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갱이'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8.05.05 허성무 “창원시민 빨갱이로 모는 홍준표 대표에 유감” by 파비 정부권
  2. 2009.07.06 MB정권을 현장체험교재로 보는 6월항쟁, <100℃> by 파비 정부권 (9)
  3. 2008.11.10 빨갱이에 얽힌 추억 by 파비 정부권 (3)
  4. 2008.10.04 빨갱이들이 최진실을 죽였다 by 파비 정부권 (14)

- 홍준표 대표 "창원엔 빨갱이 많아. 성질 같으면 패 버리고 싶어" 

- 허성무 후보 "정부에 무조건 반대 홍준표 대표야말로 빨갱이"

 

△ 허성무 창원시장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허성무 후보가 김경수 경남도지사 후보와 화이팅을 외치며 결의를 다지고 있다.


허성무 더불어민주당 창원시장 후보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에게 페이스북을 통해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홍준표 대표는 지난 52일 창원 세코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지방선거 결의대회에 참석했다가 입구에서 피켓시위를 하고 있는 민중당 소속 당원들더러 빨갱이발언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허성무 후보는 참담함을 넘어 자괴감마저 든다면서 그래도 우리 경남의 도지사였던 분에 대한 일말의 기대가 처참하게 무너지는 순간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홍 대표가 빨갱이는 반대만 하는 사람을 우리끼리 부를 때 경상도에서 하는 농담이라고 해명한 데 대해 나도 경상도 사람이지만 그런 말은 금시초문이라면서 그렇다면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등 문재인정부에 무조건 반대만 하는 홍 대표야말로 빨갱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이어 허 후보는 “(여론조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신뢰도가 높게 나온 데 대해 세상이 미쳐 돌아가고 있다, 고 했다는데 반대로 본인이 미쳐서 세상이 자신에게 등을 돌린 것은 아니겠느냐, 오죽했으면 홍 대표의 신뢰도가 김정은보다도 못 하겠냐고 비판했다.

 

세상을 똑바로 보시라. 아집과 독선에서 벗어나 평화와 번영을 바라는 국민의 열망을 보라. 정치가의 책무는 국민을 잘 살게 하는 것이지 못 살게 구는 것은 아니다라고 홍 대표에게 충고를 한 허성무 후보는 마지막으로 당신이 한때 우리 도지사였다는 사실이 부끄럽다는 말은 듣지 않도록 지금부터라도 유념했으면 한다는 말로 끝을 맺었다.

 

한편, 홍준표 대표는 과거에 장인 영감탱이” “(야당도의원)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는 막말로 세간에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번 사건에서도 기자들이 막말 내용을 사실대로 보도하자 기자 애들” “무식한 기자들 수준운운하며 언론에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또 스스로 빨갱이라고 지칭한 민중당원들을 향해 성질 같으면 패버리고 싶다는 말도 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자유한국당 내에서도 홍준표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나오는 등 자중지란을 겪고 있지만 홍 대표는 요지부동이다.  


<허성무 창원시장 후보의 페이스북 메시지 전문>

“창원시민을 빨갱이로 모는 홍대표에 유감”

자기 장인을 일러 “영감탱이”라고 한다든가 자신의 반대편에 선 야당 도의원을 향해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는 막말로 유명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또다시 망언을 했다고 합니다.

5월 2일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자당 결의대회를 마치고 나오다 마주친 사람들을 향해 “창원에는 빨갱이들이 많지”라고 말했다는 것입니다. 이 내용을 직접 들은 기자들이 보도를 내자 이번엔 기자들을 일러 “기자 애들” “무식한 기자들 수준” 운운하며 모욕적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합니다.

실로 참담함을 넘어 자괴감마저 듭니다. 그래도 우리 경남의 도지사를 했던 분에 대한 일말의 기대가 처참하게 무너지는 순간입니다. 홍 대표는 나중에 “빨갱이란 말은 경상도에서는 반대만 하는 사람을 우리끼리 부를 때 농담으로 하는 말”이라고 해명했다고 합니다.

저는 경상도에서 태어나서 지금도 경상도에 살고 있지만 빨갱이란 말이 그런 뜻이라는 것은 금시초문입니다. 홍 대표의 말대로라면,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등 정부가 하는 일마다 반대만 하는 홍 대표야말로 빨갱이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홍 대표는 최근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신뢰도가 높게 나온 것에 대해 “세상이 미쳐가고 있다”고 직격했다 합니다. 반대로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 게 아니라, 혹시 본인이 미쳐서 세상이 자신에게 등을 돌리는 것은 아닐는지요. 오죽했으면 홍 대표의 신뢰도가 김정은보다도 못하겠습니까.

한때 우리 경남의 도지사였던 분에게 간곡히 충고 드립니다. 제발 정신을 차리시고 세상을 똑바로 보십시오. 아집과 독선에서 벗어나 평화와 번영을 바라는 국민들의 열망을 보십시오. 정치가의 책무는 국민들을 잘 살게 하는 것이지 못살게 구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당신이 한때 우리 도지사였다는 사실이 부끄럽다”는 말은 듣지 않도록 지금부터라도 유념하셨으면 합니다.


창원시장후보 허성무


Posted by 파비 정부권

본 도서 리뷰는 TISTORY와 알라딘이 제공하는 서평단 리뷰 포스트입니다

100℃ - 10점
최규석 지음/창비(창작과비평사)

만화가 최규석,
민주주의의 의미를 찾아 민주화운동의 정점이었던
1987년 6월로 여행을 떠나다


"잡아라…!"

 
1978년 6월의 어느 여름날, 뜨거운 열기로 새하얗게 달아오른 굵은 모래가 굴러다니던 운동장에서는 웅변대회가 한창이었습니다. 머리를 빡빡 밀어 윤기가 반질거리는 머리를 한 중학생들이 교복을 입은 채로 질서정연하게 운동장에 앉아 졸고 있었습니다. 이때 느닷없이 연단에 올라선 한 연사가 이렇게 외친 것입니다. "잡아라!"

"저기 날아다니는 파리나 모기를 잡으라는 것이 아닙니다. 그럼 누구를 잡으란 말이냐? 바로 북한괴뢰도당의 괴수 김일성을 때려잡으라는 말입니다. …" 그는 나보다 한 학년 위의 선배로서 3학년이었습니다. 이름이 김성일이었는데, 이름자의 위치만 살짝 바꾸면 김일성이 된다는 생각에 이후로도 가끔 속으로 웃곤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웅변대회에 나와 이렇게 "○○○을 때려잡아라"와 같은 비인간적인 구호를 외치는 연사는 없습니다. 세상이 변했습니다. 모두가 6월항쟁의 덕입니다. 6월항쟁은 많은 것을 변화시켰습니다. 6월항쟁 이전에는 대통령 이름만 불러도 국가원수 모독죄로 끌려가 고문을 당한다는 소문이 사실처럼 번져있었습니다.

그 소문이 사실인지, 아니면 누가 일부러 낸 소문인지는 몰라도 우리는 모두 그 소문에 벌벌 떨었답니다. 그래서 우리가 초등학교나 중학교를 다닐 무렵에는 대통령의 함자를 부를 땐 반드시 뒤에다 '각하'란 존칭을 붙였습니다. 게다가 대통령은 박정희, 국무총리는 김종필, 국회의원은 채문식이 영원히 하는 것으로 알았던 나의 어린 시절 대통령은 임금님이었습니다.

그러던 세상에 개벽이 일어났습니다. 6월항쟁이 일어난 것입니다. 시민들이 거리로 뛰어나오고 자동차들은 거리에서 클락숀을 빵빵 거렸습니다. 당시의 구호는 "호헌철폐 독재타도"였습니다. 1972년 유신헌법이 만들어진 이래로 대통령은 국민들이 뽑지 않고 체육관에서 몇몇 사람들이 모여 뽑았습니다. 

소위 간선제란 것이었는데,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들이 대통령을 뽑는 것입니다. 서슬퍼런 유신시절에 대의원들을 모아놓고 '공갈 반 회유 반' 하면 안 넘어갈 사람 하나도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6월항쟁으로 국민들은 대통령을 직접 뽑게 되었습니다. 물밀듯이 거리로 뛰쳐나온 시민들의 저항에 전두환 독재정권도 결국 항복선언을 하고 말았던 것입니다. 

최규석의 만화 『100』는 6월항쟁이 일어나기까지의 과정을 중고등학생들이 읽기 쉽도록 만화로 그린 책입니다. 권영호라는 주인공도 어린 시절 웅변대회에 나가 빨갱이를 때려잡자고 외치던 당찬 반공소년이었습니다. 그러던 주인공이 대학에 들어가 진실을 마주하게 되면서 고민하게 되고 결국 운동권이 되어 갑니다. 

그리고 그런 아들이 빨갱이들에게 물들게 될까봐 노심초사하던 어머니, 그러나 아들이 구속되자 누구보다 앞장서서 독재에 맞서던 어머니를 통해 결국 세상은 변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말없이 직장생활에 충실한 영호의 형 영진은 6월항쟁의 주역이었던 넥타이부대의 표징입니다. 

이 책은 6월항쟁 승리의 소식으로 끝을 맺습니다. 완강하게 아들 영호와 아들의 뒷바라지를 하다 민가협에 빠진 아내를 못마땅해하던 아버지도 마지막에는 택시기사의 권유에 못 이기는 척 6월항쟁의 클락숀에 손을 얹습니다. 그렇게 해서 세상은 개벽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 책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작가 최규석은 부록 뒤에 실어놓은 <작가의 말>을 통해 민주주의란 무엇인가에 관한 통렬한 비판을 던집니다. 6월항쟁은 형식적 민주주의를 이루어냈을지는 몰라도 진정한 민주주의는 이루어내지 못했다는 것이 작가의 관점입니다. 진짜 민주주의는 경제민주주의란 것입니다. 정치민주주의가 아무리 꽃을 피워도 경제민주주의가 없다면 그것은 날개 없는 민주주의입니다.  

6월항쟁으로 대통령을 우리 손으로 직접 뽑게 되었지만, 여전히 철거민들은 두드려 맞고 생활현장에서 쫓겨나고 있고, 노동자들은 전태일 열사가 했던 것처럼 줄기차게 목숨을 내던지지만 연예인의 성형기사만큼도 조명을 받지 못하며, 전태일 열사가 제 몸에 불을 붙이며 지키라고 절규했던 근로기준법은 걸레처럼 개악됐습니다.

그래서 6월항쟁은 반쪽의 혁명입니다. 6월항쟁이 완전한 혁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나머지 반쪽, 즉 경제민주주의를 당성해야만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6월항쟁은 끝난 것이 아니며 현재진행형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6월항쟁이 지닌 역사적 의미가 지대하는 것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합니다. 

그는 처음 '6월민주항쟁계승사업회로부터  이 작품의 작업을 제안받았을 때 거절을 할 심산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첫 이유는 그 사건에 대하여 별로 아는 바가 없다는 것이었지만, 무엇보다 '배알이 꼬여서'라는 그의 이유가 가슴에 와 닿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다른 이유는 배알이 꼬여서였다. 87년 이전 공고를 졸업한 동네 형님들은 20대 후반이면 혼자 벌어서 제 소유의 자그마한 주공아파트에서 엑셀을 굴리며 아이들을 낳고 키웠었지만, 지금 내 또래의 친구 중에 부모 잘 만난 경우를 빼면 누구도 그런 사치를 부리지 못한다."
 
글쎄 이 말이 무슨 뜻일까요? 87년 이전에 공고를 졸업한 동네 형님들이 부럽다는 말일까요? 아니면 그때보다 현저하게 살기 어려워진 현실에 대한 푸념일까요? 공고를 다니다 82년에 취업이란 걸 나와서 기름밥을 먹으며 젊은 시절을 보낸 저로서는 이해가 되기도 하고 되지 않기도 하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아마 작가의 동네 형님들은 모두 두산중공업(구 한국중공업)이나 현대자동차 같은 대공장에 다니는 모양입니다. 아마 그런 곳이라면 틀림없이 맞는 말입니다. 그런 대공장에 다니지 않더라도 작가의 동네 형님쯤 되는 사람들은 작은 아파트에 엑셀을 굴리며 아이를 낳고 살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것도 어려워졌습니다. 그 동네 형님들 중 상당수는 비정규직으로 떨어져 작은 아파트와 엑셀을 유지하며 아이들을 키우는 것이 얼마나 버거운지 모릅니다. 물론 작가 또래의 친구들은 그런 생활조차 경험해보지 못했으니 배알이 꼴릴 만도 합니다. 6월항쟁은 정치민주주의를 달성했지만, 새로운 환경에 발빠르게 적응한 자본은 새롭게 진화했습니다. 

6월항쟁 이전의 그들은 독재에 순종하며 그들이 쳐주는 보호막 속에서 돈을 벌면 되었지만, 이제 그들은 스스로 법을 만들고 세상을 통제하기 시작했습니다. 근로자파견법을 만들고, 이게 발전하여 비정규직 노동자를 양산했으며, 이제는 이보다 더 진화한 새로운 제도를 찾고 있습니다. 모든 노동자를 개인사업자로 만들겠다는 게 현재 그들의 구상입니다. 

어쩌면 작가는 이런 모든 현실, 미완의 혁명에 대한 불평, 이런 것들로 인해 배알이 꼬여 6월민주항쟁계승사업회의 제안을 달갑지 않게 생각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작가는 지난날에 비해 통치자들에 대한 말문이 조금 트인 걸 겨우 민주화라고 말한다면 할 말 좀 참고 좀더 배불리 편하게 먹고 사는 게 낫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탓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합니다.  
 
"사회의 문제로 고통받으면서도 제 탓만 하고 사는 사람들 앞에서 20년 전에 이룩한 민주화를 찬양하는 것은 삶의 질과 민주주의가 아무런 연관을 갖지 않는다고 선전하는 것이나 다름없어 보였다. 그것은 민주주의를 행사장 귀빈석에 앉은 분들 가슴에 달린 카네이션 같은 것으로 만드는 짓이라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작가가 작업을 하기로 마음 먹은 것은 이 작품이 전국의 중고등학교에 배포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이 아무것도 아닌 걸 위해 수많은 사람들―역사교과서에 등장하는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 지금의 우리처럼 터무니없이 약하고 겁 많고 평범한 사람들―이 피와 땀을 흘렸고 제 삶의 기회를 포기했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이어서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리고 할 수만 있다면 이 아무것도 아닌 것을 지키는 것이 생각보다 무척 어려운 일이고 우리의 민주주의가 안심할 정도로 튼튼하지도 않으며 끊임없이 강화하고 보완하려는 노력이 없이는 어느날 '사람 좋아 보이는 도둑놈에 의해 순식간에 사라져버릴 수도 있다는 얘기까지 하고 싶었다."

마지막 그의 바람은 그의 얘기처럼 '이 책이 인터넷에 발표됨과 동시에 집권한 이명박 정권에 의해 생생한 현장체험을 곁들인 교육이 진행되고 있는 중'입니다. 아마도 이 책은 수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해 이미 접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고전적인 인쇄물을 통해 과거의 기억을 더듬어보는 것도 색다른 추억입니다.  

내가 이 책을 다 읽고 책장을 덮자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녀석이 다가와 '잽싸게' 집어갔습니다. 이 책이 만화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책장을 넘기는 아이의 표정은 그리 밝거나 신나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심각한 표정이 자못 걱정스럽기도 했지만 짐짓 모른 척 재미있냐고 물어보았습니다. 

그러나 아이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습니다. 2000년대를 살고 있는 아이에게 6월항쟁은 너무나 무서운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끝까지 책장을 다 넘겨보는 아이가 대견스럽기도 했습니다. 아이에게 '아름다운 꽃노래'만 틀어주고 싶은 것이 부모의 마음으로 다를 바 없지만, 그러나 미래가 그들의 것이라면 그래선 안 되는 것이리라 생각합니다. 

이 책은 만화입니다. 만화는 재미있습니다. 무거운 주제이지만 편하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은 만화의 커다란 장점입니다. 시간을 많이 소비할 필요도 없습니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오늘 우리가 누리고 있는 민주주의가 어떻게 주어진 것인지 알게 해주고 싶다면 이 책을 사서 먼저 읽어본 다음 권해보시는 게 어떨까 합니다.

6월항쟁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닙니다. 지금껏 계속되어 왔고 앞으로도 계속되어야 하는 소중한 역사의 자산입니다. 또 6월항쟁은 정치민주주의로 끝나서는 안 되고 경제민주주의를 달성하고자 하는 지난한 투쟁을 통해 완성될 수 있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진정한 가치를 가장 절절하게 잘 표현해놓은 것 같은 박재동 화백의 추천글로 마무리하겠습니다. 

『100』는 우리의 심장을 다시 요동치게 하고 잠자던 세포들을 일깨워
지금의 우리가 어디에 있는가를 되짚어보게 한다.
우리가 밟고 있는 이 땅속에 어떠한 역사가 묻혀있는가를!   
    
                                          파비
Posted by 파비 정부권

김주완 기자는 경남도민일보 기자입니다. 그는 기자 신분을 십분 활용해서 지역현대사에 관한 누구도 넘보기 어려운 커다란 업적을 쌓았습니다. 주로 한국전쟁을 전후한 시기에 일어났던 민간인학살을 들추어내기 위해 지난 수년 간 그가 닳아 없앤 신발만 해도 상당하리라 짐작합니다. 

그런 그가 엊그제 그의 블로그에 올렸던 기사 「70 노인이 말하는 빨갱이의 정의 
http://2kim.idomin.com/521」에 실린 70대 노인의 육성은 그야말로
지난 수년 간 돌아다니며 파헤친 현대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살아있는 역사였습니다. 영문도 모르고 굴비처럼 엮여가서 죽은 사람들에 대한 생생한 증언이었습니다. 심지어 남자가 멀리 출타하고 없자 그의 아내를 대신 엮어가서 죽였다는 이야기엔 넋을 잃을 지경이었습니다. 

산청군 시천면 외공리 발굴현장에서 유해의 상태를 설명하는 이상길 교수. 경남도민일보/김주완기자


그러나 아니나 다를까 말들이 많습니다. 이런 진실을 밝혀내는 사람을 도리어 빨갱이라고 모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자 이어 김훤주 경남도민일보 언론노조지부장이 거들었습니다. 역시 그의 블로그에다 「21세기의 ‘빨갱이’와 150년 전의 ‘천좍쟁이’ http://2kim.idomin.com/523」란 제목으로 권력자들이 빨갱이를 어떤 용도로 이용해왔으며 빨갱이의 제대로 된 정의가 무엇인지 밝혀주는 좋은 글을 실었습니다. 

그런데 이분들의 빨갱이에 얽힌 이야기들 듣다보니 저도 갑자기 빨갱이에 관한 오래 된 추억이 하나 떠오릅니다. 저도 예전에 빨갱이 소리를 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결혼 전
지금의 처가에 인사드리러 갔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한창 때인 20대였는데, 연애 중이었던 아내가 집에 인사드리러 가자는 말에 아마 엉겁결에 가게 되었지 싶습니다.  

그때 저는 노동조합 일로 경찰에 지명수배 중이었고 제 아내는 마산수출공단 어느 공장의 노조 위원장이었습니다. 미리 이야기가 있었던지 장인, 장모님과 위로 언니 세 분과 형부들이 모두 모여 있었습니다. 제가 수배자라고 미리 언질이 있었으므로 모두들 긴장하고 있었던 모양인데, 막상 저를 보더니 약간 안심하는 눈치였습니다.

제가 당시만 해도 허우대가 꽤 멀쩡했습니다. 그래서 그랬던지 뭐 그렇게 대단한 빨갱이처럼 보이지는 않았나 봅니다. 어른들에게 큰절을 올리고 몇마디 물어보시고 대답하고 하는 의례적인 순서가 지나가고 과일상이 나오고 모두들 편하게 둘러 않았습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긴장이 풀리려는 순간, 갑자기 제일 손위 처형이 대뜸 말씀하셨습니다.

"이 두 사람은 빨갱이 사상을 가지고 있어서 아무래도 안 돼. 두 사람은 고마 저 위에 평양에 올라가서 결혼하고 거기서 살든지 해."

"사람에게는 저마다 하나님이 주신 달란트(재능, 기독교에서는 이를 신이 부여한 운명으로 여기는 모양)가 있는데 그 달란트대로 살아야 되는 거야. 그걸 부정하는 사람이 바로 빨갱이지."

참고로 우리 큰처형과 큰동서는 서울에서도 꽤 큰 교회의 집사와 장로입니다. 대뜸 저더러 자기 동생 데리고 평양 가서 김일성이 밑에서 살라고 하니까 황당했습니다. 어쨌든 우리는 몇 년 후에 무사히 결혼을 했고 애도 낳고 잘 사는지는 모르지만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그때는 노조만 한다고 해도 모두 빨갱이로 보는 시절이었으니 큰처형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에 그분들이 저를 빨갱이라고 생각하시진 않는 거 같습니다. 저나 제 아내가 약간 좌파적 경향을 갖고 있는 건 알지만, 그렇게 (그분들이 생각하는 머리에 뿔 난) 숭악한 빨갱이처럼 보이진 않았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오래지않아 학교 선생님들도 노동조합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뒤이어 일반 공무원들도 노동조합을 만들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선생님들과 대학교수에 공무원들까지 모두 빨갱이가 된 셈입니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머잖은 장래에 경찰들도 유럽 선진국처럼 노조를 만드는 세상이 올 겁니다.  

그런데 아직도 세상에선 빨갱이가 유령이나 악마의 거죽을 쓰고 돌아다니고 있으니 세상이 거꾸로 돌아가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젊은 사람들 중에도 빨갱이 타령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니 그놈의 유령이 끈질기긴 끈질긴 모양입니다. 그나저나 이렇게 계속 거꾸로 돌다가는 어지러워서 모두 다 쓰러지고 말 것이 걱정입니다.  

2008. 11. 10.  파비

습지와 인간
카테고리 역사/문화
지은이 김훤주 (산지니,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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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비 정부권

고인의 영정사진 = 레디앙

오늘 탤런트 최진실이 한 줌 재가 되어 이승에서의  마지막 이별을 고했다. 비슷한 또래의 젊은 인기 탤런트의 죽음을 대하고 보니 내 마음도 착잡하기가 이를 데 없다. 

  그런데  사람의 죽음을 앞에 놓고 여기저기서 자기 입맛에 따라  흔들어대는 역겨운 모습들이 있다. 이들의 행태는 착잡함을 넘어 차라리 분노를 자아내게 한다. 

'네티즌 죽이기' 선봉은 역시 전여옥  

  “댓글이 최진실을 죽였다.”

  최진실이 자살한 변사체로 발견되자 언론인 출신인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이 남에게 뒤질세라 발 빠르게 던진 말이다. 그녀는 별로 깊게 고민할 새도 없이 마치 부검에 입회라도 한 경찰관처럼 말을 뱉어버렸다. 용기가 가상타고 하기엔 너무 어이가 없다.

  도대체 그녀는 얼마나 자신이 대단하다고 생각하기에 겁도 없이 수많은 네티즌들을 범죄용의자로 지목한 것일까? 도대체 그녀의 사려 깊지 못한 발언이야말로 가장 저질스럽고 악질적인 악플이 아니고 무어란 말인가.

고인의
이름을 팔아 정략에 이용하는 저속하고 비열한 정부여당

  그녀의 발언에 이어 각종 언론들도 최진실의 살해주범으로 인터넷 댓글을 지목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이때다 싶어 소위 ‘사이버모욕법’을 ‘최진실법’으로 포장하는 기발한 아이디어까지 내놓았다. 하다하다 이젠 고인의 이름까지 팔아 정치적 야욕을 쟁취하고야말겠다는 반인륜적인 착상까지 나온 것이다. 실로 점입가경이다.

  그러나 이들 언론이나 정치인들의 비열한 선정주의는 워낙 면역이 돼 있으므로 별로 걱정도 되지 않는다. 문제는 우리 국민들의 의식수준이다.

  열도 받는 김에 술이나 한 병 살까하고 동네 슈퍼에 들렀더니 슈퍼 아저씨도 TV 앞에서 역정을 내며 들으라는 듯 중얼거리고 있었다.

  “에이, 이놈의 나라가 어찌 되려고 그러는 건지. 빨갱이 놈들이 댓글인가 뭔가를 가지고 아까운 탤런트 하나 죽였구먼. 에이, 더러운 빨갱이 놈들. 이놈의 빨갱이 놈들을 전부 잡아다 한강물에 빠트려 죽여 버리든지 해야지.”

빨갱이들이 댓글로 최진실을 죽였다고?

  도대체 이 나라에 빨갱이들이 무슨 할 짓이 없어 여자 탤런트를 상대로 댓글질이나 하다가 죽인단 말인가. 참 더럽게 할 짓도 없는 빨갱이들이다. 요즘 빨갱이들은 혁명할 생각은 안 하고 댓글로 여자 탤런트나 희롱하고 다닌단 말이렷다.

  그런데 이 아저씨는 최진실을 괴롭힌 그 악플러들이 빨갱이인줄은 어떻게 알았을까? 혹시 안기부(국정원)에서 거점 활동 중인 요원일지도 모르겠다.

  전여옥 씨도 대단하지만, 우리 동네 슈퍼 아저씨도 정말 대단하다. 그나저나 이들 전여옥 씨나 슈퍼아저씨가 대책 없이 질러대는 악플은 도대체 누가 처리해줄 것인가.

  2008. 10. 4.   파비


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