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과서'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5.11.25 그들이 역사교과서를 지배하고자 하는 이유 by 파비 정부권
  2. 2008.09.22 역사교과서에 새빨간 뿔을 달려는 정부와 한나라당 by 파비 정부권 (12)

진리경찰이란 필명을 쓰는 온라인 활동가가 있었다. 그가 요즘도 활동하는지는 알지 못한다. 이명박 정권 초기 촛불정국을 전후하여 맹활약(!)한 그는 지독스럽게 빨갱이를 혐오했다. 아니 혐오하고자 하는 모든 대상을 빨갱이로 몰았다.

 

그는 가끔 시인 흉내도 냈는데 다음과 같은 글을 다른 이의 블로그에 댓글로 남기기도 했다.

 

장하다 대한민국 전투경찰

그대는 우리의 전사우리의 자랑

대한민국 전투경찰

그대는 우리의 폭동진압 공격특별대원

(중략)

수백 개의 돌과 쇠파이프와 화염병과

머릿속이 새빨간 벌레 같은 폭도들로

우리의 땅과 목숨을 뺏으러 온

원수 북괴의 흉악한 공작을

그대 몸뚱이로 내리쳐서 깨었는가?

깨뜨리면 깨뜨리며 자네도 깨졌는가?

(하략)


이미 오래전에 증발해버려 어느 누구의 기억 속에서도 존재하지 않을 필명이 왜 무단히 생각났을까? 그것은 아마도 <1984>에 등장하는 사상경찰과 너무도 흡사한 이름 때문이었으리라. 물론 진리경찰이 곧 사상경찰을 흉내 낸 것이라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단지 나의 상상력일 뿐이다. 어쩌면 진리경찰은 <1984>의 존재 자체를 몰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곰곰 생각해보면 진리경찰은 <1984>를 읽었을 것이다. 조지 오웰의 다른 명저 <동물농장>도 함께. 죽을 때까지 철저한 사회주의자로서 이상을 꿈꾸었던 오웰의 이력을 모르는 사람들이 그의 저작을 반공주의 교과서로 활용했던 점을 생각한다면, 진리경찰은 다분히 이념적 의지가 함축된 작명이었을 것이란 짐작도 가능하다.


젊은 작가 오웰은 행동하는 지식인으로서 스페인내전에 참전했다. 영국독립노동당과 스페인 마르크스주의통일노동자당의 연합 민병부대에 배속된 그는 이곳에서 적과 싸우기에 앞서 같은 편인 스페인공산당의 탄압으로 동지들이 학살되는 장면을 목도하게 된다. 이른바 친 소련파 스페인공산당의 헤게모니 투쟁이다.


긴박한 상황, 자신도 체포되면 총살당할 위기에 처하지만 오웰은 아내이자 동지 아일린과 함께 가까스로 탈출해 영국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즉각 <카탈로니아 찬가> 저술에 돌입한다. 엄청난 충격에 분노의 화신처럼 그의 펜은 맹렬하게 전체주의를 향해 포탄 세례를 퍼붓는다. 스탈린주의로 변질된 공산주의는 그에게 전체주의였다. 사회주의 이상사회를 위해 공산주의는 1차적으로 척결되어야 할 악이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마침내 <카탈로니아 찬가>에 이어 <동물농장><1984>가 탄생한다. 오웰이 스페인내전에 참전하여 스탈린주의자들의 참모습을 보지 않았다면 아마도 이 세 권의 의미 있는 저술은 태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역사는 아이러니다.   


<카탈로니아 찬가>는 실제 현장을 기록한 르포임에도 80여 년의 시공을 넘는 데는 한계를 보여준다. 아무래도 사회, 경제, 문화 모든 면에서 당시와는 너무나 달라진 오늘날의 눈으로 그 시대를 완벽하게 이해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에 반해 <동물농장><1984>는 다르다. 때로는 사실을 다룬 기록보다 허구를 그린 소설이 훨씬 진실을 잘 전달해줄 수 있다는 사실을 이 두 편의 책은 여실히 보여준다. 특히 <1984>는 조지 오웰이 마치 예언자의 눈으로 과거의 시점에서 오늘을 보며 글을 썼던 게 아닐까 착각이 들 정도다.


<1984>는 마치 예언서와 같다. 1940년대에 어떻게 이런 걸 생각해냈을까 무릎을 치지 않을 수 없다. 그중에서도 사람들에게 증오심을 주입하고 세뇌하는 얇은 금속판 통제 장치 텔레스크린은 하루 종일 쉼 없이 떠들어대는 종편방송들과 곳곳에 설치된 감시카메라를 연상시킨다.


그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사람들을 째려보며 증오를 촉구한다. 잘 차려입은 붉은 얼굴들이 오리처럼 경쟁하듯 꽥꽥거리는 화면을 보고 있자면 어느새 함께 꽥꽥거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현대의 텔레스크린 앞에서 증오와 적의로 뭉쳐진 진리경찰들은 그렇게 해서 또 생산되고 단련되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1984>에서 우리가 전율하는 것은 바로 다음 말이다.

 

과거를 지배하는 자는 미래를 지배한다.

현재를 지배하는 자는 과거를 지배한다.”

 

이 말을 다시 쓰면 이렇게 된다.

 

현재를 지배하는 자는 미래도 지배하기 위해 과거부터 지배하고자 한다.”

 

섬뜩하지만 이보다 진실을 담은 말이 세상에 또 있을까. 1940년대의 런던에서 2015년 서울을 정확히 꿰뚫어보고 있지 않은가. 박근혜 정권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작업은 괜한 것이 아니다. 빅 브라더가 그랬던 것처럼, 그들은 과거를 자기 편의대로 고치고 싶은 것이다. 현재처럼 미래도 지배하기 위해…….


<1984>의 주인공 윈스턴 스미스가 기록국에서 했던 일은 과거 발행된 신문기사를 고치는 일이었다. 기록국의 다른 동료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는 채 홀로 빅 브라더의 명령에 따라 이미 발행된 신문을 끄집어내 오늘 일어난 결과에 적합하게 새로 써서 다시 편철하는 것이 그의 임무였다.


매일매일 새롭게 고쳐 써서 편철되는 역사는 존재하기도 하고 존재하지 않기도 하는 영혼이 없는 활자들일 뿐이다. 2015년 대한민국 국사편찬위원회 집필진들도 바로 그런 일을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닌가. 윈스턴들처럼 그들은 은밀한 곳에 숨어 서로의 얼굴을 복면으로 가린 채 과거의 역사를 끄집어내 지울 것은 지우고 새로운 활자들로 채울 것은 채울 것이다.


맑지만 쌀쌀한 4월 어느 날 13시 괘종시계가 울리는 것으로 시작한 <1984>는 비극적 엔딩으로 결말짓는다. 서양에서 13은 불길함을 나타내는 숫자다. 우리의 미래는 어떨 것인가. 어제, 대통령은 자기를 비판하는 국민들을 향해 “IS 테러범 같다며 강한 적의를 드러냈다. 텔레스크린이 ‘2분 증오’로 골드스타인을 단죄하듯, 방송들은 연일 시위대에게 증오와 적개심을 퍼부을 것이다.

 

1984년은 끝나지 않았다.  

Posted by 파비 정부권

최근 여권에서 현행 역사교과서에 대한 좌편향 논란을 일으키며 개편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도대체 좌편향이란 어이없는 규정 자체도 이해할 수 없지만, 좌편향으로 내세우는 내용들을 보면 더 한심하기 그지없다.

  예를 들면 이승만이 친일청산을 위해 만든 국회 반민특위에 반대했다든지, 박정희의 유신독재나 전두환이 권력을 동원하여 강압정치를 했다든지 하는 내용을 바꾸라는 것이다. 특히 4·3사건을 대규모 좌익세력의 반란으로 바꾸라고 하는 주장은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 특별법에 따라 구성된 정부조사위원회에서 진상이 규명되고 대통령까지 공식 사과한 사건이 아닌가. 이제 겨우 치유되려는 제주도민들의 상처에 다시금 칼을 들이대는 꼴이다.

  이들의 단순무식한 논리대로라면 친일에 반대하고 독재에 반대하면 모두 좌편향이다. 유신독재와 쿠데타에 찬성하고 지지하지 않으면 모두 좌파이다. 노동자의 권리를 주장하고 기업의 독점적 지배에 항의하면 모두 빨갱이다. 그들의 논리대로라면 이 나라에는 온통 좌편향에 좌파에 빨갱이 천지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이미 이런 논란은 대선 전부터 있어왔다. 소위 뉴라이트라고 불리는 일단의 세력들이 가장 먼저 역사교과서 문제를 들고 나왔던 것이다. 이들은 자기들이 자체 제작한 역사교과서에서 일제 종군위안부를 더 큰 돈을 벌기 위해 자발적인 취업을 한 여성으로 왜곡해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또 일제의 조선 강점이 봉건적 잔재를 털어내고 산업화를 통해 근대화에 기여했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일본보다 더 친일적인 주장을 하는 이들 우익의 대변자를 자처하는 뉴라이트가 먼저 좌편향 논란을 일으켰던 것이다. 이들 뉴라이트의 핵심이라고 하는 자유주의연대란 조직의 면면을 보면 과거 주체사상을 최초로 남한에 전파시켰다고 자처하는 김영환 씨라던가 홍진표 씨 같은 사람들이 주축이다. 이 단체의 대표인 신지호 씨는 뉴라이트를 대표해 한나라당 국회의원 뺏지까지 달았다. 그도 역시 한 때 경기지사 김문수 씨가 그랬듯이 공산주의 비슷한 급진사상을 가졌던 인물이다. 바로 이 뉴라이트가 대선 이전부터 구여권 저격수와 한나라당 보급병 역할을 자임하며 활약해온 것은 이미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실로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드디어 대선에서 이명박이 정권을 잡고,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압도적으로 의회를 장악했다. 촛불정국으로 잠시 주춤했던 이들이 다시금 기선을 잡기 위해 준비한 칼은 역시 전가의 보도였다. 서랍 속에 집어넣어두었던 좌편향 역사교과서 논란을 다시 꺼내든 것이다. 이번엔 정부와 여당이 직접 나섰다. 이들 수구세력들에겐 빨갱이만한 칼 이상 가는 것도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상상력이란 것도 바로 이 선 이상을 넘지 못하는 것이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나는 이미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공산당이 뭔지 알았다. 공산당은 아주 흉악하며 머리에 뿔이 나 있다. 공산당을 발견하면 즉시 신고해야 한다. 신고하지 않으면 처벌 받는다는 사실도 자세히 배웠다. 이승복 어린이처럼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당당하게 말할 줄도 알아야 한다. 그래야 훌륭한 어린이다. 30여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산에서 갓 내려온 남파 간첩을 식별할 줄 안다. 그리고 아직도 나는 공산당이 싫다. 아! 역시 (의식화)교육은 대단하고 무서운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정부와 한나라당은 공산당이 아니라 역사에 뿔을 달려고 하고 있다. 국민이 뽑았던 대통령들과 정부에도 뿔을 달려고 하고 있다. 학교 선생님들에게도 뿔을 달려고 하고 있으며, 자신을 반대하는 모든 국민들의 머리에도 뿔을 달려고 하고 있다. 이러다간 나이어린 초등학생들의 머리에도 시뻘건 뿔이 나고야 말 것이다.

  이들의 의도야 말할 것도 없이 뻔하다. 좌편향 논란을 통해 자파 세력을 결집시키고 거기에다 덤으로 교과서를 자기들 입맛에 맞게 바꿀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그러나 도대체 지금처럼 개명한 시대에 어떤 사람들이 이들이 주장하는 내용을 좌편향이라고 생각할 것이며 쿠데타와 독재를 미화하려는 음모를 가만 내버려두겠는가?

  도대체 이 사람들은 자기들이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기나 한 것일까?

2008. 9. 22  파비

<위 사진> 독재자 히틀러. 상대를 빨갱이로 몰아 처단하는 데는 최고 기술자다.
               모든 독재자들의 영원한 스승이다. 또 모든 정치인들의 연구대상이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모든 정치가들은 독재자의 유혹을 항상 받고 있기 때문이다.
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