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대통합'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4.08.31 진보의 통일과 재편, 토론회 참석 소감 by 파비 정부권
  2. 2011.05.31 3대세습 비판하자고 하면 사상검열일까요? by 파비 정부권 (1)

토론회 직후 소감을 페이스북에 끄적거렸던 것인데, 페북은 검색기능이 없어 나중에 필요할 때 찾아볼 수 없을 듯하여 다시 블로그에 옮김. - 파비 


나는 25살에 진보정당의 당원이 되어 25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 한번도 어떤 정당의 당직을 맡거나 실무자가 된 적이 없다. (최근 여영국도의원 선거사무장을 해봤는데 그게 최초의 직이라면 직이다) 그래서 말을 편하게 쉽게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어제 민주노총경남본부가 주관한 <6.4지방선거 평가와 진보정치 전망> 토론회에 다녀온 소감. 한마디로 뜻은 있으되 의지도 대책도 없다는 것. 주제는 거창하지만 실제 내용은 하나였다. 진보대통합 어떻게 이룰 것인가?



1. 정당은 그 자체로 생존본능을 지닌 생명체다. 자주 인용하는 것이지만, 뉴튼의 운동3법칙, 관성-속도가속도-작용반작용은 물리적 세계뿐만 아니라 여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너무 멀리, 너무 오래 왔다. 그런데도 당위성 때문에, 정치공학적 계산 때문에, 하겠다면? 먼저 선결조건이 있다. 그런데 그에 대해선 이야기들을 안 한다. 묻지마 단결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는 통합진보당 창당과 분당사태가 우리에게 제대로 보여준 거 아닌가. 
2. 여전히 당위에 기반을 둔 묻지마 통합이 우세한 이유는? 아직도 진보진영 전체 지지도를 합산하면 12%(경남의 경우이고 전국적으로는 8% 내외일 것)는 된다는 것이다. 나는 이 소리를 듣다가 속으로 웃고 말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최근 영화 <명량>이 생각나서였다.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전선이 있사옵니다." 
하지만 우리에겐 거센 물살이 흐르는 명량도 없고 또 이 12척의 배란 것들은 내용연수가 영구적이지도 않다는 것이다. 아마 내가 생각하기에 (대체로 80년대 운동권들 나이를 따져보면) 한 20년은 갈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어쩌면 10년을 넘기기 어려울 것이란 비관적 전망도 드는데, 혹자는 2016년 종말론을 내기도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 12%란 것도 고정표가 아니고(토론회에선 모두들 그렇게 희망적으로 진단하지만) 탄력적인 수치라는 것인데, 그래서 아무런 선결 조건 없는 통합이란 12척의 배마저도 반은 침몰시키고 말 것이란 우려가 있다는 것, 그러나 이에 대한 걱정들이 별로 없다는 것. 
3. 물리적인 이유들 외에 더 중요하고 심각한 문제는 아무리 상층에서 결의하더라도 각 당 내부의 문화적 차이가 너무 크고 감정의 골이 너무 깊어서 쉽지 않다는 것. 그리고 이 문화는 쉽사라 변하는 게 아니라는 것. 
토론자로 나온 김달겸 <노동정치연대> 대표에게 질문을 하면서 "통진당은 (너무 집단의식이 강해서) 과격하고 폭력적이다. 이를 두고 심지어 인성교육을 받아야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노동당은 고집이 너무 세고 말이 안 통한다. 벽창호라 말하는 사람도 있다. 정의당은 보아하니 아무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이렇게 다른 사람들을) 통합한다는 게 가능하다고 보나?"라고 했더니 나중에 사회자(민주노총)가 "상대의 감정을 건드리는 말은 빼고 질문 해달라"고 해서 다시 한번 장애물이 여전함을 느꼈다. 물론 그렇게 받아들일 수도 있겠지만, 솔직히 느낀 대로 말한 것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토론회 분위기가 너무 무겁고 아무도 말을 하지 않으려 해서 좀 우스개 반 해서 한 소린데...... 너무 경직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그냥 "아, 그래요. 우리는 집단의식을 좀 완화해서 앞으로는 좀 유연해져야겠네요. 노동당도 너무 고집 피우지 말고. 정의당도 노동개념 좀 탑재하시고......" 그래도 되는 것 아닌가, 조크가 너무 없다는 생각, 너무 재미가 없습니다, 한마디로. 이래선 잘 안 될 걸요? 
4. 앞에 말한 선결조건이란 다름아닌 과거에 대한 치열한 자기반성과 이로부터 상대를 향한 고백이다. 어제 느낀 태도들로 보아서는 "이래선 잘 안 될 걸요?"다. 정당들은 전부 빼고 있고, 토론회를 주관한 민주노총은 자의식이 너무 강하다. 노동정치연대는 당위성만 계속 주장하고 있는 것 같고, 물리적인 합의점, 문화적인 장애물을 걷어낼 대안은 없다. 
5. 진보의 통일과 재편에 동의하지만 이런 식으로 해서는 다시 찢어질 게 명약관화고 또 열두 척의 전선을 백 척으로 늘릴 전망도 난망하다. 그저 대여섯 척이나 건지면 다행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래서 아마 김달겸 대표는 이런 고민 끝에 질문에 이렇게 답하면서 하나의 대안을 제시한 것은 아닐까. 

"(기존 진보정당들을 해산하고) 모두 헤쳐모여 하는 방식이 맞다고 본다."

ps; 토론회 참석 후기라고는 하지만 주섬주섬 기억나는 대로 일필휘지하여 좀 이치에 맞지 않는 것도 있을 수 있으니 너무 깊게 새기지 마시옵고, 양해도 바람. 
ps2; 정치를 하려면 욕도 유머로 승화시킬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점 새삼 되새기면서 뭐든 유쾌하게 해야 하는데 지나치게 진지하다는 게 문제라는 생각 첨언. 
ps3; 의미 있는 토론회였고 앞으로 이런 토론회가 자주 열리기를 바랍니다. 수고하셨습니다.

Posted by 파비 정부권

거다란님께 드리는 댓글

거다란님의 ☞<진보신당의 3대 세습 비판은 사상검열> 이란 글을 읽고 한자 붙입니다. 왜 3대세습 비판이 사상검열일까요? 저는 오히려 이렇게 묻고 싶습니다. “‘3대 세습 비판은 사상검열이다’라고 미리 못 박아 말문을 막는 것이 실은 사상검열이 아닐까?”

물론 이런 반론이 있을 수 있습니다. “3대 세습 비판을 하는 것은 옳지만 그걸 누군가에게 강요하는 것은 사상검열이다.” 옳습니다. 누군가는 3대 세습을 옹호할 수도 있고, 북의 체제가 배워야할 정치체제라고 말할 수도 있으며,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치적을 칭찬할 수도 있습니다.

오래전에 제게 실제로 그렇게 말한 사람이 꽤 있지만, 저는 그들을 나무라지 않았고 지금도 그럴 생각이 없습니다. 그건 그들 생각의 자유입니다. 저는 오히려 초원의 사자들의 세계에 빗대 주체사상의 핵심이론인 ‘수령론’은 매우 현실적이고 불가피한 사상체계일 수도 있겠다고 이해하기도 했습니다.

3대 세습이 이 수령론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라는 것은 이 분야에 약간의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다 아는 일입니다. 미리 말씀드리면 저는 그들의 수령론을 이해한다고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인간관계 때문에 나온 다분히 정치적 발언이었을 뿐 아직도 도무지 왜 그런 사상이 나오게 되었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아무튼 여기서 우리가 사상논쟁을 할 이유는 없겠습니다. 본론으로 돌아가서 ‘진보신당이 3대 세습을 비판하는 것이 사상검열’이란 주장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지요. 제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것은 사상검열이 아닙니다. 진보신당의 입장으로 보면 매우 온당한 요구인 것입니다.

구 민노당이 현재의 민노당과 진보신당으로 갈라진 역사를 돌이켜보면 이는 금방 알 수 있는 것입니다. 민노당 분당의 기폭제 역할을 한 것은 소위 ‘민노당 간첩사건’이었습니다. 간첩혐의로 체포된 당시 민노당 사무부총장과 모 중앙위원이 북의 정보당국에 민노당 핵심당원들의 신상정보를 넘긴 게 발단이었죠.

이른바 ‘종북주의’ 논란이 벌어진 것입니다. 또 다른 분당의 원인으로 패권주의를 꼽기도 합니다만, 이 패권주의 역시 ‘종북주의’로부터 나온 것이며 따라서 패권주의는 절대 포기될 수 없는 전략 포지션일 거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물론 반대편에서는 이를 ‘종북소동’이며 한 치의 진실성도 없는 매도라고 주장합니다.

@사진. 거다란닷컴

이런 논란이 최근 다시 불거지는 것은 민노당과 진보신당의 진보대통합 협상이 진행 중이기 때문입니다. 진보신당은 민노당과의 협상에서(정확하게는 8자연석회의에서) 통합조건으로 북한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명기할 것을 요구한 것입니다. 위에 말한 전차들 때문에 진보신당이 거다란님이 말한 소위 ‘사상검열’을 하려는 것이죠.

이쯤에서 제 입장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사실 진보대통합에 반대하지도 않지만 그렇게 찬성하는 편도 아닙니다. 민노-진보가 통합한다고 해서 정치적 지도가 얼마나 변할 수 있을까에 대해 회의적입니다. 사회당도 있다고 말합니다만, 죄송하지만 제 눈에 사회당은 보이지 않습니다. 사회당의 실체를 한 번도 본적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겠습니다만, 진보신당의 협상카드일 뿐 아니겠나 생각하는 정도입니다.

저는 차라리 통합할 거라면 문성근 식으로 단일정당을 만들어서 그 안에 블록을 만드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대선 결선투표제와 정당명부비례대표제 등 정치개혁을 단일정당의 목표로 정하고 목표가 달성되면 각자 헤쳐모이는 장기비전을 갖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제가 백만민란에 상당히 관심이 많은 것입니다.

현재의 진보정당은 아무리 봐도 소수정당, 지역정당의 한계를 벗어나기 힘들어 보입니다. 울산, 창원, 거제가 하나의 교두보 내지는 근거지가 될 것으로 생각했지만 한국정치의 오래된 벽을 넘는다는 것은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순천에서 민노당이 의원을 냈지만, 내년에 민주당이 이곳에 후보를 낸다면 지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죠).

영국의 노동당이나 스웨덴의 사회민주노동당이 성공했던 유럽의 상황이 우리나라에도 만들어지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어쩌면 감나무 밑에서 감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것만큼 지루하고 힘든 일일지도 모릅니다. 여기서 한 가지 고백하자면, 제 이름 파비도 실은 영국노동당을 만든 페이비언에서 딴 것이란 걸 말씀드립니다.

이렇게 대규모적인 단일정당운동으로 진보대통합운동이 바뀐다면, 북한에 대한 입장 표명이나 3대 세습 비판을 명시하자니 하는 말은 필요 없을 수도 있습니다. 아시는 바와 같이 민주당은 한나라당과 마찬가지로 강령이 필요 없는 정당입니다. 이들에겐 당헌과 당규만 있으면 족합니다(한나라당과 민주당에 강령이 있는지 없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있더라도 껍데기뿐이리라 생각합니다).

굳이 명시하지 않아도 큰 문제가 될 일도 없을 것이고, 또 가시적인 집권이 기대되는 정당이 불필요하게 협상의 상대인 북한을 자극할 만한 강령을 가지는 게 좋은 모양새도 아니지요(물론 꼭 그런 건 아닙니다. 우리는 조선노동당이 대남적화노선을 명시했다고 해서 그들과 대화 못하겠다고 하지는 않으니까요).

그러나 진보대통합이라면 어떻습니까?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소수정당, 지역정당의 한계가 분명한 정당입니다. 통합하면 2004년과 같은 20%대의 지지를 회복할 것이라고 기대하겠지만 현실은 그저 야무진 꿈에 불과하다고들 말합니다. 혹자는 민노당이나 진보신당이나, 진보대통합당이나 다 등대정당 이상이 되긴 어려울 거라 말합니다. 게다가 진보대통합당의 두 블록은 색깔이 너무 다릅니다(하기야 오래 함께하다보면 색깔이 비슷해질 수도 있습니다).

아마도 진보신당은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그들 내부에서 ‘도로민노당’이란 말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아무런 전제조건 없이 진보대통합이 이루어지면 과거처럼 친북행위가 당내에서 횡행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입니다(물론 반대편은 그것은 친북이 아니라 대북교류의 일환이며 넓게 보아 통일운동이라고 주장할 것입니다만).

진보신당이 불안해하는 또 하나는 새로운 진보정당(진보대통합당)이 1950년대 이후 유럽의 진보정당들이 스탈린주의와 확실하게 선을 그음으로써 집권했던 경험을 보아서라도 국민을 향해 북한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하는데 소위 ‘묻지마 진보대통합’이 그런 기회를 영원히 날려버릴 것이란 것입니다.

댓글이 너무 길어졌네요. 정리해야겠습니다. 결론은 진보신당이 진보대통합의 전제조건으로 북에 대한 입장을 명시하자고 하는 것은 그들 입장에서는 사상검열이 결코 아니란 것입니다. 최소한 그들 스스로에게는 진보정당의 생존에 대한 고민이고, 과거의 상처로부터 얻은 역사적 교훈인 것입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종북은 소동일 뿐 존재하지도 할 수도 없다”고 주장하는 민노당이 그냥 통 크게 “그래, 대북문제 정리하자. 우리도 북한식 사회주의체제는 원하지 않는다. 3대세습도 바람직하지 않다. 북한의 인권문제 개선을 위해서도 노력하자” 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요.

그걸 위 말처럼 구체적으로 하자는 것도 아니고 두루뭉술하게 언어의 마술을 구사하면 될 것을 말입니다. 이정희 대표도 원래 그러지 않았습니까? 북한 문제에 관해서 놀랄 정도로 전향적인 안을 내놓겠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결국 이정희 대표도 민노당 내 다수정파의 입장에 눌린 듯이 보입니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 중요한 건가요? 통합의 상대방인 진보신당이 그렇게 원한다면 힘도 더 센 민노당이 걍 들어주면 안 될까요? 아니 그렇잖습니까. 이슬람과 유대교와 기독교가 통합하면서(절대 있을 수 없는 가설이지만, 사실 이들은 모두 같은 신을 믿고 있죠) 기독교를 향해 “삼위일체 신앙을 포기해라!” 뭐 그런 요구를 하는 것도 아닌데...

암튼^^ 존경하는 블로그계의 대선배님이신 거다란님. 앞으로도 계속 건필하시길~
잔소리가 긴 점 사과드리며, 거다란님의 커다란 이해심을 믿사옵니다. 저도 장기간 블로그 문 닫았다 여는 글이 이런 글이 된 점이 좀 거시기하긴 합니다. 하하. 잘 알지도 못하는 내용을 갖고 횡설수설했다는 생각도 들고요(저는 사실 요즘 민노당도 진보신당도 잘 모른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양쪽 모두 접촉도 거의 없고요).   

거다란님은 사실 민주당 지지자에 가까워 보이는데도 민노당과 진보신당에 보여주는 관심과 애정에 감읍하기도 하는 파비가.

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