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조'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0.04.30 신데렐라 언니, 서우를 구해줄 왕자님은 문근영? by 파비 정부권 (8)
  2. 2010.04.25 신데렐라 언니엔 신데렐라가 없다 by 파비 정부권 (132)
  3. 2010.04.23 신언니, 준수는 강숙과 대성의 아들일까? by 파비 정부권 (41)
  4. 2010.04.16 '신언니' 은조 모녀는 공범, 피는 물보다 진하다 by 파비 정부권 (34)
신데렐라가 된 효선을 구해줄 사람은
본인밖에 없다는 사실을 가르쳐 주는 것은 은조다  


일전에 신데렐라 언니에는 ☞신데렐라는 없다고 썼었지만, 10부에서 효선은 신데렐라였습니다. 아니 효선이 신데렐라가 되려고 된 것이 아니라 계모 강숙이 본색을 드러냈으므로 가련한 신데렐라의 모습이 효선에게서 나타났던 것입니다. 계모가 효선을 신데렐라로 만든 것이지요. 그럼 우리의 다음 관심사는 자연스럽게 누가 왕자님이 되어 효선을 구해줄까 하는 것이겠지요.


저는 또 일전에 ☞신데렐라를 구해줄 왕자님은 누구일까에 대해 썼었는데요, 홍기훈과 한정우 둘 다 왕자님이 되기엔 함량미달이라고 했던 기억이 나네요. 기훈이 한때 효선에게 큰소리로 다그치며 제발 어린애처럼 굴지마라고 소리 칠 땐 그의 그런 행동이 효선을 각성시켜 변화시킬 수 있다면 그거야말로 새롭게 해석된 왕자님 아니겠는가 하고 생각하기도 했었지만요.

신데렐라가 된 효선을 구해줄 왕자님은 누구?

그런데 실은 10부를 시청한 후 이 글을 쓰다가 잠깐 다음뷰를 검색해봤는데, 어떤 분이 신데렐라의 요정할머니는 누구일까에 대해 포스팅을 하셨네요. 그러고 보니 신데렐라를 위기 혹은 위험으로 탈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왕자님이 아니라 요정할머니였군요. 왕자님은 그 탈출의 목적지라고 할 수 있을 것이고요. 그러나 저는 어쨌든 탈출의 조력자로 왕자님을 선택했으므로 그냥 계속 왕자님 이야기를 하도록 하지요.

10부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답니다. 아, 효선을 구해줄 사람은 바로 은조였구나, 신데렐라 언니란 제목에 숨은 속뜻은 바로 그런 것이었구나, 신데렐라의 의붓언니가 아니라 신데렐라 언니란 은조와 효선이 진짜 자매가 될 것이라는 그런 암시였구나, 그런 생각을 말이지요. 은조는 아직 껍질을 완전하게 벗지는 못했습니다. 아직은 단단한 알 속에 자기를 숨기고 있지요.

그런 그녀가 껍질을 벗고 자기 본 모습을 드러낼 수 있도록 다독여준 사람은 구대성이었지요. 그 구대성은 이제 세상에 없습니다. 그런 현실을 깨닫게 된 은조는 대성을 생각하며 슬피 울지요. 생전에 한 번도 불러보지 못한 아빠란 이름을 부르면서, 대성의 영정을 향해 아빠라고 부르는 은조의 모습은 마침내 알을 깨고 자기를 드러낸 한마리 연약한 새끼의 모습이었답니다.

이미 은조는 우리에게 속에 감춘 진심을 많이 보여주었지요. 다만, 효선에게 그걸 보여주지 못하고 있을 뿐이에요. 구대성에게도 그럴 기회가 없었는데, 그 때문에 은조는 더욱 슬픈거지요. 한 번도 자기 진심을 보여주지 못했으니까요. 그래서 더 미안하고 죄스러운 거지요. 10부에서 은조는 자기 무릎에 기대 슬피 우는 은조를 감싸 안으며 토닥여주는 상상을 했지만, 끝내 그러지는 못했습니다.

이미 마음은 충분히 알을 깨고 나왔지만, 몸은 쉬 그렇게 되지를 않습니다. 30년 가까운 세월을 남에게 자신의 마음을 여는 방법을 잊은 채 살아왔던 그녀가 그렇게 쉽게 바뀐다는 것은 바라기 어려운 일이지요. 그러나 이제 그녀의 변화를 기대해도 될 것 같아요. 죽은 구대성이 은조를 바꿔 놓았네요. 아빠, 하고 부르며 절규하는 은조의 모습에서 과거로부터 벗어나는 은조를 볼 수 있었거든요.  


구대성이 죽자 계모의 본색을 드러낸 송강숙

구대성의 죽음으로 가장 돌변한 사람은 계모 강숙이었습니다. 그녀의 급작스런 변화는 효선을 당황하게 했지요. 저는 효선이 강숙의 본색을 알고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효선은 모르고 있었나 봐요. 효선이 구대성과 송강숙의 대화를 엿들을 때, 강숙이 자기를 배제하고 은조와 준수에게 대성도가가 넘어가도록 꾸미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챘었다고 생각했었지요. 그러고 보니 효선이도 참 맹하네요.

은조가 효선에게 말했지요. "우리 엄마, 원래 그런 사람이야. 몰랐어? 이 집에서 안 쫓겨나려면 제대로 해야 될 거야. 정신 똑바로 차리라구." 강숙은 서서히 효선의 팔들을 하나씩 자르기 시작하지요. 그녀는 이제 예전의 온화하고 기품 있던 엄마가 아니었어요. 매몰차고 인정 없는, 전처의 자식을 못 쫓아내 안달이 난 못된 계모가 되었던 것이지요. 그러나 사실은 원래부터 강숙은 그런 여자였어요. 

방법만 달랐지 지금이나 전이나 달라진 건 사실 하나도 없답니다. 좀 과장되게 표현하자면, 이전이 문화통치였다면 이젠 무단통치로 그 방법을 바꾼 것 뿐이지요. 구대성도 죽고 없는 마당에 가면을 쓰고 마음에도 없는 호의를 베풀 필요가 완전히 없어진 것이니까요. 밥 먹으면서 은조와 준수에게만 고깃살을 떼어 밥 위에 올려주는 강숙은 효선이 엄마 하고 불러도 돌아보지도 않지요.  

은조도 이 모든 것들을 알고 있습니다. 강숙이 주방에서 일하는 아주머니 두 사람을 내쫓았지요. 그건 효선을 고립시키기 위한 강숙의 술수인 것이 누가 봐도 분명한 일이에요. 효선은 쫓겨나는 아주머니들을 위해 우는 것 빼고는 별로 할 일이 없는 것 같아요. 이 두 아주머니를 도가에서 일하도록 주선한 것은 은조였어요. 은조는 역시 냉정하죠, 침착하고. 효선을 위해 그렇게 한 것이지요.

제가 일전에 이 블로그에서 "☞신데렐라는 없다"라고 했지만, 그것은 효선이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선 자기 힘으로 스스로 일어서는 길밖에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실제로 그래야만 효선은 살 수 있어요. 누구도 효선을 위해 무언가를 해줄 수가 없답니다. 만약 효선이 진짜 신데렐라라고 하더라도 21세기의 신데렐라는 독립된 인격체로 성장해야한다는 거예요.


신데렐라 언니는 은조와 효선 두 의붓자매가 하나가 되는 이야기

그게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신데렐라의 결말이어야 한다는 것이죠.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효선이 자기 힘으로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은 필요할 거예요. 그게 왕자님이라도 좋고 요정할머니라고 해도 좋아요. 그런데 효선에게 그 역할을 해주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은조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러니까 일전에도 저는 그렇게 말했었지요. "아이러니하게도 효선이 자기 속의 자기를 찾도록 계기를 만들어준 것은 은조였다."

은조는 지금껏 냉정하고 단호한 방식으로 스스로 살아가는 법을 배우라고 효선을 다그쳤지만, 앞으로는 그와 더불어 따뜻한 언니가 되어 효선에게 길을 찾아줄 수 있을 것 같네요. 아니 둘이 손잡고 함께 길을 갈 것 같네요. 그게 시간이 좀 걸릴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꼭 그럴 것 같다는 예감이 듭니다. 아무튼, 지금으로선 효선을 구해줄 왕자님은 은조 외엔 별로 없을 것 같아요.

기훈? 정우? 그들은 여전히 아직은 너무 모자라다는 생각뿐이네요.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현재로선 약간의 조력과 두 여자를 지켜보는 것, 그것뿐이에요.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겠지만. 아, 그리고 하나만 더 말씀드리면요. 이건 약간 궤변일지도 모르겠는데, 어쨌든 처음에는 효선이 은조를 구한 거라고 말할 수도 있지요. 은조와 강숙이 털보 장씨에게서 도망치며 효선을 만나지 않았다면?

그럼 오늘날의 은조도 없는 거지요. 은조도 독백으로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고 했지만, 그럼 구대성이 죽지 않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했지만, 그건 과학적으로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고요, 앞으로 두 여자가 함께 사랑하고 함께 아파하며 서로의 차이가 없어지고 하나처럼 되는 것이 이 드라마의 나아갈 방향이에요. 제작진도 그랬지요.

"누가 신데렐라든, 누가 신데렐라 언니든 인생은 똑같이 아프고 달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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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비 정부권

은조도 효선도 신데렐라는 아니다. 그녀들은 그저 은조요 효선일 뿐이다 …
기훈과 정우도 왕자는 아니다. 그들도 그저 사연 많고 갈등하는 인간일 뿐 …

신데렐라 언니에 신데렐라가 없다니, 그럼 신데렐라 언니도 없는 거잖아,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야? 그렇습니다. 신데렐라 언니에 신데렐라가 없다니, 말이 안 됩니다. 신데렐라가 있어야 신데렐라 언니도 있는 거죠. 그러나 아무리 봐도 신데렐라 언니엔 신데렐라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혹시 신데렐라 언니가 진짜 신데렐라가 아닐까 생각하는 분까지 생겼습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신데렐라 언니 은조(문근영)야말로 이 드라마에서 신데렐라가 아닐까 하고 말입니다. 그녀야말로 '재 묻은 소녀'였습니다. 그런 그녀가 대학에서 미생물학을 전공하고 바야흐로 효모 분야의 1인자가 될 날이 머지않았습니다. 물론 아직 그녀가 겪어야 할 파란의 고개들이 많이 남아 있겠지만, 그녀의 성공이 확정적인 것은 틀림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은조는 신데렐라가 아닙니다. 신데렐라는 일찍 엄마를 여의었지만 다정한 아버지 밑에서 행복한 딸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계모와 의붓언니들에게 모든 행복을 빼앗기고 구박 받으며 고생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그런 신데렐라를 구해줄 왕자님입니다. 왕자님은 어느 날 홀연히 신데렐라와 사랑에 빠지고, 신데렐라와 결혼해 그녀의 행복을 찾아주고, 계모와 의붓언니들을 혼내줘야 합니다.

그런데 이 드라마에서 그런 왕자님은 보이지 않습니다. 홍기훈(천정명)이 왕자님일까요? 그도 왕자는 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우선 기훈이 은조 못잖은 갈등하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그는 그릇된 야심을 갖고 대성도가에 들어왔습니다. 홍회장과 홍기훈의 대화를 액면 그대로 믿는다면 그는 지금 대성도가에 잠입한 것입니다. 네 잠입이란 표현이 딱 어울리겠네요. 과장법을 쓰자면 간첩이란 말입니다.

"사장님, 어떤 일이 생기더라도 반드시 저를 믿으셔야 됩니다." 홍기훈이 대성에게 하는 말로 봐서는 무언가 곧 일이 벌어질 것이고 그에 대비해 내심의 어떤 계획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직은 그게 뭔지 정확하게 알 수 없습니다. 홍회장과의 대화에서 "대성도가를 가지게 되면 저에게 주신다고 약속하세요" 하는 말과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요?

아무튼 홍기훈이 나중에 홍주가에 넘어간 대성도가를 다시 살리는 기적을 만들어낸다 하더라도 그는 왕자가 되기엔 뭔가 부족합니다. 왕자는 그 존재의 신비함으로 일거에 신데렐라를 행복하게 해주어야 하지만 홍기훈은 거꾸로 문제와 갈등을 일으키려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우(옥택연)는? 그는 왕자가 되기엔 턱없이 부족합니다. 백마는 고사하고 우선 자기 몸 하나 지탱할 힘도 없습니다.

그에게 가진 것이라곤 튼튼한 몸과 은조를 향한 일편단심뿐입니다. 어린 시절 먹었던 마음의 집요함은 끝내 해병대를 졸업하자마자 그를 대성도가에 취직하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는 마치 은조를 위해서만 살기로 결심한 듯합니다. 그럼에도 그는 앞에서도 말했지만 왕자가 될만한 소질을 갖고 있지 못합니다. 게다가 그는 현재 신데렐라를 태워줄 한 마리의 백마도 갖고 있지 못한 상태죠. 심하게 말하면 집착만 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은조는 신데렐라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그녀를 태워줄 백마를 타고 나타날 왕자 따위는 애초에 필요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은조는 이미 꽤 탄탄한 사회적 지위를 확보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녀는 대학에서 미생물학을 전공했으며 상당한 실력을 갖춘 재원입니다. 꼭 대성도가가 아니더라도 그녀의 인생항로는 장밋빛 미래입니다.

우리는 성인이 되어서도 그토록 내면의 자기 울타리 속에서 갈등하는 은조를 보고 있으므로 그녀가 늘 조심스럽고 위태로워 보이지만, 이미 그녀는 최소한 스물대여섯 살의 나이를 먹은 장성한 하나의 인간입니다. 내 경험으로 보자면 스물대여섯 살의 나이란 세상을 뒤집어엎을 만한 용기와 자신감을 가진 시대를 살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실제 은조는 그만한 자질을 이미 갖췄습니다.

그러니 이미 그녀는 신데렐라가 될 필요가 없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녀는 신데렐라 같은 나약한 소녀가 아닙니다. 그녀는 마음만 먹는다면 무엇이든 못할 것이 없는 사람으로 성장했습니다. 그럼 효선(서우)이 신데렐라일까요? 이 드라마에서 그녀의 나이는 스물네 살입니다. 그녀가 신데렐라라면 은조는 신데렐라 언니라고 불리는 것이 맞겠지요. 그러나 효선도 신데렐라는 아닌 듯합니다.

스물네 살이나 먹었으면서 아직도 칭얼대며 어리광을 부리는 모습을 보면 그녀는 성장부진아인 것일까요?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이런 모습 때문에 짜증나나 봅니다. 그래서 어떤 분은 이런 그녀를 이기적이고 가식적이며 가증스럽기까지 하다고 말했습니다. 하재근 블로그가 그렇습니다. 그리고 또 많은 분들이 여기에 동의를 표하더군요. 또는 위선이란 표현을 쓰는 분도 계십니다.

나는 신데렐라 언니를 보면서 참으로 묘한 현상을 느낍니다. 은조는 그렇다 치더라도 강숙은 정말 악녀입니다. 그녀가 어떤 사연을 가졌건, 어떤 고뇌로 고통 받고 있건, 딸을 위한 그녀의 사랑이 얼마나 지고하든 그녀는 분명 악녀입니다. 그럼에도 그녀를 향해 돌을 던지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왜 그런 현상이 생긴 것일까요? 이게 바로 신데렐라 언니의 묘한 마력입니다.

돌을 맞아야 할 사람이 거꾸로 위로 받고 있는 상황, 이 이해하지 못할 상황이 연출자와 작가의 뛰어난 상상력 덕분인지, 아니면 연기자의 발군의 연기력 덕분인지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하긴 이미숙은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연기파 배우입니다. 문근영도 그저 예쁜 줄만 알았는데, 이번 신데렐라 언니로 일약 연기파 배우로 인정받게 될 태세입니다.

신데렐라 언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저마다 하나씩의 사연을 다 가지고 있습니다. 마치 성인처럼 행동하는 구대성, 엄마 잃은 소녀 효선, 호부호형 하지 못하는 홍길동 같은 처지의 홍기훈, 이들의 사연은 들어보면 눈물 나지 않는 사람이 없습니다. 은조와 은조 엄마 강숙의 사연이란 두 말하면 잔소리입니다. 효선 외삼촌의 사연은 또 어떻습니까. 그에게도 고민이 많습니다. 그는 왜 가짜 술을 만들어 대성도가를 위기에 빠뜨렸을까요?

아마 어쩌면 강숙과 은조가 대성도가에 들어오지 않았다면 그는 그런 짓을 할 필요가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너 내가 죽고 나면 어떻게 살래? 내가 없어도 네가 여기 계속 있을 수 있을 것 같니?" 효선 외삼촌에게 대성이 걱정스러워 던진 이 말을 효선 외삼촌은 모르고 있었을까요? 이건 생존과 관련된 문제인데, 강숙과 은조가 들어온 이후 효선 외삼촌이 이 문제로 고민했을 것임은 자명합니다. 

그러니 그의 사연도 참으로 기구한 것입니다. 물론 효선 엄마가 일찍 죽지 않고 강숙과 은조가 들어오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가 나쁜 짓을 하지 말란 법은 없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깊은 것은 일단 따지지 말기로 합시다. 자, 다시 본래 이야기로 돌아가서 효선에 대한 이야기를 하도록 하지요. 효선에겐 분명 이중성이 있습니다. 계모의 본심을 알면서도 모른 척 하는 것도 그렇습니다.

은조 언니에 대해 사랑하고 사랑 받고 싶은 마음과 은조에 대한 질투심과 복수심으로 갈등하는 것도 그녀의 이중성 때문입니다. 그런데 사람은 누구나 효선과 똑같습니다. 사람은 거의 이중적입니다. 만약 그렇지 않은 사람을 찾으라고 한다면 그는 아마도 예수님이거나 부처님이거나 마호메트일 것입니다. 은조는 어떨까요? 그녀도 이중적입니다. 그녀 역시 현실과 양심 사이에서 갈등합니다.

우리는 지금 신데렐라 언니라는 제목이 말해주듯이 신데렐라가 아니라 신데렐라 언니, 즉 은조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있으므로 은조의 감정에 많이 동화되고 있지만 은조도 분명 이중적입니다. 그녀는 엄마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고 이해하기도 싫지만 그녀를 이해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이해는 묵인으로 나타나고 그건 일종의 동조요 공범의식이라고 내가 일전에 말한 적이 있습니다.

은조의 효선에 대한 태도도 마찬가지입니다. 은조는 힘겨웠던 과거 탓인지 자기 본심을 드러내는데 매우 인색합니다. 사랑 받을 준비도 안 돼 있고 사랑을 줄 준비는 더욱 없습니다. 그녀는 자기에게 베푸는 대성과 효선의 사랑을 위선이라고 생각합니다. 효선의 사랑이 반대급부를 전제한 것은 맞지만, 그런 것조차도 받아들일 여유가 그녀에겐 없습니다. 대신 그녀는 늘 떠날 때를 준비합니다. 

홀가분하게 떠날 수 있기 위하여 애초에 정든 탑 따위는 만들지 않겠노라고 결심한 듯이 보이는 그녀입니다. 이런 은조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도 가끔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불필요한 기대를 만들어 더 큰 실망을 안기는 것에 대한 두려움. 은조 이야기를 너무 많이 했군요. 자, 다시 효선이 이야기를 해보지요. 그래서 효선의 이중성도 용서받지 못할 정도는 아니란 겁니다.

효선은 이제 서서히 주체성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그녀의 속에 든 그녀의 실체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실은 그녀의 속에 든 그녀를 찾도록 효선을 부추긴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은조입니다. 그리고 기훈이 그 일을 돕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효선은 허약하고 무능한 신데렐라의 껍질을 벗고 하나의 인격체로 거듭나려고 하고 있는 중인 것입니다.


효선에게도 은조에 비견할 장기가 있습니다. 그녀는 아마도 탁월한 외교능력을 가진 듯합니다. 그건 어쩌면 그녀의 성격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천성적으로 활달한데다가 어려서부터 주변의 사랑을 독차지하면서 살아온 그녀의 환경, 그것이 그녀의 성격을 형성했을 터입니다. 반면에 은조는 혼자 지내길 좋아합니다. 그런 그녀에게 술독은 조용한 친구가 되어 주었습니다.

술독을 안고 있을 때 들리는 뽕뽕거리는 발효 소리는 그녀가 뛰어난 미생물학자가 되도록 도와주었습니다. 그리고 이미 그녀는 그 분야에서 거의 일가를 이룰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은조가 이렇게 성장할 동안 효선이 아무것도 안 한 것 같지만, 그녀에게도 숨겨진 장기가 있었던 것입니다. 그 장기는 은조와는 달리 사람들과 격의 없이 어울리면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이제 곧 효선이도 자기를 찾을 것입니다. 

자, 그래서 효선이도 더 이상 신데렐라일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녀도 곧 더 이상 왕자 따위는 필요 없는 독립된 인격체가 될 것이란 사실은 이미 지금까지 본 것만으로도 자명하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애초에 제기했던 문제, 신데렐라 언니엔 신데렐라가 없다는 주장에 대한 이상의 논증이 그렇게 엉터리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그럼 은조와 효선은 뭘까요? 그녀들은 얼마든지 신데렐라가 될 수 있었지만 거기에 머물지 않는 커리어우먼들이죠. 은조는 훌륭한 장인으로, 효선은 뛰어난 사업수완가로 성장해서 마침내 힘을 합쳐 대성참도가를 대한민국 최고의 도가공장으로 만든다, 뭐 그런 이야기가 아닐까요? 그 도정에 기훈과 정우의 조력이 빛을 발하겠지만, 그녀들에게 왕자 따위는 필요 없다, 뭐 그런 이야기도요.

그렇게 생각하니 신데렐라 언니에 신데렐라가 없어도 하나도 슬프지가 않군요. 오히려 은조와 효선이 자기 속의 자기를 꼭 찾아 진정으로 독립된 인격체로 태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할 뿐입니다. 그리고 꼭 그렇게 되리라고 확신합니다. 이 드라마는 틀림없이 해피엔딩일 것으로 믿습니다. 어쩌면 은조와 효선은 우리의 이중적 모습인데 그걸 어떻게 하나로 잘 보듬을지 보여주려는 게 이 드라마의 의도한 바가 아닐까 생각해보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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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비 정부권

신데렐라 언니 8부의 첫장면과 마지막 장면은 아이러니하게도 구대성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입원한 병원에서 놀고 있는 준수와 털보 장씨를 만나고 나오다 마주친 은조와 강숙이었습니다. 뭐 이런 것들이 별 의미 없는, 그저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습니다. 또 그러길 바랍니다. 사람을 의심하기 시작하면 한이 없습니다.


그러나 지난 8년간의 강숙의 행적은 실로 충격적인 것이었습니다. 강숙은 8년 동안 매주 털보 장씨를 만나고 있었던 것입니다. 물론 그 시작은 강숙의 의도가 아니라 털보 장씨의 집요한 집적거림 때문이었을 겁니다. 털보 장씨도 참 불쌍한 인생입니다. 남의 아내가 된 여자를 붙들고 골방 같은 여관 밀실에서 사랑을 구걸하고 있었다니, 보통의 상식으론 이해가 안 되는 남자입니다.

그러나 그들에겐 그게 가장 구체적이고 지독한 현실일 수도 있습니다. 강숙의 말처럼 "산다는 게 뭔지 안"다는 것은 그리 녹녹한 일이 아닙니다. 강숙에게 삶은 전쟁입니다. 하느님이나 부처님, 천지신명님과도 한판 붙을 각오가 돼있는 전쟁입니다. 그 전쟁터에서 쓰레기통을 뒤지며, 이 남자 저 남자를 전전하며 강숙은 살아남았습니다.

그런데 내가 의심하는 것은 준수가 과연 구대성의 아들일까 하는 것입니다. 몇 차례 보여준 준수의 모습에서 차분하고 사려 깊은 구대성의 모습을 찾기란 대단히 어려웠습니다. 8부의 시작만 해도 그렇습니다. 구대성이 쓰러져 수술실에 들어갔으며 곧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아이라서? 그러나 아이들도 대개는 눈치가 있어서 놀 때와 가릴 때 정도는 안다는 게 나의 상식입니다.

옛말로 이런 말이 있습니다. "다른 도둑질은 다 해도 씨도둑질은 못한다." 이 말은 다른 물건은 훔쳐 써도 표가 나지 않지만, 사람이 간통을 하여 아이를 낳으면 샛서방(샛서방이란 중간에 끼어든 서방이겠죠? 샛강처럼)을 닮게 되므로 탄로가 난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준수는 구대성을 닮았을까요? 그렇기 때문에 아무 탈 없이 잘 지내고 있는 것일까요?

그러나 아무리 살펴봐도 구대성과 닮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털보 장씨를 닮았다는 쪽으로 자꾸 생각이 기울고 있습니다. 하는 짓도 보면 꼭 털보 장씨 같습니다. 8년 세월이 흐른 후 제일 먼저 나온 인물이 바로 이 아이였습니다. 대성도가의 고택 앞에서 친구와 놀던 장면, 아이의 친구는 준수의 폭력이 싫다며 도망가 버렸지요.

또 우리말에 외탁이란 말이 있습니다. 아이가 외가 쪽을 닮았다는 뜻이죠. 외탁이란 말의 존재는 이런 경향이 일반적인 것이 아니라 특이한 경우라는 것을 말해줍니다. 즉, 아이들은 아버지를 닮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란 뜻입니다. 제 주변을 보아도 대체로 그런 것 같습니다. 어미는 몸으로 아이와 일체감을 느낄 수 있지만, 아비는 그럴 수 없습니다. 

그러니 그들이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일체감은 닮았다는 것입니다. 과거에, 우리 부모님 세대들은 아이를 두고 "아이고 애비를 꼭 닮았네" 하는 말을 덕담 하듯이 했습니다만, 여기에 어떤 의미가 들어 있었을까요? 아무튼 이 이야기는 이 정도로 하고요. 아이가 아버지를 닮는 것이 생존본능 때문이란 우스갯소리도 있지만, 이런 이야기들이 과학적 근거로 무장한 것은 아니니까요.  

그러나 준수가 구대성의 아들일까에 대한 의문은 어쩐지 지워지지 않는군요. 만약 준수가 털보 장씨의 아들이라 가정하면, 그럼 구대성은 자기 아들이 아닌 것을 알고 있기는 한 것일까? 그것도 미스터리입니다. 대성이 워낙 성인 같은 인물이라 알면서도 모른 척 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날 뜯어먹으려고 함께 산다고 해도 없는 것보다 있는 게 낫다"는 사람이니까요. 

그럼 은조는 이 사실을―물론 준수가 털보 장씨의 아들임이 사실이란 전제하에―알고 있었을까요? 지금까지는 몰랐던 것 같습니다. 8년 전, 대성도가를 찾아왔던 털보 장씨를 은조가 돌려보낸 적은 있었지만, 그 이후에도 계속 강숙과 만나고 있었으리라고는 생각 못했을 수도 있죠. 한편에서 보면, 털보 장씨가 그렇게 곱게 물러날 것이라고 생각했던 은조도 맹한 구석이 좀 있는 거죠. 

(위 왼쪽) 강숙으로부터 헤어지자는 통보를 받는 털보 장씨 (위 오른쪽) 헤어지는 조건, 수표 (아래 왼쪽) 다방문을 나서는 강숙 (아래 오른쪽) 입원한 대성의 손을 쥐어주면서 무언가 결심을 했을까?


그러나 이제 알게 되겠죠. 최소한 강숙이 남편 몰래 털보 장씨와 밀회를 가져왔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리고 그 관계가 8년 동안 계속 지속되어 왔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준수의 존재에 대해서도 한 번쯤 생각해보기는 하겠죠. 그렇지만 사람은 대개 그렇듯 편한 쪽으로, 희망적인 방향으로 생각을 정리하게끔 되어 있습니다. 아니야, 라고. 그리곤 어느 날 폭탄처럼 터지겠지요.

정말 준수가 시한폭탄이라면, 그 시한폭탄의 존재를 대성이 확인하게 된다면, 대성은 어떤 태도를 취할까요? 그때도 세계평화를 위해 입 다물고 모든 것을 덮으려 할까요? 털보 장씨에게 돈을 건네고 다방을 나서면서 강숙이 뒤를 한 번 돌아보았죠. 나오기 전에 강숙은 털보 장씨에게 이렇게 말했었죠. "봉투를 한 번 열어봐. 열어보고서도 그 돈보다 내가 좋으면 따라 나와 나를 잡아. 그럼 내 살아줄게." 

뒤를 돌아보며 알듯 모를 듯 쓴 웃음을 짓는 그녀의 표정에선 "그럼 그렇지. 네까짓 것이, 돈 앞에 장사 있어?" 하는가 하면, 또는 한숨을 삼키며 "그래, 역시 사랑 따위는 개나 고양이에게 주라고 그래" 하는 것 같았습니다. 안도와 실망이 교차하는 그런 웃음 말입니다. 그냥 웃음이 아니라 비웃음이라고나 해야 할 그런. 그러나 털보 장씨가 그렇게 호락호락한 인물은 아닐 듯싶습니다. 

자기 여자를 남의 아내로 보내고 8년 동안이나 밀회를 즐겨온 그런 남자가 돈 몇 푼 받았다고 그렇게 쉽게 물러날까요? 게다가 털보 장씨가 준수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된다면? 털보 장씨가 준수의 존재에 대해 알고 있는지에 대해 현재로선 어떤 단서도 없습니다. 그러나 준수가 시한폭탄이 맞는다면 언젠가 은조도, 대성도, 털보 장씨도 다 알게 될 날이 올 겁니다. 

털보 장씨가 있는 다방으로 돌진하는 은조


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은조가 앞으로 어떤 태도를 취할지 그게 가장 궁금하군요. 이전 포스팅에서도 말했지만, 역시 피는 물보다 진한 것이니까요. 참기 어려운 갈등으로 괴로워하겠지만 은조의 선택은 결국 정해져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은조도 사람이니까요. 그리고 엄마의 삶을 누구보다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그리고 이해하는 사람도 은조니까요.

하여간 8부의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은 나로선 꽤나 예사롭지 않은 예고편을 보는 듯했답니다.

Posted by 파비 정부권
은조는 갈등하는 신데렐라 언니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말은 거의 진실입니다. 아니 '거의'라는 수식어는 사실 불필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거의'가 아니라 '완벽'하게 진실이죠. 피보다 진한 것이 세상에 또 있을까요. 부모는 자식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습니다. 자식도 마찬가집니다. 부모의 마음에 미치지는 못해도 그 끈끈한 정은 그에 못지 않습니다. 


신데렐라 계모 강숙의 의도, 대성참도가를 먹는 것

"너 업고 쓰레기통도 뒤졌어. 더러운 거라도 안 먹이는 거 보단 나을 거 같아서. 뒤져 먹이고 너 탈났을 때, 밤새 열 오르고, 네 눈동자 저 뒤로 까무렁 넘어가 흰자만 번득일 때, 하느님 아버지, 부처님, 신령님, 내 새끼 죽이기만 해보라고, 내가 가만 놔둘 줄 아느냐고, 하늘이고 나발이고 간에 한입에 꿀꺽 삼켜 잘근잘근 씹어주겠노라고, 사람으로 품위 지키며 살긴 그날밤으로 포기했어."

"내가 누군 줄 알아? 하느님 부처님하고 맞장 떠 이긴 년이야, 내가. 너 하나 살리려고." 강숙의 말을 들으며 은조가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그녀는 슬펐을 것입니다. 천륜과 양심 사이에서 그녀는 끝없이 갈등했을 것입니다. 그녀의 차갑고 괴팍하고 공격적인 성격도 그런 갈등의 끝에서 형성되었을 것입니다. 이보다 앞서 은조는 구대성에게 대성참도가를 나가겠다고 선언했었죠. 


구대성이 그럼 나가서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계획서를 만들어 오라고 하자 그렇게 하겠다고 합니다. 이 말을 엿들은 강숙은 구대성의 앞에서 "우리를 쫓아내려고 그러냐" 하며 쓰러집니다. 물론 연기였습니다. 늘 엄마를 의심하는 은조조차 이번엔 감쪽같이 속았습니다. 의사가 다녀가고 구대성이 잠깐 나간 사이 강숙은 언제 쓰러졌었냐는 듯 팔팔하게 은조를 몰아붙입니다. 

"야 이년아, 나가긴 어딜 나가. 가만있으면 이 공장이 통으로 다 너하고 준수 건데, 가긴 어딜 가." 


준수는 구대성과 결혼한 강숙이 낳은 아들입니다만, 그 아비가 누구인지 의심스럽습니다. 매달 털보 장씨를 영양제 맞듯 만나고 있기 때문이지요. 이런 엄마를 보는 것이 은조에겐 가장 큰 고통입니다. 오죽했으면 꿈도 희망도 없는 은조에게 오직 하나 꿈이 있다면 엄마 없는 곳에서 사는 것입니다. 그러나 결국 어떻게 되었을까요? 은조는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요?

구대성은 은조 모녀의 실체를 알게 될까

은조는 대성참도가를 떠나지 않습니다. 은조는 엄마를 그토록 미워하면서도 엄마의 뜻을 저버릴 수 없는 것입니다. 피는 물보다 진한 운명 탓이죠. 구대성은 일단 집을 나가겠다는 뜻을 접은 은조를 격려합니다. 그것이 비록 엄마가 쓰러진 때문이고 일시적인 보류라고 하더라도 구대성의 진심은 은조의 결정을 환영하는 것입니다. 그는 진정으로 효선과 은조를 구별하지 않았노라고 말합니다.

설령 가슴 저 깊은 곳에 그런 마음이 있다고 하더라도 절대 그런 마음이 나오도록 하지 않았노라고 자신 있게 은조에게 고백합니다. 제가 보기에 그것은 진정 고백으로 보였습니다. 무엇 때문에 구대성은 은조를 위해 자신의 속마음까지 내보이며 고백 같은 것을 했던 것일까요? 저로서는 알 수 없습니다. 구대성이 참 대단하고 훌륭한 인격의 소유자라는 것 말고는.


그러나 6부의 마지막 장면에서 구대성은 못 들을 것을 듣고 말았습니다. 은조 모녀의 대화를 들은 것입니다. 어디까지 들었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습니다. 아마도 마지막 부분만 살짝 들은 것 같은데, 그렇다면 강숙의 수완 좋은 말주변에 구대성이 넘어갈 확률도 큽니다. 생각해보니 그리 될 가능성이 더 커 보입니다. 일단 구대성이 강숙이란 존재의 실체를 알게 된다면 이 게임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지요.

그러므로 현실적으로 구대성은 또 다시 강숙의 찜쪄먹기 작전에 넘어갈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효선이는 이미 강숙의 실체를 알고 있습니다. 그녀는 강숙이 구대성에게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도가는 은조가 있잖아요. 도가일은 은조 하나로 족하지요. 효선이는 제 하고 싶은 일 맘껏 하게 해주셔요." 그게 무슨 의미인지 효선은 다 알고 있습니다. 자기를 바보로 만들어 공장을 은조가 마음대로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강숙의 계획을 알면서도 효선은 왜 그러는 것일까요? 

강숙의 계략을 알면서도 따라가는 은조는 공범

그러나 효선이도 이제 더는 그러지 않겠지요. 은조의 냉소적인 괴롭힘에도, 강숙의 가식적인 보살핌에도 설마 저들이 자기를 미워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효선도 이제 서서히 상황을 깨닫기 시작합니다. 그녀는 드디어 허울뿐인 천사의 날개를 벗어던지기로 결심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의붓언니와의 전쟁을 시작하겠죠. 도가 마당에서 일꾼들과 어울려 쌀을 씻는 효선의 모습은 잃어버린 자기 것을 되찾아오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6부를 보면서 효선의 모습보다는 은조의 모습이 더욱 걱정스러웠습니다. 일단 엄마의 계략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그에 동조해야 하는 그녀의 심리상태가 참으로 걱정스러웠다는 말입니다. 공범이 되기로 한 은조의 그 결심이 엄마 때문에 어쩔 수 없었던 것인지, 아니면 엄마는 핑계일 뿐 사실은 가슴속 저 밑바닥에 숨어있는 스스로의 욕망에 이끌린 결과였던 것인지.

아무튼 막판까지 갈등하는 모습을 보여주긴 했습니다만, 일단 그녀가 강숙의 계획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효선을 바보로 만들어 배제시키고 은조가 대성도가의 주도권을 쥐도록 한다는 계획에 대해서도 은조, 효선, 강숙 이 세 사람은 모두 잘 알고 있는 듯이 보입니다. 다만, 효선은 이때까지도 실낱같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었던 듯이 보이는데 이제 그 희망을 접었겠죠.

"저 사람들은 절대 나를 사랑해 줄 사람들이 아니다"란 사실을 깨달았으니까요. 어쨌든 은조는 지금 몹시 갈등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역시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사실을 확인한 신데렐라 언니 6부였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복잡한 문제가 더 생겼는데요. 홍기훈의 태도입니다. 그는 매우 신실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줄로만 알았던 그가 이상한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오빠까지 은조에게 가버리면 내겐 뭐가 남아?

대성참도가를 먹겠다나요? 그는 홍주가의 대표인 그의 아버지 홍회장의 사주를 받고 대성참도가의 회계정보를 캐내기 위해 잠입한 것입니다. 거 참 이야기가 이상하게 돌아갑니다. 흥미진진하다고 해야 하나~? 홍기훈은 홍회장에게 이렇게 말했지요. "아버지에게 대성참도가가 넘어가고 난 다음 다시 저에게 넘겨주신다고 약속해주세요." 이게 도대체 뭔 말인지, 원. 

홍기훈에게 결혼해달라고 부탁한 효선이 말했죠. "오빠까지 은조에게 가버리면 나에겐 뭐가 남아?" 그렇군요. 이미 효선은 은조에게 모든 걸 빼앗겼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홍기훈이 지금 무슨 짓을 하려고 하는지 알게 된다면 또 어떤 마음이 될까요? 홍기훈이 하려는 행동도 사실은 은조의 쌀쌀맞은 태도 때문 아닐까요? 처음엔 홍회장의 사주를 거부하려고 했었는데, 갈수록 복잡해지는군요. ^^- 

<관련글☞> 신데렐라 계모 강숙, 효선을 친딸처럼 아끼는 이유
어떤 블로거께서 <신데렐라 언니>를 일러 '악역을 위한 동화'라고 하셨네요. 그분 말씀처럼 신데렐라가 아니라 신데렐라의 계모와 언니의 관점에서 세상을 보니 악역은 사라지고 사연만 남았다는 얘기에 공감이 갑니다. 누구든 사연이 있기 마련이죠. 심지어 은조의 엄마조차도 사연을 들어보니 눈물 나더군요. 그런 엄마에게 엮일 수밖에 없었던 은조는 더 눈물 나게 하는 거고요. 그렇죠~...
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