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훈 변호사에게 임금체계 개편 및 근로시간 단축의 쟁점이라는 주제에 대해 강의를 들었다. 창원대학교 노동연구센터가 개설한 노사관계현장리더아카데미강의 일정 중에 임금 시리즈 2탄이다. 지난주 첫 번째 시간은 경북대 로스쿨에 이달휴 교수란 분이 강의를 해주었는데 아주 딱딱한 내용을 딱딱한 방식으로 그러나 매우 흥미롭고 재미있게 해주어서 신통하게도 조는 사람이 한명도 없었다. 그러나 어제 나는 조금 졸았다.

 

내가 졸았던 것은 박훈 선생님의 강의가 재미없었기 때문은 아니었다. 다만 내가 최근(몇 년 전부터) 평소 자지러질 정도로 피곤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 그 횟수가 잦아졌고 정도가 매우 심해져서 거의 까무러칠 정도로 괴로운 지경에 이르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하필이면 박훈 선생님의 강의시간에 그 증상이 나타났던 것이다.

 

잘 알고 있듯이 박훈 변호사는 정지영 감독이 연출한 영화 <부러진 화살>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실제인물이다. 그를 만나본 사람이라면 잘 알겠지만, 그는 영화 속 인물보다도 훨씬 더 고약하고 타인을 피곤하게 하는 사람이다. 영화에서처럼 법정에 들어가기 전에도 소주병을 들고 나발을 부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는 술을 좋아하고 술이 취하면 이른바 개구신 짓도 마다하지 않을 뿐 아니라 그때부터는 욕을 아예 달고 산다.

 

그런 그가 우리 교실에 강의를 하러 온다 하니 슬 걱정이 되었다. 게다가 전날 그와 술자리에 합석할 기회가 있었는데 역시 그는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예의 욕설을 적당히(분위기가 고조되자 당연히 아주 격하게) 버무리며 안하무인을 종횡무진으로 보여주었으므로 과연 그가 제대로 된 강의를 할 수 있을지 심히 우려스러웠던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고백하자면, 나는 어릴 적부터 땅바닥에 침도 잘 뱉지 못하는 소심한 성격으로 그렇게 상대에게 함부로 말하고 욕을 아무렇게나 내뱉을 수 있는 자리에선 안절부절 편안하게 앉아 있지를 못한다. 물론 내 탓이지만 그날도 나는 불안, 불편, 불만 이 3불로 인하여 좌불안석이어서 술이 코로 넘어가는지 목구멍으로 넘어가는지도 모를 지경이었다. 그리하여 나는 그날 밤 자정이 넘어 집에 와서는 술이 취한 채로 다음과 같이 페이스북에 불평을 토로했던 것이다.

 

공자님 말씀은 장난이 아닙니다. 조선 500년 성리학도 장난 아닙니다. 우리 조상님들 바보 아닙니다. ㅠㅠ

 

다음날 보아하니 이게 뭔 말인지 잘 알아듣지 못할 듯하고 또 실제로 그러하여 다시 다음과 같이 적어 올렸다.

 

내가 좀 얕기는 하지만 대충 생각하기로…… 공자의 사상은 궁극적으로 인을 지향하는 것이며 그 인을 이루기 위해 예를 실천해야 한다. 그래서 인은 궁극의 지향점인 것이고 실천적으로는 예가 공자사상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가만 보니 그 말씀이 옳은 것 같다. 사람들이 너무 예를 모른다. 공자께서 인은 어떻게 이룰 수 있습니까? 하고 물었을 때, 예가 아니면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움직이지도 말라 하셨다는데 그 말씀이 진실로 옳다는 생각을 한다. 지 꼴리는 대로 말하고 행동할라치면 무인도에 가서 혼자 살면 될 일이다. 사람이 큰일을 하려면 먼저 예부터 익힐 일이다. 어젯밤 술 먹고 적은 포스팅에 ps. 이런 말 하자니 참 슬프다. ㅠㅠ

 

그럼에도 당사자는 물론 이성철 교수님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이게 뭔 말인지 여전히 알아듣지는 못하는 듯하다. 그래서 아예 작심하고 여기에다 적는다. 박훈 변호사야 세상이 알아주는 통큰 호인이며 기인이사이니만치 충분히 이해할 것이다. 사람 산다는 게 꼭 남을 위해 살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배려는 필요하지 않을까. 그러나 그건 그렇고, 박훈 선생님은 역시 천재였다.

 

고려대법대를 나온 그가 4년 넘게 영업사원(외판원)을 하다가 나이 서른하나에 사법시험에 뜻을 두고 공부한지 2년 만에 1, 2, 3차를 각각 한번 만에 합격한 것은 고시 역사상 전설이었다며 농담반 진담반으로 한 자기소개는 내가 보기엔 진실이었다. 다음날 강의안도 제시간에 준비하지 못할 정도로 그렇게 떡나발이 되게 술을 마시고도 그의 강의는 유창했다. 그래서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아니 하기로 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그렇게 욕 잘하고 안하무인이고 예의 없는 박훈을 용서해주는 것이구나, 하고.

 

물론 박훈 선생님의 강의가 재미없었다는 견해도 있었고 그의 주장에 일부 동의할 수 없다는 학생(정식학생은 아니고 청강생이라고 자기를 규정하지만 그보다는 도강생)도 있었다. 그가 페이스북에 올린 감상평을 잠깐 소개하면 이렇다.

 

1.

어제 수업 때 들은 이야기. 자본가들은 자기들의 이익에 충실한 것을 생산성 강화라 부르며 정당화하는데 왜 노동자들은 자기 이익에 충실한 것을 스스로도 도둑놈 심보라 여기냐는 이야기였음. 근데,

 

더 적게 쉽게 일하고 더 받으려는 것이 도둑놈 심보가 아니라면 더 오래 많이 일 시키고 더 적게 주려는 것도 도둑놈 심보는 아닌거지. 계급적 당위만을 강조하다 보면 오히려 놓치는 것들이 생기는 듯. (자본가의 힘이 노동자에 비해 월등히 큰 현실에서 노동자들이 힘을 가지기 위해 스스로의 벽을 허물고 계급성을 깨우치자는 의도에는 동의하지만서도.)

 

2.

노동 강도와 임금 인상에 대한 인식에 비해 노동 시간에 대해서는 자각이 부족하며, 이는 잔업, 철야, 당직 등으로 더 얻게 되는 자본의 달콤함 때문에 노동자 스스로도 쉽게 타협하기 때문이라는 이야기에는 적극 동의. 고액(?) 전문직 노동자인 내 경우만 보더라도 그러하니. 일년에 단 한번, /일을 포함한 휴가 5일 이외에는 토요일도 한번 쉬지를 못하는데다 격주로 1주일씩 응급 환자 대기(한달에 한번 오프 외에 일년 353일 응급 대기하는 과도 있음.)까지 해야 하니...,(, 보기에 따라 배부른 소리일 수 있음은 미리 인정합니다..ㅡㅡa)

 

3.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인지 좀 지루했음. 씨발놈, 개새끼가 난무하는 격한 강의를 기대했거만..ㅡㅡa , 덕분에 주저없이 중간에 토껴서 양꼬치 먹었다는..^^a


[계급]

더 짧게, 더 약하게 일하고

더 높은 임금을 받으려 하는

노동.

더 오래, 더 강도 높게 일 시키고

더 낮은 임금을 주려는

자본.

 

노동을 도둑놈 심보라 하고

자본을 생산성이라 부른다.

자본가 계급만 있다.

노동 계급은 아직 없다.

 

(이 부분 <계급>은 강의 후 감상에 젖은 박훈 선생님이 쓴 시임)

 

그런데 원호야. 내가 볼 때 원호가 잘못 이해한 거야. 박훈은 자본을 도둑놈이라 한 적이 없어. 단지 멍청하게 제 당연한 권리를 스스로 도둑놈 심뽀라고 까대는 노동자들의 몰계급성을 말한 것일 뿐. 자본은 자본대로 자기이익에 충실하고 노동은 노동대로 자기이익에 충실하면 되는 것이지. 한쪽은 그걸 지나치게 잘 하는데 한쪽은 안 그렇거든. 한쪽은 투철한 계급투사인데 한쪽은 고리타분한 양반행세를 하고 있는 거야. 도리가 어떻고 하면서 말이야. 우리가 사는 사회는 봉건사회도 아니고 공산주의사회도 아니거든. 자본주의, 그게 우리가 사는 세상이지.

 

그리고 원호야. 사실은 그 각론에서 임금산출 공식 따지고 계산하고 그게 일선노동자들에게는 가장 눈이 반짝거릴 공부고 졸음이 멀리 달아날 시간이거든. 세상에 돈보다 중요한 게 어디 있다고. 진짜로 돈보다 중요한 거 있으면 나와 보라고 그래. 좀 과장법을 써서 말하긴 했지만, 그게 제일 중요한 거야. 다른 사람들은 얼마나 눈을 반짝이더냐고. 돈 계산 시작하니 말이야. 그래서 노사아카데미에서도 임금론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 거 아니겠냐고. 결국 자네가 처한 처지가 달라서야. 문제는 그것뿐이라고.

 

쓰다 보니 엉뚱한 데로 화살이 돌아갔다. 아무튼 박훈 선생님의 강의는 매우 유용했다. 너무나 피곤에 절은 나머지 좀 졸긴 했지만 나는 그의 강의 내용을 십분은 아니라도 구분은 이해했다. 그리고 박훈이 얼마나 중요한 인물인지도 이해했다. 그만큼 노동법에 대해, 경제에 대해 탁월한 식견을 가진 이는 대한민국에 없지 싶다. 누구라도 그의 강의를 듣게 된다면 빠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렇다면 그의 강의내용을 왜 소개하지 않느냐고 하실 분도 있을 수 있는데, 꼭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의 강의내용 전체를 관통하는 것은 바로 위에 있는 그의 시 <계급>에 다 들어있다. 그것만 이해하면 임금 전체를 이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ps; 졸다 보니 강의실 현장 사진을 못찍었다. 그라고 원호야, 어제 강의 마칠 시간에 태풍에 빗발이 심해져서 양꼬지 무러 못 따라붙있다. 미안타 ㅠㅠ

Posted by 파비 정부권

4시간쯤 지났죠? 노인네 병원 옮기느라 퇴원수속하고 입원수속하고 다시 사진 찍고 검사하고 좀 정신이 없었습니다. 지난 17일 정치토론회에서 나온 박훈 후보의 발언을 계속 정리해드리겠습니다. 좀 경황이 없는 중이라 논지가 두서없더라도 이해바랍니다.

이날 토론회에서 야권단일화와 관련하여 매우 유의미한 얘기가 나왔습니다. 손석형 후보의 흠결을 이유로 진보신당 김창근 후보가 야권단일화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고 진보후보발굴위원회도 해산한 상태에서 야권단일화는 거의 물 건너 간 것 아니냐는 판단이 나오고 있는데 후보로서 다른 대안이 있느냐는 질문에 나온 답입니다.

“우선 통합진보당을 뺀 나머지 후보들이 선단일화를 하자는데 일정하게(진보신당 김창근 후보측과 민주통합당 주대환 후보측인 듯) 의견을 나눴다. 먼저 우리끼리 선단일화를 하고 거기서 선출된 후보가 다시 통합진보당의 손석형 후보와 통합할건지 말건지는 일임하기로 한다는 내용으로 의견교환이 이루어졌고 곧 다시 논의할 것이다.”

여기에 대해 박훈 후보는 이렇게 부연설명을 했습니다. “만약 내가 선단일후보가 된다면 손석형 후보와 다시 단일화 논의를 하고 투표에 들어갈 것이다. 그러나 김창근 후보가 선단일후보가 돼서 손 후보와는 도저히 단일화 못하겠다고 하면 나도 그에 따를 것이다.”

이 말이 어떤 의미인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일단 박 후보가 야권단일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서 선단일화에 상당한 관심과 공을 들이고 있다는 정도로 이해됐습니다. 선단일화 협상을 성사시키기 위해 선단일후보가 된 사람에게 통진당과의 단일화 결정권을 옵션으로 주자는 것이죠.

어쨌든 박훈 후보는 자신이 선단일후보가 되면 반드시 손 후보와 단일화 협상에 나서겠다고 했습니다. “내가 선단일후보가 됐을 때도 손 후보 측에서 무리하게 자기들에게만 유리한 경선방식을 계속 고집하면 결렬될 수도 있다. 파토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냐에 따라 다를 텐데 내게 책임이 없다면 끝까지 갈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일을 없을 거라고 본다.”

박 후보는 “단일후보로 뽑히고 국회의원에 당선된다면 그 이후에도 계속 무소속으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어떤 특정한 정당을 선택할 것인가?”란 질문에 대해선 이렇게 답해 묘한 여운을 남겼습니다.

“한 동안은 무소속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시점이 되면 특정한 당을 선택하게 될 거다. 하지만 그게 어느 당인지 여기서 밝히는 건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물론 박 후보가 말하는 당이 통합진보당이나 진보신당 둘 중 하나일 것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가 어느 당을 선택할 것인지 심중을 지금 밝히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이야기하는 이유도 충분히 짐작이 갑니다.

아무튼 박 후보가 제안했다는 이른바 선단일화가 잘 될까요?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을 생각하면 원칙이니 도덕 따위를 따지는 게 부질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일구이언하는 표리부동을 닮아갈 수도 없는 입장입니다. 이러한 때에 내놓은 선단일화 방안!

좋은 생각인 것 같기는 한데 현실화를 위해선 속된 말로 누군가가 총대를 메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아마도 박 후보가 짐이 가장 적으니 총대를 메기 가장 수월해보이고 그래서 나선 것 같기도 합니다만,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씀은 이 말 말고는 별로 없네요.

잘 돼야 한 텐데!!

Posted by 파비 정부권
“통합진보당 손석형 후보는 한나라당 후보가 되는 게 더 맞는 사람이다. 그의 행동이나 노선은 한나라당이다. 그러나 그런 사람과의 단일화에 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왜냐하면, 그는 어쨌든 통합진보당 후보이고 통합진보당은 여전히 함께 가야할 진보정당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부러진 화살>로 유명해진 변호사 박훈 씨가 한 말입니다. 지난 17일 오후 7시 민주노총 경남본부 3층 강당에서 열린 정치토론회에서 그는 “손석형 후보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서 왜 비판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앞서 그가 한 말의 골자는 이것이었습니다.

‘손석형 후보가 한나라당스럽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통합진보당은 여전히 진보대통합의 한 축이다.’

그는 구체적으로 김상합 현대로템 노조지부장을 예로 들었습니다. “이런 분들이 통합진보당에 그대로 있다. 그런데 우리가 통합진보당을 배척할 수 있나? 우리가 이런 사람들을 버릴 수 있나? 그럴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의 말을 간단하게 줄여서 말하자면 이런 것입니다. “손석형은 나쁘지만 통합진보당까지 다 나쁘다고 해서는 안 된다.” 저로서는 완전하게 동의할 수는 없지만 그의 입장이 충분히 이해는 됐습니다. 어쨌든 박 변호사는 아직도 진보대통합의 불씨를 살려야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박훈 변호사는 창원을(창원시 성산구)에서 4‧11 총선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했습니다. 통합진보당도 진보신당 후보도 아닌 무소속입니다. 그런 그를 두고 돈키호테 같다고 평가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조직도 돈도 없이 어떻게, 무엇 때문에 나왔냐는 것입니다.

역시 이런 질문이 나왔습니다. “창원은 특히 어떤 조직에 속해 있지 않으면 정치하기 힘든 곳이다. 그런데 무소속으로 나왔다. 좀 무모한 거 아니냐?” 그의 대답은 돈키호테 같다는 평가에 걸맞게 아주 무식하리만치 간단했습니다.

“조직은 만들면 되는 거고 돈은 구하면 되는 아닌가?”

물론 이 말은 돌발적인 질문에 대한 박 후보의 즉흥적인 답변이었을 테지만 박 후보의 출마의도를 어느 정도 엿볼 수 있는 힌트가 들어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무엇일까요? 실패한 진보대통합에 대한 그의 희망과 의지, 그게 아니었을까요?

그는 만약 단일후보로 선출되지 못한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 차기를 위해 준비할 것이냐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번에 선택되지 못한다면 아마도 제가 다시 정치하겠다고 나서는 일은 없을 겁니다. 투쟁현장에서 제 모습을 볼 수 있을 겁니다.”

그는 지난 8년 동안 국회에 진출한 진보정당 의원들 중에 진보정치인다운 의원은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노동정치가 존재하지도 못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습니다. 그는 노동법률 전문가로서 전문성을 살리되 투쟁하는 국회의원 상을 보여주겠다고 했습니다.

박훈 후보의 말을 들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돈도 조직도 없는 시골 노동인권변호사가 돈키호테처럼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나선 이유가 대체 뭘까? 결국 답은 하나였습니다. 통합진보당이 손석형 씨처럼 한나라당스런 후보를 내보냈기 때문이었던 것이죠.

진보후보발굴위원회가 깨진 이유도 손석형 씨가 후보가 되면 곤란하다는 입장이 정리됐지만 이를 무시하고 통합진보당이 손 후보를 뽑았기 때문이라는 후문이 있습니다만, 박 후보는 이를 의식한 듯 “엄청난 난관을 뚫고 통합진보당 후보가 된 분이니 참 존경스럽다”는 말로 우회적으로 비판했습니다.

이날 청치토론회에는 통합진보당 당원들도 상당수 참여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저로서는 매우 의외였습니다(하긴 일전에 한나라당 선거운동을 하는 통진당 당원 이야기를 제 블로그에 썼던 적도 있긴 했었죠). 그들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 당의 정체성 문제로 고민이 많다. 그런데 이번에 후보문제(손석형 후보사태)까지 터지면서 탈당까지 고민하고 있다.”

저는 아직 그들이 얼마나 박훈 후보에 대해 지지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합니다. 다만 분위기상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조직적 소속감이 가지는 장애에도 불구하고 상당수가 불만을 가지고 이탈할 조짐을 보이고 있거나 이미 이탈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아, 그런데 당신은 왜 그 정치토론회에 갔었던 것이냐고요? 저야 뭐 당연히 취재 때문에 갔던 것이죠. 블로거기자도 기자니까. 저는 처음에 ‘박훈 후보의 출마에 불평을 가진 사람들이 왜 출마했냐고 청문회를 하는 자리’라 해서 호기심에 갔던 것인데, 그런 자리는 아니었습니다.

박훈 후보에 호감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자리였습니다. 그러나 내용은 사실상 원래 제가 알고 갔던 그대로 그렇게 흘러갔습니다. 아주 재미있고 유익한 자리였습니다. 박훈 후보의 정제되지 않은 거침없는 답변이 흥미진진한 자리를 만들어주었습니다.

박훈 후보는 이 자리에서 야권후보단일화를 위한 방안을 하나 제시했습니다. 그의 말에 의하면 진보신당, 민주통합당 후보들과도 교감을 한 내용이라고 했습니다. 제가 그 내용에 대하여 일부에 확인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대체로 틀리지 않은 말이었습니다.

궁금하시죠? 그 내용은 4시간 후에…….

Posted by 파비 정부권

마침내 통합진보당 손석형 도의원이 의원직을 중도사퇴 했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2012년 4월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서입니다.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닙니다. 사람에겐 누구나 권력욕이란 것이 있습니다. 도의원보다야 국회의원이 폼이 나겠죠.

하지만 생각해보십시오. 그게 과연 옳은 일일까요? 도의원이 국회의원보다 폼이 덜 난다고 생각하는 것이 과연 정상적인 사고방식일까요? 지역정치의 경험을 살려 중앙정치로 진출하겠다는 변명이야말로 지역정치를 중앙정치에 예속시키는 행위 아닐까요?

손 의원은 도의원 직무를 수행한지 불과 1년 6개월 만에 사표를 던지고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나섰습니다. 진즉부터 국회의원이 되고 싶은 야망이 있었다면 왜 1년 6개월 전에 도의원에 출마했던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 왼쪽부터 진보신당 김창근, 무소속 박훈, 통합진보당 손석형 후보 @사진=김훤주

도의원은 국회의원이 되기 위한 징검다리가 아닙니다. 도의원과 국회의원은 하는 일이 다릅니다. 도의원은 국회의원의 하위직도 아닙니다. 지방의회에서 배출된 인재가 국회로 가야한다는 주장은 엉터리일 뿐 아니라 풀뿌리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며 모독인 것입니다.

권영길 의원의 불출마선언을 예측하지 못했다고 변명할 수도 있겠지만 이 또한 올바르지 않습니다. 국회에 가서 봉사할 의지가 있다면 권 의원의 행보와 상관없이 자기 결정을 했어야 하는 것입니다. 진보정치 1번지 창원을 ‘수성’하기 위해서 손 의원이 나가야 한다고요?

이야말로 가장 바람직스럽지 않은 중도사퇴의 변입니다. 이는 사실도 아닐 뿐 아니라 훌륭한 선후배들과 동지들에 대한 예의가 아닙니다. 창원에는 샛별처럼 빛나는 인물들이 은하수처럼 즐비합니다. 왜 자기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얼마 전 블로그 ‘김주완 김훤주의 지역에서 본 세상’의 공동운영자인 김훤주 씨가 ‘통합진보당은 정신분열증 정당인가?’라는 제목으로 손 의원의 도의원 중도사퇴를 비판하는 글을 쓴 적이 있었는데, 이에 대한 통합진보당 당원들의 대응수준은 가히 분열적이었습니다(분열적이란 말은 김 기자가 말한 정신분열증보다는 종파적, 파당적이란 의미로 썼습니다).

그들은 “한나라당 도의원이 중도사퇴 하는 것 하고 진보정당 도의원이 중도사퇴 하는 것이 어떻게 같은가?”라는 괴변을 늘어놓았습니다. “통합진보당은 당원투표에 의해 결정한 것이므로 다르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이 역시 괴변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만약 한나라당이 당원투표나 여론조사 등 적절한 방식을 선택해 중도사퇴 한 현역 지방의원이나 자치단체장을 국회의원 후보로 뽑아도 아무런 이의를 달지 않겠다는 뜻입니까? 오히려 당원들이 투표로 현역 지방정치인의 중도사퇴를 용인한 것이 더 큰 문제 아닐까요?

통합진보당의 당원들이 직접투표로써 현역 도의원을 총선후보로 뽑았다는 사실이야말로 오히려 ‘통합진보당은 정신분열증 정당인가?’란 물음에 스스로 “그렇소!”하고 답하는 꼴입니다. 차라리 한나라당은 후보 개인의 문제지만 통합진보당은 당 전체가 문제라는 것입니다.

손 의원의 바람직스럽지 않은 행보는 진보대통합을 염원하며 내린 권영길 의원의 은퇴 결심과 문성현 전 민노당 대표의 창원 을 포기선언이 가진 대의도 무색케 하고 말았습니다. 나아가 창원 갑과 을이 함께 승리하기 위해 힘을 모을 수 있는 기회도 반감시키고 말았습니다(창원 을에서 벌어지는 중도사퇴 소동은 창원 갑에도 치명타로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아래 참고로 첨부한 자료는 통합진보당 전북도당이 엊그제 발표한 논평입니다. 순천의 통합진보당도 전북도당과 비슷한 논평들을 쏟아내며 현역 지방정치인들의 총선출마를 위한 중도사퇴를 비판하고 있습니다만, 반대로 울산에서는 창원과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실로 참담한 일입니다. 도대체 이 기괴한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처신하기 곤란한 이런 상황을 맞아 창원지역의 대부분의 시민사회단체들이 함구하고 있는 가운데 마창진참여연대가 ‘총선출마를 위한 중도사퇴는 옳지 못하므로 자제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습니다. 참 다행스럽고 고마운 일입니다.

그러나 이미 손 의원은 어제 날짜로 사퇴서를 던져버렸습니다. 울산의 통합진보당 이은주 시의원은 이보다 앞선 작년 말 아예 논의도 하지말라는 듯이 미리 사퇴해버렸습니다. 이런 가운데 나온 1월 9일자 통합진보당 전북도당의 논평은 도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 지난해 12월 30일 경남도민일보가 주최한 후보자 초청 블로그합동인터뷰에서 손을 맞잡은 세 후보 @사진=실비단안개

김훤주 기자의 말처럼 ‘정신분열증’ 말고는 뭐 뾰족한 다른 표현이 생각나지 않으니 이것 참 걱정입니다. 아, 그리고 내친 김에 통합진보당의 이런 이중적 태도를 비판하는 것을 비판하는 <민중의소리>도 정신분열증이긴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분들이 조중동과 한나라당을 비판할 땐 그저 웃음만 나옵니다만, 이는 다음 기회에 말하기로 하고요. 일단 아래 논평을 읽어보기로 하지요. 통합진보당이 추구하는 정의가 뭔지 실로 헷갈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냥 콩가루정당이라고 해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통합진보당 전북도당 1월9일(월) 논평

[논평] 총선 출마를 위한 지방의원 중도사퇴,
도민들에 대한 무책임한 정치 행위를 비판한다.

김호서 도의회 의장을 비롯한 김성주, 유창희 현 도의원 3명이 총선 출마를 위해 도의원직을 9일 사퇴했다.

이는 4년 동안 도민들을 위해 봉사하겠다던 도민과의 약속을 1년 반 만에 내팽개친 것으로서 자신을 당선시켜준 유권자들과 도민들에 대한 무책임한 정치행위다. 또한 이들의 중도 사퇴로 인해 치러질 보궐선거 비용을 결국 우리 도민들이 부담하게 된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지방의원이 국회의원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으며, 지역 사정을 잘 아는 지역 정치인이 국회에 나아가 큰 정치를 하겠다는 뜻도 충분히 일리 있고 존중받을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방법이다. 2012년 총선을 염두에 두었다면 2010년 6월 지방선거 때 유권자들에게 솔직하게 그 계획을 밝히든지, 아니면 출마를 하지 않고 2012년 총선을 준비하는 것이 정치 도의상 올바른 선택이었을 것이다.

도민과 지역발전을 위한 선택이 굳이 이번 2012년 총선 후보로 나가는 것만이겠는가? 도민과의 4년 임기 약속을 성실히 수행한 후에 그들 말대로 ‘더 큰 정치’를 위해 준비하면 안 되는가?

스스로 원했든 그렇지 않든 결과적으로 이들의 도의원 1년 반은 국회의원 후보로 가기 위한 발판으로 활용됐다는 다수 시민들의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자신의 정치적 야망과 욕심 때문에 지역발전과 주민을 위해 4년 동안 봉사하겠다는 약속을 내팽개쳤다는 세간의 평가는 결코 억울해 할 일이 아닌 것이다. 이런 사정을 감안해 민주당 지도부도 공직자 사퇴 자제 권고 결정을 내리지 않았겠는가?

통합진보당 전북도당은 이들 현역 도의원들의 총선 출마를 위한 중도사퇴에 대해 명백히 비판적 입장을 밝히는 바이다.

통합진보당 전북도당은 이번을 계기로 공직자의 임기 중 사퇴 규정을 엄격히 제한하거나, 재보궐선거의 원인제공자 또는 이들을 공천한 정당이 재보궐선거 비용을 부담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제도적 개선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2012. 1. 9

통합진보당 전북도당

Posted by 파비 정부권

창원을 선거구는 한나라당 텃밭인 경남의 한가운데에서 진보정당 후보가 재선을 이룬 곳이라는 점에서 정치적으로 대단히 의미가 있는 곳이다. 더구나 창원을은 경남의 수도란 점에서 진보정치 1번지일 뿐 아니라 경남의 정치 1번지라고도 할 수 있다.

12월 30일 오후 2시, 세모의 끝자락에 치러진 진보후보들 간의 합동인터뷰는 그래서인지 뜨거웠다. 도의원을 중도사퇴하고 출마한 통합진보당 손석형 후보가 쟁점이었는데 진보신당 김창근 후보와 무소속 박훈 후보는 원칙과 당선가능성 두 가지 면으로 손 후보를 압박하는 모양새였다.

▲ 왼쪽부터 손석형, 김창근, 박훈 후보. 사진=실비단안개

여기에 대한 손 후보의 대응은 이런 것이었다. 우선 김창근 후보와 박훈 후보에 비해 통합진보당 출신인 자신이 한나라당을 상대로 이기는데 훨씬 유리하다는 것. 그는 도의원을 중도사퇴하고 국회의원에 출마하는 자신을 비판하는 여론을 의식해 이런 비유를 들었다고 한다.

“큰 고기는 큰 그물로 잡아야 합니다. 짧은 두레박줄로는 깊은 우물물을 긷지 못하는 법입니다. 과연 누가 이 중차대한 소임을 제대로 수행해 낼 수 있을 것인지 현명한 판단을 기대합니다. 맏며느리가 없으면 그 역할은 둘째며느리가 이어받는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둘째 며느리가 하던 일이 있다고 해서 막내며느리가 맏이 노릇을 할 수 없는 것입니다.”

자 여기서 큰 그물은 무엇이고 짧은 두레박줄은 무엇일까? 맏며느리가 권영길 의원인 건 알겠는데 둘째며느리는 누구이며 막내며느리는 또 누구일까? “둘째며느리가 하던 일이 있다고 해서”란 표현을 보면 하던 일이 있던 둘째며느리는 바로 자신이란 점을 말하고 싶은 듯하다.

여기에 대해 진보신당 임수태 고문은 “자기만이 큰 그물이고 긴 두레박줄이며 다른 후보들은 고기도 잡을 수 없고 물도 길을 수 없다는 것”이냐며 “자기가 최고라는 자가발전”을 “너무나 한나라당스런”이라는 격한 용어까지 사용하며 비판했다.

게다가 더욱 문제는 며느리들의 서열을 강조하는 하는 듯한 발언이 전근대이라는 것이며 진보정당의 정치인으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말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이런 자가발전은 인터뷰 당일에도 은근하게 드러났는데 “나는 다섯 번이나 한국중공업 노조위원장을 역임했습니다. 김창근 후보도 한 네 번인가 했지만”이라고 말해 자신의 경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태도는 그렇게 올바른 것도 아닐 뿐 아니라 사실과 부합하지도 않는 것이다. 김창근 후보는 서슬 퍼런 전두환 정권 시절이던 85년에 한국중공업에 노조를 설립한 장본인으로 설립위원장을 지냈다가 해고됐다. 이후 90년에 복직해 네 번의 위원장을 더했으니 한국중공업 위원장 경력으로 보자면 김 후보가 선배인 셈이다.

그런데도 굳이 이런 경력들과 현역 도의원이란 점에 더해 며느리서열까지 내세우는 것은 이른바 대세론으로 입지를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합동인터뷰 때 좀 더 보충질문을 할 시간이 주어졌다면 이렇게 물어보고 싶었다.

“권영길 의원의 불출마선언이나 문성현 민노당 전 대표가 창원을을 포기하고 창원갑 출마를 선언한 것은 모두 진보대통합을 위해서였습니다. 비록 진보대통합이 실현되지는 못했지만 손 후보가 다시 한 번 통 큰 양보로 대단결의 불씨를 살릴 용의는 없습니까?”

손석형 후보의 며느리론을 들먹이자면 누가 보더라도 사실상 창원에서 둘째며느리는 문성현 민노당 전 대표(현 통합진보당 창원시당위원장)가 아닐까? 그렇게 본다면 모든 후보들은 이 시간부로 즉각 사퇴하고 둘째며느리가 맏며느리 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하는 것 아닐까?

하지만 문성현 전 대표는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고 창원갑 지역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이 결단을 진보대통합의 제단에 바치겠다고 했으며 진보신당과 함께 투트랙 전략으로 양쪽에서 모두 승리할 수 있는 기틀을 만들기를 바랐을 것이다.

물론 진보대통합이 물 건너갔으므로 통 큰 양보를 꼭 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손 후보의 주장처럼 반드시 이기기 위해선 오히려 도의원 중도사퇴라는 흠결이 있는 자신보다 다른 후보들에게 통 크게 양보해서 권영길 의원이나 문성현 전 대표의 바람을 이루는 것이 맞지 않을까?

2000년 이후 지난 세 번의 선거를 기억해보자. 창원의 노동자들이 총결집해서 달려들었는데도 근소한 차이로 한나라당을 이겼을 뿐이며 2000년에는 근소한 차이로 진 경험도 갖고 있다. 창원을과 창원갑이 동시에 진보정당 후보를 당선시키는 역사적 쾌거를 바란다면 통합진보당과 진보신당을 비롯한 지역사회가 총결집하는 방향으로 틀을 짜야만 할 것이다.

손석형 후보의 큰 그물, 긴 두레박줄 표현이나 며느리론에는 통합진보당이 이 지역에서 갖는 위상에 대한 자신감 같은 것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두 알다시피 노동계는 51:49로 두 진보정당의 친소그룹으로 쪼개져있다. 게다가 통합진보당의 지지율 전망도 그리 밝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통합진보당 지지율이 12월 초 통합대회를 열었을 때만 해도 두 자리 수(10%에서 많게는 14%가 나온 여론조사도 있었다)를 기록하며 이른바 기염을 토하더니 그 이후 추락을 거듭해 3%로 내려앉았다가 심지어 한국일보-한국리서치 조사에 의하면 진보신당보다도 0.4%가 뒤지는 1.5%까지 떨어졌다.

원인은 따져보아야겠지만 진보통합이 큰 감동을 주지 못한데다 뒤에 출범한 민주통합당이 보다 과감하게 좌클릭 한데 반해 통합진보당은 오히려 반대로 우회전 정책을 씀으로써 기존 지지층들의 이탈현상이 일어난 것 아니냐는 관측들이 나오고 있다.

▲ 블로그 합동인터뷰 모습. 사진=경남도민일보 김구연 기자

손 후보는 20석 달성으로 교섭단체를 구성하겠다는 통합진보당의 청사진을 말하지만 앞에서 보았듯이 그리 녹록한 비전이 아닌 것이다. 손 후보 주장의 이면에는 “보다 큰 정당인 통합민주당 후보가 진보단일후보가 되는 게 맞지 않느냐”는 계산도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런 주장은 진보정당의 후보가 내세울 명분이 못된다. 진보정당이 지금까지 취해온 스탠스는 독자노선이었다. 야권단일화, 비판적 지지에 맞서 독자적인 후보를 발굴하고 출마시켰으며 그 성과를 바탕으로 오늘날 진보정당들이 탄생한 것이다.

한발 물러서서 손 후보의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통합진보당 후보 역시 보다 큰 정당인 민주통합당에 양보해야할 것이다. 손 후보의 논리에 따르면 민주통합당은 통합진보당보다 훨씬 더 큰 정당이며 따라서 더 큰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앞에 했던 질문을 다시 한 번 나누는 것으로 이글을 마치고자 한다. “손석형 후보님. 진보정치 1번지의 수성을 위해 통 큰 양보를 하실 의향은 없으신지요? 손 후보가 양보만 하면 모든 장애물이 제거되어 후보단일화 일정이 손쉽게 진행될 것 같습니다만.”

그러나 무엇보다 더 큰 것은 이것이다. 창원을과 창원갑이 투트랙으로 비상할 수 있다는 것.

※ 다음 글에서는 김창근 후보와 박훈 후보에게 손석형 후보가 원칙에 어긋나는 흠결이 있더라도 이해하고 단일화 경선에 합의해 그 결정에 승복할 용의가 없는지 묻는 글을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Posted by 파비 정부권

경남도민일보와 갱상도블로그가 주최한 창원을 진보후보 합동인터뷰, 지금까지 치러진 블로그인터뷰 중에서 가장 치열하고 뜨거운 인터뷰였다. 본격적으로 손석형-김창근-박훈 후보에 대해 따져보기 전에 오늘은 우선 세 후보에 대한 인상부터 살펴보기로 하겠다.  

통합진보당 손석형 후보는 노회한 정치인다운 인상을 보였다. 그는 2008년 보궐선거를 통해 도의원이 됐고 2010년 재선에 성공했다. 4년의 도의원 경험은 그에겐  중요한 자산이다. 그는 민노당과 진보신당, 민주당, 국참당이 모여 만든 이른바 교섭단체라 할 민주개혁연대의 공동대표를 진보신당의 김해연 의원과 함께 맡고 있기도 하다.  

▲ 왼쪽부터 손석형, 김창근, 박훈 후보. 사진=실비단안개

하지만 그는 과연 통합진보당 소속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과도한 정치꾼 냄새가 났다. 합동인터뷰 도중에 박훈 후보는 손석형 후보에게 “마당 쓸고 경조사 챙기는 국회의원은 한나라당 의원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일갈했는데 이는 손 후보의 정체성에 대한 문제제기로 들렸다.

그런 점에서 진보신당 김창근 후보는 손석형 후보와 확연히 대비되는 인상이었다. 손 후보의 노회함에 비해 김창근 후보는 원칙주의자다운 면모를 보였다. 그는 중학교 1학년 중퇴의 학력에도 불구하고 세 후보 중 가장 충실하고 알찬 답변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몇몇 블로거들은 질문의 요지를 파악하고 정확한 발음으로 답변을 정리하는 능력에서 김 후보가 가장 탁월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는 너무 원칙만 내세우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고집스러웠다. 정치를 하려면 일단 유권자의 눈높이를 잘 알아야 한다.

1등만 당선되는 현재의 선거제도 아래에서는 이념이나 노선, 정책도 중요하지만 당대의 유권자들이 가진 기호를 잘 파고들어야만 하는 것이다. 1등으로 당선되지 않고서야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것이 대한민국 정치의 현주소다. 그래서 단일화라는 굴절된 정치행위가 발생하는 것이다.

무소속 박훈 후보는 어땠을까? 그는 돈키호테였다. 좌충우돌하는 그는 딱딱해질 수 있는 인터뷰 분위기에 웃음을 실어주었다. 통합진보당 강기갑 의원의 공중부양과 김선동 의원의 최루탄 투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나는 한층 업그레이드 된 걸 보여주겠다”고 말해 좌중을 웃음바다로 몰아넣었다.

하지만 여러 블로거들은 “석궁 국회의원 보려면 박훈 후보를 밀어야겠다”고 말하면서도 “박 후보가 왜 나왔는지 모르겠다. 뭔가 창원을 선거구의 진보후보 구도에 불만이 있어 나온 거 같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손석형 후보의 도의원 중도사퇴 문제와 진보후보발굴위원회의 사실상 해체가 원인이 아니겠냐”는 지적도 있었다.

한 블로거는 “저분이 국회의원 되면 (나라) 말아먹을 것 같다”는 다소 격한 반응도 보였다. 그러나 진정성에 있어서는 역시 손석형 후보와 확실히 대비된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던 것 같다. 자, 그럼 마지막으로 간단하게 내가 받은 인상을 정리하고 마치기로 하자.

손석형 후보는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하는 것이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지나치게 정치꾼 냄새가 났다. 김창근 후보는 말에 논리가 있고 설득력이 있었지만 과도하게 이념에 집착해 비대중적이고 현실정치에 대한 감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박훈 후보는? 대책 없는 돈키호테. 그는 현역 변호사답지 않게 투쟁 말고는 아는 게 없는 것처럼 보였다. 노동자들이 자신을 위한 법을 만들기 위해선 강력한 힘을 가져야 하고 그건 투쟁 없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그의 말은 옳지만 그것이 모두가 아니다.

강기갑의 공중부양이나 김선동의 국회 최루탄 투척이 한순간 카타르시스를 선물해줄 수 있을지는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진보진영에 부정적 인상만 남길 뿐이라는 게 나의 생각이다. 나는 어떤 폭력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차원에서 박훈 후보의 ‘업그레이드 폭력’에 반대한다.

▲ 블로그 합동인터뷰 모습. 사진=경남도민일보 김구연 기자

그리하여 결국 손석형 후보와 김창근 후보의 대결로 압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것이 나의 판단이다. 손석형 후보가 통합진보당 후보로 뽑혔으므로 유리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지배적이지만 과연 그럴까?

통합진보당은 민노당-국참당-진보신당 탈당파의 3자 통합으로 시너지효과를 기대했지만 지지율은 고작 3%를 오르내리면서 오히려 민노당 시절보다 더 못하게 나오고 있다. 게다가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도 폐기될 처지에 놓였다. 창원의 노동진영은 51:49로 반분돼 있다.

도의원 중도사퇴 문제도 손석형 후보에겐 아킬레스건이다. 민노당의 통합진보당으로의 변신은 강성노조가 많은 창원에서 도리어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도 크다.·민주노총 경남본부장 출신인 손 후보에 비해 전국금속노조 위원장 출신이란 김 후보의 경력도 부담스럽다.

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