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리스'에 해당되는 글 7건

  1. 2010.01.01 김태희 눈물에 담긴 솔직한 고백 by 파비 정부권 (14)
  2. 2009.12.20 '아이리스' 김현준의 죽음과 최승희는 무관할까? by 파비 정부권 (11)
  3. 2009.11.30 '아이리스' 의혹에 싸인 백산과 승희의 관계 by 파비 정부권 (55)
  4. 2009.11.06 '아이리스' 김태희는 장동건처럼 될 수 없을까 by 파비 정부권 (22)
  5. 2009.11.05 '아이리스' 지나친 중간생략, 어리둥절하다 by 파비 정부권 (4)
  6. 2009.10.23 아이리스, 불편한 막장 언급에 대한 사과 by 파비 정부권 (17)
  7. 2009.10.15 아이리스, 감동속에 숨겨진 불편한 막장 by 파비 정부권 (72)

연기대상 우수연기자상 받고 눈물 펑펑 김태희,
           "아이리스는 연기자로서 자괴감에 빠진 저를 구원해준 소중한 작품"

KBS 연기대상을 받은 김태희가 눈물을 흘렸다는군요. 저는 사실 어젯밤에 연기대상 시상식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 시간에 <보석비빔밥>을 보고 있었거든요. 제가 요즘 가장 빠져있는 드라마는 <보석비빔밥>인데요, 중간에 보기 시작했기 때문에 처음 시작이 어땠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1회부터 다시 보느라 연기대상 시상식을 보지 못했답니다.

우수연기자상을 받고 눈물 흘리고 있는 김태희@KBS사진제공

그리고 저는 원래 시상식은 잘 보지 않습니다. 드라마를 좋아한다고는 하지만, 제가 모든 드라마를 다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알지도 못하는 드라마나 출연자게에게 상을 주는 시상식이 그렇게 재미있을 리도 없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요 근래 방송3사의 시상식들이 대체로 상 나눠주기 행사이거나 특정 프로그램 키워주기로부터 자유롭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작년에 MBC도 그랬었지요. 누구나 인정하는 <베토벤 바이러스>의 김명민을 배제하고 <에덴의 동쪽>의 송승헌에게 상을 주고 싶었던 MBC가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것이 바로 공동수상이었지요. <에덴의 동쪽>이 수출 등 향후 시장에서 차지하게 될 비중을 고려한 MBC의 고충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상은 상이지 광고수단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래서 시상식을 보고 싶었던 생각도 없었고 시상식에 대한 소감을 포스팅할 생각도 없었지만, 오늘 다음뷰를 검색하다가 김태희가 우수연기상을 받았고 눈물을 많이 흘렸다는 블로거들의 기사를 여러 편 읽어보고선 궁금증이 발동해서 재방송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역시 연기대상 시상식은 제가 아는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작년 KBS 드라마계를 휘어잡았던 세 개의 프로 즉, <아이리스>, <솔약국집 아들들>, <천추태후>가 대상과 최우수상을 나누어 가지더군요. 대상은 역시 이미 예상하고 있던 것과 다르지 않게 이병헌이 탔습니다만. 아이리스의 이병헌이 연기대상을 받을 것이란 점에 대해선 아무도 의문을 제기한 사람은 없었을 겁니다. 그런데…

하나의 이변이 있었지요. <아이리스>의 김태희가 우수연기자상을 받은 겁니다. 그것도 쟁쟁한 연기자들을 물리치고 말입니다. 그 경쟁자들 중에는 최명길도 있었습니다. <미워도 다시 한번>에서 열연한 최명길의 연기는 과연 최명길이란 찬사가 아깝지 않았습니다. 최명길과 함께 열연한 전인화의 연기도 압권이었지요. 두 사람은 과연 명불허전이었습니다. 

그러나 전인화는 연기대상 어디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물론, 훌륭한 연기자들이 워낙 많으니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최명길과 더불어 2009년 KBS 드라마 최고의 배우라고 생각하던 저에겐 아쉬운 점이 아닐 수 없군요. 그러고 보니 박예진도 있군요. 박예진의 연기도 <미워도 다시 한번>을 빛낸 공신이었지요. 

어쨌든 김태희는 이런 쟁쟁한 연기자들을 모두 물리치고 우수연기자상을 수상했습니다. 물론, 혼자 받은 것은 아닙니다. 역시 여기에도 공동수상이란 절묘한 수가 적용됐습니다. <꽃보다 남자>의 구혜선과 함께 시상대에 올랐던 것이죠. 구혜선은 탈만한 상을 받았지만, 김태희는 분명 의외였고 이변이었습니다.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우수상 수상한 김태희의 이변은 의외

솔직하게 말하자면, 의외라고 말하는 것은 모르겠지만 이변이라고 말하는 것은 좀 과장일 수 있습니다. 그동안 방송사들의 행태로 보아 충분히 점칠 수 있을 만한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아이리스의 상품가치로 보나 김태희의 광고효과로 보나 방송사로선 김태희에게 상을 주는 것이 마땅하고 옳은 일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쟁쟁한 연기자들을 제치고 우수상을 수상한 김태희는 흐느끼는 목소리로 울먹이며 수상소감을 발표했는데, 그 우는 소리가 진심으로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아니 진심이었을 겁니다. 그녀의 소감 첫마디는 특히 그랬습니다. "연기자로서 자괴감에 빠진 저를 구원해준 것은 아이리스였어요." 

그녀의 이 한마디엔 모든 것이 다 담겨 있었습니다. 쏟아지는 연기력 논란에 그동안 그녀가 얼마나 힘들고 괴로웠을지 충분히 짐작이 가는 한마디였지요. 그리고 실제로 <아이리스>가 그녀를 구원했다는 말도 충분히 공감이 가는 말이었지요. <아이리스>를 통해 그녀는 충분히 자신감을 회복했을 겁니다. 

소위 발연기 논란도 어느 정도 잠재울 수 있었고요. 여전히 부족한 면들이 눈에 띠긴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녀의 유명세 탓이기도 합니다. 만약 그녀가 이토록 유명한 탤런트가 아니었다면 그녀의 사소한 실수들 혹은 덜 닦인 재능들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사실 꾸준하게 10여 년 이상 단역으로 출연하면서도 여전히 발연기에 가까운 어색한 연기로 보는 사람마저 어색하게 만드는 연기자도 많습니다. 그들에게 기회가 없었던 탓도 있겠지만, 어쨌거나 그들에게 보여주는 관대함에 비해 김태희에게 내려지는 평가들이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말도 틀리지는 않습니다.

최명길을 제치고 김태희의 이름이 거명됐을 때, 몹시 불쾌했지만, 마이크 앞에 서서 울먹이며 수상 소감을 말하는 그녀를 보면서 은연중에 동정심이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하는 마음이 되었습니다. 그것은 그녀가 단순히 울었기 때문이 아닙니다. 상 받고 우는 연기자들이야 어디 김태희뿐이었겠습니까.

그럼 분기탱천하던 제게 갑자기 측은지심이 발동한 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요? 그것은 김태희가 상을 받는 소감 첫마디로 "연기자로서의 자괴감"을 말했기 때문입니다. 그 모습에 참 솔직한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의 연기력 부족 논란을 그리고 그로 인해 받았던 심적 부담을, 자괴감이라고 말할 정도의 고통을 고백하는 모습이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갑자기 이름이 불려 나왔다고 하더라도 자기의 결점을 그렇게 대중들이 보는 앞에서 솔직하게 털어놓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으로 되었습니다. 어차피 연기대상 시상식이란 것이 앞에서도 말했듯이, 진짜 연기 잘한 연기자에게 주는 상이라기보다는 어제의 수고에 대한 보답과 내일을 위한 격려에 더 큰 의미가 있다면 말입니다. 

감동적이었던 김태희의 눈물에 담긴 솔직한 고백

이렇게 되고 보니 연말 연기대상 시상식에 대한 저의 생각도 좀 바꾸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군요. 상은 잘한 사람에게만 주는 게 아니라, 나누어 가지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수고한 사람을 위로하고 잠재력을 가진 기대주를 격려하기위해 주기도 하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새해 첫날 오후, KBS 연기대상 시상식 재방송에서 본 최명길의 모습이 그렇군요.

그녀는 상을 하나도 못 받았지만, 전혀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이었고 오히려 후배들을 축하해주는 모습이 매우 기쁘게 보였습니다. 하긴 최명길이 상을 받건 안 받건 그게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상을 받지 않아도 그녀의 연기력이 인정 못 받는 것도 아닐 터이고, 최명길은 그대로 최명길일 텐데 말입니다. 그래도 여전히 조금 섭섭하긴 하지만….   

아무튼 김태희의 솔직한 눈물은 매우 감동적이었습니다. 저는 어쨌든 솔직한 사람의 솔직한 모습이 참 좋습니다.

Posted by 파비 정부권
『아이리스』를 방금, 오늘에서야 봤습니다. 이미 김현준(이병헌 역)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고 난 터라 별로 긴장감은 없었습니다. 19회와 20회를 연속으로 봤는데 스토리를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죠. 김현준이 마지막에 죽는 장면은 좀 의외였습니다. 사실 해피엔딩으로 끝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지만, 비극적인 설정도 나쁘진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비극적인 마무리가 더 진한 여운으로 시즌2를 기다리는 기쁨을 줄 지도 모릅니다.   

어이없는 김현준의 죽음   

김현준의 죽음은 너무 허망했습니다. 자동차를 타고 가다 총에 맞아 죽는다는 설정, 그것도 애인에게 줄 반지를 들고 프로포즈의 단꿈에 빠져 운전을 하다 하얀 등대가 보이는 곳에서 총에 맞아 죽는 장면은 매우 로맨틱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역시 허무한 건 어쩔 수 없습니다. 너무 급작스럽고 너무 어이없는 죽음이었습니다. 도대체 김현준이 왜 죽어야 했을까요? 아이리스의 음모는 분쇄됐고 김현준은 NSS를 떠났는데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비슷한 장면이 오래 전 보았던 한 영화에서 오버랩됩니다. 한석규가 주연했던 『이중간첩』이란 영화였습니다. 여주인공은 고소영이었죠. 위장귀순한 이중간첩 림병호, 남북 어디로도 갈 수 없게 된 림병호와 윤수미가 택한 곳은 브라질이었습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수미와 함께 행복한 여생을 보낼 단꿈에 젖은 그들의 모습은 김현준과 최승희의 모습과 같았습니다. 수미가 기다리는 집으로 자동차를 타고 가던 병호는 물론 총에 맞아 죽음을 맞습니다.  

그런 병호를 기다리는 수미의 행복한 모습이 마지막을 장식했었지요. 이어폰을 귀에 꽂은 채 행복한 시선으로 어딘가를 응시하며 김현준을 기다리는 최승희(김태희 역)와 윤수미는 확실히 닮은 꼴입니다. 그런데 여기까지 글을 쓰고 난 다음 검색창에서―병호와 수미란 주인공의 이름과 줄거리가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이중간첩』을 검색해보았더니 다음뉴스나 다른 블로그들에서도 저와 똑같은 의문을 제기한 분들이 많군요. 『이중간첩』의 오마주 아니냐고 말입니다. 역시 보는 눈은 비슷한가 봅니다.

<아이리스> 라스트 장면은 <이중간첩> 오마주? 


그러나 저는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림병호를 기다리는 윤수미와 김현준을 기다리는 최승희는 다르다고 말입니다. 림병호와 윤수미는 함께 조직을 버리고 제3국으로 탈출을 결심했습니다. 그들은 남과 북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새로운 삶을 살기로 결심합니다. 그런데 최승희는 어땠을까요? 아무도 모릅니다. 최승희의 속마음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다만, 최승희가 김현준을 무척 사랑한다는 사실만 나열되는 화면을 통해 알고 있을 뿐입니다.

지난주던가요? 아니면 그 전주던가. 아무튼 얼마 전에 저는 백산과 승희의 관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적이 있습니다. 사실 그때까지는 최승희의 정체에 대한 어떤 실마리도 보여진 적이 없습니다. 최승희는 NSS 내 뛰어난 프로파일러이며 김현준을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 외에는 전혀 알려진 게 없었지요. 저는 최승희를 그저 나레이션 정도로만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최승희가 아이리스의 테러범들에게 잡혔을 때, 백산의 전화 한 통으로 구출되었을 때, 그녀의 정체를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대체 그녀는 누구였을까요? 이후에 백산의 딸이다, 백산보다 더 상위에 있는 아이리스의 리더 미스터 블랙의 딸이다, 아니 아이리스 고위층의 애첩이다, 온갖 억측들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리스』는 이에 대한 어떤 해답도 내놓지 않은 채 김현준을 죽임으로써 드라마를 마무리지었습니다. 『아이리스』가 내년에 다시 시즌2로 복귀한다고 하지만, 시즌2라는 이름이 말하듯 전편과는 어떤 연관성도 없는 독립된 스토리로 갈 가능성이 큽니다.

최승희의 실체는 영원히 비밀의 바다로?

실제로 대충 훑어본 바에 의하면―이 글을 쓰는 중 잠깐이었지만―제작자인 태원엔터테인먼트 측은 그렇게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최승희의 정체는 영원히 미스터리로 남게 되는 것일까요? 물론, 최승희가 김현준에게 “나는 중앙정보부 요원의 딸이며, 박정희 대통령 시해사건에 연루된 아버지가 사형당한 후 백산의 도움으로 살았으며, 백산의 인도로 NSS에 들어오게 됐고 아이리스를 적대시하기 어려웠다” 하고 고백하지 않았냐고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렇게 말하고 김현준의 품에 안긴 최승희의 눈동자를 유심히 살펴보았습니다. 눈은 거짓말을 못하는 법이니까요. 최승희는 눈을 감지 않았습니다. 보통 진실을 고백하고 연인의 품에 안긴 상태라면 눈을 감는 게 정상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최승희는 눈을 감지 않았을 뿐 아니라 눈동자를 좌에서 우로 굴리더군요. 저는 최승희가 김현준에게 모든 진실을 고백했다고 믿지 않습니다. 최승희의 움직이는 눈동자가  흔들리긴 했지만…. 

김현준이 최승희에게 진실을 고백하도록 미리 “내가 알고 있는 것과 다르게 말할까봐 그게 겁나” 하고 말했지만, 최승희가 고도로 훈련된 프로파일러란 사실을 우리는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그럼 또 이렇게 의문을 제기하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최승희는 아이리스가 대통령을 암살하려고 배치한 저격수들을 모두 제거했지 않느냐. 결국 그녀는 아이리스를 배신하고 김현준에게로 간 것이 아니냐.”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저도 확언을 못하는 것입니다. 

이어폰에 묻힌 김현준 암살의 총성

그러나 저는 최승희의 귀에 꽂은 이어폰을 통해 그녀가 김현준의 암살에 관여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합니다. 제주도에서 최승희가 백산과 또 다른 한 사람―어쩌면 이 사람이 바로 미스터 블랙일 수 있다―을 만나는 장면이 담긴 CC-TV 화면을 보면 최승희가 백산과 의문의 사람 사이를 왔다갔다 하며 소리를 지르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게 무얼 뜻하는 것일까요? 저는 이 장면을 보면서 최승희는 백산 뿐 아니라 미스터 블랙과도 매우 가까운 사이란 걸 직감했습니다.

즉, 최승희는 아이리스의 핵심이란 사실입니다. 김현준도 그걸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사랑에 눈이 먼 김현준은 애써 자기가 원하는 쪽으로 답을 내고 싶었을 것입니다. 최승희가 자기 부친이 중앙정보부 요원이었으며 사형당했다고 말했을 때 김현준은 그렇게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래, 내 사랑하는 승희가 아이리스일리가 없지.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던 거야.” 사람에겐 그런 게 있습니다. 특히 위기에 몰린 사람일 수록 좋은 쪽으로 나는 결말을 믿는 마음 말입니다.  

결국 모든 것은 백산이 말한 것처럼 되었습니다. 백산이 말했죠? “김현준, 너는 내가 설계한 대로 지금껏 살아왔어. 앞으로도 그렇게 될 거야. 너는 어떤 비밀도 알지 못할 걸야. 아무것도 모른채 죽게 되겠지. 네가 죽게 되는 것은, 네가 금단의 열매를 먹었기 때문이야.” ‘금단의 열매’란 것이 최승희란 사실은 분명해 보이는데, 아직 최승희에 대해 밝혀진 게 하나도 없네요. 김현준의 죽음도 의혹 투성이지만, 최승희가 왜 ‘금단의 열매’란 것인지…. 최승희는 정말 김현준의 죽음과 아무런 관련이 없을까요?


풀리지 않은 의혹,
아이리스와 미스터블랙 그리고 최승희

미스터 블랙은 누구였을까요? 미스터 블래과 최승희의 관계는? 아무튼 『아이리스』가 시즌2에서 이 부분에 대한 의혹을 어느 정도는 풀어주는 친절을 보여주시길 바란 뿐입니다. 아무리 독립된  스토리로 간다고는 하지만 시청자들을 위해 그 정도 배려는 할 수 있겠죠. 『아이리스』는 많은 기대와 비판―비판도 기대의 연장이죠―을 한 몸에 받았지만, 제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남과 북이 한 팀이 되어 아이리스에 맞섰다는 것입니다.

남과 북 내부에 아이리스와 연결된 반통일 세력이 있으며, 이들의 음모를 분쇄하기 위해 남과 북의 첩보조직이 힘을 합쳤다는 설정은 좀 억지라는 생각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참신하고 통쾌한 시도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주로 북쪽에 올라가서 협상을 진행하는 것과는 반대로 남쪽에 내려와서 남북이 협상을 했다는 점도 의미 있는 대목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보다 북한 호위총국 김소연의 활약은 남남북녀란 말을 실감나게 했습니다. 시즌2에도 꼭 나왔음 하네요.

'………'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찌 되었든, “최승희 도대체 너 누구야?”
Posted by 파비 정부권

막판으로 달려가는 <아이리스>, 서울 한복판에서 핵폭탄을 사이에 두고 모든 것이 결판날 것처럼 보인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들을 종합해보면 북한의 염기훈 위원과 남한의 NSS(국가안전국) 백산 국장은 한편이다. 연기훈은 북쪽 아이리스 지부장이고, 백산은 남쪽 아이리스 지부장이다. 이렇게 보면 아이리스를 매개로 이들은 이미 남북통일을 이룬 것인가.  


엉터리 같은 상상이지만, 아무튼 남과 북의 정보책임자들이 얼굴을 맞대고 공동목표를 두고 심사숙고하는 모습이 참으로 신기하다. 평화적 통일을 반대하기 위한 남과 북의 통일전선이라. 물론, 그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적 욕망에서 비롯된 것이겠지만. 그리고 이들의 배후에는 이런 욕망을 부추기며 냉전을 조장하는 아이리스가 있다.

베일에 가린 아이리스 본사의 실체

철저하게 베일에 싸인 아이리스는 그야말로 드라마의 긴장감을 유지하는 핵심 요소다. 연 위원과 백 국장이 본사라고 부르는 아이리스의 실체에 아직도 우리는 접근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대체 아이리스의 본사란 무엇이며 어느 정도의 규모일까? 그 본사를 움직이는 인물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그러나 그런 의문들은 어느 순간 일거에 드러날 것이다.

드라마란 늘 그렇다. 막판에 모든 의문들이 싱겁게 해소되면서 드라마는 막을 내리고 사람들은 허탈감에 빠져드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어떻든 지금 이 순간 <아이리스>는 아이리스의 실체 외에도 많은 의문점을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고, 그것은 우리의 시선을 <아이리스>에 고정시키는 커다란 힘이다. 그중 몇 가지만 살펴보기로 할까.  

첫째, 검은 암살자 빅의 정체다. 그는 누구일까? 누구의 명령에 의해 움직이는 것일까? 북한의 핵물리학자 홍승용을 암살한 것도 그였다. 처음에 나는 그가 백산 국장의 지시에 의해 홍승용을 암살한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14부에서 평화롭게 아내와 장을 보는 백산을 미행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는 아이리스 본사에서 파견한 요원이란 얘긴데, 왜 백산을 미행했던 것일까?

둘째, 남한 대통령 비서실장의 정체. 그는 백산과 대통령의 독대를 도청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대통령의 비서실장은 대통령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측근중의 측근이다. 그런 그가 왜 대통령의 대화를 도청했을까? 혹시 그도 제 3의 세력의 조직원이 아닐까? 그리고 그런 조직이 있다면 대체 어떤 조직일까? 혹시 백산에게 살해당한 유 박사가 만들었다는 그 조직?

셋째, 진사우다. 진사우는 어째서 아이리스의 조직원이 되었을까? 진사우가 백산으로부터 김현준을 제거하라는 명령을 받았을 때 그는 아이리스가 아니었다. 친구에게 총을 겨눌 수 없다던 진사우는 백산이 최승희를 대신 보내겠다는 말에 어쩔 수 없이 임무를 맡았던 것이다. 국가관이 매우 투철해보이던 그가 왜 아이리스가 되었을까? 혹시 최승희 때문에?

아이리스로부터 최승희를 살려낸 백산의 의도가 뭘까

마지막, 역시 가장 커다란 의문은 최승희다. 도대체 최승희는 누구일까? 냉혹한 백산, 어떤 경우에도 감정이 흔들리지 않는 백산도 최승희가 테러범들에게 납치당했다는 보고에 눈빛이 흔들린다. 고민하던 그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어 최승희를 살려 보낼 것을 부탁한다. 아마도 통화의 상대방은 염기훈 위원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연기훈의 전화 한통으로 최승희는 사지에서 돌아온다. 염기훈의 지시로 북에서 내려온 핵 테러범들도 결국 아이리스인 셈이다. 아무튼 최승희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살아났다. 그러나 왜 백산은 연기훈에게 떨리는 목소리로 부탁까지 하며 최승희를 살리려고 했을까? 도대체 최승희와 백산은 무슨 관계일까?

지금까지 정황으로 보아서는 아이리스에 충성하는 백산이 최승희를 살려야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백산이 진정한 아이리스라면 오히려 최승희를 살려서는 안 된다. 최승희는 특수요원이며 NSS에서 가장 뛰어난 프로파일러다. 그런 그가 살아 돌아온다는 것은 아이리스가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그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지 않은가.
 

최승희는 NSS 내부의 배신자가 백산과 진사우란 사실을 인지한 실장의 도움을 받아 테러범들의 아지트를 찾아냈다. 이는 백산이 아이리스 본사로부터 충분히 의심 받고 책임 추궁을 당할 만한 사건이다. 빅이 백산을 미행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은 아닐까. 이미 아이리스 본사는 백산에 대해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진사우로부터 최승희가 테러범 아지트를 찾아냈다는 보고를 받은 백산은 다시 다급히 지시한다. “어떻게 해서든 승희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가서 막아.” 역시 백산은 접근을 막으라는 지시만 내렸을 뿐, 불가피하다면 제거해도 된다는 지시까진 내리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최승희의 안전을 걱정하는 당혹함이 엿보이는 지시였다.

             

풀리지 않는 가장 큰 의문, 백산과 승희의 관계는?

대체 무엇이 백산으로 하여금 최승희에 대한 감출 수 없는 연민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일까? 단순히 아끼는 부하라서? 그렇다고 하기엔 최승희가 너무 위험하다. 최승희는 이미 아이리스와 가까운 거리에 접근했다. 최승희의 이런 예기치 못한 활약으로 인해 백산 자신이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 백산 정도라면 그런 가능성을 충분히 알 수 있지 않은가.

풀리지 않는 의문, 세 번째까지의 의문들은 실상 별다르다 할 것이 없다―솔직히 말하면, 이 글에서도 그저 구색용이다―. 어차피 줄거리의 전개와 더불어 서서히 풀려지기로 되어있는 것들일 뿐이니까. 다만, 백산과 최승희의 관계는? 이게 내 최대 관심사다. 만약 내가 상상하는 것과 다르게 아무 관계도 아니라면 NSS 국장이며 동시에 아이리스 한국 지부장인 백산은 참 부질없는 아이리스다.

그렇지 않다면 백산은 최승희부터 빨리 제거하라는 명령을 내려야 되는 게 아닐까? ... 아닌가?

ps; 아무튼 빅의 정체는 백산도 통제하지 못하는 아이리스의 비밀 조직망이 국내에 있다는 반증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든다. 하긴 그 정도는 돼야 세계 지배의 야심을 가질 만 하겠지, 그게 군산복합체의 비밀기관이든 뭐든 말이다.  

Posted by 파비 정부권
장동건.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입니다. 그런 장동건을 김태희와 비교하는 게 과연 옳다고 할 수 있을까요? 지금의 장동건만 아는 사람이라면 아무도 수긍하지 못할 겁니다. 아니, 화를 낼지도 모르죠. 어떻게 장동건을 김태희에게 같다 붙일 수가 있느냐고. 그러나 기억하는 분은 하겠지만, 장동건에게도 김태희와 같은 시절이 있었습니다.

장동건과 김태희/ 다음영화 이미지 편집


장동건도 처음엔 김태희처럼 얼굴만 잘 생긴 배우였다

처음 본 장동건은 정말 '왕짜증'이었습니다. 아니 상당히 오랫동안 나는 그를 브라운관에서 보는 게 고역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의 연기는 정말 엉망이었죠. 대사가 무슨 책 읽는 것도 아니고. 보통 베테랑으로 통하는 노련한 배우들은 연기한다는 말을 듣지 않습니다. 아마 스크린이든 브라운관이든 그들이 하는 연기는 현실처럼 너무나 자연스럽기 때문일 겁니다.  

그러나 장동건은 억지로 연기를 하고 있는 것이 보였고, 그것도 지독히 어설픈 연기를 힘들게 하고 있다고 생각되었습니다. 그게 눈에 보였습니다. 정말 짜증났습니다. 단지 얼굴 잘 생겼다는 이유 하나로 계속 브라운관에 얼굴을 내미는 그가 무척 미웠습니다. 나중엔 연출자, 텔레비전까지도 미울 지경이었습니다. '아, 정말 이건 아니지.' 

그런데 어느 날 장동건이 확 바뀌었습니다. 갑자기 그의 연기가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지독히도 어설픈 연기를 억지로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웠습니다. 갑자기 기연이라도 얻은 것일까? 생각지도 않던 기인을 만나 연기를 잘 할 수 있는 비급이라도 얻었던 것일까? 알 수 없는 일이었지만, 갑자기 변한 그의 모습은 실로 매력적이었습니다. 

아마도 그런 모습을 나에게 선사했던 프로의 이름이 <의가형제>였던가요? 1997년이었을 겁니다. 그는 이후 급속도로 성장했습니다. 1999년 안성기, 박중훈과 함께 열연했던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서 가능성을 찾았던 그는 2001년 <친구>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습니다. 물론 그 이전에도 그는 스타였습니다. 그러나 이전의 그는 얼굴만 잘 생긴 스타였을 뿐이지요.  

그리고 마침내 2004년, 장동건은 <태극기 휘날리며>로 한국영화 대표선수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안성기나 한석규가 갖고 있던 타이틀을 장동건이 이어받은 겁니다. 인민군 장교복을 한 장동건이 동생을 살리려고 인민군을 향해 기관총을 난사하며 죽어가던 모습에 전율하지 않은 사람이 있었을까요? 나는 아직도 그 장면을 생생하게 뇌리에 재현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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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를 잘 살려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한 장동건은 한국 최고의 배우가 되었다

그런데 장동건은 어떻게 얼굴만 반지르르한 발연기의 대명사에서 한국 최고의 배우 자리에 올랐을까요? 물론 치열한 노력이 있었을 겁니다.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만들어진다는 에디슨의 명언이야말로 장동건을 변화시킨 원동력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것뿐이었을까요? 오로지 노력만으로 얻은 영광이었을까요? 

노력만으로 모든 걸 얻을 순 없습니다. 주어진 기회를 잘 살리는 현명함도 필요하죠. 장동건은 주어진 기회를 잘 살렸습니다. <의가형제>가 바로 장동에겐 기회였습니다. 장동건은 <의가형제>를 선택했고, <의가형제>는 자신만의 독특한 이미지를 창조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으며 그는 거기에 부응했습니다.

그럼 김태희는 어떨까요? 많은 사람들이 김태희의 연기를 보며 불안해하거나 불편해 합니다. 나도 그렇습니다. 사실 나는 그녀의 열렬한 팬은 아닙니다. 나에게 김태희는 그저 예쁘장한 LG사이언 광고모델 이상은 아닙니다. 그녀가 연예계 최고의 미인이라고 모두들 말하지만, 글쎄 내가 볼 때 김태희는 전인화나 황신혜처럼 그리 완벽한 미녀라고 생각되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어떻든 그녀가 미녀인 것만은 확실합니다. 최고라는 말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남다른 아름다움을 가진 것은 사실이니까요. <아이리스>는 김태희가 출연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화제를 몰고 왔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연기가 얼마나 나아졌을까에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었죠. 그러니 나도 덩달아 그녀의 연기를 유심히 살펴보게 됐습니다. 

1부에서 보여준 그녀의 연기는 나름대로 합격점이었다고 생각됩니다. 대학 강의실에서 보여준 그녀의 연기는 사람들의 불안을 어느 정도는 해소시켜주었습니다. 대체로 그런 의견들이었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녀의 연기는 다시 불안해지고 불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아, 이런…, 그러고보니 김태희를 보는 내내 저도 불안해하고 있군요. 

김태희의 연기는 아직 불안하고 불편해

김선화(김소연 분)를 추격하는 그녀가 하이힐을 신고 선글라스도 쓰지 않고 코트를 입고 뛰어가는 모습은 도무지 정예 첩보원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이건 그러나 연출자의 탓이라고 해둡시다. 하지만 늘 입을 반쯤 벌린 채 이를 드러내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선 어떤 긴장감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왜 입술을 굳게 다물지 않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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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지에 몰린 애인을 구하겠다는 각오를 가슴에 담은 첩보원의 모습치곤 너무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소연의 비장한 모습과는 너무나 대조적이었죠. 차라리 김소연이 최승희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아직 반 정도 분량밖에 찍지 않았다고 하니 기대를 완전히 접기엔 이르다는 생각도 들긴 합니다만. 

김태희는 장동건처럼 될 수 없는 것일까요? 장동건이 <의가형제>에서 기회를 살려 자신만의 이미지를 완성했듯이 말입니다. 장동건은 이미 거목이 되었습니다. 특정한 이미지의 캐릭터만 연기하던 그는 이제 다양한 캐릭터로 자신의 영역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개봉된 <굿모닝 프레지던트>에서 그는 그걸 잘 보여주었다고 합니다.

김태희도 어느 날 갑자기 장동건처럼 달라진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줄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건 대단히 어려운 일처럼 보입니다. 장동건은 진정한 스타가 되기 전에 꾸준히 브라운관에 얼굴을 보이며 자기 이미지를 완성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차갑고 건방진 의사 캐릭터를 통해 자신만의 이미지를 완성했습니다.

이때부터 그의 연기는 자연스러워졌습니다. 말하자면, 잃어버린 자신의 모습을 되찾았다고나 할까, 아무튼 그는 그렇게 한국영화계를 대표하는 배우가 되었지요. 그러나 김태희는 어떻습니까? 그녀가 연기자라고 하지만, 브라운관에서 그녀를 볼 수 있는 것은 가물에 콩 나듯 어렵습니다. 너무 재는 것일까요?

세월을 이기려면 부단한 노력으로 1%의 영감을 얻어야

여기에다 그녀는 배우인지, CF모델인지 정체성도 모호합니다. 그런 그녀에게 어떤 기회를 통해 자신만의 이미지를 구축하길 바라는 것도 사실은 무리일 수 있겠습니다. 그럼에도 나는 그녀가 장동건의 예에서 뭔가를 배우길 바랍니다. 그래서 더 많은 드라마에 얼굴을 내밀며 자신을 다듬기를 바랍니다. 1%의 영감을 얻기 위해 99%의 노력을 기울이는 천재처럼요.

그러지 않으면 수년 내에 김태희란 이름도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사라질 날이 올 겁니다. 김태희의 얼굴이 아무리 예쁘더라도 세월을 이길 수는 없습니다. 천하절색이라던 황신혜도 <공주가 돌아왔다>에서 보니 늙은 기색이 역력하더군요. 김태희도 그들처럼 오랫동안 인기를 누리고 싶다면 이제 변해야 합니다. 

그러고 보니 이번 주말엔 <굿모닝 프레지던트>를 꼭 보러 가야겠군요. 갑자기 그러고 싶어졌습니다.
아직 안 끝났을라나? … 
Posted by 파비 정부권

<아이리스>는 6부 마지막 장면에서 의외의 화면으로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김현준(이병헌 분)이 헝가리를 탈출하여 일본으로 간 것까지는 좋았다. 김현준은 한국 최고의 첩보요원이니 그 과정을 굳이 보여주지 않아도 충분했다. 김현준이라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라고 모두들 믿으니까. 


그리고 김선화(김소연 분)가 김현준이 일본으로 피신했다는 사실을 간파하고 일본으로 건너간 것까지도 좋았다. 또 하얀 설원을 지나 아키타로 향하고 있는 김현준을 쫓아 총을 겨누는 장면도 좋다. 왜? 김선화는 북한 호위부에서도 가장 유능한 첩보요원 중 한사람이다. 과감한 중간 생략은 스피드와 긴장감을 끌어올리는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갑자기 김소연이 동해안에 나타나 NSS로 압송되고 취조를 받는다는 설정은 지나친 무리가 있다. 거기다 화면은 갑자기 김현준이 어디에선가 고문 받는 장면을 라스트로 처리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시청자들은 궁금하다 못해 어리둥절하다.

우리나라 드라마는 조금만 인기가 있으면 연장방송 등으로 시청자들을 실망시켰었다. 연장방송은 스토리를 질질 끌어 지루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는 게 필연이다. <선덕여왕>도 마찬가지였다. 처음 출발할 때 빠른 스피드와 박진감 넘치는 전개, 색다른 이야기로 화제를 모았던 선덕여왕도 연장을 결정하면서 늘어진다는 원성을 샀다. 

그러나 역시 초반의 인기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여전히 40%대의 높은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한번 고지를 점령하면 쉽사리 빼앗기지 않는 것이 드라마의 세계다. 시청자들도 웬만해선 채널을 바꾸지 않는다. 그래서 방송사와 드라마 제작자들은 거리낌 없이 연장방송이란 카드를 쓰는 것일까. 

그런데 <아이리스>의 경우엔 반대의 이유로 불편하다. 너무 생략을 하는 것이다. 그게 처음엔 태원엔터테인먼트 정태원 사장의 주특기라고 해서 그런가보다 했다. 그리고 사실 빠른 전개는 첩보영화의 상식이다. 첩보영화가 느리면 긴장감이 떨어지고 재미가 없어진다. 당연히 빨라야하는 것은 기본. 

그러나 그것도 어느 정도껏 해야지 너무 지나치면 이야기의 연속성이 떨어진다. 지난 6부의 마지막이 그랬다. 갑자기 김선화가 NSS에 체포되고, 김현준은 고문을 받고 있다. 따뜻한 설국의 온천에서 김현준과 함께 차를 마시던 김선화는 왜 갑자기 동해안에 나타나 체포된 것일까?

북한 최고의 특수요원이 나타나자마자 일반 군경에 잡혔다는 게 말도 안 되지만, 일부러 NSS에 잡혔다는 것도 말도 안 된다. NSS에 잡혀가서 빠져나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면 이야말로 난센스 중의 난센스다. NSS가 어디 동네 파출소쯤 되는 걸로 생각하지 않았다면 말이다. 

그러나 어떻든 김선화는 최승희(김태희 분)의 도움으로 탈출에 성공한다. 그리고 아마도 최승희를 만나 김현준을 소식을 전할 테고, 최승희는 일본으로 날아갈 것이다. 물론 오늘 방송에서 우리가 궁금해 하는 또는 어리둥절해하는 사건의 전말에 대해 충분한 설명이 있을 것이다. 

만약 그러지 않는다면 이보다 더 황당한 드라마도 없었다는 오명을 쓰게 될 테니까, 아마도 그런 일은 없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오늘 모든 의혹이 해소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불편한 것은 어쩔 수 없다. 스피드도 좋고, 긴장감도 좋지만 <아이리스>는 영화가 아니고 드라마다. 


일주일을 기다려 다음 편을 보아야하는 시청자들의 처지도 고려해주는 친절함을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까.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은 매 편 완성도 있는 줄거리를 원한다. 어느 정도의 복선을 깔아 다음 편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시키는 전략도 필요하지만, 지나치면 곤란하다. 

아무튼 오늘 밤, 지난 1주일 동안 기다려왔던 의혹이 해소되길 기대해본다. 도대체 왜 김선화는 느닷없이 NSS에 잡혔던 것일까? 그리고 실수로 잡혔던 걸까, 일부러 잡혔던 걸까? 그랬다면 이유는 무엇일까? 혹시 최승희 사진을 보고 그녀에게 김현준이 살아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갔던 것일까? 

그리고 연이어 김현준은 왜 또 고문장에서 비명을 지르고 있었던 것일까? 아, 정말 머리 아프다. 오랜만에 만나는 멋진 드라마라 생각하고 열심히 보고 있지만, 가끔 너무 불친절하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어쨌든 오늘 7부에선 모든 의혹이 밝혀지겠지. 만약 오늘도 아무 설명 없이 그냥 넘어가버린다면? 용서하지 않을 테다. ㅋㅋ       

Posted by 파비 정부권

우선 약속한대로 섣부른 판단으로 드라마의 일부 내용을 비판한 점에 대해 사과부터 해야겠다. 나는 <아이리스> 1부를 본 소감을 포스팅하며 이렇게 말했었다. [관련글; 아이리스, 감동 속에 숨겨진 불편한 막장

"매우 기대되는 드라마다. 최고의 배우들이 벌이는 스릴과 서스펜스, 눈을 한시도 떼지 못하게 하는 카메라 속도는 최고가 될 것을 예감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옥에 티가 하나 있다. 북한 최고인민위원장을 암살을 지시하면서 유럽소풍에 비교한 것은 난센스다. 그리고 그것이 유럽소풍이 독일 통일에 단초가 되었듯 한반도 통일에 단초가 될 것이라 믿는 엘리트 요원 김현준도 이해할 수 없다. 그러나 이것은 말 그대로 옥에 티일 뿐이며, 옥이 너무 찬란하므로 별로 신경 쓸 만한 일은 아니다."


대충 이런 요지로 글을 썼는데 반론이 많이 제기됐다. 너무 섣부른 판단을 한 거 아니냐는 것이다. 어떤 분은 드라마는 드라마로 보아야지 왠 정치적인 잣대로 드라마를 재느냐는 분도 있었다. 후자의 비판에 대해선 여전히 수용하기 어렵다. 이건 정치적인 판단이 아니다. 전쟁을 유발시킬지도 모르는 암살과 평화적 통일도 구분 못하는 최고의 요원이란 그 자체로만 보면 억지 시나리오다. 억지 시나리오로 만든 드라마를 막장드라마라고 부르며 많은 블로거들과 네티즌들이 비판의 칼을 대기에 주저하지 않는다. 

<너는 내 운명>, <아내의 유혹>, <밥 줘> 등이 대표적 케이스였는데 그 중 <너는 내 운명>은 억지 설정뿐 아니라 반사회적 내용으로 수많은 질타를 받기도 했다. 그렇다면 <너는 내 운명> 등의 개연성 없는 스토리 전개와 반사회적 내용에 대해 막장드라마란 비판의 화살을 날리면 안 되는가. 드라마는 그저 드라마로 보아야지, 라고 말하며 어떤 부조리에도 눈감아야 하는가. 여기에 대해 "그렇소!" 라고 말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아니 거의 없다고 단정해도 별로 틀리지 않을 터다.  

사실 <아이리스>를 그런 드라마들과 비교하는 것은 커다란 실례일 수 있다. 참을 수 없는 모욕이리라. 그러나 1회 첫 장면을 본 순간적인 느낌이 그랬을 뿐이다. 사소한 일부분이긴 하지만 이런 대작을 만들면서 논리에 맞지 않는 억지 설정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았었다. 그러나 오늘 4회를 보면서 그건 기우였음이 판명되었다. 나의 섣부른 판단이었다. 김현준이 다시 NSS 부국장 백산에게 질문을 던지는 장면이 오늘 나온 것이다. "이유가 뭡니까?"

하긴 이유를 묻는 것도 냉혈 킬러들에겐 난센스다. 그러나 김현준을 비롯한 NSS 요원들은 냉혈 킬러가 아니다. 그들은 이유 없이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 그래서도 안 된다. 그들은 국가 안보를 책임진 공무원 신분이다. 일단 그렇다고 해두자. 조직의 명령에 맹동해 사람을 죽이는 것은 아이리스의 전문 킬러 빅으로 충분하다. NSS(국가안보국)와 아이리스는 질적으로 완전히 다른 존재다. 아이리스가 아직 베일에 가려있지만, 악의 화신인 것만은 분명하다.

백산은 김현준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이 질문과 답변은 1부에는 없었는데, 변명하자면 이는 내 어설픈 판단의 원인이었다. "ICBM. 북한은 그동안 미사일 발사체 관련 기술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켜 왔어. 이젠 미국 본토까지 직접 공격이 가능한 미사일 개발을 눈앞에 두고 있어. 그 마지막 과제가 핵탄두의 소형화야. 윤성철은 그 문제 해결을 위해 이곳 헝가리에서 구 소련 관계자들과 비밀회동을 가질 예정이야. 북한이 핵미사일 보유국이 되는 걸 지켜보고 있을 순 없지 않나?"
 
그러나 백산의 이 말은 진실이 아니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여기에 대해 어떤 보고도 들은 바가 없으며 그 외 국가안보 관련 보좌관이나 정보기관 수뇌부들도 알지 못하는 엄청난 일이다. 북한 최고인민위원장 암살 음모의 배후에는 NSS가 아니라 아이리스라는 비밀 조직이 있었던 것이다. 아마도 백산은 NSS가 아니라 아이리스를 위해 일하는 인물이다. <아이리스> 홈피에서도 백산은 아이리스 한국지부장이라고 소개해놓았으니 이는 틀림없는 일이다.

스키복장을 하고 있는 걸로 봐서 눈밭에서 벌이는 멋진 추격전도 예상된다.


아무튼 1부 첫 장면 암살을 지시하는 대목이 억지 설정이며 이는 작지만 막장 요소였다고 비판한 것은 나의 섣부른 판단의 결과였고, 매우 잘못되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때 추신으로 밝혔던 것처럼 섣부른 판단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사과하는 의미로 포스팅을 따로 하겠다고 했으므로 오늘 이렇게 <아이리스>에 공식적으로 사과한다. 물론 <아이리스>에 대한 나의 비판은 그저 옥에 티를 보고 투덜거리는 정도였을 뿐이며, 옥이 너무 빛나므로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토를 달았지만, 약속은 약속이다. 

오늘 4부는 손에 땀을 쥐고 보았다. 본 시리즈 3편을 거의 몇 차례씩이나 볼 정도로 나는 첩보영화를 좋아한다. <아이리스>는 4부를 통해 본 시리즈에 전혀 손색없는 스릴을 보여주었다. 이병헌이 <아이리스>의 주연으로 발탁된 이유도 충분히 보여주었던 4부였다. 시나리오도 훌륭하고 연출도 멋지다. 빠른 전개가 만들어내는 스릴과 서스펜스는 한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만들었다. 벌써부터 5부가 기다려진다.   

어쨌든 다시 한 번 <아이리스>에 진심으로 사과하며 무한한 기대를 보내는 바이다.
Posted by 파비 정부권
<아이리스>. 최고가 될 것 같은 예감이 드는 미니시리즈다. TV 드라마답지 않은 빠른 전개와 스케일, 초호화 캐스팅으로 대변되는 화려함, 무엇 하나 나무랄 곳이 없을 듯이 멋진 드라마다. 정말 누구 말처럼 월화드라마에 편성되지 않고 수목드라마에 편성한 것은 <선덕여왕>으로서는 행운이다. 물론 <아이리스>도 마찬가지 이유로 수목드라마 시간대를 선택했겠지만. 

이미지=아이리스 홈페이지


아이리스 첫 편을 본 소감은? 최고가 될 것 같은 예감 

이병헌은 역시 멋졌다. 멋진 연기와 매력적인 목소리는 여전히 녹슬지 않았다. 오히려 꽤 길었던 공백으로 인해 그에 대한 환상이 더 깊었을지 모른다. 그의 우수에 젖은 눈망울과 마음을 포근하게 감싸주는 목소리는 실로 사람을 환상으로 이끄는 마력이 있다. 정준호는 어떤가? 여기에 김승우까지. 이들 중 한명만 나와도 대단할 텐데 한꺼번에 나왔다. 또 김영철은? 김영철은 잠깐 나왔지만, 역시 베테랑이다.

나는 김영철을 가장 좋아한다. 태조 왕건에서 보여준 궁예의 카리스마는 아직도 살아있다. 내가 본 역대 왕 중에 최고였다. <아이리스>는 이병헌, 정준호, 김승우, 김영철이 나왔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이미 대박 드라마의 조건을 갖춘 셈이다. 그런데 여기에 김태희까지 끼어들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김태희가 출연한 첫 회를 불안한 마음으로 보았음을 안다. 그러나 그 마음도 실은 김태희에 대한 넘치는 기대와 사랑 때문 아닐까.  

그러나 놀랍게도 김태희는 획기적인 변신을 선보였다. 내가 보아도 놀랍다. 더 이상 어눌한 발성,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표정 따위의 이야기는 나오지 않을 성싶다. 하나만 보고 열을 알기는 어렵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체로 하나를 보면 나머지 열은 알 수가 있는 법이니, 20회가 마무리될 때까지 김태희의 활약을 기대해도 후회가 없으리라 생각한다. 

어쨌든 <아이리스> 첫 회는 대성공이었다. 마지막 끝날 때까지 한 순간도 내 시선을 다른 곳에 빼앗기지 않으리란 확신이 들 정도로. <선덕여왕>과 더불어 누가 최강자인지 샅바를 잡을 만한 프로가 될 것임은 조금도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나는 드라마를 보는 첫 순간부터 불편한 감정에 휩싸였다. 무엇이 나를 불편하게 했을까? 이토록 찬사만이 넘치는 훌륭한 드라마에.

나를 불편하게 만든 딱 한 가지, 요인 암살 대상이 왜 하필 북한 최고인민회의 위원장이어야 하나?  

나를 불편하게 한 것은 NSS 부국장 백산(김영철)이 김현준(이병헌)에게 지시하는 장면이었다. 백산과 김현준이 접선한 곳은 헝가리였다. 직접 부국장이 나타난 것에 크게 놀란 김현준에게 백산은 “혹시 유럽으로의 소풍이란 말 들어봤나?” 하고 물어본다. 답을 기다리지 않고 백산은 계속해서 말한다. 김현준에게 답변을 바라고 던진 질문이 아니었던 것이다.

“1989년 당시 공산권이었던 헝가리가 일시적으로 국경을 개방하여 수천 명의 동독인을 서쪽으로 망명시킨 사건이야. 그 일은 후로 베를린장벽 붕괴 단초가 됐고 냉전시대는 그렇게 끝이 났어.” 왜 계획에도 없이 나타나서 사람을 놀라게 한 NSS 부국장 백산이―기밀을 생명으로 하는 첩보조직의 특성상 각본 없이 부국장이 나타난 것은 충분히 놀랄 일이다―뜬금없이 <유럽소풍> 이야기를 꺼낸 것일까?

“너, 단독임무가 있어.” <유럽소풍>은 단독임무 지시를 내리기 전에 보낸 하나의 암시였다. “너의 임무가 성공한다면 이곳 헝가리가 독일 통일에 큰 역할을 한 것처럼 너의 성공도 한반도 통일에 큰 영향을 주게 될 거야.” 김현준이 백산에게 받은 한반도 통일에 커다란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는 그 임무란 것은 대체 무엇일까?  얼마나 중요한 임무이기에 <유럽소풍>까지 들먹이며 단독임무를 부여한 것일까?

잠시 후, 검은 선글라스에 두 눈을 감춘 김현준이 택시를 타고 부다페스트 영웅광장에 나타나 근처 건물로 올라간다. 적당한 방을 잡은 김현준은 창문을 열어 주변을 살피며 생각한다. “암살 대상은 누굽니까?” “윤성철.” “북한 최고인민회의 위원장 말입니까?” “어.” 더 이상의 설명은 없었다. 어째서 북한 최고인민회의 위원장을 암살하는 것이 <유럽소풍>에 버금가는 통일의 단초가 될 것이라는 것인지.

이미지=아이리스 홈페이지


<유럽소풍>과 요인 암살의 평면적 비교, 아무리 드라마라지만 설정이 지나치다

그러고 보니 올해가 <유럽소풍> 20주년이다. Pan-European Picnic. 여름 휴가철을 이용하여 친척을 만난다는 명분으로 부다페스트 일원에 모여든 동독인들은 헝가리 당국이 묵인하는 가운데 오스트리아 국경을 넘었다. 불과 몇 시간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이후 한 달 만에 헝가리-오스트리아 국경은 완전 개방됐고 다른 동구 국가들을 통해 서독으로 가려는 동독인들의 대열이 물밀듯이 밀려들었다. 그해 11월, 동독 호네커 국가평의회 의장이 실각하고 마침내 베를린 장벽은 붕괴됐다.

<유럽소풍>은 역사적 대사건의 서막이었다. 그런데 독일 통일의 단초가 되었다는 <유럽소풍>과 북한 최고인민회의 위원장을 암살하는 것이 과연 어떤 연관성이 있다는 것일까? <유럽소풍>이 동독을 탈출해 서독으로 가고자 하는 동독 인민들을 위한 헝가리 정부의 휴머니즘의 결과적 조처였다고 한다면, 윤성철 북한 최고인민회의 위원장을 암살하는 것도 그에 준하는 휴머니즘이란 것인가?

북한 최고인민회의 위원장이면 북한 권력서열 2인자다. 우리나라처럼 허수아비 3부요인에 불과한 국회의장과는 달리 권력의 실질적 핵심이다. 만약, 요인 암살의 배후가 대한민국으로 밝혀진다면 전쟁은 필연이다. 1968년 소위 북한의 특수부대 124군부대가 청와대 인근까지 숨어들어온 사건이 있었다. 당연히 그들의 목표는 대한민국 대통령이었다.

이때 이들의 작전이 성공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1) 박정희는 독재자였으므로 남한에는 민주주의가 달성된다. 2) 2차 한국전쟁이 발발해 수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당한다. 답은 무엇일까? 정신이 어떻게 된 사람이 아니고서는 당연히 2번이 답임을 알 것이다. 설령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1번은 결코 답이 되기 어렵다. 오히려 반공반북을 기치로 하는 독재는 더욱 강화될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영화 <쉬리>와 닮은꼴, 그러나 다른 점은?
<쉬리>는 살려서 평화를 얻는 반면 <아이리스>는 죽여서 평화를 얻는다는 것  

멋진 드라마의 첫 장면이 동족을, 그것도 전쟁위험을 감수하면서 북한 권력 2인자를 암살하는 것이었다는 것은 매우 슬픈 일이다. 게다가 이 암살행위를 한반도 통일의 단초를 여는 역사적인 행동으로 만들기까지 했다. 압제를 피해 서독으로 탈출하는 동독인들에게 휴머니즘적 차원에서 길을 열어준 헝가리 정부의 <유럽소풍>에 이 비열한 살인을 견주었다. 이게 과연 온당한 일일까?

모르겠다. 많은 사람들이 북한정권은 악의 세력이므로 얼마든지 죽여도 상관없다고 하면 할말 없다. 그러나 이건 아니다. 공영방송의 드라마에서, 가장 많은 인기를 누리며 수많은 사람이 보게 될 것이 확실한 드라마에서 이러는 건 정말 곤란하다. 물론 앞으로 왜 윤성철 최고인민회의 위원장을 죽여야 했는지 그 이유는 밝혀지게 될 것이다. 

<아이리스> 홈페이지에서 밝힌 드라마 제작의도를 통해 짐작해보면 윤성철은 한국전쟁을 획책하는 북한 군부세력의 핵심이다. 그를 제거해야만 한반도 평화가 유지될 수 있다. 전쟁 없는 평화적 통일은 모두의 염원이다. 그러나 이를 방해하는 세력, 전쟁을 통해 적화통일을 달성하려는 세력이 북한 군부를 장악하고 있다. 그 사령탑을 제거하는 것, 이게 이 드라마의 줄거리란 얘기다. 

한국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영화 <쉬리>, <아이리스>는 <쉬리>와 닮았다. <쉬리>는 북한에서 남파된 특수부대원들이 남북통일을 추진하던 남한과 북한의 요인들을 한꺼번에 암살하려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각축을 벌이는 것이 줄거리였다. 이번엔 반대다. 평화에 걸림돌이 되는 북한 군부세력의 핵심을 죽이는 것이다.

이미지=아이리스 홈페이지


옥에 묻은 티가 너무 크다. 그러나 양심을 닫고 보면 오랜만에 재밌는 드라마  

한때 <너는 내 운명> <아내의 유혹> 등 반사회적 내용을 소재로 한 드라마들이 막장드라마란 오명을 뒤집어쓰며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그러나 <아이리스>의 기본 포맷이라 할 수 있는 북한 요인 암살, 이 시나리오는 과연 막장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평화통일을 부르짖으며 한편 전쟁의 위험을 무릅쓰면서 북한 요인을 암살하는 것이 옳은 일일까? 

오랜만에 만나는 멋진 드라마에 아쉬운 옥에 티다. 그런데 티라고 하기엔 그 크기가 너무 크다. 그러나 거추장스러운 양심 따위는 장롱 깊숙이 묻어두고 가벼운 마음으로 본다면 <아이리스>는 정말 재미있는 드라마임에 틀림없다. 빠른 전개와 박진감 넘치는 서스펜스, 이병헌, 정준호, 김승우, 김영철, 그 외에도 계속 만나게 될 한국 최고의 배우들.    

이것만으로도 가슴 떨릴 이유는 충분하지 않겠는가. 한 동안 사람 사는 재미가 있겠다.

ps; 여러 분들이 앞서 나간 판단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셨습니다. 듣고 보니 옳으신 말씀들입니다. 김영철이 NSS 부국장이라는 것만 생각했지, 아이리스 수장이란 사실을 간과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아이리스가 전쟁을 부추겨서 경제적 이득을 취하려는 비밀조직(군산복합체의 지하조직 같은?) 이란 사실은 알지 못했습니다.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제작의도 기타 등등을 간단하게 살피긴 했지만, 거기까지 미리 설명해주진 않더군요. 그리하여 이런 결론에 도달하게 된 것입니다.

만약, 제가 섣부른 판단을 한 것이 맞다면 그것은 매우 다행한 일이고 저도 바라는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그래야 스토리도 탄탄해지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통일을 위해 북한 최고위 인사를 암살하라. 그건 헝가리 <유럽소풍>처럼 독일통일의 단초가 될 거다." 라는 주장이 억지라고 생각되는 건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지시에 맹동하는 냉혈 킬러라지만 대학에 가서 이라크전쟁, 월남전쟁의 의미까지도 공부했던 김현준이 그 말을 곧이 듣는다는 것 자체도 이해가 안 됐습니다.

차라리 그냥 "쟤는 북한 권력 2인자야. 가서 죽여. 대한민국 발전에 걸림돌이야." 이랬다면 훨씬 솔직하고 좋았겠다, 드라마를 보면서 들었던 생각이고요. 그래서 드라마가 끝나자마자 이 글을 썼던 것입니다. 너그러운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아이리스의 실체가 밝혀지고 진실이 드러나서 저의 섣부른 판단이 사실이 되면, 그때 사과 겸 리뷰를 다시 하도록 하겠습니다. 어쨌든 <아이리스>는 매우 기대되는 작품입니다. 막장이란 부분은 옥에 묻은 작은 티일 뿐입니다. 그런데 그게 티가 아닐 수도 있겠군요. 아무튼… 

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