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천수'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0.08.04 <동이> 장무열, 사극 역사상 최고의 인면수심? by 파비 정부권 (3)
  2. 2010.07.14 동이 아버지의 무고가 밝혀질 수 없는 이유 by 파비 정부권 (24)
<동이>에 마침내 검계가 다시 등장했네요. 검계를 재건한 사람은 동이의 어린 시절 동무였던 ‘게둬라’. 동이를 일러 천민의 왕이라고 할 때는 저는 정말로 웃음이 나왔습니만, 왜냐하면, 그리 보면 논두렁에서 농부들과 막걸리를 즐겨 마시던 박정희나 검은 선글라스를 끼고 그 모양을 흉내 내는 MB도 천민의 왕일까 해서 말입니다.   

하지만 동이가 검계의 수장 최효원의 딸이란 사실은 그런 가정이 영 엉터리는 아니란 생각을 하게 합니다. 검계. 이 드라마에서 검계란 조직은 그렇게 썩 목적이 분명한 조직은 아닙니다. 치밀한 체계와 연락방식, 잘 훈련된 군사조직에 비해 이 검계란 단체가 대체 무얼 하려는 것인지에 대해선 모호하다는 얘깁니다.

수장어른으로 불리는 최효원은 절대 살생을 금지했습니다. 그는 마치 인도의 간디처럼 비폭력 평화주의 노선을 추구했던 것일까요? 그는 음모에 휘말려 죽을 때도 사실을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그를 그토록 아꼈으며 그 자신도 역시 존경해마지 않던 포도청 종사관 서용기를 보호하기 위함이었습니다.

혁명조직의 수장이 된 겁쟁이 게둬라

△ 검계 수장이 되어 나타난 어릴 적 겁쟁이 게둬라


그런데 그런 의문이 드는 것입니다. 서용기의 안위가 수많은 검계 동지들, 아들과 딸의 생명보다 소중했을까요? 무장까지 갖춘 혁명조직의 수장이 그토록 나약한 감상주의에 사로잡혀 있었다는 게 저로서는 이해도 안 되고 용납도 안 됩니다. 도대체 검계는 무엇 때문에 만들어진 것일까요?

그러나 아무튼 거기에 대해 <동이>가 친절하게 설명해 줄 의도는 별로 없어 보이므로 우리도 더 이상 찾을 길 없는 답을 찾는 수고는 그만 두도록 합시다. 검계를 재건한 새로운 수장 게둬라는 원래 무척 겁쟁이였습니다. <동이> 첫 편에서 대사헌 장익현이 죽음을 당하던 장면에서도 당찬 동이에 비해 게둬라는 사시나무 떨듯 했습니다.

게다가 게둬라는 그다지 머리가 좋아보이지도 않았습니다. 그는 겁쟁이에다 머리도 별로 안 돌아가는 답답한 소년이었던 것입니다. 그랬던 게둬라가 검계를 재건했습니다. 그 시대의 천민에 비해 훨씬 발달했다고 말할 수 있는 오늘날 노동자들이 노조 하나 만들기도 하늘에 별따기처럼 어려운 판에, 게둬라는 혁명조직, 반국가단체 검계를 재건한 것입니다.
 
실로 대단합니다. 눈앞에서 죽어간 아버지와 형님들과 동이의 모습을 생각하며 절치부심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한갓 겁쟁이였던 게둬라가 세상을 뒤엎을 혁명가로 변신한 것입니다.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한 소년의 가슴에 타오르는 복수심이 세상을 태우는 뜨거운 증오의 불길로 화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만 생각하기엔 뭔가 미심쩍은 구석이 너무나 많습니다. 게둬라가 아무리 어린 나이였다고는 하나 검계를 재건할 정도의 야망을 가진 사내라면 최효원이 만든 검계의 원칙쯤은 알고 있어야 합니다. 양반, 상민을 불문하고 불필요한 살생을 해선 안 된다는 검계의 원칙은 하나의 신조였습니다.

검계의 비밀을 알고 있는 한성부서윤 장무열 

그런 검계가 무차별적으로 양반을 살해합니다. 연쇄살인사건이 재발한 것입니다. 그 대상은 철저하게 양반. 그런데 이번엔 보통의 양반이 아니라 나라를 뒤흔들 정도의 살인 계획을 세웁니다. 도대체 누구를 살해하려는 것일까요? 그 대상은 다름 아닌 동이였습니다. 왕자의 어머니 숙원마마 동이.

△ 재건된 천민들의 비밀조직 검계의 수뇌 회의 장면


동이는 왕자를 생산했습니다. 숙종에게 비와 빈을 비롯해 많은 후궁들이 있었지만 왕자를 생산한 것은 오로지 장희빈과 동이뿐이었습니다. 그러므로 동이에 대한 이야기가 장안에 파다하게 퍼져 있었을 것임은 자명한 일입니다. 정보에 누구보다 친숙한 검계의 수장이 동이에 대해 모를 리가 없습니다.

천민 출신에다 무수리, 궁인을 거쳐 승은을 입고 후궁이 된 동이에 대해 (어릴 적 동무였던 동이란 사실은 모를지라도) 검계가 모른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어떤 의구심도 없이 무작정 동이를 죽이겠다고 나선다는 스토리가 저로서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것입니다. 함부로 살생하지 말라는 원칙도, 천민 출신 동이에 대한 어떤 고려도 없는 검계?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이 의문에 대하여 <동이>는 하나의 힌트를 주었습니다. 바람처럼 나타난 장무열. 그가 바로 힌트였습니다. 장무열의 등장과 재건된 검계의 활동 재개가 우연의 일치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둘의 등장엔 나름 계산된 음모가 있을 것이 분명하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기 때문입니다.

내금위장 서용기의 방문 그리고 숙원과 차천수 종사관―그러고 보니 오작인(검시원) 출신 천민 차천수가 종사관이란 고급 관료가 됐군요―의 움직임에 고심하던 한성부 서윤 장무열에게 그의 직속 부하가 이런 질문을 했지요. “나으리, 검계도 이제 잡아들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니 이게 무슨 말씀? 지방을 떠돌다 이제 갓 한성부에 입성한 장무열이 어떻게 검계의 재건을 알고 있을까요?

권력을 위해 죽은 아버지도 이용한다?

거기다 그들은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든지 검계를 일망타진할 준비까지 되어 있는 모양입니다. 장무열이 아무리 뛰어난 인물이라도 이게 가능한 얘기일까요? 장무열은 우리에게 하나의 힌트를 더 주었습니다. 그는 전 좌의정 오태석을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말했지요. 

△ 장희빈과 손잡은 장무열, 그의 속셈은 뭘까?


“나는 당신이 내 아버지를 살해한 원흉이란 사실을 알고 있소. (검계에게 양반 연쇄살인사건의 누명을 씌운 것도 말이요.) 그러나 걱정 마시오. 나는 당신을 해치진 않을 것이오. 남인이 다시 권세를 잡기 위해선 그런 것쯤은 덮어둘 수도 있고, 당신과 손을 잡을 수도 있소.”  

정말 무서운 사람입니다. 그는 이미 오태석이 벌인 범죄행각을 알고 있으며, 검계에 대해서도 소상히 알고 있는 듯이 보입니다. 그를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시 저 자가 검계의 재건에 관여한 것은 아닐까? 어쩌면 검계는 그이 수작에 놀아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전에 추노에서 노비당이 그랬던 것처럼….’

다행히 검계 수장 게둬라는 차천수와 동이의 존재에 대해 미리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 검계와 동이가 엇갈린 행보 속에 불행한 대립을 할 가능성은 많이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장무열이란 존재는 불안하기만 합니다. 그는 정말 아버지의 원수조차 정치놀음에 이용할 정도로 냉혈한일까요?

이 마지막 싸움에서 그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현재로선 그는 장희빈의 편에서 동이를 압박해 들어가는 쪽입니다. 정녕 장무열이 아버지를 죽인 원수와 손을 잡고 정치적 출세를 선택하게 된다면 이는 조선 성리학이 가르치는 충효사상에도 어긋나게 되는 것이니 그야말로 폐인 중에 폐인이라 아니할 수 없을 것입니다. 

장무열은 참으로 인간의 탈을 쓴 짐승일까?

△ 죽어가면서도 동이에게 수신호를 남긴 아버지 장익현을 장무열은 설마 잊기로 한 것일까?

마음이 무겁습니다. 그러나 혹여 그런 생각도 해봅니다. 혹시나 동이가 수신호의 비밀, 8, 5,10, 5의 비밀을 밝혀내게 되고, 그것이 장익현 영감의 죽음에 대해 몰랐던 새로운 비밀(결국 장희빈과의 관련성 정도이겠지만)을 들추어내는 계기가 되어 장무열의 심경에 변화를 일으키게 된다면? 그래서 장희빈과 오태석에게 등을 돌리게 된다면?

아무튼 지금으로선 마음이 매우 무겁습니다. 장무열이 지금 보이는 모습으로 계속 나간다면 그는 사극 역사상 최고의 인면수심이었다는 평가를 받게 될 겁니다. 아무리 그렇지만 있을 수 없는 일 아닙니까? 자기 아버지를 죽인 원수와 한배를 타고 희희낙락한다는 것이.

하지만 아직은 알 수 없는 일이니, 좀 더 지켜보기로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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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비 정부권
동이의 비밀을 알게 된 서용기, 그러나…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동이의 아버지와 오라버니, 그리고 검계의 무고는 공개적으로는 절대 밝혀질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왜냐? 검계는 조선의 근간을 흔드는 혁명조직이기 때문입니다. 요즘 식으로 말하자면 반국가단체가 바로 검계인 것입니다. 동이의 아버지는 그 검계의 수장이었습니다.


조선은 다들 아시다시피 철저하게 법에 의해 유지되는 나라입니다. 그 어떤 시대보다 법도를 중히 여기는 나라가 조선입니다. 혼례식에 착용하는 복장에 대해서까지도 규정을 해놓았다고 하니 가히 법의 위상이 어느 정도였을지 짐작이 갑니다.

왕조차도 이 법도 앞에서는 힘을 쓰지 못합니다. 내명부의 일은 왕후의 소관이므로 임금이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것도 법도였습니다. 좌상이며 남인의 영수인 오태석이 말했듯이(사실 이런 생각은 오히려 서인들이 가진 신조라고 일전에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만) 조선은 사대부의 나랍니다.

왕이라고 해서 법도에 어긋나는 일을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검계는 조선의 근간, 즉 반상의 법도, 지배와 피지배의 질서 따위를 부정하는 조직입니다. 그들은 그들의 신조를 달성하기 위해 무장까지 갖춘 군사반란 세력입니다. 유사시에 이들은 왕을 향해 칼을 겨누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왕은 이들을 절대 용서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임금은 동이를 너무나 사랑합니다. 게다가 이미 검계란 조직은 와해된 지 오래 됐습니다. (글쎄 이 대목이 좀 그렇습니다. 분명 차천수는 살아남아 검계를 다시 부활시키고 동이를 보호하겠다는 다짐을 죽어가는 동이의 아버지에게 한 걸로 압니다만, 천수는 무얼 하고 있는 건지.) 

잘 훈련된 무장혁명세력 검계. 단상에 선 지휘자가 검계 수장, 동이의 아비다.


그래서 숙종은 동이를 어떻게든 용서하고 싶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럴 수가 없습니다. 왜냐? 임금은 신하들의 뜻을 물리치고 법도를 어길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임금은 절대로 검계란 혁명조직을 용인해서는 안 되며, 그 검계 수장의 딸을 후궁으로 앉혀서도 안 되고, 용서해서도 안 되는 것입니다. 

내금위장 서용기가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12년 전 사건의 진실을 파헤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마 그렇게 될 것 같습니다. 진실 규명에 대한 시청자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을 결코 제작진이 외면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사건의 진실, 동이 아버지의 무고는 밝혀지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동이의 일부 측근들에게만 해당되는 일입니다. 동이 아버지의 무고를 밝히는 것은 바로 동이를 죽이는 일이 되기 때문에 이 일은 영원히 비밀에 붙여져야 합니다. 차천수는 동이의 가장 든든한 보호잡니다. 천수는 미리 동이를 위해 동이의 새로운 인적사항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자기 부친을 죽인 원수의 자식임을 알면서도 동이를 보살피는 서용기도 대단한 인물입니다. 그는 사실 이미 동이가 궁궐 천비 시절에 그녀를 알아보았습니다. 동이가 강하게 부정하는 바람에 그냥 넘어갔지만, 여전히 그는 미심쩍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가 그녀를 찾았던 것은 원수의 자식을 죽이기 위함이 아니라 어린 그녀를 보살피지 못한 죄책감에서 나온 것이었다는 것을 우리는 그의 눈빛을 통해 알고 있었습니다.

서용기와 차천수, 그리고 심운택, 이 세 사람에 의해 동이의 사연은 철저하게 비밀에 붙여지게 될 것이고 동이는 천수가 만들어 낸 아버지 최효원의 새로운 삶을 이어받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숙종은 그녀의 아버지에게 벼슬도 추증하게 되겠지요. 이건 또 하나의 가정입니다만, 어쩌면 장옥정 일파도 동이의 정체를 알게 될지도 모릅니다.

동이에게 동이의 비밀을 알고 있다고 말하는 서용기


그러나 결국 그들도 비밀을 함구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서용기와 심운택이 그들이 12년 전에 벌였던 일, 즉 양반 연쇄살인사건을 벌인 주범이며 이를 검계에 뒤집어 씌웠다는 사실을 밝혀낼 것이기 때문입니다. 추측컨대 이 두 개의 비밀은 암묵적으로 거래의 대상이 될 것입니다. 

만약 그렇게 이야기가 흘러간다면 서용기는 심각한 갈등에 휩싸이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그는 부친의 원수를 갚기 위해 모든 비밀을 폭로할 것인가, 동이를 보호하기 위해 비밀을 묻어야 할 것인가 두 갈래 갈림길에서 고통 받을 겁니다. 그러나 동이를 보호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겠지요. 그것이 곧 임금을 향한 충성이라고 그는 생각할 테니까요. 

아무튼 모든 것은 비밀에 붙여지게 되어 있고 그래야만 한다는 것이 오늘 이 글의 요지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동이가 빈의 자리에 오르는 일도 일어날 수 없고 영조가 탄생될 수도 없습니다. 설령 모든 비밀이 밝혀지고도 동이가 후궁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고 가정해봅시다. 

평생을 무수리의 아들이란 콤플렉스에 시달렸던 영조에겐 반국가단체 수괴의 손자란 콤플렉스까지 더해지게 되는 셈입니다. 이는 영조에겐 참으로 가혹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점쟁이 김환의 예언처럼 ‘천민의 왕’이란 관점에 선다면 아무 문제가 없겠지만, 그 예언의 관점이란 것이 참으로 황당무계할 뿐이니…. 

그리하여 이 글의 제목은 사실은 이렇게 적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동이의 비밀이 결코 밝혀져선 안 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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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