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수다'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09.11.16 '미녀들의 수다'가 계속돼야 할 이유 by 파비 정부권 (75)
  2. 2009.11.15 수능 다음날 열린 입시폐지대학평준화 자전거대회 by 파비 정부권 (10)
  3. 2009.09.08 미녀들의 수다에서 배우는 국제평화주의 by 파비 정부권 (12)
  4. 2009.06.05 좌파정권 10년? 그럼 김태호지사도 좌파빨갱이다 by 파비 정부권 (5)

요즘 루저 발언으로 <미녀들의 수다>가 곤욕을 치루고 있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미수다 팬인데요. 흠, 미수다가 그냥 예쁘장한 외국 여자들 모아놓고 수다나 떠는 오락프로그램으로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 안 한답니다. 그런 수다 속에 배울 점도 참 많더라고요. 아이러니하게도 그 속에서 우리나라의 부조리한 현실도 발견하고요. 


미수다의 미녀들, 우리 사회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거울

외국인 미녀―그녀들이 미녀인지는 각자의 주관과 개성이겠지만, 어떻든 미녀들의 수다라고 하므로―들이 나와서 하는 수다들을 듣다 보면 우리나라가 얼마나 후진적인지 뼈저리게 느낄 때가 정말 많지요. 특히 핀란드나 독일 등 북유럽 선진국에서 온 미녀들은 정말 개념 있는 여성들이 많았어요. 아무렇게나 떠드는 수다 중에도 새겨들을 만한 말이 많더군요.

지난주에 방영된 미수다도 마찬가지였어요. 물론 다들 아시겠지만, 이날 미수다는 단지 뼈저림 정도만 있었던 것은 아니에요. 소위 루저 파동이란 것이 있었지요. 이날 미수다는 특별히 한국의 여대생들을 초대해서 그녀들이 미수다에 대해 갖는 궁금한 점도 들어보고 또 미수다의 미녀들도 한국 여대생들에게 직접 궁금한 것을 물어보는 그런 자리였죠.

그런데 이날 출연한 여대생 중 한 명이 "키 작은 남자는 루저다!" 라는 발언을 한 거예요. 폭탄이었죠. 그런데 폭탄은 이 한발로 끝난 게 아니었어요. 이에 질세라 다른 여대생이 "때리는 남자보다 키 작은 남자가 더 나쁘다!" 하고 한방 더 터뜨린 거예요. 당연히 전국이 난리가 났겠죠. 그러나 제게 이 루저는 새발에 피였어요. 

이날 출연한 한국의 여대생들 사유 수준은 최악이었어거든요. 어쩌면 그게 그녀들의 평소 생활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긴 해요. 그러나 그렇다면 더 큰일이죠. 그런 사유와 생활방식이 평소 모습이라면. 아, 그러고 보니 이 나라가 그래서 요 모양 요 꼴인가 하는 생각도 드네요. 

"왜 한국의 여대생들은 그렇게 명품을 갖고 싶어 할까요?" 이날 참석한 열두어 명의 여학생들에게 명품을 갖고 있는지 손을 들어보게 했더니 두세 명 빼고 다 들더군요. 그런데 이들의 명품 사용에 대한 변명이 걸작이었어요. "명품은 질기고 오래 가잖아요? 그러니 훨씬 경제적이에요. 좋은 물건을 질리지 않고 오래도록 쓸 수 있고, 사회에 나가서도 쓸 수 있죠." 

"게다가 어머니와 함께 쓸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요?" 이 대목은 완전 압권이었어요. 저는 이 말을 듣는 순간 거의 자지러질 뻔 했답니다. 아하, 명품을 찾는 이유에는 지극한 효심도 있었구나. 그렇게 애써 변명을 했건만 외국에서 온 미녀들은 눈만 멀뚱거리며 도저히 믿을 수도 이해할 수도 없다는 표정들이었으니….

한국의 여대생들은 핸드백에 그 많은 책과 공부 도구를 다 넣어 다니나요? 

그러나 한국의 여대생들이라고 당할 수만은 없는 법. 기회가 왔어요. 우리들의 잘 나가는 루저―제가 볼 땐 외모로는 이분도 루저에요. 그러나 위너보다 훨씬 훌륭한 잘 나가는 루저죠―남희석이 기회를 주었지요. "그럼 이번엔 한국의 여대생들이 미수다의 미녀들에게 질문을 한번 해보세요." 그러자 어느 여대생이 기다렸다는 듯이 물었어요. 

"그런데요. 외국의 여대생들은 왜 모두들 백팩을 등에 메고 다니나요? 우리나라에 와서도 그러던데요. 꼭 등산가는 것처럼 말이죠." 물론 본인은 예리한 질문이라고 생각했을 테죠. 도대체 아리따운 여대생들이 백팩을 등에 메고 학교에 오는 모습을 상상할 수도 없고 상상하기도 싫다는 표정이었어요.     

그러나 외국인 미녀들은 어이없다는 표정이었어요. 그럼 책은 어디다 넣고 다니죠? 그러자 어느 외국인 미녀가 거꾸로 우리나라 여대생에게 물었어요. "한국의 여대생들은 모두들 핸드백을 메고 학교에 오던데요. 그럼 그 많은 책이며 공부 도구들은 어디다 넣고 다니나요? 핸드백에 그게 다 들어갈 수도 없을 텐데." 


제가 보기에 이날의 루저는 한국 여대생들이었어요. 그녀들은 확실히 루저였죠. 아니 루저란 말은 사실 과분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란 말도 있잖아요? 루저는 언젠가 위너가 되기 위한 과정이죠. 루저는 절대 부끄러운 게 아니에요. 게다가 이 나라에서 대부분은 루저죠. 저도 루저고요. 여러분은 루저 아닌가요? 아, 위너시라고요? 

아무튼 이날 미수다에 출연한 한국 여대생들은 루저는커녕 차라리 꼴불견이었어요. 딱 한사람만이 백팩을 메고도 모자라 손에도 책을 들어야한다고 했지만, 명품과 핸드백이란 대세에 밀려 그녀는 별로 빛이 나지 않았죠. 그러고 보니 우리가 기억하는 또는 상상하는 여대생의 모습이란 것도 결국 그런 거였군요.

하이힐을 신은 하얀 여대생이 책 한권을 가슴에 끼고 버스를 기다리는 모습. 아, 요즘은 버스가 아니라 지하철이나 택시를 타겠네요. 제가 늘 궁금했던 것은, 저렇게 책 한권 가슴에 끼고 학교 가서 무슨 공부를 한단 말이지? 하는 거였어요. 하긴 그렇군요. 대학은 공부만 하는 곳은 아니죠. 이날 어느 한국 여학생이 그랬지요. 

미수다가 계속돼야 할 이유? 우리가 얻는 교훈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1학년 한 학기 동안 미팅을 서른여섯 번이나 했다고…. 그래도 저는 미수다는 계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미수다는 훌륭한 프로거든요. 미수다를 보고 있으면 우리가 생각하는 상식들이 얼마나 보잘 것 없는지를 알게 된답니다. 그녀들은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수다만 떨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말이에요.

얼마 전에 미수다의 출연자 중에 따루라는 핀란드 여성이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었지요. 그녀가 특별히 미모가 뛰어나다거나 한 것은 아니었지만, 남다른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다른 데 있었던 것 같아요. 말하자면 그녀는 '개념녀'였던 거죠. 그녀가 던지는 수다 한마디 한마디는 우리가 가진 상식이 얼마나 허접한 것인지 깨닫게 해주었거든요. 

의도한 것은 아니었겠지만, 그녀는 가끔 정치인에 대한 이야기도 했는데요. 한번은 이런 말을 했었던 것 같아요. "한국에서 좌파라고 불리는 정치인들을 보면 우리나라에선 우파 정도도 되지 않아요. 그게 정말 이상해요." 네, 다른 말은 제쳐두고 이 말만은 정말 가슴에 와닿지 않나요? "정말 이상해요!"  

남들이 보면 정말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우리는 전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도 느끼지도 못하며 살아왔던 것은 아닐까요? 자 마지막으로 이 글의 제목, 미녀들의 수다가 계속돼야 할 이유?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미수다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주는 프로에요. 그녀들의 수다는 마치 우리 모습을 비추어주는 거울 같거든요. 이번처럼 말이에요. 

그러나 무엇보다 미수다는 색다르고 재미있는 프로이기 때문이지요.

Posted by 파비 정부권
11월 14일 토요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마산지회에서 주최하는 <대학평준화와 입시폐지를 위한 자전거대회>가 열렸습니다. 저도 초등학교 6학년 아들과 함께 출전했습니다. 가만, 참여가 맞습니까, 출전이 맞습니까? 참여든 출전이든 이날은 날씨가 무척 좋았습니다. 전날 비바람이 많이 불어 걱정했지만, 하늘이 도왔는지 화창했습니다.
 
같은 날 같은 시간 강화도에 있던 아내의 말에 의하면 거긴 무척 춥고 바람도 많이 불었다고 하더군요. 그 말을 듣고 보니 역시 하느님의 도우심이 있었던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코스는 경남대를 출발해 창원대가 종착점입니다. 20여 km쯤 될 거 같은데요. 꽤 먼 거리입니다. 출발 대기하고 있습니다.

맨 앞에 보이는 사람은 저의 친구인 허윤영입니다. 그리고 뒤에 전교조 마산지회 전 지회장님도 보이시는군요.


이 친구는 우리 아들입니다. 내년에 중학교 들어갑니다. 얼마 전에 중학교 어디로 가고 싶은지 써오라고 학교에서 지망서를 받아왔더군요. 월포초등학교는 해운중학교, 마산서중, 마산중학교 이렇게 세 군데였습니다. 그런데 우리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자기가 벌써 1. 해운중학교, 2. 마산서중, 3. 마산중학교, 이렇게 답을 달아놓았더군요. 

그래서 제가 물어보았죠. "너는 해운중학교 가고 싶나?" "아니 꼭 그런 건 아닌데. 거기가 머리도 좀 기를 수 있고, 애들도 덜 괴롭힌다고 하던데. 마산서중은 교복도 안 멋있고, 머리도 짦게 깍고, 공부도 많이 시키고, 엄청 괴롭힌다고 하더라." 저야 뭐 해운중을 가든 마산서중을 가든 마중을 가든 아무 상관없습니다. 제가 다닐 것도 아닌데…. 

그래도 개인적으로 제 의견을 묻는다면, 저는 교복이 멋있는 학교를 가라고 권하고 싶습니다만. 흐흐, 부모가 되어 가지고 좀 거시기 한가요?    


경남대를 출발한 <대학평준화와 입시폐지를 위한 자전거대회> 행렬은 마산어시장을 거쳐 불종거리와 육호광장을 지났습니다. 선도차량에서는 끊임없이 왜 대학을 평준화해야 하며 입시를 폐지해야 하는지에 대해 시민홍보 방송이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파리 1대학, 2대학, 3대학 하는 식으로 모든 대학들이 통합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래도 그 나라 대학들이 우리나라 대학보다 경쟁력이 떨어지던가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우리나라 대학들이 그 나라 대학들의 발가락 근처에도 못가죠. 최근 <미녀들의 수다>에서 나온 루저 발언으로 세상이 시끌벅적합니다. 그 발언을 한 사람들은 다름 아닌 우리나라 유수한 대학의 여대생이었습니다. 

저도 그 방송을 보았습니다만, 루저 발언만이 문제였던 것은 아닙니다. 서울대를 비롯해 연고대, 한양대, 인하대, 경기대 등 서울의 각 대학에서 차출된 여대생들이 하는 발언이란 한심 그 자체였습니다. 여대생들이 명품을 사용하는 것, 화장에 몇 시간씩 공을 들이는 것을 자랑하고 옹호하지를 않나…. 

에혀~ 한국의 여대생 중 하나가 미수다에 출연하는 외국인 미녀(?)에게 물었습니다. "왜 외국의 여대생들은 백팩을 메고 다니나요? 우리나라에 유학 와서도 그러던데 꼭 등산가는 것처럼 말이죠." 그러자 외국인 미녀가 거꾸로 이렇게 물었지요. "나는 이해가 안 돼요. 한국의 여대생들은 어떻게 그 많은 책과 공부 도구들을 핸드백에 다 넣고 다닐 수 있죠?" 

ㅋㅋ 저, 그 소리 듣고 넘어가는 줄 알았답니다. 이게 현실이죠. 치열한 입시경쟁을 뚫기 위해 사교육으로 부모님 등골 다 빼놓고 대학 들어가서는 고작 하는 일이란 게 명품 핸드백 사서 어깨에 걸고 다니는 이 참담한 현실. 루저는 아무 것도 아니었어요. 장시간 화장에 공 들이고 명품 쓰는 걸 자랑이라고…

그게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는 외국인 미녀들을 설득 시키려고 진땀을 빼는 한국 여대생들… 아유~ 머리 아파. 루저파동으로 미수다 제작진이 전격 교체되는 등 진통을 겪고 있지만, 저는 그래도 <미수다>가 계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외국에서 온 미녀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우리나라가 얼마나 한심한지를 알 수 있으니까요. 

이번 루저파동을 불러온 한국 여대생들의 모습을 통해 저는 역설적으로 대학평준화, 입시폐지가 얼마나 중요한지 절감했답니다. 저는 무상교육이 이를 실현할 핵심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부자들에게 깎아준 수백억대의 세금과 4대강 정비사업에 퍼붓는 20조원이면 충분히 하고도 남는다고 하더군요.     


이야기가 잠시 옆길로 샜습니다. 아무튼 대학평준화, 입시폐지, 이거 꼭 돼야 되겠습니다. 아이들도 입시지옥에서 해방시키고, 부모들 등골도 이제 그만 좀 빼고. 이건 단순히 교육정상화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요새 유행하는 말로, 그리 되면 살림살이도 훨씬 나아지지 않겠습니까. 

자, 행렬이 육호광장을 지나 석전사거리로 향하고 있습니다.  


우리 친구가 지나가며 V를 그려주고 있군요.


양태인 선생님입니다. 해운중학교 국어선생님이라던데요. 경남도민일보에 칼럼도 쓰셨지요.


석전사거리를 지난 행렬은 마산역과 합성동을 지나 창원으로 들어섰습니다. 창원역을 지나 명곡대로를 한참 달리자 멀리 시티세븐이 보이는군요. 저기서 좌회전 하면 창원대학교가 코앞입니다.  


마산과 창원은 시가지가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니 언제 마산에서 창원으로 넘어왔는지 느낌이 없습니다. 그러나 창원으로 들어와서 한참을 달리다 보면 '아, 여기가 창원이구나!' 하고 곧 느끼게 됩니다. 창원은 색깔이 있는 도시였습니다. 도로변에 줄지어선 나무들에선 마지막 불타는 가을이 완연했습니다. 

회색으로 칙칙하던 마산과는 대조적인 모습입니다.  


대열이 마침내 창원대학교로 들어서고 있습니다.


맨 마지막에 <입시폐지 대학평준화> 슬로건을 단 후미차량이 따라오고 있었군요.


창원대학교 앞 주차장에 도착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대학평준화와 입시폐지를 위한 자전거대회>는 성황리에 막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우리 아들 녀석은 무언가 2% 부족한 모양입니다. 여기서 다시 경남대까지 갔으면 좋겠다고 하더군요. 하여간 애들이란. "가려면 너 혼자 가." "내 자전거를 타고 왔으면 나 혼자 갈 수 있는데."

우리가 타고 온 자전거는 행사주최 측에서 대여해준 자전겁니다. 뒤에 보이는 트럭이 이 자전거들을 다시 싣고 갈 차랍니다.


11시에 출발해서 1시쯤 도착했으니 두 시간쯤 걸렸습니다. 선도차량이 천천히 인도하는 바람에 우리 아들은 신나게 달리는 쾌감을 즐기진 못했습니다. 그래서 2% 부족한 모양입니다. 그러나 저는 죽겠습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뻗어 잤습니다. 저녁에 일어나니 몸살기가 있습니다. 팔다리도 아프고 오한도 납니다. 

척추수술을 한 이후로 무리하게 힘을 쓰면 가끔 상태가 안 좋아지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목도 아픈 것이 좀 걱정됩니다. 기침도 나고요. 요새는 기침도 함부로 못하겠더라고요. "너 혹시 신종플루 아냐?" 하고 의심할까봐서요. 대림자동차 앞 농성장에도 가봐야 하지만, 부어오른 목은 가라앉히고 가야겠지요.

대림자동차는 지금 절반에 달하는 종업원들을 정리해고 하겠다는 회사방침에 맞서 농성을 하고 있는데요. 엊그제 정문에서 민생민주회의와 진보신당이 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가졌고요. 진보신당은 아예 정문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에 들어갔다고 하네요. 제 2의 쌍용차 사태가 날까봐 걱정입니다.  

아무튼 자전거대회는 참 재미있었습니다. 매일 틈난 나면 자기 자전거를 분해했다 다시 조립했다 하는 아들 녁석에겐 호강하는 기회였답니다. 물론 대학평준화와 입시폐지란 대의가 더 중요하지만, 평범한 우리 부자에겐 자전거 타고 창원까지 나들이했던 게 더 즐거웠답니다.

아, 마지막 멘트를 이렇게 하면 행사를 주최하신 선생님들이 섭섭해 하실라나요? 그래도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Posted by 파비 정부권
오늘 오랜만에 미녀들의 수다를 보았다. 자주는 아니지만 이 프로를 재미있게 보는 편이다. 나는 내가 여전히 30대에 머물러 있는 줄 알지만, 이미 불혹의 벽을 넘어선지 오래다. 그런데도 젊은이들이 좋아하는―물론 나는 여전히 내가 젊은 축에 든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밖에 나가 모임 같은 곳에 가보면 제일 젊은 편에 속한다―프로를 잘 보는 걸 보면 아직 젊은 것이 맞다 생각한다. 하긴 여러 사회문제들에 대해 나보다 훨씬 늙어 보이는 견해를 가진 젊은 친구들을 많이 보기도 했다.  

이 프로에 나오는 미녀들은―사실 내 기준에서 보자면 몇몇을 빼고는 그리 미녀라고 말할 수는 없었지만―사실 우리나라 여성들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발랄함이 있었다. 또 그녀들의 대화를 듣다 보면 한 번씩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는데, 그것은 "어떻게 저토록 어린 처자―좀 상스러운 표현이지만, 이해해주기 바란다―들에게서 저토록 기막힌 생각이 나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곰곰 생각해보면 그 생각들은 그저 지극히 상식적인 것들이었다.

그것은 거꾸로 말하면, 그동안 우리가 너무나 상식적이지 않은 세상에서 비상식을 상식처럼 여기며 살아왔다는 말처럼 들려 씁쓸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어쨌든 그녀들은 발랄했다. 그리고 그녀들은 그런 발랄함 속에 우리가 알 듯 모를 듯 상식이 무언지를 가르쳐주고 있었다. 그녀들은 전혀 의도하지 않았지만, 자신들이 사는 세계 속에서 배운 것들을 자연스럽게 내뱉는 과정에서 조용한 깨우침을 주고 있었다. 

오늘도 그랬다. 오늘 미수다의 마지막 수다는 애국가에 관한 것이었다. 각 나라의 애국가를 소개하는 것이었는데, 독일에서 온 베라의 대답이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애국가 가사를 몰라요. 그냥 듣기만 했지 직접 불러본 적이 없어서 가사를 기억하지 못해요." 엉? 이게 무슨 소린가. 애국가 가사를 모른다니. 충분히 능글맞은 진행자 남희석에게도 이건 매우 의외의 대답이었을지 모른다. "우리는 전쟁을 일으킨 나라의 국민으로서 애국심을 고취하는 그런 노래 부르는 게 금기시되어 있어요." 

미르야는 한 발 더 나갔다. "그리고 1절과 2절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어요. 부르는 게 불법이죠. 3절만 불러야 되요." 1, 2절은 애국심과 전쟁을 선동하는 내용인 모양이다. 아마도 이 수다를 들은 많은 대한민국의 젊은이들도 감동을 받았을 것이다. 그리고 이웃나라 일본을 상상했을지 모른다. 일본은 독일과는 정반대다. 그들은 과거사에 대한 반성도 하지 않을 뿐 아니라 과거 군국주의 시절을 회상하며 전쟁을 금지한 헌법마저 수정하려고 한다.

그러나 이 대목에서 과연 우리는 어떤지 돌아보는 사람이 있었을까 궁금했다. 우리는 어떨까? 물론 우리는 애국가 1절부터 4절까지 달달 외운다. 우리가 어릴 때만 하더라도 애국가 1절부터 4절까지 필기시험을 치르곤 했었다. 국민교육헌장, 국기에 대한 맹세, 애국가, 이 세 가지는 반드시 외워야 하는 필수사항이었다. 내가 기억하기로 이 세 가지 필수 암기사항을 외지 못하고 졸업하는 학생은 거의 없었다. 특별한 고문관을 빼고는. 그리고 사회에 나와서도 우리는 늘 애국가를 부르며 살았다.

극장에서도 가슴에 손을 얹고 애국가를 부른 다음에야 영화를 볼 수 있었다. 그렇다고 공짜는 결코 아니다. 길을 가다가 국기하강식이 있으면 제자리에 서서 국기를 향해 손을 가슴에 얹고 부동자세를 취해야 했다. 그러나 우리에게도 이런 이야기들은 옛날이야기다. 세상이 바뀌었다.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얼마 전, <이윤기의 세상읽기, 책 읽기>란 블로그에 올라온 글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야구장에서는 아직도 경기 전 애국가를 제창하고 있다는 거였다.

내 돈 내고 들어가서 일어섰다 앉았다 하는 불편도 문제지만, 순수하게 야구경기를 관람하러 온 외국인들은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 국가대항전이라면 모르겠지만, 프로경기에서조차 그럴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나는 일본의 우경화, 군국주의에 대해서는 비판의 화살을 쏘아대는 어떤 한국인도 자기 자신의 과격한 애국주의나 민족주의에 대해 반성하는 걸 본 적이 없다. 사실은 이렇게 말하는 나 자신도 많은 부분 민족적 감성에 빠져있는 게 현실이다.

아무튼 신선한 감동이었다. 독일인들이 역사에서 얻은 교훈을 그토록 처절하게 지키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고맙고 미덥기까지 했다. 대부분의 유럽 나라들도 마찬가지였다. 독일처럼 의식적이지는 않지만, 그들에겐 애국가를 부르지 못하는 것이 부끄러운 것도 아니며 부자연스러운 것도 아니었다. 지금은 양차대전이 일어나기 전과 같은 상시 동원체제가 아니라 세계평화를 추구하는 시대다. 우리만이 그런 세계화의 흐름에 동떨어져 여전히 국민동원시대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미녀들의 수다, 그녀들의 수다를 듣다 보면 가끔 부끄러워지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핀란드에서 왔다는 따루라는 아가씨였던가? 언젠가 그녀는 이렇게 말했었다. "한국에는 좌파가 없어요. 한국에서 좌파라고 불리는 정치세력들은 핀란드에서는 우파 정도밖에 안 되거든요." 좌파란 평등과 평화를 기치로 하는 정치세력이다. 그러므로 좌파의 주요한 슬로건은 전쟁반대다. 그런데 오늘 독일인 베라와 미르야의 수다를 들으며 따루의 말이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북한이 핵실험을 했을 때, 한국의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어차피 통일되면 그거 다 우리 것이 될 테니 좋은 일 아니냐"고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평화를 신봉하는 진보와는 어울리지 않는 주장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한나라당 중에, 심지어 한나라당 국회의의원 중에서도 똑같은 이유로 북한의 핵실험을 호의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사실이다. 물론 비공식적이지만. 애국이니 민족이니 하는 이데올로기 속에는 좌우를 막론하고 사람을 흥분시키는 성분이 함유되어 있는 것일까?

어쨌든 미수다는 참 좋은 프로다. 얼마 전, 베라가 쓴 책자가 일으켰던 소동이 기억난다. 제목이 <잠 못 드는 서울의 밤>이었던가? 어떤 책인지 꼭 한 번 읽어 보고 싶다. 나는 독일어를 못하니 누군가가 한글 번역본을 내야만 읽을 수 있겠지만. 남의 나라에 와서 자기 나라가 과거에 저지른 잘못에 대해 공개적인 방송에서 스스럼없이 반성할 줄 아는 사람. 참으로 신기하다. 우리라면 그럴 수 있었을까? 일본인들이라면 그럴 수 있었을까? 

일본인이든 한국인이든 아마 그러지 못했을 것이다. 그랬다간 자기 나라에 돌아가 몰매 맞아 죽을지도 모르는데…, 하하, 생각하니 또다시 씁쓸해진다. 이거 이런 걸 글로 써서 블로그에 올리는 나도 몰매 맞을지 모르겠다. 그러기 전에 빨리 자야겠다. 물론 이 글은 내일 아침 발행으로 예약해두고. 독자들도 자야 하니까. 자기 전에 제목을 한 번 더 훑어보니 너무 거창하고 어울리지 않는다. 이해를 바랄 뿐이다. 졸린 탓도 조금 있다. 굳이 핑계를 대자면.                 파비
Posted by 파비 정부권
김태호 경남도지사의 “좌파정권 10년” 발언을 듣고 깜짝 놀랐다. 다른 이들은 몰라도 그는 그런 말을 하면 안 된다. 그의 말대로라면, 김태호 자신도 좌파 빨갱이 도지사가 되는 것이다. 말하자면, ‘그는 지난 김대중-노무현 좌파정권 10년에 부화뇌동하여 대북경협사업에 앞장섰던 사람으로서 좌파 빨갱이였다’, 이런 말이다.


그러니까 좀 우스운 이야기이긴 하지만, 좌파 빨갱이 도지사였던 김태호가 내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위해 이명박에게 “나 이렇게 확실히 전향했소. 딸랑딸랑~” 하면서 추파를 던지는 꼴을 우리는 보고 있는 것이다.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한다고 너무 나무라지들 마시라. 지금 나라꼴이 말도 안 되는 헛소리로 가득 찬 세상 아니던가.
 

자료사진-경남도민일보. 김태호 지사의 '좌파정권 10년' 발언에 사람들이 항의하고 있다.


그래서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조금 더 하자면, 소떼를 몰고 분단 장벽을 넘어 평양으로 올라갔던―아마 한국전쟁 이후 걸어서 판문점을 넘어 북으로 간 최초의 인물이었던―고 정주영 회장도 좌파 빨갱이 자본가가 되는 것이고, 개성공단에 입주한 모든 기업들도 북한정권에 돈을 대는 좌파 빨갱이 기업들인 것이다.


물론 통일딸기 재배사업에다 평양 장교리 소학교 건립에 자금을 대는 사업을 추진하던 김태호 지사도 당연히 좌파 빨갱이다. 그리하여 말하자면, 온 세상이 좌파 빨갱이에 점령당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 좌파 빨갱이 중의 하나인 김태호가 살아남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이명박에게 전향원서(?)를 제출한 것이다.


‘김대중-노무현 좌파정권 10년의 통일정책은 실패했으며, MB의 비핵개방3000구상이 훨씬 우월한 대북정책’이라는 게 김 지사의 주장인데, 어차피 한나라당원인 김 지사가 제 식구 자랑하는 것에 대해 따질 필요도 없고 따질 생각도 없다. 개들도 비슷한 놈을 만나면 꼬리를 흔들고 반가움을 표시하는 법 아니던가. 하물며 사람들인데…


얼마 전에 미수다(미녀들의 수다)의 따루라는 핀란드 여성이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 생각난다. 그녀는 핀란드 대사관 직원이라고 들었다. 기억이 완전치는 않지만 그녀의 말을 대충 정리하면 이렇다. “한국에서 좌파라고 불리는 정치그룹은 좀 이상해요. 우리나라에서 보자면 우파거든요. 한국에는 좌파는 없는 것 같아요.”


아마 따루는 김대중-노무현 정권을 일러 한국의 언론들이 좌파정권이라고 부르는 것을 보고 ‘한국의 좌파는 우리나라에선 우파밖에 안 된다! 라고 말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그녀는 한국에 존재하는 다양한 정치세력들, 예컨대 진보신당이나 민노당, 사회당 기타 그늘에서 존재하는 다양한 좌파정치세력들―아마 이들이야말로 따루의 모국 핀란드의 기준으로 보면 핀란드노동당같은 좌파에 해당할 것이다―은 보지 못하고 이런 말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그녀의 진단은 일견 정당한 것이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은 분명 신자유주의 정권이다. 김-노 정부가 남북화해무드를 주도하고 경협을 추진했다고 해서 그들의 자유주의적 정체성이 훼손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나는 생각하기에 이 10년의 기간에 자본의 자유는 무제한적으로 성장했으며 노동자의 권리는 한없이 추락했다.


많은 사람들이 “신자유주의가 도대체 우리하고 뭔 상관이야? 그냥 잘 먹고 잘 살면 그만이지”라고 말한다. 그러나 신자유주의는 바로 우리 옆에서 늘 그 날카로운 창끝을 겨누고 있다. 박정희 정권이 만들어놓은 의료보험제도는 좌파쓰레기―사회주의정책의 소산인 의료보험제도를 독재정권이 만들었다는 게 아이러니지만―로 치부되어 사라질 위기에 놓인 게 한 예다. 


나는 얼마 전 체불임금으로 고통 받는 노동자들로부터 도움을 요청 받고 그들을 만난 적이 있었다. 그들로부터 설명을 들은 나는 간단하게 처방(?)을 던져주었다. 임금은 최우선적으로 전액 변제받을 수 있으니까 아무런 염려 말고 일단 노동부에 체당금부터 신청하라고. 그런데 새로 알아본 결과는 아니었다.


‘임금채권전액우선변제권’은 사라진지가 오래였다. 나는 10년도 훨씬 이전의 근로기준법을 가지고 그렇게 자신 있게 말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 나의 무지로 만들어진 이 난제를 어떻게 풀 것인지 매우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다. 공장에 수없이 잡혀있을 질권, 저당권에 후순위로 밀린 임금을 받아낼 묘안이 없는 것이다.


물론 이런 따위의 극단적인 반노동, 반복지 정책들은 주로 한나라당 정권에서 추진한 것들이다. 그러나 김-노 민주정권도 사실상 그러한 정책기조를 계승했다. 차이가 있다면 민주주의의 대폭적인 신장과 대북정책에서 평화정책을 보다 강조한 것이었는데, 한나라당은 이걸 가지고 소위 ‘좌파정권’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한때 소위 좌파정권의 대북정책에 편승해 남북경협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김태호 지사가 그 좌파정권을 향해 ‘좌파정권의 통일정책은 실패했다’라며 칼을 던졌다. 그 좌파정권과 짝짜꿍해서 남북경협의 단맛을 보던 그가 말이다. 그러나 앞에서 말했듯이 그 이유를 따지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따루의 말처럼 좌파도 아닌 정치집단을 향해 자꾸 좌파라고 부르는 것이 과연 합당한가 하는 것은 계속 의문으로 남는다. 서울대를 나왔다는 김태호가 이런 기본적인 지식이나 소양도 없어서 말 같지도 않은 말을 떠벌리는 것은 아닐 것이다.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한국의 교육제도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보지 않을 수 없는 일이 될 것이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고 했다. 그런데 그 한쪽 날개를 향해 자꾸 칼을 들이대면서 잘라내려고 한다면 새가 똑바로 날 수가 있겠는가. 한국이 제대로 된 선진사회로 가기 위해선 좌우의 날개를 정립하는 것이 필수다. 그래서 좌파의 복권이 절실한 과제다. 그러나 그 이전에 먼저 정리되어야 할 문제가 있다.

우파의 자리부터 정리하는 것이다. 도대체 어떤 정치세력이 진정한 우파인가? 나는 그 자리에 민주당이 들어서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은 무엇인가? 한나라당은 좌도 아니고 우도 아닌 정체불명의 존재다. 그들은 마치 소혹성 B612호를 파멸시키는 바오밥나무와도 같은 존재다. 그들은 어린왕자가 늘 잘라내야만 하는 수고를 던져줄 뿐인 존재들이다.  

하여튼 이야기가 꽤나 산만해지긴 했지만, 오늘 이야기의 결론은 대충 이거다. “좌파를 좌파라 부르고, 우파를 우파라 부르자!” 다시 한 번 더 강조하자면, “좌파 아닌 것을 좌파라 부르지 말고, 우파 아닌 것을 우파라 부르지 말자!” 우리 모두 제발 정직하게 좀 살자.  파비

Posted by 파비 정부권