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정'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0.02.22 '추노' 나쁜놈하고 좋은 일 해도 되는 것일까? by 파비 정부권 (7)
  2. 2010.02.12 추노, 운명의 갈림길에 선 대길의 선택은? by 파비 정부권 (4)
                                           곽한섬, "저들의 혁명은 우리의 혁명과 다릅니다.
                                                      저들은 세상을 바꾸자는 게 아니라 벼슬이 하고 싶은 겝니다."

송태하, "그들과 우리는 스승이 같으니 생각도 별로 다를 것이 없네.
           그러니 우리끼리 분란하지 말고 함께 해야 하지 않겠나."


송태하가 꿈꾸는 세상? 그의 입을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새로운 세상이란 것입니다. 곽한섬이 궁녀 장필순에게 말했던 세상도 바로 새로운 세상이었죠. 한섬의 프로포즈에 "궁녀인 내가 어떻게 댁과 혼인을 한단 말이요?" 하고 말하자 곽한섬은 이렇게 간단하게 대답했지요. "세상이 바뀔 걸세." 


송태하가 꿈꾸는 세상과 조선비가 꿈꾸는 세상은 같을까? 곽한섬의 대답은, "다릅니다!"

그렇습니다. 송태하나 곽한섬은 세상을 바꾸려고 하는 것입니다. 그들은 단순히 정권을 바꾸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바꾸려고 하는 것입니다. 세상을 바꾼다? 그것은 바로 혁명입니다. 세상을 바꾸는 것을 우리는 혁명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조선비가 하고자 하는 것은 것은 혁명일까요, 아닐까요? 조선비도 분명 송태하에게 혁명을 하자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곽한섬과 송태하가 나누는 대화를 들어보면 조선비가 하고자 하는 것은 혁명이 아닙니다. 송태하와 곽한섬은 세상을 바꾸는 혁명을 하자고 나섰지만, 조선비는 그들과 생각이 다릅니다. 조선비는 세상을 바꾸는 일에 관심이 없습니다. 다만 정권을 바꾸고 싶은 게 그의 욕심이지요. 무력에 의한 정권탈취, 이것을 우리는 쿠데라라고 부릅니다.

한때는 이 쿠데타를 혁명이라고 부르는 시대도 있었습니다. 제가 다니던 고등학교의 가운데에는 버젓이 이 쿠데타를 기념하는 혁명기념탑이 세워져 있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그 탑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학교 입구에 세워진 박정희 전 대통령의 휘호탑과 함께 5, 1, 6이란 세 개의 숫자를 디자인한 이 탑은 우리학교의 상징물이었습니다.

이 기념탑을 매일 두 번 이상씩 지나다니면서 웬지 뿌듯한 마음이 되었던 옛날을 생각하니 우습기도 합니다. 그러나 어떻든 세월은 흘러 이제 세상은 많이 개명됐습니다. 요즘도 쿠데타를 혁명이라고 부르는 얼빠진 사람들은 아마 아무도 없겠지요. 조선비가 송태하 일파를 충동질해 하고자 하는 것은 혁명이 아니라 바로 이런 쿠데타, 즉 반정인 것이지요.


곽한섬이 송태하에게 질문합니다. "장군, 이게 아니었지 않습니까? 우리가 하고자 하는 것은 세상을 바꾸는 일이라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런데 조선비 등이 말하는 것은 반정입니다. 그냥 정권만 바꾸자는 것이지요. 자기들이 벼슬을 하기 위해 우리를 앞세우려는 겁니다. 그러나 진정한 혁명은 칼을 놓는데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라 하지 않았습니까?"  

생각이 다르더라도 목적은 같으므로 분란하지 말고 함께 해야 한다?

물론 송태하의 생각도 곽한섬과 같습니다. 그러나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한섬아, 그들이 나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더냐?" "그렇습니다." "나와 다른 생각은 다 틀린 생각인가? ('흠' 하고 한숨의 쉬며) 나와 다르다고 그것을 다 틀렸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잊었느냐? 우리는 그것을 가장 경계해야 된다는 것을…."

송태하의 마지막 말, "나와 다르다고 그것을 다 틀렸다고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경계해야 할 점"이란 말은 반박할 수 없는 지극히 온당한 말입니다. 역시 곽한섬도 여기에 아무런 대꾸를 하지 못했습니다. 너무나 옳은 말이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이 보편타당한 말이 이토록 격동적인 상황에서도 무조건 옳다고 할 수 있을까요?

송태하는 곽한섬 등에게 그들(조선비 일파)도 모두 자신들처럼 스승님의 제자라고 말합니다. 즉 황철웅에게 피살된 전 좌의정 임영호를 중심으로 모두 하나이니 분란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는 뜻이지요. 생각이 조금 다르더라도 함께 해야 하고 할 수밖에 없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곽한섬의 말처럼 그들의 생각은 너무나 다릅니다. 

세상을 바꾸는 혁명을 하자는 사람들과 쿠데타를 하자는 사람들은 물과 기름처럼 도저히 섞이기 어려운 건 자명한 이치지요. 이 장면을 보면서 몇 부 전에 업복이와 초복이가 나누었던 대화가 생각났습니다. 업복이와 초복이가 처음으로 화승총으로 양반을 쏴죽이고 입수한 것이 1000냥짜리 어음이었지요. 그런데 이 어음의 환전을 위해 전문 세탁꾼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노비당에서 이 일을 잘 해줄 노비 하나를 새로 영입했는데, 그런데 이 자가 다름 아닌 도망노비이면서 같은 도망노비들을 등쳐먹고 살던 원기윤이었던 것입니다. 업복이의 입장에선 원수를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격이었죠. 분기탱천해 원기윤을 향해 달려들었음은 물론입니다. 그러나 주변의 만류로 싸움을 멈추고 결국 그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됩니다.

업복이, "좋은 일을 나쁜놈하고 같이 손잡고 해도 되는 기래?"
초복이, "손은 잡고 싶을 때 잡고, 놓고 싶을 때 놓으면 되는 거에요."

그리고 노비당 회합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초복이에게 물어봅니다. "좋은 일 하자면서 나쁜놈하고 손잡고 일하는 게 옳은 일이래? 그래도 되는 기래?" 그러자 빙긋이 미소짓던 초복이가 대뜸 업복이의 손을 잡습니다. 화들짝 놀라 어쩔 줄을 모르는 업복이의 손을 꼭 잡고 있던 초복이는 다시 슬며시 손을 놓아 주며 이렇게 말하죠. "보세요. 잡고 싶을 때 잡고, 놓고 싶을 때 놓으면 되는 거에요." 


초복이의 말도 일리가 있는 말입니다. 손은 잡고 싶을 때 잡고, 놓고 싶을 때 놓으면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노비당처럼 양반을 모두 죽이고 상놈이 주인되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당이 원기윤처럼 노비들의 등을 쳐먹고 살던 인물을 영입하는 것은, 아무리 필요에 의해서라지만 불안한 일입니다. 실제로 노비당은 원기윤의 배신으로 인해 치명타를 입고 궤멸되게 될 겁니다.

송태하의 혁명세력도 마찬가집니다. 조선비는 어떤 면에서 보면 노비당의 원기윤과 비슷한 인물입니다. 원기윤이 개인의 이익을 위해 노비당에 들어온 것처럼 조선비 일파도 결국 개인의 영달을 위해 송태하와 원손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혁명을 내세우지만, 그들이 하고자 하는 것은 혁명이 아니라 높은 벼슬을 얻기 위한 반정입니다.

곽한섬이 송태하에데 질문한 것은 업복이가 초복이에게 했던 질문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혁명을 하는데 나쁜놈들하고 같이 해도 좋을까? 그래되 되는 것일까?" 이 드라마의 끝은 "그것은 결코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 틀림없어 보입니다. 결국 송태하도 조선비 일파의 배신으로 말미암아 치명타를 입고 궤멸될 것이 뻔히 보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드라마를 보면서 업복이와 곽한섬이야말로 참으로 불쌍하다는 생각에 그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미어진답니다. 그들이야말로 현실을 제대로 보고 있는 몇 안 되는 사람들 중 하나지요. 그러나 그들에겐 아쉽게도 주도권이 없습니다. 그저 충실하게, 어쩌면 맹목적으로 명령에 따르는 게 그들이 할 일이고 또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깨어질 운명을 타고난 동상이몽의 연대

결국 그들은 비참한 말로를 겪게 될 겁니다. 곽한섬이 송태하에게 하던 말이 다시금 생각나는군요. "제도를 바꾸기 전에 사고부터 바꾸는 게 혁명의 시작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혁명은 칼을 놓을 때부터 시작되는 것이라 하지 않았습니까?" 아무튼 업복이와 곽한섬이 우려하는 동일한 지점은 바로 "나쁜놈과 함부로 손잡아서는 안 된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결국 그들은 손을 잡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들의 힘은 턱없이 모자라고, 공동의 적인 집권세력의 힘은 너무나 강고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결국 깨어질 수밖에 없는 운명을 지닌 채 탄생한 이 동상이몽의 연대로 인해 어느 하나의 세력은 완벽한 몰락의 길을 걷겠지요. 가장 힘없는 세력 그러나 가장 정직한 세력이 말입니다.

"지금 이 시대를 배경으로 한 픽션이
지금 이 시대에서 잊혀져가는 것들을 바라보게 만든다면
다른 시대를 다룬 픽션은 필연적으로,
지금 이 시대 그 자체를 바라보게 만든다고 한다."

그런데 제작진이 던진 이 말은, 그러니까 결국 이런 이야기들은 먼 옛날의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날에 벌어지고 있는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라 그런 이야기로군요. 그러니 실은 지나간 시대를 살다간 노비당이나 송태하의 혁명이 걱정이 아니라 우리들이 더 걱정이라 이런 말이죠.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나쁜놈하고 손잡고 좋은 일 하는 게 과연 옳은 일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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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비 정부권

10여 년을 찾아 헤매던 언년이가 눈앞에서 혼인을…
이대길은 최종적으로 어떤 운명의 수레를 타게 될까?


<추노>가 드디어 12부가 끝났습니다. 24부작으로 기획되었다고 했으니 반환점을 돈 거지요. 지난주 마지막 엔딩 장면 때문에 말들이 많았는데, 이번 주 이야기 전개를 보니 역시 이다해와 오지호의 키스신이 이유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연출자로서는 뭔가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던 운명의 대반전이 있었던 것이지요.  

이다해와 오지호가 러브신을 하고 있을 때, 장혁은 이러고 있었죠.


운명의 대반전, 언년이와 송태하의 혼인

지난주는 그야말로 파격에 파격을 거듭한 장면들로 화면이 가득 찼었지요. 백호와 윤지의 죽음, 천지호 패거리의 잇단 피살, 곽한섬과 애틋한 정분을 채 피지도 못하고 죽음을 맞이한 궁녀 장필순, 그러나 시청자들이 채 놀란 가슴을 진정시킬 사이도 없이 펼쳐지는 긴박한 추격전은 이런 파격에 경악할 틈도 주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조진웅과 성동일의 섬뜩한 명품연기는 단 한시도 눈을 떼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지요. 그런 와중에 느닷없이 오지호와 이다해의 러브신이 이어졌으니 사람들로선 좀 멀뚱했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저도 그랬는데, 기다리고 있는 조진웅과 원손이 걱정되어 그랬나 봅니다. 그러나 이번 주 내용을 보니 이미 제주 탈출이 끝난 상태에서 엔딩신이 좀 길었던 것 같아요.

아마도 이다해와 오지호의 그 러브신에는 대길의 운명에 대한 암시가 주어져 있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래서 두 사람이 주상절리 위에서 벌이는 키스신과 사라지는 언년이의 잔상을 쫓아 절규하듯 손을 뻗는 대길의 모습을 교차해 보여주었던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드는군요. 그래서 유독 엔딩신이 길었고, 오해하는(저를 포함하여) 시청자들이 많았든가 봅니다.   

오늘 12부의 엔딩신을 보니 10부의 말 많았던 엔딩신의 결정판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제주에서의 키스신은 바로 오늘의 마지막 장면을 위한 것이었지요. 그리고 이 장면으로 하여 대길은 크나큰 운명의 반전을 겪게 될 것이 틀림없습니다. 이제 대길은 선택을 해야 합니다. 눈앞에서 꿈에도 그리던 언년이와 송태하의 혼례식이 치러지려는 순간입니다.

12부의 엔딩 장면, 장혁의 칼 끝에 걸린 이다해와 오지호. 그러나 운명의 발길은 어디로 향하게 될지???


자, 여기서 대길은 어떤 것을 선택할까요? 지금까지 해온 것으로 보자면 당장 뛰쳐나가 칼을 휘두르며 송태하와 일전을 벌이는 게 순리입니다. 그리고 송태하를 잡아 서울로 압송하고, 동시에 언년이에게도 원수를 갚아야 합니다. 대길이 말했지 않습니까? "주인 배신하고 도망간 노비 연놈들, 모조리 잡아 원래대로 돌려놔야지." 

각각 다른 꿈을 꾸는 혁명들, 대길과 태하, 조선비의 혁명

그러나 대길은 그리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대길이 8년 동안이나 변하지 않는 언년이의 초상화를 가슴에 품고 추노질을 다닌 것은 언년이를 향한 증오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증오심은 언년이를 찾아야 한다는 명분일 뿐이었지요. 대길이가 언년이를 반드시 찾아야하는 이유는 그녀에게 한 약속 때문입니다. "너하고 평생 살 거다." 

일개 여종을 향해 대길이 이런 약속을 했다는 것은 그의 사랑이 얼마나 깊고 넓은 것인지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게 해줍니다. 그때 시대라면 여종은 그저 취하면 되는 것이었으니까요. 그런데 대길은 언년에게 단지 함께 평생을 살겠다고만 한 것이 아니라 그러기 위해 세상을 바꾸겠노라는 대담한 혁명 발언까지 한 것입니다.

혁명, 지금 송태하와 조선비가 꿈꾸고 있는 것도 혁명입니다. 그러나 정확하게 그들 조선비 일파가 하고자 하는 것은 혁명이 아닙니다. 반정이지요. 조선비 일파가 꿈꾸고 있는 것은 빼앗긴 정권을 되찾겠다는 일념으로부터 나온 것일 겁니다. 그들의 당파적 욕망으로부터 반정의 꿈이 일어난 것이지요. 그것은 곧 쿠데탑니다.

누워있는 미륵 옆에서 충성맹세를 하는 과거 무장들이었던 노비들. 이 와불이 일어나면 세상이 바뀐다죠?


반면, 송태하와 곽한섬에게는 혁명에 대한 약간의 인식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들은 소현세자와 더불어 청에서 서양문물을 접했던 사람들일 것입니다. 우선 소현세자가 먼저 접했던 서양문물은 천주굡니다. 로마가톨릭에서 파견된 신부 아담 샬로부터 배운 기독교의 기본사상이 무엇이겠습니까? "신 앞에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 조선의 신분질서로 보면 매우 혁명적인 사상이지요.   

만약 소현세자가 독살되었다면, 그리고 그 원흉이 인조와 집권당 세력이었다면, 소현세자가 가진 혁명적 사상을 두려워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 소현세자와 운명을 함께 했던 송태하와 곽한섬에게 혁명은 소현세자의 유지를 받드는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곽한섬이 궁녀 장필순에게 "이제 세상이 바뀔 걸세"라고 말하며 호강시켜주겠다는 장담에서 우린 그걸 읽을 수 있었습니다.

송태하는 김혜원이 노비출신임을 알고 있다

송태하도 "이분(원손)이 임금이 되면 무엇이 달라지나요?"라고 묻는 혜원에게 말했었죠. "세상이 바뀔 겁니다." 세상이 바뀔 것이라는 말 한마디로 그것이 곧 혁명을 의미하는 거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송태하가 오랫동안 소현세자와 더불어 청에서 살며 서양문물을 접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리 오버해서 해석하는 것도 아닙니다.


제가 알기에 이미 송태하는 김혜원이 노비출신임을 알고 있습니다. 한동안 뜨겁게 논란이 되었던 이다해의 노출신은 바로 송태하가 김혜원이 노비출신이었음을 눈치 채게 하려는 장치였다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송태하는 스스로 노비로 2년 넘게 살았을 뿐 아니라 훈련원 판관까지 지낸 조선 최고의 무장입니다. 그는 장군이 되기까지 수많은 노비들을 다룬 경험도 많을 것입니다.

그런 그가 노비 문신 자국을 보고도 눈치를 못 챈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러므로 곽한섬이 "궁녀인 나를 그대가 어떻게 호강시켜주겠다는 말이냐"는 말에 "세상이 바뀔 걸세"라고 한 것과 송태하가 혜원에게 "세상이 바뀔 겁니다"라고 한 것은 같은 말이었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지요. 두 사람이 말하는 세상은 아마도 소현세자가 꿈꾸었던 세상을 말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자, 다시 대길의 이야기로 돌아가겠습니다. 자기 눈앞에서 펼쳐지는 기가 막힌 현실을 두고 이대길은 과연 어떤 태도를 취하게 될까요? (1) 칼을 들고 당장 달려 나가 두 사람을 난도질한다. (2) 안타깝지만 언년이의 행복을 위해 일단 조용히 물러선다. 우리가 당장 상상할 수 있는 것은 이 둘 중 하나입니다. 아니면 어떤 돌발변수가 발생해서 선택을 연기시킬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적어보입니다. 그건 기만입니다. 지금까지 보여준 대길의 마음만으로 보자면, 대길은 일단 눈물을 삼키며 물러설 걸로 보입니다. 대길이 쫓았던 것이 원수가 아니라 사랑이었다면 말입니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대길은 주어진 새로운 운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될 것입니다. 조선팔도에 거칠 것 없던 추노꾼 대길에게도 이제 고난의 시대가 올 것이란 예감이죠.

대길이 맞게 될 첫 번째 운명의 반전, 도망자

어쩌면 그 고난의 첫 번째는 그 자신이 도망자가 될 것이란 사실입니다. 우선 그는 좌의정 이경식과 약조를 한 것이 있습니다. "달포 안에 송태하를 잡지 못하면 네 목을 내가 거두겠다."  좌의정은 무서운 사람이죠. 그는 목적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습니다. 자기에게 5천 냥이란 거금을 받아간 이대길을 그냥 놔 둘리가 없습니다.

송태하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지요. 그리고 앞으로도 살변은 계속될 것이고요. 이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이대길이 지목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아니 좌의정의 밀계에 의해 이대길이 살인범의 누명을 쓰고 도망자가 되는 것은 필연일 듯싶습니다. 그렇다면 송태하를 쫓던 이대길이 송태하를 놓아준 대가로 도망자가 되는 아이러니가 발생하는 셈이지요.

여전히 드는 의문 "이 둘은 한패가 될 수 있을까?" 사진은 휴식시간인 모양이네요.

이 모든 운명의 중심에는 김혜원 또는 언년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언년이를 그토록 고고하게 그려놓았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아무튼 대길이 맞게 될 첫 번째 운명은 아이러니하게도 추적자에서 도망자로 전락하게 된다는 것이 저의 판단입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돌팔이 점쟁이의 어설픈 점괘에 불과하므로 맞지 않더라도 그다지 나무라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어흠~ 

그렇다면 도망자가 된 이후 그 다음 운명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역시 점쟁이가 되기엔 아직 턱없이 공부가 부족한 모양입니다. 그러나 아무래도 그런 생각은 듭니다. 좌의정은 당대 조선의 최고 권력잡니다. 그런 자로부터 영원히 도망을 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될까요? 음~ 대길 정도의 인물이라면, 혁명을 해버리는 것이죠. 

어쩌면 대길은 진짜 혁명을 하기 위해 준비를 해왔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월악산 영봉에 둥지를 틀고 있는 짝귀가 혁명군을 양성하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지요. 8년 동안이나 추노꾼이 되어 언년이를 찾아다닌 것도 어쩌면 언년이에게 했던 약속, "양반 상놈 구별 없이 함께 잘 사는 세상 만들어 너하고 평생 살겠다"던 약속을 지키기 위함이 아니었을까요? 

이대길이 타게 될 마지막 운명의 수레는 과연 혁명일까?

그런 세상을 이루려면 혁명을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아, 그때는 혁명을 하고 싶어도 밑바탕이 될 만한 사상적 토대 같은 것이 없었다고요? 그럴 수도 있겠군요. 그러나 그 시대에 그런 사상이 없었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는 일입니다. 민중들에겐 광범하게 미륵사상이 퍼져 있었고, 지배층 내에도 홍길동전을 지은 허균 같은 인물이 이대길이 살던 바로 그 시대의 사람이었습니다.      

앞으로 더욱 복잡해지겠군요. 혁명을 준비하는 송태하, 살인귀로 변해 송태하를 쫓는 황철웅, 부하들의 원수를 갚기 위해 황철웅을 쫓는 천지호, 양반들을 모두 죽이고 상놈들의 세상을 만들겠다는 노비당, 이들 사이에서 이대길은 어떤 운명의 수레를 타게 될 것인가? 송태하와 이대길이 동시에 사랑하는 언년이 혹은 김혜원이 여기에 어떤 이정표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닐까요? 

결국 대길과 태하가 이루고자 하는 세상은 같다는 뭐 그런…. 이다해의 캐릭터가 어울리지 않게 어색해 보이는 것도 어쩌면 도로 위에 불쑥 솟아난 이정표처럼 그래서 그런 건 아닐까 뭐 그런…, 이상 어설픈 점쟁이의 점괘였습니다. 대길의 운명이 도망자가 될 점괘는 확실하게 보이는데 그 뒤의 운명은 영 오리무중인지라, 그렇다고 점쟁이가 반은 알고 반은 모른다고 할 수는 없는 법.  

어쨌든 결론은 비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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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