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훈'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0.03.31 동이의 아들 영조가 왕이 된 이유는 유전자 탓? by 파비 정부권 (10)
  2. 2010.03.23 '동이'의 검계, '추노' 노비당의 귀환? by 파비 정부권 (3)
천민들의 왕은 검계 수장이 아니라 동이다?

이 무슨 황당한 말일까? 천민들의 왕은 검계 수장이 아니라 동이라니? 우선 우리는 동이란 인물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부터 알아야 한다. 그녀는, 그러니까 그녀는 여자였는데 숙종의 후궁이다. 원래 천민 출신으로 무수리였다가 후궁에까지 올랐으며 그녀가 낳은 아들이 왕이 되었다. 그가 곧 영조다. 그러니 동이는 영조의 어머니다.


영조의 콤플렉스

영조는 무수리의 아들이었다는 사실 때문에 늘 콤플렉스에 시달렸다고 하는데 그를 직접 보지는 못했어도 얼마나 괴로웠을지는 짐작이 간다. 원래 왕후장상에 씨가 따로 없다는 말도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명문세가 출신들로 출세가도를 달려왔을 신하들이 천민의 아들인 자기를 바라보는 눈길에 경멸이 담겨있다고 느낄 때가 얼마나 많았을까.

영조를 다룬 드라마, 소설들에서 그의 영민함에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괴팍한 성격이 어쩌면 천민의 아들이라는 콤플렉스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왕의 씨앗은 어미가 양반이든 상민이든 가리지 않고 모두 왕자인 것이다. 이것이 사대부들과 왕의 차이라면 차이다. 그럼에도 영조에게 콤플렉스는 죽을 때까지 벗어날 수 없는 운명적 사슬이었다.

그런데 영조는 어떻게 천민의 아들이면서도 왕위에 오를 수 있었을까? 아무리 왕의 자식은 어미의 출신을 불문한다 하지만 아무 세력도 없는 무수리의 아들이 왕이 되었다는 것은 경이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당시의 사정을 따지고 보면 그렇게 이해 못할 만한 상황도 아니었다. 숙종에게는 아들이 영조 하나밖에 없었던 것이다. 

아니 효종대왕의 자손으로 유일하게 남은 인물이 바로 영조였다. 신라시대로 말하자면 성골남진이라고나 할까. 성골 남자들은 영조 하나만 남겨두고 모조리 씨가 마른 것이다. 영조마저 죽어 없어지면 완전히 성골남진이 되는 상황. 물론 선덕여왕처럼 공주나 옹주가 왕이 되면 간단한 것이지만, 여긴 신라가 아니다.

자손이 희귀한 왕가

하늘은 왜 효종의 자손 번식에 이토록 인색했을까? 현종은 효종의 외아들이었으며, 숙종은 현종의 외아들이었다. 영조의 아비인 숙종은 말하자면 2대 독자였던 셈. 왕가에서 2대가 독자라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 숙종에게도 오래도록 아들이 생기지 않으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터.


이런 와중에 중인 출신의 장희빈이 아들을 낳았으니 그 위세가 하늘을 찌르는 것은 어쩌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녀는 신분의 벽을 깨고 마침내 중전의 자리에까지 올랐다. 그러니 실은 무수리 출신으로 아들을 왕으로 만든 동이도 대단하지만 중인계급으로 중전의 자리에 오른 장희빈이 더 대단하지 않았을까.

장희빈의 아들 역시 왕이 되었지만 오래 살지는 못했다. 그가 곧 경종이다. 이렇게 해서 영조는 숙종의 하나밖에 남지 않은 아들이요, 효종의 유일한 혈손이 된 것이다. 그러나 영조가 대통을 이어받는 데는 걸림돌이 있었으니 소론이었다. 그들은 정통성에서 효종보다 우월한 소현세자의 현손을 경종의 양자로 삼아 대통을 잇자는 논리를 들고 나왔다.

노론의 후원을 받는 영조가 그들에겐 입맛에 맞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도 <동이>에서도 장희빈은 역시 악녀로 그려지겠지만, 그녀가 진짜 악녀였는지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장희빈은 남인의 지원을 받는 후궁이었다. 드라마에서도 그려지지만 그녀를 궁에 들여보내는 남인의 수장(정동환)은 매우 냉혹하며 잔인하고 야비한 인물이다. 

출신이 미천한 장희빈과 동이가 출세한 이유, 번식력이 떨어지는 유전자 탓?  

그는 자기 세력을 확고히 하기 위해 동패들도 서슴없이 죽인다. 극 초반에 벌어진 살겁의 희생자들은 모두 남인이었다. 그리고 그 살겁을 저지른 원흉도 같은 남인. 아이러니지만 탕평책으로 유명한 영조의 뒷배가 노론이었으며, 정조의 외척들이 모두 노론의 핵심들이었다는 사실로부터 앞으로 보여주게 될 남인들과 장희빈의 악행이 예사롭지 않다.

그러니까 "장희빈이 왜 악녀였을까?" 혹은 "왜 악녀로 그려졌을까?"에 대한 질문은 사실은 당대의 집권당이었던 노론에게 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아무튼 동이든 장희빈이든 양반 출신이 아닌 그녀들이 빈도 되고, 중전도 되고, 아들을 왕으로 만들 수 있었던 것은 다 번식력이 떨어지는 왕가의 유전자 탓이었던 것이다.

이 힘없는 유전자는 결국 강화도에서 지게를 지고 나무나 하던 강화도령을 데려다가 왕으로 만들기까지 하는데, 이렇게 왕이 된 철종도 후사를 남기지 못함으로써 마침내 효종의 가계는 문을 닫고 말았다. 흥선군 이하응의 아들이 고종이 되었지만, 그는 실은 효종의 직계가 아니라 인조의 3남 인평대군의 자손이었던 것이다.

어쨌거나 말이 많이 샜지만 내가 보기에 동이가 후궁의 최고 자리인 정1품 빈에 오르고 아들을 왕으로 만든 것은 그녀의 노력보다는 생물학적 환경과 정치적 동기가 크게 작용한 탓이다. 하기야 그녀가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녀는 인현왕후를 도와 장희빈의 반대편에서 많은 일을 했을 것이다.

천을귀인? 천민들의 왕? 허걱~

그런데 그건 그렇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이가 꽤 대단한 인물이란 점에 대해서는 부정하고 싶지 않지만 드라마 <동이>는 여기서도 너무 한참 앞서 나가는 것은 아닐까. <동이>는 김환이란 역술가(또는 관상쟁이?)를 내세워 동이의 미래에 대해 이렇게 규정했다. 천을귀인!

"오, 저 아이가 바로 천민들의 왕이 될 것이야!"


천을귀인이 무슨 뜻인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김환은 이어 동이를 보며 이렇게 말했다. "천민들의 왕은 검계의 수장이 아니라 바로 저 아이가 될 것이야." 허걱~ 나는 그 소리를 듣는 순간 그만 웃음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었다. 무슨 천민들의 왕? 동이가 천민들의 왕이 된다고? 하하하~ 이거야말로 완전 코미디가 아니고 무어란 말인가.

하긴 작가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동이는 영조를 낳았으며 이후 조선의 왕은 모두 영조의 후손들로 채워졌으니…. 고종 역시 조부인 남연군이 사도세자의 아들 은신군의 양자로 입적되었다면 넓게 보아 영조의 후손 아니겠는가.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지만 천민들의 왕이라니, 이 무슨 황당한 말장난일까.

이런 걸 두고 보통 사람들은 뭐라고 하더라? 어처구니없다고 하던가? 아무튼 어이가 없다. 하긴 "부자들에겐 세금 감면을! 서민들에겐 복지 축소를!"과 같은 슬로건을 내걸고도 "과거에 우리 부모님들도 참 어렵게 살던 서민이었소!" 하며 "그러니 나는 서민대통령이요!"하는 세상이니 뭐 그리 탓할 것도 아니다.

그래도 <동이>는 재미가 기대되는 드라마

게다가 <동이>는 매우 재밌는 드라마다. <허준>과 <대장금>에 빛나는 이병훈 PD의 연출이 기대되는 작품이기도 하고…, 그렇지만 천민들의 왕은 너무 심했다는 생각을 아직도 지울 수 없다. <추노>에서 한창 인기를 끌었던 업복이와 노비당의 영향을 너무 많이 받았던 탓은 아닐까 싶기도 하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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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비 정부권
'추노'의 노비당, '동이'에 검계로 돌아오다


이병훈 PD가 돌아왔습니다. <허준>. <대장금>, <상도>, <이산>을 통해 우리에게 익숙한 그가 이번엔 <동이>를 들고 돌아온 것입니다. 파격적일 만큼 화려한 영상에 더한 출연진들의 뛰어난 연기력은 <동이>의 대박을 미리 예감해도 절대 틀리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 들도록 만들어주었습니다.  

사극 전성시대가 도래하다

<추노>, <거상 김만덕>에 이은 <동이>, 실로 사극의 시대가 도래 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로 사극의 활약이 대단합니다. 엄청난 제작비와 화려한 캐스팅(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캐스팅이지만)으로 유명세를 탔던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조차 <거상 김만덕> 앞에 무릎을 꿇고 말았으니 바야흐로 사극의 시대가 틀림없습니다. 

그런데 특이할 만한 점이 있습니다. <동이>의 초반을 장식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검계(劍契)라는 조직입니다. 검계, 대체 이 검계란 무엇일까요? 그래서 다음 검색창에 검계라고 쳐보았습니다. 그러자 위키백과에서 다음과 같이 검계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나왔습니다. 검계는 조선후기의 폭력조직으로 비밀조직이었다고 합니다. 

글자를 선명하고 크게 보시려면 사진위를 ☞ 클릭하시면 됩니다.


위에 캡쳐한 사진에서 보신 것처럼 검계와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살주계(殺主契)란 조직이 따로 있었다고 하는데 아마도 이 살주계가 <추노>의 노비당과 비슷한 조직이 아니었을까 짐작이 됩니다. 검계가 주로 장례비용을 충당할 목적으로 결성된 것과 달리 살주계는 노비들이 주인을 죽이려고 만든 반양반 조직이었다고 합니다. 

<동이>는 아마도 이 살주계를 검계라고 부르는 것 같은데 이유에 대해선 글쎄요, 정확하게 알 순 없지만 살주계보다는 검계가 더 멋있게 들려서 그리 한 거 아닐까요? 살주계가 더 멋있다고요? 뭐 그럴 수도 있지요. 아무튼 <동이>의 검계는 반양반 조직이며 저항조직입니다. 즉, <추노>의 노비당과 비슷한 조직이란 거죠. 

최근 사극들에 자주 등장하는 반체제 저항조직들 

참으로 아이러니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왜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사극들에서 이처럼 반양반 저항조직들이 전면에 등장했을까? 물론 검계는 드라마 초반에 전멸 당하고 말 것입니다. 그들의 꿈과 희망은 산산조각 나고 말겠지요. 그리고 노비당이 그리 될 것처럼 '붓 든 자들'에 의해 처절하게 능욕당하고 말겠지요.   

검계, 훨씬 조직이 잘 된 노비당. 뭔가 당이라고 해도 될 것 같은 냄새가 물씬 난다.


그러나 <동이>에 등장하는 검계는 그리 호락호락한 조직은 아니었습니다. 대단한 위세와 실력을 갖춘, 그야말로 나라를 뒤엎을만한 세력을 형성한 대안세력이었습니다. 동이 역시 그리 호락호락한 여인은 아니었지요. 그녀는 천민 출신으로 빈의 자리에까지 올랐을 뿐 아니라 아들을 왕위에 올린 인물입니다.

말하자면 천민의 자식이 조선의 왕이 된 것입니다. 바로 영조입니다. 영조는 후대에 영정조시대라 불리는 세종 이후 조선의 부흥기를 이끈 인물이지요. 유례없이 동이를 주인공으로 발탁한 제작자의 탁월한 식견도 놀라운 것이지만, 검계를 그 배경에 끌어들인 혜안에도 놀라지 않을 수 없군요. 

또 하나, 이전의 드라마들이 장희빈이나 인현왕후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동이(숙빈 최씨)는 그저 배경에 불과했던 것과 달리 이번엔 동이가 전면에 나서고 장희빈과 인현왕후는 배경으로 전락하는 파격이 연출되었습니다. 역시 이병훈 PD의 주인공 중에 장금이가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원래 그의 철학을 잘 반영한 포석일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파격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추노>에 이어 화려한 영상미 다시 보여줄 <동이>

<동이>는 또 제1부에서 노비를 쫓는 추노꾼(여기선 추노관군)들을 제압하고 도망 노비를 구해주는 장면을 삽입함으로써 <추노>의 추노가 사실상 존재했었다는 사실을 증언했군요. 이병훈 PD는 이에 대한 설명으로 "1795년 이전에 추노는 관군이 담당했다. <추노>의 추노는 1800년대 이후다"라는 설명까지 곁들였다고 합니다.

추노 관군으로부터 도망노비를 구해 피신시키는 검계 조직원들


어찌 되었든 <추노>의 노비당이 <동이>에서 검계로 다시 부활한 모습을 보니 매우 반갑네요. 개놈이, 업복이, 끝봉이보다 훨씬 똑똑해지고 날렵해진 천민들의 모습에서 왠지 모를 뿌듯함마저 느껴집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역시 궤멸되고야 말 그들의 운명을 잘 알고 있기에 착잡해지는 마음 또 어쩔 수 없군요. 착잡~ 쩝.

<동이>, 내일모래 <추노>가 끝난다고 해서 몹시 서운했는데, 다시 훌륭한 작품을 만나게 되니 기쁘기 한량없습니다. <추노>에서 만났던 화려한 영상미를 또 이곳 <동이>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커다란 기쁨이고요. 기대 만빵입니다. 아, 옛날 생각이 나는군요. 10여 년 전, <허준>과 <대장금>을 기다리던 심정이요.

그때는 인터넷에서 대본 미리보기란 서비스가 있었는데 성급한 우리는 몰래(근무가 끝나기 전이니까요) 대본을 복사해 읽어보며 궁금증을 달랬었답니다. 요즘은 그런 서비스는 안 하더군요. 하긴 대본 미리 보여주면 정작 진짜 드라마를 볼 땐 재미가 없겠죠? 그래도 그땐 미리 봐도 재미졌던 것 같아요.

기억은 아련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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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