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9.09.08 미녀들의 수다에서 배우는 국제평화주의 by 파비 정부권 (12)
  2. 2009.09.01 선덕여왕과 일본자민당의 침몰을 보며 드는 생각 by 파비 정부권 (5)
오늘 오랜만에 미녀들의 수다를 보았다. 자주는 아니지만 이 프로를 재미있게 보는 편이다. 나는 내가 여전히 30대에 머물러 있는 줄 알지만, 이미 불혹의 벽을 넘어선지 오래다. 그런데도 젊은이들이 좋아하는―물론 나는 여전히 내가 젊은 축에 든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밖에 나가 모임 같은 곳에 가보면 제일 젊은 편에 속한다―프로를 잘 보는 걸 보면 아직 젊은 것이 맞다 생각한다. 하긴 여러 사회문제들에 대해 나보다 훨씬 늙어 보이는 견해를 가진 젊은 친구들을 많이 보기도 했다.  

이 프로에 나오는 미녀들은―사실 내 기준에서 보자면 몇몇을 빼고는 그리 미녀라고 말할 수는 없었지만―사실 우리나라 여성들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발랄함이 있었다. 또 그녀들의 대화를 듣다 보면 한 번씩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는데, 그것은 "어떻게 저토록 어린 처자―좀 상스러운 표현이지만, 이해해주기 바란다―들에게서 저토록 기막힌 생각이 나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곰곰 생각해보면 그 생각들은 그저 지극히 상식적인 것들이었다.

그것은 거꾸로 말하면, 그동안 우리가 너무나 상식적이지 않은 세상에서 비상식을 상식처럼 여기며 살아왔다는 말처럼 들려 씁쓸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어쨌든 그녀들은 발랄했다. 그리고 그녀들은 그런 발랄함 속에 우리가 알 듯 모를 듯 상식이 무언지를 가르쳐주고 있었다. 그녀들은 전혀 의도하지 않았지만, 자신들이 사는 세계 속에서 배운 것들을 자연스럽게 내뱉는 과정에서 조용한 깨우침을 주고 있었다. 

오늘도 그랬다. 오늘 미수다의 마지막 수다는 애국가에 관한 것이었다. 각 나라의 애국가를 소개하는 것이었는데, 독일에서 온 베라의 대답이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애국가 가사를 몰라요. 그냥 듣기만 했지 직접 불러본 적이 없어서 가사를 기억하지 못해요." 엉? 이게 무슨 소린가. 애국가 가사를 모른다니. 충분히 능글맞은 진행자 남희석에게도 이건 매우 의외의 대답이었을지 모른다. "우리는 전쟁을 일으킨 나라의 국민으로서 애국심을 고취하는 그런 노래 부르는 게 금기시되어 있어요." 

미르야는 한 발 더 나갔다. "그리고 1절과 2절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어요. 부르는 게 불법이죠. 3절만 불러야 되요." 1, 2절은 애국심과 전쟁을 선동하는 내용인 모양이다. 아마도 이 수다를 들은 많은 대한민국의 젊은이들도 감동을 받았을 것이다. 그리고 이웃나라 일본을 상상했을지 모른다. 일본은 독일과는 정반대다. 그들은 과거사에 대한 반성도 하지 않을 뿐 아니라 과거 군국주의 시절을 회상하며 전쟁을 금지한 헌법마저 수정하려고 한다.

그러나 이 대목에서 과연 우리는 어떤지 돌아보는 사람이 있었을까 궁금했다. 우리는 어떨까? 물론 우리는 애국가 1절부터 4절까지 달달 외운다. 우리가 어릴 때만 하더라도 애국가 1절부터 4절까지 필기시험을 치르곤 했었다. 국민교육헌장, 국기에 대한 맹세, 애국가, 이 세 가지는 반드시 외워야 하는 필수사항이었다. 내가 기억하기로 이 세 가지 필수 암기사항을 외지 못하고 졸업하는 학생은 거의 없었다. 특별한 고문관을 빼고는. 그리고 사회에 나와서도 우리는 늘 애국가를 부르며 살았다.

극장에서도 가슴에 손을 얹고 애국가를 부른 다음에야 영화를 볼 수 있었다. 그렇다고 공짜는 결코 아니다. 길을 가다가 국기하강식이 있으면 제자리에 서서 국기를 향해 손을 가슴에 얹고 부동자세를 취해야 했다. 그러나 우리에게도 이런 이야기들은 옛날이야기다. 세상이 바뀌었다.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얼마 전, <이윤기의 세상읽기, 책 읽기>란 블로그에 올라온 글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야구장에서는 아직도 경기 전 애국가를 제창하고 있다는 거였다.

내 돈 내고 들어가서 일어섰다 앉았다 하는 불편도 문제지만, 순수하게 야구경기를 관람하러 온 외국인들은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 국가대항전이라면 모르겠지만, 프로경기에서조차 그럴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나는 일본의 우경화, 군국주의에 대해서는 비판의 화살을 쏘아대는 어떤 한국인도 자기 자신의 과격한 애국주의나 민족주의에 대해 반성하는 걸 본 적이 없다. 사실은 이렇게 말하는 나 자신도 많은 부분 민족적 감성에 빠져있는 게 현실이다.

아무튼 신선한 감동이었다. 독일인들이 역사에서 얻은 교훈을 그토록 처절하게 지키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고맙고 미덥기까지 했다. 대부분의 유럽 나라들도 마찬가지였다. 독일처럼 의식적이지는 않지만, 그들에겐 애국가를 부르지 못하는 것이 부끄러운 것도 아니며 부자연스러운 것도 아니었다. 지금은 양차대전이 일어나기 전과 같은 상시 동원체제가 아니라 세계평화를 추구하는 시대다. 우리만이 그런 세계화의 흐름에 동떨어져 여전히 국민동원시대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미녀들의 수다, 그녀들의 수다를 듣다 보면 가끔 부끄러워지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핀란드에서 왔다는 따루라는 아가씨였던가? 언젠가 그녀는 이렇게 말했었다. "한국에는 좌파가 없어요. 한국에서 좌파라고 불리는 정치세력들은 핀란드에서는 우파 정도밖에 안 되거든요." 좌파란 평등과 평화를 기치로 하는 정치세력이다. 그러므로 좌파의 주요한 슬로건은 전쟁반대다. 그런데 오늘 독일인 베라와 미르야의 수다를 들으며 따루의 말이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북한이 핵실험을 했을 때, 한국의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어차피 통일되면 그거 다 우리 것이 될 테니 좋은 일 아니냐"고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평화를 신봉하는 진보와는 어울리지 않는 주장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한나라당 중에, 심지어 한나라당 국회의의원 중에서도 똑같은 이유로 북한의 핵실험을 호의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사실이다. 물론 비공식적이지만. 애국이니 민족이니 하는 이데올로기 속에는 좌우를 막론하고 사람을 흥분시키는 성분이 함유되어 있는 것일까?

어쨌든 미수다는 참 좋은 프로다. 얼마 전, 베라가 쓴 책자가 일으켰던 소동이 기억난다. 제목이 <잠 못 드는 서울의 밤>이었던가? 어떤 책인지 꼭 한 번 읽어 보고 싶다. 나는 독일어를 못하니 누군가가 한글 번역본을 내야만 읽을 수 있겠지만. 남의 나라에 와서 자기 나라가 과거에 저지른 잘못에 대해 공개적인 방송에서 스스럼없이 반성할 줄 아는 사람. 참으로 신기하다. 우리라면 그럴 수 있었을까? 일본인들이라면 그럴 수 있었을까? 

일본인이든 한국인이든 아마 그러지 못했을 것이다. 그랬다간 자기 나라에 돌아가 몰매 맞아 죽을지도 모르는데…, 하하, 생각하니 또다시 씁쓸해진다. 이거 이런 걸 글로 써서 블로그에 올리는 나도 몰매 맞을지 모르겠다. 그러기 전에 빨리 자야겠다. 물론 이 글은 내일 아침 발행으로 예약해두고. 독자들도 자야 하니까. 자기 전에 제목을 한 번 더 훑어보니 너무 거창하고 어울리지 않는다. 이해를 바랄 뿐이다. 졸린 탓도 조금 있다. 굳이 핑계를 대자면.                 파비
Posted by 파비 정부권
일본열도가 돌풍에 휩싸였다. "여성자객들에게 자민당의 대표정치인들이 모두 제거 당했다" "자민당을 초토화시킨 오자와의 미녀자객",  이 돈 될 만한 선정적인 기사를 황색언론들이 가만 내버려둘 리가 없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언론의 이 자극적이고 도발적인 기사 내용이 모두 사실이라는 것이다.

일본열도의 대반란을 주도한 신예 여성정치인들

기사에서 의도적으로 선정성을 추구하는 수사만 빼버린다면 "일본 민주당의 신예 여성정치인들이 자민당의 거물들을 침몰시켰다"란 분명한 진실을 만나게 된다. 그러나 그녀들이 단순히 미녀라서, 그것도 아주 젊고 매력적인 에너지를 소유했다고 해서 자민당의 대표적인 거물 정치인들을 물리치고 54년 장기집권을 무너뜨릴 수 있었을까?

그렇다고 한다면 일본 유권자들은 모두 바보 아니면 호색한들이라고 말해도 별로 틀리지 않을 텐데,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아직 무어라 속단할 수는 없지만, 바다 건너 일본을 우리가 쉽게 판단하는 것이 무리이겠지만, 간단하게 뉴스로 접한 사실들로 보자면 소위 일본 민주당의 여성자객들은 변화가 무엇인지를 알고 있었다.

그녀들은 대중 속으로 들어가 그들과 함께 호흡하는 법을 알았으며 대중들이 무얼 원하는지 알았다. 이에 반해 노회한 자민당의 노정객들은 의연히 관성의 소용돌이 속에 자신을 내맡긴 채 변화하기를 주저하거나 거부했다. 그들은 일본이 변하는 것을 느끼지 못했을까? 아마 그랬을 것이다. 물론 이 모든 진실은 아직은 내 자유로운 상상력의 울타리 안에 있다.  


드라마 선덕여왕에 등장하는 남자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자신의 힘을 믿는다. 과거로부터 주어진 권위를 믿는다. 그러나 그들은 새로운 환경에 능숙하지 못하다. 그들에게 변화는 매우 불편한 것들이다. 설원공이 개중 유연한 사고를 가지고 있으나 그 역시 과거의 권위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나 귀족이 아닌 그의 사고가 가장 열려있다.  

미실과 덕만이 천신황녀의 자리를 놓고 다툴 때 그는 이렇게 진언한다. "덕만의 판에 끌려가지 말고 새주의 판으로 끌어들이세요." 옳은 말이다. 그러나 그것은 내 판이 가진 강력한 권력의 힘을 이용하라는 계책일 뿐 진정으로 변화하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 변화를 주도하며 대중과 소통하라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대중과 직접 소통하는 선덕여왕

그러나 덕만은 어땠는가. 과감하게 상대의 판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상대에게 자신의 진패를 내보이며 승부를 걸었다. 진패를 허패로 위장하려는 덕만의 계책은 적중했다. 그 무모한 용기에 어떤 배경이 있었을까? 그것은 대중의 힘이었다. 그녀는 상대의 판에 뛰어들어 미실과 직접 승부를 하고자 했으며 대중들을 여기에 불러들였다. 

물론 덕만이 미실처럼 강력한 권력을 갖고 있었다면 대중의 힘을 빌리는 따위의 일은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미실이 덕만에게 "세상을 종으로 나누면 공주와 나는 경쟁자가 되겠지만, 횡으로 나누면 우리는 한 팀이에요! 당신과 나는 어차피 지배계급의 일원이니까!"라는 말을 할 때, 그녀도 잠시 헛갈리지 않던가. 

그러나 어쨌든 덕만은 대중과 함께 할 것이고 함께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만명부인이 황후 마야부인에게 하는 말은 작가가 이에 대해 우리에게 던지는 암시다. 덕만이 미실을 물리치고 얻은 천신황녀의 자리를 버리고 첨성대를 만들겠다고 하자 이렇게 말한다. "덕만공주가 너무 오래 평민들 속에 살아서 황실의 사고를 못하는 거 아닐까요?"

진정으로 염려하는 이 말은 그러나 사실이다. 덕만은 평민들 속에서 살아왔으며 평민들처럼 사고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무얼 필요로 하는지를 알고 있으며 그걸 주려고 하는 것이다. 덕만은 월천대사가 무얼 원하는지를 꿰뚫어보았다. 그리고 그것은 백성들의 바람이었다. 그리고 그걸 미련 없이 주겠다는 것이다. 

나는 이 드라마를 처음부터 한 번도 빼놓지 않고 시청하면서 유심히 지켜보았지만, 이 드라마의 메시지는 소통이었다. 드라마 초기에 유신이 천명공주에게 한 말을 기억하는가? "내가 진심을 다 하면 내가 변하고 내가 변하면 사람들이 변하고 사람들이 변하면 세상이 변한다." 그 진심이란 바로 대중과 마음을 다해 소통하는 것이 아닐까?

첨성대는 통치자가 아니라 대중과 함께 꿈을 꾸는 지도자가 되겠다는 선덕여왕의 의지

그런데 이 소통을 이끌어가는 주체는 덕만이다. 그녀는 평민들 속에서 그들과 같은 생각을 하며 살았고 마침내 <사람>을 얻어 최초의 여왕이 될 것이며, 첨성대를 만들어 하늘의 뜻을 독점하지 아니하고 백성들과 공유할 것이다. 그리하여 백성들과 함께 꿈을 꾸는 그녀는 삼국통일의 반석을 이룰 것이다. 이게 이 드라마가 우리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아닐까? 

첨성대를 통해 하늘의 뜻을 백성들에게 공개함으로써 통치권의 주요 수단을 놓아버리겠다는 덕만공주의 발상은 노무현을 연상시키기도 했지만―이 부분에 대해선 좀 더 생각이 필요할 듯하고 정리해서 새롭게 올리고 싶다. 작가의 의도를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기도 하고―그러나 무엇보다 여성의 장점이 더욱 두드려져 보이는 장면이었다. 

언젠가 누군가로부터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남자의 특징과 여자의 특징이 무어라고 생각하는가? 내가 생각할 때, 남자는 운동신경과 지각능력이 발달돼있다. 이에 비해 여자는 지각능력은 떨어지지만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뛰어나다. 이는 오랜 구석기시대에 형성된 유전자의 영향 때문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신석기시대를 포함하여―구석기시대의 기나긴 세월에 비하면 찰나에 속한다. 그러므로 유전자의 대부분이 구석기에 형성된 것임은 거의 틀림없을 것이다. 구석기시대의 생활양식이란 다들 아시다시피 수렵, 어로, 채취다. 남자들은 주로 수렵에 종사했으며 어로와 채취는 여자들이 담당했다. 

이런 오랜 생활양식은 남자들에게는 뛰어난 지각능력을, 여자들에게는 소통능력을 부여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생존을 위한 본능이 만들어낸 것들이다. 나는 이 말이 진리라고 할 수는 없지만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오늘날 정치를 주무르고 있는 남자들에게 가장 부족한 것이 무엇이던가? 다름 아닌 소통이다. 

그러나 변화의 의지가 중요할 뿐, 소통부재는 유전자 탓이 아니다

보수만 소통이 부족한가? 물론 수구세력으로 분류되는 사람들은 아예 소통 자체를 거부하지만, 합리적 보수든 진보든 소통이 어려운 것은 매한가지다. 이 지점에서 일본 정계에 쓰나미처럼 불어 닥친 소위 여성자객들의 반란은 예사롭게 보아 넘길 게 아니다. 황색언론들은 이 대반란에 미녀자객이란 섹시함에 포커스를 맞추는 상업주의에 몰두하지만….  

우리가 보아야할 것은 미녀들이 아니라 그녀들의 변화에 민감한 피부와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꿰뚫어보는 통찰력, 그리고 사람들과 격의 없이 호흡하고 대화하는 능력이다.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이미 세상이 변하고 있다. 천년을 넘게 이어오던 패턴이 변하고 있는 것이다. 강한 부성이 지배하던 시대가 종말을 고하고 있는 것이다. 

요즘 선덕여왕을 비롯하여 천추태후 등 여성이 시대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드라마들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얼마 전 인기를 끌었던 주몽에서도 소서노는 안방이나 지키는 마님이 아니라 당당한 건국의 주역으로 자기를 세상에 알렸다. 이후에 소서노에 대한 많은 관심과 연구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현상들은 모두 변화하는 세상을 반영한 것이다. 과거에 여자들은 드라마의 뒷방에서 음모나 일삼거나 우스꽝스런 모습으로 남자를 괴롭히거나 아니면 정숙하고 단정한 모습이어야만 했다. 그런데 세상이 변했다. 그러나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여자들이 세상을 지배한다!" 이런 게 아니다. 나도 결국 '오디세우스와 아이네아스의 갑옷'에 몸을 숨긴 남자일 뿐인데….

우리도 모두 변화에 민감한 피부를 갖기 위해 마사지를 열심히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그런 말이다.    
    파비
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