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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2.06 추노, 명품조연 죽여버린 주연들의 애정행각 by 파비 정부권 (16)

   <추노>, 주연·조연 가릴 것 없는 명품들의 향연,
                때와 장소에 걸맞지 않는 러브신으로 찬물 뿌려 

       
이번 주는 완전히 <추노> 열풍으로 보낸 한 주였습니다. 폭풍처럼 지나갔다고나 할까요? 마치 넋을 빼놓는 듯한 그런 느낌이었다고나 할까요? 아무튼 대단한 <추노>였습니다. 장혁과 오지호의 연기는 물이 오를 대로 올랐습니다. 저는 첫 번째 <추노> 리뷰를 쓸 때 제목을 <☞추노꾼 장혁을 위해 준비된 인물, 대길>이라고 적었습니다. 


<추노>, 주연배우들을 위해 준비된 작품?  

그만큼 이대길로 변신한 장혁의 연기가 눈부셨기 때문입니다. 장혁이 이대길을 위해 준비된 인물인지, 이대길이 장혁을 위해 마련된 인물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둘은 완벽하게 일치했습니다. 1부와 2부에서 그림자처럼 은인자중하던 오지호는 또 어떻습니까? 2부의 막바지에 들면서 그가 드디어 몸을 일으키자 과연 조선 제일의 무장 송태하 장군이었습니다.


그는 완벽하게 이대길과 대비되는 인물이었습니다. 껄렁대며 저자를 누비는 추노꾼 장혁과 신념과 이상으로 명분과 의리를 쫒는 무장 송태하는 서로의 배경이 되기에 충분하고도 남았습니다. 이런 이들 사이에서 이들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사람이 있으니 바로 갈등하는 여인 '아름다운 이다해'입니다. 지나친 아름다움이나 때아닌(?) 노출로 논란을 불러오긴 했지만 말입니다.

시리도록 아름다운 영상미를 추구하는 <추노>에서 한복을 입은 그녀의 모습이 너무나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얀 소복과 남색 치마에도 깃든 뜻이 다 있었더군요. 하얀 소복은 죽은 대길을 떠나보내는 것이며, 남색 치마를 입은 것은 태하를 만나 새로운 운명을 맞게 된다는 암호였던 거지요.


그러나 그렇게도 넋을 빼놓을 듯 감동을 주던 10부의 마지막에 또다시 논란거리가 생긴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칼을 놓아두고 떠난 오지호를 다소곳이 앉아서 기다리는 이다해가 아름다운 제주 해안의 절경과 너무나 잘 어울렸기에 그 정도는 이해하고자 했습니다. '그래, 아름다운 여인의 기다림 속에 벌어지는 대혈투라, 멋진 일이지.'

때와 장소에 걸맞지 않는 키스신은 왜 만들었을까?

굳이 이다해의 손을 놓지 못하는 오지호의 태도는 촌각을 다투는 대살겁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습니다만, 그래도 이해하기로 했습니다. 오히려 그런 오지호와 이다해를 보면서 조진웅과 세손의 안위가 걱정되어 미칠 지경이었으니 혹여 그걸 의도한 것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들었었죠. 


그러나 이 모든 이해들도 마지막 하나의 장면 하나로 여지없이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이다해와 송태하가 그 급박한 위기의 순간에 제주의 아름다운 주상절리 위에서 포옹을 하고 이도 모자라 키스를 한 것입니다. 이런 황당한 일이…. 순간 긴박한 추격전과 아름다운 영상에 취해 있던 정신이 번쩍 들면서 물결치던 감동이 순식간에 썰물처럼 빠져버렸습니다.

이다해와 장혁, 오지호, 이 세 사람의 운명의 대반전을 상징하는 키스신. 그러나...


아무리 변명해주고 싶어도 이건 도저히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장면이었습니다. 빼어난 영상 속에 상징을 그려넣기를 좋아하는 연출자의 의도가 무엇인지는 알겠지만, 그래도 이건 지나친 일이 아니었을까요? 물론 장혁과 이다해, 오지호의 운명이 뒤바뀌는 대반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대살겁이 벌어지고 있는 마당에서 굳이 키스신까지 삽입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추노>는 초반부터 조연들의 열연으로 화제를 모았던 작품입니다. 심지어 카메오로 출연한 배우들이 보여준 찰나의 활약마저도 오랫동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습니다. 그야말로 <추노>는 명품배우들의 열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주연, 조연 할 거 없이 모든 배역들이 저마다 사연을 가지고 살아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지요.

<추노>는 명품배우들의 열전

특히 10부에서 보여준 성동일과 조진웅의 연기는 주연을 능가하는 명품조연이 어떤 것인지를 잘 보여주었습니다. 성동일은 이미 1부에서도부터 그 진가를 유감없이 보여주며 <추노> 명품조연 제1호 탄생을 알렸습니다. 저도 <추노> 첫 번째 리뷰
<☞추노꾼 장혁을 위해 준비된 인물, 대길>에서 대길을 더욱 빛나게 해주는 진짜 추노꾼 천지호를 다음과 같이 소개했습니다.

진짜 밑바닥 추노꾼 성동일, "은혜는 못 갚아도, 원수는 꼭 갚는다!"


"…… 그러니 일단 단 1부로 세상을 평정한 이 위업은 결국 장혁의 공로인 셈입니다. 여기엔 대길을 빛나게 하는 다른 또 다른 추노 성동일의 역할도 컸습니다. 역시 성동일에게도 그를 위해 마련된 것이 분명한 추노 천지호가 있습니다. 왕년에 자기 휘하에서 졸병질을 하던 대길에게 밀린 한수 이북 최고의 추노꾼이 바로 천지홉니다. 

냉혹하고 야비하며 근성으로 똘똘 뭉친 인간성이라곤 도대체 찾아볼 수 없는 추노꾼들의 세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줄 배우 성동일로 인해 추노 대길은 더욱 빛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원래 뛰어난 주연 뒤에는 반드시 뛰어난 조연이 있어야 하는 법입니다. 그림 속의 인물도 훌륭한 배경이 있어야 더욱 멋지게 그려지는 법이죠. …… "      <추노꾼 장혁을 위해 준비된 인물, 대길> 중에서

그러나 이제 성동일에 대한 위의 소개는 수정해야 할 거 같습니다. 그는 더 이상 주연배우들의 뒤에서 그들을 빛내주는 배경에만 머물지 않았습니다. 10부에서 그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선명한 존재감을 알렸던 것입니다. 조진웅은 또 어떻습니까? 그를 처음 본 것은 <열혈장사꾼>이었습니다. 꽤 재미있는 배역이었지만, 그냥 '바보스런 연기를 참 잘한다' 정도로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추노>에서 만난 조진웅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특히 9부와 10부에서 보여준 조진웅의 모습은 전율 그 자체였습니다. '도대체 바보처럼 보이던 그에게 어떻게 저런 카리스마가 숨어 있었을까?' 세손을 업고 쓰러진 궁녀를 부여잡고 절규하는 모습은 참으로 처절했습니다. 만약 그런 모습을 보면서도 가슴이 흔들리고 눈물이 나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이상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명품진열장 <추노>에서도 특별히 빛나는 조연들, 조진웅과 성동일 

이종혁과 대결하기 전 고개를 들어 숨을 들이마시고 다시 아래로 숙이며 크게 내뱉은 다음 칼을 부여잡는 장면에선 실로 비장함이 감돌았습니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엔 숨이 멎을 것 같았습니다. 수려한 제주 바닷가를 배경으로 펼쳐진 조진웅과 이종혁의 대결, 이어 벌어진 오지호와 이종혁의 대결은 과연 압권이었습니다. 

조진웅과 사현진의 열연, 이들은 진정한 명품이었다.


성동일과 조진웅만 빛나는 조연이었던 것은 아닙니다. <추노>에 등장하는 조연들은 모두 주연 이상의 명품들이었습니다. <추노>를 '명품진열장'이라고 부른다 한들 누가 여기에 토를 달 수 있을까요? 누군가 '길거리에 굴러다니는 돌도 모두 돈으로 보였다'고 했지만, <추노>야말로 굴러다니는 돌 하나하나가 모두 빛나는 보석들이었습니다. 

궁녀가 마지막 죽는 순간에 자기 이름을 밝혔던가요? 저는 그녀의 이름을 듣지 못했습니다. 숨이 넘어가는 소리로 분명히 자기 이름을 조진웅에게 알려주려고 했었던 것 같지만 끝내 말하지 못했던 것일까요? 아니면 제가 못 알아들은 것일까요? 조금 전 들렀던  ☞들까마귀님의 블로그에 의하면 그녀의 본명은 사현진이라고 하는군요.

특별히 그녀의 이름을 말하지 않는다면 예의에 어긋난다는 생각마저 들어 이렇게 굳이 다시금 ☞들까마귀님의 블로그를 찾아 이름을 확인해 올립니다. 저역시 많은 네티즌들의 아우성처럼 그녀가 그렇게 일찍 죽은 것에 대해 매우 불만입니다. 그러나 그녀가 그렇게 죽었기 때문에 더 큰 감동을 줄 수 있었고, 이후 조진웅의 복수전이 기대되는 것이기도 하겠지요. 

명품조연들로부터 받은 감동에 찬물을 끼얹은 주연들의 애정행각

아무튼 주연, 조연 가릴 것 없이 명품연기들로 채워진 <추노> 9부와 10부는 완전히 감동의 도가니였습니다. 정말이지 이토록 가슴을 졸이며 TV를 지켜보기는 예전에 없던 일입니다. 작년 한해를 뜨겁게 달구었던 <선덕여왕>도 이처럼 사람을 긴장시키지는 못했습니다. 거기에 아름다운 절경들과 시리도록 눈부신 영상미까지… . 

그러나 이 모든 감동들을 단 한순간에 날려버리는 사건이 일어나고 말았던 것입니다. 이다해를 찾아 달려간 오지호가 느닷없이 이다해를 포옹하더니 키스를 한 것입니다. 물론 이 상징적 사건이 전해주는 감동을 오래도록 전하고 싶었을 연출자의 의도가 분명 있었을 터이고, 이에 따라 두 사람이 나누는 포옹과 키스도 그 시간이 꽤나 길었습니다.

위 세 장면의 교차엔 큰 의미가 숨어 있겠지만, 그냥 포옹으로 넘어가기엔 뭔가 대반전에 대한 상징성이 부족했을까?


그러나 이 돌연한 두 주인공의 연애행각은 무려 두 시간에 걸친 감동의 도가니에 찬물을 끼얹는 행동이나 다름없었습니다. 두 사람에겐 너무나 애절하고 소중한 시간이었을지 몰라도 시청자들에겐 감동을 빼앗기는 최악의 시간이었습니다. 명품조연들이 만들어놓은 감동들도 이 지리한 시간을 타고 제주 해안에 부딪혀 부서지는 파도처럼 태평양 넓은 바다로 흩어지고 말았습니다. 

왜 그러셨을까요? 그냥 가볍게 포옹이나 하고 빨리 조진웅과 세손이 기다리는 곳으로 달려가셨어야지요. 지금 제주 관군이 잡으러 오고 있거든요. 참, 아무리 생각해도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워낙 <추노> 자체의 작품성이 좋은지라 이해하고 넘어가긴 가지만, 아무래도 찝찝하군요. 거 참~^^ 뭐 아무튼, 이번에 큰 거 하나는 깨달았습니다. 

키스든 뭐든, 어떤 종류의 연애행각이든 시도 때도 없이 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 말입니다. 그래도 아름답기는 했습니다. 역시 사랑하는 장면은 언제 봐도 좋습니다. 그나저나 최장군과 큰주모 조미령도 좀 만나게 해주지 않으시고. 그 두 사람이 만나야 큰주모의 살살 녹는 애교를 볼 수 있을 텐데, 하하~
                                                                                                                                       블로그  구독+은 yogi Qook

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