 발생했으며 경남도민일보에서 크게 질책하는 기사를 썼었다는 사실입니다. 다행히 당시에는 돌풍은 불지 않아 어제 같은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행사참가자들은 죽을 고비를 넘기고 창녕군청 홈페이지를 거의 마비시킬 정도로 항의했었다는 것입니다. 이미 예견된 참사였던 것입니다.

경남도민일보 3년전 기사 http://www.i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178137
블로거 봄밤
http://metablog.idomin.com/blogOpenView.html?idxno=59184

화왕산 억새태우기 행사는 3년마다 한 번씩 여는 행사입니다. 이번이 제 기억엔 세 번째 하는 행사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미 이전 행사에서 충분히 참사가 예견됐고 지적이 있었음에도 이번에 또다시 아무런 준비 없이 행사를 강행했습니다. 도민일보의 3년전 기사제목을 보십시오.

화왕산 억새태우기, 운영미숙에 ‘아수라장’


작년 오늘, 숭례문이 불탔다
오늘은 2009년 2월 10일입니다. 작년 오늘, 그러니까 2008년 2월 10일에 무슨 일이 일어났습니까? 숭례문이 불탔습니다. 600년을 말없이 한자리를 지켜오던 숭례문이 불에 타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왜란과 호란, 동족상잔의 포화 속에서도 근엄하게 자리를 지키던 숭례문이 불타버린 날입니다.

숭례문 화재의 책임은 근본적으로 현 이명박 대통령에게 있다는 것이 중론이었습니다. 그가 서울시장 재직시절 숭례문을 개방한 것입니다. 이명박이 최고로 내세우는 업적 중에 하나가 청계천 복원이었습니다. 물론 그게 사기라는 말도 있고, 거기 흘러내려가는 물이 수돗물이란 말도 있습니다. 엄청남 돈을 매일 청계천에 흘려보낸단 말이지요.

그런데 대개 그런 소문들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시골에 사는 우리 같은 사람들이야 청계천에 수돗물이 흐르든 벽계수가 흐르든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그러나 숭례문이 불탄 것은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입니까? 그때도 그런 지적이 있었습니다. 숭례문 방화가 예견되는 몇 차례 사건이 있었고 언론에 보도도 했었다고 말입니다.

그때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사태 수습책이 걸작이었습니다. 금모으기 운동을 제안했었지요. “IMF 위기 때도 금모으기 운동으로 단결된 힘을 보여주었다. 이번에도 금모으기를 해서 숭례문을 복원한다면 국민저력의 상징이 될 거다.” 그때 알아보았어야 했습니다. 그는 정상이 아니었습니다.

사고 부르는 전시행정, 비판에는 귀 닫아
그러나 MB만이 정상이 아닌 것이 아니었습니다. 온 나라가 제정신이 아니었습니다. 부산의 한 체육관에서는 기독교도들이 모여 돌아가면서 부산의 절간과 전국의 절간을 불태우는 기도회가 열리기도 했습니다. “범어사가 불태워 없어지도록 기도합시다. … 사상구의 모든 절간들이 불태워지도록 기도합시다. … 동래구의 모든 절간이 불태워지도록 우리 모두 기도합시다. ……”

용산참사현장. 사진=칼라TV


지난 1월 20일 벌어진 용산참사는 제정신을 상실한 이 정권의 말기적 증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이었습니다. 용역깡패들의 횡포에 못이긴 철거민들이 빈 건물 옥상을 점거하고 신나로 바리케이드를 쳤을 때, 그곳이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 제정신이 박힌 경찰청장이라면 충분히 알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들은 불과 하루도 못 견디고 특공대를 투입했습니다. MB가 그토록 부르대는 속도전 때문이었겠지요. 경찰청장 자리에 앉혀준 MB에 대한 충성심 때문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그들은 위험물질이 가득한 곳에다 밑에서 불을 지피고 물포를 쏘아댔습니다. 정신들이 모두 나간 것입니다.

그러더니 보름달이 휘영청 온 천지를 비추던 어제 밤에는 참사행렬이 서울을 벗어나 제가 살고 있는 경남에서도 벌어졌습니다. 정신 나간 전시행정에 아까운 생명 넷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둘은 실종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50여명이 다쳤습니다. 중상자가 많아 희생자가 더 늘어날까 걱정입니다.

엄청난 비난과 비판에도 똑같은 사고 재연
앞서도 말했듯이 이번 사태는 충분히 예견된 사고였습니다. 3년 전 신문기사 제목만이라도 유념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절실합니다. “화왕산 억새태우기, 운영미숙에 ‘아수라장’”
<경남도민일보 2006. 2. 14>

그런데 그들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하던 대로 전시행정을 되풀이했습니다. 요즘은 속도전 시대이니 거칠 것 없이 밀어붙이는 게 정상으로 보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 전시행정에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고 다치고 실종됐습니다. 실로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통곡할 일입니다.

아, 어쩌다 나라가 이 지경이 되었습니까? 경제를 살리라고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뽑아놓았더니, 스스로 경제의 달인이라고 자랑하던 MB는 진짜 ‘개콘’의 달인 같은 짓만 하고 있습니다. 그 '개콘' 달인 짓을 또 지방나리들이 따라 합니다. 나라는 온통 부구덩이 천지입니다. 얼마 전 용산참사와 숭례문 참사를 비교하며 했던 말이 다시금 생각납니다. “이 정권은 불로 시작해 불로 망할 것이다.”

그러나 그 고통은 야속하게도 MB가 아니라 국민들이 짊어지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MB를 포함한 위정자들이 정신을 차린다는 것은 참나무에 물고기가 열리길 바라는 것과 같습니다. 모두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것 같습니다. 안 그러면 정말 무시무시한 불덩어리가 우리 모두의 머리위에 사정없이 떨어질지도 모를 일입니다.

2009. 2. 10.  파비

ps; 참고로 2006. 2. 14일 도민일보 기사에 달린 댓글입니다.

(.XXX.XXX.) 2006-02-14 11:01:53
좋은 기삽니다.
좋은 기사

ㅇㅇ(.XXX.XXX.) 2006-02-14 13:26:45
기사를 읽어보니
평소 도민일보를 주의깊게 읽는 사람이오만... 매번 날카롭고 예리한 지적 참으로 속시원하긴 합니다만... 이번기사는 소설 같이 썼구료... 내 그날 가보진 않았소만... 기승전결에 복선까지 준비한 이번기사는 마치 한편의 드라마 같구랴...도민일보는 도민들을 위한 이런 행사한번 추진해볼 의향은 없소? 진보주의자들의 습성중 하나가 남 약점 꼬집는 것이긴 하더라만... 정작 도민일보가 문화사업을 추진하는것은 보기 힘들구랴...

 
참가자(.XXX.XXX.) 2006-02-15 20:29:59

기사대로 죄다 사실입니다

아이들 데리고 갔다가 달집과 억새타던 모습과 불꽃놀이가 절경이었는데, 불이 번지는 중에 억새밭에 사람이 대피하고 있었고, 내려올 땐 사람들이 뒤엉킨 것도 길이 얼어버려 미끄럼 타고 어른들은 여기저기 넘어지고 우리아이도 엎어지고 매표소에 내려오니 10시가 넘었더군요.
내려오며 사람들 하는 이야기가 다시는 화왕산에 안 온다며 앞서 좋은 구경한 것을 완전히 잊어버렸을 정도로 힘들었답니다. 기사는 소설같지만 쩝- 사실이랍니다.
Posted by 파비 정부권
 

옛날, 직장에서 있었던 이야기다. 만년 부장으로 퇴역할 거 같던 생산부장이 마침내 별을 달았다. 이사 발령을 받은 것이다. 물론 ‘대우’라는 꼬리표를 달긴 했지만, 부장과 이사는 하늘과 땅 차이다. 당장 대우도 달라진다. 공장 정문에 그의 차가 들어서기 전에 이미 경비원들이 도열해서 경례할 준비를 하는 것은 사소한 의전에 불과하다. 그야말로 모든 게 달라진다.


내가 다니던 그 회사는 출근시간이 8시 반이었다. 그런데 이 신참 이사님은 별을 달자마자 7시에 출근해서 공장을 청소하고 다니기 시작했다. 이제 별도 달았으니 뭔가 모범을 보여야할 순서가 된 거라고 생각하신 것일까. 그 다음날부터 부장, 과장들도 함께 7시에 출근해서 공장을 청소하기 시작했고, 다시 다음날이 되자 현장의 직장, 반장들도 모두 빗자루를 들고 공장의 아침을 쓸기 시작했다.


생산부서의 부장, 과장, 직·반장들이 모두 빗자루를 들고 공장을 쓸고 다니는 모습은 희한한 진풍경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일과를 짜고 작업지시를 해야 할 일선 과장들과 직·반장들이 아침부터 공장 쓸기에 바쁘니, 현장 종업원들만 살판났다. 보통 8시 15분쯤 되면 집합해서 교육 겸 작업지시 받고 현장으로 투입되는데, 이 일이 생략된 것이다. 살판만 난 게 아니라 재미있는 눈요기까지 제공해주니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을까. 물론 이런 진풍경도 그리 오래가지는 못했다. 


현대건설 신화를 이룩한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은 매일 새벽에 자기 자식들을 저택으로 불러 모아 조반을 함께 했다고 한다. 물론 며느리들도 새벽부터 움직여야 했다. 그리고 꼭두새벽부터 종로 계동에 있는 본사로 출근한다. 전날 아무리 술을 많이 먹은 직원이라도 회장님이 오시기 전에 출근해야 하는 것은 불문율이다. 이 법을 어기면 여지없이 구둣발인지 워카발인지가 날라 온다고 했다. 역시 신화 속 이야기다.   


아마 이명박 대통령도 이런 정주영 회장의 밑에서 일을 배우며 현대건설 신화를 함께 이루었다는 자신감에 뿌듯할 것이다. 불도저식 경영철학도 이때 얻었을 것이다. 노점상들을 힘으로 밀어내고 청계천에 콘크리트로 바닥을 깔아 한강의 물을 길어다 흘러내리게 하는 청계천 복원의 대역사도 그런 자신감으로 만들었을 것이다.


 그 이명박 대통령이 아침 8시에 국무회의를 한다고 한다. 대통령과 장관들이 아침 8시부터 회의를 하려면 그 밑에 국장들과 실무팀들은 도대체 몇 시부터 움직여야 할까. 열심히 일하는 모습은 정말 보기에 좋다. 그런데도 나는 왜 꼭두새벽부터 빗자루를 들고 공장을 어지러이 다니던 그 신참 이사님의 모습이 연상되는 것일까?


이명박 대통령은 눈만 뜨면 실용을 외친다. 마치 실용만 잘 하면 죽었던(?) 경제가 살아나고 국민들이 모두 부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런데 그런 그의 실용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과거 개발독재 시대의 밀어붙이기에서 별로 나아진 것이 없는 것 같다. 기껏 8시 국무회의로 공무원들을 건설사 부하직원 다루듯 닦달하면서 미국에 가서는 쇠고기 전면수입개방이란 선물을 내놓으며 아첨을 떤다.


어쩌면 수백억대의 재산을 가진 부자가 생각하는 실용과 우리 같은 서민들이 생각하는 실용은 개념 자체가 완전히 다른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앞으로 진행될 이명박 정부의 정치, 경제, 외교적 실용이 도대체 어떤 것인지 관심가는 대목이기도 하다. 다만 걱정스러운 것은 이명박의 ‘실용’이란 것이 결국 나라와 국민을 다시 ‘동원체제’로 만들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구심이 자꾸 든다는 것이다. 



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